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석제가 찾은 맛있는 문장들
성석제 엮음 / 창비 / 2009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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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기까지 대기 시간을 버티게 해줄 책으로 급하게 도서관에서 골라간 책이다. 딱히 내 마음을 확 끌어당기는 책이 없어서, 차라리 여기가 집이었다면 사놓고 못 본 내 책 중에서 제일 끌리는 녀석으로 잽싸게 고를 텐데... 하며 선택한 책.  

이 책을 고르게 해준 일등 공로는 사실 고 장영희 씨가 될 게다. '문학의 숲을 거닐다'를 읽었을 때는, 소개하는 책을 내가 보지 못했더라도 저자의 애정이 담뿍 담긴 소개와 감상만으로도 읽고 싶어 탐이 줄줄 났었기에 이 책도 그런 느낌이지 싶었다.  

목차를 보니 내가 이미 읽은 책도 있고, 읽지는 않았지만 읽으려고 벼르던 책도 있었지만 모르는 책도 다수였다. 이미 읽은 책은 이미 가졌던 감상에서 별로 더 보태질 못했고, 내가 읽으려고 원래 마음 먹고 있던 책은 딱 그 만큼의 호기심을 유지했을 뿐이었는데, 추가로 다른 책들에서 더 많은 것을 꺼내지는 못했다. 기대했던 만큼은... 

아무래도 두쪽이나 세쪽 분량의 소설을 보여주고는 맛과 멋과 감동을 함께 받기엔 벅찼던 듯하다. 더불어 이 책을 엮은 성석제가 양념처럼 몇 마디 보태는 말들은 그저 다된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은 것처럼 묻어가는 느낌을 주었으니 더 허탈했다.  

이건 마치 수험생들이 고교생이 읽어야 할 한국 명작 100... 이런 식의 제목으로 요약본 소설을 읽은 듯한 느낌이어서 여간 불만스러운 게 아니다.  

사실, 메일로 받아보는 문학집배원도 처음 신청한 얼마 동안만 열심히 보다가 금세 싫증이 나서 읽지도 않고 삭제한 지 좀 되었다. 뭐랄까... 이미 가득찬 병에 넘치고 있는데도 자꾸만 물을 붓는 느낌이어서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빈 병에 붓고 있는데도 병을 채우지 못하고 밖으로 다 쏟아지는 그런 느낌. 나로서는 참 별로였던 선택이었다. 그래도 뭔가 건질까 해서 꾸역꾸역 다 읽기는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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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 놀라운 팝업왕
로버트 사부다 팝업제작, 프랭크 바움 원작, 푸른삼나무 옮김 / 넥서스 / 2005년 9월
구판절판


내가 갖고 있는 동화책들 중에서 울 언니가 가장 탐냈던 것이 바로 로버트 사부다의 팝업북이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함께 품절이었던 이 책을 중고샵 오픈 첫해에 중고로 구매하고는 심봤다~!를 외쳤었는데, 나중에 살림이 궁해져서 앨리스는 되팔고 이녀석은 아까워서 남겨뒀었다. 첫장을 열었을 때 회오리 바람이 불듯 휘리릭 돌아가는 저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말이다.
계속 내가 간직하려다가, 아무래도 더 필요한 사람에게 주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언니의 생일 선물로 추가했다. 그 전에 사진으로 흔적을 남겨본다.^^

캔자스 외딴 시골 집에서
어느 날 잠을 자고 있을 때
무서운 회오리바람 불어와
끝없는 여행을 시작했어요.

오즈의 마법사는 어떤 사람일까요
코가 빨간 코일까
희고 노란 곱슬머리일까
허수아비 친구야 우리 함께 가보자

멀고도 험한 모험의 길
우리는 신나게 달려나간다
아름다운 나라 오즈로
꿈의 세계 오즈로

오즈의 마법사 노래다. 내가 기억하는 게 맞다면...
가운데의 메인 팝업 말고도 양옆 사이드 책장들을 펼치면 그 안에도 소박한 팝업들이 펼쳐진다. 오즈의 마법사 내용들은 그 사이사이 여백들을 또 꽉 채우고 말이다.

