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A
비카스 스와루프 지음, 강주헌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그는 18세의 평범한 청년이었다.  웨이터로 일하고 있으며 교육이라곤 받아보지 못한, 그저 인도의 밑바닥 계층의 전형적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의 평범할 것 같은 인생살이가, 또 그의 인생 역전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그는 퀴즈쇼에 출연했고 12개의 문제를 모두 맞추어 무려 십억 루피의 상금을 받기로 된, 그런 놀라운 인물이었다.  사건은, 여기서 출발한다.

방송사는 발칵 뒤집혀졌다.  적어도 프로그램 시작하고 8개월은 되어야 본전을 다 회수하는데, 첫 출연자가 무려 10억 루피의 상금을 따냈으니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다.  불법 체포, 감금, 고문까지 자행하며 이 청년의 퀴즈쇼 우승을 무마시키려고 애쓰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뜻밖의 변호사가 등장하여 그를 보호하고 나섰으니 말이다.

여변호사는 주인공을 자기 집으로 데려가 쉬게 해준 뒤 차분히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을 요구한다.  어떻게 그 모든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었는지... 미국의 수도는 워싱턴이라고 알고 있고 FBI도 모르고 닐 암스트롱을 들어본 적도 없지만, 12개의 문제를 모두 풀어낸 청년의 인생 여정이 그렇게 시작된다.

람 모하마드 토머스, 이게 그의 이름이었다.  출생에서 성장까지도 기구했던 그의 운명은 이름에서부터 이미 드러난다.  그의 이름에는 힌두교와 이슬람교, 그리고 크리스트교까지 세 개의 종교가 모두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이름의 흔적은 그의 삶에서 마주친 무수한 사건과 인물들과 무관하지 않다.  어려서는 티모시 신부로부터 보살핌을 받았고, 그 덕분에 영어를 익힐 수 있었다.  그의 절친한 친구 살림은 이슬람 교도이지만 그가 뿌리 내리고 사는 그곳 인도에선 힌두교도가 가장 많았다.

거의 2년 터울이었던 듯 하다.  티모시 신부의 죽음 이후 전전긍긍한 그가 정착했던 곳에서 머문 시간은.  인신매매범에게 속아 눈을 잃은 뒤 앵벌이에 팔려갈 뻔 했고(다행히 무사히 도망쳤고) 호주 출신 대사관의 집에서 집사 노릇도 했고, 왕년에 인기 있었던 여배우의 집에서 가정부 노릇도 했다.  힘껏 번 돈을 기차에서 강도에게 홀라당 털리고, 정당방위긴 했지만 그 강도를 죽여서 도망자의 신세가 되기도 했고, 정처없이 떠돌다가 타지마할에서 관광안내원이 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 삶의 여정에서 마주친 사람들과의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놀랍게도 퀴즈쇼의 문제들과 맞아 떨어지면서 그는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었다.  퀴즈쇼 진행자 측의 술수로 위기도 여러 번 겪었지만 그는 기찬 운으로 그 장벽들을 모두 피해간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도 충분히 재미있었다.  로또보다도 더 기막힌 그 우연과 행운과 운명도 독자는 즐겁게 바라볼 수 있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찾게 되는 것은 주인공이 보여주는 삶의 기지와 재치, 그리고 정직한 노력의 자세에서였다.  그가 성장했고 또 무수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그곳 빈민촌들은, '짐승처럼 살다가 벌레처럼 죽어가는' 사람들의 집합소였다.  그가 사랑한 니타는 12살에 엄마 손에 사창가에 팔렸고, 그녀를 창녀로 만들고 놓아주지 않는 포주는 친 오라비였다.  오늘 굶어죽는 것보다 내일 에이즈에 걸리는 게 더 낫다고 당당히(!) 말을 하는, 고달프고 신산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다. 

그러나, 거기에도 분명 인생이 있었고 교훈이 있었다. 자폐아 아들을 버리고서 그 아들이 광견병 걸린 개에 물려 죽어갈 때도 나몰라라 하는 무정한 모성을 보여주는가 하면, 늙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아름답게 단장한 채 자살한 여배우가 죽은 뒤 한달 뒤에나 발견되어 가장 처참한 모습으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모습, 아이들을 인신매매하던 자가 뜻밖의 농간으로 살인청부업자에게 당하는 모습 등등.

