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페이스오프’ 살린 재건성형 [제 668 호/2007-10-17]
 

2005년 5월 수면제를 먹고 잠든 새 애완견이 물어뜯어 얼굴이 심하게 망가진 여성이 있었다. 영화 ‘페이스오프’의 실제판으로 불린 주인공은 바로 프랑스의 이사벨 디누아르. 다행히 그녀는 같은 해 사망한 여성의 코, 입, 뺨을 이식받았다. 세계 최초로 시술된 얼굴 전면 이식 수술이었다. 수술 뒤 그녀는 꾸준히 연습해 꽤 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을 수 있게 됐다. 또 수술 초기에 늘 벌려 있던 입도 다물 수 있게 돼 거의 정상적인 얼굴을 되찾았다.

보통 성형수술이라 하면 ‘미용성형’을 떠올리지만, 성형수술의 역사는 이처럼 기형적이거나 손상된 신체 부위를 원형으로 복원하는 ‘재건성형’에서 시작됐다. 대중적인 인기는 적지만 재건성형은 신체의 기능과 모양을 회복시킨다는 점에서 미용성형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다른 조직을 그냥 갖다 붙인다고 해서 자기 신체의 일부가 되지는 않을 터. 어떤 방법으로 형체가 없던 얼굴을 회복할 수 있었을까?

이번 사건처럼 조직이 심각하게 훼손됐을 경우 인공 보형물이나 자신의 조직을 이식하는 방법을 써야 한다. 사실 얼굴 전면을 이식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자주 이뤄지는 유방 재건 수술의 예로 재건성형에 대해 알아보자.

유방 재건 수술은 주로 유방암 환자의 종양 조직을 도려낸 경우 많이 시술된다. 유방의 종양을 수술로 제거하고 나면 종양이 있던 자리가 텅 비게 된다. 보통 대흉근의 아래와 전거근 전방에 인공 보형물을 삽입한다. 피부와 근육이 충분히 남아있다면 인공 보형물의 삽입만으로도 처음 모양으로 회복할 수 있다. 절제 부위가 광범위해 피부의 여유가 없을 때는 피부를 인공적으로 확장시키는 과정이 추가된다. 실리콘 주머니를 삽입한 다음 오랫동안 천천히 실리콘 주머니에 생리 식염수를 넣으면 피부가 확장된다. 그 다음 처음 넣었던 실리콘 주머니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보형물을 삽입하면 된다.

보형물을 삽입하는 대신 환자의 자가조직을 이식할 수도 있다. 이를 ‘피판술’이라 한다. 유방 재건에 사용하는 자가조직에 복직근, 광배근 등이 있다. 복직근은 배꼽과 치골 사이의 근육으로 유방 재건에 충분한 조직을 얻을 수 있지만 복근이 약해지는 단점이 있다. 광배근은 옆구리에서 등으로 이어지는 근육이다. 복직근 만큼 많은 양은 아니지만 겨드랑이를 통해 기존에 근육에 공급되는 혈액의 흐름을 그대로 이용하면서 이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광배근은 일반적으로 보형물 위를 덮는 조직을 재건할 때 쓴다.

광배근을 자가조직을 이식할 때 혈액의 흐름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 이유는 혈관과 조직을 함께 이식하기 때문이다. 이를 ‘유리 피판술’이라고 부른다. 조직을 떼어낼 때 혈관도 잘려나가는데 이 혈관을 이식한 부위의 혈관과 이어 봉합한 뒤 혈액의 흐름을 재개시킨다. 혈관을 이으려면 현미경을 사용해 봉합하는 매우 정밀한 기술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유리 피판술은 혈관을 봉합할 때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큰 혈관이 지나는 곳까지 들어냈기 때문에 떼어낸 부위의 부피가 크고 이식받은 부위에도 흔적이 남는 한계가 있다. 또 이식조직을 얻을 수 있는 곳이 한정되어 있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나온 최근 기술이 ‘천공지 유리 피판술’이다.

