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에 만나 여행 일정을 짰다. 사실 나의 친구가 거의 다 짜고 나는 고개만 끄덕였을 뿐이다.

여행을 자주 다닌 내 친구는 아주 디테일하고 섬세하게 계획을 짜고 조사도 많이 하고 준비를 많이 했다.

나는 그저 숟가락만 얹었을 뿐.

제주가 초행인 내가 꼭 가고 싶다고 고른 것은 두 가지.

하나는 승마 체험, 나머지 하나는 김영갑 갤러리를 가는 것이다. 

2박3일 일정에서 미리 결제하고 결제할 것들로 잡아본 우리의 예산이다. 



1인당 25만원 정도면 되겠다고 여겼다. 그런데 출발 직전에 제주에 비온다는 소식에 렌터카를 취소했다.

내 면허는 완벽한 장농 면허고, 내 친구는 집 주변만 다녀본 솜씨라고 한다. 

맑은 날도 고속도로 주행할 생각에 머리가 하얀데 비까지 온다면 그것은 무리수 중의 무리수! 

그래서 렌터카는 취소했다. 그렇게 조절을 하고 나니 우리는 1인당 경비 20만원씩 내고 여행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김포공항에 도착해서 커피 한잔을 먹기 위해 내가 했던 삽질은... 패쓰하자. 다리 품 좀 팔았을 뿐이다. 

그렇지만 삽질이 문제가 아니었으니... 머피의 법칙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가항공 티웨이로 예약을 했는데 연착 1시간 이상이 되어버린 것. 

그냥 늦어 죄송하다고만 할 뿐 왜 늦어지는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우린 셀카 찍으면서 지루함을 달랬는데, 비행기가 뜨고 나니 급 배고픔이 몰려오는 것이다. 

적어도 오후 1시에는 고기국수를 먹고 있을 줄 알았는데...ㅠ.ㅠ



공항을 나서면서 마주친 야자수들. 정말 제주에 왔다는 게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날이 흐린 게 많이 아쉬웠지만... 일단은 배부터 채우는 게 먼저!!



백종원 소개 이후 유명해진 고기국수집이 자매집을 낸 집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맞나?? 

한 달 이상 지나서 기억이 가물가물....

티웨이로 인해 노여웠던 감정은 먹을 게 들어가니 모두 사라져버렸다.

내 입맛엔 고기국수보다 비빔국수 쪽이 더 좋았다. 


택시를 이용해서 제주도립미술관으로 향했다. 

출발하기 전에는 거기 주차되냐고 전화로 묻기까지 했는데 우린 차없이 뚜벅이로 도착. ㅎㅎ



그림들과 전시물들을 재밌게 보았다. 그렇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녀석.



500원짜리 동전으로 잠시 마음에 위로를 얻게 된 순간!



비행기 연착으로 다음 일정이 바빴던 우리는 서둘러 버스 시간 맞춰서 나왔다. 

거기 공예품 팔던데 제주 느낌 나는 악세사리 하나 샀으면 했지만 시간이 없었다. ㅠ.ㅠ


방주교회 사진 


방주교회 사진을 보고는 흠뻑 반해서 꼭 가보고 싶었지만, 여길 가고 나면 이미 예약한 승마장에 늦을 것 같았다.

게다가 혹시 저녁 시간에 개방을 안 하면 헛걸음 할 수도 있어서 과감히 패스하고 승마장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방송과 스크린에 띄워준 이름 제대로 보고 벨 눌렀는데, 우리가 내려야 할 곳을 기사님이 지나치셨다.

그 다음 정거장에 내려주셨는데 여긴 사거리. 어느 방향으로 되돌아가야 하는지 감이 서질 않았다.

제주에서는 길찾기 서비스가 무의미했다. 목적지는 찾아도 내 위치를 못찾는 일이 다반사였으니까.



우린 승마와 두번째 날 숙소를 패키지로 티몬에서 미리 구입하고 갔는데, 거기에는 이용 시간이 6시까지라고 적혀 있었다.

