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벨소리에 깼다.  학교 행정실이다.

받아서 별로 좋은 얘기를 해준 적이 없는 우리 선생님이 말씀하신다.

지난 해에 급여책정을 잘못해서 국민연금 신고를 잘못했다고...

31호가 맞는데 40호로 했다나?  아무튼 그래서 돈을 더 넣어야 한단다.

187,200원.

아씨... 지난 4월엔 급여가 더 들어갔다고 한 번에 465,000원을 환수해 가더니만, 이번엔 뭐라고라...

연금이 부족하다고...... 버럭!

 성을 내고 싶었지만...(ㅡㅡ;;;;)

어디 그게 되는가.  계좌번호 받아 적고는 끊었다.  제길슨.  두고두고 사람 엿먹인다.

집에 있으니 집안 일이 내 차지 되는 게 많다.  청소하고 빨래한 것 너는데...

베란다 창틀에 걸쳐져 있던 고추 바구니를 실수로 밀어뜨렸다. 아뿔싸! 아래 옆집 지붕 위로 떨어졌네.  건질 수가 없다.  어무이...ㅠ.ㅠ

일 해놓고 욕먹게 생겼다. 어흑흑...ㅜ.ㅜ

이제 남은 일정.

빨래 마저 개고...

옷 수선 맞긴 것 찾으러 미아삼거리역까지 갔다가, 회현역에서 언니 심부름 하나 하고, 그 다음에 가게에 물건 찾아다 주고, 그 다음에 사당 역으로 고....

오늘도 안경은 못 맞추네. 뭐가 이렇게 바쁜 거야...


댓글(8)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2007-07-23 1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23 2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twinpix 2007-07-23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국민연금 안 내고 싶어요. 'ㅁ';;;

마노아 2007-07-23 22:58   좋아요 0 | URL
사기연금 될까 봐 두려워요ㅠ.ㅠ

비로그인 2007-07-24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나중에 읽어서 이제 알았어요,고추사건이 이거였군요.
그런데 님께서 하시는 일이 너무 많아 이런 일들이 벌어진 거에요.
도와주고 싶어라...

마노아 2007-07-24 10:33   좋아요 0 | URL
주의력이 부족해서 이런 것 같아요. 뭔가 나사 하나 빠진 채 움직인 어제 하루였어요.
오늘은 정신 차리고 살아야죠^^;;;

뽀송이 2007-07-24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고... 철푸덕...>.<
이기 무슨 난리래요? 급여소동에! 연금까지...(__)
힘내셔요!! 저도 내일 큰애 안경 다시 맞추러 가야해요.^^;;
마노아님도 안경 얼른 맞추셔요!!

마노아 2007-07-25 13:41   좋아요 0 | URL
이미 입금까지 했으니 이제 더 생각 안 하려구요. 생각하면 할수록 열받아서 잊는 게 상책인 듯 해요^^;;;
눈 건강이 참 중요하죠. 뽀송이님도 안경 잘 맞추고 돌아오셔요~
오늘 몹시 습한데 뽀송뽀송한 기분으로 다녀오셔요^^;;;
 



 
보잉787, 탄소섬유 테이프 감아 만든다? [제 631 호/2007-07-23]
 

지난 7월 9일 보잉사의 차세대 여객기 ‘보잉787 드림라이너’가 일반인에 처음 공개됐다. 연간 60조에 이르는 항공기 시장은 미국의 보잉사와 유럽의 에어버스사가 양분하고 있다. 2000년 이후 보잉사는 유럽의 에어버스사에게 밀리는 추세였는데 이를 회복하기 위해 첨단 기술을 도입한 대형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결정체가 이번에 발표된 보잉787이다.