천공지란 동맥에서 갈라져 나오는 작은 혈관, 즉 근육을 뚫고 피부로 올라오는 미세 혈관을 말한다. 그리고 천공지 유리 피판술은 천공지를 얇은 피부 조직과 함께 들어내어 이식하는 시술이다. 기존 유리 피판술에서 필연적으로 생기는 흔적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얼굴, 목, 손목 등 피부가 얇은 노출 부위의 피부 재건도 쓸 수 있다. 또 이식 조직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몸 천체에 약 300개가 있어 선택의 범위도 넓다. 단 천공지 유리 피판술을 시술할 수 있는 숙련된 전문의가 적고 비용이 비싼 것은 단점이다.

이사벨 디누아르의 경우 ‘얼굴’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자가조직을 이식할 수 없었다. 다른 부위의 조직을 이식해 코와 입 등의 모양을 만드는 것은 아직 불가능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가조직이 아닌 사망한 다른 여성의 얼굴 조직을 이식했다. 얼굴 이식이란 피하지방, 혈관, 신경을 제공받아 연결하는 것으로, 디누아르는 수술 후 5개월 만에 얼굴의 감각이 완전히 돌아왔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의 인터뷰에서 키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얼굴 동작을 구사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2년여에 걸친 적응 기간과 꾸준한 훈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외부이식의 더 큰 문제는 자기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면역세포는 자기 세포가 아닌 외부로부터 유입된 물질은 무조건 항원으로 판단하고 죽인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심장, 간 같은 장기를 이식할 때 초기에 면역억제제를 투여한 뒤 환자를 무균실에 넣는 방법을 쓴다. 수술 방법이 자세히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장기 이식과 동일한 방법을 썼을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의 재건성형은 기능의 복구나 정상 형태의 재건에만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요즘에는 수술 기술이 발달하면서 흉터를 최소화시키는 등 환자의 심리적, 환경적 요인까지 고려하고 있다. 이는 재건성형이 환자의 ‘삶의 질’을 더 적극적으로 고려한다는 뜻이다. 신체의 정상적인 기능 수행을 넘어서 그 다음 단계까지 개선한다는 것, 이는 의학이 추구하는 또 하나의 방향일 것이다. (글 : 김창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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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0-19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얼마전에 한국의 어떤 아주머니도 재건 성형 수술을 하는 것을 TV로 보았는데.
'저것이 진정한 성형 아니겠는가' 라고 생각이 들더군요. 미용성형이 아닌 재건성형이야말로 '성형'
하여간 인간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는. 노력과 도전을 끊임없이 하는 생물입니다. (웃음)

마노아 2007-10-19 13:51   좋아요 0 | URL
끊임없이 노력하고 도전하는 정신이 인간의 훌륭한 점 중 하나죠.
후퇴도 하지만 발전도 하는 생물입니다. ^^
 
찰나의 외면 - 이병진 포토에세이
이병진 글.사진 / 삼호미디어 / 2006년 11월
절판


꿈을 깨지 마라

꿈을 깨지 마라.
크든 작든 꿈을 가지고 인내하라.
도전하라.
이왕이면 어두운 곳부터 겪어내라.
뜨겁고 밝은 빛부터 바라보면 꿈 방울이 터지기 십상이다.
마음속에 품은 꿈은 너무나 투명해서 너무나 여려서,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마치 허상인 것처럼 생각되기 쉽지만
스스로 터트릴 필요는 없다.
꿈을 간직하라.
꿈을 소중히 하라.
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어느 시골장터

겸연쩍음

당신의 삶의 터전을 단시 사진 찍을 곳으로
쉽게 생각하고 간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소박한 꿈이 있었고
그리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흔적이 있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커다란 카메라를 든 제 모습이 어딘가 겸연쩍게 느껴집니다.

//남산 시민아파트

안경이 없어도

안경이 없어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하지만 그녀가 없으면 사진을 찍지 않겠다.

//내 책상 한켠

어디로 가겠습니까?

수많은 갈림길에서 당신은 어디로 가겠습니까?
당신이 길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성공? 사랑? 행복? 안위? 열정?
당신은 '선택'이라는 두 글자 속에,
책임이란 말이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London

즐거운 촬영

사람들과 함께 하는 촬영은 즐겁다.
혼자서 사진 찍으러 다니는 것이 너무 힘들었던 나로서는
사진 찍는 친구들이 좋다.
세팅이 잘못 되어 있는 줄도 모르고 촬영한 사진이지만
내겐 작품으로 남았다.
실수를 저질렀더라도 사진은 작품으로 남아주는 아량이 있다.
사진을 할 수 있는 즐거움,
함께 얘기하며 공감할 수 있는 즐거움,
그것이 사진이 즐거운 이유다.

