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찾 300맞이 기념 이벤트

이거 무지 어려웠어요. 조선인님이 즐겨찾는 200분 이상의 서재인들이 누구인지 모르고, 또 그 분들이 어느 카테고리에 있을 지 제가 어찌 알겠어요^^ㅎㅎㅎ

그래서 무식하게 클릭질을 했지요.
할 일도 없는데 괜히 방학 때 불러놓고는 당신은 아니 오신 교장샘 덕분에 학교에서 마우스와 함께 씨름했습니다.

조선인님 서재에서 10페이지 가량을 둘러보면서 흔적 남기신 분들의 이름을 적고, 그 분들의 서재에 다시 가서 조선인님의 흔적을 찾기....(이쯤 되면 노가다지요..;;;;)

하여간, 그래서 짜맞춰봤어요.  제가 알고 있는 분들은 선입견이 있어서 어느 쪽으로 묶어야 할지 도통 감이 오질 않아 대부분 찍었구요. 모르는 분들 서재에서 덕분에 오늘 즐겨찾기 많이 하고 돌아왔습니다.(흙속의 진주를 발견한 기분이었어요. 물론 흙속에 파묻혀 있지 않았건만 저만 모른 거겠죠.)

사담이 길었군요.  공개해도 되는 건지 물어보고 싶었는데 답변이 없어서 그냥 씁니다.
(호칭은 생략합니다.)

- 프로는 아름답다-마냐, 하이드, mannerist,홍수맘,찌리릿,알라딘편집팀,알라딘서재지기,알라딘화장품,알라딘기프트,토트,시비돌이

- 행동하는 지성-바람구두,파란여우,여울마당,나어릴때,가을산,승주나무

- 각별한 당신-진주,호련,난티나무,혜경,paviana,로드무비,부리,마태우스,

- 진짜 서재-검은비,울보,아영엄마,물만두,새벽별을보며,kimji,Jude,icaru,플레져,이매지

- 인문학의 달인-로쟈,마립간,드팀전,아프락사스,무화과나무

- 차력도장-진/우맘,흑백TV,책읽는나무,바람돌이,마노아

- 페이퍼의 달인-Mephistopheles,로렌초의시종,산사춘,수암,얼룩말,날개,그림,작게작게,체셔고양이,그림자,chika,LAYLA,KJ,오즈마,네꼬,다락방,야클

- 아이와 발돋음-건우와연우,미설,클리오,수니나라,반딧불,섬사이,실론티

헥헥... 학교에서 네시간, 집에 돌아와서 한 시간을 뒤졌는데 과연 얼마나 맞았을지 감이오질 않습니다.  오지선다형도 아니고, 느무느무 어려웠어요(>_<)

여하튼! 1번 이벤트 참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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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7-08-14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는 참 멋진 분들이 많아요..
그리고 님의 이 열정도 아름답구요. 저도 헥헥거리며 다 읽고 추천 꾸욱~!!

마노아 2007-08-15 16:10   좋아요 0 | URL
열심히 읽어주신 배꽃님 감사해요^^;;;
근데 이게 퀴즈 이벤트라서 아마 감춰야 될 것 같아요(>_<)

비로그인 2007-08-15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마노아님의 이런 면이 좋아요.
누구에게든 맞춰주고 친절하게 미소짓는 얼굴...

마노아 2007-08-15 16:11   좋아요 0 | URL
이번 한 주는 이벤트 참가 주간 같아요. 헤헤헷^^;;;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타샤 튜더 캐주얼 에디션 2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타샤의 정원을 먼저 읽었는데 기대했던 것과 달리 큰 호감을 느끼지 못했다.  아마도 나는 동양적 안빈낙도를 예상했던 것 같은데, 타샤의 정원에서는 '낙도'는 있어도 '안빈'은 좀 무리다 싶은 느낌을 받은 것이다.  솔직히 부럽기도 했다.  내가 갖지 못한(내가 탐낸 생활은 아니어도) 대단한 무언가를 가진 그녀가 너무 놀라워서 심술도 조금 났더랬다.