도로시가 에메랄드 도시로 가는 길에 마주친 여러 친구들은 작은 책자 안에 포개져 있었다.
지혜를 간구하는 허수아비와 마음을 간절히 원하는 양철로 된 사람

그리고 용감해지기를 원하는 겁쟁이 허수아비까지......
사실은 자기 안에 내재된 진짜 용기를 모르는 것 뿐인데,
저 표정을 보면 영락없이 겁쟁이 표정이다.
첫 등장은 또 얼마나 우스웠던가.
작은 강아지 토토를 겁주려다가 도로시에게 와장창 깨지고 말았으니...^^

노란 길을 따라 도착한 에메랄드 성.
여기선 초록빛 셀로판지 안경도 들어 있는데,
오즈의 성에 들어서는 사람들이 쓰는 것 같은 안경의 느낌을 준다.
그렇지만 사실 안경은 조잡해서 그냥 보는 에메랄드 성이 훨씬 아름답다.
요새는 안경만 보면 3D 영화가 떠올라서 갑자기 좀 우습기도...^^

오즈와의 거래(?)로 사악한 서쪽 마법사를 해치우러 떠난 도로시 일행.
물론 처음엔 도로시네가 일방적으로 당하고 말지만, 사필귀정!
사악한 서쪽 마법사는 찍소리도 못하고 사라지는 운명을 당하고 만다.
'서쪽'이란 말의 어감을 무척 좋아하는데, '서쪽마녀'가 비록 나쁜 마녀로 나오지만 역시 어감 자체는 참 좋다.

비록 서쪽 마녀를 해치웠지만 오즈는 약속을 지킬 능력이 없다고 이실직고했다.
하지만 그는 진정 지혜로운 인물!
허수아비와 양철로 된 사람과 사자에게 각각 필요로 하는 것들을 찾아준다.
그들이 이미 갖고 있지만 미처 몰랐던 그것들을!

하지만 캔자스로 보내주려던 도로시는 기구를 타지 못하고 오즈만 떠나버렸으니...
결국 도로시는 착한 남쪽 마녀의 도움을 받기 위해 남쪽 나라로 떠났다.
온통 붉은 색으로 된 그 나라로...

오랜만에 마주한 오즈의 마법사 이야기는 재미와 환상 그 자체였다.
그러고 보니 어릴 때 읽었던 오즈의 마법사에 들어있는 삽화들도 기억난다. 그 책은 전체 시리즈를 한 사람이 그렸는지 삽화의 분위기가 다 비슷했는데(시리즈 100권짜리 책이었음에도) 그래도 오즈의 마법사에 그려진 그림들은 이야기와 충돌하지 않고 잘 어울렸다고 기억한다.

언니가 이 책을 받으면 큰 조카와 둘째 조카 모두에게 구경을 시켜줄까? 큰 조카는 혹시 이제 지루해 하고 둘째 조카는 여전히 팝업북을 망가뜨리려는 건 아닐까? 아무튼 간에 재밌게 보아주길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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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03-09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팝업북은 예술 작품이지만 가격이 넘 비싸다는... ㅜ.ㅜ

마노아 2010-03-09 14:58   좋아요 0 | URL
저도 중고책이어서 구입가능했어요. 정가로 사려면 후덜덜...ㅜㅜ

하늘바람 2010-03-09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제가 무지 탐내하는 책이네요 이책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무지무지 아까워서 못 볼게 뻔한 ~

마노아 2010-03-09 14:58   좋아요 0 | URL
나중에 나온 사부다 책보다 요 두 책이 더 정교해 보였어요.6^^

rainy 2010-03-09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좋은 동생^^
저는 아이 어릴 적 큰맘 먹고 사놓고는
정작 아이는 손도 못대게 했다죠 ㅋㅋ
지금은 가끔 보게 해요. 살살 보라고 꼭 토달고^^