인도 사회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면서 모든 인간 군상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 삶의 모습들이 책 곳곳에 주인공의 삶과 맞물려 보여지고 있다.  그리고, 퀴즈쇼의 마지막 진행 부분에 가면 작가가 준비한 두 가지의 반전(?)과 맞닥뜨리게 된다.  아주 쇼킹한 반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독자의 흥미를 더 돋우는 데에는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

작가는 인도의 외교관이라고 했으며 이 작품은 그의 첫 소설이라고 했다.  이미 그 정보를 알고서 읽은 탓인지 조금은 거칠은 듯한 구성도 눈에 띄지만, 전반적으로 신선했으며 발상이 재밌었고 독특했다.  가독성은 좀 떨어지지만 제목의 Q&A 글자 디자인이 참 예쁘고 개성적이다.  가벼운 재생지도 내 맘에 드는 조건 중 하나.  인도문학을 접한 것은 거의 처음이지 싶다.  미처 만나지 못했던 반가운 만남을 더 찾아야겠다.  마음이 분주하여 읽는 데 오래 걸리긴 했지만 몹시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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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8 1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18 1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발렌타인 데이라고, 직접 만든 초코렛을 들고 와서 하나씩 나눠주던 예쁜 학생 둘이 있었고,

식당에선 식사와 함께 초코렛을 주었고,

위즈덤하우스에서 오늘 도착한 평가단 책 꾸러미에도 초코렛이 들어 있었다. 모두들 센스쟁이(>_<)



아침에 이 글을 읽고서 조금 기운이 났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좋아질 것이다. 반드시!

힘내라고 나에게 곧 선물을 줄 생각이다. 바로 요것. 담주에나 도착할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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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2-14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힘내라고 자신에게 주는 상, 너무 멋져요!!
맞아요. 내가 나를 사랑해야 남도 나를 사랑하죠~~ 같은 맘으로 '괜찮아 다 잘될거야!'
앗싸~ 마노아님, 화이링!

마노아 2008-02-14 19:36   좋아요 0 | URL
화이링을 외쳐주셔서 감사해요. 덕분에 많은 힘이 되고 있어요. 헤에헷^^

뽀송이 2008-02-14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마노아님은 정말이지 행복한 사람입니다.^^
제 생각에 말입니다.^^
저도 저 자신을 위해 영화도 보여주고, 책도 사주고, 음악도 들려주고... 그러거든요.^^;;
마노아님의 응원메세지를 보고있으니 저도 막~ 힘이 납니다.^^
님~ 남은 2월은 꼭! 행복하셔야해요.^^ 저도 그럴게요.^^

마노아 2008-02-14 20:05   좋아요 0 | URL
음악도 들려주고... 여기에 꽂힙니다. 좋은 음악을 많이 들려줘야겠어요. ^^
2월의 절반 시점이에요. 남은 시간도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려고 해요.
우리 다 함께 열심히 달려요. 뽀송이님도 화이팅!

Mephistopheles 2008-02-14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시간이 갈수록 괜찮아져야죠..^^

마노아 2008-02-14 20:05   좋아요 0 | URL
헤엣, 그게 진리여야 마땅하죠. 또 순리이구요. ^^

hnine 2008-02-14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마노아님~ ^^

마노아 2008-02-14 22:45   좋아요 0 | URL
역시 hnine님~ ^^ 헤엣~

다락방 2008-02-14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화이팅이예욧! >.<

마노아 2008-02-14 23:11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감사해요. 아자아자!!!

프레이야 2008-02-14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 님, 기분 나아진거에요? ^^
전 오늘 두개의 초콜릿을 받았어요. 고맙게도, 큰딸과 작은딸한테서요.
요런 센스쟁이 같으니라구..ㅎㅎ
큰딸은 역시 실용적으로 맛나고 갯수 많은 것이고
작은딸은 역시 아이디어 반짝이는 술병모양으로다가..ㅋㅋ
밤마다 술마시는 엄마를 어찌 알고..

