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나지 않게 해 주세요 베틀북 그림책 99
구스노키 시게노리 지음, 고향옥 옮김, 이시이 기요타카 그림 / 베틀북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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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마음을 너무나 현실감 있게 그려낸 수작 그림책이다.
늘 혼이 나는 터라 심술이 잔뜩 나 있는 아이의 표정이 실감난다.
떼를 쓰며 울어대는 동생. 엄마가 올 때까지, 혹은 엄마가 오고 나면 더 울어버리는 동생 때문에 늘 혼나는 건 내 차지!

학교에서도 혼나는 건 다르지 않다.
뭔가 잘해보려고 하는 일들이 선생님을 기암시키고 마니...
먼저 약올리게 한 건 다른 녀석들인데 싸우고 나면 나만 혼나고 만다.
먼저 울어버리면 당해낼 재간이 없다. 우쒸...

어제도 혼났고, 오늘도 혼나고... 내일도 혼나겠지?
착하다라는 말을 듣고 싶지만 엄마도 선생님도 늘 화난 얼굴만 보여주신다.
화내면 얼굴에 주름 생긴다는 말은 엄마가 언제나 예뻤으면 하는 마음으로 한 말이었는데 화를 내셨고,

입학식 때는 목소리가 크고 씩씩해서 좋다던 선생님이, 이제는 시끄럽다고 화를 내신다.
아, 대체 어쩌란 말인가!

어떻게 하면 혼나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칭찬을 받을까?
나는... '나쁜 아이'일까?

칠월 칠석날에 반 친구 모두 소원 나무에 걸 소원을 쪽지에 적었다.
축구 선수가 되게 해달라는 소원,
피아노를 잘 치고 싶다는 소원...
그렇지만 우리의 꼬마 친구의 소원은 바로 이거다.
혼나지 않게 해주세요!
(틀린 맞춤법은 원작의 느낌을 바로 가져오기 위한 설정이다.)

아, 아이의 저 간절한 바람이라니. 눈물이 와락 나버렸다.
오죽했으면 저런 마음일까.
자주자주 혼나곤 하는 큰 조카는 벌써 이 책을 섭렵해 버렸단다. 울 언니가 보기 전에 치워두려고 했다는데...^^

아이의 저 마음도 이해가 가고, 매번 혼내키는 엄마와 선생님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책 속 아이의 사랑스러움과, 엄마와 선생님의 반응이 몹시 인상적이었다.
일본의 풍습도 알 수 있어서 또 좋았다.(일본에서는 칠월 칠석날, 대나무에 소원을 적은 종이인 '단자쿠'를 매달고 색종이 따위로 장식하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예쁜 책이다. 지금... 할인 행사 중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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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6 2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0-09-27 00:02   좋아요 0 | URL
이런 황금 기회를 놓치시다니...정월 대보름에는 기필코 소원을 비셔야겠어요.^^;;;
아쉬운 연휴가 끝났어요. 새롭게 한 주를 시작하도록 해요.^^

2010-09-27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7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9-28 0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른들은 그냥 하는 웬만한 말도 아이들은 혼난다고 생각하더군요. 우리 민경이도...
그래서, 혼나지 않기를 비는 아이의 마음에 저절로 공감돼요.

마노아 2010-09-28 12:13   좋아요 0 | URL
아이들 입장에선 그렇게 들릴 것 같아요. 이 책은 공감 백만 배였어요.

같은하늘 2010-10-01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도 얼마전 이 책 구입했는데...
다른 인터넷 서점에서 50% 한다는 얘기에 외도를~~ㅋㅋ

마노아 2010-10-01 13:25   좋아요 0 | URL
알라딘도 50% 하지 않았나요? 울 언니도 거기서 샀나? ㅎㅎㅎ
 
을지로 순환선 - 최호철 이야기 그림
최호철 지음 / 거북이북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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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가운데를 통으로 들어다 책에 옮겨 놓은 느낌이다.
2호선이 지나는 역이 표시되어 있다. 우리 집에서 강남 역이 꽤 멀구나... 부터 먼저 떠올랐다. 맛있는 것 많은 강남역!(응?)

