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인 더 트랩 4 - 시즌 1 치즈 인 더 트랩
순끼 글 그림 / 재미주의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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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백인호에 이어 백인하도 등장했다. 오영근은 여전히 진상 오브 진상을 기록하고 있고 남주연의 싸가지도 끝을 모르고 치솟는다. 남주연 같은 캐릭터는 주로 만화나 드라마에서나 보아왔는데 누군가는 정말 이렇게 못된 짓을 하며 살겠지? 우라사와 나오키의 테니스 만화.... 제목이 해피였다. 거기에 보면 주인공 괴롭히느라 운동복을 모조리 망쳐놓고 딱 한개만 남겨놓았는데 그 운동복에 생선냄새가 잔뜩 배어서 안 입자니 감기 걸리고, 입자니 곤욕인 그런 상태를 만들어 놓았던 게 떠오른다. 주인공은 물론 그 옷을 입고 연습을 했다. 꽃보다 남자의 여주인공도 그랬지 아마? 대개 이런 작품들은 아주 멋진 남주 캐릭터가 있고, 남들이 보기엔 어울리지 않는, 그러니까 사회적 계급이 마뜩치 않은 여주인공과 사랑에 빠지고, 주변에선 그걸 방해 못해 안달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결국엔 이 모든 시련들을 다 이겨내고 해피엔딩을 이루곤 하니까, 또 어느 정도의 대리만족도 주니까 관심을 갖고 재미를 느끼긴 하는데, 지켜보는 게 참 피곤하긴 하다. 그래서 문득 떠오른 건데, 인정옥 작가는 요즘 뭐하시나? 인정옥 작가 작품엔 이런 구도를 목격하기 힘들다. 재벌 없이도 근사한 주인공이 나오고, 여자와 남자의 구도보다 인간대 인간, 엄마이기 이전에 여자로서의 정체성 등등... 이런 것들을 잘 표현해내는 작가였다. 그런데 작품 못본지 근 십년 된 것 같다. 제발 작품들고 돌아오시라!


설이가 단박에 사랑에 빠진 게 아닌 게 마음에 든다. 처음엔 불편한 관계였다가 그 때문에 더 조심스럽게 가까워지는 것도 마음에 든다. 늘 한눈에 반하는 사랑만 나오다 보니까. 유정 같은 캐릭터도 독특하다. 하드웨어는 전형적이지만 소프트웨어가 남다르다. 하긴, 그저 친절한 로맨틱남보다 까칠한 차도남이 인기를 끈지 좀 되었지. 두 사람이 극장 간 에피소드는 방송으로도 보았는데, 잘 맞지 않아서 난처한 감정을 김고은이 잘 표현했다. 하이파이브 안 맞는 것, 영화 취향, 결정적으로 식사 메뉴! 이건 뭐 입맛의 문제가 아니라 지갑의 문제였지만.


설이 옆에 보라나 은택이 같은 친구가 있는 건 참 다행이지만, 행여 설이가 유정이랑 잘 될까 봐 견제하고 질투하며 신경 곤두세우는 인물들이 너무 많아서 지친다. 이런 인물이 있다면 당사자가 더 힘들겠지. 그리고 그걸 평생 견디며 살아온 유정도 참 힘들겠지. 그래봤자 너는 금수저! 


읽은지 일주일쯤 지나서 할 말이 크게 생각이 안 난다. 다시 볼 정도는 아니고. 나보다 조카가 더 재밌게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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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뮤지컬 The Musical 2015.12
클립서비스 편집부 엮음 / 클립서비스(월간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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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1월 말에 오픈한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지금도 한창 공연 중인 작품이다. 이번 호에선 프랑켄슈타인에서 사용한 소품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작년에 딱딱한 마네킹을 사용한 것에 비해 이번에는 인체를 보다 실감나게 보여주기 위해서 더미를 사용했다고 한다. 사진으로 보는 더미는... 으 끔찍해...;;;;

불에 탄 사체도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서 손과 발이 살짝 오그라들어 있다고 한다. 뭐 이건 2,3층에서 본 내 눈에 보일 수는 없는 대목.

자크가 사용한 인두는 버튼을 누르면 불이 들어오면서 연소된 전자 담배의 액상의 힘으로 연기가 모락모락 나게 원리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전자담배라니! 굿 아이디어!


근래에 공연 티켓에 1+1이 많이 등장했다. 어제는 뮤지컬 배우 최정원이 홍보하는 1+1 티켓 광고도 보았다. 알고 봤더니 이게 메르스 때문에 등장한 거란다. 사람들이 메르스 공포로 사람 많이 모이는 곳에 가는 걸 꺼려하니까 지원 사업으로 시작했던 것. 메르스 여파는 공연계에 피해를 많이 주었지만, 가장 피해가 적다고 할 수 있는 뮤지컬계가 구제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한다. 나도 이 1+1 티켓으로 작년 연말에 프랑켄슈타인을 저렴한 가격에 보다 좋은 좌석에서 보았다. 이 티켓은 오픈하자마자 클릭 몇 번이면 다 나가기 때문에 그 시간에 예매 못하면 그냥 없는 표로 여겨야 한다. 오늘도 비씨 라운지에서 프랑켄슈타인 1+1 vip좌석을 20장 풀었다. '이선좌(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 문구를 세 번 보고 나니까 표가 다 나갔다. 500석도 순식간ㄴ에 나가는데 20석은 기대를 말아야지.