마노아 2008-02-15 09:28   좋아요 0 | URL
달라진 것은 없는데, 찌그러져 있는 내가 더 슬퍼져서 기운내고 있어요^^;;;
고마운 딸내미들. 역시 엄마의 영원한 친구라니까요.
혜경님 밤마다 음주 페이퍼 쓰시는 거야요? ^^;;;

무스탕 2008-02-15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데트 4권 벌써 받았지요 ^ㅠ^
그런데 아직 안 읽었다지요 -_-

마노아님. 언제 우리 손가락잡고 데이트해요 :)

마노아 2008-02-17 15:43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구매자 평보고서 출간된 것을 알았어요.
예약 날짜 고시했을 때보다 일찍 나왔더라구요^^
재건 아직 재고확보중이랍니다..ㅜ.ㅜ
우리가 만나면 할 얘기가 아주 많을 것 같아요6^^

bookJourney 2008-02-15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내세요, 모두 잘 될겁니다." 정말 멋진 말이네요~
마노아님, 힘내세요! 모두 잘 될겁니다!!

마노아 2008-02-16 10:32   좋아요 0 | URL
예, 힘내려고 무지 노력중이에요. 다 잘 될 거야요. 우리 모두에게요^^
 
유이화
조두진 지음 / 예담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조두진 작가와의 두번째 만남이다. 역사소설로서 <도모유키>를 만났었는데, 느낌은 평범했었다. 문체도 올곧이 본인의 것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고 조급하다는 기분도 들었다. 똑같이 사랑과 순애보, 사람의 도리 등을 이야기하지만 이번 작품이 훨씬 농익은 듯한 느낌이었다. 자연스럽고 애틋하고, 그리고 마음을 울리는 느낌도 더 컸다.

전쟁이란 너무 많은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는다. 비명 한 번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개죽음 당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요, 전쟁을 방관해놓고 수습도 못하는 입만 살아있고 무능력한 임금에게도 그랬으며, 전쟁의 포화를 온 몸에 받아내며 살아남는 것만이 최후의 목표가 된 힘없는 민초에게도 그러했다.

철영은 대과를 준비하던 선비였다. 2차 진주성 싸움 때 그는 병든 아이보다도 나라와 사직과 임금의 안녕을 더 걱정했다. 열이 펄펄 끓는 아이를 위해 의원을 모시러 갔던 그는, 의원을 찾지 못하고 그 길로 진주성으로 들어갔다. 성은 함락되었고 그는 포로가 되었다. 진주성에서 도망쳐 나온 양민 일가는 그 덕분에 가족을 잃었지만 오히려 원수를 은혜로 갚아준다. 나라를 위해서 목숨 쯤 가볍게 버려야 한다고 외치던 철영이었지만 막상 왜군 손에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는 제 앞가림 하느라 바빴다. 굶주린 뒤에 양반의 체모 따위는 아무 의미도 없었다. 그러나 한학에 관심 많은 어느 사무라이 덕분에 철영은 일본에서 새 삶을 시작하게 되고, 앞서 일본으로 잡혀왔을 것이라 짐작된 아내 찾기에 목숨을 걸었다.

한편, 앞서 일본으로 잡혀와 농노가 되어버린 아내 유이화는 모진 시간을 견뎌야 했다. 이미 진주성에서부터 왜놈의 몸을 받아야 했던 그녀에게 미모따윈 오히려 저주에 가까웠다. 게으른 농꾼 덴카이의 집에서 사무라이 사에키에게 능욕을 당하기도 했지만, 이미 절망도 체념도 잊어버린 그녀에게선 감정을 읽을 수가 없다.

그리고, 그녀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된다. 도모유키- 일본으로 향하는 배 안에서 만난 그는 반듯한 이마를 가진 이화에게 반했고, 마음에 새겨두었다. 일 년여의 시간이 흘러 다시 이화를 만난 그는 전 재산을 털어 이화를 사들였고, 자신의 초가에서 새 삶을 시작한다. 하루 벌어 하루 쓰고 인생의 의미 따위 몰랐던 그가, 이화를 만난 뒤 부지런히 일하고 아끼고 열정을 다해 삶을 꾸려나갔다. 이화 역시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달라지기 시작한다. 이미 잃어버린 첫 아이가 눈에 밟혔지만 산 사람은 그렇게 살아진다.

작품의 중간중간에는 선조와 그의 신하들의 탁상공론이 등장하는데, 이들의 대화가 자못 재밌다.

-설령 죄가 없다고 해도 임금이 '네 죄를 아느냐?'라고 물으면 임금이 미처 생각하지도 않았던 죄를 줄줄줄 나열하는 것이 백성된 자, 신하된 자의 도리가 아닌가.

