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연속 가게에서 봉사중이다.ㅡ.ㅡ;;;

지나친 컴맹인 언니는, 쇼핑몰 연구라는 명목 아래 무수한 사이트들을 돌아다녔고, 그 바람에 컴퓨터는 온통 바이러스 천지였다.  목요일에 싹 점검하고 바이러스 퇴치를 겸한 뒤 컴 상태는 쓸만하게 변했는데, 언니가 스피커를 집에 갖다 놓은 게 문제였다.

형부가 멀쩡히 검사해서 설치해주고 간 지 이틀도 안 되어서 고장이라고 도로 들고 왔는데, 아마도 그 역시 바이러스를 겸한 어떤 문제로 그랬을 것이고, 기계 자체의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하여간, 그 바람에 지금 컴퓨터는 인터넷은 가능해도 소리 없이 사용해야 한다는 난점이 있다.

듣고 싶은 노래를 들을 수도 없고, 드라마나 영화를 볼 수도 없다.

이 더운 날에, 음악도 없이, 소리도 없이... 지루하고 지루하고 지루해서 미치겠다.

책은 읽고 있는데, 생각외로 재미가 없어서 난감하고, 더우니까 이것도 곧 짜증나고, 그렇다고 매장을 비울 수는 없으니 더 화딱지 난다.

언니가 오려면 앞으로도 세시간은 더 있어야겠고, 컴 고장인 줄 알고 지인에게서 컴퓨터를 제공받기로 했는데, 저녁 9시에나 온다고 하고, 이래저래 오늘은 가게에 내리 묶여 있어야 할 판.

후아....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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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7-07-28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지루하시면 피부미용에 않좋은데.. ^^;
뭐 하고 놀까요? 딱지치기 할까요 땅따먹기 할까요? 아님 묵찌빠?
에이.. 뭐가 됐든 파트너가 있어야 가능한 놀이들이네..
하는수 없네요. 혼자서 할수 있는 핸드폰 고스톱 치세요 ^^*

마노아 2007-07-28 18:03   좋아요 0 | URL
핸드폰이 워낙 꼬져서 그런 기능 없어요. 있어도 할 줄도 몰라요^^;;;
시원한 물속으로 풍덩! 빠졌음 좋겠단 상상을 하고 있어요.
라디오에선 윤종신의 "팥빙수"가 나오네요. 아.. 덥다...(>_<)
 

확실히 알라딘이 남다르다는 생각을 한다.  운영자 측에서 어떤 공지가 올라왔을 때 거기에 대해 왈가왈부 말이 많을 수 있다는 것은 확실히 어느 정도의 애정과 관심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본다.

서재서포터즈 얘기가 나왔을 때 "이주의 마이 리뷰"를 추천수로 뽑는다고 하니 걱정이 되었다.  대부분의 서재인들이 걱정하는 것들에 대해서 나 역시 쪼금(정말 쪼금이었다..;;;)은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시행착오는 있을지언정 차차 정착화되겠거니... 쉽게 생각했는데 많은 분들의 우려는 그보다 더 커보인다.

그런데 가만 들여다 보니 알라딘에서의 행동반경이 내가 참 다르구나...싶었다.  그러니까 철저하게 나 편한대로 움직이는데....

하루 중 인터넷을 쓰는 시간 중 내가 알라딘에서 상주하는 시간은 꽤 된다.  나는 주로 내가 즐겨찾는 서재 브리핑을 돌아보거나 아니면 내가 쓸 리뷰 때문에 머물러 있다.

