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태어나던 날에
데브라 프레이저 지음, 신여명 옮김 / 두레아이들 / 2007년 7월
품절


겉표지 열면 나타나는 속표지. 색이 강렬하고 예쁘다.
이런 색감으로 줄곧 진행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유일한 아쉬움이 있다.

이 책이 베이비 샤워임을 보여주는 한 조각 메시지.

이 동물 저 동물에게서 네가 태어난다는 기쁜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각 동물들의 모양이 콜라쥬 기법으로 붙여져 있다.
순록, 북극 제지갈매기, 혹등고래, 태평양언어, 제왕나비, 바다거북이, 뱀장어, 정원솔새... 그렇게 전 세계로...

눈부신 아침이 너의 탄생을 축하하며 지구에 강렬한 빛을 보내주고 있다.

저 강렬한 태양은 새벽부터 해질 때까지 너의 하늘을 밝혀 주었지.

달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어. 환한 얼굴로 너의 창을 가득 채워주었지.

북극성은 움직이지도 않은 채 한 자리에서 너를 축복하며 밝게 빛났지.

나무들은 하늘 향해 쭉쭉 뻗어 네가 숨을 쉴 수 있도록 신비로운 산소를 만들어냈단다.

막 이 땅에 태어난 너를 환영하며 많은 사람들이 가슴으로 축하해 주었지.
너는 그런 존재야!

너를 둘러싸고 있는 더 많은 세상에 대하여...
(과학도서를 표방해도 무색하지 않을 설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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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17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쁘네요.

마노아 2007-08-17 14:31   좋아요 0 | URL
모든 생명이 사는 동안 내내 탄생 자체가 축복이었으면 좋겠어요. ^^
 
네가 태어나던 날에
데브라 프레이저 지음, 신여명 옮김 / 두레아이들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서 가장 유명했던 문장이 있다.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때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 준다네"

나의 간절한 소망에 무려 '온 우주'씩이나 나를 도와주려고 한다는 그 말,  얼마나 근사하고 멋지고 또 위안이 되는 지 몰랐다.  내가 세상에 나와서 아무 존재감 없이 사는 게 아니라, 온 우주의 지지를 받으며 꿈을 이뤄가고 있다는 것, 아직 꿈의 실현은 저 멀리에 있더라도 불끈불끈 힘이 솟도록 만들어 주는 응원의 메시지.  그 문장이, 이 책을 읽는 순간 다시 메아리치는 듯 했다. 

네가 테어나던 날에...

이 동물에게서 저 동물에게도 너의 탄생 소식이 전해졌단다.  순록도 제비갈매기도, 혹등고래도, 태평양연어도, 또 제왕나비도 바다거북이도, 뱀장어도, 정원솔새도... 모두모두 소식을 전하느라 바빴더랬지.  그렇게 이 놀랍고 신비로운 소식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갔어.

네가 막 태어나려던 그 순간, 태양과 달과 지구, 그리고 그 안에 모든 생명체는 제 자리를 지키며 바삐 움직였지.  터의 탄생을 축하해 주기 위해서였어.

뿐만 아니지. 네가 태어나던 그날에, 동그란 지구가 옹쪽으로 몸을 돌리자 밤이 지나가고 눈부신 아침이 찾아왔지. 지구의 중력은 네가 떠다니지 않게 힘차게 땅으로 끌어당겼고, 태양은 그 찬란한 빛을 비추어 나의 하늘을 새벽부터 해질 때까지 책임지고 밝혀주었단다. 

달은 또 어땠고... 고요한 다맃은 너의 창가로 찾아와 네 얼굴을 아름답게 비쳐주었지. 북극 하늘 아득히 높은 곳에는 북극성이 꼼짝도 않은 채 한 자리를 지키고는 너의 탄생을 축하해 주었어.

달님은 바닷물을 끌어당겼고, 바닷가를 씻어내린 파도는, 훗날 모래밭에 너의 발자국을 남길 수 있게 해줄 거야.  나무들은 풍부한 산소를 만들어 내어서 네가 숨을 쉴 수 있게 만들어 주었고, 공기들은 어머니 지구 위에 사는 모든 생명들을 보이지 않는 손길로 보호해 주었지.

