아빠 대머리면 아들도 대머리!? [제 610 호/2007-06-04]
푸른색 눈에 흰 피부를 가진 금발. 서양인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미인의 조건이다. 그런데 많은 인종이 함께 살고 있는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푸른색 눈에 흰 피부의 금발’을 찾아보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2006년 10월 미국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는 미국인 가운데 푸른색 눈을 가진 사람의 비율은 100년 전에 비해 3분의 1이나 줄었다고 했다. 왜 그렇게 됐을까? 푸른색 눈, 흰 피부, 금발 모두 ‘열성’이기 때문이다.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중학교 생물시간에 배운 ‘멘델의 법칙’이 생각날 것이다. 멘델은 다른 형질의 완두콩을 교배했을 때 다음 세대에 나타나는 형질을 ‘우성’, 나타나지 않는 형질을 ‘열성’이라고 하는 ‘우열의 법칙’을 제시했다. 완두콩에는 법칙에 따라 잘 나타났지만 사람의 유전에는 어떻게 나타날까? 사람의 유전을 통해 우열의 법칙에 대한 막연한 오해를 풀어보자.

우열의 법칙에 대한 첫 번째 오해는 ‘우성은 우월한 성질, 열성은 열등한 성질’이라는 막연한 생각이다. 그러나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이로운 열성도, 해로운 우성도 있다. 쌍꺼풀, 보조개 등은 갖고 싶은 우성이지만, 대머리와 육손은 갖고 싶지 않은 우성이다. 열성이라도 금발, 푸른색 눈 등은 갖고 싶은 열성이다.



사실 우열의 법칙은 단백질 생성과 관련이 있다. 분자생물학의 관점으로 볼 때 유전자는 어떤 단백질을 만드는지를 알려주는 설계도와 같다. 만약 어떤 형질이 나타나기 위해 특정 단백질이 필요하다면 그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있는 것이 우성, 없는 것이 열성이 된다.

눈 색깔을 예로 들어보자. 눈 색깔은 홍채에 분포하는 멜라닌 색소의 양에 따라 달라진다. 멜라닌 색소를 만드는데 관여하는 유전자는 3쌍이다. 이를 임의로 ‘AABBCC’라고 하면, 유전자 A는 a에, B는 b에, C는 c에 대해 우성이다. 우성 유전자가 많을수록 멜라닌 색소도 많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색소가 가장 많이 만들어지는 ‘AABBCC’는 짙은 갈색 눈이 되고, 색소가 가장 적게 만들어지는 ‘aabbcc’는 푸른색 눈이 된다. 열성 유전자가 하나 섞인 ‘AaBBCC’는 갈색, 두 개가 섞인 ‘AaBbCC’는 옅은 갈색, 세 개가 섞인 ‘AaBbCc’는 초록색 눈이 된다.

이처럼 우성과 열성은 유전자에 의해 단백질이 만들어지느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일 뿐, 개체의 유리함과 불리함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우열의 법칙에 대한 두 번째 오해는 ‘우성이 열성보다 더 많이 나타날 것’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우성이 열성보다 나타날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확률을 무시하고 반대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인간의 모든 형질은 인간이 환경에 적응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예는 사람의 피부색이다. 흰 피부는 열성이지만 극지방에 사는 사람의 피부는 대부분 희다. 이들의 피부가 흰 이유는 약한 햇빛을 조금이라도 많이 받기 위해서다. 피부의 바깥부분에 위치해 피부색을 결정하는 멜라닌 색소는 햇빛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다. 멜라닌 색소가 적으면 햇빛이 속 피부까지 도달할 수 있다. 반대로 열대지방에 사는 사람은 멜라닌 색소가 햇빛을 흡수해 속 피부까지 도달하는 햇빛의 양을 줄여준다.

아프리카에서 나타나는 ‘낫 모양 적혈구’도 열성이 환영받는 경우다. 적혈구 모양은 적혈구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중에 단 하나가 바뀌면 낫 모양으로 변한다. 정상 모양의 적혈구가 우성, 낫 모양의 적혈구가 열성이다. 낫 모양의 적혈구가 있는 사람은 쉽게 빈혈에 걸리는 등 불리한 점이 많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프리카에서는 이 낫 모양 적혈구를 가진 사람이 많다. 과학자들은 처음에 왜 생존에 불리한 형질이 많은지 의아해했지만 곧 이유를 알게 됐다. 이 낫 모양 적혈구를 가진 사람은 아프리카의 치명적인 질병인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는 것이다. 낫 모양 적혈구 역시 인간이 환경에 적응한 결과로 필요한 지역에서 많이 나타난다.

