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뮤지컬 The Musical 2016.2
클립서비스 편집부 엮음 / 클립서비스(월간지)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지난 주말에 마타하리 공연이 시작됐다. 아직 후기도 보지 못했고 초연이어서 정보도 거의 없지만 출연진 때문에 기대하고 있다. 류정한이 출연해서 보고 싶은 작품이지만 여주인공이 옥주현이라는 것도 메리트가 되었다. 수년 전만 해도 다 마음에 드는데 옥주현이 여주인공인 게 별로여서 망설이던 때가 있었다. 뮤지컬 배우 십년 차에 그녀가 이뤄낸 성과다. 박수!!!!


인도네시아어로 '여명의 눈동자'라는 뜻을 지닌 마타 하리. 얼마 전에 샤넬이 진짜 스파이였다는 증거가 공개됐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나는데 마타 하리는 어느 쪽일까? 화려한 무대 위에서 공연을 마치고 내려오면 누구나 허무함에 싸일 것이다. 그런 자신을 다독이기 위해 도예를 배우기 시작한 지 이미 몇 년 째란다. 그 이야기에 옥주현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스스로를 관리할 뿐 아니라 정서적으로 위무할 줄도 아는구나!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고은성은 노트르담 드 파리의 '대성당의 시대'라는 노래에 빠져서 원어로 부르려고 불어 학원을 다녔단다.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금 듣고 있다. 한참 TV광고 하던 맷 로랑이던가?? 암튼 그 배우의 성량에는 비교가 안 되지만, 고은성의 노래도 좋다. 호흡만 좀 더 길면 더 좋겠다.


이번 호에선 김유선 분장/가발 디자이너 인터뷰가 실렸다. 소모품인 가발을 시즌마다 새로 제작할 여건이 되지 않아서 주조연 캐릭터 가발은 최대 두번, 앙상블 가발은 최대 세번까지 사용하고, 그 이상 사용하면 폐기한다고 한다. 세탁 후 보관하는 것도 꽤 큰일일 것이다. 


연극 '날 보러와요'는 20년이나 이어진 연극이란다. 함께 작품하다가 고인이 된 분도 이미 두분이라고. 곧 개봉하는 영화 중에 동명 작이 있어서 관련이 있나 싶었는데 소재가 다르다. 연극은 화성 연쇄살인사건, 영화는 정신병원에 억울하게 감금된 여자의 이야기다. 러시아에선 60대 할머니가 아직도 10대 소녀를 연기한다고, 무대란 그런 공간이라고 설명하는 이대연 배우.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선 아직 무리수!



독일 베스트팔렌 주의 특색 있는 공연 도시들 소개도 재밌었다. 특히 보훔의 '스타라이트 익스프레스' 전용극장이 인상 깊었는데, 출연진이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무대를 질주하는 레이스를 볼 수 있게 좌석을 배치한 게 재밌다. 예전에 EBS 스페이스 공감이었던가, 임태경이 이 작품 노래 불렀던 게 생각난다. 


지방을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가 이렇게 당당히 있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이런 것이 곧 지방자치!


연극 렛미인 리뷰도 있다. 렛미인을 보고 온 입장에선 칼럼처럼 큰 감동을 받진 못했지만, 볼 만했다고는 할 수 있다.

오디션 경쟁률이 무려 600대 1이었다고 한다. 대단해!


이번 호에는 무려 이승환 공연 소식도 있다! 음하하핫, 역시 사서 보길 잘했어!

그러나 내가 가진 못한 공연이다. 이승환과 아우들이라는 제목으로 락 공연이었다.

이승환 단독 공연이면 락 공연도 당연히 가지만, 여러 팀이 나올 때는 피하기 시작한지 몇 년 됐다.

