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원래는 금요일에 공개수업을 하려고 했는데, 수요일로 당겨서 해버렸다. 그것도 1교시에. 순번으로 치면 학기 시작하고 세번째 주자로 꽤 일찍 한 편이었다. 어떤 반에서 수업을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워낙 수업 분위기가 좋고 기자제가 잘 갖춰진 반은 1학기 때 했던 반인데, 2학기에는 다른 반에서 해보는 게 좋겠단 생각을 했다. 차순위 반도 꽤 괜찮은 편이었지만 한 아해가 너무 나대는 통에 수업 때마다 좀 시험이 드는 편인지라...;;;; 제끼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 후보가 내가 보름 동안 담임을 맡은 반이었다. 사실 이 반은 수업 분위기가 좋은 편이 아니다. 그래서 아이들도 공개수업에 동원(?)된 적도 없었다. 보름 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정이 들어서 기왕이면 기를 살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정말 고맙게도 수업을 멋지게 만들어 주었다. 비록 기울어진 의자 사건이 있었지만 잘 마쳤다.
2. 임시 담임을 맡으면서 업무가 너무 많아져 버거웠다. 공강 시간에 책을 전혀 볼 수가 없었다. 무척 많은 시간을 써야 하고, 많은 일을 해야 하고, 가끔은 엄한 일에도 노출되는 일이라지만, 아해들과 가까워질 수 있어서 무척 의미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 동안은 좀처럼 알 수 없었던 일들. 학급의 아이들도 내 새끼 같아 맘이 짠했는데 아이를 낳아 키우는 건 비교할 수 없을만큼 더 어마어마한 일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역시 엄마들은, 부모들은 참 위대하다.
3. 무거운 짐을 하나 내려놓았으니 머리를 식혀줄 겸 영화를 보기로 했다.


뮬란 : 전사의 귀환....은 12세 관람가였는데 정말 12세 용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때 참 화려했던 조미도 이제 세월이 스쳐간 흔적이 역력해 보인다. 누군들 피해갈 수 있을까.
오히려 1998년 작 애니메이션 '뮬란'이 더 잘 만든 듯했다. 고증에 문제가 좀 있긴 했지만.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은 꽤 수작이었다. 그녀의 이유있는 살인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끝이 얼마나 비극일지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녀로서는 그게 최선이었다고, 오히려 응원하고 말았다. 까뮈의 '이방인'을 떠오르게 했는데 연출도 훌륭했고 연기도 훌륭했고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다만, 후반부에 '살해' 장면은 꽤 잔인하다. 여기선 어쩔 수 없이 눈을 감거나 시선을 돌려야 했다. 서영희 씨가 자꾸 피가 난무한 영화에 출연하는 듯해서 조금 걱정이 되기는 했다. 지성원(해원 역) 씨는 '이산'에서 처음 보았는데, 하모니를 거쳐 이번 영화까지 점점 연기가 느는 듯하다. 그녀의 캐릭터도 꽤 인상적이었는데 잘 했다고는 못해도 그녀의 심정은 백분 이해가 갔다. '친절하게' 사는 일, '정의롭게' 사는 일이 점점 힘들어지는 세상이다.