마노아 2010-03-09 14:58   좋아요 0 | URL
으하핫, 울 언니도 그럴지 몰라요.^^ㅎㅎㅎ

꿈꾸는섬 2010-03-10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너무 예뻐요. 정말 가격대만 맞다면 얼른 사고 싶은데 너무 비싸요.ㅠ.ㅠ

마노아 2010-03-11 00:05   좋아요 0 | URL
팝업북들은 볼 때마다 침을 흘리게 되어요. 그치만 후덜덜 가격이에요..ㅜㅜ

같은하늘 2010-03-11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팝업북은 볼때마다 탐이나요. 우리집은 둘째 때문에 팝업북은 높은곳에...^^
아마 언니분도 이런 고가의 책을 둘째에게 보여주기는 좀~~~

마노아 2010-03-12 09:09   좋아요 0 | URL
언니네도 제가 선물한 팝업북이 너덜너덜해진 예가 있어요. 하하핫, 그치만 이번엔 절대 안 된다는...ㅜ.ㅜ

아영엄마 2010-03-12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포토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저도 포토 리뷰 당선되었다는 메일이 왔길래 들어왔네요. ^^)

마노아 2010-03-12 12:03   좋아요 0 | URL
아영엄마님 감사해요.^^ 아영엄마님 책도 구경갈게요~
 

1. 주말엔 직장에서 몇 가지 우울한 일들이 있었고, 그래서 몹시 다운되어 있었다. 기분을 업 시키기 위해서 영화를 보았다.  

작년에 그랜토리노 보고서 참 감동 받았는데 이번에도 못지 않은 감동의 물결! 

영화볼 때 음악을 잘 인식 못하고 보는 편인데 이번엔 아카펠라 곡이 너무 귀에 감겼더랬다. 이번에도 아드님 음악이구나. 훌륭해! 

오늘 학생들한테 이 영화를 강추했는데, 넬슨 만데라를 모르.... 클린트 이스트우드도 모르....;;;; 그럼 맷 데이먼은 알까? 갸는 알겠지...;;;;; 

2. 나의 바닥으로 떨어진 기분은 역시나 공장장님이 퍼펙트하게 올려주었다. 변신한 헤어스타일에 꺄악! 본인은 유승호 머리를 했는데 남들은 김범수 머리로 안다나? 실은 나도 김범수 생각했는데...ㅎㅎㅎ 

3. 5월 예정인 10집 앨범의 미완성 곡 3개를 들었다. 가칭 a.b.c였는데 난 a가 너무 좋았다네. 절절했달까... 저러다 사리 나오겠네... 

4. 오전 중에 집에서 전화가 왔다. 받아보니 알라딘에서 반품 받으러 기사님 오셨다고... 난 반품 신청한 것 없는데....;;;;; 

5. 올해 고3은 전체 학생 방과후 학교가 정해졌는데, 나는 근현대사를 맡고 싶었지만 어쩌다 떠밀려서 국사를 맡게 되었다. 그런데 수강신청 받고 보니 인원 채우지 못해서 폐강. 그렇지... 국사는 선택과목이었지. 그것도 몇 명 갈 수 없는 학교....;;;;; 

6. 어떤 학급에선 회장으로 출마한 아이가 뭘로 어필했냐 하니 일년 내내 칠판은 자신이 지우겠다고 했단다. 그럼 부회장은 뭘 걸었냐 하니 일년 내내 '모든' 일을 자신이 다 하겠다고 했단다. 그렇게 걸고서도 칠판한테 밀렸구나...ㅋㅋㅋ 

7. 그저께 도서관에 예약 걸어둔 책이 한 권 반납됐다고 문자가 왔고, 어제도 또 다른 예약책 돌아왔다고 문자가 와서 오늘 가라앉은 기분을 업될 기대로 도서관에 갔건만, 정기휴일이었다. 아뿔싸....;;;; 

8. 언니가 생일 선물로 시계만 3개를 골라놨는데, 배송 받아보니 하나가 불량이다. 교환 신청해 두었고... 

