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가신분들이 우리에게 남겨준 소중한 이땅에서 마음껏 연애하고 마음껏 행복하십시오....

마지막 자막 찌릿했었지.

마지막회는 너무 급하게 끝낸 감이 있었고, 악인이 갑자기 착한 척 하는 등 황당하기도 했지만, 더 많은 사람이 안 다치고 끝나서 다행이었음.

KBS2는 제법 괜찮은 드라마를 만들곤 하지만 시청률은 매번 참패.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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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7-08-05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주변에서 아무도 이거 안보는데 혼자서 열심히 봤습니다. 마지막회는 놓쳐서 다시보기를 해야하지만.

마노아 2007-08-05 14:37   좋아요 0 | URL
주변에 본 사람들 꽤 보이더만 대중적인 관심을 못 받은 것 같아요. 정말 재밌었는데..^^
 
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컴퓨터를 쓸수 없는 시간이었고, 날은 너무 더웠다.  TV를 보고 싶지 않았고, 딱히 할 일이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책읽기였는데, 그런 날에 무거운 책은 들여다보고 싶지 않았다. (솔직히 감정이 좀 볶이고 있었다.) 그래서 심사숙고(?)해서 책을 골랐다.  이런 날 내게 딱 좋을, 감초같은 책을...

그리고, 그 선택은 아주 적중해서 대만족을 가져다 주었다.  작년에 구입하고 일년을 미뤄온 독서였는데, 작년의 그 어떤 날보다 이 책을 잡은 이때가 내가 만날 가장 적시였던 듯!

박현욱의 책은 처음이다.  그동안 어떤 글을 써왔는지 전혀 모른다.  다만 이 책이 재밌다는 입소문은 많이 들었다.  사람들의 평가에 나 역시 동의를 표한다. 정말, 너무 재밌게 읽었다.  이렇게 발칙한 발상을 어떻게 했을 지 신기하다.

주인공은 축구 때문에 아내를 만났다.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 결과 때문에 아내와 가까워졌고, 그러다가 구애를 하게 되었고, 그리고 결혼했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대단히 독특하다.  아니, 부부가 그런 것이 아니라 아내가 독특하다.  그녀의 결혼관이라든지 연애관은 너무나 남다르다.  그래서, 결혼을 유지한 채 또 다시 '결혼'을 해버린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결코 납득이 되지 않을 그런 설정이다.  이 책의 화자인 남편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아내를 설득하려고 했지만 매번 설득 당하는 쪽은 그였다. 

그런데 또 놀라운 것은, 아내의 그 설득이 정말 설득력 있게 들린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윤리 기준으로는 택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말을 듣고 있자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듯 하면서 또 놀라고 아니라고 하면서 또 끄덕이는 과정을 반복한다.  남편은 아내와 헤어지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이 말도 안 되는 결혼을 유지한다.  아내는 두집 살림을 모자람 없이 아주 능력있게 해나간다.(이럴수가!)

이 독특한 설정만으로도 독자는 놀라움과 재미를 같이 맛보는데, 여기에 더 특별한 양념이 가미된다.  바로, '축구'다.

그들을 연결시켜준 운명적인 그 축구 이야기.  대한민국의 축구뿐 아니라 스페인, 브라질,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독일 등등... 그 모든 나라의 축구 이야기가, 그 모든 나라들의 스타 플레이어가, 역사적인 축구 경기에 관한 이야기가, 또 많은 사람들이 축구에 관하여 남긴 명언들이, 어떻게 그렇게 조화를 시킬 수 있을까 싶게 이들 부부의 상황과 맞아 떨어지면서 명문장으로 탄생한다.