우리가 택시에서 내려 승마장에 도착한 시간이 5시 15분. 지금 막 끝냈다고 한다

말들이 모두 밥먹고 있는 중이라며 태워줄 수 없단다. 지금 말 태우면 사고난다고.

동절기에는 5시에 마감인데 홈페이지에 수정을 안 해 놓은 건 자신들 잘못이니 환불처리하겠단다.

하아, 제주 와서 내가 해보고 싶었던 두 가지 중 하나가 그렇게 날아갔.....

같이 구매해서 숙소 할인 받은 것도 취소 돼.....

게다가 이 사람들 미안해 하지도 않아. 아주 사무적으로 안 된다고만 말할 뿐이다.


쓰린 마음을 부여잡고 우린 나와야 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숙소가 있는 서귀포시까지 갔다. 한참 갔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밥먹으러 나갔다. 

일단 식당과 숙소 사이에 놓인 시장 구경 먼저!



우리 목표는 오메기떡과 천혜향 쥬스.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저 형광분홍 모자가 혹시 나인가???


줄이 길어서 내 친구가 오메기 떡 살 때 나는 쥬스를 사러 갔다. 

여기서 내가 어마어마한 삽질을 저지른다. 지저스!!


제주 가면 사고 싶었던 게 두가지 있었다. 하나는 제주 감귤 초콜릿. 다른 하나는 천혜향이나 황금향 한상자.

이 시장에는 메인 메뉴와 상관 없이 모두 상점마다 초콜릿을 팔고 있었다.

천혜향 쥬스 파는 곳도 초콜릿을 파는데, 6상자에 만원이다. 현금으로 결제하면 쥬스 값을 천원 깎아준댄다.

오, 바람직 해! 아무 생각 없이 단순 계산으로 앗싸! 하면서 초콜릿과 쥬스 한병을 샀다. 



아, 정말 맛났다. 2박 3일 동안 먹은 것 중에서 이 쥬스가 가장 맛났다! 한병 마시고 너무 맛나서 두병 추가로 더 사왔다.

두번째는 디씨 없음..ㅎㅎㅎ


맛난 쥬스를 산 것까지는 좋은데, 문제는 '초콜릿 상자들'이다. 

신나게 쥬스를 사들고 온 내게 친구가 묻는다. 가방에 그거 들어갈 자리가 있냐고.

아.뿔.싸!

우린 배낭 메고 이동하는 뚜벅이들인데, 아직 일정이 이틀 남았는데....

내일 비도 온다는데!!! 큰일 났다.ㅜ.ㅜ

일단, 배가 고프니 밥부터 해결하고 고민하기로 했다. 


내 친구가 미리부터 점찍어둔 해물탕집 '기억나는 집'을 찾아갔다. 그.런.데...



문 닫았.... 이날 쉬는 날이었나보다...

나는 원래 해물을 안 먹는 1인이므로 이 집이 문을 닫은 것은 크게 아쉽지 않았지만 배가 고파서 어디든 빨리 들어가고 싶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근처로 찾아간 식당은 이곳! '안거리밖거리'



아아, 가격이 착해. 완전 착해!!



게다가 맛은 더 착해!! 시장이 반찬이었겠지만 정말 맛있었다. 이랬던 밥상이 순식간에 변신했다.



아, 다시 마음이 여유로워졌다. 금강산도 식후경, 제주도도 식후경이지!

배를 채웠는데 떡도 사두었으니 소화시킬 겸 좀 걷기로 했다. 마침 근처에 천지연 폭포가 있다고!

친구가 위치 검색을 하고 있는 사이 슈퍼마켓 앞에 서 계시던 아저씨께 길을 물었다.

우리가 가려던 방향 말고 다른쪽 길을 가리키면서 이쪽이 질러가는 길이라며 이리로 가라고 하신다.

의심 없이 방향을 잡았다. 

서귀포시는 신기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했던 것이 사람이 많이 드는 관광지인데 가로등도 별로 없고, 심지어 신호등도 없었다. 