//소래포구 염전

함께 한다는 것

함께 하는 촬영은 즐겁다.
카메라 하나를 나눠쓸 수도 없고
일일이 찍은 사진을 보여 주면서 정보를 교환하는 것도 아니지만,
카메라를 들고 함께 나선 사람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풍성해진다.
열정을 나눌 사람들이 있어 행복하다.

//서울 대공원

love

사랑, 그 따뜻함과 쓸쓸함에 대하여

다른 세상에서도

당신과 나
현실이 아닌
다른 세상에서도

이렇게
손을 잡고,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겠죠.

photo by 클럽 <찰나의 외면>홍승효

fly to the sky

새우깡 하나에 갈매기들은 자존심을 판다.
몇 조각을 던져주면 그걸 받아먹는 놈들은 몇 안 된다.
잽싼 녀석들은 관광객이 던져준 바삭바삭한 새우깡을 채가는 반면
느려터진 녀석들이나, 때론 관심없는 녀석들은
바닷물에 팅팅 불은 새우깡을 건져 먹는다.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는 말이 있다.
높이 날아간 저 녀석은 새우깡을 많이 먹지는 못하겠지만
그만큼 창공의 자유를 더 많이 누릴 수는 있을 것이다.
태양을 가까이서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많이 먹는 새보단 높이 나는 새가 되고 싶다.

//강화선착장

즐거운 상상

우리 집 정원에는 밀림이 이습니다.
사자가 개집에 들어있고
호랑이는 이웃집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고
수영장 물은 하마가 조금 전에 다 먹어치웠고
기린은 지금 빨래를 걷고 있습니다.

people

사진으로 쓰는 사람 이야기

그림자 축제

휴식 같은 저녁에
고독한 한편 행복하기도 한 순간.
이 멋진 광경을, 멋진 시간을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그냥 렌즈에 담아두었다가 보여주고 싶었어.

photo by 클럽 <찰나의 외면> 정우성

배려

양쪽으로 차 한대씩이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
그리고 높고 싱그런 가로수가 있던 곳.
이곳에서 난 한 장의 사진뿐 아니라 멋진 추억을 얻었다.

이 길에 접어들기 직전 건너편에 있던 사람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는데
서너 컷을 찍었을 즈음, 카메라를 내려놓고 깜짝 놀랐다.
양쪽 차선에 있는 차들이 내가 촬영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묵묵히 기다려 주고 있었던 것이다.
경적을 울리기는커녕 오히려 여행객이 찍은 결과물을 더 궁금해 했다.
카메라를 내리자 그제서야 내 앞을 지나가며 물어본다.
굿샷?
기다려줄 줄 아는 배려와 여유로움이
내가 살고 있는 서울과 자연스레 비교가 되었다.

//Austria

어떤 간판

오스트리아 잘스부르크에 있던 구멍가게의 간판.
우리나라에선 고급레스토랑이나
인테리어에 꽤나 신경을 쓴 가게가 아니고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다.
건물마다 덕지덕지 요란스럽게 전단지처럼 붙은 서울의 간판들,
밤이 되면 도시를 울긋불긋 야한 립스틱 바른
어린애 모양으로 만드는 우리네 간판들을 떠올리며,
이렇게 도시에 멋을 더해주는 간판들이 많이 생겨나길 바란다.

//Salzbrug

자전거 탄 풍경

뭘로 물들였기에 저리도 아름다운지.
저 고운 빛깔이 끝나는 곳까지 달려가고 싶어라.

//Germany

혈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적어도 내가 개그맨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한.
쉽지 않은 일이다.
어쩌면, 그래서 내 일을 더욱 사랑하는 건지도 모르겠ㄷ.

//학교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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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10-16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병진은 개그맨이지만 늘 묵직한 인상을 준다. 그의 느릿한 말투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그치만 어느 프로그램이나 혹은 라디오 게스트에서 만난 그는 늘 진중했다. 그래서 그의 말은 가벼이 들리지 않는다. 그의 사진도 마찬가지다. 사람에 대한 진지한 관찰과 관심이 그 속에 녹아 있다.

