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좋다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05
재니스 메이 우드리 지음, 마르크 시몽 그림, 강무홍 옮김 / 시공주니어 / 199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에 눈여겨 본 제목이었는데, 서점에서 발견!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다.  50년 전에 칼데콧 상을 받은 책인데, 아마도 그림으로 받은 게 아닌가 싶다.(알라딘 서지 정보를 보니...)  칼데콧 상이 내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역사가 오래된 듯 싶다. ^^

이 책은 독특하다.  일단 외형이 세로로 좀 긴 판형인데, 그림이 칼라 그림과 흑백 그림이 계속 교차해서 나온다. 



나무에 관한 유명한 책으로 '나무 심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는데 던져주는 메시지의 느낌이 다르다.  "나무 심는 사람"의 할아버지가 한 일은 인류에게 꼭 필요한, 정말 너무도 숭고하고 위대한 작업이어서 감탄과 존경의 느낌으로 다가오는데, 이 책에서 설명하는 나무의 좋은 점들은 모두 너무 소박하고 일상적인 것이라서 다정한 친구같은 느낌을 전해 준다.



어쩌면 이 책을 쓴 작가는 나무가 좋은 점을 아이들에게 물어보지 않았을까 상상해 보았다.  어른들에게 '벽돌'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어른들은 대뜸 '집짓기'정도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아이들은 그 벽돌을 가지고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많은 쓰임새를 말한다고 예전에 교수님께 들은 적이 있다. 

이 책에서 나열하는 나무의 좋은 점들은 알차면서도 다양한, 그리고 풋풋한 신선함이 있다.  그네를 매달아 즐거움을 줄 수 있고, 낮잠 자는 소들을 위해 그늘을 제공해 주고, 낙엽을 모아 모닥불을 피울 수도 있다.  



아이들이 즐거워할 책이기도 하지만 어른들에게는 동시에 '추억'이라는 멋진 선물을 줄 수 있는 책으로 보인다.  아낌 없이 주는 나무의 헌신적인 나무도 아름답고, 이 책에서의 소박하고 일상적인 즐거움을 말해주는 나무들도 멋지다.  나무는 세상을 더 아름답게 해주는 훌륭한 존재임에 틀림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기 돌고래 마르코
크리스천 리스 라센 글.그림 / 효리원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서점에 갔다가, 유아 코너에서 내 눈을 사로잡은 책이다.  어찌나 반짝이던지 표지를 열어보지 않고는 참을 수가 없었다.

언뜻 '무지개 물고기'의 반짝거림이 떠올랐지만 재질이 다르다.  색모래를 쓴 듯한데, 그래서 만져보면 까끌까끌한 느낌이 들어 좀 더 입체감이 살아 있다.

바다 속 풍경을 다양한 색모래와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서 꾸며 놓았는데, 총천연색으로 얼마나 예쁘게 반짝이던지, 마치 온갖 보물에 둘러싸인 느낌이었다.

원색을 잘 사용해서 바다속 느낌을 잘 살렸는데, 그림이 너무 멋지다 보니까 내용이 일단 안중에 없어진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아기 돌고래 마르코가 먼 여행을 떠나려고 바다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친구들과 가족들은 모두 마르코가 떠나는 것을 섭섭해 하고, 결국 마르코는 그대로 남아있기로 결심한다.  그림의 탁월함에 비해서 솔직히 내용은 몰입감이 좀 떨어진다.  글씨가 별로 없고, 내용도 좀 약한데, 차라리 아예 그림만으로 작품을 완성했더라면 더 호감이 가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지마 그림은 별 7개도 줄 수 있을 만큼 훌륭하다.  아아디어가 참 좋은 책으로 보인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슬이의 첫 심부름 내 친구는 그림책
쓰쓰이 요리코 글, 하야시 아키코 그림 / 한림출판사 / 199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른의 도움 없이 혼자서 집을 찾아가고 혼자서 가게 심부름을 다녀왔던 첫 날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는 버스 타고서 등하교를 했는데, 세번까지는 엄마가 데려다 주고, 그 다음부터는 혼자서 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아마도 가게 심부름은 그 이전 나이부터 했을 테지만, 아주 어릴 때 기억은 별로 남아있는 게 없다.

이슬이는 처음으로 혼자 가게 심부름을 가게 되었다.  엄마는 500원짜리 동전 두 개를 주면서 우유 하나를 사오라고 하고는 차조심할 것과 잔돈 꼭 챙길 것을 당부했다.  이슬이는 잔뜩 긴장했다.  쌩쌩 지나가는 자전거도 무서웠고, 동전을 놓쳐서 잃어버릴까 전전긍긍했다.