이 모든 것들은 네가 태어나던 날에 벌어진 일들이야.  너의 탄생을 온 우주가, 지구가, 하늘과 바다와 나무와 공기가, 지구의 모든 동물들이 또 식물들이, 그리고 너의 탄생을 지켜본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축하해 주었어.

너는 그렇게 사랑 받으며 태어난 아이지.  네가 행복하게, 아름답게, 건강하게 자라서 살아갈 이유이기도 하지.  그리고 그 사랑을 네가 또 전달하며 살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지.  네가, 우리가, 이 지구가, 그리고 온 우주가 서로로 인해 의미가 있어지고 더 소중해지는 존재들인 것을......

얼마나 아름다운 울림이었는지 모른다.  얼마나 기쁘고 감사하고 또 마음을 부유하게 만들어 주었는지 모른다.  이 책은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아이의 탄생을 축하하며 전해주는 책이라고 했다.  그래서 책의 맨 앞부분에는 사랑하는___________에게... 라고 적혀 있어 이름을 적어 넣을 수도 있다.  4-6세 용이지만 어느 연령대의 사람이라도 기꺼이 들어 마땅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아이가 어리다면 천체의 운행과 자연질서의 흐름을 과학적으로 알지 못하겠지만, 너를 위해서, 너를 축하하기 위해서, 너를 보호하기 위해서 이 세상이 아름답게 존재한다고 말해주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아이가 좀 더 자라면, 책의 뒤에 "너를 둘러싸고 있는 더 많은 세상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붙어 있는 부록을 공부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  앞서 등장했던 동식물, 태양과 달과 지구, 바다, 나무 등등의 움직이는 원리를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이 책의 그림들은 정교하기 보다는 투박한 느낌의 덩어리로 모여 있다. 콜라쥬 기법으로 작성되었는데, 종이를 오려서 붙인 듯한 느낌이 자연미와 인공미의 조화를 느끼게 한다.  그림에서 딱 하나 아쉬운 것은 색감이 좀 탁하다는 것.  좀 더 채도가 높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약간 어두운 느낌을 주어서 딱 하나 옥의 티다.  그렇지만 메시지가 너무 강렬하고 아름다워서 별 다섯으로도 모자란 느낌이다.  출산을 앞둔, 혹은 출산 직후의, 또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들에게 주저 없이 선물하기에 딱 좋다.  이 책을 만든 '두레아이들'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좋은 책 한 권과의 만남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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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7-08-17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네요. 저도 읽어봐야 할 것 같아요. 저를 위해서 이 세상이 존재하다니.. ㅠ_ㅠ

마노아 2007-08-17 12:24   좋아요 0 | URL
아름다운 메시지죠. 우리 모두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에요. ^^
 

제12기 서울역사박물관대학 교육생 모집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성인을 대상으로 서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2007년 9월 12일(수)부터 11월 28일(수)까지 10주과정으로 <제12기 서울역사박물관대학>을 아래와 같이 운영합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 교육운영개요
◦ 기 간 : 2007. 9. 12 ~ 11. 28(매주 수요일, 10주)
◦ 시 간 : 오후 2시~ 5시(1일 3시간)
◦ 대 상 : 서울의 전통 문화에 관심 있는 20세 이상 성인
◦ 교 육 비:무료
◦ 교육주제:서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
◦ 교육방법:강의, 시청각교육 등 실시
◦ 인 원 : 250명
(※ 220명은 인터넷 추첨, 30명은 박물관 유료회원으로 선정 )
◦ 강 사 : 교육내용별 전문강사
◦ 장 소 : 서울역사박물관 1층 강당
◦ 기 타 : 7회 이상 출석자에게만 수료증 수여