사람들이 그냥 알아서 건너는 모양새. 우리가 가는 도로변도 한쪽이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는데 몹시 어두웠다. 

도무지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 직진을 고수했는데, 내 친구가 말렸다.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그래서 반대방향에서 오고 있는 사람에게 다시 길을 물었더니 한참 지나쳐 왔다고 한다. 아흐 동동다리!

그래서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갔다. 

아저씨가 지름길이라고 알려주었지만 길이 어두워서 그 으슥한 공원 어디에 출구가 있는지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현지인이라면 모를까 관광객이 밤중에 찾아가는 건 무리수였다.

그래서 결국 맨 처음에 가려고 했던 방향으로 다시 가야 했다. 

천지연은 10시까지 야간 오픈을 해서 문닫힐 걱정은 없었는데 다리가 엄청 아팠다.

원래 취약한 오른쪽 무릎이 너무 땅긴 것이다. 

거기 가보니까 초콜릿 7상자에 만원에 팔더라.ㅋㅋㅋ



돌아올 때는 버스 정거장까지 너무 멀어...ㅜ.ㅜ 결국 택시를 탔다.

참고로 이날, 미밴드를 착용한 이래 가장 많은 걸음수를 기록했다! 

게다가 초콜릿 상자 무거움...;;;;


편의점에 들러서 맥주 두캔을 사들고 다시 안락한 숙소로 컴백!



배가 아직도 많이 불렀는데도 떡이 너무 맛나서 모조리 흡입!

달달한 레몬맛 맥주도 멋지구리! 먹을 게 들어가니 또 다시 너그러워짐!

벙커 침대 2층에 누워서 초콜릿 상자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에 들어갔다.

들고 다니는 건 무리였다. 다 먹고 갈 수도 버리고 갈 수도 없다.

그래서 생각해 낸 건 택배였다.

올레 시장이 아침 8시에 문을 여니까 체크아웃 한 다음에 다시 시장에 가서 천혜향 쥬스 10병을 사는 거다.

10병 3만원부터 택배 5천원 내고 배송을 시킬 수 있다고 했다.

그 편에 여기서 산 초콜릿이니까 같이 보내달라고 할 생각이었다.

원래 사려던 건 과일이었지만 쥬스가 아주 맛나니까 굿 아이디어야! 라며 스스로를 쓰담쓰담....


그렇지만 잠은 오질 않았다. 집 나가면 잠을 잘 못 잔다. 수면제가 필요한데 수면제를 어디서 구해...;;;

전에 멋도 모르고 약국 가서 달랬다가 처방전 없이 왔다고 혼난 적 있음...;;;;;

감기약 지을 때 수면제만 따로 포장해 달라고 할까? ㅡ.ㅡ;;;;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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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기후 2016-02-24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병원에 가서 여행가는데 수면제 처방해달라고 하면 그냥 해줄거예요... 감기약에 들어가는 건 잠이 오는 성분이 있는거지 수면제는 아니예요 잠 안 온다고 그거 먹으면 안 돼요 ;;

약국에서 살 수 있는 것도 있는데 그건 수면제는 아니고 수면유도제라고 하더라고요. 수면제는 잠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약이고 향정신성약물이라 의사 처방없이는 안 되고 유도제는 잠에 잘 들 수 있는 거까지만 도와주는 거라고... 성시경이 잘자요 광고하는 레돌민같은 거요. 수면제 처방받기 번거로우심 유도제라도 사 드시면 도움 될 거예요. ^^

마노아 2016-02-25 01:40   좋아요 0 | URL
우왕, 이렇게 좋은 정보를! 이제 생으로 잠 못자는 고통은 바이바이 할 수 있겠어요. 수면유도제도 있군요. 제게 딱 필요한 정보예요.^^ 고맙습니다, 건조기후님!!
 
