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대한민국, 두 개의 현실 - 미국의 식민지 대한민국, 10 vs 90의 소통할 수 없는 현실
지승호 지음, 박노자 외 / 시대의창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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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사회보장이 없는 대신 고용보장이 있었잖아요. 지금은 사회보장도 없는데 고용보장마저도 흩어지는 거 아닙니까, 중산층이 몰락하고. 사람들은 사회가 이렇게 된 것이 자기 책임이라는 생각을 해야 하거든요. 자기 사고방식의 책임인데, 그런 생각을 안 해요. 교육 문제가 왜 안 풀리냐 하면 학부모들의 머리가 썩었기 때문이에요. ‘우리 아이들을 다같이 잘 키우자’가 아니라 ‘내 아이만 잘 키우자’는 거거든요. 모든 사람이 다 그러니까 해결이 안 되는 겁니다. ‘다른 아이는 어떻게 되어도 좋고, 내 아이만 잘 되면 된다’고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회에서 교육이라는 게 있을 수 없는 거 아닙니까? 그러면서 맨날 요구만 한단 말이죠. 누구하나 뽑아놓으면 해결될 것처럼 생각되는 게 얼마나 비합리적인 겁니까?
-2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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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대한민국, 두 개의 현실 - 미국의 식민지 대한민국, 10 vs 90의 소통할 수 없는 현실
지승호 지음, 박노자 외 / 시대의창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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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라는 게 서민들이 달러를 빌려 써서 온 게 아니잖아요. 재벌들이 빌려 쓴 거고 그걸 승인해준 게 관료 아닙니까? 그때 우리가 허리띠 졸라매면서 이런 엄청난 국가부도 사태를 초래한 재벌과 관료집단을 개혁했어야 하는 거죠. 그런데 김대중 정권이 등장한 다음에 탈IMF 위기 강박관념에 빠져들었고 재벌과 관료를 앞세워서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한 거 아닙니까? 사실은 책임을 물어야 할 사람들이었는데요. 그렇게 되면서 개혁의 기회를 놓친 거예요. 구조적인 문제를 개혁했어야 하는 거죠. 그 기회를 놓치니까 재벌과 관료들이 무엇으로 살아남았습니까? 신자유주의적 개혁의 전도사가 되어버린 것 아닙니까? 개혁의 대상이 자기가 개혁의 주체임을 자부하면서 ‘이렇게 우리가 IMF 위기를 돌파했다’고 했는데요. 그걸 돌파한 것이 결국 IT 산업과 카드 경제 아닙니까? 그런데 IT 거품이 빠지고 카드빚으로 서민경제가 어려워지니까 노무현 정권한테까지 부담으로 남게 된 거죠. 노마크 찬스뿐 아니라 국제금융자본이 어시스트해주는 그 기회를 날려버린 겁니다.
-177쪽

17대 국회가 처음 열렸을 때 거기서 제일 먼저 했어야 했던 일이 국가보안법 폐지와 이른바 4대 개혁입법입니다. 그리고 민생이나 사회복지 부분에서 반드시 했어야 할 것들을 ‘이것만은 반드시 하자’는 아젠다를 가지고 ‘이게 17대 국회에서 나타난 민의’라고 밀어붙였어야죠. 민주노동당 10석을 합쳐 162석이면 뭘 못하겠습니까? 국회에서 그 시대정신에 입각해서 우리는 이렇게 간다고 했어야 했습니다. 상생이니 화해니 하는 것은 개혁을 해놓고 수습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어야 하구요.
-178쪽

유창순 씨가 경제기획원 장관을 그만둔 지 얼마 안 됐을 땐데, 관료 출신의 경제인조차도 남의 전쟁에 가서 돈 벌어오는 것을 민망하게 여겼습니다. 그런데 40년이 흐른 지금은 한국 경제가 세계 10위권 아닙니까? 교육 수준은 그때하고 비교해서 어마어마하게 높아졌구요. 그때는 적극적 파병론자도 그렇게 민망하게 여겼는데, 지금은 파병 반대론자도 국익 얘기만 나오면 꼬리를 내려야 하는 처지가 되어 버렸습니다. 저는 진보진영이 반성을 해야 할 부분이 이런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190쪽

