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중요한 요소로 색(color)이 부각되면서 색채심리학을 활용한 ‘컬러 커뮤니케이션’이 기업 마케팅의 한 축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미국의 유명한 토마토케첩 회사인 하인즈는 보라색과 녹색 토마토케첩을 한정 판매해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데 성공했다. 포르투갈의 제지회사인 레노바는 빨강색과 주황색, 녹색의 두루마리 휴지를 개발해 미국과 유럽에서 대히트를 쳤다.

KAIST 산업디자인학과 석현정 교수는 과학과 공학속의 컬러’라는 주제로 열린 ‘제3회 KI 국제공동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사례를 발표하며 “상식을 뒤집는 의외의 색으로 소비자의 주목을 끌어 전체적인 호감을 샀다”고 설명했다.

컬러 커뮤니케이션은 어른보다는 어린이에게 효과가 높았는데, 지난해 석 교수팀이 초등학생 30명에게 파란색으로 물들인 감자튀김을 보여주며 먹겠느냐고 물어보자 대부분이 ‘재미있다’ ‘먹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주부들은 파란색 감자튀김을 보자마자 ‘속이 거북하다’ ‘이상하다’는 등 거부 반응을 보였다. 석 교수는 “초등학생은 ‘감자튀김은 노르스름한 색’이라는 사실에 학습이 덜 됐기 때문에 어른에 비해 새로운 색을 받아들이는 데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색깔의 효과를 잘 활용하면 생활 속에서 조금씩 덕을 볼 수도 있다. 잘 보이고 싶은 상대가 있다면 배경색을 적극 활용해보는 것이 좋고, 증명사진을 찍을 때 붉은색보다는 옅은 회색 계열을 배경으로 얼굴을 담으면 인상이 더 부드러워 보인다.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정치인이라면 갈색 연단보다는 푸른색 벽 앞에서 얘기하는 편이 시청자에게는 더 객관적이고 덜 공격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제 976 호/200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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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막걸리의 유통기한이 길어진 이유는? [제 990 호/2009-10-02]


추석을 맞아 전통주가 인기를 끌면서 생막걸리의 판매가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대형 주류업체가 막걸리를 전국에 유통하면서부터 막걸리 붐이 일었고, 최근에는 막걸리가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고 한다. 여름 이후 판매량도 크게 늘어났는데, 전통주 국순당은 “6~8월 여름철 3개월간의 막걸리 매출액이 지난해 대비 10배 이상 늘어났다”고 밝히고 있다.

막걸리의 인기 비결은 유통기한과 큰 관계가 있다. 막걸리는 크게 생막걸리와 살균막걸리의 두 종류로 나뉘는데, 살균막걸리란 술을 열처리하여 안에 들어 있는 균을 모두 죽인 것이다. 따라서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하지만 막걸리의 맛을 결정하는 좋은 균 역시 죽어버리므로 본래의 맛과 향을 잃는다는 단점이 있다.

생막걸리는 살균막걸리와 달리 효모와 유산균이 그대로 살아 있다. 단점은 살균막걸리에 비해 유통기한이 짧다는 점인데 냉장 보관을 하더라도 열흘을 넘지 못한다. 막걸리뿐 아니라 대부분의 탁주가 그 이상 보관하면 맛이 시어져 제품으로서의 가치를 잃는다. 일례로 나로 우주로켓으로 유명했던 전남 고흥지방에서는 유자즙을 첨가한 새콤달콤한 맛의 ‘유자 동동주’가 인기지만 고흥 이외의 지역에서는 먹기 어렵다.

하지만 지난 5월에 개발된 ‘생막걸리’는 이런 통념을 깨고 유통기한을 30일 이상으로 늘렸다. 이는 일반적인 유통기한에서 세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라 전국 유통도 가능해졌고, 출시 100일만에 100만 병이 팔렸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제조사 측은 ‘특허 기술인 발효 제어 기술과 밀폐 마개를 사용해 유통기한을 연장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것은 발효과학의 기본 원리를 이해한다면 어떤 비법을 사용했는지 추측이 가능하다.



