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호주에 나무를 수출한 적 있다? 없다? [제 632 호/2007-07-25]
 

“평생을 나무하고만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나무는 내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됐고 내가 나무 속에 있는지 나무가 내 속에 있는지조차 모를 느낌이 들 때가 많다. 또 그러다 보니 사람의 마음속은 헤아릴 줄 몰라도 나무의 생리나 애환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눈이 트였고, 나무와의 대화 속에서 나무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하게 됐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임학자(林學者) 고 현신규 박사(1911~1986)가 남긴 말이다. 일제의 수탈과 6․25전쟁을 거치며 금수강산이라 불리던 우리 국토는 헐벗게 됐다. 하지만 오늘날은 숲이 너무 울창해 해마다 빽빽하게 들어찬 나무를 솎아내야 할 형편이다. 이처럼 우리 국토를 울창하게 만든 일등공신은 바로 현신규 박사다. 아직 일반 대중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현신규 박사의 공로를 돌아보자.

1963년 미국 상원의 알렉산더 와일리 의원은 한국에 ‘기적의 소나무’가 만들어졌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바로 현신규 박사가 리기다소나무(Pinus rigida)를 엄마로, 테다소나무(Pinus taeda)를 아빠로 삼아 좋은 점만 타고난 리기테다소나무(Pinus rigitaeda)다.

미국 동북부 지역에 자라는 리기다소나무는 재래종 소나무(육송, Pinus densiflora)에 비해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며 추위와 병충해에도 강해서 일제시대 헐벗은 산에 많이 심어졌다. 하지만 리기다소나무는 곧게 자라지 않고 재질도 연약해 목재로서의 가치는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반면 테다소나무는 주로 따뜻한 지방에서 자라며 생장이 빠르고 재질도 좋지만 척박한 토양과 추위에 약한 수종이다. 현신규 박사는 두 나무의 장점만 모아 추위와 병충해에 강하면서 생장이 빠르고 재질이 좋은 나무를 만든 셈이다.

사실 리기테다소나무는 1930년대 미국에서 이미 만들어져 있었다. 하지만 현신규 박사는 미국 여러 곳에서 테다소나무의 꽃가루를 채집해 추위에도 강한 품종을 만들었기 때문에 기존의 리기테다소나무가 내한성을 갖도록 재발견했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유럽의 잡종낙엽송과 에테뉴 라디아타소나무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성공한 ‘교잡종’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우수한 형질에도 불구하고 현재 리기테다소나무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현신규 박사의 소나무 연구는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보다는 과학자 개인의 관심과 노력으로 이뤄졌다. 이 때문에 정부가 산림정책을 주도한 제1차 치산녹화사업(1973~1978)은 경제적으로 유용한 나무보다 빠른 시일 내에 산림을 푸르게 만들 수 있는 속성수 위주로 진행됐다.

또 리기테다소나무의 종자를 얻으려면 리기다소나무의 암꽃에 비닐봉지를 싸서 그 안에 테다소나무의 꽃가루를 주사하는 수작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테다소나무가 남부지역 이상에서는 자라지 않고 개화시기가 4월 21부터 5월 2일까지로 리기다소나무의 개화시기인 5월 1일부터 8일과 겹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숲의 조성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계획해야 함에도 단기적인 녹화사업에 치중한 결과 오느날 전국의 숲에는 쓸모없는 나무가 많은 셈이다. 최근 북한에서는 현신규 박사의 리기테다소나무를 더욱 개량한 리기리기테다소나무의 종자를 우리나라 정부에 요청해 왔다. 그만큼 헐벗은 자연에 살아가는 것은 인간에게는 매우 불행한 일이 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신규 박사는 “포플러나무속은 평지에서 자라고 수분을 많이 요구하기 때문에 경사진 산지에는 심을 수 없다”는 기존 통념을 깬 ‘은수원사시나무’(Populus alba․glandulosa)를 개발했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은 현신규 박사의 노고를 기려 이 은수원사시나무에 ‘현사시나무’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현사시나무는 현신규 박사가 15년이 걸려 만든 ‘걸작’이다. 씨앗을 심으면 그해에 자라나 꽃이 피고 열매를 만드는 풀과 달리 나무는 10년은 지나야 자손을 만들어 오랜 인내를 필요로 한다. 이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 헐벗은 산을 푸르게 만들고 싶어도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은백양과 수원사시나무를 교잡해 만든 현사시나무는 빨리 자라고, 건조에 강하며, 꺾꽂이가 잘 돼 대규모 번식이 용이하다. 곧게 자라는 성질이 있어 목재로 쓰기에 좋다. 게다가 녹병균에 의해 생기는 낙엽병에 저항성을 갖고 있어 헐벗은 땅을 녹지로 만들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1980년대 호주는 포플러나무의 낙엽병으로 골치를 썩고 있었다. 현사시나무가 낙엽병에 저항성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 호주 정부는 숲을 현사시나무로 대규모 교체할 계획을 세웠다. 호주 정부가 현사시나무에 새로운 이름을 붙이길 원했기 때문에 현신규 박사는 ‘Yogi’란 이름을 지어줬다. ‘Yogi’는 현사시나무의 아빠나무인 수원사시나무가 처음 발견된 경기도 수원시 서둔동의 여기산(麗妓山)에서 따온 것이다.

