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웅덩이 킨더랜드 뉴 자연스쿨 73
그레임 베이스 글.그림, 고수산나 옮김 / 킨더랜드 / 2007년 7월
구판절판


코뿔소 한 마리-아프리카

호랑이 두 마리-인도

큰 부리새 세마리-남아메리카

흰 표범 네 마리-히말라야

말코손바닥 사슴 다섯 마리-북아메리카

메기 여섯 마리-강과 시내

판다 일곱 마리-중국

무당 벌레 여덟 마리-유럽

거북 아홉 마리-갈라파고스 섬

캥거루 열 마리-오스트레일리아

점차 줄어들어 마침내 말라버린 물 웅덩이.

동물들은 모두 떠나버리고...

그러던 어느 날 그 자리에...

비가 내리고 다시 물웅덩이가 생겼다.

떠났던 동물들이 다시 돌아왔음은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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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09-26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책이 멋지군요. 책 가장자리 처리가 독특하네요~ 마치 양탄자에 그려진 것 같은 느낌!
갈라파고스 섬, 진화론 교육세대라서 다윈이 생각나는군요!

마노아 2007-09-26 12:01   좋아요 0 | URL
책 가장자리에도 사파리가 펼쳐져 있어요^^
갈라파고스 섬이 다윈으로 유명한 곳이군요.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잘 떠오르질 않았어요^^;;

비로그인 2007-09-27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이런 고급스런 그림 좋아요. ^^ 앙~ 호랑이 안녕안녕안녕안녕~!!!
크헉...무당벌레....저렇게 큰것들이 많으니까 무섭습니다. =_=

마노아 2007-09-27 17:52   좋아요 0 | URL
무당벌레가 쥐라기 시대 공룡만한 크기입니다^^;;;
호랑이 안녕안녕, 엘신님다운 인사예요~ ^^

비로그인 2007-09-28 09:07   좋아요 0 | URL
앙~ 마노님 안녕안녕안녕안녕~ ^^

마노아 2007-09-28 10:17   좋아요 0 | URL
으헤헤헷, 엘신님 방가방가방가~ ^^*

딸기 2007-09-29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재밌다! 이런 포토리뷰 언제라도 땡큐!

마노아 2007-09-29 10:37   좋아요 0 | URL
헤헷, 감사해요6^^
 
아찔한 연애사
연해늘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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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을 읽어보는 것은 1%의 어떤 것 이후 처음이다.  나로서는 드문 독서였는데, 1%의 어떤 것보다 훨씬 재밌게 하하 웃으며 읽은 책이기도 하다.

주인공 다솔은 꽤나 상큼 발랄 소녀(?)라고 할 수 있다.  먹는 것 앞에선 꼬리 살랑~ 애교 만점에 무대뽀 정신, 눈싸움이라면 절대 안 지는 내공도 지니고 있다. 

그녀의 연애사는 우연에 우연이 겹쳐 필연으로 이어진다.  친구와 술마시다가 필름 끊겨 외박한 것이 빌미가 되어, 언니 해솔 대신 맞선 자리에 나갔고, 하필 자리를 잘못 찾아가서 졸지에 '문구녕' 행세를 하며 엽기쇼를 선보였고, 그 바람에 두 남자-휘운, 신혁과 엮이게 된다.  22살 상콤한 나이 다솔에 비하면, 33, 31의 두 남자는 '아저씨' 호칭으로 통하지만 둘 다 능력있고 매너좋고 다솔이 흠뻑 사랑해주는 멋진 신랑감 후보가 된다.

그녀의 엽기적 실수마저 예쁘게 포장되고, 엮이는 사람들은 모두 훤칠 미남에 능력 좋은 사업가이기도 한 것은 트랜디 드라마의 설정과 비슷하지만, 그래도 인정할 것은, 정말 그들의 러브러브가 예쁘게 보인다는 것이다.  현실적이진 않지만, 우리가 꿈꾸는 혹은 상상하는 '로맨스'의 조건들은 제대로 갖추고 있는 셈이다.

캐릭터가 제법 생생하게 살아 있고 그들의 역학 관계와 겹치는 우연들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어 책장은 매우 빨리 넘어간다.  다솔이 재벌가 여자와 '성형논쟁' 맞장 뜨기를 할 때는 내가 다 속이 후련해지기까지 했다는 묘한 이심 현상까지도...