치즈 인 더 트랩 5 - 시즌 1
순끼 글 그림 / 재미주의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참 다사다난한 홍설의 일상이다. 여우 중의 상여우 남주연의 질 떨어지는 압박과 도서관 노숙자 사건 등은 사실 범죄 수준이지 않던가. 게다가 야심차게 보라가 준비한 소개팅의 치명적인 습격이란! 다행스럽게도 그 자리에 백인호가 있었고, 나름의 응징도 가해졌지만 모처럼 입은 하늘하늘 원피스에 어울리는 굽 높은 굽도 부러지고, 핸드폰도 잃어버리고... 온 하늘이 홍설을 방해하는 것만 같다. 지난 주에 내 원피스가 탔을 때 온 하늘이 나를 방해하는 것 같다며 눈물나게 웃던 친구가 생각났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내 옆에는 유정같은 선배는 없다는 거! 암튼, 여전히 일상이 고루 피곤한 홍설 되시겠다. 


점점 유정의 속내가 많이 드러나는데, 백인호와의 통화에서 경고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저 모습을 백인하가 봐야 하는데. 그래야 정신 좀 차리고 살지... 백인하는 전혀 안타까움이 들지 않는데 백인호는 드라마의 영향 때문인지 좀 안타깝다. 예술하는 사람들, 혹은 운동하는 사람들 등등이 부상으로 인해 앞날이 막히고 꿈이 꺾이는 사례가 많아서 그런가 보다.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은 이 사람들이 연주나 춤, 운동 그만두고 난 다음에 다른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진로를 바꾸기엔 진입장벽이 많이 높지 않은가. 모두가 강호동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새로운 얼굴 이모나가 등장했다. 고등학교 동창인가보다. 그런데 여자야, 남자야??

이모나가 조언했듯이 홍설은 '여우'가 될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여우를 동경하며, 여우를 싫어하며 살아온 곰 인생으로 말하건대, 그게 원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건 정말 타고나는 거다. 홍설이 여우가 되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도 곰만의 매력이 분명 있을 거라고, 응원해 보자. 


5권까지는 무난하게 읽었고, 6권을 읽고 여전히 많이 궁금하면 시즌1의 다음 권을 사는 걸로! 시즌2는 몰라도 1까지는 마무리를 지어서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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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직구로 구매해서 두달 걸려 받은 원피스를 태워먹었고 오늘은 쓰고 나온 모자를 잃어버렸다. 집에 와보니 머리에 있던 헤어핀도 사라졌....;;;;

시무룩....할 뻔 했지만 님을 봤으니 최고의 발렌타인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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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02-14 2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님은 얼마나 근사한 님이신지... 발렌타인 데이에 만나자고 약속하는 센스라니요~~ ㅎㅎ

마노아 2016-02-14 23:53   좋아요 0 | URL
초콜릿이 녹아내리는 그런 공연이었다지요. 이 기운으로 반짝 추위를 이기겠어요. 불끈!!!!

무해한모리군 2016-02-15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새해 더 행복하시고 오빠는 역시 젖은게 섹쉬하군요 ^^;;

마노아 2016-02-15 01:03   좋아요 0 | URL
전주 나올 때 더웠는지 소매를 걷어서 민소매를 만들어버렸어요. 꺄아!!!
휘모리님! 새해에도 우리 더 행복해집시다. 적극적으로요! ^^

mira 2016-02-15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친 멋지네요

마노아 2016-02-16 00:56   좋아요 0 | URL
제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으면 내 남친이 되었을까요. 크흑!

아무개 2016-02-15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놔..치마...ㅜ..ㅜ

모자에 헤어핀까지 잃어 버린겁니까아.............................
ㅜ..ㅜ

마노아 2016-02-16 00:57   좋아요 0 | URL
모자는 스벅에 두고 온 건지...;;;;
헤어핀은 뛰놀다가 떨어뜨렸나봐요. 언제 잃어버렸는지 모름...;;;;
치마는, 방에 불 안 나고 사람 안 다쳤으니 다행인 걸로! ㅎㅎㅎ
 
나의 작은 인형 상자 (양장)
정유미 글.그림 / 컬쳐플랫폼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먼지 아이가 워낙 인상 깊었기 때문에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면서 알게 된 작품이다. 