현신규 박사는 2003년 2월 20일 과학기술 명예의 전당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과학기술자인 장영실과 허준, 우장춘 등과 함께 헌정됐다. 현신규 박사는 황폐해진 국토를 위해 재질이 좋고 빨리 자라는 나무를 개발해 보급하는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임목육종연구소가 문을 열고 현신규 박사가 작사한 ‘육종의 노래’ 1절의 후렴부분에는 그 마음이 잘 표현돼 있다.

“칠보산 넘어드는 정기의 바람에, 붉은흙 무르익는 내음새 풍기며 푸른솔밭 넘어드는 조화의 바람에, 가지각색 나무꽃이 향기를 풍긴다. 정열과 의지의 연장을 들메고, 동지여 오늘도 일하러 갑시다. 육종! 육종! 임목의 육종은 하늘이 우리에게 준 사명이라네.”

현사시나무가 심어진 숲 가운데 경관이 가장 빼어난 곳으로 알려진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에 가보면 누구나 ‘아름답다’란 감탄이 절로 나온다. 꿈을 안고 있듯 하얀 나무껍질을 두르고 곧게 위로 뻗은 나무가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를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글 : 서금영 과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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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2disc)
장진 감독, 차승원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보고 싶었던 영화였지만 딱 그 순간에 보고 싶었던 영화는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보게 되었고, 기대 이상의 감동을 받게 된 작품이다.

영화의 제목은 '아들'이다.  '아버지'나 '아빠'도 아니고 '아들'이다.  작품 속에서 차승원은 3살 때 보고서 15년 동안 보지 못한 아들과 하룻밤을 보내도록 허락되어진 무기수다.  무려 15년을 복역한 그는 15년 동안 아들을 보지 못한 한 어머니의 '아들'이기도 하다.  작품 속에선 차승원과 류덕환과의 관계에만 거의 집중을 했지만, 간간히 늙고 병드신 어머니와의 시선을 놓치지 않는다.  치매 걸려 아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옷에다가 거침 없이 실례를 하는 할머니지만, 무심코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옆 자리에 앉으라고 말을 하시는 그분은, 아들을 그리워하는 '어머니'이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보면 사형수들은 무기수들이라도 부러울 수밖에 없다 나오는데, 작품 속 무기수 차승원은 '기다림'을 이야기하면서 사형수들은 처형날이라도 기다리지만 자신들은 기다릴 게 아무 것도 없다며 그 막막함을 얘기한다.  절대적 가치로 누가 더 힘들게냐고 물으면 대답이 궁색해지지만, 무기수들의 기약 없는 기다림도 막막한 것은 사실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저 곤충의 실체가 '하루살이'인지 아닌 지는 작품 속에서 절대로 중요하지 않다.  어제 뭐 했니? 라는 질문에 대칭으로 '내일' 뭐 할 거냐고 묻자 아버지는 버럭 성을 내는 척 한다.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질문이라고...

내일... 내일은 희망이 있을 때에 의미가 있다.  희망이 있고 의미가 있을 때에 기쁨으로 다가온다.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내일은 그저 '견딤'일 뿐이다.  차승원에게 내일은 아들과의 헤어짐이요, 또 다시 기약없는 기다림의 세월 속으로 풍덩 빠지는 것 뿐이다.  어제도 모르고 내일도 모르고 오늘 죽는 하루살이보다, 어쩌면 더 가여울 수도 있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

장진 감독은 사전 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올곧이 상상력에 의지한다고.  이건 영화지 다큐멘터리가 아니라고.  그래서 그의 영화에선 사실성을 비켜가기도 하고 현실과 괴리되어진 내용이 나올 수도 있다.  기러기 가족이 떼지어 날아가는 장면 등은 어처구니 없는 설정이지만, 그 어처구니 없음도 장진식 유머로는 모두 수긍되어진다.  게다가 거기에 동원된 목소리 까메오의 정체를 알게 되면 푸핫!하고 웃을 수밖에 없어진다. 