작품은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되는데, 뒷부분은 19금 로맨스가 된다고 하겠다.(어찌나 므훗하던지..;;;)

표지의 디자인이 아찔한 느낌을 준다.  글자의 폰트도 개성있고 색깔도 강렬한 것이 내 마음에 쏙 든다. 
아찔한 그녀의 연애사, 그 비슷하게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먼 산 보기....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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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09-26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왜 먼산보기예요? ㅎㅎㅎ 당면과제겠죠!
내 나이에 걸맞게 '매디슨카운티의 다리' 같은 로맨스를 꿈꾸고 싶어라~^*^

마노아 2007-09-26 12:00   좋아요 0 | URL
히힛, 로맨스를 꿈꾸는 것은 모두의 '로망'이겠죠^^ㅎㅎㅎ

홍수맘 2007-09-27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보고싶다.
제가 로맨스 소설 광인거 혹시 아세요? ㅋㅋㅋ
추석 잘 지내셨어요? 인사가 너무 늦었죠?

마노아 2007-09-27 20:44   좋아요 0 | URL
홍수맘님이 로맨스 소설광이었군요^^
헤헷, 추석 잘 지냈어요. 옥돔도 식구들과 맛나게 먹었답니다. 조카가 특히 너무 잘 먹었어요~ ^^
 
삼한지 4 - 사비에 이는 서기 김정산 삼한지 4
김정산 지음 / 예담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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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달렸던 3권의 살수대첩에 이어서 한템포 쉬어가는 4권이었다.

수나라가 무너지고 당나라가 들어섰으며, 고구려와 수나라의 혈전으로 두마리 호랑이가 함께 죽기를 바랐던 신라와 백제는 고구려가 뜻밖의 승리를 이룬 것에 당황하였고, 거기에 발빠르게 대처한 것은 백제쪽이었다.

백제 무왕은 신라가 아직 고구려 쪽으로 촉각을 곤두세울 때 재빨리 신라의 성을 쳐서 무너뜨렸고, 그렇게 성을 차지한 다음에는 선화공주와의 혈연을 매개로 진평왕의 사위임을 내세워 어르고 달래는 형식을 띠었다.  신라 입장에서는 영토를 빼앗기고도 백제의 미륵사 창건에 도움을 줄 일꾼들을 보내준 셈이니 백제 무왕에게 이만저만 이용당한 것이 아니었다.

삼국통일의 대업을 달성한 신라이지만, 이 시절의 신라는 나라의 실권이 임금 진평왕에게 있지 않고 왕제가 권력을 틀어쥐고 있었으며, 골품제에 묶여서 뜻있는 인재들이 제 뜻을 펼치지 못하고 살았다.  이렇게 앞뒤로 꽉 막힌 신라가 세 나라중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주역이 될 거라곤 쉽게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어느 정도로 골품제의 폐해가 심했느냐 하면, 왕제의 견제로 목숨의 위험을 느끼며 뜻을 내보이지 못한 용춘은, 아들 김춘추마저도 생명의 위험을 느끼게 하느니 스스로 성골의 지위를 포기하고 진골로 내려앉기까지 하였다.  그가 진골 귀족이 되어버리자 노골적으로 그를 노리던 세력들은 왕위 경쟁자로서 그를 제해버리게 되었지만, 동시에 그를 얕잡아 보기에 이르른다. 

당시 신라는 성골 귀족들이 점차 줄어들어서 손에 꼽을 정도만 남아 있었는데, 작가는 이 부분을 뜻있는 성골 귀족들이 스스로 진골귀족과 결합하여 자식들 대에 이르러서는 성골귀족의 씨앗을 말리기까지 하였다고 묘사하였다.  실제로 그랬었는지, 작가의 생각인지 알 수 없지만, 성골이 점차 부족하여져서 선덕여왕의 뒤를 이은 김춘추 때부터는 진골이 대를 이은 것은 분명하다.  만약 작가의 계산에 의한 설정이라면 기막힌 타이밍이라고 할 수 있겠다.

큰 적은 나라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결국 내부에 있는 것임을 신라가 당장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지만, 삼국 통일의 때가 되어서는 진정한 적을 스스로 찾아 무찌르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백제 무왕은 끊임없이 신라를 도발시키고 전쟁을 일으키고 신라의 크고 작은 성을 빼앗았는데, 그의 이름이 武王이 된 까닭을 알 수 있었다.  흑치상지의 '흑치'가 검은 이(黑齒)라는 생각을 못했었는데, 작품 속 흑치사차가 검은 이를 가졌다는 것을 보고서 아핫!하고 알아차릴 수 있었다.  찾아보니 실제로 검은 이를 가진 마을 집단이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작품을 읽으면서 뜻하지 않게 마주치는 소소한 재미라고 할 수 있겠다.