이번엔 글이 들어가 있지만 아주 짤막하다. 대부분은 그림으로 이야기한다.

컬러가 들어가지 않은 연필 삽화로. 도리어 깊은 인상을 준다. 




인형상자가 있다. 문을 여니 2층으로 된 내부 구조가 보인다. 인형도 있다. 잠자리에서 막 일어났다. 표정이 없다. 인형이니까.

거울 앞에 앉아 머미를 매만지고, 옷장을 열어 옷을 고른다. 아이는 이 방을 나가고 싶은 것이다. 



아래층으로 내려와 냉장고 문도 열어보고 쇼파에도 앉아 본다. 각각의 자리들은 저마다 주인이 있다.

골똘히 인형 상자를 보고 있는 유진이를 친구들이 부른다. 뭐하고 있냐고.

아이는 슬며시 상자의 문을 닫는다. 보여주기 부끄러운 것이다. 



다시 문을 열고 들어간다. 아까와 같은 인공 얼굴이 아니라 정말 유진의 얼굴이다. 그런데 얼굴이 하나 더 있다. 이 방에서 나가자고 하는. 방마다 그런 사람이 있다. 주방에도, 거실에도 마찬가지다. 하나같이 유진과 닮은 얼굴을 하고 있다. 유진의 얼굴과 흡사한 엄마, 유진의 얼굴과 꼭 닮은 아빠가 그곳에 있다. 그들은 모두 떠나기를 주저한다. 지금 갈 수 없는 이유들을 계속 나열할 뿐이다. 


계속 듣고 있으면 유진도 설득될 것이다. 도저히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유진은 신발 끈을 고쳐맸다. 마침내 현관 문을 열었다.

이제 바깥 세상으로 나가는 것이다.

그곳에 무엇이 있든, 누가 있든간에......


다시 친구들이다. 놀림과 비웃음의 눈초리가 아니라 호기심의 표현이었다. 유진은 당당히 인형 상자를 보여주었다.

인형의 손을 빌어 인사도 했다. 


인형상자 속 인물들은 모두 유진의 내면을 표현한다. 떠나고 싶은 유진과 남고 싶은 유진. 도전하고 싶은 마음과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함께 공존한다. 비단 유진뿐 아니라 누구라도 겪을 수 있고 고민할 수 있는 내면의 이야기를 '인형'을 빌어 표현했다. 


2015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우수상을 수상할만큼 좋은 작품이지만 너무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 같아서 '먼지 아이'같은 감동과 아련함은 다소 줄어들었다. 그래도 여전히 깊은 울림이 있는 작품이다. 양장본으로 보았는데 반양장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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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책 - 오염된 세상에 맞서는 독서 생존기
서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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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서 자주 본 덕분일까. 책을 보는 내내 저자의 목소리가 스테레오로 울렸다. 코 앞에서 직접 이 책 속에서 소개하고 있는 책들을 보여주는 것같은 착각이 들었다. 여전히 유쾌하고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레버넌트를 보러 갔을 때 시작 시간 2분을 넘기고 입장했는데 영화가 이미 시작해 있었다. 지금껏 CGV 이용하면서 정시에 시작하는 영화를 본적이 없다. 항상 광고가 많아서 짧게는 5분, 평균 10분 정도는 뒤에 시작했던 터라 무척 놀라웠다. 아마도 영화가 워낙 길어서 그랬던 게 아닐까 싶지만...(범계점은 처음 가본 곳이라 평소 어땠는지 알 수 없다.)


앞부분 잘리는 건 짜증나지만, 뒷부분 못 보고 나오는 것만큼 화가 나지는 않다. 예전에 사정이 생겨서 영화 보다 말고 중간에 나온 적이 있었는데 결국 다시 보러 갔다. 그 영화는 '투모로우'였다. 벌써 10년이 넘었구나..;;;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에서도 소년이 몬테크리스토를 나중에는 창작해내지 않던가? 아닌가? 필사였던가?? 아, 이것도 읽은지 10년 지나서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암튼, 위화는 될성 부른 떡잎이었다는 것!



