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 6 (무삭제판)
이영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7년 9월
품절


허리가 길게 나오긴 했지만, 옷이 맘에 들어서 찰칵!
이영희 작가는 인체묘사보다 이렇게 옷 입힌 상태의 그림이 더 예쁘다고 생각함.

그리고 이렇게 레이스, 셔링도 너무너무 예쁘다고 생각함.

무삭제판으로 19금 딱지 붙이고 출간됐는데, 이 정도 장면은 애교지.... 사실 여자라고 해도 믿겠다.;;

진이 모습. 모토랑 많이 닮았다.(당연한 거지만.)

이번 이야기에선 이탄의 과거가 안타갑게 서술되었는데, 그 외의 이야기는 너무 충격적이어서 따로 담을 수가 없다.
주인공 새즈장면이 별로 안 나온 것은 섭섭. 모델씬이 특히나 재밌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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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9-28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 해상도로 찍었더니 그림이 깨져보인다. 클릭하면 '작은(대신 나름 선명한)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쿨럭!)

hunkrey 2008-01-12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스토리 전개를 쪼끔 빠르게 했으면 하는 바램이....
그림으로 라도 만족하니 참을수 밖에요.....

마노아 2008-01-13 00:29   좋아요 0 | URL
전반적으로 내용은 그닥 맘에 안 들구요. 그림은 완소라지요^^
 
삼한지 8 - 전란은 끝이 없어라 김정산 삼한지 8
김정산 지음 / 예담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요동정벌의 실패에 속이 쓰라린 당태종 이세민. 살아 돌아간 것에 감사할 마음이 아니었다.  호시탐탐 다시금 고구려를 치고자 했으나 역부족.

전란이 잦으니 죽어나는 건 언제나 백성들이다.  백제와의 싸움으로 지쳐가는 신라 백성들.  이럴 때에 지배층이 부패하고 제 몸을 사린다면 백성들로부터 충성을 끌어낼 수가 없다.  그런 면에 있어서 신라는 이미 훌륭한 미덕을 지니고 있다.  화랑 정신으로 무장한 그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비녕자와 거진, 함절이 대표적인 예였다.

법흥왕, 진흥왕 때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그 후 신라는 백여 년간 몸살을 앓았다.  백제와의 숱한 싸움이 그 단적인 예라고 하겠다.  신라가 당나라와 연합하여 백제, 고구려를 쳤던 것은 단순히 영토를 늘리기 위한 욕심으로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보다는 살아남으려는 본능이지 않았을까.  당시 신라는 삼국 중 그 모양새가 가장 초라했었고, 가장 지쳐있었고, 또 떨고 있었다.  외세를 끌어들여 이후 고구려의 광대한 영토를 잃어버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나, 책임을 묻자면 그 땅을 지키지 못한 고구려의 실책이 더 크다고 해야겠다.  김유신이 말하기를, 요동은 스스로 망하기 전엔 누구도 취할 수 없는 땅이라고 했는데, 그 땅이 적의 수중에 넘어갔을 때에 비난을 들어야 하는 것은 신라가 아니라 고구려가 맞을 듯.

김유신과 그의 애마 백설총의 에피소드는 제법 코믹스러운 구석이 있었다.  묵직하고 우직한 내용들의 연속이었는데 모처럼 이렇게 피식 웃을 때도 있다니 의외였던지 더 재밌었었다.

김춘추는 실로 외교를 위해서 태어난 인물 같았다.  인물 모양새는 달려도 그의 세치혀가 나라에 갖다 준 힘은 어마어마했으니...

이세민의 요동행을 아우 나라 신라를 위한 대업이었노라고 추켜세워줄 때는 내심 혀를 내둘렀다.  고마움과 미안함을 함께 표시하니, 이세민은 민망함을 감출 수 있었고 또 김춘추는 내미는 자신의 손을 부끄럽지 않게 만들 수 있었다.  실로 그의 언변이 국가에 막대함 힘을 실어준 케이스.

한마디로 신라가 당에게 내준 것은 그들이 움직일 수 있는 "명분"이었다. 당에게 필요했고 신라에게 필요한 것이기도 한 것.

두두리 거사로도 통하는 비형은 적재적소에 달려나와 위기 때마다 김춘추에게 도움을 주었다.  다분히 소설적 요소이긴 하지만, 독자로서는 긴장을 풀어주는 감초 역할을 톡톡해 해주고 있다.