4. 그러니까 어제 퇴근 길에, 김복남-을 보러 총총총 걷고 있는데 오른쪽 샌들의 발가락을 감싼 밴드가 느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침 자체 발광 소년과 나란히 걷고 있었는데 어느 틈에 보니 바닥이 들려지면서 발가락을 감싼 밴드가 아예 빠져버렸다. 이럴 수가! 다행히 발목을 감싸는 밴드가 남아 있어서 신발이 벗겨지진 않았지만 발이 좀 끌리는 느낌이었다. 누가 내 발에 신경을 쓰겠냐마는 나는 너무 신경이 쓰이고 불편했다. 전에 강남역에서 발이 너무 아파 급하게 샀던 샌들인데 편해서 이번 여름 내내 신기는 했다. 그래도 한 달하고 사흘 더 신었을 뿐인데 벌써 망가지다니...ㅜ.ㅜ
영화나 소설이었다면 멋지구리 애인이 이 발을 어떻게 해줬겠지만 현실은 그런 일 따위는 없고... 나는 가까운 문구점에서 삼디다스(..;;;;) 슬리퍼를 3천원에 구입해서 신었다. 아 스타일 어쩜 좋아...ㅜ.ㅜ
5. 그렇게 그 발로 영화도 보고 수영장으로 향했는데 차도 막혀서 강습에 조금 늦었다. 내가 이뻐라 했던 울 샘은 다른 곳으로 가시고 새로운 선생님이 오셨는데 무척 경쾌하신 분이다. 그런데 진도가 조금 난감하다. 마주치기 싫은 1인을 피하느라 한 시간을 늦췄더니 같은 진도의 사람이 별로 없는 듯하다. 게다가 원래 쓰던 레일은 개인 강습 레일로 빠져서 내가 현재 사용하는 레일은 나처럼 한 달 된 사람과 두 달 된 사람, 그리고 석달 된 사람 등등, 여러 진도의 사람이 섞여 있는 거다. 그리하여서 나는 8월 한 달 겨우 강습 받아서 아직도 키판 잡고 자유형 하는 인간인데, 9월 1일에는 배영을 해야 했고, 9월 3일에는 평영 발차기를 배웠다. 배영은 팔 젓는 것 빼고 그냥 물에 떠서 팔 위로 올린 상태만 가능했고, 평영은 70cm 깊이에서 발차기를 했는데 모양이 아주 웃겼다. 그나저나 나 이 진도 괜찮을까? 자유형 아직 못하는데...ㅜ.ㅜ
6. 오늘은 이집트에서 귀국한 친구를 귀국 후 두 번째로 만나기로 한 날이다. 친구가 중이염 때문에 병원에 갔는데 주말이라 사람이 많아서 늦어진다고 연락이 왔다. 한 시간 반을 반디 앤 루니스에서 주구장창 기다렸다. 책 안 가져갔음 어쩔 뻔 했어...;;;;
아무래도 친구가 늦어질 것 같아서 얇고 가벼운 만화책을 들고 갔는데, 다 읽고도 친구가 오질 않아 어린이 코너에서 책을 좀 더 봤다.






오늘의 선택은 대체로 별로였다. -_-;;; '시골집이 살아났어요'가 좀 재밌었고 나머지는 그닥....;;;;
7. 친구가 도착해서 교보로 옮겼다. 새단장 마친 교보가 궁금했는데, 정문 앞 거리는 아직도 공사 중으로 난리법석. 게다가 주말이라 내부는 사람으로 미어터졌다. 중앙 통로는 좀 넓어진 듯하지만 서가 사이사이는 좁아진 느낌. 원래도 천장이 높지는 않았는데 여전히 포기하지 못한 천장 장식으로 더 좁게 느껴졌다. 필기구 몇 개 사고, 책 좀 보고, 물 좀 얻어먹고, 그러다가 다시 쌩하니 나왔다. 사람 없는 반디에 있다가 사람으로 꽉 채운 교보에 가니 숨이 막힌다. 다음에는 평일에 오리라.
8. 친구와 세종 이야기, 충무공 이야기를 관람하고(대체 몇 번째인지...ㅎㅎㅎ) 헤어졌다. 좀 더 있고 싶었지만 신고 갔던 다른 샌들이 아파서 못 있겠더라. 버스에 타서 금세 잠이 들었는데 옆줄에 앉은 아해 둘이 너무 떠들었다. 노래도 부르고 비명도 지른다. 잠결에도 무척 짜증이 났는데 그 아이들 엄마가 애들더러 조용히 하라고 더 크게 소리를 질렀지만 애들은 듣지 않고 엄마 목소리도 시끄럽고...;;;
그러다 또 잠이 들었는데 그 엄마의 고성에 놀라 깼다. 정황을 보아하니 앞줄에 앉은 나이 지긋한 중년 부인이 시끄럽다고 뭐라 했나 보다. 애들 엄마가 자기가 조용히 시키던 것 못 보았냐고 악을 쓴다. 앞줄 중년 부인이 뭐라 했는지를 듣지 못했지만 젊은 엄마의 태도는 상당히 안하무인이었다. 아해들이 말도 못하게 떠들고 그 엄마도 무척 시끄럽게 굴었던 것까지는 내가 기억하니까.