소가 누워 있는 모습 같다는 와우산.
산 위의 풍경은 정겹고 따스한데, 산 아래로 내려갈수록 빡빡한 도심이 찌를듯이 다가온다.
저 높다란 건물과 굴뚝, 빈틈없이 채워진 집과 집과 그 속의 사람들.
숨이 막혀 온다.

이제는 더 이상 봄을 기다리지 않는 땅.
피우지 못할 꽃 대신
돈이 자라나는 땅.
판교 택지 개발지구다.
돈이 자라서 맺은 열매에선 얼마나 고약한 내가 날까.

낮은 집들이 각자 알아서 높아진 마을.
좁아진 길만큼 마음도 좁아진다.
잘 살든지 말든지
어떻게든 알아서 살아가고
세금만 제때 내라 한다.
주차 전쟁 무서워서 면허도 못 따겠다.(응?)

지갑 좀 열어 줘...
제발...
불황 속 창업이라니, 얼마나 불안불안할까.
노란 풍선이 정말 지갑 좀 열어달라고 사정사정 하는 것처럼 보인다.

오늘만큼은 현실에 찌든 엑스트라가 아냐.
세상의 주인공이야.
흉내낸 거라도 말야.
코스튬 플레이 행사장의 모습이다.
코스 플레 행사장을 많이 다닐 때는 내게 카메라가 없었는데,
카메라가 생긴 이후로는 그런 행사장을 가보질 못했다.
어쩐지, 섭섭하다.

이 책의 표제작이기도 한 '을지로 순환선'
끊임없이 거대한 도시의 일터와 쉼터 사이를
다람쥐 쳇바퀴 돌듯 맴도는 을지로 순환선.
고단한 승객들의 표정이 마음을 억누른다.
게다가 2호선이 얼마나 콩나물 시루인지 능히 짐작이 간다지...

일상의 고단함에
소음은 자장가로
세상은 베개가 된다.
조각 잠이라도, 달콤하게 주무셔요...

야! 이렇게 만나다니,
놀랐다......
기억나니?
이 자리에서 뛰놀던 어린시절 우리 마을이...

옛 동창을 만났다. 반갑다고 말하면서 서글픈 마음이 먼저 든다. 서로가 서로에게...

오를 수 없는 높이의 벽을 닦고 칠한다.
비정규 일거리로...
오를 수 없는 높이, 넘을 수 없는 벽...
막막함에 먹먹해져 온다.

어서 미군기지가 옮겨와 더 커지길 바라는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
기지 확장으로 삶의 터전을 잃게된
이웃 마을의 이전 반대 외침이
네온 불빛에 묵혀 버리는 곳.
걸려 있는 현수막의 문구들이 낯을 뜨겁게 한다.
사실은 마음이 먼저 뜨거워져야 하는 것인데...


한 장의 그림에 몹시도 많은 이야기들이 스며 있다. 한 장의 그림이 한 편의 이야기로 다가온다. 그래서 이 책을 '이야기그림'이라고 하나보다. 이런 이야기, 많이 읽고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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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0-09-27 0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호철을 여기서 이렇게 다시 보게 되니 격하게 호들갑을 떨고 싶어지는 걸요~
저,최호철 님 참 좋아요~^^

마노아 2010-09-28 00:00   좋아요 0 | URL
헤헷, 참 근사한 작가님 같아요. 메시지가 엄청 깊어요.^^

카스피 2010-09-27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림이 무척 생동감이 있네요^^

마노아 2010-09-28 00:00   좋아요 0 | URL
살아 숨쉬는 그림으로 읽혀요.^^

순오기 2010-09-28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 이런 책도 있군요. 신선해요!!

마노아 2010-09-28 12:13   좋아요 0 | URL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그림도 있더라구요. ^^

BRINY 2010-09-28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순오기님과 동감이에요! 이런 책이 다 있군요!