그래서 이 책을 다시 보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전혀 기대도 없이, 그림이나 보자~하는 마음으로 펼쳐들었는데, 오히려 마음을 비워서인지 몹시 다정하고 친숙하고 또 너그러운 마음으로 글이 다가왔다.

이 책은 타샤가 유일하게 직접 쓴 에세이집이다.  다른 책들은 다른 사람들이 타샤를 관찰하고 쓴 책이라고 한다면 이 책에는 타샤의 목소리와 손때가 잔뜩 묻어 있다.  그녀의 집, 그녀의 정원, 그녀의 옷차림, 그녀의 작품, 그녀가 사랑하고 아끼는 많은 것들로.

참 독특하다.  무려 30만 평에 달하는 대지에 정원을 가꾸고(이걸 정원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게 놀랍다.) 1830년대 드레스를 꼭꼭 챙겨 입고, 전기나 수돗물 대신 자연인으로 살아가는 타샤.  집이 너무 어둡다라는 지적에 옛날 집들이 얼마나 어두웠는지 아느냐고 타샤는 되묻는다.  문명의 이기에 너무 익숙한 우리는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이 언제나 당연하다는 착각 속에 살기도 한다.

직접 실을 만들고(세상에), 그 실로 옷도 직접 만들어 입는 타샤 할머니. 그녀의 육체는 노동으로 단련되어 있어 살이 찔 틈이 없다. (결혼할 때 입은 웨딩드레스가 지금도 맞다고 한다.) 이 책이 쓰여졌을 때는 지금보다 젊었을 때이지만 이미 충분히 노인인데도 그녀는 물을 직접 길어오고 2000뿌리의 구근을 심을 만큼 관절이 튼튼하다(그래 보인다.) 이렇게 맑은 공기와 물을 마시며 자연 속에 살아가는 타샤 할머니에게 100살을 사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기네스북에 오르는 것은 아닐까 관심이 생긴다.)

너무나 낯설고 혹은 지나치게 이상적인 생활을 하는 그녀에게서 시샘을 거둔 것은 그녀의 이같은 삶 자체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다지 비켜가지 않은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녀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삽화를 그렸고, 자신의 작품은 당연히 '상업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녀가 자신이 이룩한 부를 가지고 이만한 낙원을 꾸린 것은, 소설가 김훈이 1,500만원짜리 자전거를 타면서 40년 간 야근한 대가로 가능한 일 아니냐고 말하는 것과 같은 입장이지 싶다. (그가 4천만원짜리 자전거를 목표로 하는 것처럼 타샤의 정원은 앞으로도 비대해지거나 이 상태를 계속 유지할 것이다.)

책은 봄,여름, 가을,겨울로 지나가면서 그곳 정원의 달라져가는 모습을 담아냈고, 그 계절에 따라 타샤가 해내는 작업들에 대해서도 촛점을 맞추었다.  정원일을 쉬어야 하는 추운 계절에도 그녀의 일손이 멈추어질 일은 없다.

타샤가 어렸을 때에 그녀의 집안은 미국 내의 명사들과 교류했었다.  이제 타샤는 그녀의 자녀들, 손주들에게 자신이 받았던 것을 되돌려 주고 있다.  이미 그 자신이 유명인이 되어 있고, 그녀의 정원을 찾아오는 유명인사를 만날 수 있게 해주고, 또 타샤의 집에서 생활하는 것 자체가 놀라운 역사 체험이며 현장학습이 될 테니까. 크리스마스 트리를 직접 베어서 진짜 초를 꽂아놓고 100년도 더 지난 장식들을 보는 일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추억은 아니니까.

