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뮤지컬 The Musical 2016.3
클립서비스 편집부 엮음 / 클립서비스(월간지)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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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뮤지컬 1월호였던가... 아무튼 몇 달 전에 보았던 기사에서 뮤지컬 '빨래'를 엄청 추천했더랬다. 뮤지컬 큐레이터 고은령..... 맞나? 전 아나우선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방송에서도 빨래를 추천했다. 2월에 몹시 보고 싶었는데 바빠서 못 가던 터에 홍광호가 3월에 빨래에 합류한다는 게 아닌가! 오, 이건 가야 해!라고 알람 맞춰가며 준비했지만 예매 전쟁에서 장렬하게 전사했다. 2차 전도 마찬가지였다. 예매대기도 시도했지만, 모든 좌석의 예매대기도 매진이었다. 헐! 홍광호가 출연하기엔 소극장이 너무 좁았다. 그는 자신이 출연한다고 해서 극장이 커지는 걸 경계했지만 팬들은 바로 그걸 원했다규!


결국 빨래는 보지 못했다. 홍광호 걸로 보고 싶었는데 표를 구하지 못한 탓에 애정이 한풀 꺾였다. 다음 기회에 만나자꾸나!


미스 사이공 웨스트엔드 공연에 참여하면서 느낀 이방인으로서의 외로움이 빨래에 재출연하게 된 계기라고 한다. 합법적으로 체류를 해도 이리 고독한데, 불법 체류하는 이주노동자들의 불안함과 외로움이 얼마나 클까 생각하게 되었다고. 보지 못했지만, 이번 솔롱고는 그의 앞선 솔롱고보다 더 깊어지지 않았을까. 


우리나라에선 배우 때문에 표를 구하는 경우가 많아서 캐스팅 바뀌면 환불 소동이 일어난다. 그런데 런던에서는 그런 부담은 없다고 한다. 출연진이 바뀌는 것에 대해서 관객이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우리나라 공연 문화는 굉장히 스타 위주라는 생각이 든다. 스타 마케팅은 양날의 검이다. 덕분에 홍보가 되고 관객이 들어오지만, 거기에 의존하면 작품의 질이 떨어질 수도 있고, 배우들 사이에 위화감도 일 것이다. 배우보다 작품의 파워가 더 커지고 공연 문화가 좀 더 건강해져야 될 테지. 나도 거기에 일조하는 관객이어서 달리 말을 보탤 수가 없구나..;;;;


홍광호 기사를 보니 엄청 조심스럽고 소심해 보인다. 강박적인 예의가 느껴진다. 이런 성정이 정교한 음악을 만들어내는지도 모르겠다. 몇 달 전에 그동안 모아온 티켓북을 다시 정리한 일이 있는데, 스위니 토드 감상에 그렇게 적혀 있었다. 류정한과 임태경 때문에 예매를 했는데 홍광호의 발견이었다고. 작품을 보다가 졸아서리... 영화 스위니 토드도 졸아서리....;;; 스위니 토드와 나는 맞지 않나 봐... 하며 이번 예매는 건너 뛰었다. 조승우 주연이라 표구하기도 어차피 힘들 터! 


뉴시즈 기사도 꽤 많이 할애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고, 신물팔이 아이들이 보여준 '연대'의 힘에 관심이 간다. 학생 하나가 이 뮤지컬을 보고 와서는 선생님은 모르는 뮤지컬일 거예요. 라고 말을 해서 어찌나 웃기던지...ㅎㅎㅎ


마타하리 연출가 인터뷰에 보니 마타하리가 처형당하던 순간에 안대도 쓰지 않고 울부짖지도 않은 채 당당히 죽음을 맞이했다고 표현했다. 이 부분은 뮤지컬에서 언급한 그대로 재현했다고 생각한다. 커튼콜 때 옥주현이 울었는데, 자신의 뮤지컬 인생 십년을 돌아보면서 신인 시절의 풋내기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처럼 휙 지나가지 않았을까.... 짐작했다. 