보잉787 시리즈는 210~330명의 승객을 수송하는 중형 여객기다. 최대 운항 속도는 마하 0.85, 최대 항속거리는 보잉787-9형의 1만5750km다. 지구의 둘레가 약 4만km이므로 한 번 급유로 지구의 반 바퀴를 운항할 수 있는 셈. 이전에 쓰던 번호 대신 새로운 ‘시리즈 번호’를 시작했다는 말은 이전 기종과 뚜렷이 구분되는 장점을 가졌다는 얘기일 것이다. ‘미래의 항공기’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는 보잉787의 특징이 무엇인지 둘러보도록 하자.

기술적인 면에서 보잉787의 가장 큰 특징은 동체 대부분에 복합소재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복합소재란 전혀 별개의 물리적, 화학적 성질을 가진 두 물질을 인위적으로 결합해 새로운 장점을 이끌어낸 소재를 말한다. 복합소재는 강철과 같은 강도를 가지면서도 가벼운 장점이 있다.

보잉787은 상용화된 여객기 중 복합소재를 전면적으로 도입한 최초의 기종이다. 복합소재는 전투기 등 첨단무기에 일부 쓰였지만 항공기에 쓰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았다. 소재의 특성상 모양을 정교하게 만들기도 어려웠거니와 결함을 발견하고 보수하는 일이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설계와 제작에 많은 비용이 드는 복합소재를 최초로 여객기에 도입했다는 점에서 보잉787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보잉787에 사용된 복합소재는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으로, 이는 탄소섬유와 에폭시수지를 결합한 물질이다. 전 기종인 보잉777이 알루미늄 50%에 복합소재 12%를 사용했던 것에 반해, 보잉787은 50%의 복합소재와 15%의 알루미늄, 그리고 12%의 티타늄을 쓰고 있다. 금속을 사용한 기존의 항공기 동체는 볼트를 이용해 금속판들을 엮고 조였다. 하지만 탄소섬유 복합소재는 이런 식으로 동체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전혀 새로운 방법을 도입했다.

먼저 동체 모양의 거대한 틀을 마련한다. 그리고 틀을 회전시키면서 커다란 테이프를 여러 겹으로 틀의 안쪽에 발라 나간다. 이 테이프란 고강도 탄소 섬유로 짠 직물을 액상 폴리머의 혼합물에 담근 것이다. 바르는 작업이 끝나면 틀의 나머지 공간을 에폭시 수지로 가득 채우고 특수 제작한 가압 장치에 집어넣는다. 가압장치의 압력과 열로 화학작용이 일어나며 복합소재가 만들어진다. 마지막으로 씌웠던 보조재들을 벗겨내면 튼튼한 동체가 된다. 787기의 복합 소재 동체를 제작하고 있는 보우트사는 길이 23m, 지름 9m의 세계 최대 크기의 가압장치를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탄소섬유 복합소재로 동체를 한꺼번에 제작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우선 금속판을 잇기 위한 볼트가 필요없게 됐다. 보잉측은 이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여 약 5만개의 볼트 사용을 줄였다고 했다. 볼트 사용을 줄이면 비행기 무게는 가벼워지고 정비에 드는 비용도 줄어든다. 탄소섬유 복합소재는 알루미늄보다 훨씬 가볍기 때문에 연료효율이 올라간다. 보잉사는 수치상으로 20% 정도 효율을 더 얻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복합소재는 압력에 강하기 때문에 비행기 실내압을 현재보다 높게 유지할 수 있다. 일반 비행기는 고도 2400m의 기압을 유지하는데 반해 보잉787은 1800m의 기압을 유지한다. 지상과의 기압차가 줄어들어 비행기 이·착륙 때 생기는 두통과 청각장애를 줄일 수 있다.

또 복합소재는 내습성이 우수하다. 금속은 오랜 시간 습기에 노출되면 내구성이 하락한다. 이 때문에 금속재료를 쓴 항공기는 객실을 건조하게 유지한다. 결국 승객은 건조한 비행기 실내에서 장시간 여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안구건조증 등이 걸릴 수 있다. 습도에 강한 복합소재를 사용한 보잉787은 가장 쾌적한 40~60%의 습도를 유지할 수 있다.