9. Do you know 독도? 티셔츠가 예뻐서 색깔별로 긴팔 반팔을 구입했는데 전부 크다! 반품을 할 것인가 고민했는데 그냥 입기로 했다.   



10. 좀 전에 또 다른 업자분들이 견적내러 다녀가셨다. ㅎㅎㅎ 집주인이 미안하다고 전화주셨다. 한 번 더 견적 내보자고... 네엡~ 얼마든지요~ 오늘 오신 분은 어째 카리스마가 있어 보였다. 그냥 이분이 하셨음 좋겠다...;;;; 필요한 책이 있어서 책 찾으러 짐 더미를 30분 간 헤맸지만 결국 못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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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3-08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삶은 참 변화무쌍해요. 심심치는 않을 듯... 좋게 생각하자고요.^^
방금 전 봄맞이 전도대회 1+1 대상자로 나를 정했다며 독서회원이 돈가스랑 김, 미역, 다시마 바리바리 싸들고 왔어요. 아무래도 권면하는 사람 있을 때 못 이기는 척하고 방학 아닌 휴교를 철회해야될 거 같아요.^^

마노아 2010-03-08 21:01   좋아요 0 | URL
그래도 요즘이 제 인생 중에서는 가장 평화로운 나날들이 아닐까 생각해요. 눈물도 가장 적구요.^^ 이만하면 훌륭하지요.ㅎㅎㅎ
아, 이제 휴교를 철회할 때가 다가왔네요. 그래요. 마음이 동할 때 움직여야지요. ^^

네꼬 2010-03-08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티셔츠 마노아님이 입으면 되게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이렇게 써놓고 또 한번 생각해봤는데) 역시 그래요. 담에 만날 땐 이 옷을..? (^^) 얼렁 만나야겠네.

마노아 2010-03-08 23:15   좋아요 0 | URL
하핫, 그래요. 다음에 만날 땐 꼭 이 옷을 입고 나가겠어요. 나도 멸치 똥을 꼭 빼줘야 해요.^^ㅎㅎㅎ

다락방 2010-03-08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집에 가서 책을 찾아주고 싶은 마음 ♡

마노아 2010-03-09 00:03   좋아요 0 | URL
일주일 안에는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땐 이미 필요로 할 때를 지나가겠지만 아무튼이요..ㅎㅎㅎ

세실 2010-03-09 0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아이들이 잘 찾아요. 조카를 동원해 보심이. ㅎㅎ
티 참 깔끔합니다.
마노아님 화이팅!

마노아 2010-03-09 08:32   좋아요 0 | URL
집을 수리해야 해서 내놓은 짐 속에 있어서 찾을 수가 없어요. 아마 사각지대에 있나봐요.ㅜ.ㅜ
집정리가 되고 나서야 찾을 듯해요. 그래도 어쨌든 화이팅이에요. 세실님 고마워요.^^

무스탕 2010-03-09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57, 총 306306

공장장님만한 강장제가 없군요 ^^
문득 '모두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모두' 라는 문구가 생각나는 공약이었네요.
독도 티셔츠 무슨무슨색 있어요? +_+

마노아 2010-03-09 08:43   좋아요 0 | URL
맞아요. 최고의 강장제죠. 오, 숫자가 예쁘네요.^^ㅎㅎㅎ
제가 산 것은 긴팔 블랙과 연두색, 짧은 팔 흰색과 파랑색이에요.
지마켓에서 본 티가 색이 더 예뻤는데 긴팔과 짧은 팔을 가치 사느라고 11번가에서 구매했어요.^^

레와 2010-03-09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내요! 마노아님 ^^

마노아 2010-03-09 14:59   좋아요 0 | URL
그럼요, 레와님^^

같은하늘 2010-03-11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건사고가 많은 마노아님의 삶이지만 저는 왜 볼때마다 웃음이 날까요? ^^

마노아 2010-03-12 09:10   좋아요 0 | URL
저의 삽질들이 누군가의 웃음이 된다면 기꺼이...(응?)
 