반북핵만을 얘기하는 것은 기회주의자들이에요. 미국 핵무기까지 반대를 하는, 지구상에서 핵무기가 없어져야 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이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구요. 한국의 일부 통일운동 세력에서 북핵을 용인하는 듯한 태도에도 반대합니다.
-192쪽

일본이 세계 유일의 피폭 국가라고 얘기하지만, 일본 민족이 세계 유일의 피폭 민족은 아니에요. 국가로서는 세계 유일의 피폭 국가지만요. 피폭당해 죽은 한국 사람이 히로시마에 3만, 나가사키 1만, 모두 4만 명이 넘어요. 그런데 우리 역사책에서는 이걸 안 가르칩니다. 20세기 우리 역사가 정말 울퉁불퉁했다지만 하루에 3만 명이 죽은 날이 어디 있습니까? 그런데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원폭이 떨어지고 나서 4만 명이 죽었는데 이걸 역사 시간에 안 가르친다니까요. 왜냐하면 수십 년 동안 미군의 핵무기가 우리한테 있었잖습니까? 그래서 핵무기가 이렇게 나쁜 거라는 얘기를 하면 안 되는 거죠. 아직도 미국의 핵우산 속에 있다는 걸 다행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많고요. 한반도의 핵 문제를 가지고 얘기하려면 이런 문제를 얘기해야죠.
-193쪽

1957년에 일본에서 반핵운동이 거세게 일어나니까 일본에 있던 핵무기가 한국으로 이사왔잖아요. 그래서 1991년까지 적게는 600기, 많게는 1000기 이상의 핵무기가 한반도에 배치되어 있었는데요.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도 얘기를 안 해왔으면서 북한이 최근에 개발했던 한 발인지, 몇 발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것만 문제 삼는 건 말도 안 되죠. 하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게끔 몰고 간 과정 자체는 그것대로 미국을 비판해야겠지만, 그렇다고 북핵을 용인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193쪽

남한의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또 하나는 ‘미국이 혹시라도 북한을 때릴지는 몰라도 남쪽에 있는 주한 미군은 총알 하나 동원하지 못한다. 그건 내가 책임지고 막는다. 혹시라도 그렇게 되면 주한미군은 철수해야 한다’는 보장입니다. 북한을 껴안아야 하는 거죠. 그런 상황이 이라크하고 다른 겁니다. 죽어도 북한을 못 때리게 만드는 상황은 국제 사회에서 남한이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남북이 군사 교류를 하고, 감군을 하고, 남북 간의 군축회의를 하고, 국군 장성이 북쪽에 가서 북한이 감군을 제대로 하는지 검열하고, 인민군 장성이 남쪽에 와서 또 남한은 감군을 잘하고 있는지 검열하는 상황이라면 미국이 제 아무리 세계 깡패라고 해도 폭격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194쪽

대한민국 정부나 시민운동 단체가 미국의 정책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으로 하여금 함부로 칼을 휘두르지 못하게 막을 수는 있거든요. 국가 이름에 똑같이 ‘코리아’라고 들어가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남쪽이 할 수 있는 여지는 굉장히 많죠. 우리가 원칙적인 입장에서 ‘핵무기는 절대 안 돼’라는 이야기도 해야겠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해도 되는 상황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 한국 정부를 추동하고, 한국 시민사회를 추동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압력을 미국에 가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칼을 휘두르지 못하는 그런 조건을 남북이 같이 만들어내야 하는 거죠.

-195쪽

형법의 간첩조항은 적국으로 규정이 되어 있고, 국가보안법은 반국가 단체에 적용되는데 미국은 적국도 아니고 반국가 단체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미국은 로버트 김을 한국 간첩으로 처벌했어요. 우리는 한국의 국익을, 최고 정보를, 그것뿐만 아니라 정부의 정책 결정을 ‘머리 검은 미국인’들이 들어와서 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처벌은 고사하고 적발 내지는 위기의식조차도 없는 거죠. 이라크 파병을 보면서 처음에 느낀 문제의식은 우리 사회에 미국 간첩이 만연해 있다는 것이었는데, 이건 그냥 간첩 수준이 아니에요.(웃음)
-196쪽