보잉787의 또 다른 장점은 항공사 측에서 엔진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항공사측에서 원하는 성능과 규격의 새 엔진 제품이 나왔을 때 즉각 교체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 엔진 교체는 다른 항공기도 가능하지만 엔진을 교체하는 동안 항공기의 운항을 장기간 중지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했다. 보잉787은 인터페이스를 표준화했기 때문에 롤스로이스사와 GE사의 엔진을 모두 사용할 수 있고, 24시간 내에 엔진을 교체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를 지나친 과장광고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보잉787에도 단점은 존재한다. 이 또한 소재와 제작 공정상의 특성 때문에 발생한다. 복합소재 동체를 만들 때 테이프 사이에 미세한 기포가 들어갈 수 있다. 기포는 당연히 동체의 조직을 약화시키고 균열을 만들 수 있다. 이 균열에 습기가 스며들어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 균열은 점점 커져 결국 안전에 문제를 일으킨다.

문제는 기포 및 균열의 크기가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워낙 작아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또 단일 구조로 제작해 한 부분에 문제가 발견되면 부분적으로 보수하기도 어렵다. 이점은 그동안 항공기 제작사들이 복합소재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기 망설였던 이유이기도 하다. 보잉사가 결함을 찾아내는 신뢰할만한 감지 방법을 제공한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우주선 개발과도 직결되는 항공기 제조분야에 새로운 기술이 전면적으로 도입되었다는 사실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새 소재를 사용하고 새 제작공정을 갖춘다는 것은 기존의 한계를 넘어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주체가 다름 아닌 여객기라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를 마냥 반갑게만 맞이할 수는 없다. 자그마한 결함이 큰 인명사고를 불러올 수 있는 것이 바로 항공기다. 국내에도 도입 예정인 보잉787이 안전에 대해서도 철저한 준비를 갖추길 바란다. (글 : 김창규 과학칼럼니스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 TV홀릭에 쓴 글입니다.




 KBS <경성 스캔들>에는 두 개의 영단어가 등장한다. 하나는 '스캔들'이요, 다른 하나는 '모던'이다. 스캔들은 선우완(강지환)이 일하는 <지라시>같은 가십잡지가 폭로하는 경성 명사들의 남녀상열지사고, 모던은 선우완이나 경성 최고의 기생 차송주(한고은)처럼 신식 교육을 받고 서양식 문물을 받아들인 사람들의 문화적 스타일이다. 부모의 재력으로 자가용을 몰고 다니며 여자를 울리는 바람둥이 선우완은 '모던보이'고, 선우완이 '조선의 마지막 여자'라는 뜻으로 '조마자'로 불리는 나여경(한지민)과 만나게 되는 이유도 주변 사람들에게 아직도 한복만을 고수하고, 자유연애를 거부하는 나여경을 섹시한 서구식 옷을 입고 자유연애를 하는 '모던 걸'로 바꾸겠다고 내기를 걸었기 때문이다. <경성스캔들>에서 스캔들과 모던은 서구적이고, 소비지향적이며, 향락적인 이미지를 가지는 것이다. 이는 곧 <경성스캔들>이 1930년대 일제 강점기를 바라보는 관점이기다. 자유연애를 해야 가능한 스캔들과 서구문화의 유입과 함께 시작된 모던은 모두 근대화의 산물이다. 그러나, 당시 조선의 청춘들은 근대화의 에너지를 생산적인 곳에 쓸 수 없었다. 일제 강점기하에서 그들의 꿈은 가로막혀 있고, 설사 이수현(류진)처럼 친일을 한다 해도 평생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힌 채 살아야 한다.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선우완처럼 '모던 보이'가 돼 댄스홀에서 밤을 지새며 현실로부터 도피하는 것뿐이다. <경성스캔들>의 스캔들은 일제 강점기하에서 연애나 하는 청춘이 아니라, 저지를 것이 스캔들 밖에 없었던 청춘들에 대한 역설이다. <경성스캔들>의 앞에는 현대를 배경으로한 로맨틱 코미디를 연상시키는 선우완과 나여경의 연애담이 있지만, 그 뒤에는 이수현의 말처럼 "그럼에도 살아야 하는" 그 시절 청춘의 허무와 쓸쓸함이 깔려있다. 그래서 <경성스캔들>에서 선우완이 자유연애는 많이 해도 독립운동을 하는 나여경을 만나면서 처음으로 '사랑'을 한다는 스토리는 흥미롭다. 차송주의 말대로 "조국은 왜놈에게 짓밟혀 신음해도 청춘은 언제나 봄"이지만, 일제강점기하에서 선우완은 나여경을 마음껏 사랑하지도 못한다. 선우완이 나여경을 사랑하려면 독립운동을 해야하고, 나여경은 독립 운동을 위해 선우완 대신 이수현에게 접근해야 한다. 근대화의 산물인 자유연애는 청춘에게 봄을 가져다 줬지만, 조국없는 청춘에게 그것은 허무한 향락이 되고, 독립운동이 곧 개인의 연애에까지 영향을 미치던 시대. <경성스캔들>은 모던과 스캔들로 대표되는 청춘의 경쾌함을 일제강점기의 무거운 시대와 결합하고, 시대극의 진지함을 멜로 드라마의 대중성과 조화시켰다. 그것은 곧 우리가 늘 어둡고 무겁게만 생각했던 그 시절에 관한 시대극이 다시 2000년대 '조국의 청춘'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인지도 모른다. 한국의 시대극이 다시 '모던'해지기 시작했다.