나는 즐찾 브리핑만 보기도 바빠서 다른 페이퍼나 리뷰를 다 돌아보지 않지만, 즐찾하는 서재라고 해서 '리뷰'를 다 보지는 않는다.  클릭했을 때, 내가 관심을 갖는 책이거나 혹은 내가 이미 읽은 책에 대해서 이 사람은 어떤 관점을 갖고 있는가 궁금해졌을 때 읽기도 한다.  어린이 책일 경우 별 다섯 평점이 있다면 한 번 더 들여다 본다.(조카를 위해서^^;;)

초기에 서재 활동 시작했을 때는 리뷰도 빠짐없이 읽었는데, 이게 나중에 엄청난 압박이 되었다.  서재인의 유쾌함과 발랄함과 달리 리뷰는 별로인 경우가 있고, 시도 때도 없이 강림하는 지름신도 두려웠다.  또 어떤 글은 리뷰만 보면 당장 보고 싶어 침을 꿀꺽 삼키게 만드는데, 막상 읽어보면 리뷰가 더 좋을 때도 있었다.  지금 내게 쌓여있는, 사두고 읽지 못한 무수한 책들의 압박이 없다면 리뷰를 더 즐겁게 읽을 수도 있겠다. 

이 주의 마이리뷰가 새로이 뽑히면, 누가 되었나 궁금해서 클릭해 보지만 거기에 관심사 책이 있는 게 아니라면 난 읽지 않는다.  축하한다는 짧은 메시지는 남길 수 있지만.

그러나 또 동시에 누군가의 서재를 즐찾할 때엔 그 사람이 쓴 한편의 리뷰에 탁! 걸릴 때가 많다.   그래놓고 즐찾하고 나면 리뷰를 또 안 읽게 되기도 함..;;;;

내가 남의 리뷰를 정성스럽게 읽지 않을 때가 많지만, 내가 정성들여 쓴 리뷰에 대해서 추천이 없으면 솔직히 아쉽긴 하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ㅡㅡ;;;)

서재 서포터즈에 신청을 했는데, 특별히 영역을 나눠주지 않는다면 나는 여전히 내가 보고 싶은 리뷰들을 골라 읽을 것이다.  골라 읽었는데 별로라면 추천은 어림 없겠고, 다른 글을 더 읽을 테지.  특별히 내가 아는 사람이어서... 혹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어서 굳이 찾아 읽고 추천을 할 리는 없다. (나로서는)

전에는 땡스투~버튼을 누르면 추천이 자동으로 되었는데 지금은 분리되어 있다.  둘이 묶여 있을 때에는 잘쓴 리뷰보다 잘 팔리는 책에 추천이 더 많았던 게 자명했으므로 필요한 조치로 보인다.  땡스투는 되어 있는데 추천은 없다면 좀 씁쓸해 보이기는 하지만. (역시 사람 마음이, 아니 내 마음이 간사해..;;;;)

그나저나, 어제 주문한 책은 오늘 배송 가능하다고 되어 있었는데 아직도 상품준비중이다.

그 중 한 책이 예약 책이어서 월요일 배송이니, 묶여서 월요일에 올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정말 월요일에나 다같이 올 모양인 듯. ;;;;

요새는 책을 좀 자제해서 주문하는 편인데 택배 아저씨가 뜸하니 역시 섭섭하다.(이 간사함을 어이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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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7-28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땡스투가 추천과 같았다는 거 지금 처음 알았어요 ㅡㅡ;;;

마노아 2007-07-28 15:37   좋아요 0 | URL
저도 몰랐는데, 땡스투를 누르고서 다시 추천을 누르면 "이미 추천하셨습니다"하고 뜨더라구요. 예전 체제에서는요. 그래서 알게 되었어요^^;;;

비로그인 2007-07-28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곳에서도, 저 곳에서도 다들 관심과 애정으로 알라딘마을에 대해 이야기들 하는데.
저만 너무 무심한 것 같군요.(웃음) 하지만 옳은 소리들을 내놓은 지식인들이 많아서
외계인까지 나설 필요가 없을 듯. 쿠쿠쿳.
사실, 저는 그다지 관심이 없거든요. 추천이 많이 생기든, 댓글이 얼마나 달리든,
눈에 띄는 페이퍼가 알라딘서재 메인에 뜨든 말든. 그냥 즐길 뿐입니다.
내가 쓰고 싶을 때 글을 쓰고, 내가 읽고 싶을 때 알라디너들의 글을 음미하고.
저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을 하는 녀석이니까.^^

