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고 참 힘든 시간을 보냈다.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사고가 같이 터져서 메꿀 길도 없고 사는 게 참 막막했더랬다.

매일같이 교육청 구직란을 들락거리면서 날 좀 보세요~ 버전으로 살다가, 어제 같은 구에서 단기 기간제 자리가 났다.
공고를 보는 순간, 이건 내거다! 싶었다. 왜냐구? 일단 우리 집에서 가까웠고, 한달 밖에 되지 않는 정말 단기기 때문에 멀리서 사람을 안 뽑을 것 같았기 때문.

예상은 적중해서 결국 내가 낙점!

참으로 우스웠던 것은, 최근 교육청 구직란을 보면 한 페이지 가득 국어 선생님과 역사 선생님만이 도배를 하고 있었던 것.

(게다가 모두 여자뿐.ㅡ.ㅡ;;;;)

그리고 구인란을 내내 도배하는 것은 영어교사 찾는 소식.  허헛... 대단한 대한민국...-_-'''

오늘, 학교에 가자마자 바로 1학년 국사와 3학년 근현대사 수업을 하게 되었다. 제길슨! 어제 전화통화할 때 수업진도를 전혀 못 나갔을 것 같다고 맨 처음부터 하랬는데 알고 보니 한 시간씩은 나갔더라. 그러니까 내가 준비한 부분이 겹친다는 것. 절반은 임기응변으로 수업을 채웠는데 좀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 다행히 수업반응은 좋았다. (유일하게 좋았던 것ㅠ.ㅠ)

더운 물이 안 나온다는 게 쬐끔 불편했고, 기존 선생들이 눈도 안 마주치고 무시하고 지나가서 좀 황당했고, 우리 교무실 선생님들 모두 먼저 식사하고 와서 밥 같이 먹을 사람도 없었고(식당 위치도 몰랐고..;;), 채용신체 검사 받으려면 혈액검사를 해야되니까 겸사겸사 점심 걸렀는데 행정실에서 안 받아도 된단다.(단기라서 그런가? 보통은 받던데...)

근데 가는 곳마다 그렇지만 여기도 행정실 직원분이 왕이더라. 어찌나 쌀쌀맞던지 찬바람이 쌩쌩! 제일 서러웠던 것은 이번 달 월급 아니 나오고 담달에 나온단다. 호곡! 고작 4일 늦게 출발하는데 이럴 수가! 이번 달은 어찌 살라고?(털썩!)

그래도, 집에서 쉬지 않고 다시 일하게 되어서 참 다행! 그게 너무 짧은 기간이어서 맴이 아프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ㅠ.ㅠ

내 자리 선생님은 눈이 안 좋아서 입원을 하셨다는데 당신 말로는 한달 더 계실 것 같다고 하신다.  계속 아프라고 할 수는 없고, 일자리는 계속 필요하고 참 얄궂은 관계.

고등학교 근무는 만2년 만이어서 교과서가 새것이 필요했다. 국정교과서인 국사는 2005년도판을 갖고 있어서 꼭 새책이 필요했고, 근현대사는 내 책이 지학사 책인데 여긴 금성 출판사 책이어서 역시 새 책이 필요했다.  교과서 달라고 요청하니 없다고 단칼에 거절하네. 허헛...;;;;

내 자리 선생님 책에다가 밑줄 그으며 쓰기는 좀 불편하잖아.  근데 그냥 쓰란다. 뭐 어쩌겠는가. 써야지..(.;;;)

교실에서 영상기자재를 쓸 수 없다는 극악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다행히 학생들이 순한 편이었고(남고라서 무지 걱정했음...;;;), 설문조사해 보니 역사에 전혀 관심 없다고 한 애들이 대다수였지만 그래도 이야기 듣는 것 좋아라 해서 그나마 안심했다.  3학년 학생들은 근현대사를 필수로 선택한 녀석이 한 명도 없다는 최악 조건이지만 그래도 내신 생각해서 어떻게든 따라오겠지....하는 나름 긍정적인 자세...ㅜ.ㅜ

지금 싸아한 분위기의 선생님들은 내가 금방 갈 사람이어서 그러나 싶지만 그래도 차차 친해지겠지...하며 스스로를 안심시키는 중.