<“원더풀 막걸리” 외국인들도 막걸리 맛에 빠져들 만큼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생막걸리의 유
통기한에 담긴 비밀을 알고나면 막걸리 맛이 한결 더 좋을지도 모른다. 사진 제공. 동아일보>


먼저 막걸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알아보자. 우선 탄수화물인 쌀에 효모가 들어있는 누룩을 넣고, 물과 함께 섞어 항아리에 담는다. 이 항아리를 땅 속에 넣거나 아랫목에 놓고 발효시키는 것이 전통적인 탁주 제조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 효모균은 탄수화물을 분해해 알코올을 내놓게 된다.

이 때 필수적으로 잡균이 들어가기 마련이지만 크게 염려할 필요가 없다. 대부분의 잡균은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알코올 때문에 곧 죽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알코올에도 견뎌낼 수 있는 초산균이다. 와인의 뚜껑을 열어두면 하룻밤 사이에 식초가 되어 버리거나 막걸리가 며칠 지나면 시큼한 맛이 나는 것은 모두 초산균 때문이다. 즉, 초산균의 활동만 막는다면 막걸리를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셈이다.

초산균의 활동을 막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아예 초산균이 술 속에 들어가지 않도록 원천봉쇄하는 것이다. 멸균시설에서 술을 담그면서 효모만을 첨가해 발효시켜 술을 담그면 된다. 그러나 실험실에 가까운 공장을 만들어야 하므로 많은 비용이 들고, 전통누룩이 아닌 효모균만을 배양해서 첨가해야 하므로 전통탁주 고유의 미묘한 맛을 재현하기 어렵다.

둘째는 초산균이 활동할 수 없도록 산소를 차단하는 방법이다. 초산균은 산소호흡을 하고, 그 결과 신맛의 원인인 산성 물질을 배출한다. 즉 효모의 발효과정에서 나온 이산화탄소가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하고, 새로운 산소가 유입되지 않게 막아두면 초산균이 숨을 쉬지 못해 산성화가 느려지는 것이다.

산소를 차단해야 한다니, 단순히 술병의 마개만을 꽉 틀어막으면 될 것 같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가정에서 이런 방법을 써서 술을 담근 다음 무조건 꽉 틀어막았다간 병이 변형되거나 폭발할 수도 있다. 효모의 발효과정에서 생긴 이산화탄소가 병 속에서 빠져나갈 곳을 찾지 못해 압력이 계속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런 두 가지 기본적인 방법 이외에 발효 속도 자체를 정밀하게 계산해 가장 발효가 늦게 진행되는 조건을 만들어 냈다. 이는 술을 담글 때부터 발효가 되는 쌀의 분량, 발효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산균의 양을 계산해 초산균이 천천히 자라나도록 막는 방식이다. 이 ‘발효제어기술’을 써서 막걸리 병 내부의 압력이 대기 압력의 2.4배가 되면 발효가 멈춰지도록 한 것이다.

사람이 사는 곳에는 반드시 술이 있다. 곡식을 발효해 만든 술을 탁주, 그리고 그 술을 증류해 만든 술을 소주(서양에선 위스키) 라고 한다. 쌀쌀해진 가을에 친구와 함께 김치와 부침개 한 접시를 안주삼아 탁주 한 사발 기울여 보자. 과학기술로 더 푸근해진 탁주가 마음을 한층 더 훈훈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단, 미성년자는 금물!

글 :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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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10-05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걸리에 유산균이 있는데 요구르트보다 더 많다고 하더군요.애들은 요구르트,어른은 막걸리^^

마노아 2009-10-05 20:35   좋아요 0 | URL
오, 요구르트보다 더 유산균이 많다굽쇼??? 건강 식품이군요.ㅎㅎㅎ
 


선덕여왕은 왜 첨성대를 지었나? [제 989 호/2009-09-30]


드라마 ‘선덕여왕’이 시청률 50%를 향해가며 연일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드라마 속에서 선덕여왕이 첨성대 건립을 언급하며 백성에게 하늘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첨성대가 정말 별을 관측하는 곳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누가, 언제, 어떻게 기록을 했던 것인지 자세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여대 사학과 정연식 교수는 첨성대가 천문관측대가 아니라 선덕여왕의 상징물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과연 첨성대는 별을 보기 위해 지어진 건축물일까?

우선 첨성대의 모양과 구조는 천문대임을 유추할 수 있게 한다. 상원하방(上元下方)의 우아한 형상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는 천원지방(天元地方)설을 상징하고, 첨성대를 만든 365개 안팎의 돌은 1년의 일수를 나타낸다.