어쨌든, 마노님은 언제나 공정한 평가를 내리는 서포터즈가 되실거라고 믿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찔금했어요.
"서재인의 유쾌함과 발랄함과 달리 리뷰는 별로인 경우가 있고"
쿠헬헬헬...(긁적)

마노아 2007-07-28 15:53   좋아요 0 | URL
저도 늘 무심한 녀석이었는데, 이번엔 제가 신청을 해놓은 터라 좀 더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중이에요(제가 안 지켜봐도 잘 흘러가지만요~ ^^;;;;)
좋은 리뷰를 쓰는 게 참 어렵지요. 저도 늘 찔려하는 부분이랍니다.
게다가 유쾌상쾌발랄하지도 않은 인간이니 더 그렇죠^^;;

무스탕 2007-07-28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리뷰 거의 안봐요... --;;
제가 살 책에 달려 있는 리뷰나 읽고 몇 분의 리뷰나 챙겨 보는 정도지요.
사실 서재라는 것의 운영 목적중 제일 큰 부분이(알라딘측에서 원하는) 리뷰일텐데 제 서재엔 하나의 리뷰도 없거든요? 그저 가벼운 페이퍼만 휘날리고 있지요..
이런 서재는 아마도 알라딘도 미워할꼬야...
리뷰라는 것이 은근히 부담이지요, 저 같이 제대로 단어 설정 + 나열 + 조합을 못하는 사람들에게는요. 그래서 아예 손 안대기로 작정하고 시작했어요.
그렇다고 전혀 끼적거리는게 없지는 않지요. 숨겨놓은 방에 나름 간단히 기록은 하지요 ^^;

마노아 2007-07-28 17:43   좋아요 0 | URL
리뷰를 보고 관심이 생겨 책을 구매할 때는 리뷰에 목말랐는데, 지금은 그렇게 해서 구비한 책이 너무 많아 스톱!을 외쳤어요. 근데 아마 리뷰 안 읽는 분들도 꽤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 페이퍼를 더 즐겨 읽습니다. ㅎㅎㅎ

이매지 2007-07-28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 땡스투는 하루에 3~4씩 들어오는 책인데 추천은 한 방도 없어서 아쉬워요. 흑.
저도 사실 관심있는 책 아니면 리뷰를 꼼꼼히 읽는 편은 아니라.
사실 그것도 엄밀히 말하면 일이죠 ㅎ

마노아 2007-07-29 00:59   좋아요 0 | URL
이매지님도 저랑 비슷하군요. ^^
리뷰 쓰는 것도 힘들지만 읽는 것도 내공이 필요한 듯 해요^^
 

언젠가 한꺼번에 만화책을 많이 구입하면서 온라인 이용권을 받은 기억이 났다.  사용기한이 며칠 안 남아서 오늘 써 봤는데, 권교정의 "청년 데트의 모험" 단행본 3권 뒷부분을 조금 더 보았고(짧아서 어찌나 아쉽던지...ㅠ.ㅠ)

유시진의 "온"은 완결편까지 다 보았다.  단행본으로 나오면 분량이 얼마나 될런지... 4권 정도 나오려나?

두 책을 보면서 제대로 판타지답다는 느낌을 받았다.  애정이 어느 정도 밑바탕이 된 것도 사실이지만, 독자에게 흥미와 관심, 그리고 설레임을 주면서 어느 정도의 감동도 주니까 참 즐거운 만남이었다.

권교정 덕분에 요새 환파티 문학에 좀 관심이 가긴 했는데, 모든 판타지 문학이 다 내 구미에 맞는 것은 아님을 또 새삼 깨닫는 중이랄까..ㅠ.ㅠ



온을 보면서, 이런 사랑도 있고, 이런 감정도 있구나.... 신기하고 놀라웠다.  이미 다 노출되고 다 알려진 세계의 일 같은데도, 무수히 많은 감정의 갈래들이 계속 쏟아진다.  상상력의 세계란 정말로 오묘하다.

