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하며 동물 접기 이야기하며 접기 1
송이현 지음, 임지윤 그림 / 아이즐북스 / 2006년 4월
절판


기획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종이접기 책인데 이야기책을 겸하고 있어서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책을 펼치면 한가로운 봄날 농장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귀엽고 재미난 이야기가 등장한다. 색연필인지 파스텔인지 모르겠는데 그림의 색깔이 아주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이다. 아이들이 호감을 가질 예쁜 동물들이 낮잠 자는 모습을 보면 함께 그 풀밭에 누워 잠들고 싶은 욕구가 마구 생길 것이다.

비둘기의 리본이 사라진 사건이 계기가 되어 동물 친구들은 저마다 잃어버린 물건들을 찾으며 이야기를 끌고 간다. 산과 들과 연못과 빙산까지를 지나서 이들이 싸움을 끝내고 모두가 화해하며 즐거움을 찾았을 때 이야기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으니, 바로 이들의 정체가 모두 '종이인형'이라는 것이 밝혀진다는 것이다.

책 속에 등장한 동물들은 모두 종이접기가 가능하다.
책에는 종이접는 방법은 물론, 이들의 눈코입(심지어 목도리까지 그려진)이 그려진 종이도 제공하고 있다. (2장씩, 혹은 그 이상도 몇 개 보인다.)

난이도가 쉬운 것에서부터 어려운 것으로 수준을 업그레이드하며 종이접기도 가능하지만, '이야기' 중심으로 종이접기를 하는 것도 재밌을 것이다.
만들어 놓은 종이인형을 가지고 이 책에 등장하는 것과 같은 '이야기 만들기'도 이 책이 제공하는 좋은 기회이다. 마치 구연동화를 하듯 이야기를 만들어 보면, 아이의 상상력도 커질 것이고, 말하는 솜씨도 늘어날 것이며, 엄마와 친구와 함께 즐거운 놀이 시간도 가질 수 있어 일석다조의 효과가 있다.

종이가 얇은 것이 약간의 아쉬움이 되긴 하는데, 너무 두꺼우면 아마 야무지게 종이접기 하기가 힘들거란 생각도 든다. 다양한 크기의 색종이를 따로 준비해서 다양한 모습의 동물접기를 시도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조카의 생일 선물로 준비했는데 녀석과 함께 다양한 종이 접기에 도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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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08-25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좋은 책이군요. 종이접기 정말 좋은 활동입니다!

마노아 2007-08-26 02:40   좋아요 0 | URL
함께 하기 좋은 활동이어서 더 마음에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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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이 쿵쿵!
라주 지음, 타쿠시 니시카타 그림, 백승인 엮음 / 아이즐북스 / 2004년 9월
품절


조카는 요새 공룡에 푹 빠져 있다. 그 긴 이름을 어떻게 다 외웠는지 사진만 보여주면 이름이 척척 나온다. '몰입'이 가져다 주는 효과이지 싶다.
조카를 위한 공룡책으로 골라보았다. 사진으로 보는 공룡은(비록 실제 모습을 찍은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좀 징그러워 보인다. 이 책은 그 점에 있어서 안심이다. 아이들 눈에도 순하게 보일 색감과 표정의 공룡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목과 꼬리가 엄청 긴 공룡 세이스모사우르스가 등장했을 때는 책을 양옆으로 펼쳐서 그 긴 모습을 그대로 느낄 수가 있다. 공룡의 등 위에 올라가 있고 꼬리 위에 목 위에 걸터 앉은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표정이 귀엽다. 이들은 모두 친구가 되어 있다. 그래서 거침 없이 대화를 나누고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기도 한다.

한 꼬맹이가 몸무게가 얼마나 되냐고 물었다.
공룡은 무려 4만 킬로그램이나 나간다고 대답했다. 그림은 큰 저울 왼쪽에 공룡이, 그리고 오른쪽 추에는 아이들 2200명이 모두 올라선 것 같은 모습으로 공룡이 얼마나 크고 무거운지를 비교해 주고 있다. 철저하게 아이들 기준으로 쉽게 설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40톤이라고 하면 아이들이 알기 어려울 테니까.)

몸자랑 하는 공룡의 모습도 귀엽기 그지 없다. 긴 꼬리를 휘둘러서 적을 물리치는 거라던가, 돌덩이를 삼켜서 뱃속의 풀을 잘게 부순다는 이야기는 나로서도 몹시 흥미로웠다.

사이카니아, 파라사우롤로푸스, 토로사우루스, 스피노사우루스, 스테고사우루스, 포라칸토스라는 이름의 공룡들도 각각의 특징을 자랑스레 얘기하는 모습이 재밌다.