무사히 가게에 도착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크게 소리쳐 불러 주인 아주머니를 불러야 하는데, 혼자서는 처음 와 본 이슬이에게는 이 평범한 행위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다 자란 어른인 내게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일이지만, 내가 이슬이처럼 홀로하는 첫 구매행위 앞에 놓여 있었다면 마찬가지로 긴장하고 떨리고 또 조금은 두려워했을 것이다.

어떤 아저씨는 잘도 담배를 사가고 또 다른 아주머니들도 주인 아주머니를 불러서 각자 필요한 것들을 사가는데 이슬이는 작아서 눈에도 안 띄고 여러모로 속상하다.   뒤늦게 이슬이를 발견한 주인 아주머니는 미처 못 봤다는 사실에 미안해 하며 상냥하게 대해주신다. (이슬이의 첫번째 심부름 대상으로 고마운 분이다. ^^;;;)

무사히 우유를 샀지만 잔돈을 잊고 가버린 이슬이,  착하고 상냥한 주인 아주머니 덕분에 이슬이는 무사히 심부름을 마친다.  집에서 애를 태우며 기다리고 계신 엄마와 마주쳤을 때 이슬이가 느낀 감격이 어땠을지 충분히 상상이 간다.  해냈다는 뿌듯함과, 절대 내 편 구세주를 만났다는 안도감에 얼마나 기뻤을까.

사실, 요새 아이들은 엄청 약은 편이어서 이런 심부름 자체가 어려울 것 같지는 않다.  문제는, 심부름을 혼자 보내고 골목 안에서 기다리기에는 세상이 너무 험해졌다는 것..ㅠ.ㅠ

조카는 피아노 학원을 다녀올 때, 학원 선생님이 골목 앞까지 데려다 주신다.  골목을 약간 달려서 3층 집까지 올라오는 것은 정말 짧은 거리지만, 그마저도 형부는 안심이 안 되어 언니더러 꼭 마중을 나가라고 한다.  아이의 자립심과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에도 걱정거리가 너무 많은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 서글프다.  세상의 모든 이슬이 화이팅!  아름답고 안전한 세상에서 너희들이 잘 자라야 할 텐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향기 2007-08-23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부름을 보내기에 너무 험한 세상이 되었다는 말... 공감해요. 학원 셔틀버스에서 내려 집에 오는 길에 유괴를 당하는 세상이니...에휴~

마노아 2007-08-23 21:25   좋아요 0 | URL
대문 안 걸고도 잘 살던 때가 있었는데 어휴, 한숨 나오죠.
도무지 안심하고 지낼 수가 없는 요즘 세상이에요...ㅜ.ㅜ
 
도깨비를 빨아 버린 우리 엄마 도깨비를 빨아 버린 우리 엄마
사토 와키코 글.그림, 이영준 옮김 / 한림출판사 / 199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엄마는 빨래하는 것을 엄청! 사랑하신다.  무엇이든 손에 잡히는 것은 닥치는 대로 다 빨아버리신다.

혼자서 제 털을 깨끗이 만드는 고양이도 잡혔다 하면 빨아서 빨래줄에 걸리고, 소시지를 물고 도망가던 강아지도 잡혀서 빨리게 된다.(심지어 소시지까지!)

너무 많이 빨다 보니 빨래줄도 모자란다.  나무마다 줄을 걸고, 나아가 숲 전체로 줄을 걸어버린 엄마.

그리고 온갖 것을 모두 다 빨아서 널어버린다.  깨끗해진 빨래를 보고서 땀을 씻어내며 좋아하시는 엄마.

하늘 위 도깨비 한마리가 검은 구름을 마구 몰아오다가 빨래줄에 걸려 떨어졌다.  지저분한 도깨 때문에 기껏 빨아놓은 빨래가 다 엉망이 되어버리자 화가 난 엄마는 도깨비 마저도 깨끗하게 빨아버린다.

얼마나 정성껏 빨았는지 도깨비의 얼굴이 지워져서 앞뒤 구분이 안 될 지경.(엄훠!)

엄마는 아이들을 불러다가 도깨비의 얼굴을 그려주게 한다.  도깨비는 심술궂은 얼굴이었었는데, 아이들 손에서 귀엽고 예쁜 얼굴도 다시 태어난다.  빨래의 묘미(!)를 알아차린 도깨비는 더 많은 도깨비 친구를 불러오는데....

제목만 익살스러운 게 아니라 내용도 엄청 재밌다.  전통적인 권선징악을 말하지도 않고 잘했다 못했다의 가치 판단도 없다.  그저 재밌고 신나고 독특한 그런 그림 책이다.