작품이 '만화'였기에 표현할 수 있는 장점들도 십분 활용해 주었고, 계속해서 진화하는 그림도 마음에 든다.  옆모습은 아직도 덜 익숙하지만...(너무 높은 코에 익숙한 탓이 아닐까 싶다ㅠ.ㅠ)

그러고 보니 We6에도 캐쉬가 좀 남아 있는데 한동안 들어가보질 않았다.  아무래도 책으로 보는 것을 더 선호하다 보니 컴퓨터 화면으로 책을 보는 것은 아직도 달갑지가 않다. 

'온'이 단행본은로 어여 나왔으면 좋겠다.  무수한 철학적 메시지들은 어려워서 되새김질이 필요했으니 복습을 해야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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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7-07-27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온이 완결되었어요? +.+
그때 잡지 망하고나서 안나오는줄 알았어요~ 와아아!!!

마노아 2007-07-27 19:21   좋아요 0 | URL
4월에 완결된 것으로 정보 나오더라구요. 단행본 작업 한창 중이겠지요?
완결됐으니 전권 묶어서 나오려나... 박스까지 주면 좋겠어요^^

Koni 2007-07-27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온이 완결되었군요. 온라인으로 연재 시작할 때 손가락만 빨았는데...(짧은 웹툰 외에는 모니터로 만화 보는 게 감질나서.) 단행본으로 빨리 나오면 좋겠어요.^-^

마노아 2007-07-28 00:11   좋아요 0 | URL
저도 굳이 모니터로는 안 보려고 하는데, 공짜 캐쉬가 생겨서 보았어요^^
여전히 매력적이더라구요. 어여 단행본 나오길 기대하고 있습니다^0^

무스탕 2007-07-28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시진은 분명 독특하고 뛰어난 작가인데.. (날로 그림도 좋아지고 있고!)
최근엔 나오면 거의 구입은 하고 있는데.. (일종의 관성의 법칙이라죠..)
이상하게 요~~만큼씩 저랑 어긋난단 말이에요... -_-a

마노아 2007-07-28 17:44   좋아요 0 | URL
일종의 궁합같은 건가봐요. 전 지금 허니와 클로버 1권 읽고 있어요. 다 읽고 리뷰 써야지..^^;;;;
 



 
차만 타면 꾸벅꾸벅, 대체 왜? [제 633 호/2007-07-27]
 

장모님 생신 때문에 목포에 있는 처가로 가는 길, 빠르게 스쳐가는 창밖 풍경이 어지럽다. 아내는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아침 일찍 내려갔고, 난 학교에서 돌아온 철수와 함께 후발대로 가는 중이다. 역에서 산 도시락은 이미 먹었고 식후 커피 한 잔도 즐겼다. 창에 반사되는 오후의 햇살이 눈부시고 따스하다. 그래서인가 졸리다. 너무 졸리다. 눈꺼풀이 무거워….

“졸리시면 주무세요. 도착하기 전에 깨워드릴게요.” 책을 보던 철수 녀석이 씨익 웃으며 말을 건다. “졸리긴 누가 졸려”하고 너스레를 떨어봤지만 녀석의 다 안다는 표정에는 도저히 당해낼 수 없었다. 담배 한 대만 딱 피면 잠이 깰 것 같은데. 하지만 기차는 전체 금연이다. 거기다 난 지금 금연 중이다. 사나이 오나전, 가족과 한 약속을 깰 수 없다!

“아빠 지하철 안에서도 조시죠? 어쩐지 ‘헤드뱅잉’을 열심히 하실 것 같은데.”
“이 녀석, 난 창문에 머리 붙이고 얌전하게 자.”
철수 녀석이 던진 질문을 계기로 난 얘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입과 머리를 움직이면 잠이 깨겠지 하는 마음으로.