연출가 말에 따르면 미국관객과 달리 한국 관객들은 열정과 감정을 쌓아두었다가 커튼콜 때 폭발시킨다고. 그게 클래식한 공연에서는 어느 타이밍에 박수를 쳐야할지 눈치를 봐서 그런 게 아닐까? 커튼콜 때는 박수를 치지 않는 게 실례처럼 느껴지니까. 눈치 안 보고 맘껏 칠 수 있고 소리도 지를 수 있는 그런 타이밍! 내 생각이다. 


한국의 멀티 캐스팅의 장점을 얘기해 주었고, 지크슈으 무대와 조명이, 엘리자벳의 의상이 참 좋았다고 얘기한다. 괜히 내가 다 으쓱!


일본 배우 코니시 료세이의 한국 뮤지컬 관람 후기도 나오는데, 이렇게 외국인들이 말하는 우리나라 공연 이야기가 좋다. 그들 눈에는 어떻게 보이는지 몹시 궁금하기 때문이다. 자국의 공연과 비교하기 때문에 차이점을 선명히 알 수 있는데, 차이는 있어도 무대의 열정과 감탄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헤드윅에 합류한 정문성 인터뷰도 좋았다. 본인이 했던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배우 개개인에게 맞추어 서포트가 강했다고 한다. 자기 노래 부르는 스타일에 맞추어 반주가 다 따라줬다고. 그래서 라이브로 연주하는 노래들은 배우별로 노래 길이가 다르다. 얼마만큼 음을 끌고 이어가는지 서로 다르기에 말이다. 이런 게 또 멀티 캐스팅의 묘미지만... 덕분에 지갑이 가벼워진다는 게 함정! 돌아오는 주에는 변요한 헤드윅을 보러 간다! 기대 중이다.^^


이번 호에서 가장 반가웠던 기사는 엘지아트센터의 안내 멘트 소개다. 이곳에서 공연을 볼 때마다 독특한 안내 멘트에 빵 터질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걸 누군가에게 그대로 재현할 수가 없어서 안타까웠는데 이렇게 기사로 보는구나!


2009년 김동률 콘서트 

여러분 안녕하세요? 공연장까지 오시느라 힘드셨나요? 오시는 길 힘들었지만 아이처럼 가벼운 발걸음으로 오셨을 줄 압니다. 낙엽이 가을빛으로 완연해진,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하신 1,073명의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모두 오래도록 설레는 마음으로 이 시간 기다려 오셨을 텐데요, 나만을 위한 콘서트라는 욕심쟁이 생각을 가진 분이 있다면 함께한 모두가 내 오랜 친구들이라 생각하시고 배려하고 양보하는 마음으로 휴대폰과 카메라의 전원을 과감하게 꺼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희망과 염원을 담아 이제서야 선보이는 2009 김동률 콘서트! 오늘 동률 님이 여러분께 어떤 멜로디로 프러포즈!하실지 너무 기대가 되는데요, 여러분이 동률 님을 아끼는 마음의 잔향이 무대까지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도록 뜨거운 박수와 성원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오늘 콘서트 여행하는 마음으로 지금 출발하겠습니다.


2014년 <라카지> 안내 멘트

관객 여러분께 시원한 웃음과 감동을 드릴 뮤지컬 <라카지> 함께하실 땐 소지하신 휴대폰과 카메라의 전원은 반드시 꺼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공연 내내 라카지 걸들의 성별이 긴가민가 싶더라도 옆사람과 과도한 만담은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상상 초월의 매력으로 여러분께 색다른 즐거움을 드릴 라카지쇼에 흠뻑 빠지신다면, 1막 공연이 끝나기 전에 여러분 자신도 미처 몰랐던 또 다른 성적 취향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겁니다. 자! 즐길 준비되셨다면 여러분의 열정적인 박수와 함성으로 오늘 공연 막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2010년 <맨 오브 라만차> 안내 멘트

관객 여러분! 16세기 스페인의 지하 감옥엔 휴대폰도, 카메라도 없었습니다.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여러분이 라만차의 기사이자 레이디이십니다. 지금 이 순간 나만의 욕심으로 휴대폰이나 녹음기를 켜신 분이 있다면 소지하신 카메라와 휴대폰의 전원을 꺼주시고 모험으로 가득 찬 돈키호테의 여정에 함께해 주시기 바랍니다.