27단의 몸통은 선덕여왕이 27대 왕인 것과 관계가 있고, 꼭대기 우물 정(井)자 모양의 돌을 합치면 29단과 30단이 되는데 이는 음력 한 달의 날수와 일치한다. 가운데 창문을 기준으로 상단 12단과 하단 12단으로 나뉘는데 이는 각각 1년 12달, 합치면 24절기에 대응한다.

고대 문헌기록도 첨성대가 천문대의 역할을 했다고 전한다. ‘세종실록’과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는 첨성대 안을 통해 사람이 오르내리면서 천문을 관측했다는 기사가 있고, ‘서운관지’와 ‘문헌비고’에도 첨성대가 천문대의 역할을 했다는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첨성대에서 어떻게 별을 관측했을까? 사진 제공. 신라역사과학관>


첨성대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학자들도 대부분 천문관측대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첨성대 위에 목조건물과 혼천의(渾天儀) 같은 관측기를 설치했다거나, 첨성대가 개방형 돔(dome) 형태의 관측소라고 주장한다. 이 외에도 첨성대 자체가 해시계의 바늘 역할인 규표(gnomon)의 역할을 했다는 설도 있다.

일제강점기의 일본 천문기상학자 와다(和田)는 첨성대를 동양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천문대로 꼽았다. 그는 910년 ‘조선관측소 학술보고’에 ‘경주첨성대 설’을 내놓으며 목조건물과 혼천의 등을 첨성대 위에 설치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첨성대를 살펴보면 남쪽 창문 아래턱에 사다리를 걸어놓았을 것 같은 자리가 있다. 학자들은 여기에 사다리를 대고 첨성대 내부로 들어간 뒤에 위로 오르내렸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그러나 관측을 위해 매일 교대로 오르내리는 데 불편한 점이 많고, 그 위에 목조건물을 세운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만일 우물 정(井)자 모양의 꼭대기에 널판을 깔고 위에 혼천의 등을 설치했다면 관측자가 올라갈 계단이나 사다리를 따로 만들어야 하므로 상설 천문대로 사용했다는 의견에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에 첨성대는 개방형 돔 형태의 천문대라는 주장도 나온다. 첨성대는 석탑의 중앙부가 중천을 향해 개방돼 있고, 27단 내부에는 자리를 깔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있다. 그러니 관측자는 남쪽 창문으로 올라가서 자리에 누워 중천을 쳐다보고, 별이 자오선을 지나는 남중시각과 각도를 측정해 춘․추분점과 동․하지점을 예측했다는 의견이다. 우물 정(井)자 모양의 정상은 관측자의 시야를 고정시키는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박동현 전 덕성여대 교수는 “첨성대는 탑 중앙부가 중천을 향해 네모나게 개방돼 있는 점이 오늘날의 개방식 돔과 다를 점이 없다. 역대의 관상감들은 사각형으로 개방된 돔을 통해 중천을 보고 별이 자오선을 통과하는 시간과 각도를 측정해 1년의 달력과 춘추분, 동·하지는 물론 일식과 월식을 예측하고 행성의 운행을 관측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개방식 돔으로 관측을 하기에도 첨성대의 내부는 불편한 구조다. 첨성대 내부는 매끈한 외부와 달리 내부의 석재는 다듬어지지 않은 채 그대로 뒀기 때문에 자리에 누워 천체관측을 하기에 마땅치 않다.



<첨성대 내부에는 흙이 가득 차 있다. 신라인들은 첨성대 남쪽으로 난 창을 통해 안으로 들어간
후 사다리를 타고 위로 정상으로 올라갔다고 추측하는 학자들도 있다. 사진 제공. 신라역사과학관>

이에 전상운 전 성신여대 교수는 첨성대가 규표(gnomon)을 중심으로 한 다목적 관측대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규표란 일종의 해시계 바늘로 옛날부터 동지점(冬至點)을 관측하기 위해 땅에 세우고 그림자의 길이를 재던 수직막대를 이르는 말이다. 즉, 첨성대는 태양광선에 의해 생기는 해그림자를 측정해 태양고도를 알아내고, 춘추분점과 동하지점 특히 동지점과 시각을 결정하는데 쓰인 측경대(測景臺)였다는 말이다.