잦은 전쟁으로 죽어 돌아오는 이도 부지기수요, 내리 훈련에 지친 병사들의 불만이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김유신은 그조차도 지혜롭게 넘길 줄 아는 장수였다.  그가 먼저 술을 가까이 하며 게으름을 피우자 오히려 불안함에 두리번거리는 병사들.  이러다가 전투에 돌입하면 그대로 죽겠구나 싶어 오히려 김유신을 닦달하여 훈련을 요청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로마의 명장 카이사르.  자신을 따르던 충성 부대가 파업(?)을 하자, 제대를 허락하겠노라며 '시민들'이라고 불렀던 카이사르.  오히려 군에 남게 해달라고 사정했던 그의 병사들.  지금 유신의 병사들이 꼭 그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게다가 사로잡은 백제 8명의 장수들의 목숨과 이미 죽은지 오래인 대야성 성주 김품석과 고타소의 유골을 요구하는 장면은 꽤 인상깊었다.  그의 배포와 덕을 알릴 수 있고, 병사들의 사기까지 올려줄 수 있으며 동시에 백제군을 한심하게 깎아내리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주었으니 그의 배팅은 실로 남는 장사였다고 하겠다.  용장이면서 지장임을 두루두루 보여주는 멋진 김유신!

반면 백제의 모양새는 나날이 나빠지고 있다.  굶주릴 때는 전쟁도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배부를 때의 전쟁이란 기피대상일 뿐.  군역을 빠져나가고자 뇌물이 오고가니 국가 기강이 해이해질 수밖에 없다.  신라가 보름달을 향해 차오르고 있는 중이라면, 백제는 보름달에서 막 기우는 입장에 비유할 수 있겠다.  훗날 통일 신라가 보름달에서 기울듯이.

도살성 전투의 접전은 꽤 치열했다.  함께 살지 못하니 함께 죽는다고 할까.  백제군이 죽은 만큼 신라군이 죽고, 신라군이 죽은 만큼 백제군이 피를 흘렸다.  천존과 은상의 싸움은 비장미가 느껴지기까지 했는데, 20년 만에 적진에서 다시 만난 장수들.  서로의 재주를 아끼는 그들의 모습에서 안타까움을 함께 느낀다.  내가 좋아하는 만화 비천무에서 오랜 친구 유진하와 남궁준광이 마지막 대결을 벌이던 그 장면처럼.(거기서도 한 명은 살고 한 명은 끝내 죽었다.)

백성들이란 국경 없이도 어디서든 살 수 있는데, 나라 싸움에 등떠밀려 목숨을 내맡겨야 하는 일이 고례로부터 비일비재했다.  그 사이에 충심이라는 게 있기도 하지만 또 없이도 움직일 수밖에 없는 그네들의 운명.  오늘날의 전선도 다를 바 없으며, 이라크에 파병되어 있는 우리 군인들 생각도 나서 내심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신라의 병사들이 충성스럽게 묘사된 것에 비해 백제 병사들은 극도의 개인주의로 몸을 사리는 존재들로 묘사되었는데, 사실이라 할지라도 위험한 시선이라 느껴진다. 

진덕여왕마저 죽고 그 뒤를 김춘추가 계승하게 되었다.  알천이 극구 자리를 마다한 덕분인데, 이 책에서는 알천이 충심으로 거절했지만 책에 따라서는 마지못해 사양했다고 나오기도 하여서 어느 쪽이 진짜인지 그 시대를 살지 않은 나로서는 장담할 수 없지만, 이 책에서 묘사된 분위기만 같더라면 김춘추는 실로 복받은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진지왕이 폐위되지 않았더라면 자연스레 임금이 되었을 인물이 김춘추인 것도 사실이지만.

도살성 전투 이후 더 의기소침해진 백제.  고구려가 먼저 손을 내밀어 동맹을 강화했다.  왜 고구려는 백제를 향해 손을 뻗었을까?  동맹이 필요하다면 백제와 사이 나쁜 신라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신라가 백제를 치고 한강 지역을 고구려가 차지한다면 그도 나쁘지 않았을 법도 한데 말이다.  두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신라와 당나라 사이가 워낙에 견고하니까 당을 견제하기 위해서 백제를 선택했다는 것과, 또 하나는 신라가 더 장수할(고구려에게 위험한) 나라라고 여겨서 먼저 꺾어버리려던 것이었을까. 