심지어 타샤가 쥐를 잡기 위해서 함정을 파고 그 쥐를 벽난로 속에 집어던지는 내용까지 나온다.(어찌나 리얼하게 묘사를 해주던지...ㅠ.ㅠ) 그러니까 이 책은 자연인 타샤보다 생활인 타샤의 모습에 더 가깝다. (그래서 거부감/혹은 시새움이 덜하다)

그녀는 정말 행복하게 살고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하고 살기 때문에 그렇다.  그리고 그런 삶을 만든 것은 그녀 자신의 노력이었다.(기회의 평등은 말하지 말자.) 그녀처럼 살 마음은 없지만(그럴 수도 없지만) 이렇게 살아가는 타샤의 모습을 한 번쯤 들여다보는 것은 나로서도 즐거운 일이었다.  더불어 그녀가 칼데콧 상을 받은 작품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근데 출간이 되어 있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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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08-14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이런 사람은 정말 행복하겠네요. 칼데곳상을 받은 작품이 무언지 저도 관심있으니 가르쳐주세요!

마노아 2007-08-14 15:27   좋아요 0 | URL
1956년에 출간한 1 is One이란 작품이래요. 지금 검색해 봤는데 언뜻 못 찾겠어요. 출간이 안 된 것 같아요^^;;;

스카이 2007-08-15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저 성실한 답변 너무 감사했고요.그보답은 아니지만~~ㅎㅎ지인의 주문요구로 제가 추천했지요.리뷰 잘봤습니다.빌려서 라도 읽도록 노력할께요.오늘은 효창공원에 있는 백범 김구선생님 기념관에 다녀왔지요.호 백범의 뜻과 서대문 형무소 수감 사실을오늘 알았고 일제시대 강제로 서삼릉으로 옮긴 문효세자의 무덤이 효창공원의 효시(넘 거창한가요) 란걸 깜빡했다가 아들의 도움으로 다시 머리에 새기는 하루였답니다

마노아 2007-08-16 13:0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스카이님~! 광복절을 뜻깊게 보내셨군요. 아드님과 함께 산 교육을 하고 오셨네요. 저는 '만남의 광장' 보고 온 게 다인데 민망합니다^^;;
영화도 나름 '분단 조국의 현실'을 들여다 보는 조명 역할을 하려는 노력을 보였으나 기대에 많이 못 미쳐서 좀 실망스러웠어요. 타샤 시리즈는 저도 빌려보았어요. 제가 학교 도서관에 신청해서 제가 제일 먼저 빌려본 거지요^^;;; 빌려보아도 무방한 책이라 사료됩니다~ 어제 쉬고 나니 오늘이 월요일 같은데 곧 주말이죠. 폭염이라는데 햇볕 조심해요~
 

 

 

 

 

재출간 됐다.  반가운 소식이다.  가격은 여전히 세다.  두께도 여전히 두껍다. 그래도, 반가운 건 반가운 거다. ^^ (게다가 표지도 더 예뻐졌다.)

이 책은 예전에 교보문고에 가서 잠깐 들춰본 적이 있었다.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그 긴 페이지가 연표로 구성되어 있었다.  동양사와 서양사가 나란히 진행되는데, 이 책은 통사를 어느 정도 섭렵한 뒤에 보자 뭐 요런 마음으로 돌아왔었다.

이 책에 관심을 가진 것은 저자 때문이다.  수요역사연구회. 그 안에 내가 참 좋아했던 교수님이 계시다.

황민호 교수님.

대학교 때 먼저 이분의 사모님께 조선사를 배웠다.  김소은 교수님. 정말 열과 성을 다해주시는 분이었는데 학생들이 네가지 없게 굴 때가 많아서 개인적으로 많이 불끈 했었다. 나로서는 너무 즐거운 수업이었건만, 한학기 출강하시고 다시 뵙지 못했다.  그런데, 그 다음 학기엔 사부님을 만날 수 있었다.  바로 황민호 교수님.

2003년 1학기는 교생실습으로 바쁜 때였다.  그렇지만 3월 첫수업부터 너무 매력적이었던 교수님 수업을 빠지고 싶지 않아서 교생 실습 중에도 학교에 갔었다.  다행히 복지과 수업은 야간에 있어서 약간의 진도 차이는 있지만 수업을 들을 수 있었던 것.