예전에 '공룡시대'라는 만화영화를 재밌게 보았는데 요새는 구할 수 없는 게 아쉽다. 이런 책을 보여주고 만화영화도 보여준다면 아이의 학습효과로 참 좋을 텐데.
당장은 책으로만 아쉬움을 달래야겠다. 이 책도 충분히 훌륭하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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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7-08-24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포토리뷰는 언제나 기다려져요

마노아 2007-08-24 14:09   좋아요 0 | URL
헤엣, 감사해요^^ 더 열심히 써야겠어요~

순오기 2007-08-26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룡 이름 줄줄이 외우는 아이들~ 다 영재로 생각되죠? ㅎㅎ
아이들 성장기에 필수로 거쳐가는 공룡이야기~~ 강추!!

마노아 2007-08-26 02:41   좋아요 0 | URL
저도 어릴 적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 복잡한 신 이름 다 외웠는데, 지금은 돌아서면 잊어버려요.
오늘도 공룡 책 하나 선물했는데 조카가 참 좋아했어요^^
 
나는 기다립니다... 속 깊은 그림책 2
다비드 칼리 지음, 세르즈 블로크 그림, 안수연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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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어린이 코너에서 만난 책이다.  아주 어린 꼬맹이에게 엄마가 이 책을 읽어주었는데, 얼핏 보고서도 내가 기다린 책이라는 감이 팍팍 왔다!  감동의 증폭을 위해 제목만 적어오고는 바로 주문했다.

알라딘에서는 상품 카테고리가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확실히 내용으로 보건대 어린이용 동화가 아니다.  알라딘의 카테고리가 마음에 든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면 딱 좋을 것 같은 책이다. 

책은 가로로 긴 판형이다.  편지 봉투의 투명 비닐같은 재질이 실제로 종이에 붙어 있는데 촉감만 다를 뿐 떼어지지 않는다.  간결한 그림과 넓은 여백, 그리고 빨간 털실만으로 이루어진 이야기.  그 안에, 무수히 많은 '기다림'이 녹아 있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고, 휴가를 기다리고, 어서 가 자라기를, 그 사람이 건강해지기를, 아기가 태어나기를, 기다리는 편지 한통을, 안부 전화 한통을, 전쟁이 없는 평화를, 우리의 화해를, 그리고 따스한 을 기다린다.

살면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다양한 기다림들이다.  어떤 것은 지극히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또 어떤 것들은 즐거운 지루함으로 기다리기도 한다.  산 정상에 다다랐을 때의 휴식을 기다리는 마음과 사랑하는 사람이 건강해지기를 기다리는 마음의 종류는 다르지만, 모두 다 소중하게 보인다.

빨간 실 한줄기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되기도 하고, 영화관 입장을 기다리는 안내선이 되기도 하고, 아기와 엄마가 연결된 탯줄이 되기도 한다.  어떤 빨간 실은 그 사람과의 '관계'를 나타내고, 또 어떤 빨간 실은 그 사람과의 '인연'을 드러내기도 한다.  어떤 실은 만남을, 그리고 갈급한 마음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그 속에 모두 '기다림'이 녹아 있다.

하얀 바탕과 검은 선, 그 커다란 여백 속에 한 줄기 강렬한 빨간 실.  게다가 '따스함'이 느껴지는 털실이라니... 이토록 적은 도구를 가지고 이렇게 강렬한 대비를 통한 깊은 감동과 긴 여운을 줄 수 있다니... 작가들의 감각이 대단하다.

내가 삶 속에서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지극히 현실적인 것으로 고용의 안정, 건강한 노후, 행복한 연예 등등?  모두 다 내가 기다리는 것들이 맞다.  그리고 또... 나는 무엇을 기다리며 살고 있을까?  그리고 또 무엇을 기다리며 살아야 할까?

관계 속에서 지치지 않는 나
나의 진심을 곡해하지 않는 너
네 아픈 비명을 알아차리는 나
내 흐느낌에 위로해 주는 너

개인의 발전과 비례하는 사회의 발전
정치인이 존경받는 대한민국
내가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누는 차별 없는 우리
모두가 적당히 잘 사는, 조금 더 행복해진 우리

좀 더 용기있고, 좀 더 양심 있고, 좀 더 멋진, 아름다운 이 세상......

마지막 페이지에는 "끝"이라고 적어놓고는 다시 엑스 표시를 하고 "끈"으로 글자를 바꾸어 놓았다.  끝이 아닌 시작을, 인연의 연결 고리를 보여준다.  정말 아름다운 결말이 아니던가.  지금도 진행중이라고... 아직도 우리는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많지 않은 글귀 속에서 위로를, 용기를, 희망을 얻는다.  그게 '삶'의 속성이니까.  또 본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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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다립니다... 속 깊은 그림책 2
다비드 칼리 지음, 세르즈 블로크 그림, 안수연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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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다립니다.

