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는 재투성이다 - 발도르프 선생님이 들려주는 진짜 독일 동화 이야기 2
이양호 지음 / 글숲산책 / 2009년 10월
품절


「재투성이」이야기를 두고 일반 사람들은 동화라 하고 학자들은 민담이라 한다. 이러한 문학 장르를 최초로 갈무리한 독일에선 메르헨이라 하는데, 그 뜻은 ‘작은 이야기’일 뿐이다. 거기엔, 동화에 있는 아이 동(童)도 없고, 민담에 있는 백성 민(民)도 없다. 다만, 현대 작가들에 의해 지어진 이야기와 구별해야 할 땐, 폴크스Volks를 메르헨에 덧붙이기도 한다. 그런데 폴크스를 ‘백성 민’으로 옮길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민이란 지배와 피지배를 바탕으로 한 말이지만, Volks는 그보다는 공동체를 뜻한다. 갑골문에서 밝혀진 民은 죄수의 눈을 찌른 것을 글자로 형상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논어에 나타난 民도 人보다 낮은 신분을 가리킨다. 이에 반해 폴크스는 ‘군대무리’ 즉 전사 공동체에 그 말 뿌리를 두고 있다.
-16쪽

모두가 알다시피, 옛이야기의 지은이는 알려져 있지 않다. 이런 까닭에다, 이 문학 장르를 민담이라 번역한 까닭이 덧붙여져서, 옛이야기의 지은이가 민중일 거라고 많은 사람들이 여긴다. 통념이 일반적으로 그렇듯이, 이 통념도 그것을 받치고 있는 밑돌이 엉성하다.
-17쪽

이야기꾼이 귀띔해주는 그녀의 아름다움은 우리의 예상을 비껴간다. 뿐만 아니라, 자못 엉뚱하다. 눈도 아니고 입술도 아니고 놀랍게도, 옷의 아름다움을 말하고 있지 않은가! 옷의 아름다움이 왕자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아 버린 것이다.

-92쪽

서양 사람들의 피와 살을 이루는 데에 가장 지속적이고 근원적인 구실을 했던 성서를 보면, 옷에 관한 말이 언뜻언뜻 나온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힐 때 옷을 벗고 도망간 한 젊은이, 새하얀 옷을 입은 천사, 희고 빛나는 옷을 입은 예수님, 그분의 옷을 만지고서 12년 동안이나 앓았던 ‘피 흘리는 병’을 고침 받은 한 여인의 이야기... 성서에서 옷의 의미는 무엇일까? 강일상 목사의 말을 들어보자.
-"예수님의 옷을 만졌다"는 것으로 마가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믿음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 지금부터 우리가 해명해야 할 과제다. 만진 것이 왜 하필이면 옷인가? 손을 만졌다고 해도 상관없고 몸을 만졌다면 더 좋았을 법한데, 왜 하필이면 옷을 만졌다고 하는 것일까? 여인이 옷을 만진 게 주술적인 행위가 아니라면, 그리고 예수님의 옷에 마술적인 능력이 있었던 게 아니라면, 이 옷은 마가에게서 상징적인 의미로 쓰였을 수 있다. 더욱이 여기 이 여인의 혈루증이 육체적인 질병이 아니라 유대 민중의 피 흘리는 삶을 상징하는 것이고 보면, 옷을 만진 이 행위 또한 상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야 마땅하다.
-97쪽

우리 문명도 금을 귀하고 특별한 것으로 다루긴 했지만, 서양인들만큼은 아니었던 듯하다. 황금률, 황금시대란 말에서 보듯 그들은 가장 좋은 것, 아니 이상적인 것을 황금으로 표현했다. 심지어는 이러저러한 물질을 금으로 바꾸는 일, 즉 잡스런 성질을 바꾸는 일에, 숱한 사람들이 몸과 마음을 기꺼이 바쳤던 게 그들의 문명이다. (...)덧없고 허망한 이 세상에서, 변치 않고 언제나 제 꼴을 지켜가는 모습을 그들은 금에서 본 것이다. 또한 ‘금’의 독일 말 골드가 ‘빛나다, 반짝이다’에서 왔으니, 그들은 금과 빛을 한 동아리라고 여겼을 것이다. 빛이 나오는 바탕인 하늘을 나는 새가, 금 옷과 금 신발을 재투성이에게 내려준 점이 이 말에 힘을 실어준다.