파스타가 쫄깃한 이유? [제 1037 호/2010-03-08]


“난 자장면에 탕수육.”
“파스타 먹자, 오늘만은!”
“그냥 집에서 라면이나 먹자.”

주말 메뉴를 두고 또 식구들 간에 말씨름 시작이다. 외식이라면 무조건 자장면이라는 아들 동우와 TV드라마에서 나오는 근사한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가고 싶은 딸 선우에 만사 다 귀찮다며 소파에 붙어 있는 남편까지 식성도 가지각색이다. 간만에 온 식구가 같이 외식을 하자며 들뜬 기분도 이대로는 망치기 십상.

“지난번 외식 때도 중국집에 갔었잖아. 오늘은 내가 먹고 싶은 파스타로 하자. 요즘 드라마에 나오는 파스타 먹고 싶은 거 얼마나 참았다고.”

“칫, 누나는 TV에서 나오는 건 뭐든지 먹고 싶대. 자장면이 최고라고.”

“하암~ 얘들아, 밀가루로 만드는 국수가 다 거기서 거기지. 괜히 나가서 먹으면 비싸기만 하다고. 집에서 짜파게티, 스파게티, 해물탕면 입맛대로 끓여먹자.”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에라, 오늘은 칼국수나 해 먹자. 부엌으로 가서 밀가루 반죽을 시작한다. 엄마 화난 건 알았는지 딸이 등 뒤에 와서 살살 애교를 부린다.

“셰엡 셰엡~.”
“내 주방에 여자는 나 하나면 충분하다.”
“후후. 엄마는 역시 센스 있어. 엄마, 뭐 만들어요?”
“오늘 외식은 포기. 칼국수 만든다. 아빠 말처럼 밀가루는 다 밀가루니까.”

“칼국수도 좋지.”라며 TV 앞에 철썩 붙어버린 줄 알았던 남편이 벌떡 일어나 도우러 온다. 밀가루 반죽이라면 일가견이 있다.
“자, 아빠가 셰프 부럽지 않은 국수의 마법을 보여주마. 이렇게 밀가루에 물을 넣고 개면 수분을 흡수한 단백질이 부풀면서 결합해 덩이가 지게 된단다. 밀가루에는 탄수화물이 70% 단백질이 10% 가량 들어 있는데 그 단백질 중 80% 정도가 글리아딘과 글루테닌이야. 글리아딘과 글루테닌은 각각 끈기와 탄력이라는 특성이 있고 각 7:3 정도의 비율로 존재하지. 이 두 성분은 반죽을 치대는 과정에서 결합해 글루텐을 만들어내. 자 봐라. 이렇게 잡아당기는 대로 쭉 늘어나고 끊어지지 않지? 글리아딘의 길게 늘어나는 성질, 글루테닌의 힘이 합쳐져 탱탱하고 쫄깃한 글루텐이 완성되는 거란다.”

아빠는 머릿속으로 글루텐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상상하고 있었다. 동글동글한 아미노산이 염주알처럼 늘어선 글리아딘과 용수철처럼 길쭉한 글루테닌이 서로 엉켜붙는 장면을 말이다. 한편 반죽을 하는 아빠를 보며 아들 동우은 연신 감탄사를 뱉는다.

“우와, 아빠 벌써 다 된 것 같아요. 이제 얼른 밀어요.”
“흠 흠, 그래 이 정도면 이제 밀어도 되겠다.”

쓱쓱 방망이로 밀 때마다 죽죽 반죽이 퍼지며 펼쳐졌다.

“아빠 그런데, 이렇게 손으로도 스파게티 국수를 만들 수 있나요?”

아하, 여전히 선우는 파스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물론이지. 만들 수 있고말고. 손으로 만든 생 파스타는 우리집 칼국수처럼 신선하고 단맛이 더 난단다. 하지만 장기간 보존하긴 힘들지. 그래서 우리가 시중에서 구입하는 스파게티 국수는 기계로 면을 건조시켜 보관하기 쉽게 만든 것이야.”

