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함쟁이 엄마 비룡소의 그림동화 148
유타 바우어 글.그림, 이현정 옮김 / 비룡소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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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펭귄이 아기 펭귄에게 소리를 질렀다. 깜짝 놀란 아기 펭귄이 흩어져 날아가고 말았다. 멘붕이 와버린 머리는 우주까지 날아가 버렸고, 몸은 바다에 떨어졌다. 두 날개는 밀림에서 길을 잃었고, 부리는 산꼭대기에, 꼬리는 거리 한 가운데로 사라져 버렸다. 그 자리에 남은 건 두발 밖에 없었지만, 그 발은 곧 달리기 시작했다. 흩어져버린 몸을 찾고 싶었지만 너무 멀리 가버린 아기 펭귄의 몸들. 지친 몸이 사하라 사막까지 도착했을 때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바로 엄마 펭귄! 엄마 펭귄이 아기 펭귄의 몸을 찾아 일일이 꿰매고 있었던 것이다. 다 꿰매고 난 뒤 엄마 펭귄은 미안하다고 말했다. 아마 꼭 품어 안아 주었을 것이다.

 

처음엔 뭐 이렇게 잔인해!하고 보다가 곰곰 되씹어 보니 엄마의 고함이, 부모의 신경질이, 보호자의 분노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이 정도의 충격을 주겠구나 생각하니 크게 공감이 갔다. 아마 우리도 그랬을 테지만, 아이들은 대체로 자기가 뭘 잘못해서 야단맞는지 잘 모른다. 어른들은 자신의 '상식'과 '기준'으로 아이를 다그치지만 아이는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상태로 일단 주눅이 들고 일단 눈치부터 살핀다. 그래서 아이를 납득시켜주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이미 이성을 잃어버린 부모는, 보호자는, 어른들은 그걸 건너뛸 때가 많다. 그래서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면 도리어 미안해질 때도 많이 있는 것이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이 책을 다시 들여다보면 책이 더 크게 공감이 갈 것 같다. 울 엄마는 고함쟁이야!에 동감할 아이도 많을 것 같고. 짧지만 굵은, 메시지도 분명한 책이다.

 

'엄마가 들려주는 아우슈비츠 이야기'에서 이 책을 추천한 걸로 기억한다. 역시 눈높이가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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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SION 과학

제 2544 호/2015-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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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사의 시작은 셜록홈즈로 부터?!


홈즈는 런던 베이커 거리 221B의 하숙집에 의사인 존 H, 왓슨과 함께 산다. 둘은 1882년부터 함께 살았고, 홈즈의 직업은 탐정이다. 1878년부터 탐정 생활을 시작한 홈즈는 1888년까지 무려 5백여 건의 사건을 처리했고, 이 중 단 네 번만 실패할 만큼 실적은 대단히 높은 편이었다. 왓슨은 홈즈에 대해 ‘범죄 관련 책에 관한 지식이 놀라울 정도’고 ‘금세기의 중대 범죄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다’고 기록했다. 

홈즈는 아서 코난 도일(Arthur Conan Doyle, 1859~1930)의 추리 소설에 등장하는 세계 최초의 민간자문탐정인 셜록 홈즈다. 1887년 <주홍색의 연구>에 셜록 홈즈는 처음 등장했다. 셜록 홈즈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 책이 최근까지 나올 정도로 아직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1. 시드니 패짓(Sidney Paget)이 그린 셜록 홈즈
(출처: wikipedia)



도일은 영국의 유명한 소설가이자 외과 의사다. 도일이 셜록 홈즈라는 인물을 만들기 전까지 사람들은 과학과 수사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도일은 셜록 홈즈를 통해 과학수사에 대한 개념을 알렸고, 실제 사건에 어떻게 접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미국의 과학수사 전문가인 콜린 에번스는 “홈즈의 시대 이후 지난 100년 동안 탄생한 자외선, 레이저, 유전자(DNA), 전자현미경과 같은 과학적 성과는 범죄와 수사의 역사를 바꿔 놓았다”고 말했다. 