2010년 <빌리 엘리어트> 안내 멘트

어린이나 학생 단체를 동반하신 보호자나 선생님께서는 공연 중에 어린이들이 숨겨진 내면의 끼를 발산하거나, 원초적 본능을 끌어내서 주위 다른 관객께 방해가 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신경을 써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소중한 시간 함께하실 땐 똑똑한 휴대폰과 성능 좋은 카메라, MP3의 전원은 과감하게 꺼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공연 중에 극의 흐름상 반드시 필요한 장면에서 흡연을 하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관객 여러분의 건강을 위해 금연초로 대체하고 있지만 연기와 냄새로 인해 조금 불편하실 수 있습니다. 이 점 관객 여러분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2012년 국립현대무용단 신작 <호시탐탐> 안내 멘트

관객 여러분 좋은 공연은 좋은 관객이 함께 만들어 갑니다. 함께하실 땐 휴대폰과 카메라의 전원은 반드시 공연 전에 끄시고 다른 관객의 소중한 관극 기회를 방해하지 않도록 배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공연 중에 호시탐탐 휴대폰과 카메라를 사용할 생각을 하시면 호랑이에게 냅다 콧등을 걷어 차일 수 있습니다. 어쩔 수 없다면 함께하시는 1시간 40분만이라도 전원을 끄시고 편안하게 공연에 몰입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잠시 후 갑작스럽게 공연이 시작되겠습니다.


2013년 이자람의 <억척가> 안내 멘트

관객 여러분 오늘 함께하실 <억척가>는 관객과의 호흡이 생명인 공연입니다. 생명에 지장이 없도록, 여러 사람 좌절하지 않도록 소지하신 휴대폰과 녹음기 각종 전자기기의 전원은 미련 없이 꺼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판소리 <억척가>는 여러분의 적극적인 추임새가 공연의 흥망성쇠를 결정합니다. 공연 중에 부동자세로 계시면 신체에 무리가 올 수 있사오니 억척네의 인생 파노라마 함께하시면서 흥겨울 땐 흥겨운 대로 서러울 땐 서러운 대로 어깨를 들썩이면서 소리꾼과 좋은 에너지를 주거니 받거니 해주시기 바랍니다. 잠시 후 공연을 시작하겠습니다.


-2부 시작 멘트-

관객 여러분 이자람의 <억척가> 앞마당 재밌게 보셨습니까? 여러분은 최첨단 서라운드 공법의 가설 객석에서 김순종, 안나킴, 억척네로 3단 변신한 한 여인의 희로애락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계십니다. 깊은 진동과 진한 울림에도 안전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사오니 안심하시기 바라며, 가설 객석이기 때문에 소지품을 의자 밑에 두시면 아래로 떨어질 수 있사오니 소지품은 발 앞쪽에 안전하게 두시기 바랍니다. 잠시 후 억척가 뒷마당을 시작합니다.