중년 부인은 잠자코 있었는데 꽤 분했을 것이다. 상태를 보아하니 젊은 엄마가 평범한 교양 수준은 아닌 듯해서 그냥 넘어갔음 싶었는데 기어코 몇 마디를 더 보탰다. 엄마 생긴 게 저래서 애들이 본받았다나. 어이쿠, 싸움 커지겠다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젊은 엄마가 앞으로 뛰쳐나가 쌍 시옷 들어가는 욕을 마구 쏟아댄다. 그 일행이었던 다른 여인도 아줌마가 잘못한 거라고 막 거든다. 갈수록 태산!
중년 부인이 벨을 누르고는 하차하면서 다시 엄마 때문이라고 한 마디를 했다. 젊은 엄마가 분기를 못 참고 애들 데리고 뛰쳐 나가더니 중년 부인의 멱살을 잡았다. 버스가 바로 출발해서 그 뒤는 알수 없었지만 걱정스러웠다. 저 젊은 아줌마 사고치겠네... 옆의 일행은 말리지는 못할망정 싸움을 부추긴다. 애들 앞에서 모욕을 당한 것은 부끄럽고, 애들 앞에서 연장자에게 쌍욕을 하며 멱살 잡는 것은 안 부끄러웠을까? 중년 부인 앞에 그만큼 연세 지긋한 아저씨 한 분 계셨는데 둘 다 그만하라고 조용히 한마디 해주셨음 했는데 내내 가만히 계셨다. 영화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이 떠오른다. 나도 한 마디 못 보탠 것처럼 누구라도 그런 싸움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참 걱정스럽네. 그 순간은 버스에 카메라 있는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
9. 친구가 선물을 줬다. 지난 번 만났을 때 주려던 거였는데 어디 들어가 있는지 못 찾아서 오늘에서야 갖고 왔다고. 예수 피난 교회에서 산 기념품으로 십자가 메달이었다. 의도한 게 아니었는데 공교롭게도 내 탄생석과 같은 터키석이다.ㅎㅎㅎ
집에 와서 다른 목걸이의 메달을 빼고 십자가를 달아보았다. 예뻐 보인다. 여름이 다 가기 전에 해봐야지. 메달을 담아왔던 헝겊이 먼지를 많이 탄 것을 보니 확실히 찾느라 애먹었나 보다.ㅎㅎㅎ
목걸이 줄을 찾느라고 악세사리 함을 열었다가, 한 달 전에 은 세척액을 사두고 방치한 게 떠올랐다. 내친 김에 은으로 된 것들은 모두 세척해서 늘어놓았다.

가운데 파란색 들어간 목걸이와 팔찌 세트는 은이 아니었나 보다. 오히려 색이 탁해져버렸다. 나의 실수!
오른쪽 위의 한 무더기는 언니가 가게를 열던 시절에 직접 만든 것들이다. 왼쪽의 목걸이 두개와 귀걸이가 메이드 인 이집트. 아랍 문자로 만든 '마노아'라는 펜던트와 '앙크' 문양 귀걸이는 내가 장염으로 끙끙대던 귀국하기 전날 구입한 것들이다.ㅎㅎㅎ
그밖에 링 귀걸이 등등. 은으로 된 제품이 꽤 많아서 놀랐다. 이 중에서 내가 산 것은 이집트에서 가져온 게 다구나. 전부 언니가 팔던 것과 직접 만든 것과, 본인이 하려고 사둔 것들이지만, 현재는 모두 내 꺼. 근데 나도 잘 안 한다.ㅎㅎㅎ
좀 지난 사진. 버스 카드 단말기가 종로 쪽 버스에는 저 디자인으로 바뀌어 있었다. 저번에 자연사 박물관 갔을 때 신기해서 찍은 사진. 팔뚝 주인공은 울 큰 조카 세현군. 오늘 화장실에서 큰 볼일 보고 물 안 내리고 집에 갔다. 내일 교육 좀 단단히 시켜야겠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