이승환 나올 때까지 최소 두시간에서 네시간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스탠딩으로 그걸 버틸 체력이 이제 없어..ㅜ.ㅜ


공연 마케팅의 새 바람으로 등장한 게 컨셉 사진이란다. 증명사진 같던 프로필 사진에서 작품의 색깔을 느끼게 해주는 컨셉 사진이 등장한 게 '엘리자벳'이었다고. 그러고 보니 그때 엘리자벳 역의 옥주현이 넘넘 이뻐서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확실히 컨셉 사진이 더 또렷하게 작품을 각인시켰다. 


과거 제작사들이 오리지널 공연을 그대로 가져오는 레플리카 프로덕션으로 라이선스 공연을 올렸던 것과 달리 최근 5년 사이 음악과 대본을 사와서 국내에서 재창작하는 스몰 라이선스 형식의 작품들이 엄청 늘어났단다. 그래서일까. 초연 때보다 재연 때에 확실히 다듬어져서 극이 더 자연스러워진다. 같은 공연 안에서 첫공보다 막공으로 갈수록 대사가 다듬어진다. 과거에 실망했던 작품들도 다시 보면 좀 나아졌으려나? 이를테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나 드라큘라 같은...


배우의 작품 경력을 그래프로 표현한 'life graph' 주인공은 박은태다. 앗싸!

주로 비극적인 정서가 강한 작품에서 처절한 캐릭터를 맡다가 무대에서 흥겹게 놀 수 있었던 엘리자벳의 루케니 역할이 참 즐거웠다고 한다. 내 생각에도 그동안 너무 우울한 역을 해왔다. 최근 프랑켄슈타인도 그렇고... 작품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스타일이어서 걱정이 되는 배우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엘리자벳에도 꼭 출연해 주기를!


원작 소설의 한 대목을 옮겨와 작품 사진과 함께 실어주는데 이번 호는 '프랑켄슈타인'이다. 사실 작년 연말에 공연 보기 전에 읽으려고 책을 사두었는데 표지도 못 열어봤....;;;;;


메리 셸리와 친분이 있던 바이런이 그녀를 비롯한 지인들에게 유령 이야기를 하나씩 짓자고 제안하면서 이 작품이 나왔다고 한다. 일행 중 유일하게 그녀만이 이야기를 완성했다고. 아담이 되어야 하지만 타락천사가 되어버린 불행한 괴물의 목소리가 더 듣고 싶어졌다. 


2월호를 3월 끄트머리에 가서야 다 보았지만, 그래서 공연 소식을 자꾸 늦게 듣지만, 아무튼 이번호도 만족스럽다. 굳!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RINY 2016-03-30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은태 배우의 루케니를 다시 한번 보고 싶네요.

마노아 2016-04-02 23:54   좋아요 0 | URL
같은 작품 여러 번 반복하는 것 같아요.
엘리자벳과 지.크.슈 등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이 많아요.
노트르담 드 파리도 꼭 보고 싶고요. ^^

2016-04-02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02 2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04 1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04 2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FUSION 과학

제 2614 호/2016-03-23

 

프랑스 와인의 명성, 원산지 표시제도로 만들었다


축하할 일이 생기거나 특별한 손님을 모실 때는 식탁에 와인을 한 병 올려서 분위기를 돋우기도 한다. 그런데 적당한 와인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 미국, 아르헨티나, 호주,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메뉴에 적힌 종류만 수십 가지가 넘기 때문이다. 세계 곳곳의 와인 중에서 특히 높은 가격에 팔리는 것은 프랑스산이다. 종류가 다양한데다가 품질까지 좋아 격식 있는 자리에서 환영을 받는다.

프랑스 와인을 마시기로 결정했어도 구체적으로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생산지에서부터 품종, 생산년도, 가격까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우선은 붉은색 레드와인과 투명한 화이트와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고기 요리나 양념이 센 음식은 레드와인, 생선 요리나 간이 세지 않은 음식은 화이트와인이 어울린다.