빨래란 엄청 고되고 힘든 노동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동화 속의 엄마의 마음으로 생각해 보니, 깨끗해진 빨래가 널려있는 빨래줄을 바라보면 등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노동은 고되지만 열매는 달다(?) 물론, 비가 오면 말짱 도루묵이지만, 그때는 비를 몰고 온 도깨비를 흠씬 혼내주어야 한다.  이 작품 속 빨래 좋아하는 엄마처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향기 2007-08-23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애들 어릴 때 이 책 엄청 좋아했었는데... 저도 읽다가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마노아 2007-08-23 21:25   좋아요 0 | URL
빨래하는 엄마의 얼굴이 어찌나 억척스럽던지, 빨래를 이렇게 즐겁게 하는 사람 처음 봐요.
에피소드가 재밌더라구요^^ㅎㅎㅎ
 
용감한 소 클랜시 꿀밤나무 그림책 8
라치 흄 지음, 장미란 옮김 / 은나팔(현암사) / 2007년 4월
절판


세상에, 작가가 열두 살 나이에 쓴 동화라고 한다. 오옷!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감동과 교훈과 재미를 두루 갖춘 훌륭한 작품이다.

송아지 클랜시는 엄마 아빠와 달리 줄무늬가 없이 까만 털로 뒤덮인 채 태어났다. 엄마와 아빠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클랜시는 자라면서 따돌림을 받는다. 자신과 다른 생김새를 가진 클랜시를 줄무늬 소들은 한 식구처럼 받아주지 않았다.

클랜시는 줄무늬를 만들어보려고 갖은 노력을 기울인다.
눈밭에서 데굴데굴 굴러 보기도 했고
붕대를 꽁꽁 감아보기도 했지만 모두 허사였다.

줄무늬 소들은 먹을 풀이 없어서 비쩍 말라 있었는데
바로 옆 목장의 얼룩무늬 소들은 싱싱한 풀을 배불리 먹어서
토실토실 살이 올라 있었다.

서로 경계를 긋고 적대시하고 있는 소들의 눈빛이 의미심장하다.

클랜시는 몸이 온통 까맣기 때문에 밤중에 이웃 목장에서 싱싱한 풀을 뜯어먹어도 발각되지 않았다. 그렇게 풀을 뜯던 클랜시는 얼룩무늬가 없어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던 헬가와 만나 친구가 된다.
동병상련. 둘은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며 밤마다 같이 풀을 뜯어 먹었다.

싱싱한 풀로 살이 오른 클랜시는 모처럼 동료들의 격려를 받으며 씨름대회에 나갈 준비를 한다.
소들은 돌아가며 자신의 기술을 클랜시에게 가르쳐 주었는데,
클랜시가 기술을 구사하는 장면들이 해학적으로 그려져 있다.

마침내 클랜시는 얼룩무늬 소를 이기고 목장의 싱싱한 풀을 차지할 수 있게 되었지만, 줄무늬 소들이 그 풀을 독점하게 만들지 않는다. 그들 모두가 실컷 풀을 먹어도 충분한 그곳에서 욕심부리지 말고 사이 좋게 지낼 것을 당부한다. 소들은 반성하며 서로 친해지는데 이제 그들의 눈빛에는 적대감이란 읽을 수 없게 되었다.

클랜시가 정말로 용감한 것은 씨름 대회에 나가서 이겼기 때문이 아니라, 독점할 수 있을 때 '나눔'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받은 설움을 되갚아 주려 하지 않고 선으로 승화시킨 클랜시의 마음씀이 아름답다. 미운 오리 새끼도 사실은 백조였던 것처럼, 송아지 클랜시는 줄무니가 없어도 누구보다 아름답고 멋진 친구였다.

아이가 그렸다고 보기엔 너무 훌륭한 그림이다. 어린아이들이 이 책을 보면 흠뻑 빠질 거란 생각이 든다. 이제 열아홉살이 된 작가에게서 더 많은 좋은 책을 기대해 본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향기 2007-08-22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도 그림이지만 내용도 훌륭하네요. 아... 열두살에 이런 동화책을 쓰는 아이가 있는데 울 아들은 오늘 아침 비와서 잠자리 못잡게 생겼다고 툴툴댔답니다. 지금은 해가 나니 수업엔 신경안쓰고 온통 머릿속에 잠자리들만 붕붕대고 있을 듯....-_-

마노아 2007-08-22 22:21   좋아요 0 | URL
책향기님! 닉네임에서 향기가 물씬 느껴져요^^ 반갑습니당~
열두 살에 이런 글을 쓰는 아이라니, 정말 한숨 나오죠. 부러워 죽겠어요^^;;;
여름철, 뜨거운 태양, 잠자리... 아.. 정말 동심이 묻어나는 단어들입니다.
하핫, 아이다워서 좋은 걸요, 뭘^^

뽀송이 2007-08-22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도 독창적이고, 내용도 감동적이었던 것같아요.^^
저도 나름 좋았던 그림책입니다.^^ 추천!!!

마노아 2007-08-22 22:22   좋아요 0 | URL
이거 알라딘 행사로 5만원어치 사면 한권 공짜로 줄 때 신청한 책이에요.
저의 선견지명에 감탄했다니까요. 푸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