무려 15년 동안이나 만날 수 없었던, 이제 오늘 지나면 다시 15년... 혹은 그 이상으로 만날 수 없을 지도 모르는 그런 존재가 '아빠'라는 이름으로 나를 찾고 있다.  추운 날씨에 메마른 얼굴을 한, 그리고 갈급한 표정으로 아들을 찾는 아빠의 모습을, 차승원은 꽤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아들은 아빠를 향해, 죽인 사람 얼굴 기억 하느냐고, 뼈아픈 질문도 던져보지만, 부러 차갑게 대하고, 시선도 맞추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래도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을 부정하지는 못한다.  잠들기 전에 불을 끌까?라는 질문에, 불이 꺼지면 잠이 들 것이고, 날이 밝으면 아빠는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들의 돌아누운 등이 외롭고 또 외로워 보였다.

그 밤, 밖으로 나가 그들만의 시간을 보내자고 모의했을 때, 알면서도 모르는 척 보내주던 박교도관의 마음씀이 예뻤고, 새벽 시간에 아빠를 소개시켜주겠다고 불러내자 졸린 눈을 비비며 나와 준 어여쁜 얼굴의 여친의 마음이 참 고왔다.

새벽 사우나에서 아버지 등의 호랑이 문신을 보고 멋있다고 감탄사도 외치고, 함께 잠수를 해준 아빠를 향해 살인자도 무기수도 아닌, 그저 '우리 아빠'라고 지칭할 때 마음이 짜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뜨거운 욕탕 안의 풍경은 어느덧 해저 풍경이 되어 있고, 그 푸른 바다빛은 참으로 따사롭게 느껴진다.

이제 시간은 그들이 헤어져야 하는 순간으로 치닫고, 기다란 기찻길에서 그들은 잡은 손을 통해 서로의 정을 느끼고, 이 영화의 최대 반전으로 접어든다.  혹자는 반전 때문에 오히려 빛을 바랬다고 하지만, 나의 감상으로는 반전 자체는 영화의 본질에 아무 영향도 못 미치는 듯 싶다.  반전이 있어도, 혹은 없어도 영화는 따스한 감성 그대로를 자극했고,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하는 마음에도 변화가 없다.  그들 사이에는 이미 용서와 이해와 그리고 '인정'이라는 관계 형성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영화 초반에 류덕환이 피아노 치는 장면이 나왔는데 너무 수준급이어서 화들짝 놀랐었다.  인터뷰를 보니 컴퓨터로 합성했더란다.  세상에... 기술도 좋지... 어쩐지 손이 여자 손 같은 느낌이긴 했더라.(남자 손이라도 감탄은 마찬가지~) ^^ㅎㅎㅎ

좋아하는 감독과 좋아하는 배우들이 만나서 만든 맘에 쏙 드는 감동의 드라마.  더 많은 사람들이 오래오래 보았으면 하는 영화로 기억될 듯 싶다.  영화의 제작진 모두에게 격려의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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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의 숲 14권이 곧 출간된다.  한정판으로 화보집 성격으로 하나가 더 출간되는데, 알라딘에선 이미지가 뜨질 않고 설명도 같이 없어서 어느 게 한정판인지 모르겠다.(ㅡㅡ;;)

솔직히 그림이 확! 예쁜 작품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정판에 눈이 솔솔 간다.  아직 일주일 남았으니까 좀 더 고민을 해야지..;;;

 

 

 

 

바람의 나라 24권이 나왔다. 그렇다면 스페셜 에디션도 곧 나올 테지?  스페셜 에디션은 한참 전 이야기이니 나와도 벌써 나왔을 법 하지만, 선생님이 워낙 바쁘신가 보다. 궁금궁금...

 

 

 

 

요번에 재판되어 나왔다.  영화로 개봉을 해서 그 김에 같이 나왔나 보다.  강경옥 샘을 좋아하긴 하지만 공포물이라서 영화를 볼 것인가 고민이 된다.  다 읽은 건데도 결말이 잘 기억이 안 나는 것은, 아마도 앞에 1.2권만 보고 3권을 채 못 본 것 같다.  결말은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데 말이다.