사진 2. 아서 코난 도일의 <주홍색의 연구> 표지
(출처: wikipedia)



그렇다면, 현재는 어떨까. 최근 강력범죄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면서 수사 방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과학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800년대 후반부터다. 모든 사람이 가진 ‘지문(指紋)’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낸 후부터 과학수사가 시작됐다. 사건 현장에 지문이 있다는 것은 그 지문의 주인이 그 현장에 있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 

지문의 흔적은 손에서 나오는 땀이나 기름으로 만들어진다. 최근 영국 셰필드대 연구진이 지문의 흔적에서 미세한 화학 입자를 구분해내는 기술을 개발했는데, 이를 통해서 지문의 주인이 무엇을 먹었는지, 어떤 약물을 먹었는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이 기술은 체내에 흡수된 음식물이나 약물은 땀에도 섞여 나온다는 것을 발견하고 개발됐다. 실제로 영국 경찰은 이 기술로 마약 범죄자를 검거하고 있다. 

지금이야 지문 분석 말고도 다른 형태의 과학수사가 많지만, 예전에는 지문 분석만이 과학수사의 전부인 적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민등록증을 만들 때 지문을 찍기 때문에 전 국민의 지문 데이터베이스가 잘 갖춰져 있다. 그래서 사건 현장에서 자신의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해 장갑을 사용하는 범인들도 있다. 그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국내외산 장갑 300여 개의 흔적을 모아놓고 있다. 

사건 현장에서는 모든 것이 증거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사건 현장 근처에서 발견된 똥으로 범인은 잡은 사건도 있다. 2013년 부산의 한 식당에서 현금 20만 원을 도난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범인은 식당 인근에서 볼일을 보고 있다가 한 식당을 발견했다. 볼일을 마친 범인은 식당 주방으로 들어가 20만 원을 훔쳐 달아났다. 사건 현장의 CCTV를 분석하던 경찰은 범인의 동선을 파악했고, 그 동선에서 발견한 똥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채취했다. 범인은 이미 전과 10범으로 그의 DNA 정보는 경찰이 갖고 있었고, 똥에서 발견한 DNA와의 일치를 통해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다. 

한 사람이 가진 장내 세균은 약 1천여 종. 하지만 모두 똑같지는 않다. 장내 세균을 통해 그 사람의 영양 상태나 자주 먹는 음식, 알레르기 종류 등을 알아낼 수 있다. 최근에는 장내 세균을 지문처럼 활용할 수 있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냄새’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사람이 갖고 있는 고유의 체취(體臭)는 화장품이나 향수를 사용한다고 해서 없어지지 않는다. 이런 특성을 바탕으로 경찰청 과학수사대에서는 현장의 공기를 용기에 담아 분석한다. 냄새를 분석하면, 사건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 자주 사용하는 화장품이나 향수 등으로 범인의 범위를 줄일 수 있다. 

지난 10월에는 국내 연구진이 사람보다 냄새를 더 잘 맡는 ‘바이오 전자 코’를 개발하기도 했다. 우리 코에는 냄새를 인식하는 수용체가 있는데, 냄새가 이 수용체와 결합하면 전기신호가 발생해 신경을 타고 뇌로 전달돼 우리가 냄새를 맡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전자 코가 냄새를 맡게 하기 위해서는 콧속에 들어 있는 수용체가 필요하다. 이 후각 수용체를 유전공학기술을 이용해 사람의 것과 똑같이 만든 것이 바로 ‘바이오 전자 코’다.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폐쇄회로(CC)TV다. 지금은 CCTV를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초기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과 인권 문제 때문에 설치를 반대하기도 했다. 요즘에도 모든 사람이 CCTV 설치를 찬성하고 있지는 않지만, 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지역의 주민들이 CCTV 설치를 요청하기도 한다. 