이완용도 소신이 컸죠. 그 사람이 일신의 영달만을 위해 나라를 팔아먹었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송병준은 그랬을지 모르겠지만요(웃음). 노무현 대통령한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제발 역사의 법정에 불려 나오지 말라’는 겁니다. 그나마 노무현 정권의 업적이라면 과거청산을 들 수 있어요. ......그런 노무현이 나중에 과거청산의 법정에 불려나오면 안 되잖아요. 신자유주의적인 거나 노동 문제는 역사의 평가로서 비판을 받겠지만 한미FTA 문제는 청문회 정도가 아니라 과거청산 법정이 열려야 할 사안입니다.
-197쪽

처벌이란 부분을 너무 쉽게 포기했어요. 처벌이 안 되니까 보복이 생기는 거예요. 처벌과 화해는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고 봅니다. 보복과 처벌이 대립하는 개념이지.
-208쪽

감군 문제는 남쪽보다 북한이 더 절박합니다. 우리는 2년 가지고 썩는다고 하는데 북한은 인구가 우리 절반임에도 불구하고 군인 수는 두 배나 됩니다. 그러니까 복무 기간이 네 배가 되는 겁니다. 걔네는 20대 청춘이 온통 날아가는 거예요. 북한 같이 경제가 어려운 나라에서 선군 정치를 하고 싶어서 합니까? 가장 우수한 노동력이 군대에 다 박혀 있는데요. 북한도 감군하자고 하면 제일 먼저 박수를 칠 겁니다. 비율로 하든지, 동수로 줄이자고 하든지 남북 공동 감군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남북 경제가 삽니다.
-215쪽

박근혜 같은 경우는 "몇 번이나 사과해야 하느냐"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요. 그거랑 같은 거죠. 일본이 한국한테 사과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과를 들으면 들을수록 화가 난다는 거죠. 진짜 사과라면 한 번이면 되는 겁니다. 진짜 사과하는 눈빛과 분위기라면 말없이 다가와서 손을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느낄 수 있고, 마음이 풀릴 수 있는 거죠. 그게 수구세력 입장에서도 불행입니다. 그 짐을 대를 이어서도 물려줄 겁니까?
-218쪽

물론 저도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는 거 바라죠. 그렇지만 거기에 너무 급급해하다가 우리가 진짜로 깊이 있게 반성해야 할 것들을 놓치지 말자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외환위기 때 우리가 위기를 근본적으로 극복하지 못했던 이유는 탈출 강박관념 때문이었거든요. 지금의 상황이 어렵지만 탈출 강박관념 때문에 공학적인 묘수풀이에 매달리지는 말아야 합니다. 그보다 진짜 진지한 반성을 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 안에서 성찰의 계를 마련해야 하고요.
-219쪽

매 맞는 여성에게 가서 한반도 평화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그건 폭력이죠. 매 맞는 여성에게는 안 맞는 것이 평화인 거고, 배고픈 아이한테는 밥이 평화인 거고, 졸린 사람에게는 잠이 평화인 거죠. 이주 노동자들처럼 추방의 위협에 떨고 있는 사람에게는 "너는 여기서 살 권리가 있어"라고 얘기해주는 것이 평화입니다.
-2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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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대한민국, 두 개의 현실 - 미국의 식민지 대한민국, 10 vs 90의 소통할 수 없는 현실
지승호 지음, 박노자 외 / 시대의창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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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회가 권위주의에서 벗어났고, 민주화되어 있고, 개인의 자유가 늘어났어요. 그런데 아이들만은 반대잖아요. 지금, 지승호 씨 말대로 훨씬 더 많이 통제되고 관리되고 있어요. 그게 경쟁 때문인데, 참 슬픈 일이죠. 부모들은 아이들 때의 인생이라는 것은 나중에 진짜 인생을 위한 준비기로서만 의미가 있다고 보는데, 인생은 매 순간이 중요하고 매순간 세계와 나의 소통이 있는 것이죠.
옛날 군사독재 시절에도 아이들은 막 뛰어놀았어요. 지금은 애들이 감옥의 수인들처럼 생활하죠. 이건 굉장히 끔찍한 일입니다. 양식 있는 성인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고민해야 합니다. 왜 사회는 민주화되었는데, 아이들은 더욱 더 권위주의적인 체제에 살고 있는가 하고 말입니다.
-125쪽