“누나는 스파게티만 좋아한다니까. 아빠, 그런데 스파게티는 엄청 오래 삶아야 하잖아요. 그런데도 먹어보면 면은 딱딱하고. 난 그래서 싫더라.”

아들 놈은 스파게티가 영 싫은 모양이다.

이탈리아의 파스타가 오늘날처럼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된 건 건조기술 덕분이란다. 파스타 제조는 건조공정이 특히 어려워. 너무 빨리 건조시키면 국수 표면에 금이 생겨버리지. 이탈리아에서는 뜨거운 태양 아래 파스타를 말리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해. 하지만 그러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지. 기계 건조를 할 경우에도 40도 정도의 저온에서 48시간 이상이 걸렸는데 최근에는 80도의 고온에서 건조하게 돼 건조시간이 10시간까지 줄었다고 하더구나.

건조한 면의 경우 1년 유통이 가능한 면의 수분함량이 14~15%인데 반해 파스타의 수분 함량은 12~13%야. 고작 2%의 차이지만 이 덕분에 장기 보존이 가능한 거지. 그 대신 삶는 시간은 일반 건조 면의 2~3배가 걸리게 돼 버렸단다. 덕분에 동우가 싫어하는 오래 삶아야 하는 면이 된 거지. 분명히 스파게티를 좋아해도 동우처럼 삶는 시간이 긴 걸 싫어하는 사람이 많을 테니까. 삶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제조사들이 노력을 하고 있단다.”



<파스타 면발(좌)과 까르보나라 스파게티(우)의 모습. 사진제공 동아일보>

“동우가 아직 어려서 그래. 너 나중에 데이트 할 때도 그렇게 자장면만 먹는다고 하면 인기 없을 걸.”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파스타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스파게티는 사실 그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아랍인들이 시칠리아 섬을 정복했을 때 가져온 이트리야라는 국수가 스파게티의 시초로 여겨진다. 스파게티하면 당연히 같이 연상되는 토마토소스 조리법 역시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탈리아에 토마토가 본격적으로 수입된 것은 1830년대 이후의 일이다.

이탈리아 고유의 밀인 듀럼밀은 거칠고 딱딱하며 점성이 강해 빵을 만들기에는 적당치 않았지만 면으로 만들면 탱글탱글하고 쫄깃한 맛이 난다. 익히면 겉은 부드럽고 매끄러우면서 안은 단단하고 거친 느낌이 남아 있는 스파게티 면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면의 가운데 심의 거친 질감이 남아 있는 상태를 ‘알텐테’라고 하며 최고로 친다.

파스타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사이 칼국수가 끓으며 내는 맛있는 냄새가 집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엄마! 정말 맛있어요. 뭐니 뭐니 해도 우리집 칼국수가 제일이네요. 면발은 쫄깃하고 국물 맛도 끝내줘요.”

“그 쫄깃한 면발이 바로 글루텐의 마법이지. 이 감칠맛 때문에 글루텐은 간장이나 조미료의 원료로도 쓰인단다. 점성이 있어서 케찹이나 아이스크림 같은 식품의 첨가물로도 쓰이고, 또 강아지 사료나 물고기 먹이를 만들 때도 없어서는 안 될 성분이란다.”

“이 맛있는 걸 강아지도 물고기도 아는 건가요? 하하하.”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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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0-03-08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그렇구나~
나는 집에서 스파게티 면 대신 라면으로 했었는데...다음엔 스파게티 면으로 해봐야겠으요~ ^^

마노아 2010-03-08 12:58   좋아요 0 | URL
라면으로 스파게티를 끓였던 거예요? 소스 뿌리고 먹으려는 동안 불었을지도 몰라요. ㅎㅎㅎ

L.SHIN 2010-03-09 10:33   좋아요 0 | URL
찬 물에 식혔는데도,
네, 불었습니다....-_-

마노아 2010-03-09 14:59   좋아요 0 | URL
피해갈 수 없는 운명!!