씩씩하니 2007-10-16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병진이..그 이병진...음..글쿠나....
얼마 전에 박철이라는 남자 있잖아요..요즘 이혼한다,,하고 인터넷에 뜨구 있는...
늦게 오는 남편 기다리다 그니가 엠씨하는 프로보다가 깜짝 놀랐어요,,너무 말도 함부로 하구..정말 머리에 든게 없는 그런 사람 같아서..
그래서,,사무실에 출근해서 말을 했는데..어떤 직원이 그 사람의 직설적인 모습이 넘 좋대요......
사람마다 같은 상황에 대한 판단기준이나 느낌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지요..
전 삶을 진지하게 살고픈...쪽이어서인지..어느 모로나 조금은 진중하고 깊은 사람이 좋아요..
물론 개그맨이 늘 그러면 웃기진 않겠지만여..ㅎㅎㅎ

마노아 2007-10-16 14:19   좋아요 0 | URL
저도 막말하는 사람 싫어요. 아무리 웃겨도요. 그래서 김구라가 별로인가 봐요^^;;
의천도룡기 시리즈로 본다면 양과보다 곽정이 더 좋은 거라고 하면 예가 되겠네요^^ㅎㅎㅎ
이병진은 저 진지함이 오히려 개그맨다운 웃음을 주더라구요^^
보통은 그렇게 진지해 보이질 않으니까요. ^^

순오기 2007-10-16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병진, 사진 작업한다는 말 들으며 감탄했는데 멋진 작품집이 나왔군요. 좋아보여요~~~~~
한때는 나도 카메라 들고 나서는 삶을 꿈꿨는데... 가지 못한 길... 나의 로망!

마노아 2007-10-16 22:57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의 로망이 카메라에도 있었군요. 와앗, 저는 생각해 보지 못한 분야에요.
꿈꾸는 순오기님,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2007-10-17 1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17 1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10-17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같은 상황...
이 이병진이 그 이병진이었구나...
저는 갑자기 이병진이 친근해져요.
개그맨들은 자기를 보이기 위해서만 신경을 쓰지 다른 것을 보려고 하지 않는 느낌었거든요.

마노아 2007-10-17 17:56   좋아요 0 | URL
이런 개그맨이 있다는 게 즐거워져요^^
이름과 얼굴과 분위기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진주 2007-10-17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같은 날은 글씨 몇 알 없는 밋밋한 사진책이 제격인거 같아요^^

마노아 2007-10-17 17:56   좋아요 0 | URL
오늘 같은 날에 제법 잘 어울리죠. 진주님의 이미지도 오늘 같은 날 너무 잘 어울려요^^

책향기 2007-10-18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이병진을 다시 보게 된다는^^

마노아 2007-10-18 12:54   좋아요 0 | URL
이 책의 부제는 '이병진 다시 보기'에요^^ㅎㅎ

네꼬 2007-10-18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대의 성실함은...... 정말이지 추천감!

마노아 2007-10-19 13:41   좋아요 0 | URL
헤엣, 성실보다 벼락치기에 가까운^^;;;
 

[한겨레] 새 음반 발매 전 음원을 전세계에 공개한 파격…공연문화가 빈곤한 한국으로선 그저 먼 나라 이야기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영국의 밴드 라디오헤드가 홈페이지를 통해 새 음반이 발매된다고 발표했다. 발매일은 10월10일. 라디오헤드 정도의 뮤지션이면 지금쯤 세계 어디에서나 예약 판매라든가 사전 프로모션이 벌어져야 한다. 그러나 세상은 잠잠하다. 적어도 음반 산업에 연관된 매체나 사이트는 그렇다. 이들의 새 음반 발매가 기존 레코드 산업의 상식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10월10일 발매되는 이들의 새 음반 〈In Rainbows〉는 ‘음반’이 아니다. 디지털 음원이다. 음반 발매 전 음원을 먼저 공개하는 건 국내에서도 흔한 일이다. 하지만 라디오헤드는 이런 수준도 뛰어넘는다. 음원을 공개하되, 사이트(www.inrainbows.com)를 통해 사전 예약을 한 이들에게 10월10일 전세계 동시 다운로드를 실시한다. 가격은? 사용자 마음이다. 원하는 만큼 내고 새 음반의 음원을 받아가라는 것이다. 즉, 공짜로도 라디오헤드의 새 음반을 들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밥벌이는 음반이 아니라 공연으로