 

-합천의 깊은 산에서 새벽이슬과 여린 풀을 먹고 살았으니 그는 신선이나 다름없으며, 따라서 신선처럼 날아다니며 왜적을 쳐부술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신선에게는 군함도 병졸도 군량도 필요하지 않음을 고했다. 배도 병졸도 군량도 없는 조선수군에게는 가장 적임자라고 덧붙였다.

 

-군율을 어기는 자는 장졸을 막론하고 처단하여 군율이 시퍼렇게 살아있음을 알리라. 그대에게 함대와 병졸이 없음을 내 안다. 그대는 속히 나무를 베어 배를 만들라. 못대가리가 없음을 내 안다. 그대는 속히 대장간을 돌려 못대가리를 만들라. 쇠가 없음을 내 안다. 그대는 속히 솥과 괭이를 녹여 쇠를 만들라. 솥과 괭이가 없음을 내 안다. 그대는 속히 함대의 못을 빼고 녹여 솥과 괭이를 만들라. 전쟁으로 남도 산하에 큰 나무가 없음을 내 잘 안다. 그러나 그대는 이를 한탄하지 마라. 속히 작은 나무를 심어 부지런히 물을 주어라. 또한 나무가 자라기를 기다리지 말고 잡아당겨 바삐 자라게 하라.


이런 식이다. 그들의 말싸움과 그들의 행보에 대한 설명들은 거침없는 풍자로 읽히는데 너무 기막혀서 웃음이 나오고, 그래서 더 쓰라리다. 저렇게 형편없는 군주를 살리겠다고 개죽음 당한 조선 백성이 가엾고, 저런 나라를 떠받치느라 희생된 시간이 가여울 지경이었으니.

도모유키와 아시타(유이화의 새 이름. 내일이라는 뜻)의 행복한 삶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녀의 미모가 이번에도 문제된 것. 그러나 둘의 사랑은 지극했으니, 도모유키가 한 다리를 절룩이는 것으로 둘은 목숨을 부지한다. 철영은 병적인 집착을 보이면서 아내 찾기에 열을 올렸고, 결론을 얘기하자면 끝내 아내를 찾아낸다. 그리고 그들 세 사람의 행보는 독자들이 짐작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결말을 짐작했다고 해서 시시하게 끝나지는 않는다. 작가가 갈 수 있는 최선의 길로 곧장 걸어갔다고 보면 될 것이다.

책 속에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 사람의 도리와 염치, 체면 등의 의미가 무엇인가 생각하게 한다. 철영은 목숨 빚이 있었던 박동구가 몸을 버린 까닭에 삶을 버리려 한 제 아내에게 야단을 쳐달라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말을 해달라는 부탁을 져버렸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그도 조금은 철이 들어, 일본 땅에서 만난 신이라는 여자에게 지킬 수 없는 약속임에도 돌아갈 길을 알아봐 주겠노라 허튼 약속을 해준다. 비록 그 여인의 신산한 삶이 바뀌어지진 않았지만 조금이나마 희망을 줄 수는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철영은 또 한심한 작태를 보였으니, 사무라이 옷을 입고 사무라이 대접 받는 것을 치욕으로 여겼으면서도 자신이 무도하다 욕한 사무라이의 행태를 어느덧 닮아가고 있었던 것.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지만, 제 아내와 아이를 사랑하고 제가 일한 대가에 대해 당당히 말할 줄 알았던 도모유키의 당당함이 오히려 더 선비다웠다.

아시타가 조선에 다시 돌아갈 수 없다고 당당히 항변할 때, 죽은 아이 편윤이에 대한 얘기만 늘어놓았는데, 좀 더 따끔한 충고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현대인의 시각으로 바라봤기에 느껴지는 아쉬움일 것이다.

작품의 마지막 장면이 몹시 인상적이어서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지면 어떨까 그런 상상을 해보았다. 전쟁 씬이 크게 나오지 않으니 대규모 물량공세를 펼 필요는 없을 듯하고 다만 일본 의상이라던가 일본에서의 촬영은 필요할 테지. 혼자 너무 멀리 가버렸다. 순애보 사랑과 치욕스러웠던 역사의 장면들이 떠올라 괜히 감상에 젖었나보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안철영의 실제 역사적 인물로 모델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실존 인물 이진영은 도쿠가와 이에야스 아들의 스승이었으며 그의 무덤이 해선사 입구에 있다 한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작품의 재미가 더 커진 느낌이다.  유이화라는 이름도 예쁘지만 아시타라는 일본 발음도 참 예쁘다. 아시타 아시타...