이 학교는 1학년 재량 시간을 놀랍게도 국사 시간에 배분해 주어서 주3일을 수업한다. 덕분에 준비해야 할 수업 시수는 총 6시간으로 좀 빡세졌지만 그래도 그건 뿌듯해야 하는 거겠지?

그리고 참 맘에 들었던 것 하나. 일찍 출근하는 대신 네시 칼 퇴근 가능! 차만 잘 잡아타면 네시 반에 집 도착 가능하겠다.

한달짜리 일자리도 일년짜리처럼, 평생자리처럼 열심히 일해야지. 아자아자!


댓글(2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이매지 2008-03-07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짧은 기간이지만 마노아님의 역량을 최대로 발휘하시길 :)
마음 같아서는 제가 가지고 있는 국사&근현대사 교과서라도 드리고 싶네요 ㅎ

마노아 2008-03-07 20:48   좋아요 0 | URL
학생들에게 멋진 수업을 추억으로 안겨주고 싶어요. 최선을 다해야죠^^
이매지님 책이 제 책보다 훨씬 빽빽한 밑줄이 있을 것만 같아요^^ㅎㅎㅎ

무스탕 2008-03-07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원래 선생님, 더 오래 아프시라고 말씀드릴수는 없지만 마노아님께 좋게 일이 풀렸으면 좋겠어요..
힘내서 아자아자~~!!

마노아 2008-03-07 20:49   좋아요 0 | URL
그래도 아주 다행인 사실은, 한달만 채우면 그 다음엔 계약이 끝나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거예요.
딱 일주일 모자라서 못 받았거든요. 크흑... 이 불안정한 계약직을 얼른 끝내야 하는데 말예요. 아자아자^^

라주미힌 2008-03-07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때 학교랑 너무 차이나네 ㅡ..ㅡ; 안그래요? 말띠님.

마노아 2008-03-07 22:36   좋아요 0 | URL
알면 알수록 참 다르더라구요. 동갑님^^

L.SHIN 2008-03-07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님의 긍정적이고 멋진 모습에 박수를~^^

마노아 2008-03-07 22:36   좋아요 0 | URL
요새 최면걸고 있어요.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요렇게요^^;;;

춤추는인생. 2008-03-07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저두요 이번에 잘 되시길. 기도할께요. 전 사진으로밖에 안뵈었지만 마노아님 인상이 너무 좋으셔서 어딜가나 사랑받으실 타입이세요^^

마노아 2008-03-07 22:37   좋아요 0 | URL
춤인생님, 마실도 다니고 이제 좀 괜찮아졌나봐요. 다행이에요. 맛있는 것 먹었어요? 주말엔 정말 먹고 싶었던 것들을 먹을 수 있기를 바랄게요~ 학생들도 절 좋은 인상으로 봐줬으면 좋겠어요. 소닭보듯 하지만요..;;;;

2008-03-07 2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07 2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bookJourney 2008-03-07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달짜리 일자리도 일년짜리처럼, 평생자리처럼~~ 마노아님의 마지막 글귀에 마음이 짠~합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시니 좋은 일들이 생길거에요. 아자아자!!

마노아 2008-03-08 01:24   좋아요 0 | URL
그렇게 다짐해야 주문이 효과 있을 것 같았어요. 약속한 대로 열심히 하려구요. 감사해요^^

다락방 2008-03-08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마지막에 결심하신것처럼 열심히 하시고 꼭, 힘내세요!

마노아 2008-03-08 01:24   좋아요 0 | URL
넵, 열심히 일하고 또 힘낼게요. 다락방님 감사해요^^

실비 2008-03-08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열심히 하시려는 모습이 좋네요... 시간이 지나면 마노아님의 좋은모습을 사람들도 알아줄거여요
화이팅!!