글 : 강명석(lennonej@freechal.com)

http://bbs.freechal.com/ComService/Activity/BBS/CsBBSContent.asp?GrpId=908398&ObjSeq=4&PageNo=1&DocId=157958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여덟 개의 발을 가진 친구
다니엘 카자나브 그림, 베르나르 자고드진스키 글, 이세진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4세에서 6까지의 어린이가 보기에는 글이 너무 많고 길다.  읽으면서도 나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림을 그린 이가 니꼴라 시리즈를 그린 사람이었는데, 그래서인지 친근감이 더 들었다.  다소 과장된 느낌의 그림체이긴 한데 익살스럽고 재치있게 느껴졌다.

작품의 주인공은 둘이다.  홀로 외롭게 사는 노인 시메옹과, 그런 그의 눈에 들어(?) 동물원 문을 박차고 나온 아기 문어 푸시.

그들은 아파트에서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푸시는 말을 할 줄 몰랐지만, 둘은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었고, 푸시는 먼 바다를 그리워하면서도 별 어려움 없이 시메옹과 함께 즐거운 나날을 보낸다.

원래 문어가 빨리 자라는 지는 모르겠지만, 작품 속 푸시는 기하급수적으로 체급이 올라가 건물을 거의 뚦고 나갈 정도로 성장해 버린다.

그 바람에 시메옹이 괴물을 키운다는 괴소문까지 돌았지만, 그가 사람들에게 문어 친구 푸시를 소개하면서 소동은 일단락 된다.  문어가 물 없이도 산다는 것도 재미있는 설정이지만, 또 그 문어가 집채만하게 커지는 것도 억지스럽지만, 그런 문어를 친구로 받아들이는 마을 사람들이 더 멋있고 재밌었다.

푸시는 불이난 집에서 일가족을 구해내는 멋진 활약을 선보이며 마을의 명물로 자리잡는다.  그렇지만 시메옹은 알고 있다.  언제까지 푸시를 잡아두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결국 푸시는 바다로 보내지고, 시메옹은 푸시를 만나기 위해서 일년에 한 번씩 대서양 횡단 배를 탄다.  전에는 8개의 다리가 있었지만, 이제는 와이프와 아이들 덕분에 늘어나서 무려 48개의 다리가 바다 위로 손짓을 한다.