시장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재공연 비율이 많다고 한다. 아무램도 흥행보장수표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관심이 가는 신작들이 많기는 하지만 이미 알고 있는 배우가 아닌 이상 선뜻 표를 지르게 되지 않는다. 그렇게 가볍게 볼까? 하기엔 아직도 뮤지컬은 많이 비싸다. 


오늘도 볼까말까 고민만 하다가 클릭은 못했던 작품으로 '난쟁이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원작을 비트는 퓨전형식을 선호한다. 동화를 많이 비틀었던 권교정 작가도 그렇게 좋아하게 된 작품이고, 원곡을 편곡해서 재해석하는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는 애청하는 TV 프로그램이다. 


난쟁이들은 여장이 가능한 남자 배우가 신데렐라 역을 맡는다는 게 눈길을 끌었다. 신데렐라가 출세욕에 눈이 먼 캐릭터란다. 청담동 앨리스 느낌이다. 


뮤지컬을 비롯한 공연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내므로 배우뿐 아니라 제작자, 창작자의 글이 실리는 것도 이 책의 큰 장점이다.

프랑켄슈타인의 이성준 작곡가는 2막에서 괴물이 누워서 부르는 '난 괴물'이라는 곡을 만들기 위해서 누워서 기타치며 작곡했단다. 와, 이런 식의 감정이입도 가능하구나!



프란시스 파머는 눈부신 미모와 뛰어난 연기력을 가졌음에도 불운한 삶을 살다간 배우다. 1913년 시애틀에서 태어난 프란시스는 대학에서 연기와 함께 저널리즘을 공부하고 신문 공모전에서 1등을 차지할 만큼 명석한 여성이었다. 그녀는 1935년 할리우드에 데뷔하자마자 금세 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당시 할리우드의 시스템은 배우의 사생활을 날조해 가십을 양산하고 외모를 기준으로 배역을 정하는 등 배우를 단순한 재산 이상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프란시스는 이러한 관행에 저항했고, 결국 파라마운트사는 그녀의 음주벽과 난폭한 언행을 이유삼아 1942년 계약을 파기했다. 이후 그녀는 헤드라이트를 켠 채 블랙 아웃 존(2차 대전 당시 헤드라이트가 금지된 지역)을 달리다가 구속됐는데, 벌금을 제때 물지 않은데다 비슷한 시기에 폭행죄로 고소까지 당하면서 1943년 경찰에 연행됐다. 그녀는 자신의 혐의에 강력히 반발했지만 조울증 진단을 받아 정신병원에 수감되었다.

이때부터 7년간 그녀는 전기충격을 비롯한 각종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이 시절에 대한 가장 유명한 소문은 그녀가 의학적 명성에 눈이 먼 의사 윌터 프리맨에게 끔찍한 전두엽 절제술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수술은 환자를 알몸으로 얼음 욕조에 장시간 방치한 뒤, 저체온으로 실신하면 머리에 구멍을 내 전두엽을 자극하는 야만적인 수술이었다.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공격성이 줄어드는 대신 수동적이고 무감각해지는 등 부작용이 잇따랐지만, 당시 언론의 과장된 홍보로 미국에서만 4만 명 이상이 이 같은 수술을 받았다. 1960년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문제가 제기되었고, 수술의 부작용을 폭로한 소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1967년 전두엽 절제술은 전면 금지되었다.

이후 프란시스 파머는 1957년 배우로 복귀했으나 예전 같은 명성을 누리지 못하고 1970년에 식도암으로 사망했다. 그녀의 정신병원 수감 자체가 공권력에 의한 음모라는 가설도 존재한다.  이 음모론에 경도된 사람 중 하나가 자살한 천재 뮤지션 커트 코베인이다. 그는 ‘프란시스 파머는 시애틀에 복수할 것이다(Frances Farmer Will Have Her Revenge On Seattle)’라는 노래로 프란시스 파머를 추모하고 자신의 딸에게도 프란시스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1982년에는 그녀의 삶을 통해 당시의 할리우드 시스템을 비판한 영화 [프란시스]가 개봉하면서 프란시스 파머는 단순한 조울증 환자가 아닌 부당한 체제의 희생양으로 기억됐다.


사진이 너무 예뻐서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기사 내용은 무척 슬프다 못해 끔찍하다. 세상에 머리에 구멍이라니..ㅜ.ㅜ



문화포럼지구의 필하모니아는 오케스트라 전용 극장에 한 획을 긋는 연주홀로 탄생한다. 노란색 외벽을 가진 외관은 마치 서커스단의 빅탑시어터 같이 생겼지만 그 내부를 보면 당시로는 혁신적인 평면과 입면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무대를 가운데 둔 5각형의 객석은 마치 모젤 지역의 포도밭을 연상시키듯 경사면을 두고 객석이 나뉘었는데, 그 덕분에 무대의 모든 면이 객석에 둘러싸여 있어 가시거리가 짧고 시야가 좋다. 물론 음향학적으로도 이상적이다. 베를린 필하모니아는 클래식 전용 극장의 새로운 전형이 되어 이후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파리 필하모니아,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등 많은 극장에서 이러한 디자인을 차용하고 있다. 개관을 앞두고 있는 함부르크의 엘브 필하모니 역시 기본적으로 같은 디자인 컨셉이다. 바로 현대 오케스트라 전용 극장의 원형이 이곳 베를린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뭔가 굉장히 공평한 좌석 같다. 물론 연주자의 뒷면보다 앞면이 더 좋겠지만, 대신 지휘자를 정면으로 볼 수 있지 않은가. 매력적이다. 