순오기 2010-03-08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상식은 모든 것에 통하는데 우린 그런 걸 아는데 인색한 거 같아요.ㅜㅜ
그런데 여기 나온대로 밀가루 반죽해서 바로 칼국수 하면 덜 맛나요, 밀가루 반죽은 두 시간 정도 지나야 적당히 숙성돼서 더 쫄깃하거든요.^^
그제는 남매만 짜장면과 짬뽕 시켜서 저녁 먹였고, 어제는 잔치국수 만들었어요.
내가 요즘 파스타에 꽂혀서 백만년만에 드라마 대열에 합류했어요.ㅋㅋ
우리 애들이 엄마도 역시 다른 아줌마들과 다르지 않았어! 실망의 소리를 외치지만 꿋꿋하게 보고 있어요. 오늘은 월욜, 파스타 하는 날이라 룰루랄라~~~~~~~ㅋㅋㅋ

마노아 2010-03-08 13:20   좋아요 0 | URL
아핫, 밀가루 반죽은 두 시간 정도 지나야 더 맛난 거군요!
어제 우리집은 언니네 가서 저녁 먹었는데 생생우동과 떡볶이였어요. 밀가루는 거의 빠지질 않아요.^^;;;
울 엄니 제중원 보셔서 저는 파스타를 일주일 지나면 다시보기로 본답니다. 오늘 애들한테 최솁이랑 김사장이랑 누가 더 멋지냐 했던디 돈 많은 사장이 더 멋있는 거래요.ㅎㅎㅎ
 


아바타 이후 ‘3D 입체영상’을 말한다 [제 1036 호/2010-03-08]


“이제 영화 역사는 아바타 이전과 아바타 이후로 나뉠 뿐이다”

3차원(3D) 입체영화 ‘아바타’ 열풍이 어느 정도였는지 실감할 수 있는 말이다. 아바타는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할 만큼 커다란 업적을 남겼다. 이를 증명하듯 3D영화가 줄줄이 상영될 예정이다.

2010년 올해만 해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비롯해 25편의 3D영화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다큐멘터리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아마존의 눈물’도 3D영화로 다시 찾아온다. EBS는 2월 28일 서울 시내 한 극장에서 3D영상 시사회를 열기도 했다.

그렇다면 3D영화는 어떻게 태어났을까. 놀랍지만 3D입체영상의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전문가마다 의견차가 있기는 하지만, 수백 년 전부터 그림 두개를 놓고 프리즘을 통해 입체 영상을 만들어 내는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른쪽 눈과 왼쪽 눈을 한 쪽씩 가리고 사물을 보면 두 장면 서로 다름을 알 수 있다. 인간의 두 눈은 약 6 cm 정도 떨어져 있어 약간 다른 각도에서 대상물을 쳐다보게 되고, 각각의 눈에 들어오는 이미지는 서로 약간씩 다른 상을 갖게 되는데 이것이 ‘양안시차’이다.

뇌는 두 영상을 하나로 인식하도록 만드는데, 3D영화는 이 영상을 분리해 입체감을 만든다. 처음부터 두 대의 카메라로 영상을 찍고 이것을 투사할 때 왼쪽 눈에 해당하는 카메라의 영상은 왼쪽 눈으로만 보고 오른쪽 눈에 해당하는 카메라의 영상은 오른쪽 눈으로만 볼 수 있도록 하면 실제와 똑같은 입체감과 거리감이 있는 입체 영상이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3D의 원리이다.



<아바타가 일으킨 3D영화 열풍은 유성영화나 컬러영화의 도입에 견줄 만한 ‘패러다임 전환’으로 평가받는다.
사진은 아바타의 한 장면>

그런데 왜 이제야 3D영화가 ‘뜨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모인 극장에서 오랫동안 관람하는 3D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매우 정교한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2개의 카메라가 움직이면서도 각도 차이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보는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입체감도 반영을 해야 한다. 제임스 카메룬 감독이 3D영화를 구상한 지 16년 만에 아바타가 개봉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아바타에 열광했지만 아직 3D입체영상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이다. 안정적인 3D영상을 위해서는 후반작업까지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 3D입체영상으로 생방송을 할 수가 없다. 게다가 3D영상을 보고 어지러움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소니는 안정적인 3D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2개의 렌즈가 내장된 카메라를 개발했고, 입체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2개의 카메라를 잇는 ‘리그’ 기술 개발에 많은 기업이 뛰어들었다.