상식을 무시하고 상상력을 즐긴다면 작품의 흥미로운 전개에 리듬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림과 함께 글을 읽어주면 아이들도 아기 문어 푸시를 사랑하게 될 듯 싶다.  작품의 또 다른 주역이 '노인'인 것도 나는 어쩐지 마음에 드는 설정이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처럼 - 신영복 서화 에세이
신영복 글.그림, 이승혁.장지숙 엮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2월
구판절판


절반 [折半]과 동반 [同伴]

피아노의 건반은 우리에게 반음의 의미를 가르칩니다. 반은 절반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동반을 의미합니다.
모든 관계의 비결은 바로 이 半과 伴의 여백에 있습니다.
'절반의 비탄'은 '절반의 환희'와 같은 것이며,
'절반의 패배'는 '절반의 승리'와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절반의 경계에서 스스로를 절제할 수만 있다면,
설령 그것이 환희와 비탄 승리와 패배라는 대적의 언어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동반의 자리를 얻을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40쪽

가장 먼 여행

The longest journey for anyone lo us is from head to heart.
인생의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합니다.
냉철한 머리보다 따뜻한 가슴이
그만큼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또 하나의 가장 먼 여행이 있습니다.
Another longest one is from heart to feet.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입니다.
발은 실천입니다.
현장이며 숲입니다.-50쪽

태산일출을 기다리며

당신에게 보내는 마지막 엽서를 끝내고
옆에다 태산일출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잠시 생각한 후에
그림 속의 해를 지웠습니다.
물론 일출을 보지 못하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태산에 일출을 그려 넣는 일은
당신에게 남겨두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곤경에서 배우고, 어둔 밤을 지키며,
새로운 태양을 띄워 올리는 일은
새로운 사람들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55쪽

콜럼부스의 달걀

콜럼부스의 달걀은 발상전환의 전형적 일화입니다.
발상의 전환 없이는 결코 경쟁에 이길 수 없다는 신자유주의의 메시지로 오늘날도 변함없이 예찬되고 있습니다. 아무도 달걀을 세우지 못했지만 콜럼부스는 달걀의 모서리를 깨트림으로써 쉽게 세웠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발상전환의 창조성이라고 하기보다는 생명 그 자체를 서슴치 않고 깨트릴 수 있는 비정한 폭력성이라 해야 합니다.
....................
이것은 콜럼부스 개인의 이야기가 아님은 물론입니다.
그것을 천재적인 발상전환이라고 예찬하고 있는
우리들이 이야기임은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콜럼부스가 도착한 이후, 대륙에는 과연 무수한 생명이 깨트려지는
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생명이 무참하게 파괴되는 소리는
콜럼부스의 달걀에서부터 오늘날의 이라크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곳곳에서 끊임없이 이어져 오고 있음이 사실입니다.-69쪽

속도는 가속으로 가속은 질주로 이어집니다.

자동차를 타고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사람에게
1미터의 코스모스 길은 한 개의 점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에게는
이 가을을 남김없이 담을 수 있는
아름다운 꽃길이 됩니다.-77쪽

빈손

물건을 갖고 있는 손은 손이 아닙니다.
더구나 일손은 아닙니다.
갖고 있는 것을 내려 놓을 때
비로소 손이 자유로워집니다.
빈손이 일손입니다. 그리고 돕는 손입니다.-80쪽

No money No problem

갠지스 강에서 우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사람이 말했습니다.
"No money No problem."
나는 그가 던진 만트라에 화답하였습니다.
"No problem No spirit."-83쪽

나무야 나무야

처음으로 쇠가 만들어졌을 때
세상의 모든 나무들이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그러자 어느 생각하는 나무가 말했습니다.
"두려워할 것 없다.
우리들이 자루가 되어주지 않는 한
쇠는 결코 우리를 해칠 수 없는 법이다."-106쪽