2012년 이소라 콘서트 <겨울> 안내 멘트

바람이 붑니다. 겨울. 이별이 생각나는 외롭고 쓸쓸한 계절에 운명처럼 그냥 이렇게 함께해 주신 관객 여러분 고맙습니다. 언제나 믿음으로 함께해 주시는 관객 여러분 오늘 첫사랑의 처음 느낌 그대로 마이 님프! 소라 님과 우리 다시 함께합니다. 난 행복해라는 생각이 들어야 할 공연 중 갑작스런 휴대폰 벨소리와 액정 불빛으로 금지된 분노와 피해 의식이 들지 않도록 제발 각종 전자기기의 전원은 이제 그만 꺼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가슴에 타로처럼 별처럼 아로새겨질 오늘 콘서트! 소라 님의 청혼 같기도 하고 고백 같기도 한 시시콜콜한 이야기 함께하시면서 순수의 시절을 랑데부 하는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2009년 뮤지컬 <영웅> 안내 멘트

가슴 벅찬 역사의 순간을 함께하실 땐, 휴대폰과 카메라는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관객 여러분! 그 시절 독립운동을 함께할 순 없지만 여러분이 주시는 뜨거운 박수와 함성은 독립운동의 밑거름이 될 수 있습니다. 100년 전 하얼빈역! 그날의 외침을 되새기면서 지금부터 독립군의 의로운 여정에 함께해 주시기 바랍니다.


2013년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 <플라멩코> 안내 멘트

오늘 공연 설렘으로 기다려 왔을 모든 분들이 공연 중에 휴대폰의 벨소리나 액정 화면에 상처받지 않도록 관객 여러분께서는 소지하신 모든 전자기기의 전원을 지금 바로 꺼주시기 바랍니다. 휴대폰의 진동음보다 백배 강렬하고, 카메라의 플래시보다 훨씬 더 황홀한 뜨거운 스페인의 정열을 온몸으로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창립 30주년을 맞는 서울예술단 관련 기사도 좋았다. 전통을 지키며 현대와의 조화도 놓치지 않으려는 그들이 도전이 눈부시다. 근래에 '윤동주 달을 쏘다'를 아주 좋게 봤기 때문에 더 애정이 솟았다. 게다가 나의 완소 뮤지컬 바람의 나라도 서울 예술단 작품이 아니던가! 예산 문제로 진통을 심하게 앓는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왜 그리 짧게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예산도 확보하고, 관객들도 좀 더 즐길 수 있게 공연 좀 길게 해줬으면 좋겠다. 거의 일주일 정도에 끝냈던 것 같다. 한달은 해주셔야죠. ㅠ.ㅠ


홍보 영상 제작사 비주얼크루 숟가락 기사도 재밌었다. 이들이 제작한 것 중 가장 핫한 반응을 받은 게 '난쟁이들'의 끼리끼리였다. 카페에서 동영상을 틀어보고 나도 배꼽 잡았다. 속된 말로 약 빨고 만든 작품이란 평을 듣는 작품인데, 기사를 보고 나서 곧바로 예매를 했고, 지난 토요일에 보고 왔다. 소문이 사실이었다. 세상에, 오랜만에 배꼽 잡고 웃은 뮤지컬이었다. 뮤지컬보다는 연극적 요소가 컸지만, 아무튼 눈과 귀가 모두 즐거웠다. '어른이' 뮤지컬이라고 불리는, 어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짙은 패러디와 풍자가 쓰라리고도 재밌었다. 굿! 강추다!


이밖에도 포스트잍을 붙인 기사가 많았는데 리뷰 쓰다 지쳐서 이제 그만 줄여야겠다. 3월호 리뷰를 5월에 쓰는 게 민망하니 후다닥 마무리 하련다.


덧글) 참, 이번 호에는 이승환 '빠데이 26년'에 대한 언급도 나온다.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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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1 17: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15 1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씬플레이빌 Scene Playbill 2016.1
sceneclub 엮음 / 시어터플러스(월간지)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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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옵 때문에 구입한 잡지다. 더 뮤지컬을 애독하고 있고, 그나마도 매번 밀리기 때문에 다른 잡지에 눈길을 돌릴 마음은 없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배우가 표지를 장식했는데 지나칠 수는 없었다!


2016년의 첫 커버는 인터뷰를 하지 않기로 유명한 뮤지컬 배우 류정한이 장식해주었다고, 편집자가 첫머리에서 밝혔다. 오홋, 평소 인터뷰에 박한 편이었구나. 팬이지만 잘 몰랐음...