□ 교육일정 및 내용
◦ 1주차 : 9.12, 한성백제의 발전(양기석 - 충북대학교 교수)
◦ 2주차 : 9.19, 고려시대의 남경(나각순 - 서울시사편찬위원회 연구간사)
◦ 3주차 : 10.10, 조선의 건국이념과 성리학(정두희 - 서강대학교 교수)
◦ 4주차 : 10.17, 조선시대의 민의수렴(한상권 - 덕성여자대학교 교수)
◦ 5주차 : 10.24, 조선시대 왕실의 의례와 생활(신명호 - 부경대학교 교수)
◦ 6주차 : 10.31, 디지털시계와 장영실(남문현 - 건국대학교 교수)
◦ 7주차 : 11.7 문화재의 보존과 관리(이오희 - 한국전통문화학교 석좌교수)
◦ 8주차 : 11.14 조선의 최고 의서 동의보감(김호 - 경인대학교 교수)
◦ 9주차 : 11.21 조선시대 서울의 시장(박은숙 - 서울시사편찬위원회 연구원)
◦ 10주차 : 11.28 근대 도시 경관의 변화 (안창모 - 경기대학교 교수)
(※ 상기 일정은 강사의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 교육신청방법
◦ 신청기간:2007. 8. 20(월) 09:00 ~ 9. 2(일) 18:00
◦ 신청하는 방법
- 모집인원 : 220명(인터넷 추첨)
① 박물관홈페이지(www.museum.seoul.kr) → 학습관 → 교육예약 → 제12기 서울역사박물관대학 교육생모집 세부내역보기 → 신청하기

② 서울시 홈페이지 → 전자민원 → 공공서비스예약 (http://yeyak.seoul.kr) → 강좌/교육 → 교육 또는 기관별 → 제12기 서울역사박물관대학 세부내역보기 → 신청하기

◦ 서울역사박물관 유료회원이 신청하는 방법
- 모집인원 : 30명(선착순)
① 박물관홈페이지 (www.mus
eum.seoul.kr) → 학습관 → 교육예약 → 제12기 서울역사박물관대학 교육생모집 세부내역보기 → 박물관 유료회원 신청하기

◦ 교육생 선정:교육신청자 중 220명은 인터넷 추첨,
30명은 박물관 유료회원 중 선착순으로 신청한 교육생으로 선정
◦ 문의처 : 02-724-0196 교육홍보과

□ 교육생 확정발표 : 2007.9.4(화) 오전 10시. 박물관 홈페이지 공지사항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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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8-16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도 강의주제 좋다. 흑...
 

눈 먼 자들의 도시에서 사람들은 어느 날 갑자기 눈이 멀어버렸는데, 암흑같은 세상이 펼쳐진 게 아니라 우유를 뿌린 듯 하얀 세상만이 보였다고 했다.

지금, 내 휴대폰이 그렇다.  점심때 쯤 병원 가서 진료 받고 철분약이랑 기타 등등 지어와서 신용카드 결제 내역을 확인할 때까진 멀쩡했는데, 그 다음에 갑자기 액정화면이 하얗게 변했다.  껐다가 켜보아도 마찬가지.

전화는 걸려온다. 걸수도 있다.  하지만 발신자 표시를 이용할 수 없으며 문자 이용이 불가능하다.

좀 전에도 문자가 하나 왔는데 누군지 내가 어찌 알겠나.;;;;

통신사를 유지하고서 휴대폰을 바꾸면 기계값이 비싸겠지?

근데 통신사를 바꿀 마음은 별로 없는데...

에잇 참!  이번 달 뜻하지 않은 지출이 많구만.  하긴, 저번달 부터다. 그 넘의 국민연금이 최악이었지.  생각해 보니, 그때 떼어 간 20만원이면 휴대폰 하나 사지 않았을까?(그 정도면 살 수 있나?  더 줘야 하나???)

오늘 집에 손님들이 많이 오신다고 해서 서점으로 피서가려고 했는데 모두 취소되었다길래 집에 눌러있었더니 손님 두분이 오셨다.  불볕더위라 안 움직이려던 것이었지만 나가는 게 나을 뻔 했다.