요즘 CCTV는 그야말로 지능형 CCTV다. 단순히 영상만을 찍지 않는다. 사람의 얼굴만을 골라 찍는 CCTV도 있고. 귀가 달려 소리까지 찍는 CCTV도 있다. 실제로 충북 진천에는 귀가 달린 CCTV가 설치돼 있어 보안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 얼굴은 찍히지 않았지만, 걸음걸이를 분석하는 CCTV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사건이 발생한 후의 대책일 뿐,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은 아니다. 범죄 예방을 위한 대책 또한 적극적으로 만들어 과학수사가 필요 없는 곳이 우리가 모두 원하는 사회 아닐까. 

글 : 심우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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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이라는 숫자로 페이퍼를 쓸 일이 거의 줄어들었다. 한장 남은 달력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한 해가 저물고 한 해가 다시 떠오르고, 그래도 읽을 책은 많고 살 책도 많다. 이동진도 17,000권 소장작 중에 만 권은 안 읽었다던데... 좀! 위로가 된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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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의 노래 - 마음에 용기와 지혜를 주는 황선미의 민담 10편
황선미 지음,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 비룡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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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온 어린이들 한자리에 모여 앉아

즐거워 손뼉치며 함께 보는 명작동화

해처럼 밝게 커라 정의의 새싹들아

손짓해 사랑 주는 어린이 명작동화

신난다 재미난다 어린이 명작동화


지금도 흥얼거리게 되는 어린시절에 보았던 만화 주제곡이다. 

사신을 보게 된 남자가 아름다운 공주를 살리려고 머리 맡에 앉아 있는 사신의 위치를 발쪽으로 돌리려고 지혜를 짜낸다. 병사들을 시켜 침대 네 귀퉁이를 들어 잽싸게 위치를 바꿔 공주를 살렸지만 꺼져가는 촛불이 자신의 것이 되면서 주어진 목숨보다 일찍 죽어야 했던 이야기도 막 떠오른다.


또 다른 기억도 있다. 어릴 적 주인집 아줌마가 아이들 나이에는 아직 이르지만 계몽사 세계문학 전집을 샀더랬다. 애들은 어리고 한글도 몰라서 관심이 없었지만, 그 집 마루에 걸터앉아 내가 다 읽고 좋아하던 기억도 떠오른다.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그렇게 어릴 적에 좋아하던 이야기들이 사실은 원전을 많이 줄인 주니어용 이라는 건 한참 뒤에나 알게 되었다. 민담 10편을 골라 다시 쓴 황선미 작가님처럼. 아무튼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아주 즐겁게 이 책을 읽었다. 수십 개의 포스트 잍을 붙여가면서.


한국과는 여러모로 인연이 깊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민담처럼, 역시나 평범하지 않은 그녀의 그림체가 이 독특한 분위기의 이야기들에 제법 잘 어울렸다. 예쁘거나 사랑스러운 느낌은 아니지만, 적어도 신비롭기는 하다.^^


고사리 꽃 /폴란드 
왕이 된 농부 /폴란드 
인어의 노래 /폴란드 
황금 오리 /폴란드 
밀납 아가씨 /프랑스 
작은 정어리 /프랑스 
현명한 카테리나 /이탈리아 
오두막의 검은 고양이 /터키 
용과 소녀 /스페인 
사이먼의 칠 년 /영국 


이보나 작가님 덕분인가. 폴란드의 민담이 40%를 차지한다. 낯선 나라의 낯선 이야기들이 더 반가우니 기울어진 저울 추도 싫지 않다. 