더 뮤지컬은 뮤지컬과 연극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씬플레이빌은 좀 더 다양한 장르의 문화 예술을 다루고 있다. 피아니스트 임동혁은 라흐마니노프 3번을 익히게 되면 일본의 산토리 홀에서 첫연주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라흐마니노프가 그만큼 거대한 산이구나... 싶었다. 그나저나 이 페이지에서(42쪽) 사진은 '피아니스트' 신지아라고 쓰고, 본문에는 '바이올리니스트'라고 썼다. 어느 게 맞음?? 이런 식의 오타는 이 잡지의 처음부터 끝까지 줄기차게 나온다. 매달 나오는 잡지인데도 이런 걸 못 잡아냈다는 것에 크게 실망해서 별점이 박해졌음을 밝힌다.


연극 '나무 위의 군대'는 예술의 전당에서 포스터 봤을 때부터 눈길이 갔다. 다비드 칼리의 '적'이 떠오르는 설정이다.



포즈가 자연스럽고 멋지다. 훗! 


침묵을 깨고 카메라 앞에 선 류정한은 여전히 무대를 숭배하고, 배우는 작품으로 이야기해야한다는 신념을 지닌 사람이다.


아, 이 표현 좋다. 무대를 숭배한다고!

오랜 시간동안 탑을 장식하고 있고, 거의 대부분의 작품에서 마지막에 인사하는 배우(주인공)이지만, 배우를 그만 두었을 때의 이야기, 무대에서 차차 내려오는 이야기가 나왔다. 스스로에게 까다롭고, 무대에 서기 직전 극도의 긴장감과 예민함으로 힘들어 하다가 최근에야 무대를 즐기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이승환과 몹시 흡사해서 놀랐다. 예술가들은 이렇게 통하는 것일까. 


그나저나 팬텀 공연 때 머리를 다쳤다고 한다. 아니 이럴 수가! 전혀 몰랐다. 공연만 보고 공연 관련 기사까지는 찾아보지 못해서 그런가 보다. 팬클럽도 거의 못 들어가보고... 눈에서 멀어졌지만 마음에서 멀어진 건 아닙니다!!



라이선스 공연에 류정한이 나올 경우 성공한다는 공식이 있다 할만큼 많은 작품을 호평 받게 했지만, 이번에 올라간 마타하리는... 음... 평타였음을 고백한다. 안 봤으면 섭섭했겠지만, 두번 볼 정도는 아니었다능...


기사에도 나오듯이 가사전달력은 정말 우수하다. 노래는 말할 것도 없고. 굳이 아쉬운 게 있다면 진지한 역할을 많이 해서 깨방정 가벼운 역은 덜 어울린다. 이를테면 프랑켄슈타인 역은 좋았지만, 1인 2역을 해낸 노예상인 역할은 덜 달라붙는 기분. 그래도 같은 역할을 시간 차이를 두고 몇 번을 보면 꾸준히 진화하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지킬앤 하이드도 그랬고, 라만차도 그랬고 레베카도 그랬다. 개인적으로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류정한으로 만나고 싶다. 그의 겟세마네를 꼭 들어보고 싶다. 


뮤지컬 제작에 관한 포부도 밝혔는데, 근래에 관련 기사가 떴다. 생각보다 훨씬 그 날이 빨리 돌아올 것 같다. 


최근에 학생들에게 관람하고 싶은 역사 영화가 있냐고 물은 적이 있는데 많은 아이들이 '레미제라블'을 꼽았다. 