근데, 충격적인 일을 당했다.  자리(그것도 맨 앞자리)에 앉아서 수업을 기다리는데, 교수님이 나를 발견하시고는 불편하다고 나가라고 하시는 것이다.  너무 정색을 하고서 나가라고 하시는 바람에 졸지에 쫓겨나고 말았다.  쫓겨나서 벽 뒤에 숨어서 수업을 좀 듣다가, 내가 예전에 들었던 수업과 어느 정도 겹쳐서(야간반 진도가 더 느렸다.) 중간에 돌아와버렸다.

집에 와서도 도저히 납득도 안 가고 이해도 안 가고 분해서 못 참겠는거다. 교수님 이름으로 검색을 했더니 수요역사연구회가 나왔다.  거기 홈페이지에서 교수님 이메일 주소를 찾아서 편지를 썼다.

아니, 학생이 수업 듣겠다고 앉아있는데 그걸 쫓아내는 선생님이 어디 있냐고...

솔직히 쪼오금 이해는 갔다.(인정은 못해도...)  같은 수업 두번 하는데, 이미 들었던 학생이 다시 앉아 있으면 좀 뻘쭘할 수 있겠다. (우스개 소리도 잘 안 나올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학생을 쫓아?(버럭!)

교수님께서 답장 주셨다.  정색해서 미안타고. 나중에 저녁 한끼 사주시겠다고.

물론, 그 후로도 같이 식사할 기회는 생기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꼬박꼬박 음료수도 미리 교탁 위에 올려놓고 그랬는데...칫!

교수님 수업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아마 현대사를 공부하게 되는 많은 이들이 접했을 그런 충격들.

베트남전과 삼일운동 민족대표33인, 군위안부 문제, 그리고 한국전쟁.

한국전쟁을 수업하고 나서는 세상에 믿을 놈이 없어보였다.  내 머리 속에 온갖 '음모론'이 도사리는 듯한 그런 느낌.

생각해 보면, 지금 내가 수업할 때의 말투는 이때 교수님 말투와 거의 흡사하다.  말 끝머리를 ~~~하죠. 라고 끝맺는 스타일. 어쩌다 보니 따라하고 있더라.^^ㅎㅎㅎ

교수님 수업은 정말 의미있었고 재밌었고 그야말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소중한 시간이지만 단점이 하나 있었다.  '수치'에 있어서는 오타의 결정체라는 것.

그러니까 엄청 필기를 열심히 했던 나는, 그 자료들을 다시 조사하는 작업을 꼭 거쳐야 했는데 연도는 반드시 틀린다.  지명도 꼭 틀린다.  사람 이름도 자주 틀린다.  그래서 수업 노트 그대로 공부를 하면 틀린 사실을 잘못 기억하고 말아 낭패가 생길 수 있다.  시카고 대학이라고 했는데 찾아보면 워싱턴 대학이라는 등 아주 중요한 것들은 아니지만 잘못 기억해서 좋을 것도 없는 그런 내용들.

아무튼 참 독특했던 분이셨다.

어떤 책을 읽으면 좋겠냐고 학생들이 질문을 많이 했었다.(나도 그랬다.) 하지만 단 한번도 책 이름을 집어서 추천해주신 적이 없다.  무조건 많이, 닥치는 대로 읽으라고 하셨다.  그때는 그 말이 너무 성의없어 보였는데, 지나고 나니 이해가 간다.  그 무렵의 우리들(뭐 지금도 마찬가지지만)은 골라 읽을 학번이 아니라 있는껏 힘껏 양껏 마구마구 흡수해야 할 때였다.  그렇게 공부하고 나서 스스로 재정립을 시켜야 했다.  누군가에게 기대기만 할 게 아니라.

