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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이의 첫 심부름 ㅣ 내 친구는 그림책
쓰쓰이 요리코 글, 하야시 아키코 그림 / 한림출판사 / 1991년 3월
평점 :
어른의 도움 없이 혼자서 집을 찾아가고 혼자서 가게 심부름을 다녀왔던 첫 날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는 버스 타고서 등하교를 했는데, 세번까지는 엄마가 데려다 주고, 그 다음부터는 혼자서 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아마도 가게 심부름은 그 이전 나이부터 했을 테지만, 아주 어릴 때 기억은 별로 남아있는 게 없다.
이슬이는 처음으로 혼자 가게 심부름을 가게 되었다. 엄마는 500원짜리 동전 두 개를 주면서 우유 하나를 사오라고 하고는 차조심할 것과 잔돈 꼭 챙길 것을 당부했다. 이슬이는 잔뜩 긴장했다. 쌩쌩 지나가는 자전거도 무서웠고, 동전을 놓쳐서 잃어버릴까 전전긍긍했다.
무사히 가게에 도착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크게 소리쳐 불러 주인 아주머니를 불러야 하는데, 혼자서는 처음 와 본 이슬이에게는 이 평범한 행위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다 자란 어른인 내게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일이지만, 내가 이슬이처럼 홀로하는 첫 구매행위 앞에 놓여 있었다면 마찬가지로 긴장하고 떨리고 또 조금은 두려워했을 것이다.
어떤 아저씨는 잘도 담배를 사가고 또 다른 아주머니들도 주인 아주머니를 불러서 각자 필요한 것들을 사가는데 이슬이는 작아서 눈에도 안 띄고 여러모로 속상하다. 뒤늦게 이슬이를 발견한 주인 아주머니는 미처 못 봤다는 사실에 미안해 하며 상냥하게 대해주신다. (이슬이의 첫번째 심부름 대상으로 고마운 분이다. ^^;;;)
무사히 우유를 샀지만 잔돈을 잊고 가버린 이슬이, 착하고 상냥한 주인 아주머니 덕분에 이슬이는 무사히 심부름을 마친다. 집에서 애를 태우며 기다리고 계신 엄마와 마주쳤을 때 이슬이가 느낀 감격이 어땠을지 충분히 상상이 간다. 해냈다는 뿌듯함과, 절대 내 편 구세주를 만났다는 안도감에 얼마나 기뻤을까.
사실, 요새 아이들은 엄청 약은 편이어서 이런 심부름 자체가 어려울 것 같지는 않다. 문제는, 심부름을 혼자 보내고 골목 안에서 기다리기에는 세상이 너무 험해졌다는 것..ㅠ.ㅠ
조카는 피아노 학원을 다녀올 때, 학원 선생님이 골목 앞까지 데려다 주신다. 골목을 약간 달려서 3층 집까지 올라오는 것은 정말 짧은 거리지만, 그마저도 형부는 안심이 안 되어 언니더러 꼭 마중을 나가라고 한다. 아이의 자립심과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에도 걱정거리가 너무 많은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 서글프다. 세상의 모든 이슬이 화이팅! 아름답고 안전한 세상에서 너희들이 잘 자라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