아무튼 동맹은 다시 강화되었고 전쟁의 막이 올랐다.  넋을 놓고 있던 백제를 먼저 치는 신라와 당.  어려서 해동증자라 불리며 총기가 남달랐던 의자왕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져 있는 터라 전쟁에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오히려 충성을 다하는 성충을 옥에서 죽게 만들고 흥수마저도 귀양살이를 시켰으니,  여기서 당태종 이세민과 의자왕의 그릇의 크기를 알 수 있겠다.  태종이라고 위징의 간언이 좋을 리 없었겠지만, 끝내 그의 말을 들으며 중용했었다.  그러나 의자왕은 옳은 말 하는 신하를 두고보지 못했으니 여기에서 이미 백제의 끝이 보인다.

3천 궁녀로 대변되는 의자왕의 진실.  작가는 십수명의 후궁에 300여 명의 궁녀들이 있을 정도라고 말해주면서 이 역시 김유신이 퍼트린 계책이라고 설명한다.  망국의 왕으로 기록된 것도 서글픈 일인데 삼천궁녀의 오명까지 써야한다면 불쌍하니, 그게 진짜는 아니라고 나 역시 꼭꼭 씹어 말해주고 싶다.

이제 9권에선 백제와 고구려가 무너질 차례다.  700년 사직이 무너진다고 생각하니 독자 입장에서도 허무하고 서글프다.

10권이나 되는 책을 언제 다 읽나 싶었는데 뒤로 갈수록 뒷심이 붙어 읽기가 수월해졌고 재미도 더 붙었다.

즐겁게 9권을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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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종이 마르면 쭈글거리는 이유
종이는 나무에서 추출한 셀룰로오스를 죽처럼 만들었다가 압착 가공해 만든다. 사슬 모양의 셀룰로오스가 40여개 모인 것을 미셸, 다시 미셸 여러 개가 모인 것을 마이크로피브릴이라 한다. 그리고 마이크로피브릴이 반데르발스힘으로 여러 개 모여 결합한 것이 종이다. 종이 조직은 촘촘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구멍이 많습니다. 만일 이 구멍에 물분자가 들어가면 마이크로피브릴 간의 결합력인 반데르발스힘이 물의 정전기력으로 약해진다. 물이 증발하면 마이크로피브릴은 변형된 상태에서 다시 균형을 잡기 때문에 원래 모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쭈글쭈글해진다.

◈파스의 원리는?
파스는 소염과 진통 효과가 있는 약물을 피부에 붙일 수 있도록 가제에 발라 만든 제품으로 주성분은 살리실산메틸이다. 살리실산메틸은 시원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민트껌이나 사탕 재료로도 많이 사용된다. 그밖에도 살리실산글리콜, 멘톨, 초산토코페롤, 캅사이신, 캄파 등이 첨가된다. 이들은 대체로 신경 말단에 작용해 감각을 둔화시키거나 혈액순환을 촉진한다. 최근 들어 단순한 통증완화 뿐만 아니라 근본원인을 치료할 목적으로 나온 파스도 있다. 관절염치료제가 대표적인데 기존 치료제는 소화기관에 많은 부담을 줬지만 피부로 흡수되는 파스형은 부작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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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ISS에서 보낸 고산 씨의 하루 [제 660 호/2007-09-28]
 

‘아침’이라고 정한 시간에 일어나니 마침 해가 뜨고 있다. 사실 여기서 아침의 정의는 애매하다. 아침이 ‘해가 떠서 머리 꼭대기에 이를 때까지’라면 여기 국제우주정거장(ISS)은 하루에 아침을 16번이나 맞는 셈이다. ISS가 지구 주변을 90분마다 한 번씩 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해만 바라보다간 정신이 혼미해진다. 3개월째 여기 머무르고 있는 폴은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거야”라며 어깨를 두드렸지만 난 아직 일주일째라고. 그 이전에 시간이 지나긴 지나는 건지 모르겠다. 그저 일과시간이 끝나면 잠들고, 8시간 뒤 알람시계의 울림에 눈을 뜨는 행위를 반복할 뿐. 어쨌든 이곳의 시간은 경도 0도인 영국 그리니치의 시간을 기준으로 한다.

일어나자마자 습관대로 화장실로 향했다. 진공 장치가 달린 변기에 엉덩이를 꼭 붙이고, 발판에 끼운 다리에 힘을 빡 주고, 장을 쥐어짜야 한 덩어리가 나온다. 하지만 중력이 없기에 그냥 놔두면 녀석은 영원히 내 엉덩이에 달려있을 거다. 그러니 변기가 진공청소기처럼 ‘슉슉’ 빨아들여야 한다. 소변을 볼 땐 아예 청소기 호스같이 생긴 관을 갖다 댄다.