지금도 모교에 출강하시는 지는 모르겠다.  다른 학교에 전임으로 가셨을 지도... 강의 계획서에 따르면 더 많은 수업을 들었어야 했는데(듣고팠는데) 그 진도를 다 못 나간 게 지금도 아쉽다.  어디서 수업하는지만 안다면 지금이라도 달려가서 청강하고프다.

책이 재출간 된 것을 보고서 기뻐하다가 말이 많아졌다. 돈 모아서 책사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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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7-08-15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기다리던 소식이에요. 고맙습니다.

마노아 2007-08-15 16:14   좋아요 0 | URL
조선인님 페이퍼 뒤지다가 저도 검색해 보고 재출간 소식 알았어요. 저도 고마운 일이지요^^
 

아무리 기억을 되짚어 보아도 여름이라고 해서 딱히 '휴가'란 이름으로 어딜 가본 기억이 별로 없더라구요.  아, 섭섭해 섭섭해... 이러다가 문득, 휴가 비스무리했던 추억이 떠올라 적어봅니다.

2002년도는 여러모로 혈기왕성(?)했던 때였어요.

온 국민이 열광했던 그 월드컵 축제에 저 역시 빠지지 않았구요.

(사진 펑!)

무엇보다 그 해 여름 방학 때에는 유적발굴조사단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서 평생의 추억이 될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처음엔 조선시대, 그리고 신석기 시대, 그리고 청동기 시대 유적지에서 발굴 작업을 했죠.

발굴이라고 말을 하면 참 그럴싸한데, 우린 노상 '땅 판다'고 얘기했답니다.

땅을 파서 돈이 나오냐? 하면 우린 돈 나온다! 하고 말했었지요. (일당 4만원, 훌륭했어요~)

집에서 왕복 5시간 거리를 2주 동안 다니고, 그 다음엔 왕복 3시간 거리를 2달 동안 오갔지요.

삽질도 해보고, 톱질도 해보고 심지어 도끼질도 해보았지요. 호미나 곡괭이는 아주 기본이었구요~

커다란 밀집모자를 쓰고 긴팔 옷에 긴 바지를 입고 완벽하게 흙속에서 뒹굴던 그때가 오래도록 여운에 남아요.

바가 오는 날은 실내에 모여 앉아 우리가 찾아낸 도자기 조각들을 넘버링하고, 그것들을 모아서 완성된 도자기로 맞추는 작업을 했어요.(우리 실력으로는 제대로 감당하기 힘들었지요.)

그렇게 땀흘려 일하고 나면 뭘 먹어도 맛있고, 언제든 깊고 달콤한 잠을 잘 수 있었죠.

그때 우린 담당 선생님께 이틀 간의 휴가(?)를 내어서 강화도 답사여행을 갔답니다.

원래 7명이 계획을 했건만 중간에 한명이 배탈이 크게 나서 다시 집으로 실려(?) 가고 여섯이서 강화도로 출발했지요.  예약해둔 숙소는 깔끔하니 좋았어요. 우리 실력껏 찌개를 끓여먹고 그 일대를 자전거로 돌았답니다.

자전거로 그렇게 장거리를 달려본 것은 처음이었어요. 다리가 무겁고 엉덩이가 너무 아팠지요. 난 내 몸이 무거워서 그런가 보다... 좌절하기도 했답니다ㅠ.ㅠ

해지는 바다를 바라보며 자전거 달리기.  그리고 제 귀에 꽂힌 이어폰에서는 미리 준비해 온 음악이 연신 흘러나왔죠.

1번 그대가, 그대를
2번 그대는 모릅니다(99)
3번 애원(97)
4번 이제야 이별할 수 있어요
5번 그들이 사랑하기까지(99)
6번 기다린 날도, 지워질 날도(98)
7번 붉은 낙타(98)
8번 변해가는 그대(99)
9번 천일동안(99)
10번 어둠, 그 별빛
11번 나의 영웅
12번 만추
13번 Enemy within

당연하게도(?) 나의 싸아랑 이승환의 곡들이었어요.  적절히 애절하고 적당히 힘차고 또 적당히 두근거림을 주는 곡들.  오르막길에선 노래가 잘 안 들렸지만(힘들어서...;;;), 야트막한 내리막길에선 바람을 가르며 노래를 듣는데 얼마나 신났는지 몰라요.  딱 그 순간만큼은 지금이 낙원이다!싶은 느낌이었어요.