마노아 2010-09-29 09:08   좋아요 0 | URL
저는 어디서 소개 글을 봤던 것 같아요. 좀 되었는데, 그게 어딘지 까먹었어요.^^;;

같은하늘 2010-10-01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서재에 오면 이렇게 관심가는 책들을 만날 수 있어 너무 좋아요.^^

마노아 2010-10-01 13:25   좋아요 0 | URL
좋게 봐주셔서 저도 기뻐요. ^^ㅎㅎ
 
울기엔 좀 애매한 사계절 만화가 열전 1
최규석 글.그림 / 사계절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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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기엔 좀 애매한'을 보기 위해서 밀렸던 최규석 만화를 몇 권 먼저 읽었다. 그의 유년 시절과 성장기를 함께 더듬어 보면서 그가 갖고 있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연민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 '울기엔 좀 애매한'을 읽으면서 그의 주체할 수 없는 고뇌와 안타까움, 일종의 부채 의식도 같이 느낄 수 있었다. 뭐라고 말하기 힘든 복잡한 감정이 와르르 밀려온다. 작가는 울기엔 애매하다고 말하지만, 내 보기엔 펑펑 울어도 지나치지 않는 마음으로 말이다.  

 

저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있는 파키스탄 아저씨의 표현이 찌르르 울린다. 착한 사람을 위해서 하는 고생은 힘이 들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두에게 그런 고생 쯤이야 하나의 훈장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만 그런 마음일랑은 이 책 전반을 다 뒤져도 찾기 어렵다. 힘든 건, 그냥 힘든 거다. 울기엔 좀 애매하다고 괜찮은 척을 하지만 사실은 모두들 괜찮지 않다. 하나하나의 캐릭터가 모두.  

 

주인공 원빈 군을 보시라. 이름과 상반대 되는 외모로 인해 벌써부터 한숨 져주고 들어간다. 저 삐질삐질 흐르는 땀방울이 리얼함 그 자체다. 

고3 학생으로 뒤늦게 미술학원 입시반에 들어갔다. 어머니의 굳은 각오로 지원을 약속 받았지만, 마음과 달리 현실이 녹록치 않다. 열심과 성실과 노력으로 기를 쓰며 달려나가는 우리의 원빈군.  다행히 학원에는 괴짜 선생님이 마음을 훈훈하게 해준다.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그런 훈훈함이 아니라 현실의 각박함을 살벌하게 알려주지만 밉지 않은 스타일이랄까.  

자본주의를 찬미하는 척하지만, 사실은 여린 마음을 가진 선생님의 '어른' 현실도 사실 만만치는 않다. 공모전에 낼 숙제를 대신 그려달라는 학생과 학부형. 그런 아이들로 인해 다른 아이가 피해를 보는 상황에 대해 항변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이렇다. 

 

은수는 또 어떻던가. 제법 그림을 그리고, 또 좋은 대학에 붙었지만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하는 수 없이 재수를 하게 되었고,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은 통장에 들어오기가 바쁘게 다른 구멍으로 새나가고, 원망이라도 해볼라치면 더 기막힌 현실이 발목을 붙잡고, 연애란 사치가 되어버리는 기구한 청춘일 뿐이다. 그리고 그 모습은 머지 않아 원빈의 모습이 될 처지이기도... 

 

은수의 등줄기에 그늘이 잔뜩 드리워져 있다. 이제 겨우 스무 살이건만, 세상의 모든 짐이 다 저기에 얹혀진 것 같은 착각마저 인다. 그런 은수도 울기엔 애매하다고 말을 하는데, 정말 그런 것일까? 울 수 없어 애매하다고만 말하는 청춘들,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게임이 끝나버린 출발선에서 신호만 기다리고 있는 불쌍한 우리의 아이들이다. 그리거 그 출발선에는 아직도 대기 중인 예비 학생들이 너무도 많이 깔려 있다.  

 

그런 이들에게도 좀 배울만한, 존경할 만한 어른들이 있어줄 것 같았다. 그런 어른들이 있어야 마땅했다. 줬다가 빼았는 것은 더 나쁜 거니까, 차라리 아무 희망도 주지 말고 기대도 걸지 말게 해야 했다. 하지만 어디 세상이 그렇던가. 가장 만만한 상대부터 등쳐먹는 이 버르장머리 없는 세상 인심을 어찌하면 좋을까. 

작품은 작가의 유머 감각이 제대로 녹아 있어서 무척 재밌게 읽을 수 있지만, 그 사이사이의 버거운 인생살이 때문에 한숨이 더 깊었다. 청소년들을 위한 작품인데 청소년들이 이 작품을 읽고 나면 어떤 마음을 갖게 될까. 너희 앞의 인생은 여기서 크게 달라지지 않아... 라고 미리 친절하게 설명을 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무지갯빛 인생을 그려라도 보라는 의미로 이건 만화일 뿐이야...라며 비켜가야 하는 것일까. 판단은 알아서들 하겠지만, 참 마음이 아프다. 이런 책을 권하는 게 마땅하다고 여기면서 그 다음엔 무슨 말을 해줘야 하나 고민하게 된다. 참, 서러운 현실이다.   