영화 레미제라블과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같은 해에 봤는데, 둘 다 나는 심심했다. 영화의 경우 배우들이 몇 명 빼고는 노래를 못해서... 일단 주인공 휴잭맨과 러셀 크로우 노래가 성에 안 찼다. 오히려 그걸 패러디했던 군대 동영상이 엄청 재밌었지... 뮤지컬도 인상 깊은 장면이 몇 컷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이 엄청난 스케일의 소설을 무대로 옮기기에는 버겁다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건 나만의 인상일까? 잡지에서도 레미제라블을 재차 봐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힘주어 소개하는데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 답게, 그의 작품을 가지고 초성으로 소개한 '겨울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이 작품은 만화가 황미나 샘이 본인 카페에 연재를 해서 알게 되었는데, 애석하게도 중간에 연재를 그만두셨다. 스케줄이 바빠서 그러셨나... 몹시 고전적인 내용이었는데 셰익스피어 자체가 고전 세대니까!


잡지를 읽은 지 두달 정도 지난 것 같은데 한참만에 밀린 리뷰를 쓴다. 숙제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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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6-05-02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지아님은 바이얼리니스트가 맞습니다. 이 잡지를 소장하고 계시다니 부럽기 한이 없습니다.

2016-05-02 1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신부이야기 8
모리 카오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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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권의 주인공이었던 신부 아니스와 시린의 이야기가 앞부분에 짧게 마무리 되어 있고, 번외편으로 가젤과 카스피 호랑이가 잠시 나온다. 대사 없이 초원의 동물들만 보여주는 것도 신선했다. 아무래도 중앙아시아를 다녀온 기념으로 그린 게 아닐까?


그리고 본편의 주인공은 씩씩한 파리야다. 몹시 무뚝뚝한 인상을 주지만 속정 깊은 아이. 이 아이가 혼기가 찼는데, 지난 번 아미르의 친정식구들 습격으로 마을이 불타면서 수년 동안 준비한 혼수감이 불타버렸다. 원체 실바늘을 잡기 전부터 도자기 흙을 만지며 놀던 파리야는 보통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여성스러움과는 다소 거리가 먼 아이였다. 그래서 혼처가 없을까 봐 늘 걱정했는데, 기껏 잡힌 혼처를 놓칠까 봐 여간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솜씨도 안 좋은데 다시 수년 걸려 혼수감 준비하는 것도 막막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웃들의 도움과 격려로 차분히 준비를 해가는데...



한땀한땀 고생해서 만든 빗집이 고급스럽다. 저렇게 정성을 쏟으면 보는 내내 즐거울 테지. 만약 대충 만들었거나 온갖 짜증을 다 내면서 만들었다면 볼 때마다 또 역정이 날 것 같다. 이걸 보고 나니 고등학교 때 받은 선물이 생각난다. 친구가 내게 주려고 목도리를 뜨고 있었는데, 그게 나줄려고 만드는 건 내가 이미 알고 있었는데, 이 친구가 없는 솜씨에 직접 뜨개질을 하자니 너무 힘들어 하는 거다. 그래서 온갖 짜증을 다 내는 걸 모조리 내가 목격했...;;;; 그나마도 목한번 겨우 감을 만큼의 짧은 길이... 그게 무슨 목도리야..ㅜ.ㅜ 암튼, 그래놓고 자기 고생 많이 했다며 내 생일선물로 내밀 때 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난감했던 기분이, 퍼뜩 떠올랐다. 파리야는 현명한 길을 걸었다.


하지만 세번째 사진처럼 파리야의 취향은 사실 몸을 쓰는 거다. 물길 막히지 않게 도랑청소를 할 때의 파리야는 그야말로 빛이 난다. 에너지가 솟구치는 게 보인다. 하지만 저런 모습을 예비 신랑에게 가장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그게 가장 파리야다운 데도. 



그래서 자신이 이상형으로 꼽는 인물을 본받기로 했다. 하지만 제일 먼저 떠오른 아미르는 너무나 높고 높은 상대.

비슷한 또래 중에서 가장 평판 좋은 인물을 모델로 잡아 보지만, 결론은 저렇게 땅파고 들어가야 하는 기분...

안타깝구나 파리야야.ㅜ.ㅜ 하지만 네 배필은 네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남자 같더만... 좀 더 자신감을 가지렴!!!