진선진미

ㅁ고표의 올바름을 善이라 하고
그 목표에 이르는 과정의 올바름을 美라 합니다.
목표와 과정이 함께 올바른 때를 일컬어 진선진미(盡善盡美)라 합니다.
목표가 바르지 않고 그 과정이 바를 수가 없으며,
반대로 그 과정이 바르지 않고 그 목표가 바르지 못합니다.
목표와 과정은 하나입니다.-107쪽

우리를 잠재우는 거대한 콜로세움

콜로세움은 맹수와 맹수, 사람과 맹수,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혈투를 벌이던 로마의 원형 경기장입니다.
이 경기장에서 혈투를 벌이다 죽어간 검투사들의 환영이 마음 아프게 합니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우리의 마음을 암울하게 하는 것은 스탠드를 가득 메운 5만 관중의 환호 소리입니다.
인구 100만이던 로마에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엄청난 규모의 콜로세움은 과연 그 영향력의 크기를 짐작케 합니다.
빵과 서커스와 혈투에 열광하던 이 거대한 공간을 우리는 무슨 이름으로 불러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더욱 마음을 어둡게 하는 것은 로마 유적에 대한 관광객들의 그치지 않는 탄성입니다. 이러한 탄성이 바로 제국에 대한 예찬과 정복에 대한 동경을 재생산해내는 장치가 되기 때문입니다.
위용을 자랑하는 개선문은 어디엔가 만들어 놓은 초토焦土를 보여줍니다.
개선장군은 모름지기 상례(喪禮)로 맞이해야 한다는 "노자"의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생각하게 됩니다.
로마제국은 다만 과거의
고대 제국일 뿐인가?
그리고 지금도 우리를 잠재우는
거대한 콜로세움은 없는가?-149쪽



머리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못하고,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합니다.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이,
실천보다는 입장이 더욱 중요합니다.
입장의 동일함, 그것은 관계의 최고 형태입니다.-174쪽

북한산의 사랑과 이성

북한산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모습은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빼곡히 들어찬 빌딩이 너무 무겁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사람의 경우에도 가슴과 이성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합니다.
사랑이 없는 이성은 비정한 것이 되고
이성이 없는 사랑은 몽매와 탐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두 가지 중에서 어느 것이 먼저인가를 이야기하다가
가슴이 ㅁ너저라는 당신을 어리석다고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때 "가슴에 두 손을 얹고 조용히 반성하라"는 말을 우스워하였습니다.
인간의 사고가 이루어지는 곳은 심장이 아니라 두뇌라는 사실을 들을 그것을 비웃기까지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성주의의 극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의 오만이 부끄럽습니다.
우리의 이성이란 한갓 땅 위에 서 있는 한 그루 나무인 것을,
그 흙가슴을 떠나면 뿌리가 뽑힌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북한산에서 보는 서울은 거울입니다.
우리를 반성하게 하는 거울입니다.-183쪽

종이비행기

사상은 실천됨으로써 완성되는 것입니다.
생활 속에서 실천된 만큼의 사상만이 자기 것이며,
그 나머지는 아무리 강론하고 공감하더라도
결코 자기 것이 될 수 없습니다.
하물며 지붕에서 날리는 종이비행기가
그의 사상이 도리 수는 없습니다. -190쪽

새해의 지혜와 용기

세모에 지난 한 해 동안의 고통을
잊어버리는 것은 삶의 지혜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잊지 않고 간직하는 것은 용기입니다.
나는 이 겨울의 한복판에서
무엇을 자르고,
무엇을 잊으며,
무엇을 간직해야 할지
생각해봅니다.-194쪽

태양의 산물

인류의 문명은 태양의 산물입니다.
식량과 에너지는 물론 생명 그 자체가 바로 태양의 산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명사의 과정은 태양을 잊어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잉카 문명에서 오로지 황금만을 계승하였던 무지한 역사가
오늘날도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들의 부끄러움입니다.-198쪽

평화로 가는 길은 없습니다.
평화가 길입니다.-20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