 

 

 

 

우왓! 한권만 나와도 반가운데 두권이 같이 나왔다 . 연재물인데 어케 이게 가능하지? 신기함...;;

 

 

 

 

우왓! 이런 표지를 달고 나왔구나.  미출간본으로 먼저 보았는데, 이렇게 보니 반갑다.  표지가 강렬한 것이 마음에 든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반응으로 책을 읽을까 궁금함. ^^

***

근데 다 좋은데, 알라딘 상품 넣기 기능을 쓰면 꼭 창이 클릭하는 순간 바닥으로 떨어진다.  다음 상품을 추가하려면 창도 띄워줘야 하고 '확인' 버튼도 눌러줘야 하고, 이건 참 불편하다.  마이리스트 만들 때는 상품 추가해도 이렇지 않은데 말이다.  투덜투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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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7-07-24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의 나라]라...김진님 작품 안본 지 오래되었네요. 그러고보니 여고 시절 받아두었던 김진님 사인도 어디 뒀는지...

마노아 2007-07-24 21:45   좋아요 0 | URL
저도 보다 말다가 다시 보기를 계속 반복했어요. 이번에 스페셜 에디션이 마지막 판본이 될 것 같아서 그걸로 다시 모으고 있답니다. ^^;;;

무스탕 2007-07-25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24권이 나왔네요? 얼마전에 23권 구입한것 같은데..? @.@
울 혜린님도 얼른 광야를 내주셨으면 좋겠어요.

마노아 2007-07-25 13:55   좋아요 0 | URL
경성스캔들 보면서 광야 생각이 났어요. 어여 나왔으면 좋겠어요^^

비로그인 2007-07-25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객] 말이죠... 전에 마노님의 페이퍼를 보고서 '보고싶다'라고 생각을 하고
대여점에 가서 들추어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그림을 보고 다시 내려놓았죠.
사실, [도시로 올시다]에서 '그림이 아무리 꽝이라 해도 내용이 재밌으면 OK'라는
단계까지 갔다고 스스로를 대견스럽게 생각했었는데.(웃음)
아직도 저는 어린애같은 투정을 부립니다. '에잉, 그림이 이게 뭐야...쩝' 하고.

마노아 2007-07-25 16:00   좋아요 0 | URL
아하하핫! 영 취향에 안 맞는 그림들이 있기도 하죠. 전 내용이 좋으면 그림은 봐주는 편이에요. 그치만 그림이 좋은데 내용이 꽝이면 그건 많이 아쉽더라고요.
허영만씨 스타일이 원래 그런 거라서 상관 안해요. 아마도 '익숙'해진 탓일 거예요. 전 오히려 클램프처럼 뾰족한 턱선의 그림은 손이 잘 안 가더라구요^^;;;

비로그인 2007-07-25 16:39   좋아요 0 | URL
아핫..;; (긁적)
하여간, 전 아직도 '반찬 투정'하는 어린애랍니다. 아직도 자라는 중.(웃음)
누군가, 제게 '철 좀 들어!'하고 외친다면, 무거운 아령을 들어보이겠어요.쿳-

마노아 2007-07-25 17:40   좋아요 0 | URL
그림에 대한 애정이 깊어서 그런 것 같아요^^
철 들라면 아령을 들라는 재치 역시 엘신님이니까 가능한 것 같아요.
내게 없는 유머 감각이 부럽습니다^^

비로그인 2007-07-25 18:20   좋아요 0 | URL
푸하하핫. 이런 외계식 유머를 이해하는 마노님이니까 함께 웃는 겁니다.(쿳)

마노아 2007-07-25 18:39   좋아요 0 | URL
하핫, 그런 건가요? 저는 엘신님이어서 웃게 되나 봅니다. 나의 비타민~!

비로그인 2007-07-26 10:52   좋아요 0 | URL
오옷~! +_+

마노아 2007-07-26 11:21   좋아요 0 | URL
오늘도 엘신님 꿈을 꾸어버린 나는 대체 무엇인가....ㅜ.ㅜ
꿈에서 엘신님이 영능력이 너무 세가지고, 제가 화들짝 놀랐어요.
이미 죽은 사람에 관한 것을 시각화해서 보여주던데요.
음... 무서웠어요ㅠ.ㅠ
 
당신이 외우는 시 한 편

당신의 손끝만 스쳐도 소리 없이 열릴 돌문이 있습니다.  뭇사람이 조바심치나 굳이 닫힌 이 돌문 안에는, 석벽난간 열 두 층계 위에 이제 검푸른 이끼가 앉았습니다.