보르도, 부르고뉴, 론, 루아르, 알자스, 샹파뉴, 랑그독 등 대표 생산지 중에서 선택하되 품종도 함께 살핀다. 보르도에서는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든 레드와인이 많다. 부르고뉴 지역의 레드와인은 ‘피노 누아르’, 화이트와인은 ‘샤르도네’ 품종이 대부분이다. 론 지역은 북쪽의 ‘시라’와 남쪽의 ‘그르나슈’가 레드와인으로 유명하지만 섞어서 만드는 곳이 많다. 품종이 쓰여 있지 않은 와인은 여러 품종을 블렌딩해서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 생산년도는 당시의 기후가 어땠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에 판단의 기준이 되지만 가격과 연관시켜서 생각하면 무리가 없다.

이렇게 하나하나 따져서 마침내 적합한 와인을 주문한다. 종업원이 유리잔에 서빙을 해주면 다들 잔을 들고 쨍 하는 경쾌한 소리로 건배를 한다. 처음에는 색깔을 감상하고 냄새를 살짝 맡은 다음 한 모금 마신다. 새콤하기도 하고 떫거나 달기도 한 와인이 입안에 들어왔다가 목으로 넘어가면 손님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그런데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든다. 그까짓 와인 한 잔 맛보겠다고 이렇게까지 공부를 해야 하나. 프랑스는 왜 이리도 와인에 신경을 쓰는 것일까. 프랑스 와인은 언제 어떻게 고급 제품으로 자리매김했을까. 비결은 ‘지리적 표시제도’에 따른 까다로운 규제와 관리에 있다.

지리적 표시제도(GIS)는 말 그대로 ‘어느 곳에서 재배되거나 수확되었는지’를 밝히는 제도다. 특히 농산물은 지역에 따라 품질과 특성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생산지를 명시하면 유사 제품과의 차별성이 부각돼 소비자의 선택을 돕는다. 고품질을 유지해온 지역민의 노력을 지적재산으로 인정하고 보호함으로써 명맥 유지를 돕는 효과도 있다.

고대 그리스는 이미 기원전 7세기에 특급 와인에 생산지를 표시했다. 인류가 지리적 표시의 이점을 깨달은 지 2500년도 넘었지만, 법률을 제정해 보호하기 시작한 것은 100년을 조금 넘겼다. 지리적 표시제도를 공식적으로 도입한 첫 국가는 프랑스다. 1905년에 와인을 비롯한 농산물의 생산지를 표기하는 법령을 제안하고 1919년 정식으로 발의했다. 처음에는 농민들의 반대에 부딪혔지만, 1935년에는 포도주·증류주 국가위원회(CNVE)를 세웠고 1947년에는 국립 원산지표시 품질관리원(INAO)을 출범시켰다. 1955년에는 일반 농산물이 아니라 가공식품인 치즈도 지리적 표시를 의무화했고 1990년에는 농업 전체로 확대 적용했다.

현재 프랑스 내에서 생산된 모든 농산물은 어느 지역에서 생산했는지를 반드시 표기해야만 판매할 수 있다. 덕분에 소비자는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안전한 먹거리를 구매하게 됐고 정부는 지속적인 품질 관리 정책을 펴는 한편, 농민들은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 높은 값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지역색을 중시하는 전통 때문에 법제화 훨씬 이전부터 수백 년 동안 농산물의 원산지 표시를 당연하게 생각해온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 거들었다.

우리나라에는 ‘신토불이’라는 말이 있다. ‘몸과 땅은 서로 다르지 않다.’ 즉 사람은 거주지 인근에서 수확한 식품을 섭취해야 한다는 뜻이다. 프랑스도 이와 비슷한 단어를 사용한다. ‘테루아(terroir)’다. 우리말로는 ‘토양’으로 번역되지만 본래의 자연뿐만 아니라 인간의 개입까지 함께 지칭하는 표현이다. 각 농작물이 제대로 자라는 데 필요한 지리, 기후, 지질, 농법 등 환경 전체를 가리킨다.