다음 날은 유적지를 좀 더 돌아보았지요.(근대화 시기에 큰 싸움이 두차례나 있었잖아요.) 그리고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인돌(정말 크더군요!)도 둘러보고 사진도 찍구요~

애석하게도 제 컴퓨터 하드가 몽땅 깨진 적이 있어서 사진은 지금 한 장도 남아있질 않아요ㅠ.ㅠ

그리고 또 자전거 일주를 하는데... 아아... 너무 힘이 드는 겁니다.  계속 꼴찌를 면치 못하자 후배가 잠깐 자전거에서 내려보라고 했어요. 그리고 제 자전거를 타 보더니 문제가 있다고 했어요.  손잡이가 돌아가고 기어가 안 잡히고 바퀴에서 소리나고 약간 바람도 빠져 있구요.  미련하게도 자전거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내내 모른 거야요.  전날까지 합해서 모두 35km를 달렸는데 말이죠ㅠ.ㅠ

그때 너무 고생하는 바람에 결심하기를, 향후 3년 동안은 자전거를 타지 않으리!를 외쳤어요. 그리고 정말 3년 지나도록 자전거는 한 번도 타지 않았답니다.(못 탄거죠. 기회가 없었어요.)

날마다 땅파느라 심신이 지쳐 있었는데, 그래서 모처럼의 휴가는 그저 쉬고 싶었지만, 그래도 한 살이라도 젊을 때에 좀 더 많이 보아두자는 데에 의견을 모아 다녀온 강화도 답사. 제대로 공부를 한 답사는 그때가 마지막이었어요. 졸업 후에는 휴가는 되어도 공부는 안 되더라구요.^^;;;

피곤에 쩔어 돌아왔을 때에 태어난 지 3일된 조카가 절 기다리고 있었어요. 아후~ 얼마나 사랑스러웠던지요.  안아보고 만져보고 싶어 혼났던 기억이 납니다.

꽤 오래 전 기억인데 떠올려 보니 다시금 미소가 지어져요. 그때 느꼈던 바람과, 그때 본 석양과, 그때 들었던 음악들... 모두 참 아름다웠습니다.  어쩌면 추억은 재포장되면서 조금 더 가공되어 미화되기도 할 테지요.  하지만 그조차도 나쁘지 않다 여겨집니다.  그래서 추억이니까요.

당시 들었던 노래 중 한 곡을 옮겨 보아요.

그대가 그대를-이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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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 2007-08-16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사진보니 아무리 봐도 미인이세요~ 아무래도 동안이신듯.
^^

마노아 2007-08-16 13:04   좋아요 0 | URL
꺄아, 실비님! 동안 소리 오랜만에 들어요. 오호호홋, 나이 들면 제일 듣기 좋은 소리가 영해 보인다는 거죵^^ㅎㅎㅎ 히잇, 감사해요^^(주책스럽게 웃고 있어요. 호호호홋!!!)
 