첨성대 실측 당시 주위에 석재가 깔려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그 중 일부는 비교적 질서정연한 상태였다. 이 같은 점을 미루어 원래는 그 일대에 표지석이 있어 해그림자를 측정했을 거라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전상운 교수는 “첨성대는 규표의 기능을 주로하며 내부에서는 자오선을 통과하는 별을 관측해 4분지점을 맞춰보는 등 다목적의 관측대”라고 설명했다.

물론 첨성대를 천문관측기구가 아니라 종교재단이라는 주장하는 학자도 있고, 단순히 상징적인 탑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 모양이 불교경전에 나오는 상상의 우주인 ‘수미산’과 닮았고, 높이가 10m 밖에 안 되며 오르기도 불편해 천문관측대로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국사기에 나오는 천문관련 기록을 통해 첨성대에서 천문을 관측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고, 여러 학자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역시 첨성대를 통해 하늘을 바라봤을 가능성이 높다. 또 첨성대를 세운 선덕여왕 대를 기준으로 기록을 분석해보면, 천문기록의 양이 무려 4배나 늘었고, 특히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등 오행성에 관한 기록도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막대를 세워 그늘을 재고 해와 달을 관측한다. 대 위에 올라가 구름을 보며 별을 가지고 점을 친다’는 고려시대 시 한 수만 전할 뿐 첨성대에서 어떻게 천문을 관측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은 없다. 하지만 첨성대는 하늘을 알고자 했던 신라인의 지혜가 담긴 천문관측과 선덕여왕이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건축물인 것만은 분명하다.

글 : 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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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오블라디 오블라다 - 뜨겁게 사랑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 시대 싱글들의 행복 주문
박진진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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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오프 더 레코드를 재밌게 보았다. 이번 책도 '연애'에 관한 상담, 지침, 충고, 조언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싱글들을 향한 응원가, 혹은 인생 상담이라고 보는 게 더 맞을 듯하다.  

영화에도 초반 5분의 법칙이 있다. 초반에 일단 시선을 끌어주어야 남은 한 시간 40분의 진행을 관객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집중할 수 있으니까. 많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이야기하는 시점보다 미래의 어느 극적인 순간을 먼저 보여주고 과거로 돌아가 처음부터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같은 입장에서, 책도 첫장을 넘겼을 때 관심을 사로잡아야 뒷 이야기가 더 궁금해질 것이다. 여러 주제의 칼럼이 차곡차곡 쌓인 이 책도, 그래서 첫 에피소드가 참 마음에 든다.  

'쿨? 개나 물어가시지' 라는 제목이 다소 도발적인 느낌을 주지만 읽어본다면 충분히 수긍하다 못해 '맞아 맞아'를 외치기 바쁠 것이다. 온 국민이 '쿨해야'만 하는 어떤 바이러스가 퍼진 것처럼 쿨을 외칠 때가 있었다. '굿바이 솔로'에서 노희경 작가가 배종옥을 통해서 했던 대사가 떠오른다. 사람의 피가 뜨거운데 어떻게 쿨할 수가 있느냐고. 이 책에서도 이야기한다. 전혀 쿨하지 못한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 쿨을 강요받고 또 스스로 강요하면서 쿨한 척 하는 비상식적인 행동들. 아파트와 사교육 열풍 뿐만 아니라 이렇게 감정적인 것조차도 유행을 타면서 그 범주에서 벗어나면 눈총을 받는 광기 어린 대한민국이 안스럽다 못해 서럽다.