“하지만 지하철에서 조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지. 사실 굉장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야.”
“에이. 또 핑계 대려고 그러시는 거죠?”
“누가 들으면 내가 매일 핑계만 대고 사는 사람인 줄 알겠다! 사람들이 지하철만 타면 자는 이유에 대해 연구한 과학자들이 실제로 있단 말이야.”
“그걸 연구해요? 그냥 아침에는 잠이 부족해서, 저녁에는 피곤해서 조는 거 아니에요?”
“물론 그런 것도 이유 중 하나지. 그렇지만 낮에 자는 사람들은? 다 전날 밤을 새거나 잠을 설쳤을까?”
“음 그러고 보니 그렇네. 이유가 대체 뭐죠?”
“일본철도기술연구소에서 조사했더니 지하철의 진동수가 2Hz로 나타났단다. 1초에 두 번씩 진동한다는 얘기지. 그런데 2Hz로 흔들리는 곳에서 사람들이 가장 잠들기 쉽다고 해. 그러니 지하철에서 다들 꾸벅꾸벅 조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란다.”

으아. 자는 얘기 하니까 더 졸립네!
“요즘에는 흔들침대라고 하던데, 요람 알지? 흔들의자처럼 왔다 갔다 하는 아기용 침대. 거기 누우면 잠이 솔솔 오는 것도 같은 원리지. 바다가 잔잔한 날의 배도 마찬가지야. 물론 배멀미가 심한 사람은 별개겠지만. 기차나 버스도 지하철만큼 딱 맞는 진동수는 아니지만 꽤 흔들리잖니? 사람들이 교통수단을 이용하면서 잘 자는 이유야.”

말 끝나기가 무섭게 기차가 ‘덜컹’하며 멈췄다. 얘기하는 중에 역에 들어선 모양이다. 자다가 깨서 놀란 표정으로 두리번거리는 사람이 몇 명 있었다. 내리고 타는 사람들로 부산스러운 와중, 열린 문 사이로 들어오는 신선한 공기가 반가웠다. 조금은 잠이 깨는 것 같다.

“이산화탄소도 사람을 재우는 중요한 요소지. 이산화탄소가 늘면 뇌로 가는 산소량이 줄어들어 나른하고 졸립단다.”
“아…. 기차나 버스처럼 사람이 많고 좁은 공간에는 이산화탄소가 많겠군요.”
“이런 내가 할 대사를 미리 해버리면 어떡해 (‘이래야 대화가 이어지죠’ 싱글거리는 철수 앞에서 할 말을 잠시 잃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올해 초에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사했더니 기차는 1400~2200ppm, 고속버스는 2500~3500ppm까지 나왔단다. 1ppm은 1000분의 1g이야. 버스나 기차 같이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의 허용기준인 1000ppm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지. 사람이 많은 좁은 공간에서 환기를 잘 안 해서란다. 산소가 부족하고 이산화탄소가 너무 늘어나면 사망할 수도 있어. 그래도 버스나 기차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죽을 정도는 아니니 너무 걱정은 말렴.”

얘기를 하며 계속 이산화탄소를 만들어서 그런가, 다시 잠이 쏟아졌다. 아 안 돼. 아들 앞에서 얘기하다 잠들어버리는 ‘주말의 게으른 아버지’상을 보여줄 수 없지. 할 수 없다. 입을 다시 움직여라 오나전. 네가 아들 앞에서 체면 구기지 않을 길은 그것 뿐이다.

“기차나 버스에는 잠을 방해하는 요소도 분명히 있어. 저주파 소음이라고 들어봤니?”
“저주파? 주파수가 낮은 소음인가요?”
“맞아.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의 주파수 범위는 20~2만Hz인데 저주파 소음은 주파수가 200Hz 이하인 소리란다. 주파수가 너무 낮아 잘 안 들리거나 아예 들을 수 없지만 몸은 느낄 수 있어. 저주파 소음에 계속 노출되면 스트레스를 받을 때처럼 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이 많이 나오고 심장 박동과 호흡수가 바뀌지. 잠도 푹 잘 수 없단다.”
“그럼 기차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는 건가요?”
“응.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조사한 결과 고속버스, 지하철, 기차에서 다 저주파 소음이 나왔어. 그것도 차 밖보다 안이 훨씬 심했단다. 적게는 95dB부터 많게는 110dB까지 측정됐어. 그러니 기차 속에선 듣지 못 한다 뿐이지 굉장히 큰 소리에 노출돼 있는 거야. 귓가에서 록밴드가 연주하고 있거나 코앞에서 트럭이 고속으로 지나간다고 생각해보렴.”
“으… 생각만 해도 괴롭네요. 차 안에서 자고 일어나면 몸이 아픈 이유가 저주파 소음인 거군요.”
“불편한 자세로 장시간 잔 탓도 있겠지만, 저주파 소음도 무시 못 하겠지. 아무래도 버스나 기차에서 자고 일어나면 머리가 개운하지 않잖니.”