2015년 6월 세계 음악계는 베를린발 빅 뉴스를 하나 접했다. 2018년이면 임기가 끝나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새 지휘자 선출 소식이다. 다른 쟁쟁한 독일 출신의 적통 지휘자를 물리치고 1972년생의 러시아 유대인인 키릴 페트랜코가 선출된 것이다. 그는 우리 나이로 이제 44세다. 독일 정통 교향악단에 유대인 지휘자, 아니 세계 클래식 음악계의 황제 자리라는 별칭까지도 따르는 베를린 필하모니 수석 지휘자의 자리이기에 이 사실은 많은 것을 대변한다. 실력만 있으면 인종과 국적을 넘나드는 다양성과 포용성으로 많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전임 지휘자도 영국인 사이몬 래틀,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음악감독은 아르헨티나계 유대인인 다니엘 바렌보임이다.


무려 독일에서 유대인 지휘자라니! 이 얼마나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상징이란 말인가. 그 지휘자도 대단하지만 독일도 대단해 보인다.



이 부분은 기사가 기니까 링크를 남겨둔다.

http://navercast.naver.com/magazine_contents.nhn?rid=1487&contents_id=105745&leafId=1487


블루투스 스피커를 연상시키는 저 건물을 블루스퀘어 갔을 때 본 기억이 난다. 


스트라디움은 무료 음료 한 잔이 포함된 기본 입장료 만 원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스트라디움을 음악 아지트처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멤버십 회원 제도 또한 함께 운영 중이다. 기획 프로그램인 ‘Live & Talk’의 경우 프로그램별로 티켓을 구입해야 하며, 예매는 스트라디움 홈페이지(www.stradeum.com)에서 가능하다.


관심있는 사람은 가보는 것도 좋겠다. 데이트 장소로도 아주 이색적일 듯.


1월 호는 읽는 중이고, 2월 호는 현재 배송중이다. 월간지 밀리지 않고 읽기도 참 힘들다. 이미 충분히 밀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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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2013년도 3월이었다. 출근 첫날 우리 부서 회식이 있었는데, 옆자리에 있던 분이 내게 태어난 생년월일과 시를 물었다. 대답해 주었더니 혼자 막 중얼거리더니 이렇게 얘기해 준다. 


자기야, 마흔 넘어서 결혼하는 게 좋아. 연애도 마흔 넘어서 하는 게 낫겠어. 

그 전에 만나면 자기한테 안 좋아. 좀 더 기다려. 

식구 중에 가시가 있지? 힘들었을 거야.

하는 일마다 될듯 될듯 하면서 안 된 적이 많았을 거야. 사주에 파가 꼈어. 

태어난 날보다 시가 중요한데, 그 시가 안 좋아. 파가 꼈다는 건 방해를 받는다는 뜻이야.

그래도 계속 도전하면 결국은 될 거야. 힘내.


뭐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알고 봤더니 이분이 신내림이 왔는데 받지 않으려고 애를 쓰느라 무지무지 아파하시던 중이었다.

무병을 앓았나 보다. 지금은 어찌 지내시는지 알 수 없지만.


사주나 점을 본 적은 없지만 궁금하기는 했다. 하지만 내가 이런 걸 보면 너무 많이 휘둘릴 것을 알기 때문에 갈 수 없었다.

무슨 일이 안 풀리면 역시 파가 낀 거야.... 라며 혀를 차지 않겠는가. 


신경이 안 쓰이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마흔 넘을 때까지 연애금지!하며 살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2014년 새해가 밝았을 때 나의 계획은 이러했다. 

올해는 소개팅이 들어오면 무조건 나가보는 거다.(그 전에는 모두 거절했다. 많지도 않았지만.)

누군가 내게 관심을 보이면 적극적으로 만나보자. 

내 관심을 끄는 누군가가 나타났을 경우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못했다. 


마음가짐 때문이었을까. 2014년에 내가 만나본 남자는 셋이었다. 

첫번째 인물은 맨 마지막에 이야기하겠다.


두번째는 친한 언니의 남편의 친구의 사촌형이었다. 

내게 만나보라고 권한 건 언니였지만, 사실 이 언니도 그 사람을 만나보진 못했다.

그냥 남편이 좋은 형이라고 얘기해서 추천한 거였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시민권자인데 한국에 결혼할 여자를 찾으러 몇 개월째 체류 중이라고 했다. 

미국 들어가서 살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지만 그 해의 나의 계획은 일단 누구든 만나보는 거였으므로 만나기로 했다. 

나보다 여섯 살이 많다고 했고 키는 많이 작다고 했다. 