첫 시작은 나의 시선을 확 끌었지만, 이어지는 첫 챕터의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의 다른 글들은 조금 어리둥절하게 읽히긴 했다. 주 매뉴얼이 '연애'였던 까닭에 연애사에 밝지 못하고 남녀의 심리도 잘 모르며, 게다가 연애 성공 전략에는 도통 어두운 나같은 사람에게는 너무 낯설기 때문이다. 대단치 않은 스펙을 갖고도 100% 성공률의 연애사를 보여주었다는 그녀의 이야기와, 또 제법 괜찮은 미모지만 무려 '연애인' 꼬시기에도 성공하는 무적의 연애사를 가진 또 다른 그녀의 이야기들은 완전히 안드로메다 이야기였다. 낯설기도 했지만, 그 연애의 성공을 위해서 그녀들이 투자한 어떤 시간과 노력들에 그닥 공감이 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들의 삶이고 연애니 내가 뭐라 할 이야기가 아니지만, 그 성공 전략들에 감탄하거나 따라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그래서 네가 연애를 못하는 거라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물론 '나에게 물어본다'는 정반대의 느낌을 주기도 했다. 연애 상담에 이력이 붙은 저자가 뜯어 말리던 상대와 결혼해서 오히려 잘 살고 있는 누군가의 사랑 이야기를 소개했는데 저런 사랑도 있고 이런 사랑도 있지... 하며 조금 안심이 드는 느낌이었다. 비록 그런 예가 아주 드물지라도. 조금 계산적인 느낌의 사랑이 등장했고 순애보적인 사랑도 등장했으니 제로썸이다.

'달콤 쌉싸래한 동거'와 '낙태에 관한 불편한 진실'은 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두 가지 모두 여자에게 더 불리하게 적용되고, 또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할 때가 많기에 공감이 되어서 더 불편했다. 함께 사랑했고, 그래서 내린 결정들에 대해서 한 사람에게만 강요되는 희생과 헌신 또 굴레들에 갑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성숙한 그대들은, 심사숙고하고 반드시 준비된 자세로 결정을 내리자. 사랑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르니까. 

두번째 챕터 '둘보다 하나가 행복한 이유'는 내가 저자의 블로그를 통해서 읽었던 칼럼들이 실려 있었다. 이미 읽은 것은 두 번 읽지 않는 경향의 나이지만, 오히려 더 반갑고 짠하게 읽혔더랬다. 특히나 저자의 나홀로 서기 독립 이야기들은 너무 리얼해서 때로 처절하기도 하고 대견하다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고 싶어지기까지 했다. 아직 어리다면 어릴 나이에 독립을 감행해서 스스로를 책임지며 살림을 꾸려나갔다는 건, 의지와 각오 그리고 용기와 노력까지 필요한 일이 아닌가. 늘 독립을 선망하지만 당장엔 이루지 못하는 현실을 생각하며 밤마다 분노를 곱씹는 나로서는 부럽고 부럽고 또 존경하는 마음까지 드는 부분들이다. 특히 '김'에 얽힌 이야기의 그 리얼함과, 원룸과 2개 이상의 방의 차이점은 직접 살아보지 않고는 들을 수 없는 값진 이야기들이었다. 입버릇처럼 나올 수 있는 '입에 풀칠하기'가 아닌 정말 물리적으로 밥을 굶을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머리 속에 환하게 그려졌다. 독립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필독서라고 안겨주고 싶은 기분이 들 정도로. 

'싱글들이여, 가사 노동에서 탈출하자'는 또 어떤가. 돼지 우리가 되어가는 집을 보며 스트레스를 받을 게 아니라 차라리 다른 비용을 줄여서 가사 도우미를 쓰자는 게 핵심 내용인데, 우리의 어머니들에게는 퉁박을 맞을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진지하게 고민해 보면 지당한 말씀이다. 특히나 저자처럼 집에서 일을 하는 프리랜서라면 더욱. 돈이 많아서 넉넉한 살림으로 알아서 도우미를 쓰는 거라면 모르지만,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발상의 전환이 될 수 있겠다. 어릴 적부터 보아온 내 친구 하나는 정말이지 너무 게을러서 집에 있을 때는 양치질도 귀찮아서 못하는 녀석인데 독립해서 혼자 살 때는 집이 엄청 깨끗했었다. 치우기가 힘들어서 어지르지 못한다는 얘길 듣고 놀랬었는데, 필요가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가 보다. 독립해서 살게 되면 모든 공과금과 매일의 반찬값에, 자잘한 생필품까지 모두 자기 주머니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절약'과 '계획성 있는 지출'을 본능적으로 습득하지 못한다면 그 생활을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세 번째 챕터인 '내 비록 마놀로 블라닉을 신고 잇백을 들지 못할지라도'에서 등장하는 '소비'에 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섹스 앤 더 시티를 영화로 보았고, 어느 분이 예전에 올려준 사진을 보고서 마놀로 블라닉이 신발 브랜드라는 건 알겠는데 '잇백'이 뭔지는 검색을 해야 알아차릴 나같은 사람에게 백화점 쇼핑은 적당한 예시가 아니지만, 불필요한 것을 지금 싸다는 이유로 할부러 구입하는 만용은, 지금 당장 못 읽지만 언젠가 읽을 생각인데 지금 중고책으로 싸게 나왔으니 질러버리기를 거듭하는 나의 경우에도 부합된다. 최근에는 중고샵 이용을 자제하는 데에 조금 성공하긴 했지만 아직 멀었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켜 본다. 이 카테고리의 마지막 이야기인 '적자 인생에서 흑자 인생으로 바꾸기'를 특히 추천한다. 