우리 옛 이야기들이 자주 그러듯이, 이 민담 속의 주인공들도 가난뱅이가 많았다. 찢어지게 가난한 청년이나 아가씨, 혹은 농부 등이 나온다. 첫 이야기 '고사리 꽃'도 그랬다. 반복되는 이야기 설정도 그렇게 불행하게 살고 있던 주인공이 뜻밖의 행운을 만나서 갑작스럽게 출세를 한다든지, 큰 재물을 갖게 되는 둥의 변화가 찾아온다. 그 행운을 가져다 주는 이는 주인공의 선행에 보답하려는 이도 있고, 주인공의 심성을 시험하려는 자도 있고, 처음부터 저주를 걸기 위한 대상도 있었다. 그들은 초월적 존재인 경우가 많은데, 그러니 주인공을 갑자기 변신시키는 그 신비로운 힘의 정체는 의심하지 말자!


인간이란 욕심 사나운 존재여서 서 있다 보면 앉고 싶고, 앉다 보면 눕고 싶은 존재! 갑자가 찾아든 행운을 감당해내는 지혜로운 이가 있는가 하면, 그 행운에 짓눌려서 복을 차버리는 경우도 많이 소개했다. 그럴 때 미끼로 던지는 메시지가 "그 행운을 누구하고도 나누어서는 안 된다!"라는 것. 이것 참 신선했다. 인간은 욕심 사납기도 하지만 더불어 사는 존재이기도 해서 혼자만 행복해서는 또 마냥 행복하지 않은 존재이지 않던가. 하룻밤 사이에 금화를 모두 소진하라는 조건을 걸었던 '황금 오리' 이야기도 마찬가지였다. 이 사람을 돕는 게 '나를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몰랐다는 게 안타까웠다. 내게 그 행운을 준다면 잘 사용할 텐데 말이다.ㅎㅎㅎ


고사리 꽃의 주인공 야첵은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없는 부귀영화를 혼자서 누리는 게 힘들었다. 가난한 가족들이 눈에 밟혔던 것이다. 괴로움을 잊기 위해서 향락에 빠져들고 남을 괴롭히기도 했지만 마음이 가벼워지지 않았다. 남부러울 것 없이 너무 많이 가진 금수저 물고 태어난 이들이 쉽게 마약에 빠져드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결핍의 결핍이 오히려 마음을 더 공허하게 만드는 걸지도.


'왕이 된 농부'의 주인공 가베우는 착하고 지혜롭고 겸손한 인물이었다. 착하고 지혜롭기도 쉽지 않지만, 그런 인물이 겸손하기는 또 얼마나 어렵던가. 재밌는 것은 이 이야기 안에 내가 알던 이야기가 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반지를 입에 문 고양이를 등에 태우고 강을 건너는 개 이야기 말이다. 반지를 잘 갖고 있는지 재차 묻자 답답해진 고양이가 대답을 하다가 반지를 물에 빠뜨린다. 어린 시절 읽은 이야기 책에 있던 구조다. 그때도 개와 고양이였는지는 정확히 떠오르지 않지만. 그게 우리 전래동화인지 외국의 이야기인지도 선명하게 구분이 안 가지만. 아무튼 이런 이야기들이 곳곳에 있구나 싶어 재미가 컸다. 


표제작 '인어의 노래'는 우리가 떠올리는 인어의 꼬리가 왜 생겼는지를 말해주는 이야기였다. 육지에서는 다리를 갖고 있던 여자로 묘사한 캐리비언의 해적도 떠올랐다. 그 인어 참 예뻤었지!



'밀랍 아가씨'는 피그말리온 이야기와 신데렐라 이야기가 겹쳤다. 도시의 아가씨들을 초대하여 무도회를 연다는 설정말이다. 심봉사를 초대한 잔치처럼 말이다. 익숙한 이야기 패턴이지만 결코 진부하지 않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게 요정들이 선물을 준 것처럼 밀랍 아가씨에게도 요정들이 선물을 주었으니까. 그 선물이 '음악'과 '기억'과 '숨결'이라는 건 얼마나 신선하던가. 밀랍 아가씨가 살아 숨쉬는 아가씨가 되려니 숨결은 무척 자연스럽다. 그러나 거기에 더 가치를 부여하는 건 '음악'과 '기억'이다. 문득 스필버그 감독의 'A.I'도 같이 떠오른다. 세상이 다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도 간절히 소망했던 엄마와, 엄마와의 기억 말이다. 