우린 현충일 즈음에 만났는데, 내가 가진 신발 중 가장 납작한 샌들을 신고 나갔다. 1.5cm 굽을 신고도 상대방은 나보다 많이 작았다. 둘 다 서로 놀라서 얼른 착석했다. 그 해에 내가 만난 세 남자는 모두 나보다 작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얘기를 해보니 알려준 것보다 나이가 더 많았다. 

언니가 73년 생이고, 언니의 신랑이 빠른 73인데, 그 친구는 그래서 72년생이고, 그 사촌형은 빠른 71년생이란다. 그러니까 사실은 70년생과 학교를 함께 다닌 거다. 나랑은 만으로 8년 차이가 났다. 좀 많게 느껴졌지만 사람이 마음에 들었더라면 극복될 나이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사이에는 극복될 수 없는 가치관의 차이가 있었으니, 그날 두시간 여 함께 있으면서 내가 느낀 건, 이 남자가 한국에서 살았더라면 새누리당을 지지하며 살았겠구나...였다. 그때가 지방선거 직후여서 우리가 정치 얘기를 좀 했다. 이 남자의 표정이나 말투에서도 두번 만날 일은 없겠구나라고 느끼는 것 같았다. 물론, 두 번 만나고 싶지 않았다. 당시 통성명을 했지만 이름도 기억이 나질 않고 전화번호도 서로 교환하지 않았다. 끝.


그 전까지는 남자를 만날 때 '종교'가 중요하다고 여겼다. 그런 교육을 받고 내내 자라왔다. 그런데 이 남자를 만나고 나서 '정치적 성향'이 아주 중요하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랬더니 내 친구가 소개팅을 주선했다. 이번에는 친구 신랑의 직장 동료였다. 전교조 활동을 아주 열심히 하는 선생님이었다. 


만나보니 확실히 정치적 성향이나 가치관은 많이 통했다. 그런데 그건 대화가 통한다는 것이지 그 자체로 매력이 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친구가 세번은 꼭 만나야 한다고 강조를 해서 한 번 더 만나기는 했다. 두번째 만남에서도 그다지 감정이 동하질 않아서 세번은 힘들겠다고 여겼다. 그런데 마침 그때 오션월드에 가서 핸드폰이 침수됐고, 다음 날이 광복절이었고, 이어서 주말이 끼어서 4일 동안 내 폰은 혼수상태였다. 상대는 2G폰을 쓰는 사람이어서 카톡 같은 건 할 수 없었고, 내게 어떤 문자를 보냈다 하더라도 나는 확인할 수 없었다. 내 짐작에는 문자를 보냈을 것 같은데, 답이 없으면 전화까지 해볼 정도의 적극성은 보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세번째 만남도 끝났다. 


자, 이제 첫번째 남자 이야기를 해보자. 사실 아무도 안 물어본 이야기를 굳이 이렇게 꺼낸 것은 이 남자 때문이다.

지금 나는, 아주 많이 화가 나 있다.


내가 '개새끼'라고 명명한 이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여전히 내 블로그에 올지도 모르겠다고 여겼다. 그래서 2014년 한해 동안은 알라딘에 뭘 쓰는 게 싫었다. 그게 반복되다 보니 자꾸 안 쓰게 되고, 2015년엔 앞서 말했듯이 너무 바빠서 서재 생활을 많이 못했다. 2016년에는 좀 달라져 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재를 뿌렸다. 본인도 알고 있다. 반가워하지 않으리라는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렇게 흔적을 남긴 건 자기를 향해서 '개새끼'라고 했기 때문일 것이다. 설마 억울한가? 왜 개새끼라고 부르는지도 내가 써야 하나? 


우린 수영장에서 만났다. 이 사람이 1번으로 출발하고 내가 2번으로 출발했다. 당연히 출발 지점과 도착지점에서 기다리는 동안 얘기를 하게 된다. 수영장 근처 대학에 연구실이 있다고 해서 대학 교수라는 걸 알게 됐다. 이때가 1월이었는데 2월 말에 해외 연구소로 간다고 했다. 가기 전에 밥 한번 대접하고 싶다고 했다. 내가 대뜸 물었다. 데이트 신청이냐고? 상대가 당황하길래 수줍나? 했다. 아마도 내가 거절할 거라고 여겼나 보다. 하지만 난 이때 그해는 데이트를 향해 마음의 문을 열자!고 다짐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밥 먹으러 가던 길에 이 사람이 나보다 한살밖에 많지 않아서 놀랐다. 사실 난 마흔은 훌쩍 넘었을 줄 알았다. 못생기고 키작아서 공부만 하다가 여태 장가를 못 갔나? 뭐 이렇게 생각했다. 너무 솔직한가? 미안하다. 정말 그랬다. 


가는 길에 들어보니 학력 스펙이 장난이 아니었다. 왜 아니겠는가. 대학 교수인데. 반면 나는 당시 백수였기 때문에 더 비교가 되었다.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대화도 잘 통하고 즐거웠다. 책 이야기도 많이 했는데 이과 출신임에도 문학 얘기를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애프터는 없었고 전화번호도 묻지 않았다. 내가 이름을 물었는데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래서 만나 보니 내가 영 별로였나 보다 싶어서 두번 묻지 않았다. 