월요일에 주문한 책은 아직도 재고확보중이고... 어째 좋은 소식은 좀 없나?  어쩐지, 좀 화가 나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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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7-08-16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날도 더운데..화 가라앉히셔요~~~
핸드폰은..저도 지금 바꿔야하는데..2가 잘 안눌러지거든요..근대..넘 비싸서 못하고 있답니다~~

마노아 2007-08-16 15:40   좋아요 0 | URL
버튼 안 눌러지는 것은 기종 A/S센터에 가면 기판 열고 청소해줘요. 무료였는지 한 2천원 받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요^^;;;;
핸드폰 없이도 충분히 살던 시절이 있는데, 문자 하나 확인 못하고 애가 타네요.(그게 광고문자면 엄청 열받을 테죠^^;;;)

홍수맘 2007-08-16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구.
이 더운날 화까지 올라오면 정말 안 되는데......
그러고 보면 핸드폰도 정말 애물단지예요. 그쵸?

마노아 2007-08-16 19:34   좋아요 0 | URL
문명의 이기의 양면성이죠^^ 홍수맘님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고 계시죠?

비로그인 2007-08-16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은 소식드릴게요.
좀 전에 책주문 넣었어요.

마노아 2007-08-16 19:34   좋아요 0 | URL
우왓! 진짜 좋은 소식 전해 주셨네요. 헤헷, 감사해요^0^

네꼬 2007-08-16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기발한 제목이에요!! 그나저나 새 휴대폰 잘 고르세요. 혹시 로봇일지도! (로봇=변신한 네꼬)

마노아 2007-08-16 19:34   좋아요 0 | URL
변신한 네꼬님 원츄에욧^0^ 아낌 없이 사랑해 드릴게요(>_<)

비로그인 2007-08-16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컴퓨터에, 휴대폰에, 기계들이 좀 속을 썩이는군요.

마노아 2007-08-16 23:01   좋아요 0 | URL
거기다가 카메라 연결 기기판이 고장나서 사진 전송이 안 되고 있어요. 여러가지 하죠^^ㅋㅋㅋ(울지 못해 웃어요. 크흑!!!)
 



 
여기가 하늘이여 땅이여, ‘버티고’ [제 641 호/2007-08-15]
 

지난 7월 20일 최신예 전투기 KF-16D가 서해에 추락했다. 사고기에는 두 명의 조종사가 타고 있었다. 특히 박인철 대위는 부친 고 박명렬 소령에 이어 전투기 사고로 목숨을 잃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아무리 최신 전투기에 탄다고 해도 조종사들은 항상 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일반인이 상상할 수도 없는 극한의 조건에서 전투기를 몰기 때문이다.

조종사들은 고공의 옅은 산소 농도, 급격한 기압 변화, 가속도로 인한 힘을 온 몸으로 받아내야 한다. 마치 고산지대 사람이 겪는 산소 부족, 잠수부들이 겪는 압력 변화, 롤러코스터를 탄 사람이 겪는 가속도를 한꺼번에 경험하는 셈이다. 이들의 고충을 살펴보자.

조종사가 활동하는 공간은 대개 해발 3000~4000m 이상으로 대기가 희박하다. 산소가 충분할 때는 대기압이 폐의 압력보다 훨씬 커 혈액 속에 산소가 잘 녹아들지만, 산소가 부족한 곳에서는 폐 속의 압력이 떨어지고 혈액 속 산소량도 부족해진다. 7000m 이상 올라가면 흡수할 수 있는 산소량이 확 줄어들고, 1만5000m까지 올라가면 대기압이 폐 속의 압력과 같아져 아예 산소를 흡수할 수 없다. 그래서 평균 4000m 이상의 고공에 오르는 조종사는 산소마스크를 써야 한다.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 계속 노출되면 어떻게 될까? 정신이 멍해지다가 판단력이 떨어지고 의식도 흐려진다. 그런데 조종사는 이걸 고통이 아닌 ‘쾌감’으로 받아들인다. 일종의 환각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실제 조종사에게 공급하는 산소량을 점점 줄이면서 자기 이름을 반복해서 쓰도록 하는 실험을 했더니 또박또박하던 글씨가 곧 필기체로 변한 뒤 상형문자를 밟고 지렁이 몇 마리로 변신했다. 그러나 조종사는 이 모든 과정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런 상태로 전투기 조종간을 계속 잡고 있으면 위험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조종사는 고공과 똑같은 상태로 만든 감압실에서 저산소증을 체험하고 대비하는 훈련을 받는다.