큰일을 치른 뒤 물수건으로 닦는 것으로 아침 세면을 대신했다. 샤워는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이곳에 온 첫날만 샤워해 봤다. 물방울이 사방으로 흩어지지 않도록 밀폐된 공간에 들어가는데, 물방울이 둥둥 떠다니다 콧속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스쿠버용 마스크를 써야 했다. 게다가 샤워한 다음 바람으로 몸과 샤워실을 완전히 말린 뒤에야 나올 수 있었다. 돌아다니는 물방울이 ISS 내의 정밀기계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폴이 “네가 샤워하는데 쓴 물이 고작 4.5L야”라고 할 때는 신기했다.

몸을 닦고 싶을 때는 번거로운 샤워 대신 따뜻한 물에 적신 스펀지가 더 좋다. 생활 모듈에 아무도 없을 때를 골라 몸을 닦는다. 지구보다 청결한 공기 속에 있으니 스펀지 목욕으로 충분하다. 머리는 물일 필요 없는 특수 샴푸를 바르고 타월로 닦아내면 끝이다. 씻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이곳 ISS은 천국일지도.

몇 덩어리 빼내고 나니 뱃속이 공허를 호소했다. 신선한 식품을 실은 물자수송선은 내일 도착할 예정이니 오늘은 건조식품을 먹어야 한다. 출발하기 전에 짜놓은 식단에 따르면 오늘 아침 메뉴는 햄버거다. 후추를 뿌려 먹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곳에서 후추 뿌리기는 금물이다. 대신 후추액이 든 주사기를 고기에 찔러 주사한 뒤 먹었다. 주스는 빨대로 마신다. 입을 떼면 주스가 분출하기 때문에 한 번 빨고 조임쇠로 꼭 잡아줘야 한다. 음식 쓰레기는 우주에 버리지 않고 물자수송선이 갖고 간다. 화장실에 모아놓은 ‘덩어리’들도 함께.

간단히 양치를 하고 오늘 주요 일정인 우주 유영을 위해 이동했다. 치약으로 이를 닦는 것까지는 같지만 다 닦은 뒤 꿀꺽 삼킨다. 민트향이 은은히 입에 남는다. 오늘은 태양 활동이 강하지 않아 외부로 나갈 수 있다고 한다. 베테랑인 폴은 15분 만에 우주복을 다 입고 나선 “처음 훈련할 때 몇 시간씩 걸리던 데 비하면 이건 초광속이지”하며 화통하게 웃었다. 나도 그리 늦은 편은 아니라구. 기압을 조절하는 공간인 에어락으로 갔다. 에어락이 진공으로 바뀌어야 밖으로 나갈 수 있다.

영화에서 우주비행사가 우주복을 입고 있을 때 들리는 소리는 자신의 숨소리뿐이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에어락이 진공으로 바뀌면서 코끼리 울음소리가 들렸다. 안전밸브에서 여분의 공기가 빠져나가는 소리다. 휴대용 환풍기가 윙윙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교신 헤드셋을 통해 폴의 유쾌한 노래(“우리는 달려간다. 이상한 나라로~”)도 들을 수 있다.

목숨줄인 노란색 줄을 잡고 풀면서 조심스럽게 태양전지판으로 이동했다. 덜그럭거리는 낡은 판을 떼어내고 새 것으로 교체하는 일은 꽤 힘든 작업이었다. 관제센터의 분석으로는 먼지가 부딪혀 전지판이 망가진 것 같다고 했다. 우주 먼지는 공기저항이 없어 고속으로 움직인다. 먼지 때문에 고정 부분이 박살나다니 지구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손을 부지런히 놀리며 우주복 안에 있는 영양 바를 먹었다. 야성미 넘치게 입으로 휙 당겨서 힘차게 베어 물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가는 우주유영 하는 내내 영양 바 덩어리가 헬멧 안쪽을 떠다니는 장면을 봐야 할지 모른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갔나 싶을 정도로 6시간이 후딱 가버렸다. 우주에서 둥둥 떠 있는 기분은 정말 말로 표현 못 하게 근사하지만, 이 이상 버티다간 산소가 바닥날 거다. 더듬더듬 에어락으로 돌아간 뒤 다시 기압을 올린다. 우주복을 벗고, 공기를 빼고, 배터리는 충전기에, 산소통은 ‘바이바이’다. 미국산 우주복은 산소통을 재활용한다는데, 러시아산은 화끈하게 한 번 쓰고 버린다.