우열의 법칙이든 다른 유전 법칙이든 인간의 유전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일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키, 몸무게, 피부색, 얼굴 모양, 머리카락 등의 다양한 형질을 결정하는 유전자는 여러 다른 유전자와 복잡한 관계를 맺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에 대해 예전보다 훨씬 많은 사실이 밝혀졌지만, 알면 알수록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는 더 복잡해지는 것 같다. (글 : 김정훈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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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7-06-04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할아버지는 젊어서 돌아가셔서 모르겠고요.. 울 아부지는 대단한 대머리인데 작은아버지는 안그렇단 말이에요? 울 오빠도 대머리가 아니고.. 조카들을 두고봐야 겠어요 ^^

마노아 2007-06-04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머리가 유전인게 맞는데, 아버지가 머리 숱이 많은데 자식이 대머리일 경우는 '스트레스성 탈모'가 아닐까요? 요샌 원형탈모증도 있구요. 울 아부지쪽 형제들도 아버지만 대머리형이셨고 형제들은 다 머리숱 많아요^^;;;;
 

 

heritage...환상적인 하모니였다.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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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04 1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7-06-04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노래 참 좋지요? 힘이 되어주는 노래와 가사였어요. 지금은 앓던 것 나아졌다니 다행이에요. 더 좋아진 컨디션으로 만나요^^

marine 2007-06-05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혼자 울면서 들었어요 우리나라 찬송가는 왠지 광신적인 느낌이 들어 거부감이 강했는데, 이 노래는 정말 감동적입니다 미혼모가 아이를 안고 아빠와 친구들을 기다린다는 대목에서 정말 펑펑 울었어요 우리 사회가 이런 약자들을 껴안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사회가 될까요? 좋은 음악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노아 2007-06-05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arine님, 전 이거 '헤리티지'라는 그룹의 라이브로 들었는데, 가사 모르고 들을 때도 왈칵!했어요. 가사와 영상과 함께 보니 얼마나 가슴이 뜨거워지던지요. 우리 사회가 이 노래의 가사처럼 서로를 아울러주는 그 넉넉함을 배웠으면 좋겠어요. 우리 같이 애쓰도록 해요^^
 
마틴 앤 존 Martin & Jhon 마틴 앤 존 2
박희정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6월
구판절판


사막의 풍경. 그 끝없음은 얼마나 막막할까.

이라이. 피부색, 표정, 머리카락, 그 모든 것에서 그의 성격이 드러난다. 그의 순애보까지.

이름을 나눠주던 순간. 마틴이 존에게 '존'의 이름을 준다.
아니, 존이 존의 이름을 존에게 준다.

왕의 땅에 입맞춤하며 예를 표하는 샤하다. 동시에 존...
그림으로 인식되는 그들의 '언어'가 아름답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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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앤 존 Martin & Jhon 1
박희정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6월
절판


99년도판 1권에 비해서 개정판은 현재 그림의 분위기로 표지를 바꾸었다. 약간은 나른한,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준다.

그도, 그녀도, 서로를 가질 수 없다. 마틴과 존은 서로 사랑하고, 마리는 그 사이에서 그들을 자제케 한다.

저 귀여우 얼굴이라니... 존이 꿈뻑 넘어가는 것도 당연하다(>_<)

절실함이 담긴 표정. 그 추운 날씨에 저 모양새로 달려왔다.
그의 전화 한통에...

마틴이 보통 꼬맹이가 아님을 존은 뒤늦게 알아차렸다지. 그의 절규가 너무 리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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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7-06-03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요, 마노아님.
이 많은 만화책들을 다 구입하시나요? 그럼 대체 어디에 보관하세요? 보관할 데가 없을것 같은데요. 흐음..

마노아 2007-06-04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작가들 것은 대부분 구입해요. 낱권으로 구입해서 몰래몰래 숨겨두느라 아주 바쁘답니다. 나중에 못 찾게 되는 사태가 종종 발생하기도 해요. 더 이상 꽂을 데가 없어서 어제 책장 자그마한 것 하나 주문했어요...;;;;
 
마틴 앤 존 Martin & Jhon 4
박희정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어제 읽었는데, 통 내용 파악이 어려웠다. 3권을 다시 읽어보자 결심했는데 책을 찾지 못했다.  한시간 정도 찾았는데도 말이다.

오늘, 2권을 다시 읽었다. 읽고 나니 더 애가 타서 3권을 다시 찾기 시작했다. 20분 정도 헤맸나 보다. 무심코 눈길을 돌리니 책상 옆 책장에 버젓이 꽂혀 있었다.  아, 이렇게 황당할 데가...

지척에 두고는 그렇게 오래 찾다니... 하지만 화가 나기보단 반가움이 앞섰다.  4권까지 연달아 읽어버렸다.  어제의 흐릿했던 이미지들이 밝아오면서 내용파악이 되시 시작한다.  다시 보아도 어쩜 이리 절절할까, 수많은 트릭들을 손꼽아 가며, 앞서 제시됐던 예언들을 곱씹어 가며, 그들의 관습과 역사를 염두에 두고서 내용을 접수해 가니, 이건 기대 이상의 '대작'이지 뭔가!