대한민국사 - 단군에서 김두한까지 한홍구의 역사이야기 1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에 실린 글들은 2001년에서 2002년에 쓰여졌고, 책은 2003년도에 출간됐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2005년에 샀고 2007년에 읽었다.  한참이나 뒤쳐져서 읽다 보니 박자가 많이 늦어버렸다.  어떤 대목들은 지금에 와서 민망하게 읽히고, 어떤 기대들은 처참하게 밟혀 있고, 또 어떤 의견듯은 다른 것들로 대체되어 있기도 하다.  군관련 자료들은 수치상의 변화도 많이 보이고 말이다.  제때에 읽지 못한 뒷북을 제대로 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든지 읽으라고 많이 권하고 싶다.  근현대사를 거의 접해보지 못했다고 한다면 이 책에서 서술하고 있는 내용들이 가히 충격으로 다가올 테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알아차리고 놀랄 일들이다.(모르고 살아간다면 그건 비극이다.) 혹 시사문제에 별 관심 없이 등지고 살아왔다면 책이 어렵게 읽힐 수도 있겠다.(내가 짐작했던 것보다 문장표현이 어렵게 서술되어 있었다. 뜻밖에도.) 그렇지만 다시 강조한다.  역시, 읽어 마땅한 책이다.

부제는 '단군에서 김두한까지'라고 적혀 있는데, 그래서 나는 시간 순의 서술인가보다 막연히 짐작했었다.(전혀 아니다.)

1부 승리의 짜릿한 감격은 없었다.
2부 우리는 무덤 위에 서 있다
3부 또 다른 생존방식, '편가르기'
4부 반미감정 좀 가지면 어때?
5부 병영국가 대한민국

저 소제목이 한 권의 책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태생적인 한계, 과거에 발목잡혀 미래마저 저당잡힌 우리의 현시점을 낱낱이 고발하고 있는데, 묵직한 돌덩이를 올려놓은 듯한 쳇기가 가슴에서부터 느껴진다.

저자의 입담은 어찌 보면 꽤 시니컬하지만, 할 말은 제대로 하고 있다.  친일파의 처단에 대해서는 극단적인 주장만이 꼭 옳지 않음을 당시 사회 분위기에 비추어 설명하고 있는데, 국민의 80%가 창씨개명을 했던 시대상을 감안한다면 설득력이 있었다.  '우리'라는 말이 함포하고 있는 그 폐쇄성과 편가르기에 대한 지적은 박노자씨가 자주 했던 이야기들을 떠올리게 한다.

아주 대놓고 지적하진 않았지만 우리가 불끈해 마지 않던 그 반미가, 참을 수 없는 가벼운 반미였다는 새로운 진리는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사람이 죽어나가고 인권이 유린되는 것에 더 분노했어야 했는데, 우리는 금메달 빼앗긴 것에 더 울분을 토로했으니까.

아마도 이 책은 세대별로 다른 감각으로 읽힐 듯하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군사독재시절, 민주화투쟁, 그 이후 세대 등등... 자신이 겪었던 시대의 눈을 통해서 남다른 필터가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작가가 미국에 대해서 우리 국민이 느끼는 감각에 대해서 지적한 바와도 일맥상통할 것이다.  영원한 우방 미국을 찬양하는 사람들과 성조기조차도 태울 수 있는 사람들과의 그 멀고도 먼 거리란...

저자가 역사학자인 만큼 우리의 고대/중세/근대사에 접목시켜서 현대사를 깊이있게 조명해주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흔히 갖고 있는 조선망국원인에 대한 인식도 조금은 달리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조선 나름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병영국가 대한민국편은 구구절절 고개 끄덕이면서 보았다.  이제 진짜 우리는 징병제에 대한 전면검토를 통해 모병제를 모색해야 할 때이다.  저자의 지적처럼 군대문제만 대두하면 우리는 진짜 적을 뒤로 하고 소모적인 싸움을 너무 많이 해왔다.  그 모든 온갖 병폐의 근절을 위해선 올바른 시민의식화와 정당한 시민운동이 함께 발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남북협상을 앞에 두고, 우리 사회의 진일보한 모습을 기대해 본다면 너무 이른 김칫국일까.

책은 의미심장하게, 때로 재밌게, 때로 서글픔을 동반하며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독서를 가능하게 해주었지만, 간혹 숫자의 오기와 수많은 오타가 눈을 어지럽혔다.  옥의 티다.

그리고 덧글. 일제 강점기는 36년이 아니라 35년이다.  좋지도 않은 것 굳이 일년 더 늘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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