이 사이트에서는 또 하나의 사전 예약을 할 수 있다. 새 음반의 수록곡과 정식 음반에 담기지 않는 미수록곡, 그리고 이 음반의 LP와 각종 아트워크가 담긴 〈In Rainbows〉의 박스세트다. 이 박스세트 역시 사전 예약을 받아, 딱 그 수량만큼 오는 12월10일 일괄 발송한다고 한다. 다운로드 음원과 박스세트에 대해서는 어떤 프로모션도 없으며 스트리밍도 실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밴드 쪽은 못박고 있다. 그리고 내년 초에나 일반적인 형태의 CD가 발매된다고 한다. 이는 MP3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는 음악산업의 고민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라디오헤드의 문제 제기다. 음반을 내고 음원이 돌고 훗날 박스세트를 내는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다.

사실, 누구나 알고 있다. 아무리 음반을 사달라 외쳐도 MP3를 비롯한 디지털 음원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걸.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한 이후 음악 산업의 중요한 한 축이었던 악보 산업이 음반 산업에 밀려 쇠퇴했듯, 이제 음반 산업도 100년 전의 악보 산업과 비슷한 길을 가게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아무리 유료 음원의 매출액이 높아진다 한들 불법 다운로드의 규모를 따라갈 수는 없다. 음반사에서 매체를 위해 찍는 홍보용 음반에서 추출된 MP3는 음반 발매 전 이미 인터넷을 타고 전세계를 돌아다닌다. 이런 상황에서 라디오헤드는 자신들이 먼저 음원을 공개해버리며 ‘시장’을 무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는 음악 수용 방식의 급격한 변화 앞에서 거북이 걸음을 벗어나지 못하는 거대 음반사들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라디오헤드는 음반사를 통하지 않고도 뮤지션과 팬이 직접 만날 수 있는 시대의 패러다임을 누구보다 먼저, 가장 적극적으로 실천에 옮기려는 듯 보인다. 그리고 이런 시도는 천문학적 액수의 마케팅 비용을 들여도 만들어내기 힘든 이슈를 자연스럽게 형성했다. 그들의 홈페이지는 이미 하루 종일 접속 폭주 상태를 보이고 있다.

라디오헤드의 파격이 가능했던 데는 두 가지 배경이 있다. 첫째, 그들은 지난 음반 〈Hail To The Thief〉를 끝으로 오랜 소속사였던 EMI와 결별했다. 그 뒤 지금까지 어떤 음반사와도 계약을 맺지 않은 상태다. 즉, 라디오헤드는 현재 기존의 ‘음반 산업’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몸인 것이다. 따라서 음반을 내기 전 음원을 공개한다 한들, 누구도 그들에게 태클을 걸 수 없다. 두 번째, 우선 프린스의 말을 인용해보자. “요즘은 음반 판매가 아닌 공연으로 돈을 버는 시대다. 그러니 음반은 공짜로 듣게 해도 된다. 대신 그들을 공연에 오게 하면 된다.” 영국 공연을 앞두고 한 일간지를 통해 새 음반 〈Planet Earth〉를 무료로 배포한 뒤 프린스가 했던 얘기다. 라디오헤드가 새 음원을 공짜로도 다운받을 수 있게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들에게는 음반 수익을 상회하는 공연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변화하는 시대 앞에서 라디오헤드가 어떤 시도를 하건, 그들의 밥벌이에는 큰 타격을 주지 않는다. 음반이 있기 전에 이미 존재했던 공연 시장이 음반 산업의 사양길에도 불구하고 뮤지션들을 지켜주는 것이다.