위인전을 보면 그 사회를 알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우리 어릴 때 위인전이라는 것은 이순신 장군 같이 국가적 영웅들, 그때는 국가주의 파시즘 시절이었으니까 나라를 지킨 사람들이 위인이었죠. 지금 위인전을 보면 다 돈과 연관이 있는 사람들뿐입니다. IT 산업만 해도 빌게이츠보다 더 위대한 인물들이 있죠. 인터넷 역사에도 보면 그렇구요. 이제는 돈으로 연결되지 않는 사람들은 어린이들한테 위인이 안 되는 겁니다. 이건 끔찍한 일이죠.
-130쪽

우리는 군사 파시즘만 물러나면 점진적으로 진보한다고 봤어요. 그런데 그렇지 않았죠. 군사 파시즘이 물러가고, 자본의 파시즘이 시작됐어요. 요즘 부모들이 아이들을 죄수처럼 관리하는 이유도 자본의 파시즘 때문이잖아요. 다들 스스로는 굉장히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파시즘에 걸려서 꼼짝도 못하며 살고 있습니다. 초고속 인터넷과 최신형 핸드폰이 없으면 한순간도 불안해서 살 수 없죠. 그건 죄수들이지 사람이 아니에요.

파병의 대결론은 국익이었는데, 사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알 수 있지만 국익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죠. FTA만 해도 모든 한국인들에게 다 나쁜 건 아니거든요. 어떤 계급엔 좋고 어떤 계급엔 나쁜 것이죠. 국익이라는 것은 없고 계급의 이익이 있는 겁니다. 그러면 내가 사회에서 어떤 계급인가에 대한 의식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의식이 희박하죠. 우리나라가 부강해지기를 바라고 삼성 휴대폰이 세계에서 최고면 내 자랑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내 일이 아니잖아요. 장년층이 그러는 거야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청년들이 그러면 참 딱해요.
-136쪽

우리나라 극우파들은 너무 재미있어요. 자기 민족에 대한 자긍심이 굉장히 적잖아요. 세상에 사대적인 극우가 어디 있습니까, 그러니까 극우도 아니죠. 유럽의 극우들을 보면 자긍심이 대단하잖아요. 우리나라 극우들은 철저한 기득권과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놈들이에요. 그건 사상도 아니고 신념체계라고 볼 수도 없어요. 순수하게 나쁜 놈들이고 존중할 필요 없이 모조리 쓸어내야 하는 놈들이죠.
-146쪽

황우석 사태는 그런 거죠. 그 사람이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구요.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였어도 문제였다고 봐요. 거짓말인지 진실인지가 본질이 아닙니다. 본질은 다른 데 있어요. 황우석이 영웅이 된 이유는 돈이었죠. 그게 돈이 되는 일이 아니라면 그렇게 될 일도 없었어요. 어느 시대나 돈이 인생이나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놀부도 있고, 스쿠루지도 있고.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사회의 대부분이면 그건 더 이상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닙니다, 지옥이지. 그런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그런 사람들이 자기들의 사고로 아이들을 교육하고 있다면 그게 정말 지옥이에요. 황우석 사건은 바로 한국 사회가 그렇다는 걸 적나라하게 드러낸 일이었죠.

... 요즘 젊은 친구들 봐요. 우리가 "쓸데없는 진실 논쟁을 하는 사이에 막대한 이익을 미국이나 유럽에서 선점을 했다"느니 하잖아요. 그걸로 돈 벌어봐야 걔들한테 한 푼도 안 돌아가는데. 그게 다 사회를 계급으로 나누어보지 못하고 국익의 망령에 사로잡혀서 그런 거예요.
-152쪽