마노아 2008-03-08 20:45   좋아요 0 | URL
알아주지 않아도 좋으니 지속적인 일자리를 원해요. 쿨럭..;;;; 실비님 화이팅 고마워요^^

순오기 2008-03-09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 뜸해서 궁금했어요. 감사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 따르는 건 당연하겠죠?
힘내세요~샘!!
국어, 국사 이렇게 찬밥 취급하다 '당신들의 대한민국'이 어디로 갈려는지? 정말 암담한 현실에 가슴이 메이네요.ㅠㅠ

마노아 2008-03-08 20:46   좋아요 0 | URL
정말 당신들의 대한민국이지요. 서울대 국사과는 영어로 수업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말 다했지요..;;;;
정말 놀랍고 대단한 대한민국이에요.;;;;

웽스북스 2008-03-08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참 다행이에요 ^^
한달 후에 아이들이 아쉬워서 줄줄이 편지 들고 올 정도로 잘할 수 있을 거에요 화이링!

마노아 2008-03-08 20:46   좋아요 0 | URL
제2의 교생시절이 되는 겁니다. ^^ㅎㅎㅎ 웬디님 고마워요(>_<)

2008-03-09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09 1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급할 때 요긴하게 쓰는 ‘빨대 분무기’ [제 729 호/2008-03-07]
 


토요일 밤 짠돌 씨 집.
따르릉~
“여보세요. 아, 팀장님 안녕하세요.”
“네? 이런…. 알겠습니다. 한 시간 정도면 됩니다.”
같은 부서의 김 대리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다. 먼 지방이라 부서의 몇 명이 함께 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짠돌 씨는 한 시간 뒤 회사 앞에서 모이기로 약속하고 주섬주섬 옷을 챙겼다.
‘아버지 연세가 많다고 했으니 호상(好喪)이지 뭐. 하지만 모처럼의 주말이 날아가는군.’

방에서 애들을 재우고 있던 주부 김 씨가 전화 내용을 듣고 황급히 나왔다.
“여보, 지금 상가(喪家)에 가야 하는 거지? 어떻게 해! 셔츠 다림질해 놓은 게 하나도 없는데.”
“괜찮아. 좀 구겨진 것이면 어때. 대충 입고 가면 되지.”
“지금 대충 입을 만한 수준이 아니라니까. 다려야 해.”

주말을 맞아 집안의 모든 셔츠들은 세탁기에 들어가 한 시간 동안 씻긴 뒤 그 상태로 말라있었다. 김 씨가 빨래 너는 걸 깜빡한 탓이다. 모든 셔츠가 마른 명태처럼 쭈글쭈글한 모양으로 변해 있었다.
“분무기, 분무기 어디 있지?”
“며칠 전 막희가 장난치다가 부러뜨리지 않았나?”
“이런, 어쩌지?”
“다 방법이 있지. 빨대 있으면 하나 갖고 와요. 물도 한잔 떠오고.”

실험방법
1. 준비물 : 빨대, 물 컵, 칼
2. 빨대의 1/3 지점을 칼로 반만 자른다.
3. 빨대의 자른 부분이 바깥이 되도록 직각으로 꺾고, 꺾인 부분을 눌러 얇게 만든다. 꺾은 빨대의 짧은 쪽을 컵에 넣는다.
4. 빨대의 긴 쪽을 힘껏 분다.
5. 빨대의 잘린 부분에서 물이 분무기처럼 나온다.

“와, 이거 엄청 신기하다. 여보, 대단해.”
“훗~. 이 정도 문제는 가볍게 처리하는 게 남편의 기본 아니겠어?”

“엄마, 뭐가 대단한데?”
“우리 재우고 둘만 재미있게 노는 거야?”
난리 통에 애써 방에 집어넣었던 애들이 스물스물 기어 나왔다. 어떻게든 안 잘 핑계를 찾던 차에 기회를 잡은 것이다. 영악한 것들!
“아빠, 내가 대신 불어 줄께. 푸우~”

“와, 신기하다. 아빠, 내가 부러뜨린 분무기처럼 물이 나가네. 왜 그런 거야?”
“이건 말이지, 베르누이 정리라는 원리로 설명할 수 있어.”
“베르누이 정리?”
그래, 유체의 흐름이 빠른 곳은 압력이 낮고, 유체의 흐름이 느린 곳은 압력이 높아진다는 원리지. 빨대를 통해 공기를 힘차게 불어넣으면 구부린 곳으로 공기가 빠르게 나가겠지? 그러니까 구부린 지점의 압력이 다른 곳보다 낮아져. 물이나 기체는 압력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니까 빨대 아래쪽에 있던 물이 위로 올라오게 되지.”