당신이 오시는 날까지는, 길이 꺼지지 않을 촛불 한 자루도 간직하였습니다.  이는 당신의 그리운 얼굴이 이 희미한 불 앞에 어리울 때까지는, 천 년이 지나도 눈감지 않을 저의 슬픈 영혼의 모습입니다.

길숨한 속눈썹에 항시 어리운 이 두어 방울 이슬은 무엇입니까?  당신의 남긴 푸른 도포 자락으로 이 눈썹을 씻으랍니까.  두 볼은 옛날 그대로 복사꽃 빛이지만, 한숨에 절로 입술이 푸르러 감을 어찌합니까?

몇 만리 굽이치는 강물을 건너 와 당신의 따슨 손길이 저의 목덜미를 어루만질 때, 그때야 저는 자취도 없이 한 줌 티끌로 사라지겠습니다.  어두운 밤 하늘 허공중천에 바람처럼 사라지는 저의 옷자락은, 눈물 어린 눈이 아니고는 보이지 못하오리다.

여기 돌문이 있습니다.  원한도 사무칠 양이면 지극한 정성에 열리지 않는 돌문이 있습니다.  당신이 오셔서 다시 천 년토록 앉아 기다리라고, 슬픈 비바람에 낡아가는 돌문이 있습니다.

 

*****

이 시를 처음 접한 것은 이미라의 만화에서였다.  "바람의 노래, 달 그림자"라는 제목이었던 것 같은데, 천년이나 연인을 기다려온 한 여인이 설움에 겨워 현세에 다시 태어난 정인을 보며 읊었던 시였다.  소재에 비해서 전개가 식상했지만, 이 시만은 참 인상 깊어서 학교 앞 문방구에서 복사를 했는데, 십년도 더 전에 300원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먹물이 많이 쓰여서 복사비를 많이 청구했단다.)

그리고 나서 일년 뒤 문학 시간에 이 작품을 배웠다.  당시 우리 문학 선생님은 별명이 '백조'였는데, 정말 우아함의 극치를 달리셨던 분이다.  생김새는 왕비상이었고(사주보는 사람의 말이 그랬단다) 말씨도 나긋나긋, 행동도 너무나 품격이 있어보였던 그 선생님은, 자습서에나 나오는 그런 설명으로 문학작품을 가르쳐주지 않으셨다.  당신의 해석으로 재탄생한 시들이 어찌나 아름다웠던지...

이분은 사미인곡, 속미인곡을 다 외우시는 분이었는데, 낭송하실 때 그 모습을 감상하는 게 나의 즐거움이기도 했다.

고3 수업을 다 마치고 혼자 울기도 했는데, 이 명강의를 다시 못 듣는다 생각하니 억울해서였다.

이 시도 선생님께 배우면서 더 좋아졌었다.  조지훈 시인이 워낙 시를 잘 쓰기도 하셨고...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여기다.

원한도 사무칠 양이면 지극한 정성에 열리지 않는 돌문이 있습니다.

긴 기다림이, 그 지극한 사랑이, 이제 원한으로 바뀌어버린... 시를 감상하는 사람에게도 그 절절함과 서러움이 전해진다.

테마참여 한 번도 못했는데, 좋은 테마가 보이길래 처음으로 참여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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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도 그런 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침 일찍 뭔가 안 좋은 일로 하루를 시작하면 하루종일 일진이 사나울 때가 많다.  그래서 부러 조심하려고도 하지만, 그럴 수록 뭔가 더 일이 꼬인다.

오늘 아침은 그넘의 연금 전화로 시작했다.  행정실의 업무 착오로 호봉 계산이 잘못 됐고, 그 때문에 푼돈으로 받아 목돈으로 갚은 일화는 지난 4월의 이야기.

그리고 작년의 잘못 계산된 호봉으로 책정된 국민연금 부족분을 더 입금하란 얘기가 오늘 나왔다.

과연 나 늙어서 제대로 받을 지 알수도 없는 그 돈보다 지금의 내게 더 긴하게 쓰일 이십 여 만원. 미안타 소리도 않고 오히려 학교 측이 손해라는 식으로 말한 그 사람 참 얄미워서 더 열받아 버렸다. (솔직히 학교 돈을 내는 것도 아니면서 학교가 뭔 손해란 말이냐, 버럭!)