그림만 훌륭했던 게 아니다.  너무 아릿해서 행간의 의미를 파악하기도 벅찰 만큼의 감동이 밀려온다.  박희정 작가,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ㅠ.ㅠ

지구력으로 일만 년이 넘은 시점이다.  지구에서 130광년 떨어진 우주의 어느 행성.  서로 다른 기질의 나라들이 대립했고, 하나는 지구에 항복해서 평화를 얻었지만, 한 나라는 사막으로 쫓겨난 채 그들의 관습을 지키며 명예를 보호했다. 

예언의 임금 이스티스라.  그에게는 아들이 둘 있었다.  첫 아이는 후계자로 지목했고, 둘째 아이는 지구인과의 혼혈아였다.  때문에 레라올 기간에 사랑하는 이를 위해 아이를 잉태할 수 없고, 아이를 잉태하게도 할 수 없는 몸이었다.  한 번도 손 내밀어 사랑을 표현하지 않았지만, 첫 아이를 후계자로 지목한 것은 둘째 아이를 위함이었다.  첫 아이는, 부친의 그 마음을 알면서도 자신의 운명에 순응했다.  그러나 연속해서 아이를 잃게 되고, 하나 남은 아이마저 죽어가게 되고, 또 예언의 굴레 속에서 정인의 사랑을 받을 수 없는 자신의 가혹한 운명에 지친 나머지 생을 내던진다.  이스티스라를 사랑했던 하난은, 왕의 동생... 이 가혹한 운명의 중심에 서 있는 그 자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이곳 외계 행성에 불시착한 지구인 마틴.  그는 사막에서 왕의 동생 샤하다를 만나 목숨을 구해 받았고, 운명처럼 그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의 목숨을 담보로 사막에서 빠져나온다.  죽다가 살아난 그들의 재회는 한 편의 시 같았고 음악 같았고 한폭의 그림 같았다.

타는 듯한 사막의 그 뜨거운 고통... 그 고통이 차라리 달콤하다고 추억하는 그들.  차라리 돌아가고 싶다고 말을 하지만, 그들은 갈 수 없다.  너무 많이 와버렸다.  그들의 운명이 그렇게 허락해 주지 않는다.

왕의 동생 샤하다를 새 왕 이스티스라로 명명하려는 자들이 있고, 하난처럼 그를 죽이려는 무리가 있다.  그리고 충격처럼 다가온 사건.  마틴은... 그러니까 마틴은... 마틴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 '존'을 사랑하게 된 정인에게 내준 것이었다.  그의 정체는 짐작했던 것보다 더 무서운 인물인지도 모른다.  보여진 것처럼 인간이 아닐 수도 있다.  아무 것도 알 수 없다.  그렇지만, 그가 보여준 마음만은 진심임을 알고 있다.  설령 그 모습이 진짜 그의 자아가 아닐지라 하더라도, 조작된 기억 속의 그가 더 인간적이었음을 샤하다-존도 알고 있다.  인간이기에 사랑한 것이 아니었으니, 인간이 아니더라도 사랑은 사랑이라고 말한 샤하다의 마음에 고마움을 느낀다.

어쩌면 다음 권에서 이들의 애달프고 가여운 사랑 이야기는 끝이 날수도 있겠다.  굳이 마틴&존의 타이틀을 걸지 않아도 하나의 독립된 이야기로서 '호텔 아프리카'를 능가할 서사를 갖고 있지만, 이 작품이 또 하나의 상징을 갖는 것은 바로 그 이름, '마틴'과 '존'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제 이름을 내준 사랑, 이름을 지어달라 청한 마음, 이름이 사람을 정하고 사랑을 정하고 운명을 결정했다.  과연 예언자의 지적대로 샤하다는 평생토록 불행해질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목숨을 걸어도 좋을 사람 하나 만났으니, 목숨 걸고 사랑했으니, 그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존'으로서 살았던 그 시간들, 그 아름다운 추억을 끌어안고 그는 얼마든지 지옥으로 떨어질 것이다.  독자는 그들이 '천국'을 만나기를 바라지만, 아니라 할지라도,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참으로 좋겠다. 

낱권으로 끊어 읽지 않고 이어서 읽으니 참 좋다.  이런 기분 오랜만이다.  다음 권이 나오면 또 복습을 해야겠다.  어차피 한참 뒤에 나올 것.  그 사이 까먹기 쉬우니 꼭 다시 읽자.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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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6-02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급작스런 만화 삼매경이었어요^^ 좋아하는 작가는 나오는 족족 사모아야요. 정보가 없는 작가는 앞에 한두권 빌려 읽고 쭈욱 사 모으죠. 한꺼번에 구입하면 금액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전 만원씩 끊어서 구입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