작가 조두진은 유독 임진왜란 시기, 혹은 그 무렵의 조선사에 관심이 많은 듯한데, 그의 역사소설에 대한 관심이 반갑다. 보다 진일보한 글쓰기를 보여주었으니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된다. (참, 표지도 무지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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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2-14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끈따끈한 신간이군요. 유이화-아시타 호감이 가네요. 궁금하고...
힘없는 민초들이 철없는 임금을 살려내느라 고생이 많았죠. 우리의 광해군도...ㅠㅠ

마노아 2008-02-14 19:35   좋아요 0 | URL
위즈덤하우스 도서평가단 책이었는데 오늘 도착했어요. 지난 해에 참 재밌게 읽었던 책이죠.
임진왜란은 조선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었는데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아요.
차라리 그때 조선이 망했더라면 오히려 나았을 것을....ㅜ.ㅜ

아키타이프 2009-04-21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론 작가의 상상으로 선조의 모습을 그린거겠지만 아마도 실제 모습도 저러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백성들의 아비라는 작자의 한심한 작태가 책 읽는 내내 한숨 짓게 하더군요.
전 이화 얘기 보다 이순신 장군님을 해하려고 모략한 그들에게 더 큰 울분이 느껴지더군요.
자신의 미래라는 의미로 이름을 지어주는 남자의 순정... 부럽기도 하고,
사랑의 숭고함이 다시 한번 느껴지기도 하고 그러네요.
사대부라는 철영이 생존과 유교적 괴리에 좌충우돌할때 이화를 구한 일본 남편과 철영으로 인해 다시 진주성에 돌아올 수 밖에 없었던 촌부의 모습이 몹시도 닮아있더군요.
머리에 지식을 가득 채운것 보다 가슴을 가득 채우고 살아가는게 더 중요하겠죠.

마노아 2009-04-21 11:38   좋아요 0 | URL
도모유키 때보다 더 애틋하고 절절하게 사람들을 묘사한 것 같아요.
선조는, 어휴 늘 한숨 나오게 하는 인물이지요. 인종과 양대 산맥을 이루는 것 같아요. ;;;;;
머리보다 가슴에 무엇을 채우고 사는가, 우리가 깊이 생각해 볼 문제예요. ^^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지우고 싶은 과거도, 돌이키고 싶은 시간도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할 지도 모른다.

아무리 최선을 다하고 살아도, 그때 이랬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후회는 언제나 남기 마련이고,

어쩌면 그런 감정들이 더 인간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때로 감당하기 힘들 만큼 삶이 고단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때가 해마다 2월이라는 것은 내게 비극이지만, 그 고단함의 무게가 또 해마다 더 가중된다는 것은 더 큰 비극이다.

며칠 전 일년 만에 만난 친구는 나를 보며 혀를 찼다.  영화 같은 얘기지? 라는 말에, 넌 영화보다 더 심해!라고 못 박는다.

요즘엔 그렇게 심난한 얘기는 영화 소재로도 안 쓴다며... 그래, 나같아도 그런 얘기 심란해서 못 본다... 응수했다.

화도 나고, 기가 막히고, 분노와 불안과 설움이 증폭된 가운데, 얼마나 울었던지 거의 탈진 생태로 넋을 놓고 있었다.

귀여운 조카가 재롱을 피워도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고,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았다.

이젠 미워하는 것도 지치고, 미워한다고 해결이 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도 아니고,

날더러 엇디 살라 하고 바리고 가시리잇고......

그래서......

숭례문이 그렇게 불타버린 것은 너무도 안타깝고 화가 나는 일이지만, 나는 온 마음으로 아파할 수가 없었다.  나 자신을 가엾게 여기는 데에도 벅찼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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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2-14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너무 힘들었군요.ㅠㅠ 알라딘에서 님의 흔적이 없어 궁금했는데...
'외로움도 침범할 수 없는 삶의 고단함'에 눈시울이 촉촉~~~~~
이제 '마노아'란 이름에 걸맞게 '평안'이 함께 하기를......

마노아 2008-02-14 17:33   좋아요 0 | URL
평안을 빌어주어서 고마워요. 차차 찾아가고 있어요. 제가 다행히 회복이 빠르거든요. 감사해요^^

turnleft 2008-02-14 0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닥토닥..