무료 공연에 길들여진 한국 관객들

그래서 라디오헤드의 실험은 먼 나라 얘기다. 부재에 가까운 우리의 공연 시장 때문이다. 서울을 제외한다면 제대로 된 콘서트홀 하나 없고, 체육관 등의 시설에서 공연을 하기에는 음향이나 관람 환경 모두 열악하다. 게다가 각종 지방자치단체와 대학가에서 날이면 날마다 벌어지는 무료 공연에 길들여진 관객은 유료 공연을 찾지 않은 지 오래다. 그러니 적든 많든 음반 수입에만 의존하고 CF와 행사 하나라도 따내려 온갖 쇼 프로에서 신변잡기를 늘어놓을 수밖에 없다. 공연 인프라도, 시장도, 관람 문화도 갖지 못한 한국의 뮤지션들이 라디오헤드처럼 미래의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는 건 그래서 기대하기 어렵다. 디지털화할 수 있는 모든 것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연은 아날로그다. 공연이 살아야 미래의 음악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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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10-16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답

1. 레디오헤드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라면에 밥말아 먹으며 돈도 못받고 클럽을 뛰고 있을 것이다. 운 좋으면 신해철이나 서태지가 밀어줘 돈 받는 공연은 뛸 수 있을 것이다.
2. 멤버 교체를 밥먹듯 반복하다 에라 모르겠다, 탐 요크는 솔로로 데뷔했을 것이다. 생각해보니, 탐요크는 래퍼도 아니고, 댄스도 안되는 듯 하구나. 솔로 데뷔도 힘들겠다. 그냥 웃겨서라도 연예 프로그램에 나가거나, 별로 웃길거 같지도 않고, 아니면 드라마 '아일랜드' 같은 데 우울한 행인으로 탈렌트 데뷔해야할듯.

마노아 2007-10-16 22:59   좋아요 0 | URL
너무 리얼한 정답이에요. 가슴이 미어집니다. 크흑.....ㅠ.ㅠ

마늘빵 2007-10-16 23:16   좋아요 0 | URL
ㅋㅋㅋ 공연문화가 제대로 안잡히니 밴드들이 안오는 것도 이해가 가요.

마노아 2007-10-16 23:22   좋아요 0 | URL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죠. 음반도 공연시장도, 음악에 대한 인식도요.
경제 후진국보다 문화 후진국이 더 속상한 일이에요.ㅡ.ㅡ;;

2007-10-17 0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17 1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를 출장 보내려 하는 걸까?

내일 모레는 학교 행사도 있는데 타학교 참관 수업을 다녀온다.

원래 도덕과 토의 토론 수업이며, 인문사회부 진행이며, 연구부 참석인데,

난 사회과이고 교무부인 것을, 대체 왜???

다음 주는 교육청 주관 연수를 다녀오란다.

역시 도덕과 연구부, 인문사회부 관할이지만 나도 다녀오란다.  아니 왜???

좀 전에 연구부장님은 내일 나를 데리고 종암중학교 출장을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교감샘이 퇴짜를 놓으셔서 못 간다고 아쉬워한다.

아니 그러니까 대체 왜????

부장님들이야 근평에 영향을 주겠지만, 나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이지 않습니까?

대체 이유나 알려주라구요.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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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10-16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 아 이런거 정말 짜증납니다. 본인들이 가서 연수받고 알고 와야하는 것을, 가기 싫으니까 막 관련없는 힘없는 사람들 보내고. 정말. 저도 당해봐서 알아요. 아니, 담당자가 가서 배우고 와서 써먹어야지, 왜 관련없는 사람들이 가서 자리 채우고 앉아있습니까. 이런거 다 감사나와서 점검해야돼요.

마노아 2007-10-16 12:34   좋아요 0 | URL
승진에 혈안이 된 몇몇 부장님들 덕분에 아랫 사람들이 좀 고생하고 있어요.
난 해당 부서도 아닌데 왜 이러고 있는지...ㅠ.ㅠ

바람돌이 2007-10-16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장날 딱 병가 내버리셔요. 아파서 죽겠다는 목소리로 아침에 전화를.... ㅎㅎ

마노아 2007-10-16 12:34   좋아요 0 | URL
수업을 메꿔야 함으로 좋은 방법이 아녜요. 크흑...ㅠ.ㅠ

전호인 2007-10-16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역할을 필요로 하는 대타라면 기분이 좋은 일이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왕짜증이죠. 힘내시길.......