“근데 왜 물이 안개처럼 나가?”
“짧은 빨대에서 올라온 물이 긴 빨대에서 나오는 바람과 만나 널리 흩어지기 때문이지. 분무기도 사실 이와 똑같은 원리로 만들어진 거야.”
“그렇구나. 우리 집에 빨대 많으니까 분무기 필요 없는 거네. 헤헤.”
“이 녀석, 편하게 쓰려면 분무기가 필요하지. 그리고 자동차에 넣은 휘발유도 이와 똑같은 원리로 안개처럼 만들어진 다음 엔진의 실린더 속으로 들어간단다. 안개처럼 된 휘발유에 불꽃을 튀기면 ‘펑’하고 폭발하는데, 그 힘으로 자동차가 움직이거든.”
“와~. 베르누이 정리가 꽤 여러 곳에 쓰이네.”

“여보, 다 다렸어! 얼른 가야지.”
“이리 줘. 막신, 막희야, 아빠 다녀올게. 가면서 전화할게, 여보.”
쏜살같이 옷을 입고 나간 짠돌 씨. 위기를 넘긴 것은 좋았지만 늦은 밤 한바탕 소란으로 집안은 엉망이 됐다. 아까는 정신없어 넘어갔지만 막신이가 여기 저기 장난삼아 불어댄 탓에 TV며, 소파며 물 천지가 됐다. 눈치 빠른 막신이 혼나기 전에 재빨리 선수를 친다.

“엄마, 나 계속 바람 불었더니 어지러워.”
“오빠, 난 한 번도 못 불어봤어. 빨대 줘.”
결국 아이들 재우려는 김 씨의 계획은 실패하고 짠돌 씨 집에는 새벽까지 빨대 분무기 부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녹초가 된 김 씨. 다음날 김 씨는 밤을 새서 피곤한 남편을 억지로 끌고 마트에 가서 ‘5개 들이 분무기 묶음세트’를 샀다. (글 : 김정훈 과학칼럼니스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뼈에 이로운 물’ 골리수(骨利水)!? [제 728 호/2008-03-05]
 


#1
삼국시대 백제와 신라의 병사들이 섬진강을 옆에 끼고 백운산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날씨는 무덥고 양측의 기세는 팽팽했다. 하지만 비도 내리지 않는 전장에서 병사들은 하나 둘 지쳐갔다. 목이 마른 병사들이 샘을 찾아다녔지만 물은 흔적조차 없었다. 이때 신라의 한 병사가 화살에 꽂힌 나무에서 맑은 물이 흐르는 것을 보았다. 신라군은 얼른 그 물을 마셨다. 갈증을 풀린 것은 물론 힘이 용솟음쳐 신라군은 백제군을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대체 어떤 나무 길래 속에서 사람에게 힘이 솟는 물을 뿜어내는 것일까.

#2
신라 말 풍수학의 대가로 알려진 승려 도선은 광양 옥룡사에서 참선(參禪)을 하고 지냈다. 하루는 오랜 수행으로 무릎이 펴지지 않아 나뭇가지를 잡고 일어서다 그만 가지를 부러뜨리고 말았다. 가지가 부러진 줄기에서 솟아나온 수액을 마신 도선은 신기하게도 무릎이 쉽게 펴지는 경험을 했다. 뼈에 이로운 수액을 뿜는 나무는 무엇일까.