얼마만큼 유쾌하고 재밌었냐하면, 성석제의 그 '말빨'이 떠오르면서 박민규의 그 '엉뚱함'도 같이 생각나는 문장들이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는 그 남편의 입장에서 독자는 흥분도 하고 감동도 먹고 화도 내면서 이야기 속에 흠뻑 빠진다.  그리고 축구불모지인 나같은 독자도 축구의 이런 색다른 매력에 눈을 뜨면서 또 다른 느낌의 감동을 맛본다.   세상에나!  이건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다. ^^

작품 속 아내가 주장하듯이, 사랑하는 사람이 또 생기면 가정을 유지(?)한 채 재결혼을 통해서 또 다른 가정을 만들라고, 혹은 그게 '옳다'고 말은 못하겠다.  하지만, 그녀가 주장하는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는 곱씹어볼만 하다.  우리가 쉽게 얘기하는 '결손'가정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라고 여기는 것들에는 그만한 이유가 대개 있어왔지만, 모두가 그렇다고 해서 고민 없이 그렇게 되어버린 윤리적 규범도 분명 있다.  'all'은 아닌 거라고 용기있게 말하는 그녀의 지적들이 날카롭다.  작품 속 그녀는 사학과 출신으로 나오는데, 그녀가 여러 나라들의 다양한 문화적 차이와 공통점을 읊을 때는 작가에 대해서 감탄하게 된다.  이런 전문적인 내용도 대화속으로 자연스럽게 녹여놓아서 말이다. 

굉장히 무거울 수도 있는 묵직한 주제를, 어찌나 가볍고 재밌게, 또 신나게 풀어놓았는지, 책장 넘기는 게 아깝다 여기면서 읽었다.  박현욱을 만난 행운에 감사하면서 말이다.  재밌단 입소문을 내기 무섭게 나의 지인이 이 책을 빌려갔다.  아핫, 다음엔 박현욱의 재치와 유머에 대해서 서로 깔깔깔 웃으며 대화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그 전에 박현욱의 다른 책도 더 읽어야겠다.  이렇게 열대야가 판을 칠 때에는 이런 소설이 더 필요하다.  만세(>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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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7-08-04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보고싶었는데, 마노아님께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추천해주시니..
더 읽고싶네요. 덥고, 몸도 마음도 무거운데, 조만간 읽어야겠네요. 으흐 ^^

마노아 2007-08-04 02:32   좋아요 0 | URL
지루할 틈을 안 주는 책이었어요. 피서에 도움되는 책이에요. 헤헷^^

turnleft 2007-08-04 0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좀 불만이 많았던 책인데, 가장 큰 불만은 아내의 심리에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었다는 점. 아내는 뜬금없이 두 남자를 사랑한다고 하고, 그러면서 슈퍼우먼이고.. 뭐랄까 현실감이 없으니 읽으면서도 애틋함이 없었거든요. 마지막에 휙 해외도피로 끝나는 것도 너무 쉽게 끝냈다는 느낌이;;

마노아 2007-08-04 03:00   좋아요 0 | URL
현실에선 병수같은 인물이 부지기수이니, 소설 속에서 이런 생각을 가진 여자가 있다는 것이 좀 통쾌했어요. 현실에선 두 경우 모두 없길 바래요^^;;;
마지막 해외도피는 비현실적이었던 소설이 갑자기 대한민국의 현실을 인정하는 모습이었죠. 비약이 있긴 하지만, 일단 재미면에서 전 손을 들었어요. 불편하면서도 유쾌한, 독특한 경험이었어요^^

프레이야 2007-08-04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굿모닝! 열대야를 이기는 독서..^^
정말 요샌 집중이 안 되네요.. 꾸욱^^

마노아 2007-08-04 11:39   좋아요 0 | URL
커헉, 댓글 달다가 번개 맞아서 컴이 다운됐어요. 다행히 부팅이 됐네요^^;;;;
어젯밤엔 열대야를 이기기 위해서 밀린 알라딘 글을 탐독했지요.
으... 눈이 아려요^^ㅎㅎㅎ
혜경님, 행복한 주말 시간 보내셔용~

다락방 2007-08-04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책 참 재미있게 읽었더랬어요. 게다가 아주 쉽게 읽히죠. 그런데 이 책 읽고 분노하는 사람들도 참 여럿 보았답니다. 훗.

마노아 2007-08-04 21:36   좋아요 0 | URL
헤헷, 정말 분노할 사람 많을 것도 같아요. 정말 발칙하잖아요^^;;;
그래도 저는 좋았어요. 히잇~!
 