농산물의 품종이 같아도 어떤 테루아에서 재배됐는지에 따라 맛과 상태에 차이가 난다. 작물의 특성과 지역의 조건을 잘 알고 있는 농부가 재배해서 제품으로 가공할 때 재료는 최상의 맛을 낸다. 오랜 시간 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며 노하우를 쌓아온 지역 농부들의 노력과 자존심을 하나의 지적재산으로 인정해줄 때 국가 전체의 농업도 힘을 유지한다.

그러나 프랑스가 지리적 표시제도를 시작한 이유를 살짝 들춰보면 자존심과 더불어 ‘위기감’이라는 단어를 발견하게 된다. 2천 년이 넘는 역사를 통해 세계 최고의 와인을 만들어오던 콧대 높은 나라였지만, 19세기 말 미국으로부터 해충 필록세라(phylloxera)가 전래되면서 와인 생산 자체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른다. 필록세라는 흙 속에 사는 진딧물 같은 곤충인데 포도나무의 뿌리를 파고들어 말라죽게 만든다. 수많은 연구에도 퇴치법을 찾아내지 못해 전국의 포도밭이 황폐화됐다.

해결책은 하나뿐이었다. 필록세라에 저항성을 가진 미국산 포도나무 뿌리를 수입해서 프랑스 땅에 심고 그 위에 기존 포도나무 가지를 접붙여서 해충이 땅으로부터 못 올라오게 만드는 방법이다. 당시로서는 최하품 취급을 받던 미국의 포도나무를 이용한다는 말에 프랑스 농민들은 반대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자존심과 위기감의 팽팽한 대결 끝에 기사회생의 쓰디쓴 처방을 받아들였다. 이후 지역과 자국의 농산물 산업을 재건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지리적 표시제도다.

프랑스 와인은 아오쎄(A.O.C.)라는 이름의 지리적 표시제도를 운영 중이다. 우리말로는 ‘원산지 명칭 통제·관리’로 해석된다. 와인 병에 붙은 라벨을 살펴보면 크게 상표, 품종, 연도, 지역의 4가지를 읽어낼 수 있다. 상표, 품종, 연도는 쉽게 읽어낼 수 있지만 지역명은 표시가 복잡하다. ‘오리진(Origine)’ 즉 원산지에 해당하는 단어 앞뒤로 ‘아펠라시옹(Appellation)’과 ‘콩트롤레(Controlée)’라는 글자가 붙는다. 아펠라시옹은 명칭, 콩트롤레는 통제·관리란 뜻이다. 와인 생산지를 표시할 때는 법에 따라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보르도에서 생산된 와인은 ‘아펠라시옹 보르도 콩트롤레’, 부르고뉴에서 만들어졌다면 ‘아펠라시옹 부르고뉴 콩트롤레’라고 쓴다.

프랑스의 와인은 품질에 따라 여러 등급으로 나뉜다. 저품질 일반 와인은 ‘뱅 드 타블(Vin de Table)’이라 하는데 식탁에 두고 부담 없이 마시라는 뜻이다. 품종이나 재배방식에 대한 규제가 별로 없어서 저렴한 가격에 생산이 가능하다. 그 위 등급은 지역(pays)에서 관리한다 해서 ‘뱅 드 페이(Vin de Pays)’라 부른다. 그 위 등급이 ‘아오쎄’에 해당한다. 프랑스 와인을 고를 때 ‘아펠라시옹’과 ‘콩트롤레’라는 표현이 보인다면 믿고 마셔도 좋다. 종업원에게 “아오쎄 등급이냐”고 미리 물어보고 확인하면 된다.

요즘은 미국과 아르헨티나와 같이 신대륙에서 생산된 와인이 환영을 받는다. 기후가 일정하고 병충해가 적어 높은 품질에도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프랑스 와인이 주는 고급 이미지를 따라가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프랑스의 명성은 몇몇 회사의 마케팅에 의해 일시적으로 생겨난 거품이 아니라 원산지 표시를 국가 차원에서 엄격하게 관리하며 법적으로 보호해온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아오쎄 등급의 와인을 마실 때는 프랑스 사람들처럼 건강을 기원하며 건배를 외쳐보자. “썽떼(Santé)!”