이 나무의 이름은 고로쇠다. 승려 도선의 이야기에서 ‘뼈에 이로운 물’을 뜻하는 ‘골리수’(骨利水)란 이름이 생겼고, 지금은 그 말이 변해서 ‘고로쇠’나무로 불리고 있다. 실제 고로쇠나무의 수액에는 각종 미네랄과 마그네슘, 칼슘, 비타민 등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소화와 관절계통 질환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대 미네랄로 불리는 칼슘(Ca)과 칼륨(K), 마그네슘(Mg), 나트륨(Na)이 수액 가운데 무기성분의 94%를 차지한다.

또 설탕과 유사한 자당(Sucrose) 성분이 1L에 16.4g 가량 포함돼 꿀물처럼 달지는 않지만 ‘살짝’ 단맛을 느낄 수 있다. 이 때문에 고로쇠나무의 수액은 숙취해소와 스포츠 이온음료를 대체하는 생체수(Bio-water)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게다가 단맛이 필요한 음식에 설탕 대신 고로쇠 수액을 넣으면 훨씬 산뜻한 맛을 낼 수 있다.

그럼 전설 속 이야기처럼 고로쇠나무에 구멍을 뚫으면 수액이 콸콸 솟을까. 지리산이나 백운산 등지의 남쪽지방에 많은 고로쇠나무는 절기상 우수(2월 19일)에서 곡우(4월 20일) 때까지 수액을 채취한다. 가장 많은 수액이 나오는 시기는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놀라서 뛰어나온다는 경칩(3월 5일) 무렵이다. 이 기간에는 고로쇠나무 줄기에 손가락으로 한 두 마디 정도 구멍을 뚫으면 누구나 달콤하고 시원한 수액을 맛볼 수 있다.

고로쇠나무 한 그루에서 수액이 나오는 날은 실제 5~6일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비나 눈이 내리거나 낮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날에는 수액이 나오지 않는다. 이는 고로쇠나무의 내부압력이 날씨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고로쇠나무가 자라는 해발 500~1800m의 산간지방에선 경칩인 3월 5일경 낮과 밤의 기온차가 15℃나 된다. 해가 지면 기온은 영하 3~5℃까지 떨어지고 땅에서 나뭇잎까지 물을 퍼 올리는 파이프인 ‘물관’의 부피가 팽창한다. 이에 뿌리는 땅속에 스며든 수분을 흡수해 줄기 안으로 보내려는 힘을 받게 되고 나무는 밤새 줄기 속을 물로 채운다. 낮이 돼 기온이 10℃ 이상 올라가면 물관에 채워진 물과 공기는 부피가 팽창해 밖으로 나오려는 성질을 갖는다. 이것이 고로쇠수액이다. 밤낮의 일교차가 작거나, 날씨가 흐려 낮에 줄기의 온도가 충분히 오르지 않으면 고로쇠수액을 얻을 수 없다.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또 있다. 바로 고로쇠나무도 단풍나무과에 속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단풍나무라고 하면 사람 손모양의 잎이 붉게 물드는 것만 생각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단풍나무는 폭이 좀 더 넓다. 단풍나무의 풍(楓)은 ‘나무열매가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는 모습’을 연상해 만든 글자다. 즉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단풍나무, 홍단풍, 신나무, 복자귀나무와 마찬가지로 두 장의 날개를 일정한 각도로 마주 달고 프로펠러처럼 빙글빙글 돌며 떨어지는 열매를 지닌 나무란 얘기다.

고로쇠나무는 잎이 5~7장으로 갈라지는 단풍나무와 비슷하지만 깊게 갈라지지 않아 마치 오리발을 연상케 한다. 이 때문에 일본에선 고로쇠나무를 단풍나무과 가운데 ‘개구리 손’이란 뜻의 ‘가에데’로 분류하고 있다.

