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 고급 양장케이스 초회한정판 (2disc)
이창동 감독, 전도연.송강호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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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영화가 무거울 거라는 이야기는 들었고 종교를 소재로 했기 때문에 불편할 수 있을 거란 경고도 들었지만, 나는 영화가 궁금했다.  전도연과 송강호라는 걸출한 두 배우를 쓰고도 개봉 직전까지 별다른 소문도 안 낸 게 오히려 신뢰를 더 가중시켰을 것이다.

밀.양.

비밀의 햇볕.

아무 연고도 없는 밀양에, 서울 살던 신애가 아들을 데리고 들어간다.  남편의 고향이었고, 남편이 살고 싶어하던 곳이었기에.  그 남편은 이미 죽고 없는데... 신애는 그렇게 떠났다.  영화 초반에는 신애의 그 선택이 불만스러웠다.  서울엔 아는 사람이 많아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살고 싶다고 했지만, 아무도 모르는 그곳도 얼마나 큰 상처를 줄 수 있는지 목격하면서 내 불만은 더 가중된다.  그렇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면서 생각은 바뀌어 간다.  오죽하면 그곳에 가고 싶어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신이 인간을 시험하고자 한다면 장소가 문제될 린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신애는, 자기 최면이 필요했다.  외도를 했던 남편을 향해 그런 것이 아니었다고 변명하고, 땅도 너끈히 살 수 있는 돈많은 여자인 척을 해서 스스로를 지키려고 했다.  아들이 죽고 난 뒤에는 신앙에 의지해 구원 받았다고 믿고 살고 싶었다.  진정한 구원은 그녀에게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믿지 않고는 살 수 없었기에, 그녀는 그렇게 했다.  그래서, 그녀의 배신은 더욱 컸고, 분노 역시 깊었다.

신애는 아들을 죽인 유괴범과 경찰서 복도에서 마주쳤을 때 먼저 피해버린 자신이 싫었다.  괜히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말을 해서 아들을 범죄의 현장에 노출시킨 것보다, 그 순간 먼저 눈 돌려 버리고 움츠러 들었던 자신이 더 미웠다.  그 마음이, 어쩐지 이해가 갔다.  명확히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마음만은 진하게 전해진다.

전도연이 정말 연기를 잘했다고 느낀 것은, 그녀가 교회에 열심히 출석하고 예배도 드리고 기도도 하고 활발한 활동을 할 때였다.  그녀의 표정은 밝게 웃고 있었지만 '해탈'에 가까운 평안이 느껴지질 않았다.  그래서 보고 있는 동안 불안했다.  저러다 폭발하지 싶어서...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자기최면의 종말을 맞게 된다.  스스로 원수를 용서함으로써 자기 구원을 확인하고 우월한 자신을 인정받고 싶었지만, 그녀가 용서하려 했던 살인자는 이미 신으로부터 용서를 받아 평온을 찾은 뒤였고, 그녀가 끼어들 자리는 없었다.  처음부터 그녀의 몫이 아니었다는 것을, 그녀가 어떻게 용납할 수 있을까.  신은 그가 죄인이건 의인이건 구별하지 않고 똑같이 구원해줄 수 있는 상대인 것을... 한낱 인간인 그녀가, 우리가 어떻게 그 섭리를 이해할까.

이제 그녀의 방황은 예정된 순서였다.  행패를 부리고, 예배를 방해하고 '거짓말이야!'라고 외치고 이웃집 장로님을 유혹하기도 하지만, 그녀가 던진 도전은 언제나 자신의 실패로 돌아왔다.  죽음 끝에서 돌아온 새생명의 시작 점에서 살인자의 딸을 만나는 장면은 그녀와 마찬가지로 아찔함을 느껴야 했다.  그들은 미안하다고 했다.  그 미안한 마음이 진심임을 알지만, 미안해한다고 해서 죽은 아들이 살아돌아오진 않는다.  그들은 미안하다고 말하고 마음에 자유를 얻을 수 있어도, 신애는 그렇지 못하다.  신애는 미용실 의자에 더 이상 앉아있을 수가 없다.  박차고 일어나지만, 어디서 위로를 받아야 할 지 알 수 없다.