군사 파시즘은 인민들에게 뭔가를 심어주려고 했잖아요. 하지만 자본의 파시즘은 반대예요. 아무 의식도 없게 만드는 겁니다. 그래서 욕망, 욕구, 소비, 외적인 것들로 채우려는 거죠. 인터넷에서 보면 미담이나 화제라는 것도 정말 사소한 것들인데 그걸 가지고 비장한 감동을 느끼기도 하고, 엄청난 연대를 하기도 하고 그러더군요. 정말 감동하고 비장해야 할 일에는 구리다고 관심 없어 하고 말입니다.
-158쪽

노동운동의 목표는 노동자가 자본가가 되는 게 아니에요. 노동자가 자본가 수준으로 사는 게 아니라 사람을 상품으로 만드는 체제에 대해 반대하고 다른 세상을 만드는 데 있죠.
-161쪽

어떤 사람들은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면 "대안이 뭐냐?"고 합니다. 그런 얘기는 힘센 놈한테 잡혀서 두들겨 맞고 있는 사람에게 "너, 대안이 뭔데"하는 것과 똑같은 거구요.(웃음) 마치 신자유주의가 경제 정책의 하나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우스운 얘기죠. 그리고 지금 어떤 급진적인 사회주의자도 우리 사회가 미국의 영향이나 신자유주의의 세계화 체제로 재편되어 가는 상황을 손바닥 뒤집듯이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 몽상가는 아무도 없어요. 그런데 신자유주의 반대라고 하면 다 그런 줄 알죠. 우리가 말하려는 건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고, 우리가 그 길로 가면 안 되기 때문에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거죠. 알고 보면 좌파적 상상력, 진보적인 비전이라는 것은 비현실적인 게 아니라 정말 현실적인 거예요. 개혁이 진보라는 거야말로 몽상이고 비현실적인 겁니다.
-162쪽

계급이라는 것은 개념이 아니라 우리의 삶 자체를 뜻하는 말이잖아요. 진보라는 것은 우리 삶을 진짜 변화시키는 것을 말하는 거고, 무엇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일까를 생각해 보는 것이구요. 진보 운동의 실제나 사회 변화의 방법 같은 문제에 직면했을 때 논쟁을 통해 ‘비현실적이다, 현실적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지, ‘진보가 안 되니까 개혁’이라는 것은 "중간 계급이하는 놓고 가자. 지금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니까 그 사람들 삶은 파탄나더라도 어느 정도 사는 사람들부터 민주화시키고 개혁을 시키자"는 얘기거든요. 노무현 씨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실제는 그런 거란 말이에요. 그게 현실적인 건가요? 진보를 외치는 건 몽상이 아니라 가장 분명하게 현실을 말하는 거죠. 비현실적인 게 아니고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162쪽

지성이란 근본적으로 진보적일 수밖에 없는 겁니다. 진보가 아닌데 어떻게 지성일 수 있어요. 유럽 사회를 보면 인텔리들은 좌파들이 많잖아요. 우리 사회는 인텔리 영역이 거의 모두 미국에서 공부한 사람들이라서 모조리 우파죠. 미국은 좌․우가 없잖아요. 거기선 민주당이 좌예요, 그러니까 사회가 그 모양이지.
-1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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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대한민국, 두 개의 현실 - 미국의 식민지 대한민국, 10 vs 90의 소통할 수 없는 현실
지승호 지음, 박노자 외 / 시대의창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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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사회에서 보수에 대한 규정이라든지 이런 것이 제대로 되어 있지 못하다는 것이죠. 왜냐하면 계속 강조해왔듯이 보수는 보수해야 할 가치가 전제되는 것이고, 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당연히 민족인데요. 그런데 한국의 보수에게는 그게 없다는 거죠. 보수해야 할 가치라는 것이 그야말로 지금까지 누려왔던 기득권밖에는 없는 겁니다. 공화주의적 가치를 지키려고 한다든지 사회 공공성을 공유하려고 한다든지 민족 개념을 품고 있는 이러한 보수가 아니고, 철저하게 집단적․사적 이익을 계속 유지 강화하려는 게 <조선일보>를 비롯한 이른바 자칭 보수세력들의 모습이구요. 이런 모습이 사학법 개정에 대해서 반대하는 목소리로 그대로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67쪽