크리스마스가 오기를...



나는 기다립니다.

사랑을...



전쟁이 끝나기를...





한 통의 편지를






나는 기다립니다.

우리 아기를




"미안해."라는 한 마디를...

"괜찮습니다."라는 의사의 말을






이 사람이 더 이상 아프지 않기를






다시 봄이 오기를...





끝이 아닌 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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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08-23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책이 가로로 길~~~은가 봐요? 글자없는 그림책인가~~~
끝이 아닌 끈을..... ^*^ 음, 너무 유혹적인 표현이네요!

마노아 2007-08-23 23:31   좋아요 0 | URL
글자가 있긴 한데 많지 않아요. 대부분은 여백이죠. 저 간결한 그림과 빨간 털실 만으로도 많은 메시지를 전해 주네요. 이 책 너무 아름다워요^^

가시장미 2007-08-24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도 글도.. 너무 마음에 와닿아서 눈물이 날뻔했습니다. 기다림은 언제나 힘들지만, 기다림이 있기에 더 나은 오늘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합니다. 지금도 많은 것을 기다리는게.. 언젠가는 그 기다림도 끝이 있겠죠...
그게 행복일지 불행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예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마노아 2007-08-24 14:06   좋아요 0 | URL
마음에 콕! 와박히는 책이었어요. 기다림에 힘을 실어주는, 인연의 힘을 믿게 만드는 그런 책이었네요. 위로가 되었다면 좋겠습니다. ^^

책향기 2007-08-24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백이 많은 책이라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생각나네요. 남편이 다니는 회사에서 거래처랑 공무원에게 매달 책선물을 하는데 매번 무슨 책 선물할까 고민이 많더라구요. 이 책 알려줘야겠다. 추천~^^

마노아 2007-08-24 14:06   좋아요 0 | URL
도움이 되었다면 저도 기쁘지요. 선물 받은 사람들도 좋아할 거야요^^ㅎㅎ

출판사 2012-07-17 0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d
 



 
대학생 닐스 보어가 교수와 싸운 이유는? [제 644 호/2007-08-22]
 

“20세기 물리학에 기여한 보어의 업적은 마땅히 아인슈타인 다음으로 꼽아야 한다.”
퓰리처상을 받은 작가 리처드 로즈는 닐스 보어(Niels Henrik David Bohr, 1885~1962)의 업적에 대해 이같이 썼다. 현대물리에 아인슈타인이 차지하는 자리는 그 누구도 넘볼 수 없을 만큼 확고하다. 그렇다면 두 번째로 꼽힌 보어는 어떤 업적을 남겼을까?

보어는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출생했다. 그의 아버지 크레스드얀 보어는 유명한 코펜하겐대 생리학교수였고, 어머니 엘런 아들러 보어는 부유한 유대인 가문 출신이었다. 보어는 유복한 환경에서 어린 시절부터 과학에 대한 관심을 키워갔다. 그는 대학생 때 표면장력을 결정하는 방법인 ‘물 분사의 진동’에 대해 실험하고 이론적으로 분석해 덴마크 ‘왕립 과학문학 아카데미’의 금메달을 받으며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평소 전자를 발견한 톰슨을 동경했던 보어는 대학 졸업 후 그와 함께 연구하기 위해 영국 캠브리지 캐번디시 연구소로 갔다. 그러나 톰슨은 보어의 연구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크게 실망한 보어는 할 수없이 맨체스터로 옮겨 러더퍼드와 함께 연구했다. 결과적으로 볼 때 톰슨과 헤어지고 러더퍼드와 만난 것은 다행이었다. 러더퍼드의 원자 모형을 바탕으로 보어는 새로운 원자 모형을 제안했고 이 업적으로 노벨상까지 수상했으니 말이다.

보어가 남긴 가장 위대한 업적은 새로운 원자 모형을 제안해서 당시 빛의 복사에 관한 이론이었던 양자론을 원자론에 도입한 것이다. 당시 러더퍼드의 원자 모형은 실험을 통해 나온 여러 현상들을 잘 설명할 수 없었다. 보어는 막스 플랑크, 아인슈타인 같은 이론물리학자들이 발전시키고 있던 양자론을 러더퍼드의 원자 모형에 결합시켜 새로운 원자 모형을 제시했다.

양자(量子)란 어떤 물리량이 연속값을 갖지 않고 단위량의 정수배로 나타날 때 그 단위량을 가리키는 말이다. 보어는 “모든 원자는 안정 상태 또는 불안정 상태로 존재할 수 있고, 각 상태의 에너지는 양자로 나타난다”고 가정했다. 보어의 원자 모형은 이렇다. 첫째 원자핵 주위에는 전자가 돌고 있다. 둘째 전자들이 도는 궤도는 각각 다른 에너지를 갖는다. 셋째 전자가 다른 궤도로 이동하면 에너지를 흡수하거나 방출하는데 이 값은 양자로 나타난다.