그러한 그녀 곁에,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는 남자 종찬이 있다.  많이 배웠을 것 같지 않고, 투박하고 멋도 모르는 사내지만, 진심만은 늘 일정한 밀도를 자랑하는 남자다.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다닌 교회지만, 나름대로 은혜도 받고 마음의 평안도 얻었다는 이 남자는, 신애에게 신이 허락한 선물이었다.

그녀의 짝짝이 머리카락이 잘 잘라질 수 있게 거울을 들어주는 남자, 토라진 그녀의 뒤를 따라와 말없이 함께 있어줄 남자...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따라 영화의 마지막 컷은 마당 한켠에 쏟아지는 한조각 햇볕에서 머무른다. 

그 햇볕... 비밀을 품어안은 햇볕... 신은, 그녀의 마음이 평온을 얻을 수 있는 마지막 장치를 마련해 놓으셨다.  그녀가 알아차렸든 못 알아차렸든... 혹은 인정하든 하지 않든...

그 따스한 볕에 그녀가, 또 모든 인간이 함께 위로 받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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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09-25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작인 '벌레이야기'를 써낸 1985년에 작가는 '광주이야기'를 하고 싶었답니다.
인간존엄이 상실되고 벌레처럼 짓밟힌 광주를...
이창동감독도 작가의 뜻을 알고 있었다 하는데, 영화에서 광주이야기로 받아들이긴 좀 ...
용서와 구원은 신의 영역일까? 인간관계에서 용서와 화해...라는 묵직한 주제가 좀 버겁게 느껴진 영화!

마노아 2007-09-25 23:58   좋아요 0 | URL
원작이 나온지 20년이 더 지났군요. 그 안엔서 은유적으로 광주를 얘기하고 싶었던 걸까요?
영화만 봐서는 언뜻 잘 연관이 되지 않네요. 원작이 궁금해집니다.
무거웠던 영화였는데, 그래도 보고 나서 잘 보았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세계의 인정을 받았던 것일까요^^;;;
 

 
◈각 층이 ‘트위스트’ 춤추는 두바이 빌딩
두바이에 건설될 ‘다이내믹 아키텍처 빌딩’은 모든 층이 5분마다 한 바퀴씩 회전하도록 설계됐다. 때문에 바깥에서 본 빌딩의 외형은 계속 변하고 빌딩 안의 전망은 볼 때마다 달라진다. 풍력발전기도 달려있다. 총 59층인 빌딩의 각 층 사이에는 수평 방향으로 회전하는 얇은 풍차가 달려 건물 스스로 전력을 생산한다. 현장에서 건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장에서 건물 조각을 만든 다음 마치 ‘레고’처럼 끼워 맞추는 식으로 건설될 예정이다.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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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향기 2007-09-25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바이 왕자가 굉장히 똑똑한 사람이라더군요. 두바이 건물도 평이한 건물은 빼고 특이한 건물만 건축하도록 해서 관광수입이 엄청나다던데...

마노아 2007-09-25 19:09   좋아요 0 | URL
남들이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를 짜낼 수 있으니 돈을 벌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춤추는 회전하는 빌딩이라니, 정말 대단한 아이디어에요^^
 



 
달콤한 오줌이 살을 깎는다!? [제 658 호/2007-09-24]
 

기원전 1500년 고대 이집트의 에버스 파피루스(Ebers Papyrus)에는 ‘너무나 많은 소변을 보는 병’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2세기 터키의 의사 아레테우스는 이 병을 ‘뼈와 살이 녹아서 소변으로 나오는 병’이라고 기록했다. 이 병을 현대식으로 바꿔 말하면 당뇨병(糖尿病), 이름대로 ‘당이 섞인 오줌을 누는 병’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당뇨병 환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민 10명 중 1명은 당뇨병 환자로 30년 전에 비해 무려 10배나 증가했다. 당뇨병은 한번 걸리면 평생 관리해야 하고 수많은 합병증을 동반하는 탓에 엄청난 비용이 든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당뇨병 사망률은 OECD 국가 중에 최고인 35.3%다. 결코 만만히 볼 질병이 아니란 뜻이다.