글 : 임동욱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시사IN 제442호 2016.03.05
시사IN 편집부 엮음 / 참언론(잡지)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고려대가 성적 장학금을 없앴다. 장학금이 개인의 성취에 대한 상금이 아니라 구조적인 불평등을 조정하며 각자 처한 조건과 상관없이 공부를 장려한다는 의미에서 '장학'금의 본래 취지로 돌아간 것이다. 노동하지 않으면 학교를 다닐 수 없는 학생들에게 공부할 '시간'을 돌려준 것이다. 기사에서 언급했듯이 아주 바람직한 시도이고 결정이지만, 이것이 더 의미가 있으려면 개별 대학이 아닌 그 이상으로 확대되어야 더 큰 파장력을 줄 것이다. 장학금이 상금이 아닌 말 그대로의 장학금이 된다... 당연한 일인데도 그동안 참 당연하지 않아 왔다. 시립대의 반값 등록금이 국공립 대학으로 모두 확장되고, 고향 땅에 있는 대학에 진학해서 고향 땅에서 당당히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그래서 서울로 서울로 집중되지 않을 수 있는 그런 풍경을 그려 본다. 아득해 보이지만, 그런 길로 갔으면 한다. 


김형민 피디의 '딸에게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도 재밌게 보았다. 무려 쿠빌랑 칸에게 맞서서 할 말을 해낸, 그렇게 국익을 지켜낸 인물이다. 쿠빌라이는 고려 왕족 영녕군 준이라는 자로부터 "고려 군대가 5만씩이나 되니 일본을 치는 데 도움이 되고도 남습니다"라는 허튼소리를 듣고 있었다. 쿠빌라이가 고려 군대를 내놓으라고 윽박지르자 이장용이 이렇게 맞받아쳤다. 


"30년 전란으로 인해 다 죽어서 없어졌습니다."


세상에! 그 전쟁의 당사자에게 늬들 때문이잖아!라고 외친 게 아닌가! 쿠빌라이도 기가 막혔을 것이다. 간이 배밖으로 나왔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너희 나라에는 여자가 없느냐? 죽은 자는 있고 태어난 자가 없다?" 하지만 이장용은 움츠러들지 않았다.


"성은을 입어 (즉 몽골과의 전쟁이 끝나) 9년 동안 전쟁이 없었습니다. 그때 태어난 아이들이래봤자 이제 9살입니다. 폐하의 군인으로 쓸 수가 없습니다."


히야..... 감탄스럽다. 앞서 영녕군이라는 작자가 한 행위는 나라를 골백 번을 팔아먹을 해위. 왕족이라는 자가 저랬다. 병자호란 때 포로로 잡혀간 자식을 몸값 치르고 데려오면서, 지나치게 돈을 많이 지불해 이후 다른 백성들이 몸값을 지불할 수 없게 만들었던 어느 몹쓸 인사가 겹쳐 보였다. 징글징글한 놈들...


김형민 피디는 이렇게 잇는다.

몽골의 침략에 고려는 치열하게 항전했어. 그러나 전쟁이란 정의롭든 그렇지 않든 나라를 망가뜨리고 사람들을 피폐하게 만든다. 요즘 들어 전쟁이라는 소리를 함부로 내뱉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 아빠는 견딜 수 없게 슬프다. 군사작전권도 갖지 않은 처지에 '대통령이 김정은을 제거할 결심을 해야 한다'느니 운운하며 떠드는 족속들이, 과거 쿠빌라이 옆 고려인들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또 북한의 위협을 강조하며 테러방지법을 그토록 목 놓아 떠들다가 정작 '국가테러대책회의' 의장이 자신이라는 사실도 몰랐던 총리를 본다면, 고려 재상 이장용은 몽골 말로 이렇게 외칠지도 모른다. "오오, 탱그리시여(오오, 하늘이시여)."