공기가 희박하면 공기가 누르는 힘, 즉 기압도 약해진다. 늘 1기압에 노출돼 있던 신체는 기압이 조금만 변해도 부적응 반응을 보일 정도로 섬세하다.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의 80퍼센트는 질소로 되어 있다. 이 질소는 작은 기포로 변해서 혈액과 조직 속에 녹아 있다. 그런데 압력이 급격하게 내려가면 기체의 용해도도 내려가기 때문에 몸속에 갇혀 있던 질소가 녹아나온다. 마치 마구 흔든 콜라처럼 기체가 부글부글 끓어 나오는 셈이다.

자유의 몸이 된 질소 기체는 조직 속에 모여 수포를 만들거나 모세혈관을 막는다. 이러면 세포가 산소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신체는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다. 질소 기체가 뇌혈관 같은 곳을 막아버리면 의식을 잃을 수도 있다. 공중에서 조종사가 기절하면 전투기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또 조종사들은 전투기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엄청난 힘을 받는다. 고속으로 움직이는 물체에서 사람이 받는 힘은 몸무게와 가속도의 곱이다. 따라서 가속도가 클수록 사람은 큰 힘을 받는다. 이 힘은 물체 이동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걸린다. 엘리베이터가 내려갈 때 순간 몸이 붕 뜨고, 반대로 올라갈 때 바닥에서 당기고 있는 느낌을 받는 것과 같은 원리다.

전투기 조종사는 상승할 때는 발, 하강할 때는 머리 방향으로 힘을 받는다. 이중 하강할 때 머리 방향으로 받는 ‘양성 가속도’가 조종사를 괴롭히는 가장 큰 원인이다. 최신예전투기 조종사가 받는 양성 가속도는 최고 11~12G. 지구 중력이 1G니 지구 12개가 떼거리로 모여 한 사람의 머리를 잡고 마구 끌어당기고 있는 셈이다.

양성 가속도가 걸리면 관성 때문에 체내 혈액은 발로 쏠린다. 뇌에 있던 혈액이 한꺼번에 하체로 빠져나가면 조종사는 정신을 잃을 수 있다. 이를 ‘G-LOC’이라 한다. G-LOC 상태에 빠지면 24초 이상 정상적인 행동이 불가능해지므로 치명적이다. 미국 공군이 발표한 통계조사에 따르면 매년 1.45대가 G-LOC으로 추락한다고 한다.

양성 가속도는 조종사의 판단능력도 없앤다. 사람은 무의식중에 중력으로 상하를 판단한다. 다리 방향으로 가속도가 걸릴 때는 정상방향을 인지하지만 다르게 걸리면 몸도 혼란을 일으킨다. 양성 가속도가 1G를 넘어간 순간부터 머리 쪽에 더 큰 힘이 가해지기 때문에 조종사가 느끼는 땅은 하늘이 된다. 공중에서 몇 바퀴나 도는 전투기 곡예에 지상에 있는 사람은 현기증이 나도 조종사는 자신이 바른 자세로 앉아있다고 느낀다.

하지만 이 상태에서 감각만 믿고 상하를 판단하면 극히 위험하다. 푸른 바다 위를 날 때 내 발밑에 있는 게 하늘인지 바다인지 제대로 판단하지 못 하기 쉽다. ‘버티고’(vertigo)라고 불리는 이 착시현상을 피하기 위해 조종사는 시각이나 몸의 느낌이 아니라 계기판을 보고 비행한다. 기계는 적어도 혼란 때문에 상하 판별을 잘못하진 않기 때문이다.

체력과 지력, 판단력을 갖춘 ‘탑건’도 자연의 힘 앞에서는 무력하다. 그러나 그들은 머리와 몸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조종간을 놓지 않는다. 자신이 떠나 텅 빈 하늘에 새들만 평화롭게 노닐지는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잠시라도 정신을 놓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힘든 장소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창공의 사나이들에게 감사와 격려의 말을 전하는 바다. (글 : 김은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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