지금도 팟캐스트 방송을 들으면서 이 글을 쓰는 나로서는 100% 동의하진 않지만, 팟캐스트 방송을 많이 듣게 된 이후로 독서량이 엄청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는 걸 인정한다. 그래도 어제 '장웅의 휴식을 위한 지식'이라는 방송을 처음 들었는데 전쟁사 중 무기(서양편)을 아주 재밌게 들어서 정주행 하려고 한다. 순기능도 있음을 강조해 본다.



저 특징은 정치인에게서 아주 자주 보이는 것들 아닌가???



저자의 글에서 정권이나 시사적 문제에 대해서 비판적 이야기를 자주 보는데, 페미니즘에 이야기할 때 가장 관심이 간다.

이 부분은 특히 여자가 아니라 남자가 이야기할 때 더 설득력 있고 더 공감이 간다. 제발 귀 좀 기울이시라.


연휴를 지나다 보니 주부들이 많이 드나드는 게시판에 시댁에서 어떤 대접을 받고 왔는지에 대한 하소연이 넘쳐난다. 실제 통계로도 이혼 수치가 급증한다지 아마.


더불어서 전업으로 살아왔는데 남편이 눈치를 준다. 이제껏 '벌어 먹여왔'다는 말을 들었다는 섭섭함에 대한 글도 종종 보았다. 전업이 놀고 먹는 직업이 아닌데, 살림은 누가 하고 애는 누가 돌봤는지에 대한 것은 값으로 치환되지 않는다. 남편에게 기생해서 먹고 산 능력없는 여자로 치부될 때가 많다. 저런 말이 나왔을 때는 남자도 직장에서 압박을 많이 받았겠구나...라는 연민이 분명 들지만, 그것과 별개로 저런 식의 반응을 보이면 안 되는 거지! 저자가 말했듯이, 자녀의 양육을 위해서 한명은 직장을 그만두어야 할 때 남자 쪽이 그만두는 일은 정말 드물지 않은가. 이건 개개인의 태도에 맡길 일이 아니라 시스템 안에서 해결해야 할 난제인데 개별 가정은 늘 고달프다. 



르네였던가? 위기의 주부들에서 쌍둥이 엄마로 나왔던. 남편은 자꾸 사고를 쳤고, 경제적으로 시달리던 르네가 직접 일을 하겠다며 회사로 갔는데 출산전 실력이 어디 가질 않아 계속 승승장구했지만 집에 아이들이 많아(게다가 남편이 사고쳐서 데리고 온 아이까지) 도저히 일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그런 르네가 회사에 강력 요구해서 탁아실을 운영하게 됐는데 그 바람에 직원들도 안정을 찾고 회사도 윈윈했더라....는 에피소드가 기억난다. 삼포세대, 칠포 세대가 넘치는 이 시점에서 저런 이야기도 먼나라로 들릴 수 있겠지만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다.


많은 책을 소개했는데 내가 읽은 건 열권 조금 넘었나보다. 덕분에 궁금해지고 읽고 싶어진 책들이 많아져서 보관함에 잔뜩 담아놨다. 몇 권은 이미 사기도 했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집 나간 책』의 의미는 “책은 집구석에서 읽을지라도 앎을 통한 실천은 집 밖에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서는 개인을 넘어 사회를 향해야 하고, 그러려면 책은 자신만의 공간인 집을 나가 더 큰 세상 속에서 다른 이의 손을 잡고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 다시 말해 타인과 공감하고 연대해야 한다. 이것이 서민의 읽기와 쓰기의 근본적인 이유이자 지향점이라는 것. 멋지다! 저자의 책 읽기와 책 소개가 다른 사람들에게 또 다른 책 전파가 되고 있고, 책을 통해서 생각을 나누고 공유하게 만든다. 집 나간 책, 집 나간 지식 모두 권장한다. 개념만 집 나가지 않게 잘 붙들어 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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