-105쪽

그녀는 의붓 언니들과는 영 다른 것을 가리켰다. "집으로 돌아오실 때 모자에 부딪히는 어린 나뭇가지."
재투성이와 두 의붓 언니는 이렇게 달랐다. 의붓 언니들이 저자에서 파는 물건을 바란 데 반해, 재투성이는 자연이 키운 것을 바랐다. 그것도 아버지 모자에 부딪히는 것을. 바라는 게 무엇인가를 알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법이다. 의붓 언니와 재투성이는 바라는 게 달랐기에 사는 것도 달랐다. 그러니 삶을 갈무리한 것도 다를 터.
-113쪽

‘재’는 사람을 착잡하게 한다. 그 색깔이 그렇고, 촉감이 그렇다. 잿빛은 맥아리가 없다. 출렁임도 없고 잔잔한 흐름도 없다. 그렇다고 검은 색과 닮지도 않았다. 검은 색은 모든 것을 무화하여 ‘없음’을 오히려 세게 내세운다. ‘없음’을 통해 ‘있음’을 알리는, 기막힌 역설을 검은색은 알고 있다. 잿빛은 다른 색을 고스란히 빨아들이지도 못한다. 튕긴다는 점에서 잿빛은 있다. 그렇다고 다른 색에 힘 있게 맞서지도 못한다. 없다고 할 수밖에. 있는 듯 없는 듯, 잿빛의 꼴이다. 게다가, 조금 전까지 그곳에서 활활 타오르던 불꽃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에게 잿빛은, 눈빛을 잃은 채 쭈그리고 앉아 있는 늙은이다.

-119쪽

‘재의 수요일’은 가톨릭, 루터교, 성공회가 다 치르는 절기다. 지금은 진탕 먹고 노는 날로 변질되었지만, 본래는 육적인 것을 다 끊는다는 뜻을 가진 카니발(사육제) 다음 날, 즉 예수님이 했던 광야에서의 40일간 금식을 기억하기 위한 사순절의 맨 첫날이 ‘재의 수요일’이다. 이 날 크리스천은 머리에 재를 바른다. 두덴에서 나온 말 뿌리 사전에 따르면, ‘재는 덧없음, 슬픔 그리고 속죄의 상징이다’고 나와 있다. 또한 독일어에 ‘재를 머리에 뿌린다’는 굳어진 말(숙어)이 있는데, 매우 후회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재’의 이런 상징성은 서양 문명의 받침돌들인 그리스·이스라엘·로마에 다 들어 있다. 그리스인들은 호메로스 시대부터 몸에 재를 뿌리거나 재 위에 앉음으로써 죽은 사람에 대한 슬픔을 드러내 보였다. 로마인들은 새해를 정갈하게 시작하려고 새해 첫날, 재로 목욕을 했다.

-122쪽

잿빛은 사실 우리 문화가 천 년도 넘게 품었던 색이고, 지금도 지긋이 품고 있는 색이다. 불교의 입김 속에서 그랬고, 장자의 날개 속에서 그랬다. 스님들은 잿빛 옷을 걸치고 살아왔다. 밤에 잠자리에 들 때도 그분들은 잿빛 옷을 벗지 않는다. 불기 없는 재, 탈 것 없는 재로 살다가, 드디어 몸조차 재가 되어 회신멸지한다.

-133쪽

재투성이가 키운 개암나무는 순전히 개인적인 나무라고만은 할 수 없다. 독일 민족을 이루고 있는 게르만족과 켈트족에게 민속적인 의미를 갖는 나무이기 때문이다. 위키피디아 사전에 보면, 개암나무의 문화적인 결이 잘 나와 있는데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사람들은 개암나무가 액막이 특성을 가진 것으로 여겼다. 그것으로 뱀이나 마녀를 물리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재투성이가 개암 나뭇가지를 어머니 무덤 위에 심은 것이다. 또한 로마에서는 휴전 협정이나 평화 협정을 논의할 때 이 나뭇가지를 손에 들고 있었다. 로마, 영국, 독일에서 이 나무는 행운과 풍성한 열매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신부는 결혼식 때 개암 열매를 담은 바구니를 선물 받았다.
-1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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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0-10-07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잿빛에 밑줄 쫘악 그어 데려가요~