정상인은 오줌에 당이 전혀 없다. 당뇨병 환자의 오줌에 당이 많이 섞여 나오는 이유는 혈액에 당이 지나치게 많기 때문이다. 신장이 혈액을 걸러 오줌을 만들 때 혈당(혈액 속에 있는 당)이 거를 수 있는 한계를 초과하면 오줌에 당이 섞여 나온다. 지나치게 높은 혈당, 이것이 당뇨병의 실체다.

원래 우리 몸에는 혈당을 조절하는 장치가 있다. 바로 이자의 베타세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인슐린이다. 혈당이 높아지면 인슐린이 분비된다. 인슐린은 세포가 혈액 속에서 포도당을 가져다 에너지원으로 쓰도록 촉진한다. 또 지방세포가 포도당을 산화시켜 지방산을 만들도록 촉진한다. 한마디로 우리 몸의 세포를 자극해 에너지 대사를 활발하게 하도록 하는 역할이다.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대사에 문제가 생기면 당뇨병이 된다. 당뇨병은 그 발생 원인에 따라 1형, 2형, 임신성 당뇨로 나뉜다. 1형 당뇨병은 인슐린을 만드는 베타세포가 파괴돼 발생한다. 바이러스 침투 등으로 면역작용에 이상이 생겨 면역세포가 베타세포를 파괴하기 때문이라고 추정할 뿐 아직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어릴 때 나타나기 때문에 소아 당뇨병, 혹은 인슐린 의존형 당뇨병으로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1형 당뇨병의 비율은 1% 미만으로 매우 적다.

2형 당뇨병은 인슐린을 만들기는 하지만 그 양이 부족하거나, 아니면 몸의 세포에 문제가 생겨 평균 농도의 인슐린으로는 반응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즉 인슐린은 정상적으로 분비되고 있는데 세포가 인슐린의 명령을 받아 혈액에서 당을 흡수하지 않으니 혈당이 떨어지지 않는 경우다. 보통 40살이 넘어 발생하므로 성인 당뇨병, 혹은 인슐린 비의존형 당뇨병으로 부른다. 당뇨병의 95%가 바로 2형이다.

임신성 당뇨병은 전에는 당뇨병이 없었는데 임신과 함께 당뇨병이 생기는 경우다. 임신 중에는 태반에서 여러 호르몬이 분비돼 인슐린 작용을 방해할 수 있다. 임신성 당뇨병에 걸리면 태아가 엄마의 호르몬에 영향을 받아 선천성 기형이 될 수 있으므로 혈당 수치를 평균으로 유지하도록 관리해야 한다. 보통 아이를 낳으면 없어지나 절반 정도는 10년 뒤 2형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

당뇨병은 그 자체보다 합병증이 무서운 병이다. 혈당이 정상치보다 높은 상태가 오래 계속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혈당이 높다는 말은 세포가 써야 할 당이 혈액에 있다는 뜻이므로 세포는 에너지 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이때 우리 몸은 당 대신 지방을 분해해 에너지로 쓰려고 하는데 지방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케톤체’가 과다하게 생길 수 있다. 케톤체가 쌓이면 우리 몸은 빠르게 산성으로 변해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를 ‘케톤산혈증’이라고 한다. 케톤산혈증은 인슐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1형 당뇨병에서 자주 나타난다.

하지만 당뇨병 합병증은 대부분 몸 전체에서 서서히 나타난다. 높은 혈당은 먼저 눈을 망가뜨린다. 오랜 동안 높은 혈당에 노출된 눈은 망막병증을 일으키고, 백내장, 녹내장에 쉽게 걸린다. 높은 혈당은 신경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발바닥이 저릿하다가 아예 감각을 잃는 경우가 생긴다. 발기부전, 요실금 등도 모두 높은 혈당으로 신경이 망가져 생기는 증상이다.