아프고, 아프지만... 그래도 이런 흔적은 자랑하고 마는 이 철딱서니라니....

작가님의 다음 '수채화' 작업도 기대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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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9-28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한 심정은 결코 청소년에게 추천하고 싶지 않고, 어른들이 꼭 봐야 하는 책으로 추천해요!
먹먹함과 더불어, 세상을 꼭 이 따위로 만들어가야겠니? 라는 물음을 던지는 훌륭한 만화라고....

마노아 2010-09-28 12:14   좋아요 0 | URL
1318이건만 청소년에게 보여주기 힘든 작품이라니, 참 아이러니해요.
엄청 재밌었는데, 또 엄청 슬프고, 아주 복잡한 마음이 들었어요.
좋은 작품 소개해주시고, 선물도 해주시고, 사인도 받아주셔서 감사해요. 최규석 콤보였어요.^^

2010-09-28 1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8 1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슈퍼배드 - Despicable M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슈퍼 악당 개과천선하다. 아이들 눈높이에서는 제대로 신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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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9-23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 댓글 너무 웃겨여! 개과천선하는군요!

마노아 2010-09-23 22:17   좋아요 0 | URL
어린이를 위한 만화영화 주인공이 끝까지 악당이면 곤란하잖아요.^^ㅎㅎㅎ

꿈꾸는섬 2010-09-23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도 괜찮군요. 하지만 내일 마루밑 아리에티를 보러 가기로 했어요. 오랜만에 극장 나들이...ㅎㅎ

마노아 2010-09-24 10:25   좋아요 0 | URL
슈퍼배드는 완전히 어린이 용이어서 보는 내내 힘들었어요. 아리에티는 어른들이 보아도 재밌지 않을까요? ^^

turnleft 2010-09-24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슈퍼 배드가 무슨 영화인가 했더니 Despicable Me 였군요 -_-;;;
영어 제목을 영어 제목으로 번역하는 센스는 또 뭘까요;;

마노아 2010-09-24 10:25   좋아요 0 | URL
한국어 제목을 촌스럽게 여기는 경향이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아요.
게다가 번역을 해도 이상한 제목으로 둔갑할 때도 많구요...;;;;

sslmo 2010-09-25 0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Despicable Me'랑 '슈퍼 배드'를 보고 뿜어져 나오는 줄 알았는데 말이죠.

마노아 2010-09-25 21:13   좋아요 0 | URL
원제는 생각도 못했어요. 전 처음에 슈퍼 침대를 생각했답니다..;;;;;

세실 2010-09-25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규환이는 요즘 친구들과 영화보러 가는 재미에 흠뻑 빠졌답니다. 그래서 마루밑이랑 이 영화 안봐도 되어요.
전 언제부터인가 아이들 영화보면 조는 버릇 생겼어요. 이제 완전한 어른이 되었나 봅니다. ㅎㅎ

마노아 2010-09-25 21:13   좋아요 0 | URL
저도 보는 내내 졸음 참느라 힘들었어요.ㅜ.ㅜ
조카들은 옆에서 까르르 웃는데 저는 몰입이 힘들더라구요.^^ㅎㅎㅎ

2010-09-25 0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0-09-25 21:14   좋아요 0 | URL
저 오늘 자장면 먹었어요.ㅎㅎㅎ 확실히 이번 추석에는 확 끌리는 영화가 없어서 아쉬웠어요.
추석 대목에 가족이 함께 보기 좋은 영화를 기대했는데 말이에요.

hnine 2010-09-26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을 따오는 것도 아니고 '훔쳐온다'는 발상에, 우리와 참 다르구나 생각하며 봤어요.
중력에서 이탈하여 마지막 장면까지 달 주위를 둥둥 떠다니던 노란 알약군 생각이 나네요.
같이 본 다린이, 완전 몰입하여 보더군요 ^^