3D영화 열풍에 힘입어 3D산업도 함께 활성화되고 있다. 영화에서 축적된 3D촬영 기술은 콘서트나 스포츠 실황을 3D로 제작하려는 시도로 이어졌고, 3D방송 열풍까지 일궈놨다. 방송사들은 2010년 10월 3D실험방송을 준비 중이다. 물론 2D방송을 보다가 보다 생동감 있는 영상이 적합한 프로그램을 볼 때면 서랍에서 안경을 꺼내야 하는 단점이 있기는 하다.



<2010 KCTA 디지털케이블TV쇼에서 삼성전자가 한 면에 55인치 풀HD 3D LED TV 9대(가로 3대*세로 3대)로 4면(총 36대)을 구성한 대형 ‘3D큐브’를 설치해 전시회에 방문한 관람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사진제공 삼성전자>

3DTV 방송의 시초는 1953년 미국의 LA에서 시작한 공상과학 드라마 ‘스페이스 패트롤’(Space Patrol)의 한 에피소드로 보고 있다. 이후 다양한 실험과 산업적인 적용을 거쳐 ‘미스 새디 톰슨’이라는 프로그램이 방송됐다. 이는 실험적인 단계를 넘어선 3DTV 영상으로 꼽히며, 이후 패밀리 매터스, 드류 캐리쇼, 아메리카스 퍼니스트 비디오 등의 TV쇼가 3DTV영상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을 3D로 중계하는 것을 계기로 3DTV의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국내 지상파 방송도 2010년 초반 3D방송사업자를 선정하고, 하반기에는 남아공월드컵을 3D입체 방송으로 실험중계할 예정이다. 또 스카이라이프는 2010년 1월부터 본방송 2시간 분량의 3D실험방송을 규모를 확대했고, 10월부터는 6시간 분량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도 3D 지상파DMB로 실험 방송될 예정이다.

이에 발맞춰 3DTV의 안방 보급도 확대될 전망이다. 시제품 형식으로 시중에 나온 3DTV는 가격부담이 컸지만, 2010년 3월 말에 출시될 3DTV들은 기존 LCDTV와 가격 면에서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3DTV 보급을 위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기존 가격수준의 TV를 양산했기 때문이다.

TV 가격을 저렴하게 유지한 데에는 안경과 패널기술을 잘 활용한 영향이 컸다. 안경이 저렴한 편광식 3DTV는 디스플레이 자체에서 3D 입체감을 살려줄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오류가 날 경우 패널 자체를 버려야 하는 문제가 발생해 제품 가격이 높아진다. 셔터식 방식은 안경에서 오른쪽 영상과 왼쪽 영상을 번갈아 차단해 입체감을 살려주는 방식으로, 안경이 다소 비싸지만 패널 양산비용은 올라가지 않기 때문에 기존 가격대의 TV가 나올 수 있다.

3D기술을 웹과 모바일 환경에 적용하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일본에서는 휴대폰 단말기에 3D라는 버튼을 넣었는데, 사용자가 이 버튼을 누르면 휴대폰 스크린 상의 이미지가 화면 위로 튀어나오는 듯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한다. 시각효과를 강화한 검색엔진인 ‘서치 큐브’(search cube)도 등장하고 있다.

이렇게 3D기술을 우리가 사용하는 미디어 환경을 바꿔놓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에서 영화로, 무성영화에서 음성영화로, 평면화면에서 입체화면으로 변화하는 영상기술의 다음은 무엇이 될 지 기대된다.

문보경 전자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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