마노아 2008-02-14 17:33   좋아요 0 | URL
마법처럼, 이 단어를 보는 순간 위로가 되었어요. 고마워요.

다락방 2008-02-14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닥토닥..2

마노아 2008-02-14 17:33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도 감사해요. 헤엣..^^

hnine 2008-02-14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무슨 일이신지요.
안 좋은 일이 있으면 또 좋은 일도 있겠지요.
이 시기를 잘 넘기셨으면 좋겠습니다.

마노아 2008-02-14 17:34   좋아요 0 | URL
그 좋은 일을 기다리는 것이 꼭 희망고문같아서 마음이 아팠어요.
그래도, 포기할 순 없지만요. 행운을 빌어주셔요. 감사합니다^^

춤추는인생. 2008-02-14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제가 힘들때 마노아님 댓글이 제게 참많은 용기를 북돋아 주었는데. 저는 뭐라 말씀드려야 하는건지 모르겠어요. 시간이 약이다 이것역시 지나가리라 함은 진리인줄 아나. 곧 그말이 그 힘든시간을 버티여 나가야지 결국 내안에서 지나가는것이라고. 어제 친구와 통화하며 그런 이야기를 씁쓸하게 하고 말았어요.
마노아님 춤인생이 여기서 마음을 다하여 큰소리로 외칠께요. 힘내시길요.

마노아 2008-02-14 17:35   좋아요 0 | URL
때로 시간이 해결해줄 수 없는 일도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마음이 아팠어요.
시간이 흐르면 상처는 무뎌질 수 있어도, 그 시간만큼의 희생이 따라오기 때문에 그렇지요.
그래도, 지금 이렇게 구겨져 있는 것 역시 아깝기는 마찬가지인 시간이에요.
그래서, 힘내기로 했어요. 제 힘을 북돋아준 춤인생님 고마워요.
정말 마법처럼, 힘이 되었어요. 감사해요^^

프레이야 2008-02-14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토닥토닥 3 *^^*
마음에 평안이 되돌아오길 빌어요.

마노아 2008-02-14 22:45   좋아요 0 | URL
제 이름처럼 평안을 소망해 봅니다. 위로 감사해요. ^^

코코죠 2008-02-15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울먹일 때마다 조선인님은 딱 두글자만 남겨주고 가셔요. 그건 바로 '꼭끼~'에요. 잘 모르겠지만 꼭끼오는 아닌 것 같구요. 아마 마로가 엄마를 껴안아 주면서 꼭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 글만 보면 정말로 심장이 따뜻해지고는 했는데요. 그 말 오늘 마노아님께 빌려줄게요. 자, 나의 마노아님, 꼭끼~

꼭끼...하고 나서
내가 토닥토닥... 해드릴게요.
그러니까 울지 마셔요.
마노아님의 평안을 빌어요...진심으로, 간절하게.


(속삭속삭)글쎄요 살청님이 마노아님한테 관심있대요 어머나...



마노아 2008-02-15 09:35   좋아요 0 | URL
꼭끼~ 마법같은 단어예요. 아마도 그 말을 전해주는 사람의 진심이 전달되어서 그런가 봐요.
좋은 비법 나눠주어서 고마워요. 종종 애용해야겠어요. ^^
간절히 바래주면, 분명 이루어질 거라고, 그렇게 온 우주가 그 사람을 도와줄 거라고 믿어요.
그 시간을 기다리며 힘을 낼게요. 오즈마님 고마워요.
으하핫, 속닥속닥 어머나예요^^ㅎㅎㅎ

전호인 2008-02-15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든 시기는 항상 오게 되어 있죠
그것을 극복하고 나면 힘든것보다 더 큰 희망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힘든 것은 극복할 만한 걸 겁니다.
힘내시길..............

마노아 2008-02-15 09:36   좋아요 0 | URL
분명 이 시기도 아련한 추억이 될 날이 올 테지요.
그때는 다행스런 미소 지을 수 있을 거예요.
극복! 필사각오로 외쳐봅니다. 전호인님 고마워요. ^^

bookJourney 2008-02-15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내세요, 아자아자!!!

마노아 2008-02-16 10:32   좋아요 0 | URL
아자아자! 고맙습니다^^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
서경식 지음, 박광현 옮김 / 창비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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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조선인 서경석씨가 아우슈비츠의 생존자 쁘리모 레비의 자취를 추적하며 쓴 기행 에세이이다. 