마노아 2010-09-26 00:18   좋아요 0 | URL
극장 안에 어린이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박수 치면서 엄청 열광하는 걸 보면서 신기했어요.
나도 요만할 때 극장에 왔더라면 이랬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처음 극장에 갔을 때는 열 두 살이었고, 그때 본 영화는 홍콩영화 '소오강호'였어요. 동시 상영으로 본 다른 현대극은 제목이 기억이 안 나요.^^ㅎㅎㅎ
 
8년의 동행
미치 앨봄 지음, 이수경 옮김 / 살림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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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자신이 남아 어슬렁거리는 것을 새로 온 젊은 랍비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혹은 더 이상 설교대에 오를 수가 없어 자존심이 상한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렙은 자신이 늘 서던 설교대에 오르는 젊은 랍비들에게 부러움이나 시기를 전혀 느끼지 않았다(그는 성직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자존심’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은퇴 후 그는 원래 쓰던 널찍한 방을 자진해서 비우고 작은 방으로 옮겼다. 그리고 어느 안식일 아침부턴가는 강단 옆의 상석인 커다란 의자에서 내려와 신도석 뒷줄의 아내 옆에 앉기 시작했다. 신도들은 깜짝 놀랐다. 존 애덤스가 대통령 퇴임 후 시골로 돌아갔듯이, 렙은 신도들 사이로 조용히 돌아간 것이다.
-87쪽

"‘왜 내가 부럽습니까?’ ‘랍비님은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었을 때 신을 욕할 수 있으니까요. 신을 향해 울부짖고, 신을 원망할 수 있으니까요. 왜 내게 이런 일을 겪게 하느냐고 소리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전 신을 믿지 않습니다. 저는 의사였어요! 그런 데도 우리 형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고요!’ 그는 울음을 터뜨리기 직전이었어. ‘전 누구를 원망해야 하죠? 전 신의 존재를 믿지 않아요. 그러니 저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습니다.’"
렙은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슬퍼지는 듯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그건 끔찍한 자기 비난이야."
그보다는 기도하고 응답받지 못하는 게 더 낫다는 말씀인가요?
"그래. 들어 줄 존재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하나님이 내 목소리를 듣고 대답해 주지 않는다고 믿는 게 훨씬 더 위안이 되지."
-119쪽

1975년, 렙의 설교 중에서
한 사내가 농장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었다. 그는 농장에 찾아가 새로운 주인에게 추천장을 건넸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이 사람은 폭풍우가 치는 날에도 잠을 잡니다." 농장 주인은 일손 구하는 일이 급했기 때문에 사내를 그 자리에서 고용했다. 그런데 몇 주가 지난 어느 날 밤, 갑자기 사나운 폭풍우가 마을에 몰아쳤다. 거센 비바람 소리에 깜짝 놀란 주인은 침대에서 일어나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는 사내를 불렀지만, 사내는 깊이 잠들어 있어서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주인은 급히 외양간으로 달려갔다. 놀랍게도 가축들은 넉넉한 여물 옆에서 안전하게 자고 있었다. 그는 밀밭으로 뛰어나갔다. 밀 짚단들은 단단히 묶인 채 안전하게 방추 선에 덮여 있었다. 이번에는 곡물 창고로 달려갔다. 문들에는 빗장이 걸려 있었고, 곡물들은 비 한 방울 맞지 않고 있었다. 그제야 주인은 "이 사람은 폭풍우가 치는 날에도 잠을 잡니다."라는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132쪽

우리가 삶에서 중요한 것들에 항상 신경 쓰면서 살아가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늘 관심과 애정을 쏟고 우리의 믿음을 바탕으로 행동하면, 미처 행하지 못한 일들 때문에 괴로워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우리의 말에는 항상 진실함이 담길 것이고, 사랑하는 이를 껴안는 우리의 두 팔에 힘이 들어갈 것입니다. "이렇게 할 수도 있었는데…….", "저렇게 했어야만 했는데……."하는 탄식과 후회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우리는 폭풍우가 치는 날에도 안심하고 잠잘 수 있습니다. 그리고 때가 되면, 온전하고 후회 없는 모습으로 그들에게 마지막 이별을 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
-133쪽