나라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 '윤리'란 너무나 허무한 이름이 되어버리곤 하는 것을 작품을 보면서 느꼈다.  그러나 결국 그 삼국을 통일하고 최종까지 살아남는 신라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찾을 수 있었고, 그 통일 신라가 무너지는 것도 윤리기강이 떨어진 시점인 것을 보면 역사의 아이러니함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작품의 전반부 이상을 넘긴 셈이다.  중반부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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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한지 3 - 살수에 뜨는 별 김정산 삼한지 3
김정산 지음 / 예담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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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삼한지 제3권은 온통 여수대전에 할애했다.  수나라 양제가 113만대군(통칭 2백만 대군)을 이끌고 요동으로 진격할 때에, 요동 8성의 성주들이 을지문덕의 명을 받들어 철통같이 성을 사수한 이야기, 거기에 살수대첩이라는 놀라운 전공이 이 책을 덮었다.

이미 결과를 알고서 보는 탓인지, 또 우리가 이긴 전쟁임을 알기 때문인지 읽으면서 통쾌함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을지문덕 장군이 지략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막연한 느낌뿐이었는데, 이번 편을 보면서는 임진왜란 때의 이순신 장군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시대가 앞서 있으니, 이순신 장군이 을지문덕 장군의 현신이라고 표현하는 게 옳겠다.  차이가 있다면, 이순신은 선조의 지나친 견제로 생고생을 하였지만, 그에 비해서 을지문덕은 영양왕의 전폭적인 신뢰를 한몸에 받고서 싸웠으니, 주군 복은 더 있다고 하겠다.

병법에 이르기를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하였는데, 수나라 수백만 대군을 맞닥뜨린 을지문덕이 펼친 전술이 딱 그 방법이었다.  그들이 추운 겨울에 군사를 일으켜 강물이 절반만 얼어 있을 때 도착한 점을 보고서 수양제에게 지략을 갖춘 책사가 없음을 간파하였고, 단순히 그 막대한 군사와 물량으로 상대를 압도시켜 항복시키는 것이 최대의 목적임을 알아차린 것이다.  그래서 을지문덕이 내놓은 첫번째 전술은 시간끌기다.  저들이 먼저 지치게 만들고, 군량도 떨어지게 만드는 것.  그렇게 시간을 벌면 오히려 지쳐 나가 떨어지는 것은 수나라 군사들이라는 것을 을지문덕은 바로 간파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그의 비책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성질 급한 장수들에 의해서 간혹 희생이 따르기도 했지만, 요동 8성은 거의 대부분 굳건하게 지킬 수 있었다.

뿐아니라 평양성까지 적을 끌어들이되 하루에 일곱번을 싸우고 일곱번을 후퇴하며 적을 지치게 만들었고, 굶주리고 지친 적들이 하룻밤 묵을 진지의 평지까지 없애어 편한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한 점, 기습하는 시늉을 하여 그들의 밤을 불안하게 한 점 등등이 모두 적은 노력으로 큰 수확을 거둔 전술이라고 하겠다.

이에 비해서 수양제의 설레발과 삽질은 가히 코미디 수준이라고 하겠다.  자신에게서 모든 명령이 들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 그의 명령으로 수백만 군사의 움직임이 더딜 수밖에 없었고, 오히려 적군에게 휴식시간을 내주었으니 이토록 어리석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더군다나 을지문덕의 항복하겠다는 약속을 철썩같이 믿으면서 오히려 고구려의 논밭을 갈아주며 사면령을 내리고, 그 자리에 세울 총독을 정하는 등 어찌나 이른 김칫국을 마시는지 우스워서 지켜보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고구려의 옛 땅을 오래 전 자신들이 다스렸었던 것을 전제로 땅주인 행세를 하는 것은 또 얼마나 우스웠던가.  이에 대한 을지문덕은 너희가 지나온 땅은 모두 너희 땅이라고 우기는 오만불손한 생각을 거두라고 호통을 치는데, 읽는 내가 속이 다 시원할 정도였다.