그밖에 아미르의 친정 오빠, 잘생긴 아제르가 역시 늠름한 자태를 보여줘서 눈이 호강했다.

진흙을 이용해서 벽돌 만드는 풍경도 흥미로웠고, 우리와는 다른 주판알도 재밌었다.



팔방미인 신부 아미르는 뭘 해도 예쁘고 잘하지만, 사냥할 때 가장 눈부시다. 아, 여전사네!

그런데 굳이 말 위에서 서서 타는 건 왜임?? 자전거 탈 때 오르막길 오를 때 서서 페달 밟는 건 이해가 가는데 말은 왜???



후기에 모리 카오루 작가의 중앙아시아 여행기가 실렸다. 작가님이 신부들의 마을을 어느 나라를 모델로 삼았는지가 나왔다. 가스 머니로 큰 부자가 된 카자흐스탄에 눈 띠용! 두바이스러운 변화인가?? 


유목민을 주인공으로 하는 신부 이야기는 응답하라 1988을 떠올리게 한다. 마을 공동체가 살아있는 삶 말이다. 나와 너와 우리가 모두 공존하는... 몹시 정겹지만 우리로서는 이질적으로 변해버린 그런 풍경들이다. 그래서 사모하게 되지만 더더욱 멀게도 느껴진다. 이제, 신부이야기 9권을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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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a 2016-05-01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펜화가 참 섬세한 그림체네요. 그러면서도 여주인공이 귀여워요!

마노아 2016-05-02 12:37   좋아요 0 | URL
작가님은 이런 복잡한 그림도 아주 즐겁게 그리시는 듯해요. 내용도 좋고 그림 보는 재미도 큰 책이에요.^^
 

완결된 만화책들은 좀 팔아야겠다고 오래 전부터 생각했는데, 완결했으니 정주행 한번 하고 팔고 싶은데, 정주행을 못해서 못 팔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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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백의 신부 24- 완결
윤미경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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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백의 신부 23
윤미경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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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백의 신부 22
윤미경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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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백의 신부 21
윤미경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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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USION 과학

제 2639 호/2016-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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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이 100년 이상 견디는 이유

서울의 서촌과 북촌, 전주의 한옥마을…. 우리나라의 전통 가옥인 한옥을 보존하고 또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한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곳은 주말마다 관광객으로 붐비고, 한옥으로 만든 숙박시설은 미리 예약해야 하루를 묵을 수 있다. 또 한옥을 빌려 실제로 거주하거나 직접 한옥을 짓기도 한다. 
그렇다면 한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한옥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한옥이 어떤 구조로 돼 있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 처마 끝과 기둥 끝이 만나면 30도가 된다?! 

한옥은 일반적으로 대문, 마당, 부엌, 사랑방, 안방, 마루 등으로 이뤄져 있다. 대문을 열면 넓은 마당으로 들어서고 마당을 둘러싸고 부엌과 사랑방, 안방 등이 ㄷ자 모양이나 ‘ㄱ’자, ‘ㅁ’자 등으로 배치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구조다. 기단이나 주춧돌, 기둥, 공포, 지붕, 대들보 등을 기초로 한옥이 지어진다. 

그렇다면 이 중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각 요소가 모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한옥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지붕이다. 지붕은 그 집의 분위기나 인상을 결정하고 매끄러운 곡선으로 이어지는 지붕은 한옥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도 한다. 아름다움과 함께 지붕은 눈이나 비를 막고 햇빛을 차단하는 등 한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어떤 기와를 사용하는지도 매우 중요하다. 

그림. 풍속화첩-기와이기(김홍도/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예로부터 집을 짓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질 좋은 기와를 구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한옥의 기둥은 대부분 나무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습기에 무척 약하다. 지붕에서 물이 샌다면 나무가 썩을 수 있기 때문에 한옥을 오래 보존하기가 힘들다. 질 좋은 기와와 함께 집을 지탱할 나무를 잘 구해야 한다. 