이날이 일요일이었고, 월요일에 수영장에서 다시 만났다. 상당히 뻘쭘했는데 먼저 말을 걸어왔다. 전날 이야기했던 영화 '겨울왕국'을 보러 가자고. 그래서 수영 마치고 영화를 같이 봤다. 수요일에는 치맥을 했는데 서로 자뻑 모드가 되어서 학창시절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여전히 이름은 말하지 않는다. 자기가 워낙 유명해서 포털에서 검색하면 뜨는 사람이라나. 


금요일에는 (아마도)라면과 김밥을 먹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고, 만화책 이야기를 하다가 해당 책을 내가 빌려주기로 했다. 그래서 우리 집앞까지 갔다. 일요일에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회를 봤다. 박물관 안에 있던 한정식집을 들어갔다가 비싸다며 나오자고 한 것도 추가로 이야기하자. 


월요일에는 이 남자가 1박2일로 스키장을 갔다. 스키장 가본 적 없다고 했더니 같이 가잔 말도 했다. 미쳤냐? 

수요일에는 내가 뮤지컬을 보러 가서 수영을 빠졌다. 

금요일에도 뮤지컬 표가 생겨서 수영을 빠졌다.

그날 12시가 넘어서 집에 돌아와 보니 대문에 포스트 잍이 붙어 있었다. 

이 남자가 우리 집 앞 카페에서 오랜 시간 기다리다가 간 것이다. 

참고로, 이 날은 설날 당일이었다.


다음 날, 토요일에도 대문에 포스트 잍이 붙어 있었다. 우리 집 앞 카페에 앉아서 논문을 보고 있었다.

차를 한잔 마시고 영화를 보러 갔다. 피끓는 청춘을 보고 나니 짜장면이 먹고 싶어져서 홍콩반점에 갔다. 

탕수육 하나에 짜장 하나였던가? 요리를 하나 시켜서 좀 놀랐다. 먹어보니 모자라지는 않았지만.


이어서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우리가 만난지 정확히 2주가 된 시점이었다.

한참 재밌게 이야기하다가 이름을 물었다. 이건 '예의'의 문제라고. 

엄청나게 고민하더니 도저히 말 못하겠단다. 헐!

그래서 그만 보자고 했다. 

이쯤 되면 누군가는 벌써 눈치를 챘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몰랐다. 전혀 상상도 못했다. 

내 상식과 내 양심으로는 그랬다. 


다음 날 오후에 이 남자가 다시 집 앞 카페에 왔다.

제일 먼저 신분증을 보여줬다. 정말 한 살 차이였구나. 나이를 속였나 싶었는데 나이는 맞았다.

교수 신분증도 보여줬다. 이것도 정말이구나. 

그래서 나도 내 이름을 알려주려고 했더니 이미 알고 있단다. 응??


전날 영화 표 찾을 때 열었던 내 지갑에서 이름을 보았고, 그래서 싸이월드에서 78년 12월생 내 이름을 찾았더니 한명이 떴고,

그 이름으로 구글링을 해보니, 알라딘 서재 뜨고, 내 개인 홈페이지 뜨고, 트위터 계정 뜨고, 기타 등등....

내 신상 다 털렸다. 헐. 2차 멘붕.


그리고 하일라이트. 짐작되는가? 많이들 짐작했을 것처럼 이 남자는 유부남이었다. 그것도 애 둘이나 딸린. 


내가 이 타이밍에서 막장 연속극처럼 물세례라도 뿌려야 했던가? 우리가 어떤 사이였다고? 

굉장히 화가 났고 어이가 없었지만 여기서 얼굴색이 변하는 건 도저히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았다. 

그래서 뭐뭐뭐 거짓말 했냐고 물었다. 신나게 이야기하더라. 이러저러한 트릭을 썼다, 이러저러하게 조심했다 등등.


여기서 끝났으면 그냥 해프닝이 되었을 것이다. 

굉장히 재수 없는 일이고 아씨 똥 밟았다! 라고 생각하겠지만 지금처럼 화가 나진 않았을 것이다. 

근데 이 남자가 그 후로 해외로 뜰 때까지 2주간 스토커처럼 들러붙었다. 

수영 시간은 옮겨갔는데 나중에 나 수영 끝날 때 기다리다가 집까지 따라오고, 

괜히 집 앞 카페에서 앉아 있고, 알라딘 서재에 댓글 달고, 내 홈페이지에 회원가입 하고 등등...


그래서 내가 알아듣게끔 페이퍼도 썼다. 지랄 총량의 법칙까지 들먹이면서. 

당신이 하는 짓이 얼마나 큰 폭력인지 강조하면서.

내 안목 없음은 스스로 반성할 터이니 당신 아내한테나 미안해하라고 말을 했건만 끝까지 진상을 떨다가 한국을 떠났다.


그런데 잊을만 하면 엽서를 보내는 거다. 첫번째는 주소 없이 왔는데 두번째는 주소도 남겼다.

헐, 뭐하자는 거야?


무시하고 지냈다. 여전히 생각날 때마다 짜증이 솟구치고 화가 났지만 쓸데 없이 에너지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알라딘에 뭘 쓰는 건 찝찝했다.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우습지도 않은 자기검열이 왔다.

그러다 보니 아무 것도 쓰기 싫었다.

그래서 8년 동안에 알라딘에 쓴 모든 페이퍼를 다 열어서 내 사진을 모조리 삭제했다. 2박3일 걸렸다.