높은 혈당은 혈관도 망가뜨린다. 혈액이 끈적해지면서 미세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힌다. 당뇨병 환자가 발에 염증이 쉽게 생기는 이유다. 중간 크기의 혈관도 좁아지면서 동맥경화를 일으키고 심하면 심근경색과 같은 심장병을 일으킨다. 당뇨병 환자는 상처가 나도 쉽게 아물지 않는다. 세균이 혈액 속에 당 성분을 먹고 강해져서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이를 퇴치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당뇨병 치료의 핵심은 혈당을 정상 수치로 조절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당뇨약을 먹고, 인슐린을 주사하거나,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한다. 수시로 혈당을 점검하고 평생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관리만 잘 하면 정상인과 조금도 다를 바 없이 생활할 수 있다.

과거에는 운동과 식이요법을 하다가 효과가 없으면 당뇨약을 투여하는 방식이었지만 최근 ‘초기 강력 진압’으로 바뀌고 있다. 또 당뇨약 효과가 없으면 재빨리 다른 종류의 당뇨약으로 바꾸도록 한다. 당뇨약은 인슐린 저항성을 떨어뜨리는 종류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종류가 있다. 이같이 하는 이유는 가능한 일찍 혈당을 정상으로 만들어 조직의 손상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당뇨약은 내성이 없어 일찍 복용해도 문제되지 않는다.

당뇨병의 근본 문제인 이자의 베타세포의 사멸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도 계속되고 있다. 이 연구는 특히 1형 당뇨병에 유효하다. 지난 5월 국내 벤처기업 인피트론은 피하지방과 양막조직에서 성체줄기세포를 추출해 이를 베타세포로 분화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베타세포가 파괴된 생쥐에 투여해 60% 이상의 생쥐의 당뇨증상이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줄기세포를 이용해 사람의 베타세포를 직접 만들 수 있게 되면 당뇨병 완치도 가능할 것이다.

이와 함께 면역세포가 베타세포에 접근해 파괴하는 것을 막는 기술도 나왔다. 7월 미국 존스 홉킨스대 아라빈드 아레팔리 박사팀은 베타세포를 특수캡슐에 담아 간에 이식했다. 간에 이식한 이유는 간이 인슐린을 온 몸에 보내기 더 좋은 장소이기 때문이다. 특수캡슐의 구멍은 베타세포에서 만든 인슐린이 빠져나올만한 크기였지만, 베타세포를 파괴하는 면역세포가 접근할 수는 없는 크기였다. 이식한 베타세포는 2개월 이상 인슐린을 생산했다.

앞으로 당뇨병에 대해 많은 사실을 알면 번거로운 관리 없이도 당뇨병을 완전히 정복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당뇨병에 걸리지 않도록 미리 적절한 식생활과 운동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기적인 검사로 초기 대처를 잘 해야 한다.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30대 환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니 나이가 적다고 안심할 일도 아니다. (김정훈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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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한지 1 - 밤이 깊을수록 별은 빛나고 김정산 삼한지 1
김정산 지음 / 예담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고구려, 백제, 신라가 한참 각축을 벌이다가 끝내 신라가 세 나라를 통일하는 과정이 이 시리즈의 배경이다.

기존에 내가 접한 책들은 소설이 아닌 역사서로서 이덕일의 오국사기와 화랑세기 등이 있었는데, 그 책들에서 흥미롭게, 또 진지하게 만났던 내용들을 다시금 보게 되었다.  다만 몇몇 인물 관계에 있어서 서로 차이가 보이는데, 진평왕의 세 딸을 삼한지에서는 덕만공주, 천명공주, 선화공주 이렇게 보았다는 것이고 오국사기에서는 천명, 덕만 공주로 보고 선화공주는 백제인으로 해석했다.

또 오국사기에서는 용춘이 둘째 아들로, 사륜왕의 큰 아들 용수(?)가 있다고 기억하는데, 지금 찾아보질 않아서 정확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허나 이 책에서는 용춘만이 나오고 있을 뿐이다.

모두들 삼국사기, 삼국유사, 그리고 화랑세기까지 살폈을 터인데 서로 해석하는 바가 달라서 독자인 나로서는 혼동이 오고 있다.  아무래도 역사가들의 손을 더 들어주고 싶지만, 그 역시 옳은 판가름인지 알 수가 없다.