보어의 원자 모형은 당시 받아들이기 힘든 대담한 발상이었지만 분광학 실험들을 통해 사실임이 증명됐다. 이 모형은 양자론을 활짝 꽃 피우는 기폭제가 됐다. 즉 고전역학이 현대 양자역학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보어의 원자 모형이 그 중간 역할을 담당한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엄청난 업적”이라는 말로 보어의 원자 모형이 갖는 의의를 설명했다.

물론 보어의 원자 모형에도 한계는 있었다. 전자의 개수가 1개인 수소 원자의 에너지는 보어의 원자 모형으로 완벽히 설명할 수 있었지만, 전자의 개수가 2개 이상일 때는 잘 설명할 수 없었다. 과학자들은 보어의 원자 모형을 여러 차례 수정해 오늘날 전자구름 모형으로 발전시켰다.

보어는 원자 연구를 계속하는 한편 사회 문제에도 관심을 가졌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보어는 미국이 주도하던 원자폭탄 개발 계획인 ‘맨해튼프로젝트’ 소식을 미리 알았다. 그는 막강한 독일군을 이기기 위해 원자폭탄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이 무기가 앞으로 세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걱정했다. 보어는 차라리 핵개발의 내용을 소련(현 러시아)에도 알려주고 공동으로 기술을 관리해서 원자폭탄의 무차별 확산을 방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안타깝게도 보어의 이 생각은 영국 수상이었던 처칠의 오해로 무산되고, 전쟁 후 세계는 핵개발 경쟁에 휩싸이게 됐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62년, 닐스 보어는 77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2차 대전 동안 비서처럼 데리고 다녔던 아들 아게 보어(Aage Niels Bohr, 1922~)는 아버지가 이끌던 연구소를 계승했고, 원자핵의 구조 연구에 공헌해 1975년 아버지에 이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닐스 보어가 코펜하겐대 물리학과에 다니던 젊은 시절,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기압계를 사용해 고층 건물의 높이를 재는 법을 논하라’는 문제에 대해 교수와 보어 간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보어는 “건물 옥상에 올라가 기압계에 줄을 매달아 아래로 늘어뜨린 뒤 줄의 길이를 재면 된다”고 답을 써 냈다. 교수의 기압이 높이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높이를 계산하라는 의도로 문제를 냈지만 보어는 판에 박힌 답을 하기 싫었던 것이다.

중재를 맡은 다른 교수가 “6분을 줄테니 물리학 지식을 이용해 답을 써내라”고 하자 보어는 즉석에서 “기압계를 가지고 옥상에 올라가 아래로 떨어뜨린 뒤 낙하 시간을 잰다. 그럼 건물의 높이는 {½x중력가속도x낙하시간2}이다”고 답했다. 문제를 출제한 교수는 이 답안에는 높은 점수를 줬다.

교수가 “또 다른 방법을 생각하지 않았는가”라고 묻자 보어는 “옥상에서 바닥까지 닿는 긴 줄에 기압계를 매달아 시계추처럼 움직이게 하고 그 주기를 측정하면 줄의 길이를 계산할 수 있다”는 등 5가지 다른 독창적인 방법을 제시해 교수를 놀라게 했다. 보어 자신이 꼽은 가장 좋은 답은 “기압계를 건물 관리인에게 선물로 주고 설계도를 얻는다”였다고 한다.

출제자가 의도한대로 답을 내놓는 사람은 성적을 좋게 받을 수 있지만 전대 과학자들이 이뤄놓은 이론을 재확인하는 정도의 업적을 남길 뿐이다. 똑같은 답을 거부했기에 보어는 러더퍼드의 이론을 계승하면서도 원자에 대한 생각의 틀을 뒤엎는 독창적인 이론을 제시할 수 있었다. ‘과학적인 답’이라는 명목 아래 획일화된 답을 요구하는 환경에서는 닐스 보어와 같은 위대한 과학자를 보기 어려울지 모른다. (글 : 김정훈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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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8-22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교 때 교수님들은 당신이 가르쳐준 대로 똑같이 안 쓰면 점수를 안 주셨는데...쿨럭;;;;

책향기 2007-08-23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어도 한 성격했나보네요. 아마 그건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이겠죠? 교수가 대범하고 위트있는 사람이었다면 첫번째 답에 높은 점수를 줬을텐데...^^

마노아 2007-08-23 21:26   좋아요 0 | URL
똑똑한 만큼의 자신감과 또 자부심, 그리고 자존심도 셌나봐요. 교수님이 좀 아량이 없었어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