내 개인 홈페이지에는 회원 등급 조절을 해서 게시판 열람을 못하게 막아놨다. 

싸이월드는 계정탈퇴했다. 위치를 알려주던 어플을 썼는데 그것도 삭제했다. 

트위터도 거의 하지 않는다.

소름 끼치게 싫었다. 


자, 이제 내가 저 위에서 그냥 보면 평범한 안부 인사 같은, 새해 덕담같은 댓글에 이리 분노의 페이퍼를 쓰는지 이해가 가는가?


자, 내가 개새끼라고 명명한 양반아. 

내가 당신의 출신 학교를, 근무했던 학교를, 다녔던 교회를, 당신의 이름을 공개해야 하는가?


세상은 좁다. 이 정도만 써도 분명히 누군가는 당신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다. 

당신이 한국에 있는지 없는지 나는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다. 

당신이 마션을 재밌게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나에게 알려주려 하지 마라. 

이 남자는 툭하면 내 행복을 비는 마음은 진심이라고 강조한다.

내 행복은 내가 챙길 테니 제발 내 삶의 영역에서 꺼져라. 

백번 양보해서 정말 순수하게 아무 의도 없이 댓글을 남겼다 하더라도 당신은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당신 때문에 지난 며칠 나는 아주 기분이 더러웠고, 

빌어먹게도 이게 새해 첫날 쓰는 첫 페이퍼가 되고 말았다. 

며칠 전에 친구들과 찌질한 전남친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당신은 내 전남친도 아니지 않은가?

그냥 당신은 아주 찌질한 진상남일 뿐이다. 

경고하는데, 꺼져!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마흔 넘을 때까지 연애를 피할 생각은 없었지만 본의 아니게 마흔이 아주 가까워졌다. 

그때 그 직장 동료는, 정말 신기가 있었나 보다. 사실, 그때도 그걸 의심한 건 아니지만.


정초부터 이런 글을 올려서 민망하고 불편하다. 

이 글은 읽어야 할 사람이 읽었다고 판단되면 지울 예정이다. 

나의 불편한 심기와는 별개로, 2016년에 알라딘의 많은 지기님들은 복 듬뿍듬뿍 받으시기를.... 이 또한 진심입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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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8 04: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10 2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16-02-08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후 빡쳐 별 미친놈 다 보겠네....진짜.

마노아 2016-02-10 20:47   좋아요 0 | URL
깊은 빡침이 이 글을 쓰게 만들었어요.;;;

moonnight 2016-02-08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이런 ㅠㅠ;

마노아 2016-02-10 20:47   좋아요 0 | URL
오 마이 갓입니다.

책읽는나무 2016-02-08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한심한ㅜㅜ
우리 마노아님 근처 접근금지!!
싫은건 싫은겁니다!!!

마노아 2016-02-10 20:48   좋아요 0 | URL
좋게 말해선 말귀를 못알아듣네요. 머저립니다.

2016-02-08 17: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10 2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8 1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10 2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02-09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를 누르는 건 어울리지 않지만 응원하는 마음으로 눌렀어요. 쉽지 않았을텐데 쓰느라 고생했어요. 고생 많았어요. 이제 제발 그 사람이 마노아님을 가만히 내버려두었으면 좋겠어요.

마노아 2016-02-10 20:50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다락방님. 큰힘이 되었어요. 내게 똥물 안 튀기고 버럭할 수 있는 방법을 못 찾겠더라구요. 지금도 머리에서 스팀이 올라와요.ㅜ.ㅜ
 
흑집사 22
야나 토보소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연재작 중 가장 좋아하며 기다리는 흑집사가 나왔다. 흑집사의 미덕은 아주 많지만, 표지 속 표지를 감상하는 즐거움은 단연코 최고!



이게 겉표지다. 팬텀 하이브가의 메이드 메이린은 현대로 호출해 오면 특급 킬러쯤 되겠다. 이런 그녀도 속표지로 가면 이렇게 변한다.



이번 컨셉은 흑해녀다. 저 그럴싸한 자세 좀 보소. 스네이크가 늘 데리고 다니는 뱀은 마치 문어처럼 지느러미 역할을 하고 있다. 푸하하핫!



이건 컬러 속지. 리뷰용 사진은 대체로 디카로 찍는데 꼭 이 타이밍에서 사진이 흔들린다. 왜지? 왜 매번 그렇지??


독일의 마녀편 이야기 마무리다. 설리번을 집사이자 보디가드 역할에 사실은 처분(!)까지 맡고 있던 볼프람 중위의 이야기로 시작했다. 그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일에 뛰어들었는지, 그에게 어린 설리번이 어떤 의미였는지. 온통 회색빛으로만 물들어 있던 그의 세계에 이 아이는 다양한 색깔을, 이토록 선명한 색도 세상에 있음을 알게 해주었다. 지킬 게 있는 사람은 강해지는 법! 적어도 설리번이 숙녀가 될 때까지 충분히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사신 집단도 나왔다. 사신도 많이 나오다 보니 저마다 색깔이 분명하다. '정시 칼퇴근'을 강조하는 이가 있냐 하면 덕질 잘하는 빨간머리 사신도 있고, 호기심 충만한 사신, 그리고 초절정 섹시한 장의사 사신도 있다. 이번 편도 눈이 즐거웠다. 후후후!