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구판절판


그녀가 FC바르셀로나의 팬이 된 것은 스페인 내전을 다룬 조지 오웰의 소설 <카탈루냐 찬가>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또 그녀가 앙드레 말로와 어니스트 훼밍웨이와 파블로 네루다와 시몬 베유와 알베르 카뮈를 좋아한 때문이기도 했다.
(그게 왜?)
그들은 모두 스페인 내전 당시 프랑코에 맞섰던 지식인들이다. 프랑코의 승리로 끝난 결과를 두고 카뮈는 이렇게 말했다.
"인류는 정의도 패배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폭력이 정신을 꺾을 수 있음을, 그리고 용기가 그에 상응한 보답을 받지 못할 때가 있다는 사실을 스페인에서 배웠다."
(그래서?)-35쪽

어른이란 말은 '얼우다'라는 동사의 명사형인 '얼운'에서 나왔으며 '얼우다'는 '성교하다'라는 의미. 점잖게 말하자면 어른이란 결혼한 사람을 뜻하고 까놓고 말하자면 이성의 몸을 알게 된 이를 뜻한다. 그런 어른의 사랑에서는 누가 누구를 얼마나 더 사랑하는가의 문제만큼이나 '누가 누구와 잤는가 하는 잔인한 문제'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 잔인한 문제는 사랑도 의심하게 만든다. -50쪽

'지네딘(Zinedine)'이란 이름은 아랍어로 '신념의 아름다움'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60쪽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인데 행복하게 사는 게 좋잖아. 나는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지 할 거야. 최대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말이지. 하지만 다른 사람의 작은 피해와 내 행복이 부딪치게 된다면 나는 내 행복을 택할 거야. 내 인생을 그 사람이 대신 살아 줄 수는 없잖아. 이기적이라고 하겠지만 하는 수 없어. 그 반대로 내 자신의 작은 피해와 다른 사람의 행복이 부딪치면 나도 그 피해를 감수할 거야.-85쪽

그러나 실력 이상의 성과를 내는 것이야말로 독일 축구의 저력이다. 경기 내용에서도 이기고 승부에서도 이기는 것이 브라질 축구라면, 경기 내용에선 우세하지만 승부에서는 지고 마는 것이 스페인 축구이고, 경기 내용에서는 밀리더라도 결국 승부에서 이기는 것이 독일 축구이다.(이탈리아는? 경기 내용과 무관하게 여간해서는 지지 않는 축구를 한다. 단점이라면 여간해서는 끝까지 이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경기 내용과 무관하게 강한 정신력으로 승리를 추구하는 정신력의 축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축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2002년에 전 세계에 보여줬지만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정신력의 축구로 회귀했다. 이런 축구의 강점은 특정 상대에게는 통한다는 것이다. 한일전이나 1990년대 이전의 남북 대결 같은. 단점이라면 주로 특정 상대에게'만' 통한다는 것이다.)-113쪽

의심이란 그런 것이다. 행동을 의심하게 되고 행동에 꼬투리 잡을 것이 없으면 의도를 의심하게 된다. 의도마저도 결백이 입증되면 그다음에는 무의식을 의심하게 된다. 무의식을 의심해서 어쩌겠다고? 뭘 어쩌기 위해 무의식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다. 의심의 메커니즘이 그런 것이다. -226쪽

결손 가정이란 말에는 편견이 숨어 있어. 가령 핵가족이나 확대 가족 같은 용어에는 좋다, 나쁘다 하는 가치 판단은 들어 있지 않아. 핵가족이 일반적인 형태라고 해서 가족 구성원이 그보다 많은 확대 가족이 비정상적인 거라고 생각하진 않잖아. 하지만 결손 가정이란 용어는 그렇지 않거든. 뭔가 결여된 비정상적인 가정이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말이잖아. 왜 꼭 다른 사람들을 비정상으로 만들어 놓고 자기는 정상이라며 좋아하는지 모르겠어. 남의 소중한 가정을 결손 가정이라는 말로 모욕하면 안 되지. 구성원이 덜 있건 더 있건 가정이면 그냥 다 가정인 거야.-291쪽