쁘리모 레비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줄곧 살았으며, 그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자각도 그리 하지 못하고 살았다.  그런 그가 전쟁 막바지였던 1944년 빨치산 조직에 가담하여 투쟁하다가 잡히고 아우슈비츠에서 강제 노역에 시달리다가 이듬해 겨우 풀려나게 된다.  그가 아우슈비츠에서 버틴 시간은 1년 남짓된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은 한 사람의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온전히 박탈 당하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레비는 아우슈비츠의 생존자로서 그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는 화학자로 살았지만 증언문학가로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전쟁으로 도배되었던 그 험한 시기를 겪고 난 뒤의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을 끊임 없이 던져주었다.  그러나, 살아남았다는 사실 자체가 곧 그에게 축복이 될 수는 없었다.  어떻게 인간이 인간에게 그리 잔인할 수가 있었는지에 대해서, 그는 같은 '종'으로서 수치심을 느꼈다. 

고통스러웠던 기억과 모멸과 수치심,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우울증까지.  그 모든 상황들은 그를 끝내 '자살'로 몰아갔다.  그의 자살 원인을 딱부러지게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그가 자살로서 선언한 '침묵'에 대해서 남겨진 자들은 존중할 필요가 있다.

저자 서경식씨는 재일조선인으로서 일본어를 모어로 알고 성장했지만 일본 사회에서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다.  또한 나찌 독일과 마찬가지로 전범 국가인 일본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묘한 위치에 놓여 있었다.  더군다나 그의 두 형은 박정희 유신 정권 때에 19년, 17년 형을 살면서 모진 고문을 받고 단식 투쟁까지 했던, 그야말로 죽음을 늘 곁에 두었던 자들이었다.  이런 태생적 환경과 가족 기반은 그에게서 쁘리모 레비의 삶을 더욱 애처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흔히 독일은 침략전쟁에 대해서 제대로 사죄를 했다고 알고 있지만, 그 독일조차도 60년대까지는 뻔뻔한 편이었음을, 70년 빌리 브란트의 동방정책 이후에서야 달라졌음을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에 비하면 아직도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뻔뻔하게 구는 일본의 모습에는 갑갑함을 넘어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직접적으로 나찌 독일에 가담하지 않았던 무수한 독일인들이 있다.  마찬가지로 군국주의로 치닫던 일본 정권과 상관없던 많은 일본인들이 있었다.  그들 모두를 단지 '독일인'이니까, 혹은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또한 그들은 그 사실만으로 죄인이 되어야 하는가?  여기에 대해서는 차분한 비판과 검열이 필요하다.  죄는 없어도 '책임'은 있는 것이니까.  '침묵'함으로써, 혹은 무지로 뒤덮어 '태만'을 통한 '공범'이 된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할 것이다.

이것은 비단, 전쟁 책임국가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무수한 비윤리적 사건들, 거기에 죄가 없다고 책임까지 전가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눈가리고 귀 닫고 모른 척하며 살고 있는 우리는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힘들었던 20세기가 지나갔다.  그러나 21세기의 시작 역시 밝은 무지개빛은 결코 아니었다.  아직도 전쟁은 계속되고 있고 차별과 폭력과 굶주림의 역사가 끊어지지 않고 있다.  우리 각 개인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 비참한 시간은 올곧이 우리의 몫이 될 것이다.  쁘리모 레비와 무수한 유대인 희생자들을 추모하면서, 또한 동시에 희생자에서 가해자로 둔갑한 이스라엘의 침략적 행위를 규탄하면서, 우리 사는 모습을 가만히 돌아보게 된다.

우리가 기억해야 마땅한 시간을 깨우쳐 준 서경식 선생님의 책에 고마움을 느낀다. 몹시 좋았음에도 별 하나 감점은 번역어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잘 쓰이지 않는 한자어는 쉽게 풀어주었으면 좋으련만. 그리고 약간의 오타에 대한 일종이 항의(?)랄까. 그래도 일독을 과감히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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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2-14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무수한 비윤리적 사건들, 거기에 죄가 없다고 책임까지 전가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눈가리고 귀 닫고 모른 척하며 살고 있는 우리는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에 공감중!!

마노아 2008-02-14 17:30   좋아요 0 | URL
젖은 가슴을 안고 살아야 하는 우리들이에요. 연민과 긍휼이 줄 수 있는 힘을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