특히 이번 편에서는 사신이 어떤 경로로 그 일을 하게 되는지에 대한 비밀을 공개했다. 작가의 상상력이 채워낸 결과물이지만 놀라웠다. 그래서 장의사의 '사연'이 더 궁금해졌다. 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거야? 어떤 삶을 살았던 거지? 



독일을 등지고 영국으로 돌아왔다. 여왕 폐하를 알현하기 위해서 입성부터 손을 봐야 했다. 미소년 미소녀에게 늘 흑심 품고 있는 디자~이너가 또 다시 흥분하고 말았다. 근데 저 표정, 어쩐지 낯설지 않아. 꼭 거울을 보는 것 같아...;;;;



사교계에 발을 들여놓기 위해서 레이디 수업을 시작했는데, 본능에 충실했던 삶을 살아온 설리번에게는 혹독할 수밖에 없다.

냉정한 시엘과 달리 사랑스러운 리지는 서러울 법한 수업을 두근두근한 레슨으로 바꿔주었다. 주변의 공기를 바꿀 줄 아는 사랑스러운 아이다.


인도 왕자 소마의 '측실' 개그도 빵 터졌다.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하나도 버릴 것 없는 이 캐릭터들의 완벽한 캐미!


이번엔 본편이 짧았다. 흑집사 100회 연재 기념 인기 투표를 했는데 탑10과 순위에 6이 들어가는 인물들이 출연하는 단편을 구성한 것이다. 



체크 패턴만으로 통일성을 주면서 도도한 매력을 선보여주었다. 장의사 얼굴이 좀 잘렸네. 아임 쏘리!


투표 결과를 예상할 수 없었을 텐데, 처음부터 그리 작정한 것처럼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펼쳐졌다.

아, 이 작가의 넘치는 상상력과 창의력이란!!


이것 때문에 새벽 두시에 자서 직장에서 좀 골골댔다. 너무 졸려..ㅜ.ㅜ

오늘은 좀 일찍 자야지 결심했는데 어느새 12시가 넘었네.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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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6-02-04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오자마자 구매하고는 아직 못 읽었어요. 100회 기념 인기 투표 있나요?
오, 옆에서 코알라가 본편이 너무 짧아서 짜증난다고 하네요. ㅎㅎ

마노아 2016-02-04 09:36   좋아요 0 | URL
인기투표는 일본에서 했나봐요. 압도적인 1위가 나왔어요.^^
본편 짧아 아쉬웠는데 단편도 재밌었답니다. 다시 반년을 기다려야 해요. 아흐 동동다리~~~

꼬마요정 2016-02-04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까지 봤는지도 잊어버렸네요. 슬슬 다시 읽어봐야겠는데요 ㅎㅎ

마노아 2016-02-04 09:36   좋아요 1 | URL
책에 보니까 일본에선 이 작품으로 뮤지컬도 있나봐요. 영화에 애니에, 정말 멀티네요.^^

2016-02-05 1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7 2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16-02-11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흑집사 영화도 봤다는 거 아닙니까....아....지루했어요.

마노아 2016-02-11 16:46   좋아요 0 | URL
아, 영화는 별로입니까? 역시 이런 판타지물은 실사가 뛰어넘기 힘들어요. ㅜ.ㅜ
 

FUSION 과학

제 2579 호/2016-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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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 불행할 때 뇌에서 느끼는 불편한 기쁨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A와 B는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절친’이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들어온 뒤부터 두 사람 사이에 거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A는 가정 형편과 성적, 성격, 외모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소위 ‘엄친아’였던 반면, B는 모든 면에서 평범한 학생이었다. 둘 사이가 소원해진 것은 B가 A에게 부러움과 열등감을 느끼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러던 어느 날, 수능시험을 앞둔 A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B는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은’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 그의 불행에 기쁨을 느끼는 나의 ‘뇌’ 

독일어에는 이런 감정을 표현하는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는 단어가 있다. 손해를 뜻하는 ‘샤덴(Schaden)’과 기쁨이라는 뜻을 담은 ‘프로이데(freude)’를 합성한 이 단어는 타인의 불행에서 느끼는 기쁨을 표현한다. 

대체 이런 감정은 왜 생기는 걸까. 일본 교토대 의학대학원 다카하시 히데히코 교수팀은 샤덴프로이데가 생기는 동안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실험을 통해 직접 확인하고 그 결과를 2009년 2월 ‘사이언스’에 발표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다카하시 교수팀은 평균연령 22세의 신체 건강한 남녀 19명에게 가상의 시나리오를 주고 읽으면서 자신을 주인공으로 생각하도록 했다. 주인공은 능력이나 경제력, 사회적 지위 등 모든 면에서 평범한 사람이며 그를 제외한 등장인물은 세 명으로 모두 대학 동창생이다. 
시나리오에는 등장인물들의 대학생활과, 사회에 진출한 뒤 동창회에서 다시 만난 이야기가 묘사돼 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가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동안 뇌에서 나타나는 반응을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촬영해 분석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강한 질투를 느끼는 사람에게 불행이 닥쳤을 때 우리 뇌는 기쁨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 질투할수록 뇌는 아프고 또 기쁘다 