암튼, 그리고 고추 사건으로 안 그래도 엄마한테 깨짐. 청양 고추 기껏 말려놓은 것 잃어버렸다고... 흑흑... 할 말이 없음.

여기까지가 외출 전의 일이다.

맡겨놓은 속옷 찾으러 백화점 가면서도 난 정말 조심스러웠다.  그런데 아뿔싸!  백화점에 도착하니 오늘 휴일이란다.  헉... 원래 '월요일'은 쉬는 날인가???

허무했다.  오늘따라 발 아픈 샌들 신고 나와서 걷는 것도 힘들었고, 가방에 선물할 책이 들어 있어서 얼마나 무거웠는지 모른다. 날 더운 것도 물론이고.

두려웠다.  오늘의 삽질이 여기서 끝이 아닐까 봐.  뭔가 한 건 더 남았을까 봐 나는 정말 두려웠다.

아무튼... 남대문에 들러 심부름할 물건을 받아서 가게로 직행.  가게에서 물 두컵 마시고 다시 사당 역으로 향했다.

총신대입구에 도착했을 때 전화가 왔다.  나와 만날 K언니의 전화.  저 다음에 내려요~ 하고 끊었는데, 표를 내고 역 위로 올라가는데, 도무지 출구를 못 찾게는거다.

여기서 자주 만났는데 왜 이렇게 낯설까.... 도저히 안되겠어서 다시 전화를 했다.  몇 번 출구인지 물으려고...

근데... 언니가 전화를 받는 순간 떠올랐다. 우리의 약속 장소는 사당이 아니라, 총신대 입구 태평백화점 앞이라는 것을....

나... 또 삽질했구나... 흑흑...

난 그냥 길치의 문제가 아니라, 머리가 너무 나쁜 게 아닐까 라는 자학 모드로 변신.

총신대 입구에선 태평백화점 반대편으로 나가주는 센스하고는...ㅜ.ㅜ

정말, 힘든 하루였다.  발도 퉁퉁 부었고....

언니 만나고 나서 보니, 가지고 가려고 맘 먹었던 "안녕 데이빗"도 안 들고 나가고...ㅠ.ㅠ

엉엉... 내일은 반성의 의미로 집순이 해야겠다.  집 나가는 게 두렵다.  터얼썩.....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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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24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네요.
푹 쉬셨나요?
저는 잠이 잘 안와 새벽에 깼어요.
좋은 하루 되세요.

마노아 2007-07-24 10:32   좋아요 0 | URL
피곤해서 금세 잠 들었어요. 민서님 불면의 밤을 보내셨군요.
오늘은 잠이 잘 올 거예요. 우리 멋진 하루 보내요^^

무스탕 2007-07-24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뭐 하고 계세요? 날씨가 아침부터 별로 안 이쁘구만요 ^^
저는 오늘 친구들을 만나서 '트랜스포머'를 보기로 했어요. 그리고 저녁 먹고 올 계획이에요.
햇볕이 쨍쨍하지 않아서 좋기는 합니다만 비가 오는건 귀찮아요 -_-
마노아님.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마노아 2007-07-24 13:27   좋아요 0 | URL
내내 청소하고 설거지 마치고 차가운 커피 한잔 타고서 이제 컴퓨터 앞에 앉았어요.
서재 글이 무려 토요일부터 밀려 있답니다. 찬찬히 보려구요^^
무스탕님 영화 재밌게 보고 오셔요~

비로그인 2007-07-25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부러 조심하려고도 하지만".....에서. '부러'는...낯설은 표현입니다.
그것은 '일부러'와 같은 뜻입니까? (긁적)

마노아 2007-07-25 16:01   좋아요 0 | URL
부러 : 실없이 거짓으로
일부러 : 특히 일삼아. 또는 마음을 내어 굳이
제가 쓴 표현은 '일부러'가 맞는 표현이겠네요. 전 주로 '부러'라는 말을 더 선호해 왔어요. 어감이 그게 더 좋아서요. 이젠 좀 구별해서 써야겠습니다^^;;;

비로그인 2007-07-25 16:42   좋아요 0 | URL
부러...부러....저는 너무 낯설어서, 아직 감이 안잡힙니다.^^;
어디다 써야 할까...? (긁적)

마노아 2007-07-25 17:42   좋아요 0 | URL
저는 언제부터 이런 단어를 쓰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어요. 전에도 어떤 분이 낯설다고 했었는데 많이 쓰는 표현이 아닐 수도 있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