나도 우울증이 중요하고 실제적인 병이라는 것은 안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는 반드시 의학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울증이란 말이 너무 남용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사실 우리가 ‘우울증’이라고 부르는 것은 대부분 ‘불만’이라는 감정인 경우가 많다. 기준을 너무 높게 설정해 놓거나, 마땅한 노력은 기울이지 않으면서 훌륭한 결과만을 얻으려고 하는 것에서 비롯된 감정 말이다. 나는 몸무게 때문에, 대머리 때문에, 직장에서 승진하지 못하기 때문에, 완벽한 배우자를 만나지 못하기 때문에 견딜 수 없는 괴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설령 그들 자신은 그것 때문에 슬픈 것이 아닌 것처럼 행동했지만 말이다. 그들에게 우울함이란 신체적 질환과 같은 것이다. 약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들은 기꺼이 약을 먹는다.
-139쪽

그러나 약은 그들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가질 수 없는 것을 갖고 싶어 하는 것, 거울 속에 비친 외모에서 자존감을 찾으려고 하는 것, 끊임없이 일에 파묻혀 살면서도 자신이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지 못하는 것 말이다. 나는 그것을 잘 안다. 내가 그랬기 때문이다. 한동안 나는 잠을 최소한으로 줄여 가면서까지 일에 매달렸다. 명성과 성공을 쌓았고 부를 얻었다. 사람들로부터 박수와 칭찬도 받았다. 그런데 그런 삶이 계속되자 오히려 공허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치 찢어진 타이어에 공기를 계속 불어넣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오랜 스승인 모리 교수님을 만나면서, 질주하던 내 삶에 ‘끼익’ 하고 제동이 걸렸다. 교수님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리고 삶의 마지막 순간에 그분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목격하면서 나는 내 삶의 속도를 조절하기 시작했다.
-140쪽

렙은 그 모든 치료와 약물에도 불구하고 신경 안정제, 우울증 치료제 같은 약은 한 번도 먹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웃었다. 결코 화내지도 않았다. 또한 ‘나는 왜 태어났을까?’ 라는 의문을 품어 본 적도 없었다. 그는 자신이 왜 이 세상에 와 있는지 잘 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기 위해서, 하나님을 찬미하기 위해서, 자신이 속해 있는 이 세상에 감사하기 위해서였다. 그의 아침 기도는 항상 이렇게 시작했다. "주여, 오늘도 제 영혼을 다시 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기도하면, 그날 하루는 특별한 보너스가 된다.
-141쪽

그럼 이제 행복의 비결이 뭔지, 수수께끼가 풀린 건가요?
"그렇다고 생각하네."
말씀해 주시겠어요?
"준비됐나?"
준비됐습니다.
"만족할 줄 아는 것."
그게 다인가요?
"감사할 줄 아는 것."
그게 다인가요?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해서. 자신이 받은 사랑에 대해서. 그리고 하나님이 자신에게 주신 것들에 대해서."
그게 다인가요?
렙이 내 눈을 잠시 응시했다. 그리고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그게 전부야."
(이 대화를 나누기 전 렙은 자신이 폐암에 걸렸단 사실을 알았다.)
-144쪽

(렙의 설교 중에서)
여러분, 사람은 왜 죽는가, 또 어떤 이는 왜 그토록 어린 나이에 죽는가 하는 물음이 때때로 우리에게 떠오릅니다. 그럴 때 저는 성서의 지혜로운 말씀에 의지합니다. 다윗은 당시에 비춰볼 때 그다지 오래 산 편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살아 있는 동안 사람들을 가르치고, 교훈을 주었으며, 시편과 같은 위대한 정신적 유산을 우리에게 남겼습니다. 우리가 장례식 때 낭독하곤 하는 시편 23장의 말씀을 읽어 보겠습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초장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 가로 인도하시는도다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제 딸 리나가 아예 태어나지 않은 것보다는 리나와 4년을 함께 보낼 수 있었던 것이 더 낫지 않습니까?
-2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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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0-09-25 0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치 앨봄은 제가 일부러 사서 읽진 않겠지만,
이렇게 만나게 되니 좋네요.

마노아 2010-09-25 21:12   좋아요 0 | URL
읽고 나서 엄마께 추천했더니 무척 좋아하셨어요. 이번엔 언니에게 추천하려고 해요. 가족이 같이 읽으니 더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