우주에서 힘을 쓰고 나니 몸은 어느새 피로를 호소한다. 32년간 지구 생활에 길들여진 눈과 머리는 아직 혼란에 빠져 있지만, 근육과 위장은 늘 그랬듯 정직하고 우직하다. 동료들에게 저녁인사를 하고 생활 모듈에 있는 조그만 내 방으로 향한다. 모두와 함께 자도 상관없지만 - 무중력 상태에서는 아무도 코를 안 골기 때문에 더더욱 - 어쩐지 오늘은 나 홀로 자고 싶다.

벽에 고정된 침낭에 곰실곰실 기어들어가 우리나라에서 만든 귀마개를 하고 눈을 감았다. 새어 들어오는 모니터 불빛 때문에 처음에는 안대까지 꼭 챙겼지만, 요새는 안대 없이도 잘 잔다. 웅웅거리는 기계음이 사라지고 편안한 공기만이 몸을 감싼다. 이제 1주일, 그리고 앞으로 6개월. 90분마다 지구를 도는 재빠르고 작은 이 공간에서의 생활은 계속 된다. (글 : 김은영 과학칼럼니스트)

* 위 이야기는 가상으로 꾸민 이야기로 고산 씨는 우주유영 계획이 없고, 우주여행 기간도 8일로 글에 나온 기간보다 짧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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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7-09-28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새로운 세계를 엿볼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몸에 밴 지구에서의 습관이 무중력상태에서는 엄청난 시행착오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듭니다.

마노아 2007-09-28 22:56   좋아요 0 | URL
그래서 엄청난 훈련에 연습을 거듭시키나 봅니다. 우주공간에서는 사소한 실수라도 상상이상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테니까요.
 
 전출처 : 마노아 > 태은이의 생일을 축하하며, 첫번째 편지

안녕, 태은아~

네가 엄마 뱃속에서 복이라고 불리던 그때부터 지켜보았는데, 이제 태은이란 예쁜 이름을 갖고 어느덧 첫돌을 맞이하게 되었어.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 신기하고 그 사이 예쁘게 커가는 네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더 신기한 일이었지.

지금은 너에게 첫돌 축하 인사를 쓰고 있지만, 시간 더 흐르면 네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그 순간을 축하하게 될지도 몰라.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고 두근거리는 일인걸.

모두가 바라마지 않는 것처럼 나 역시 네가 무엇보다도 건강하게, 밝게 자랐으면 한단다.

그래서 네가 짐보리에 다니면서 몸튼튼, 마음튼튼에 힘쓰는 것이 여간 기쁜 게 아니었어.

우리 태은이는 친구들하고도 사이 좋게 지내며 어려운 친구를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맘씨 고운 사람으로 성장하길 또 바라고 있단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화 중에 "리디아의 정원"이라는 책이 있어. 리디아라는 소녀가 무뚝뚝한 삼촌에게 아름다운 낙원을 선물하는 내용이지.



옥상 정원을 보고서 놀란 삼촌의 얼굴이 보이니?  말로 표현하지 못했지만 사실은 엄청 기뻐하는 중이란다.  기뻐하는 삼촌을 보며 리다아는 더 기뻤을 거야.



삼촌은 자신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빵만들기로 리디아의 선물에 보답했단다.  서로의 마음이 너무나 예쁘게 보이지?

태은이가 자라는 세상이 이처럼 아름다운 곳이 되도록 우리 어른들이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지?

태은이는 리디아처럼 좋아하는 일에 열심히 매달리고, 그 일을 통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도움이 되어주는 멋진 숙녀로 자랐으면 해~

예쁜 태은이의 소중한 생일을 축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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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7-09-28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감사해요. 님
덕분에 오늘부터 베베일기를 개설했어요

마노아 2007-09-28 12:14   좋아요 0 | URL
헤헷, 베베일기 들어가보았는데 로그인 하라고 해서 아직 못 봤어요. 저도 궁금해요6^^

하늘바람 2007-09-28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면 뭐 그냥 그래요. 그런데 책으로 나오면 아주 신기하고 멋지더라고요

마노아 2007-09-28 22:57   좋아요 0 | URL
태은이가 자라서 이 책을 본다면 너무 기쁠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