고로쇠나무는 우리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몸은 골병이 날 정도다. 2001년 한해 동안 상품화된 고로쇠나무 수액은 무려 2199톤에 이른다. 한 나무에서 고작 7L 정도의 수액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실로 무수히 많은 고로쇠나무가 수난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거위가 황금을 낳는다고 배를 갈라 황금을 얻지 못한 이솝우화처럼 더 많은 수액을 채취해 돈을 벌려는 인간들이 결국 메마른 숲을 보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 고로쇠나무의 수액을 채취하는 주민들이 나무의 자생력을 해치지 않고 자연과 공생할 수 있는 지혜를 깨달았으면 한다. (글 : 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암호 이야기 - 역사 속에 숨겨진 코드
박영수 지음 / 북로드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역사속 생활속 알게 모르게 녹아있는 암호이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말괄량이 기관차 치치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
버지니아 리 버튼 글, 그림 | 홍연미 옮김 / 시공주니어 / 1995년 4월
평점 :
품절


오래된 그림책이다.  흑백으로만 그려진 그림이 증기기관차의 역동성을 아주 다이나믹하게 보여주고 있다.



꼬마기관차 치치에게는 기관사 아저씨 짐과 올리라는 이름의 화부 아저씨, 아치볼드 승무원 아저씨가 함께 하고 있다.

치치는 손님을 가득 태운 객차들과 우편물이랑 짐을 가득 실은 화차와 탄수차를 한꺼번에 끌고서 작은 시골 마을에 있는 조그만 역을 출발하여 대도시에 있는 커다란 역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일을 날마다 되풀이 했다.



이렇게 되풀이 되는 일상을 지내다 보니 어느 날 치치는 그만 질리고 말았다.  자기 혼자서 달린다면 훨씬 쉽게, 빨리 달릴 수도 있고 또 훨씬 멋져 보일 텐데 말이다.  그래서 기어이 치치는 사고를 치기로 결심했다.  짐 아저씨와 올리 아저씨, 그리고 아치볼드 아저씨가 식당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동안 자기 혼자서 칙칙폭폭 달리기 시작한 것!

가벼운 몸으로 치치는 있는 껏 달렸다.  난데없이 들이닥친 치치 때문에 소들도 말들도 닭들도 모두 화들짝 놀라고, 어떤 사람들은 너무 놀란 나머지 교회의 뾰족탑으로 올라가기도 했다.  자동차와 트럭 들은 너무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다가 차례로 포개지고 말았고 사람들은 모두 치치에게 단단히 화가 나고 말았다. 

하지만 이젠 치치도 도저히 멈출 수가 없다.  너무 속도가 붙어 버린 것이다.  도개교가 올라갈 때 탄수차도 떨어뜨리고 다른 기차의 선로까지도 방해하면서 치치는 하염없이 달렸다.  이젠, 더 이상 신나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물도 조금 밖에 남지 않았고 석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는 쓰지 않는 엉뚱한 선로로 접어든 치치는 치이익 소리를 내다가 그만 주저앉아 버렸다.

한편 짐 아저씨와 아치볼드 아저씨, 그리고 올리 아저씨는 뒤늦게 치치를 찾아 열심히 달려오신다.  사람들이 모두 치치가 달려나간 방향을 알려주어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아저씨들은 치치에게 다시 탄수차를 달아 주고 다친 데는 없는 지 꼼꼼히 살펴보셨다.  세 아저씨는 치치를 다시 데려온 것이 너무 기뻐서 신나게 춤을 추기까지 했다.  정말 정이 많으신 분들이다.

말괄량이 치치가 사고를 잔뜩 쳐놨는데도 야단치지 않고 오히려 무사히 만나게 된 것에 감사한다.  치치도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세 아저씨와 승객을 태우고 화물열차도 싣고 운행하던 자신의 원래 행보가 훨씬 더 멋지다는 것을 깨닫는다.

증기기관차의 구성에 대해서 자연스에 알기 쉬운 구성을 가졌고, 흑백으로만 이뤄진 그림이 역동성을 느끼게 만든다.  글자의 편집도 기차의 선로 마냥 유연성 있게 휘어져서 읽는 동안 노래하는 느낌을 받으며 리듬감을 느낄 수 있었다.  즐거운 책이지만, 위험한 일은 해서는 안 되는 것을 차분히 아이에게 설명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8-03-03 2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03 2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향기 2008-03-04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림만 봐도 들썩들썩한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지네요^^

마노아 2008-03-04 16:31   좋아요 0 | URL
그림에서 이미 시끌벅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