우리가 흔히 "노동자들이 노동자 의식이 없다"고 얘기하잖아요. 그게 잘못되었다는 겁니다. 노동자 의식이 없는 게 아니라 반노동자 의식을 갖고 있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의식화와 탈의식화 중에서 탈의식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건데요. 자기를 부정하는, 자기를 배반하는 의식을 벗겨내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74쪽

스웨덴 같은 나라는 국민부담률이 거의 50%입니다. 국민부담률이란 소득 중에서 세금과 사회보장 기여금으로 내는 비율을 뜻하는데요. 소득의 절반을 사회 몫으로 내놓는다는 겁니다. 사회 공공성을 위해서 국가에 세금을 내는 것이고, 사회 공공성을 위해서 연대기금을 내는 거죠. 사회보장이라는 게 일종의 사회연대기금이나 마찬가지니까요. 그런데 우리의 경우에는 25%입니다. 그것도 김대중 정부 이후에 급격히 올라간 숫자예요. 이른바 미국 모델이거든요. 미국은 가진 자들의 기부 문화가 크게 발달되어 있지 않습니까? 우리는 그렇지도 못한 상황이고요. 우리의 25%와 사민주의 나라의 50%의 차이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냐 하면, 사민주의 나라의 50%는 무상교육, 무상의료, 주택보조, 양육 이런 것들이 다 관련되어 있는 것이고요. 우리의 25%는 거의 국방비라든지, 국가의 지배를 위한 부분에 치우쳐 있다고 보면 되죠. 그러니까 국방, 경찰, 사법, 이런 지배 물리력을 위한 것에만 치중되어 있고 사회 복지 이런 쪽은 아주 취약하다는 겁니다. 제가 강조하는 것은 그것이 단순히 절반은 아니라는 겁니다.
-96쪽

프랑스에서 최초 고용계약법 같은 것도 작년 3월, 4월 이때에 하원과 상원을 다 통과한 것을 거리시위로 무산시켰는데요. 하원, 상원을 모두 통과하고 대통령이 공포만 하면 되었던 법을 거리시위로 무산시킬 수 있었던 배경은 뭘까 하는 거죠. 그들은 비정규직이라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떤 역사성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에 대해서 기본적인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거기에 비해서 우리는 비정규직에 대해 교육과정에서 배운 적이 있나요? 역사 과정에서 배운 적이 있나요? 우리가 8시간 노동을 당연히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역사 과정에 대해서 배운 적이 있나요? 이런 아주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거죠.
-98쪽

반면에 동남아시아 쪽에서 오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아주 비하하고, 주는 것 없이 경멸하죠. 백인들에게는 받는 것 없이 칙사 대접을 하고 말입니다. 이런 이중성이 과연 어디서 비롯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생각이 가능할 텐데요. 미국과의 관계에서는 미국이 그래도 우리의 우방이라는 사실에서 오는 친근감 그리고 잘 사는 나라에 대한 선망이 결합된 것이라 볼 수 있고 동남아시아에 있는 나라에 대해서는 이웃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고 못사는 나라라는 경멸만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여수 참사 사건은 연대의식의 확장, 인간성의 확장이라는 면에서 볼 때 우리 사회가 얼마나 메말랐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참담한 사건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100쪽

삼성 ‘공화국’이라는 말 쓰지 마세요. 공화국의 개념을 그렇게 훼손시키는 것을 일상화하면 안 돼요. ...... 공공적 가치를 품고 있는 공화국에다가 삼성이니, 부패니, 도박이니, 부동산이니 하는 말을 붙인다는 것 자체가 가치모순입니다. 이런 상황은 인류의 역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개념인 공공적 가치를 우리 사회가 헌법 제1조 1항에 가지고 있으면서도 완전히 잃어버렸다는 것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거거든요. 참담한 일이에요. 부패 민주주의, 말이 안 되잖아요. 마찬가지로 삼성 민주주의, 이게 말이 됩니까?
-1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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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대한민국, 두 개의 현실 - 미국의 식민지 대한민국, 10 vs 90의 소통할 수 없는 현실
지승호 지음, 박노자 외 / 시대의창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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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를 만든 것이 미국이에요. 헌법에서는 상해임시정부 법통이다 뭐다하는데 이건 전부 거짓말이에요. 상해임시정부는 말기에 강령을 발표해서 대기업의 국유화라든가 기업 이득을 노동자와 자본가가 비슷비슷하게 나누는 균점이라든가 이런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말기에는 우파인 김구 선생과 좌파인 조소앙 선생이 손잡고 같이 했던 형태다 보니까 나름대로 진보적인 성향을 갖고 있었던 것인데, 대한민국이 건국되면서 이런 성향이 전혀 보이지 않았구요. 이런 성향을 그대로 간직한 진보당, 그러니까 조봉암 선생의 진보당 같은 경우 정권에 의해서 법살(法殺)을 당하고 탄압을 당했습니다.
대한민국은 근본적으로 식민지 시대의 한국인 관료를 이용해서 미국이 만든 겁니다.