이제 1권을 시작했으니 끝까지 다 살펴보고 판단할 일이되, 이 책이 역사서가 아닌 역사'소설'임을 잊지는 말아야겠다.

방대한 줄거리이기는 하지만, 과연 10권까지 늘일 필요가 있겠는가 싶은 느낌이 든다.  1편은 인물들의 소개와 그 시대의 배경에 대해서, 신라의 골품제가 가지는 의미와 영향력 등을 보여주는 데에 할애했다고 보면 되겠다.  서두를 필요 없이 찬찬히 작품을 즐기는 편이 좋을 듯한데, 은근히 무협지를 읽는 듯한 느낌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래도 그 시절의 역사 기술에 있어서 과장과 은유가 심했던 탓이리라.

신라 왕실의 가계가 워낙 복잡한지라, 맨 뒤에 이들의 가계도를 도식화하여 보여준 것은 고마운 일이다.  또한 맨 앞에 등장인물의 간략 소개를 실어준 것도 친절한 설명이라고 하겠다.

이제 김유신이 태어났고, 김춘추가 곧 태어날 준비가 되어 있고, 선덕여왕은 장성했다. 선화공주는 서동을 만났고 삼국의 주요인물들이 다 등장했는데 유독 고구려 얘기만 비치질 않았다.  뒷 얘기를 더 기다려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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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 맨 3 (2disc) - 아웃케이스 없음
샘 레이미 감독, 토비 맥과이어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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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꽤 오랫동안 기다려온 작품이었다.  몹시 기대에 차서 보았는데, 정작 보기 시작하니 1편과 2편의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슬픈 사실을 자각하고 말았다.

스파이더맨이 사랑하는 여자 친구가 스파이더맨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잠시 경악. 아마도 2편에서 알았나 보다ㅠ.ㅠ



앞부분의 로맨틱한 이 씬에서 저 거미줄을 보고 놀랐지 뭔가. 우연인가? 정체를 안 건가? 하고 말이다. ^^
저때 등장한 거미줄은 거의 강철이더만, 영화 전편에서 활약하는 거미줄보다 오히려 튼튼해 보였다지.;;

'스파이더맨'의 정체라는 것도 '우연'에 의한 탄생이었듯이, 매번 대적하는 적들도 '우연'의 남발로 생겨버린다.  해리 아버지의 실험 실패도 그랬고, 샌드맨이 그랬고, '우연히' 유성으로 떨어진 외계 생물체(?) 심비오트가 그랬다.

그러나 이번 이야기에선 그러한 적들보다 카피에서 말했듯이 스파이더맨 자신이 진정한 적이었다는 게 맞을 것이다.



큰 힘을 가졌고, 사람들로부터 영웅으로 추대받고 있으며, 악당을 발 아래 무너뜨리고 위기에 빠진 사람들을 구해낼 때의 쾌감은 다른 그 어떤 감정들보다 더 짜릿했을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는 스파이더맨은 수줍은 학생 피터 파커와는 전혀 딴판이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어느 순간 피터는 그 사실을 망각해 버렸다.  미모의 여성을 구하고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팬서비스' 차원의 키스를 하는 순간, 수줍고 겸손한 스파이더맨은 사라져 버렸다.  게다가 그 키스의 모습이 사랑하는 여자친구 메리 제인과의 추억에 거의 판박이인 키스였을 때, 그녀는 이미 돌이키기 힘든 상처를 받은 것인데, 무심하게도 피터는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브로드웨이에 진출을 하긴 했지만, 그 자체로 이미 성공한 것이 아닌데, 피터의 칭찬과 격려 혹은 위로는 너무나 겉핥기 식이어서 메리 제인의 불안하고 힘겨운 마음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삼촌의 진짜 살인범이 누구인지를 알게 되고 메리 제인이 위로를 해주려고 찾아왔을 때 피터는 '도움은 필요 없다'고 말해버린다.  그는 이미 복수를 생각하고 있었고, 거기에 양심의 가책과 사리 분별은 배제되어 있었다.  스파이더맨조차도 도움은 필요하다는 메리 제인의 충고는 그에게 딱 필요한 말이었지만 피터는 아직 깨닫지 못한다.