연구팀이 실험 참가자들에게 건넨 시나리오에는 실제로 있을 법한 우리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주인공을 제외한 등장인물 가운데 유일한 동성인 ‘최고야’ 씨(가명)는 주인공과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고 전공과 장래 희망도 비슷하다. 무엇보다 주인공보다 성적이 좋고 같은 동아리에서 최고의 실력자로 평가받는 ‘에이스’다. 이성 등장인물인 ‘나잘난’ 씨(가명) 역시 출중한 능력을 뽐내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주인공과는 전공도 다르고 속한 동아리나 장래 희망도 다르다. 또 다른 이성인 ‘평범해’ 씨(가명)는 주인공처럼 평범한 사람이며 전공이나 동아리, 진로 희망 모두 주인공과는 별로 관련이 없다. 

연구팀은 먼저 실험 참가자들이 설정된 상황을 받아들이는 동안 뇌에서 나타나는 반응을 관찰했다. 그리고 이들에게 ‘등장인물들이 얼마나 부러운지’ 점수를 매기게 했다. 1점은 전혀 부럽지 않은 것이었고 6점은 가장 부럽다는 것이다. 
설문과 fMRI 영상을 분석한 결과, 질투를 강하게 느낄수록 불안한 감정이나 고통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배측전방대상피질(dorsal Anterior Cingulate Cortex, dACC)’이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가자들이 최고야 씨와 나잘난 씨, 평범해 씨에게 느낀 질투 정도는 각각 4점, 2점, 1점 정도였는데, 배측전방대상피질에서 나타난 반응의 크기도 같은 순서였다. 자신과 관련 없는 분야에서 잘나가거나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보다 자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을 때 뇌가 강한 반응을 보이면서 질투를 느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 뇌에 나타나는 반응은 ‘고통’이다. 

연구팀은 다음으로 최고야 씨와 평범해 씨가 시험 도중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적발됐다거나, 여자(남자)친구가 다른 사람과 바람을 피웠다는 이야기 등을 시나리오에 넣고 역시 설문조사와 fMRI 측정을 했다. 
설문조사 결과 최고야 씨가 겪은 불행에 참가자들은 평균 3.3점의 샤덴프로이데 점수를 준 반면 평범해 씨가 겪은 불행에는 1점의 점수를 줬다. fMRI 결과도 비슷했는데, 최고야 씨가 겪은 불행을 읽어 내려가는 참가자의 뇌에서는 기쁨과 만족감을 발생시키는 보상회로인 ‘복측선조체(ventral striatum)’ 활동이 더 많이 활발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하게 질투를 느끼는 사람이 불행을 겪을 때 우리 뇌는 기쁨을 느낀다는 것이다.

■ ‘가식’으로도 숨길 수 없는 ‘고소함’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미나 시카라 교수는 지인이 안 좋은 일을 당했을 때, 평소 그에 대해 느꼈던 부러움이 클수록 기쁨에 해당하는 생리적인 반응이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를 ‘뉴욕과학아카데미연보’ 2013년 9월 24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불쌍한 노인(연민)과 잘나가는 전문직(부러움), 마약중독자(혐오), 학생(뿌듯함) 등의 사진을 보여주고 그들이 겪는 상황을 묘사했을 때 실험 참가자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물어봤다. 그와 동시에 근전도 측정기를 볼에 부착해 참가자가 미세하게라도 미소를 지을 때 나타나는 전기적인 반응을 측정했다. 생리적인 반응을 포착해 ‘가식’으로 속일 수 없는 ‘본심’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실험 결과는 다카하시 교수팀의 결과와 일맥상통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자기가 부러움을 느끼는 대상이 ‘5달러를 주웠다’는 긍정적인 상황보다 ‘택시가 튄 물에 흠뻑 젖었다’는 부정적인 상황에 더 활짝 웃은 것으로 나타났다. 

■ ‘뇌’도 ‘나’도 행복해지는 길 

정말 샤덴프로이데가 본능이라면, 사람은 거기서 벗어날 수 없는 걸까. 다카하시 교수팀과 시카라 교수팀의 연구에는 우리가 이 불편한 기쁨에서 벗어나게 해 줄 단서가 제시돼 있다. 두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주목할 부분은 ‘질투의 대상이 어느 영역에 속해 있는지’다. 나와 관련이 없거나 내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분야에 속한 사람은, 아무리 잘나가도 질투를 느끼거나 그 사람의 불행에 기뻐하는 생체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또 돈이 관련됐을 때 질투가 커졌다. 경제적으로 성공한 친구나 잘나가는 전문직이라는 조건에 대부분 질투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를 슬기롭게 해결하면 질투를 해소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카하시 교수는 “전공이나 동아리를 바꾸는 것처럼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분야를 바꿀 수도 있고, 열심히 노력해서 실력을 쌓는 것도 방법”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인생의 목표를 (경제적 성공이 아닌 다른 분야로) 재설정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이화여대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질투가 인간의 유일한 본성은 아니므로 좌절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사람은 악하고 선한 본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며 “자기보다 다른 사람을 위해 돈을 쓸 때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선한 속성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악한 속성을 최대한 멀리하는 것이 ‘뇌’도 ‘나’도 행복해지는 길이 아닐까. 

글 : 최영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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