옛 이야기에 요정만큼이나 많이 나오는 소재는 '수수께끼'다. 수수께끼를 내서 상대를 낭패에 빠뜨리는 건 스핑크스 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오이디푸스가 그랬듯이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주인공들이 있으니 독자는 즐거울 뿐이다. 

'현명한 카테리나'는 제목 그대로 정말 지혜로운 여자였다. 하나만 갖고 성을 나갈 수 있다는 조건에 그녀가 무얼 갖고 나갈 지가 이미 짐작된 건, 이 이야기의 구조가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익숙한 패턴은 또 있다. 세 자매나 세 형제가 나오면 셋째가 꼭 주인공이 되더라는 것. 욕심 사납고 친절함 따위는 없는 첫째 둘째와 달리 셋째는 꼭 착하고 용맹하고 지혜롭게 나오곤 한다. 그 셋째의 달란트가 내게도 좀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 선물의 대가가 앞서 제시한 첫째 둘째 같은 형제 자매를 두어야 한다면 그 선물 반사하겠소!


암튼 '오두막의 검은 고양이' 편에서는 바로 그 조건의 세번째 공주가 나온다. 착하고 지혜로운 것보다 더 크게 갖춘 이 막내공주의 장점은 '호기심'이 충만하고 도전정신도 하늘을 찌른다는 것. 위기를 기회로 여기고 적극적 긍정적 마인드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동력을 갖추고 있다. 이야기 속 세째 딸이 될 자격이 충분하오!


10편의 이야기 중 가장 좋았던 것은 마지막 이야기 '사이먼의 칠 년'이다. 그가 행운을 거머쥐게 된 초기 선행보다, 그가 위기를 맞게 되기까지의 시간을 아주 '성실'하게 보냈다는 게 참 인상 깊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행운이 몇 년짜리로 시한부라고 한다면, 그 시간을 충분히 즐기며 후회없이 보내야 하는 게 정석이지만, 인간의 마음이 어디 그렇게 잘 돌아가던가. 계약 종료를 늦추기 위해 아등바등하다가 뒤늦게 흘려보낸 시간을 아까워하는 게 보통의 인간이니 말이다. 이런 사이먼의 됨됨이에 은혜를 갚은 신비한 존재는 또 얼마나 지혜롭고 쿨하게 멋지던지. 모든 이야기의 끝이 왕자와 공주인이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더랍니다~로 끝내지 않는 시크함! 이야기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꼭 알맞는 배치였다. 


제법 두꺼운 양장본이지만 활자도 크고 이야기가 워낙 흥미진진해서 단번에 읽을 수 있다. 사실 너무 빨리 읽는 건 좀 아까운 책이다. 야금야금 아껴 읽는 걸 추천한다. 하루에 이야기 하나씩만! 열흘 동안 아주 행복해질 것이다. 


추억의 노래 하나 또 달아본다. 구수한 우리나라 걸로~



덧글) 72쪽 5줄의 '빛나는 언어가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이지요'는 '빛나는 인어가' 맞을 것 같다. 밀랍으로 귀를 틀어막고 있는 중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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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5-12-10 0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10월에 황선미 선생님 모시고 좋은 시간 보냈어요.
강연 끝나고 고려인센터와 박용철 시인 생가도 모시고 다녔어요.
우리밀 살리기에 관심 많으시고.... 두루두루 좋은 시간보냈어요.
이 책은 마노아님께 땡투하고 주문해요!^^