영화 전반에 걸쳐 '가치'와 '판단'에 관한 명제가 많이 제시된다.  피터가 삼촌의 복수를 원하는 마음이 타당하고, 스파이더맨이 복수를 실행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고는 하지만, 그 사적인 복수가 정당한 것은 아니다.  샌드맨이 병든 딸의 치료비를 위해서 강도짓을 하고 실수였다지만 사람을 죽인 것이 옳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그건 해리도 마찬가지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친구에 대한 배신감과 복수심으로 승화시켰을 때 그의 행복은 어디에도 없었다.  스파이더맨의 사진을 합성하여 정직원 자리를 꿰어찬 에디의 행동이 옳지 못했고, 메리 제인 앞에 다른 여자를 데리고 와서 과시를 한 피터의 행동이 결코 잘했다고 할 수 없다.

피터는 스파이더맨의 모습을 한 영웅이지만, 아직 공부하는 학생이었고, 집세를 내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소시민이었고, 또 여자친구에게 로맨틱한 프로포즈를 결심하지만 적절한 위로조차도 제때 건내지 못하는 미숙함을 지녔다.  그리고, 그런 부족한 부분들은 팬들이 스파이더맨을 더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동안의 영웅들이 지나치게 완벽했다고 한다면, 스파이더맨은 차라리 못났기 때문에 더 빛이 나는 존재다.(솔직히 주연 배우들도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진 않는다.  그 근육 합성 아닐까 끝까지 의심이 가기도...;;;;)



영화 전반에 걸쳐 우연이 남발되긴 했지만, 스파이더맨이 베놈을 물리치는 과정에서 깔아놓은 포석들은 제법 설득력 있는 전개를 거쳤다.  수업 시간에 소리가 퍼지는 것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고, 교회의 종이 울려펴질 때 심비오트가 그의 몸에서 떨어져 나가 새로운 숙주를 찾아갔고, 그래서 마지막에 싸울 때 쇠파이프를 바닥에 찍어 가둔 채 심비오트를 물리치는 장면은 꽤 인상적이었고 또 멋있어 보였다.

단기 기억 상실증에 걸렸을 때 해리가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친구라고 할 때는 '진짜 기억상실증일까?'라는 의심이 들면서 영 믿음직스럽지 않았는데, 가장 필요로 할 때 해리는 극적으로 등장하여 정말 목숨으로 친구의 가슴에 영원히 남는다.  그가 계속 악당으로 남아 있었더라면 죽지 않고 4편에도 등장했겠지만..^^;;;

암튼, 지극히 만화적인 상상력을 펼쳐보인 작품이지만, 그 자체로도 즐길 수 있는 오락 영화였다.  어린이들이 환호하는 스파이더맨 시리즈이지만, 어린이들이 충분히 이해하긴 힘들 거란 생각이 든다.  4편이 나온다고 해도 최소한 2년 이상 기다려야겠지만, '다음'을 기다리는 것이 나쁘지 않다.  그런데 그 사이 주인공이 너무 늙어버리면 우짜지?  뭐 충분히 동안이긴 하지만.  다음 번엔 부디 학교 졸업하고 메리 제인에게 멋있게 프로포즈해서 결혼했음 좋겠다.  그녀의 마음 고생 몸 고생이 심할 테지만, 인질로 잡혀도 운동신경 있어 보이고 또 끝끝내 구해줄 사람도 있지 않은가.  뭣하면 그녀도 '우연'의 힘을 빌려 스파이더우먼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덧글)스파이더맨이 블랙슈트를 입고서 성격이 포악하게 변했을 때 길거리에서 여자들에게 추파를 던지고 메리 제인 앞에서 신경을 건드리는 퍼포먼스를 보이는데, 보통은 그런 장면에서 대단히 멋져보일 텐데, 우리의 어리숙한 주인공은 그야말로 '비호감'이었다. 2대 8 가르마는 어케 해도 멋져 보이기 힘들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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