또 지붕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나라의 계절적인 특징 때문이다. 사계절의 변화가 있는 우리나라는 한 여름에 태양이 가장 높이 걸리는 남중고도는 77도다. 90도에 가까운 각도로 태양빛이 내리쬐기 때문에 날이 뜨겁고, 낮 길이가 긴 것이 여름 날씨의 특징이다. 하지만 겨울에는 이와 반대로 남중고도가 30도 정도다. 태양빛이 비스듬하게 내리쬐기 때문에 춥고 낮의 길이가 짧다. 

지붕은 이런 계절적 특징을 고려해 만들어졌다. 기둥 중심으로부터 밖으로 돌출된 지붕의 끝 부분을 처마라고 하는데, 처마의 끝 선과 기둥의 끝 부분을 연결하면 기둥과의 각도가 약 30도가 나온다. 이런 형태를 이루고 있어 한 여름 태양빛은 처마 때문에 집 안 깊은 곳까지 들어오지 못한다. 반대로 겨울에는 남중고도가 낮기 때문에 집 안 깊은 곳까지 태양빛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자연의 특성을 활용해 한옥의 부족한 냉난방을 보충하려는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 한옥의 무게중심은 위에 있다 

전주 한옥마을에는 100년이 넘은 한옥이 있다. 바로 학인당(學忍當)이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고택으로 민가 중에 문화재로 지정된 유일한 곳이다. 학인당은 처음부터 소리를 위해 설계된 집이라고 한다. 그래서 숙박은 물론이고, ‘학인당 국악제’를 열어 공연도 감상하는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어떻게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한옥이 건재할 수 있을까. 

사진. 학인당 본채 전경(출처: oldtour.jeonju.go.kr)



그 비밀은 바로 무게중심에 있다. 한옥은 땅을 다진 뒤 주춧돌을 놓고 그 위에 수직으로 기둥을 세운다. 뼈대를 놓고 지붕을 올리는 것이다. 아파트나 양옥의 무게중심이 아래에 있는 것과는 다르게 한옥의 무게중심은 위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춧돌을 제외하고는 다른 부분이 교체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습기에 약한 나무 기둥이 썩거나 낡으면 부분적으로 교체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한옥이 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아파트와 같은 건물은 기둥을 교체하기가 쉽지 않다. 섣불리 기둥을 손보다가 큰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한옥에서 기둥을 교체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썩은 부분만 잘라내고 새로운 목재로 덧붙인 다음 주춧돌에 맞춰서 그랭이질을 하면 된다. 그랭이질은 그랭이를 사용해 주춧돌의 울퉁불퉁하고 불규칙한 모양을 기둥의 면에 맞게 깍는 작업을 말한다. 기둥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도 이런 식으로 교체하면 오랫동안 한옥을 보존할 수 있다. 

습기에 취약한 한옥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기단(基壇)을 쌓기도 했다. 기단이란 집터를 잡고 터를 반듯하게 다듬은 다음에 터보다 한층 높게 쌓은 단을 말한다. 기단을 만드는 목적은 지하수나 빗물이 집으로 올라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또 기둥을 거쳐 주춧돌을 통해 기단에 전달되는 지붕의 하중을 골고루 분산시키기 위함도 있다. 집이 기울거나 가라앉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기단은 땅에 있는 벌레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쌓기도 했다. 또 햇빛이 집 안까지 충분히 들어가게 하기 위해 기단을 쌓기도 했다. 

한옥은 알면 알수록 참 신비롭다. 그 당시에 어떻게 이런 생각까지 할 수 있었을까 존경스러운 마음도 든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우리나라에 맞게, 또 우리 가족에 맞게 집을 지었을 것이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조상들의 지혜를 본받아 남아 있는 한옥을 잘 지키고 자손들에게 잘 물러주어야 할 일이다. 

글 : 심우 과학칼럼니스트 
일러스트 : 유진성 작가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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