저렇게 내뱉어도, 나라를 팔아먹는데도 무조건 찍어주는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으니.... 오오 탱그리시여!!


리베카 솔닛에 관한 기사도, 하퍼 리에 관한 기사도 반가웠다. 얼마 전에 파수꾼을 읽어서 더 눈길이 갔다, 앨라배마 대학 학생들이 영문학부 건물의 이름을 '하퍼 리 홀'로 바꾸자는 인터넷 청원을 시작했단다. 현재 건물의 이름은 '모건 홀'인데, KKK의 리더였던 존 타일러 모건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그가 남북전쟁 때 불타버린 대학 재건에 재정적 도움을 줬기 때문이라는데... 우리나라 사학을 세운 친일파들의 이름이 스쳐지나간다. 아흐 동동다리, 아흐 탱그리시여!


표지 때문에 시사 인을 샀다. 한참 필리버스터가 물 오를 때였다. 하지만 배송이 지연되었고, 이 책이 내 손에 들어왔을 때는 허무하게 필리버스터가 중단된 뒤였다. 그러고도 얼마나 갖은 우여곡절이 지나갔던가. 정치가 생물이라는 것만 생생하게 경험한 지난 보름이었다. 하지만 표지의 문구처럼, 이 또한 '민주주의의 시간'임을 기억한다. 총선이 한달 여 남았다. 다급한 마음이 들지만, 짧은 시간도 아니라고 본다. 끝까지, 끝까지 고고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I Need My Monster (Hardcover)
Howard McWilliam / Flashlight Pr / 200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단은 몬스터 게이브와 친구다. 게이브가 있어야만 잠이 들 수 있는 아이다. 그런데 게이브가 낚시하러 간다고 쪽지를 남기고 사라졌다. 일주일 후에나 돌아온단다. 이럴 수가! 게이브 없이는 한숨도 잘 수 없는 에단인데! 큰일이 난 것이다.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다. 게이브 없이도 잠들어 보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게이브의 거친 숨소리가, 콧바람이, 손톱으로 긁어대는 소리가 모두 그리웠다.

그러니까 에단은 소음이 필요한 것인가??

갖은 방법을 동원하고도 잠들기에 실패한 아이.

그래서 플랜 B를 내놓았다. 게이브 대신 다른 몬스터를 소환하는 것!

도대체 게이브와는 어떻게 만났으며, 다른 몬스터는 또 어떻게 부르는지는 알 수 없다.

정말 몬스터인지, 몬스터가 나오는 책 속 캐릭터를 혼동하는 것인지도 모두 알 수가 없다. 

아무튼 아이는 노력했다.

나름 몬스터스러운 애들이 다녀갔다.

하지만 아무도 게이브를 대치할 수 없었다.

게이브같은 손톱, 무시무시한 손톱을 가진 몬스터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 등장하는 몬스터들은 왜 이리 착한가.

하나같이 친절하고 쏘우 쿨하다. 퇴짜를 맞아도 화내지 않는다. 놀라운 친화력!

아무튼, 결국엔 아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친구 게이브가 돌아온다.

얼마나 무시무시한가 싶었는데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괴물 같달까.

아이를 보면서 팀 버튼이 떠올랐다.

누군가에게는 기괴하고 무서운 존재가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호기심과 애정의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린아이에게 어울리지 않는 음습함이라고 누군가는 수근댔을 지도 모르지만, 그 아이가 자라서 그 독특함을 예술적으로 풀어냈다.

문득, 빅 피쉬가 떠오른다. 보지 못했는데, 보고 싶었던 영화다. 근데 이거 팀 버튼 작품 맞던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상한 엄마 그림책이 참 좋아 33
백희나 글.그림 / 책읽는곰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흰구름에 먹을 쏟으니 먹구름이 되어버렸네. 이를 어쩌나?