마노아 2007-10-16 12:35   좋아요 0 | URL
쥐꼬리만한 출장비로 위안을 삼으려 해요..;;;;;

실비 2007-10-16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 하기싫은거 남한테 떠넘기는거 싫어요~
기운내셔요 ㅠ_ㅠ

마노아 2007-10-16 12:35   좋아요 0 | URL
학기 초에 그쪽 업무가 많길래 좀 도왔더니 그 후 노상 저한테 떠넘기고 있답니다. 아후..ㅠ.ㅠ

씩씩하니 2007-10-16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님 저 알아요..그 분이 특별히 나쁜 분이 아니라는 전제루 생각하면..
님이 능력이 있구..편해서 그런거에요..증말이요..
그래도..학교 일도 많으신데...자꾸 엉기는거 기분..별루일듯 해요..그쵸??

마노아 2007-10-16 22:56   좋아요 0 | URL
내년에 이쪽 업무를 저한테 맡길 심산이란 얘길 들었는데, 그건 더 황당해요.
내년에 그 부서에 제가 간다는 보장이 없잖아요.(지원할 마음도 절대 없고^^;;;)
아무튼, 이왕에 결정된 거니까 좋게 다녀와야죠. 뭐^^;;;

비로그인 2007-10-16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는 만만해보이는 사람 참 많아요.
다 착해서 그런 거에요.

마노아 2007-10-16 23:19   좋아요 0 | URL
가슴 아픈 사실이에요^^ㅋㅋ

프레이야 2007-10-16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궁 좋게 생각하시고 잘 다녀오세요. ^^
그래도 (투덜투덜) 퍽퍽~~ 왜 자꾸 착한 마노아님한테 그런대요??

마노아 2007-10-16 23:39   좋아요 0 | URL
가서 한수 배워온다고 생각해야죠. ^^
그치만 담에는 안 그랬음 좋겠어요ㅠ.ㅠ

향기로운 2007-10-17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서님 말씀에 공감해요. 마노아님이 착해서 그런거라구요..^^;;

마노아 2007-10-17 12:18   좋아요 0 | URL
솔직히 얘기하면 착하기보다 힘이 없어서 그런 거지만, 그냥 착한 거라고 할래요^^ㅎㅎㅎ

네꼬 2007-10-18 20:34   좋아요 0 | URL
응 나도 한표!

마노아 2007-10-19 13:42   좋아요 0 | URL
부비부비(^^ )( ^^)
 
눈 다래끼 팔아요 국시꼬랭이 동네 9
신민재 그림, 이춘희 글, 임재해 감수 / 사파리 / 2006년 8월
구판절판


동네에 사진사 아저씨가 오시면, 동네 사람들 꽃단장 새단장 하여서 어색한 웃음으로 사진 찰칵! 찍었지.

다래끼가 크게 나버린 순옥이는 사진을 찍지 못하고 돌아서고,
개구쟁이 만수는 그런 순옥이를 마구마구 놀려댔어.

할머니는 순옥이를 달래주셨지. 다래끼 당장 나을 수 있다고 얼러주면서.
얼레빗에도 다래끼 나나? 할머니는 주문을 외우듯 중얼거리며 얼레빗으로 방바닥을 톡톡 치셨어.

순옥이는 속눈썹이 끼워진 돌멩이 두개를 만수네 집 앞에 놓아두었지.
제일 먼저 돌멩이를 발로 차는 사람에게 다래끼가 옮겨간다지 뭐야.
만수 요놈 어디 걸려봐라!

사진사 아저씨는 내일 모레 오셔서 다시 사진을 찍어주기로 하셨어.
손을 흔드는 순옥이 옆으로 천하장군 지하여장군도 함께 웃는 모습이 보이네~

떠돌이 사진사와 아이들.
옛 시절 온 동네에 구경꾼을 잔뜩 몰아가는 사진사 아저씨의 추억과 그 뒤를 쫓아다니던 아이들.
국시꼬랭이 시리즈다운 재밌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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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0-16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제가 요기 나오잖아요. ㅋㅋㅋ
사실 전, 다래끼보다 부스럼이 잘 났었다는 1급 비밀 공개~~~~~

마노아 2007-10-16 22:58   좋아요 0 | URL
아앗, 이름의 유래가 이거였군요! 히힛, 1급 비밀은 여전히 유효한가요? 호두를 많이 드셔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