그밖에도 을지문덕의 행보에 놀란 일이 많았다.  수레 열대의 곡식으로 적진을 교란시킨 일이 대표적인데, 오래도록 굶주린 적을 자중지란으로 무너뜨리는 놀라운 효과를 거두었다.  모두가 함께 굶을 때는 상관 없었지만, 적은 곡식만으로도 그많은 군사들의 심리를 흔들어 놓고 서로 싸우게 만드는 계책은, 그가 심리전에도 능숙한 장군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또 영양왕 앞에서 내관과 군사를 시험할 때의 일화도 놀랍다.  상과 벌 앞에서 평정심을 잃어버려 제 목숨을 무시한 책 욕심을 앞세우는 내관과, 능히 할 수 있음에도 벌이 두려워 일을 그르친 군사의 이야기를 보면서는 제갈공명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수대첩에서 30만이 넘는 군사 중 살아돌아간 자가 2천7백을 헤아리는데, 정말 눈부신 전공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도망가는 적들을 바로 따라붙지 못하게 만든 지혜도 남달랐다.  쥐도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면 고양이를 무는 법!  퇴로를 열어줄 명분을 내주어 그들이 죽기 살기로 덤비지 못하게 만들었고, 또 한쪽 진영에는 빈정거리는 시를 보내어 두 장수의 마음이 어긋나서 내분이 일어나게 만들었으니, 을지문덕은 대단한 군사전문가라 할 수 있겠다.

그저 숫자만 믿고 무식하게 밀어붙였던 수양제는 흡사 영화 "300"에 나오는 페르시아 황제를 떠올리게 했다.  우리의 살수대첩도 영화로 제작된다면 영화 300의 스펙터클을 뛰어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231페이지에 나온 <사서>의 기록에 눈길이 간다.

   
 

인간의 역사에서 전쟁을 위한 출사의 성대함이 임신년 수나라 군대와 같은 예가 없었으나,

또한 대군의 몰패함이 고구려 살수에서와 같은 경우도 유사에서 비슷한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을지문덕은 말년복이 부족했으니, 영양왕이 죽고 뒤를 이은 영류왕을 군주로 섬겨야 하는 데에서 벽에 부딪힌다.

을지문덕은 양제가 고구려 침공을 여기서 포기할 인물이 아니고, 그를 살려둔다면 장차 고구려의 큰 우환이 될 것이기에, 이참에 여세를 몰아 중원으로 말을 달릴 결심을 한다.  실제로 을지문덕 장군이 그같은 결심을 했는지 나로서는 확신할 길이 없지만, 적어도 광개토 대왕 시절의 광대한 영토를 회복하는 데까지는 욕심을 부렸을 법하다.  이것은 연개소문에 관한 역사가 전해지는 중국 북경 내의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계획했던 일은 더 이상 진척시킬 수가 없게 되었으니 바로 영류왕이 막 당나라를 세운 고조 이연에게 알아서 기면서부터 일이 틀어지고 만다.  당시 수나라가 망하고 중원 땅에는 각지에서 군왕이 출연한 때였고 민심도 흉흉했으며 군량도 충분치 않았던 때였는지라, 고구려로서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영류왕은 중국 내에서도 아직 제왕의 위치에 서지 못한 당나라에 너무 몸을 굽히고 들어갔다.  사실상 조선 효종의 북벌 계획보다도 을지문덕의 북진 정책이 더 설득력 있고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였는데,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당시 고구려가 전쟁으로 너무 많은 것을 잃은 뒤였기 때문에 정복전쟁을 치를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신라와 백제가 가만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영류왕처럼 쓸데없이 필요 이상으로 몸을 굽혀서 나라의 위신을 깎아먹는 일은 찬성할 수 없다.  과거의 조공 관계라는 것이 외교상의 관례에 불과했다 할지라도 좀 더 대등한 입장에서의 양국 관계가 설 수 있는 기회였을 수도 있는데, 스스로 깎아내린 그 기회가 아쉽고 안타깝고 그런 마음이다.

책에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 중 하나는 고구려 시조를 '추모왕'이라고 부르고, 광개토 대왕을 '호태왕'이라고 제대로 이름자를 살렸다는 사실이다.  많은 책에서 '주몽'이라고 적고 있지만, 광개토대왕비라는 1차 사료에 입각한다면 정식 명칭은 '추모왕'이 옳다.  작은 부분일 수도 있지만 사실 중요한 명칭인지라 작가가 어떻게 묘사할지 신경이 쓰였는데, 사료에 입각한 충실한 자세를 보여주니 작품에 대해서 더 믿음이 가고 마음에 흡족하다.