마노아 2015-12-10 10:16   좋아요 0 | URL
와우, 바로 얼마 전에 황작가님과 좋은 시간 보냈군요!
프로그램이 늘 알차요. 물개 박수 쳐드립니다. 짝짝짝짝!!!!
이 책은 기대가 있었는데, 기대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좋았어요.
글을 쓴 분과 그림을 그린 분 모두 믿고 보는 작가님인데 역시나 제 역할을 해주시네요.
오, 땡투! 가뭄에 콩나듯 들어오는 땡투! 고맙습니다.
요새는 땡투 모으는 재미는 까맣게 잊었어요.^^ㅎㅎㅎㅎ

살리미 2015-12-10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려온 어린이들 한자리에 모여앉아~
저도 아직 생생히 생각납니다^^
저도 계몽사 세계문학전집 읽으며 자랐고요^^ 어릴때 읽었던 동화들을 어른이 되어서 다시 읽어보면 느낌이 많이 달라지던데, 그림체도 무척 독특하고 한번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마노아 2015-12-10 10:19   좋아요 1 | URL
노래가 귓가에서 마구 재생되지요?
뭔가 라임도 딱딱 맞고,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잊혀지지 않네요.
계몽사가 지금도 있네요. 오래도록 잊고 지냈는데 새삼 추억이 방울방울 돋습니다.^^
전집 사두면 밀리고 안 읽는다 우려를 많이 하는데 꼭 그렇지도 않은가 봐요. ㅎㅎㅎ
어제는 오랜만에 음악 틀어놓고 책을 읽었는데 좋더라구요.
불같이 일던 마음을 좀 가라앉혀 주었달까요. 하하핫, 오로라님께도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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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39 호/2015-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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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미세먼지의 고백


환경전문가들은 겨울철을 바로 저의 계절이라고 부릅니다. 여름철엔 비에 의해서 씻기거나 높은 습도로 인해 농도가 낮지만, 겨울철엔 대기 정체로 인해 저의 농도가 더욱 높아지기 때문이죠. 또겨울이 되면 난방을 위해 아궁이에서 불을 피우는 곳이 많아 거기서 발생하는 검댕으로 인해 제가 더 많아집니다. 

요즘 세상에 누가 아궁이에 불을 피우냐고요? 모르시는 말씀이에요. 한국에서는 아궁이에 불을 때는 모습을 이제 보기 어려워졌지만, 중국의 경우 전체 가정 가운데 절반 정도가 아직도 아궁이를 이용하고 있거든요. 그것이 편서풍을 타고 한국까지 날아오므로 겨울만 되면 제가 더욱 많아질 수밖에요. 

맞습니다. 벌써 눈치를 채셨겠지만, 저의 이름은 미세먼지입니다. 사람들은 저를 두고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 이하면 미세먼지(PM10), 지름이 2.5㎛ 이하면 초미세먼지(PM2.5)로 구분해서 부르기도 합니다. 

보통 외부에서 인체로 들어오는 이물질은 코털이나 기관지 섬모에서 걸러집니다. 그러나 저는 크기가 너무 작아 호흡기를 그대로 통과해 체내에 쉽게 축적되죠. 더구나 저는 안구 질환이나 호흡기질환, 심혈관질환 등을 비롯해 과도한 면역반응을 일으켜 천식 및 아토피 등의 증상을 더욱 악화시키기도 합니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에서는 2013년에 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으며, 1995년 미국 암학회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초미세 먼지가 1㎥당 10㎍(마이크로그램) 증가 시 총 사망률이 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인하대 병원 및 아주대 공동연구진의 최근 연구에서도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 탓에 수도권에서만 1년에 성인 1만5000여 명이 조기 사망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유럽과 비교할 경우 3배 정도 높은 수치죠. 

실제로 한국의 미세먼지 수준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할 때 매우 높은 편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대기 중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1㎥당 30.3㎍으로 36개 회원국 중 칠레, 터키, 폴란드에 이어 네 번째로 나빴습니다. OCED 평균이나 WHO의 기준에 비해 1.5배가 넘는 수준이죠. 