-26쪽

우민화의 원천이 여럿 있어요. 하나는 교육제도입니다. 우리 교육이 사실상 노예들을 기르는 거잖아요. 일제강점기 때도 노예를 길렀는데, 일제강점기에는 절반 정도가 학교를 못 다녔고 학교에 다녀도 일본 놈들이 가르치는 것이 좀 거짓일 거라는 의식이 있었거든요. 지금 같은 경우에는 다들 대학교까지 다니지 않습니까? 대학교까지 누가 무엇을 가르치느냐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32쪽

지승호) 지금 인터넷을 보면 "조승희의 범죄는 한국인들과 상관이 없다"는 미국인들의 지극히 당연한 태도에 감동해서 "역시 미국은 다르다"는 반응들이 많은데요.

박노자)노예 심리예요. 노예는 주인의 부드럽다 싶은 말 한마디에 다 녹아버립니다. 그러면서 자기보다 더 아래에 있는 사람, 자기보다 힘없는 사람을 평생 짓밟아도 반성을 하지 않죠. 외국인 노동자들이 떼죽음을 당해도 ‘사고가 날 수도 있지’ 이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46쪽

한국 같은 경우 태어날 때부터 미국을 거의 하나님쯤으로 생각해왔지 않습니까? 신문이든 학계든 ‘선진국 미국, 동맹, 혈맹’ 등의 단어가 나오고, 미국이야말로 세계 중심이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갖게 되는 것인데요. 한국인의 가장 중요한 교육적 자산이라는 게 영어이고 또 대다수는 영어 빼고는 할 줄 아는 언어가 없잖아요. 한국인으로서 가장 배우기 쉬운 언어는 일본어나 중국어일 텐데 그걸 배우는 사람은 소수구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에 목을 매고 있고 그게 자기의 중요한 재산이 될 텐데 자기의 중요한 재산을 누가 평가절하 하겠어요?
-47쪽

조선시대 노비들은 굶어죽을 위험성은 없는 사람들이었어요. 양반으로서는 자기 노비를 먹여주지 못하면 체면이 깎이니까 파산하지 않는 한 노비를 먹여 살렸거든요. 때문에 노비는 절대적 기아에 빠지지 않았어요. 어쨌든 간에 우리는 배고픈 노예를 알고 있는데, 배부른 노예는 배고픈 노예보다 더 비참한 지경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는 건 어떨까 싶어요. 예컨대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면 젊은이들을 기다리는 것이 배부른 노예, 이런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52쪽

노예라는 게 뭘 의미하느냐 하면, 불안정한 노동이 일반화되다 보니까 직장에 들어가도 늘 눈칫밥 먹고 사는 것이 주된 일과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노동자 개인의 직장에 대한 교섭력은 훨씬 작아질 것이고, 직장의 규율은 적극적으로 강화될 겁니다. 주인한테는 거스르지 말아야 하는 부분이 있는 거죠. 노조가 약하면 일개 노동자는 직장 주인에 대한 교섭력을 거의 잃게 되어 있어요. 그리고 이제는 비정규직으로 들어갈 확률이 높습니다. 비정규직으로서 유일한 저항수단은 이직인데, 이직해봐야 똑같은 비정규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에는 그 저항수단에도 영영 의존할 수 없어서 대단히 무력한 상태에 빠지는 거죠.
-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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