맞은 놈이 두 다리 뻗고 잔다는 옛말은 때린 놈들이 만들어 낸 새빨간 거짓말이다. 다리 뻗고 자는 놈은 때린 쪽이다. 상처가 생겨도 맞은 사람에게 생기는 법이고 고통도 맞은 사람의 몫이다. 그리하여 가해자들이란 뻔뻔할 수밖에 없다. 당장 자기는 멀쩡하니 말이다. 툭하면 사과 같지도 않은 사과만 늘어놓으며 과거를 청산했다는 듯 시치미를 떼고 있는 일본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아키히토 일왕은 잘 쓰지도 않는 단어를 어렵게 찾아내서는 '통석의 념'을 금할 수 없다며 말장난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사과도 하기 전에 조건을 다는 가해자도 있다. 12.12 반란의 주역 중 하나인 허화평은 "광주 피해자들이 먼저 용서할 뜻을 밝히면 사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체 어쩌겠다는 건지.-305쪽

글쎄. 축구는 어떨지 몰라도 우리 인생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모두가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일한 것을 다 같이 나누는 삶을 산다면 우리는 그러한 삶을 더 이상 훌륭하다 여기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그러한 삶을 훌륭하다 생각하는 것은 아무나 그렇게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극히 소수의 사람들만, 혹은 극히 제한적인 시기에만 그렇게 살 수 있을 뿐이다. -323-324쪽

역시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민간인 학살을 저지른 쿠데타 주역이 대통령이 된 후에 우리나라에도 프로 축구가 생겼다. 아시아 최초로.-331쪽

축구를 싫어하는 남자들이 즐겁게 축구를 보는 방법.
-없다. 대한민국에서 살아온 남자로서 학창 시절과 군대 시절의 수많은 축구를 경험했고 또 무수한 축구 중계에 노출되었으면서도 축구를 싫어한다면 이미 늦은 것이다. 새삼스럽게 축구를 좋아하려 애쓸 필요도 없다. 앞으로도 계속 싫어하면서 살면 된다. 축구를 싫어한다 해서 인생에 지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보너스 팁. 싫어하는 인간을 즐겁게 보는 방법.
-없다. 앞으로도 계속 싫어하면서 살면 그만이다. 싫어하는 사람이 하나 줄어든다 해서 갑자기 인생이 아름다워지는 것은 아니다.-342쪽

축구공의 진실.
어떤 사람이건 사랑을 하게 마련이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게 살고 싶어 한다.
어린아이도, 어른도.
결혼을 한 사람도, 하지 않은 사람도.
노동자도, 자본가도.
좌파도, 우파도.
그리고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3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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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으로 만든 인공 빙판!? [제 636 호/2007-08-03]
 

일상의 답답함에 찌든 이들에게 황금 같은 피서철이 왔다. 그러나 도심을 떠난다는 흥분도 잠시, 꽉 막힌 고속도로를 지나 인파로 발 디딜 틈 없는 해변 한 쪽에 몸을 누이고 있으면 피서도 또 다른 고생이기 십상이다. 게다가 어딜 가도 여전한 바가지요금 시비는 모처럼의 좋은 기분을 망친다. 스트레스를 풀러 떠났던 피서지에서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고 돌아오는 셈이다.

최근 서울 한 복판에 설치된 대형 빙판은 그래서 더욱 눈길을 끈다. 지난달 말부터 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시작된 아이스발레 공연은 시원한 공기와 좋은 볼거리를 원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공연이 열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는 본래 아이스공연장이 없다는 사실. 마룻바닥 위에 특수한 설비를 갖춘 뒤 얼음을 부어 빙판을 만든 것이다. 8월의 도심에서 한겨울에나 가능한 빙판이 등장할 수 있었던 과학 원리를 알아보자.

세종문화회관에 설치된 인공 빙판이 국내에 처음 선보인 건 지난 2000년 초다. 러시아 공연단이 국내에서 호두까기 인형을 비롯한 아이스발레 공연을 시작하면서 ‘얀쯔맷 이동식 아이스링크’라고 불리는 설비도 같이 모습을 드러냈다. 얀쯔맷 이동식 아이스링크는 마룻바닥으로 이뤄진 보통 공연장을 24시간 만에 아이스링크로 바꿔 놓는다.