이번 3권에서는 커다란 전쟁을 보여주었기에 연도로 따진다면 몇 해에 걸친 이야기만 진행이 되었다.  차지하는 이야기도 고구려와 수나라의 전쟁 이야기만 할애되었다.  전체 10권 분량의 책을 서두르지 않고 차분히 전개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책의 맨 뒤에는 중요 전쟁이 있었던 지형도가 두장 나오는데,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앞서 이야기에서도 지도의 부재가 아쉬웠는데 전쟁을 쓰면서는 아무래도 필요하다고 작가 역시 생각했나 보다.

이제 을지문덕이라는 큰 장군의 이야기는 들어갈 것이고, 다음 세대의 주인공인 연개소문이 등장할 것이다.  다음 4권에서 연개소문의 활약과, 이제 성인으로 자라고 있을 김춘추, 김유신 등의 활약을 기대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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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한지 2 - 마동왕자 서동대왕 김정산 삼한지 2
김정산 지음 / 예담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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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권이 배경 설명에 해당되었다면, 2권은 본격적인 무대 위 대결을 보여주기 위한 준비단계로 볼 수 있겠다.

백제 무왕이 왕으로 등극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었고, 왕이 되자마자 국정을 어떻게 이끌어 갔는가를 소상히 보여주었다.  이어 무대는 고구려로 넘어가서 평원왕이 죽고 영양왕이 등극하는 과정, 그리고 주변 인물들을 모으는 과정이 이어졌고, 걸출한 인재 단귀유가 애석하게 목숨을 잃는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전개되었다.  필시 이런 부분들은 작가가 생각해 낸 드라마적 요소였겠지만, 삼국 통일의 주역이 고구려가 아닌 신라라는, 고구려가 그 주인공이 되지 못한 일종의 단서들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는 임금이 끌어가는 나라에서 큰 뜻을 어찌 펼칠 수 있겠는가.

더불어 중국 땅에선 수문제에서 수양제로 넘어가는 과정을 비교적 간략하게 보여주었다.  수문제 시절 고구려 침략의 실패 과정은 오히려 부록을 통해서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는데, 본문에서 다루었다면 통쾌한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었을 터인데 독자로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아버지와 형을 죽이고 황제에 등극한 양제는 고구려 정벌을 위해서 대규모 토목공사를 일으키고 물자를 모으는데, 이 부분도 너무 간단하게 넘어가서 보충 설명이 좀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 작품 속의 묘사 정도로는 그가 만들게 한 대운하가 백성들의 고혈을 얼마나 짜낸 것인지, 수나라가 왜 단명왕조로 끝날 수밖에 없었는지 그 근본적 이유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한다.  안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 까닭이 몹시 아쉬웠다.  아무래도 이 작품이 '삼한지'이다 보니까 동시대의 중국 쪽 이야기는 다소 헐겁게 지나간 것이 아닐까 짐작한다.

신라에서는 화랑도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망국의 한을 지닌 가야인들의 이야기가 나왔는데, 용화향도 편에서 이들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정신이 아닌, 화합과 포용을 보여준 장면은 멋있었다.  이런 부분들이 있었기에 삼국 통일이라는 대업을 이룬 것이 아닐까 싶다.

2권에서는 부록에 상당히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이는데, 외백제 담로국에 대한 설명과 백제와 십제에 대한 설명이 특히 인상 깊었다.  비류와 온조가 모두 우태의 아들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온조는 주몽과 소서노 사이의 아들이며 비류와 온조는 이부 형제라고 작가는 설명한다.  이어 왜로 넘어간 백제인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는데, 다소 민감한 부분이 아닐 수 없었다.  아좌 태자의 존재를 설명하자니 일본에 조공한 것처럼 비쳐질까 봐 아예 작품 속에서 존재를 없이 한 작가이다 보니, 자국 역사에 대해서 후하게 대접해 주고, 타국과 관련된 부분에 있어선 배타적 민족주의를 보여준 게 아닐까 우려가 든다.  작품을 더 읽어봐야 알겠지만, 흔히 고대사에 관련된 내용에 있어서는 객관성을 잃기 쉬워지는 함정에 빠졌을까 걱정이 된다.  고찰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생생하게 역사를 복원시킨 소설이 되기를 바라지만, 철저하게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작가에게 바라는 독자의 욕심이라 하겠다.  3권은 여수대전이다.  정말 대단한 볼거리를 줄 수 있겠거니와 동시에 함정도 많은 내용일거라 생각된다.  아무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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