마지막 챕터는 '싱글, 세상의 중심에서 불만을 외치다'인데, 싱글이면서, 여자인 우리들에게 던지는 화두들이다. 더불어 정치적 제도적 문제점에 대한 성토도 잊지 않는다. 이 책이 단순히 싱글 여성들을 위한 인생 지침서가 아니라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인생에 대한 이야기로 읽힐 수 있는 이유도 그것이다.  

'있는 자에게만 친절한 사회'의 백화점 vip이야기나, 'Can you speak English?'에서의 미친 영어 교육에 대한 이야기도 모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그래요, 나 담배 피워요'에서는 유독 여성 흡연가들에게만 따가운 시선을 던지는 이 나라의 풍토를 이야기했는데, 나같이 남자건 여자건 담배 피우는 걸 참 싫어하는 사람은 크게 공감이 가지 않는다. 저자의 불만은 여성 흡연가에게만 유독 강박증을 보이는 사람에게 향할 분노이기는 하지만.

책의 말미에는 꽃보다 아름다운 젊은 청년들에게 보내는 안쓰러움의 응원가가 담겨 있다. 저자가 서른은 훌쩍 넘겼지만 20대 젊은이들에게 거침 없는 충고를 날리기에는 물리적 나이가 상당히 젊은 편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지만 인생 여정과 역경, 경험의 무게를 생각할 때 충분히 해줄 수 있는 말을 진하게 해주었다고 하는 게 더 맞을 거다.  

그런데 싱글들을 위한 책, 싱글들에게 적합한 충고는 꼭 싱글 작가만 쓸 수 있는 것일까?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다.  

각설하고, 책이 몹시 이쁘다. 표지가 너무 잘 빠졌다. 깔끔하면서 강렬하게 다가온다. '오블라디 오블라다'가 무슨 말인지 몰랐던 나같은 독자들만 검색을 해주는 수고를 조금 더 하면 될 뿐이다.  

저자는 천상 글쟁이로 살아야 할 팔자라고 느꼈다. 그러니까 그건 어떤 분야의 전문가라면 해낼 수 있는 게 아니라, '글'을 쓸 수 있는 깜량이 우선 되어야 독자들에게 읽힐 수 있다는 느낌 같은 것. 칼럼도 재밌게 읽히지만, 저자가 풀어내는 드라마 영화 이야기도 읽을 수 있다면 좋겠다. 블로그에서 잠시 연재했던 소설도 꼭 활자화된 책으로 봤으면 하는 기대도 가져본다. 정말 깔깔 웃으며 흥미롭게 읽었기에 뒷마무리가 무척 궁금하다.  

앞서 '쿨한 척하는' 세태에 대한 성토가 있긴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 저자의 글들은 참 쿨하게 읽힌다. 그런 글도 흥미롭고 재밌고 관심을 끌지만, 역시 '핫'한 글이 나를 더 끌어 당긴다. 가슴을 짠하게 저미는 그런 글들이 이 책 안에도 규칙적으로 담겨 있다. 이 책을 비롯한 작가의 창작물이 더 많이 읽혀서, 잘 쓸 수 있는 글보다 쓰고 싶은 글을 쓰는 작가가 되었으면 한다. 그러니까 그때까지 열심히 응원해 보련다. 오블라디, 오블라다~! 

ps. 254쪽 맨 아래에, <큰 오빠네 방인데 나는 제사 때면 무조건 내 방처럼 편하게 쓴다. 말을 안 해 그렇지 내 낯짝만 보면 심란해 하는 가족들도 아마 고마워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적혀 있는데 이해가 잘 안 된다. 무얼 고마워한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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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4 2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04 2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려고 두시간 전에 나갔었는데 달은 아니 보이고 비가 후드득 떨어지는 게 아닌가. 