더구나 30.3㎍이라는 수치는 연간 평균이니, 요즘 같은 겨울철엔 그보다 더 높아집니다. 그래서 미세먼지 경보가 내려지는 날이면 주위 곳곳에서 중국을 원망하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왜 하필이면 한국과 붙어 있어서 이처럼 나쁜 물질을 날려 보내느냐는 하소연들이죠. 

그런데 중국만을 원망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사실 여러분들을 괴롭히는 저의 동료들은 ‘중국발’보다 ‘한국산’이 훨씬 더 많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연구조사 결과에 의하면 국내 미세먼지 중 중국으로부터 비롯된 것은 대개 30~40%이며, 크게 영향을 미칠 때도 50%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나머지 50~70%가 국내 요인에 의해 발생한 미세먼지라는 것이죠. 

한국에서 저를 발생시키는 요인은 다양합니다. 승용차를 비롯해 화물차, 건설장비 등에서 내뿜는 배출가스 속에는 저의 동료들이 엄청나게 많이 포함돼 있죠. 우리나라의 자동차 보유 대수는 2014년 기준으로 세계 15번째에 해당할 만큼 많습니다. 수도권 미세먼지의 77%는 자동차나 건설기계 등의 엔진에서 나온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정도입니다. 

그 밖에도 자동차가 달릴 때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분진, 공업단지에서 나오는 굴뚝 연기,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날림먼지를 비롯해 심지어 숯가마 찜질방이나 직화구이 음식점 등에서도 저의 동료들이 태어납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발생원은 석탄 화력발전소입니다. 지난 3월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가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한국에서 가동 중인 석탄 화력발전소 53기에서 내뿜는 초미세 먼지로 인해 매년 최대 1,600명에 이르는 조기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우리나라의 총 전력 생산량 중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만드는 전기가 39.2%를 차지하며, 우리나라는 중국, 인도, 일본에 이은 세계 4위의 석탄 수입국입니다. 석탄은 원자력을 포함해 발전 비용이 가장 싼 발전원입니다. 발전소는 경제성이 가장 뛰어난 발전원부터 가동하므로 석탄 발전의 가동률이 높을 수밖에요. 

이처럼 석탄 화력발전은 연료비가 낮고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미세먼지, 즉 저를 유난히 많이 배출한다는 단점도 지니고 있습니다.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직접 배출되는 1차 초미세 먼지는 전체의 3.4%에 불과하지만, 거기서 나오는 질소산화물과 이산화황과 같은 오염물질이 공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2차 초미세 먼지를 만들기 때문이죠. 

문제는 그런데도 현재 건설 중인 11기의 석탄 화력발전소에 더해 2013년 초 발표된 정부의 6차 전력수급계획에는 2020년까지 13기의 추가 건설 계획이 포함됐다는 것입니다. 그린피스는 총 24기가 추가 증설되는 2021년에는 초미세 먼지로 인한 한국의 조기 사망자 수가 연간 최대 2,800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지난 7월에 발표된 정부의 7차 전력수급계획에서는 2013년에 계획한 석탄 화력발전소 중 4기의 허가가 취소됐지만, 한국의 발전 관련 정책은 여전히 세계적인 미세먼지 저감 추세와는 역행하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여기엔 다른 국가에 비해 매우 저렴한 전기요금 등의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긴 하지만요. 

중국과 몽골 등에서 날아오는 황사의 대책으로 요즘 최우선시되는 것이 바로 산림 조성입니다. 숲을 만들어 사막화와 황사를 근본적으로 막자는 것이죠. 따라서 최근엔 중국의 석탄 화력발전지대에도 숲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젠 우리나라의 석탄 화력발전소 주변에도 숲을 적극적으로 조성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저로 인한 여러분들의 피해가 조금이라도 줄어들 테니까요. 

글 : 이성규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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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9 17: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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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9 22: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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