한참 떠들었더니 잠이 달아났다. 이제 슬슬 과학 얘기는 그만두고 철수의 학교생활 얘기를 들어볼 때다. 그러고 보니 요전에 아내가 “철수에게 여자 친구가 생긴 것 같다”고 귀띔했었지. 요즘 초등학생은 참 조숙하단 말이야.

“아빠…”
“응?”
“죄송해요. 나 졸려요~. 도착하면 깨워주세요.”
“뭐라?”

얘기하느라 잠 다 깼는데 이제 네 녀석이 자면 어쩌란 말이냐! 절규하는 사이 철수 녀석은 잠이 들었다. 한 번 잠들면 누가 엎어가도 모르는 녀석이니 그냥 포기하자. 흑.

어느새 캄캄해진 창가에는 가로등 불빛만이 빠르게 스쳐지나갈 뿐이다. 뭔가 먹는 꿈이라도 꾸는지 입맛을 쩍쩍 다시는 철수를 편하게 누이고는 나도 눈을 감았다. 희미한 진동을 느끼며 부자끼리 나란히 저녁잠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종착역에 도착하면 승무원이 깨워줄테니 마음 편히 자도록 하자. 저주파 소음 때문에 피로해진 몸은 오늘밤 목포의 바닷바람이 달래줄게다. (글 : 김은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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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 데이빗! 지경사 데이빗 시리즈
데이빗 섀논 글 그림 / 지경사 / 199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 자신의 이름이기도 한 데이빗은 엄청난 말썽꾸러기다.  엄마가 데이빗의 이름을 외칠 때에는 언제나 "안돼"라는 말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녀석의 장난 리스트는 집안을 온통 어지럽히거나 무언가를 깨부수거나, 데이빗 자신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에 엄마는 잠시도 감시의 눈길을 늦출 수가 없다.

한껏 말썽 부리고 사고치고는 혼이 날까 봐 새침해져 있는 데이빗의 표정은 귀엽고 안쓰러워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엄마는 매번 소리지르며 데이빗을 혼내기 바쁘지만 그 마음에 사랑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노상 안돼를 외친 엄마가 책의 마무리에서는 이리 오라고 하며 따스하게 품어주신다.  아마 대부분의 엄마들이 이렇지 않을까 싶다.

얼굴에 온통 장난끼가 주르륵 흐르는 데이빗의 짓궂은 얼굴이 강렬한 색채와 함께 책 곳곳에 묻어 있다.  사진을 분명 찍어두었는데 어느 폴더인지 찾지 못했다.  언니 카메라로 찍어놓고 옮기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다.  워낙 유명한 책이어서 많은 분들이 그림을 아실 테니 생략하자. ^^;;;

원래 누군가에게 선물하려던 참이었는데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와 책 내용이 비슷해서 중복으로 주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주기로 결심했다.  시리즈가 더 있는데 데이빗이 또 어떤 사고를 치며 성장할 지 궁금하다.

우리 세자매 자랄 때에는 별 사고도 없었고 조용한 편이었다고 엄마는 말씀하시는데, 다 자라고 나서 돌이켜보니 그게 조금 서운하다.  좀 사고도 치고 말썽도 부리고 자랐어야 하지 않았나 싶어서 말이다.  지금도 속엣말 끙끙대고 잘 말 못하는 게 그 시절부터 각인된 주문같은 게 아닐까 괜히 핑계를 대본다.

지금 보니 이 책도 칼데콧 상을 받았다.  시공사 책에 칼데콧상 수상작이 많아서 독점 계약인가 했는데 그건 아닌가 보다.  다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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