그래도 혹시나 하고 비맞으면서 하늘을 기웃거렸지만 달은 보일 기색이 없어서 다시 집에 들어와버렸다. 

두시간 지난 좀 전에 혹시 하고 다시 나갔는데 여전히 달은 보이지 않는다.  

하늘이 너무 까맣기만 해서 흐린 건지도 구분이 안 가는데 아마도 흐린 게 맞나보다. 

어제 저녁에 나갈 때는 그렇게 휘영청 밝고도 가까웠던 달이 이렇게 안 보일 리가 없으니... 

아쉬운 마음에 서성였는데 또 다시 비가 내리는 게 아닌가. 

우이씨... 달구경하려다가 비만 두 번 맞았다. 흑....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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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9-10-04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원 빌어야 하는데 말이죠...;;;;

마노아 2009-10-04 00:3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너무 속상했어요. 내 소원들 어째요..ㅜ.ㅜ

hnine 2009-10-04 0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은 비가 왔군요 이런.
저는 추석 전날 달 보러 집 앞 공원에 나가서 아이 보고 소원을 빌라고 했더니 진짜로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더라구요 ㅋㅋ

마노아 2009-10-04 10:41   좋아요 0 | URL
ㄲ ㅑ ㅇ ㅏ ! 다린이 반응 너무 예뻐요. 순수한 아이에게서만 나올 수 있는 반응이에요.^^

순오기 2009-10-04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비가 왔군요.
나는 어제부터 지금까지 문밖 출입도 안하고 방콕이에요.
밤중에 애들만 불러서 소원 빌라고 내보내며 디카 들려줬더니 ~
엄마의 목적은 역시나 알라딘 포스팅이었다고~ㅋㅋㅋ

마노아 2009-10-04 14:36   좋아요 0 | URL
친정은 다녀오신 거예요? 아님 지금 인천일가요?
우린 어느 때에나 알라딘 포스팅을 염두에 두고 살죠. 으하핫.ㅎㅎㅎ

프레이야 2009-10-04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어제 저녁 보름달은 봤는데 소원은 안 빌었어요.ㅎㅎ
마노아님의 소원, 안 빌었어도 이뤄지길요...

마노아 2009-10-04 20:49   좋아요 0 | URL
아앗, 무욕의 프레이야님! 방금 달 보고서 소원 빌고 왔는데 프레이야님의 기합에 힘입어 다 이뤄질 거예요. 아자아자! (>_<)

다락방 2009-10-04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다. 달구경은 생각도 못했네요. 아 바보바보. ㅠㅠ

마노아 2009-10-04 20:49   좋아요 0 | URL
오늘 뜬 달도 무지 이뻐요. 지금이라도 보고 오셔요.
하루 늦었지만 저는 소원 빌고 왔답니다.^^

무스탕 2009-10-05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석날 저녁 시골에서 정성이보고 나가서 달 봐라~ 했더니 나가 보고는 저를 끌고 나가더군요.
'달님. 정성이 살도 빠지게 해주고 키도 크게 해주세요~' 했더니 이녀석이 막 웃더군요 ^^

어제 새벽 4시 30분에 시골에서 출발을 했는데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니 왼쪽으로 달이 보이더군요.
그래서 달님보고 빌었어요.
'마노아님 남자친구 생기게 해주세요~~' 하구요 ^^*

마노아 2009-10-05 14:33   좋아요 0 | URL
아하핫, 무스탕님이 비는 소원 모두 이뤄지라고 저도 빌어야겠습니다.
아주 핫한 소원이에요~ㅎㅎㅎ

같은하늘 2009-10-07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친정집 옥상에 큰넘과 달보러 갔는데...
비는 이미 내렸고 달은 구름에 가려 안 보이고...ㅜㅜ
울아이는 소원을 빌어야 하는데 못 빌었다고 하더군요.
근데 그 소원이 무엇이었을까나?

마노아 2009-10-07 12:32   좋아요 0 | URL
아, 저만 못 본 게 아니군요.ㅠ.ㅠ
어떤 소원이었는지 살짝 물어보셔요~ 저도 궁금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