먹물 퍼진 하늘에 비구름이 잔뜩 몰려왔다. 서울엔 비가 쏟아지고, 직장에 있던 엄마는 아이가 아파서 조퇴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를 어쩌나. 집에는 아무도 없는데, 아픈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찾느라 여기저기 수소문...

그런데 전화 연결도 잘 안 된다. 잡음만 계속 들릴 뿐.

그런데 그 다급한 목소리를 누군가 들었다.

구름에 실수하셨던 그분! 되시겠다.



누군지 자라 모르겠지만, 애가 아프다니 도와줄 수밖에! 그리하여 등장한 '이상한 엄마'다.



게이샤 같기도 하고 경극 배욱 같기도 하고, 달걀 귀신 같기도 한 이상한 엄마는 계란을 풀어서 요리를 해주셨다.

맛있다기 보다는 오묘한 손맛! 어쨌든 열이 펄펄 끓었던 호호는 '안개'처럼 달걀국을 끓여낸 이상한 엄마의 간호를 받았다.



엑스맨에서 기상을 담당한 할 베리처럼 습도조절을 위해 안개를 불러낸 이상한 엄마.

그리고 푹신한 뭉게 구름 위에 호호를 재웠다. 

하루종일 발 동동 굴리며 일했을 엄마는 퇴근시간에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오지만 아직도 내리는 비 때문에 마음만 계속 다급해진다. 그렇지만 집에 들어서자마자 곤히 잠든 아이를 보니 안심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아이가 구름 위에서 잠들었다는 것, 식탁 위에 어마어마한 밥이 차려져 있던 것에는 나중에 놀랄 일이었다.



이상한 엄마가 두고 온 날개옷 까지도.



옷 찾으러 다시 오실 건가요? 이상한 엄마, 이상한 선녀님!

그런데 우리 어디서 본 것 같지 않나요? 이분과 어떤 관계신지??



장수탕 선녀님이 하얗게 분칠하고 오신 건지, 아님 두분이 모녀 혹은 자매 관계인지???

아무튼 반갑습니다!!!



같이 온 미니 자석도 반가워요! 식단표 위에 붙여놨어요. 매일매일 쳐다봅니다!


백희나 작가의 신작이 반갑다. 가장 잘 하는 인형들도 함께 나왔다.

호호 엄마의 저 실감나는 실루엣이란!

엄마의 애타는 마음도, 이상한 엄마의 마법같은 도움도 모두 실감나게 다가온다.

많은 걸 상상하게 하고 꿈꾸게 하는, 독자를 행복하게 만드는 멋진 책이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그재그 2016-03-16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취항저격♡♡

마노아 2016-03-16 23:54   좋아요 0 | URL
최고지 말입니다!!!

책읽는나무 2016-03-17 0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장수탕 선녀님과 이상한 엄마는 자매? 모녀? 궁리하다가
에라~
반가워요 백희나님!! 으로 결론 내렸어요^^
참 반가운 신작이군요!!

마노아 2016-03-17 13:13   좋아요 0 | URL
캐릭터가 완전 마음에 들어요. 시리즈로 많이 내줬으면 좋겠어요.
두 선녀의 관계도 꼭 밝혀주구요.^^ㅎㅎㅎ

꿈꾸는섬 2016-03-17 0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희나작가님 좋아요. 이상한 엄마도 기대되네요. 아이들 너무 좋아하겠어요.

마노아 2016-03-17 13:13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좋아할 테죠? 제가 봐도 이리 좋네요. 백희나 작가님 짱입니다.^^

단발머리 2016-03-17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들은 둘째치고 제가 읽어야겠어요. 너무너무 기대되는 책이예요. 특히나 그림책이라니*^^* ㅎㅎ

마노아 2016-03-18 14:16   좋아요 0 | URL
저두요! 조카보다 제가 읽고 싶어서 냉큼 주문했어요.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