얀쯔맷 이동식 아이스링크의 기본적 얼개는 가로 세로 각 15m, 깊이 14cm에 이르는 커다란 ‘그릇’ 안에 얼음과 물을 쏟아 부어 빙판을 만드는 것이다. 관건은 만들어진 얼음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이다. 공연장 기온을 영하 수십 도로 내려 관객을 추위에 떨게 할 수는 없기 때문.

비밀은 얼음 사이를 보일러 배관처럼 관통하는 파이프에 있다. 이 파이프 안을 영하 15도를 유지하는 부동액이 분당 250ℓ 씩 움직이면서 얼음 전체를 차갑게 유지한다. 기본적인 원리는 온돌방 바닥에 파이프를 깐 뒤 따뜻한 물을 순환시켜 방 안을 데우는 것과 같다. 다만 파이프 안에 따뜻한 물이 아닌 찬 부동액이 흐르는 것이다.

부동액이 정상적으로 흐르는 것이 확인되면 총 5톤의 얼음과 물을 쏟아 붓는다. 20분마다 얼음 표면이 매끄러워지도록 물을 뿌리기를 12시간 동안 하면 얼음의 구조가 고르고 잘 미끌어지는 최상의 빙질이 만들어진다. 얼음이 그리고 공연 시작 직전까지 울퉁불퉁해진 얼음 표면을 다듬는다. 이 때 빙판의 위아래는 마치 샌드위치처럼 합판과 비닐을 여러 겹 씌워 공연장을 보호한다.

최근엔 플라스틱으로 만든 ‘인공 얼음’도 등장했다. 지난 4월 국내의 한 회사는 얼음판 대용을 쓸 수 있는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었다. 폴리에틸렌 수지에 특수 윤활유를 섞어 만든 가로세로 1.5m 정도의 얇은 플라스틱판이다. 이 판은 표면이 매우 미끄럽기 때문에 타일처럼 넓게 깔면 그 위에서 겨울 스포츠인 스케이트를 실제 얼음 위에서와 똑같은 기분으로 즐길 수 있다.

인공 얼음은 영하 31~영상 65.5℃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한여름 땡볕 아래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뜻. 가장 중요한 ‘미끄러지는 성질’은 실제 얼음의 최고 상태의 95% 수준을 꾸준히 유지한다. 시간이 지나면 빙질이 급속히 떨어지는 일반 얼음과 다른 장점이다.

게다가 비용도 적게 든다. 993m2 크기의 빙상장을 기준으로 할 때 설치비와 유지비가 보통 얼음판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하루 수차례 링크를 보수해야 하는 일반 빙판에 비해 3일에 한 번 점검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판이 훼손되면 그 부분만 뒤집어 깔면 된다. 양쪽 면이 다 훼손됐을 때 그 부분만 새 것으로 교체하면 된다.

인공 얼음은 현재 목동 아이스링크 건물 내에 설치돼 있다. 빙판을 유지하기 위해 온도를 낮게 유지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가벼운 티셔츠 하나만 입고도 스케이트를 탈 수 있다. 앞으로 인공 얼음이 더 많이 보급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이 계절과 날씨에 관계없이 겨울 스포츠를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냉장고라는 저장장치가 발명되기 전까지 얼음은 귀중품이었다.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법전인 경국대전에는 얼음을 가장 더운 음력 6월에 당상관 이상의 고위관리에게 지급한다는 내용이 쓰여 있다. 이제는 계절에 상관없이 얼음판을 만들 수도 있으며 얼음판과 비슷한 인공 얼음 위에서 겨울 스포츠를 여름에 즐기게 됐으니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혹시 아는가. 10년 뒤 동계올림픽은 열대지방에서 열리게 될지. (글 : 이정호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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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07-08-02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라? 노란 우산이 품절이에요? 씨디 되게 좋은데. (아, 사둘걸!)

마노아 2007-08-02 15:11   좋아요 0 | URL
아쉬워요. 들어보지도 못했는데...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