마노아 2010-10-07 22:25   좋아요 0 | URL
인상 깊지요? ^^

비로그인 2010-10-11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저런 걸 부탁해야겠군요. 당신이 나한테 올 때 당신 옷을 스쳤던 나뭇가지를 꺽어다 주세요,라고. 그래야겠어요. 그래야 하는 거였어요

마노아 2010-10-11 14:23   좋아요 0 | URL
아, 너무 낭만적이에요! 그런데 가느다란 가지가 아니라 몽둥이 수준으로 꺾어오면 어쩌지요? 그럼 낭만이고 뭐고 창피할 거예요.(>_<)
 


성균관 스캔들 속 안경, 옥에 티!? [제 1221 호/2010-10-04]


“안경 하면 바로 나!” 라고 말하는 역사 속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안경 하면 이 사람, 맥아더지. 지금 착용한 이 선글라스도 눈을 보호하는 색안경이오. 오죽하면 기본 중의 기본인 레이밴 선글라스를 ‘맥아더 선글라스’라고 부르겠나.”
“미국에서야 그럴지 모르지만 한국에선 안경 하면 바로 나, 김구일세.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레이밴’ 보다 ‘라이방’으로 말해야 통한다고.”

맥아더 장군과 김구 선생이 옥신각신하는 사이,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에서 잘난 척, 있는 척, 아는 척의 귀재로 등장하는 김우탁 유생이 한껏 거드름을 피우며 끼어들었다.

“에헴. 공자께선 이렇게 말씀하셨지~. 자고로 사내대장부라면 이렇듯 멋진 색안경 하나쯤은 써 줘야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다고”
“공자께서 그런 가당치 않은 말씀을 하셨다는 건가? 허참, 아무리 내 선조라 할지라도 이 순간만큼은 정말 창피하고만. 그리고 자네가 쓴 안경, 그 시대에 가당키나 한 건가?”

2010년 10월 현재 한창 방영 중인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안경을 쓴 유생이 등장해 ‘옥에 티’ 논란이 일었다. 패션이면 패션, 기능이면 기능을 자랑하는 다양한 안경이 넘치고 있지만, 과연 안경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김우탁 유생이 간만에 자신이 알고 있는 주제가 나오자 거들먹거리기 시작한다.

“여보시오 사형들, 그럼 최초의 안경은 언제 등장했으며 누가 사용했는지 아십니까?”
“으흠, 안경이 언제 등장했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네. 듣자 하니 이탈리아의 피렌체 지방 한 공동묘지에 이런 비문이 적혀 있었다지. ‘피렌체에 살았던 안경 발명자[Salvino dArmato degli Armati] 여기 잠들다. 신이여 그를 용서 하소서’ 라고…. 이를 토대로 추측을 하는 것이지만, 아직까지는 이 사람이 살았던 13세기 후반에 이탈리아 피렌체 지방에서 발명됐을 가능성이 유력해.”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안경은 조선 중기 일본에 통신사로 파견되셨던 김성일 선조의 안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시기로 따지자면 16세기가 되겠군요. 제가 쓴 이 안경은 제한된 일부 계층만 사용할 수 있는 희귀한 것이었습니다. 17세기경에는 우리 손으로 안경을 직접 제작했다고 알려졌는데, 그 당시 최상품 안경으로 알려진 경주 남석안경의 렌즈는 유리가 아니라 경주 남산에서 캐낸 수정을 가공해 만든 것이었답니다. 이 렌즈는 겹친 물결 무늬나 구름 형태의 특이한 문양을 지니고 있으며 경도가 높아 쉽게 깨지지 않습니다. 또한 유리 렌즈에 비해 온도에 따른 변화가 적어 추운 곳에서 더운 곳으로 들어가거나 혹은 그 반대여도 김이 서리지 않는다지요.

김우탁 유생이 아는 체를 하자 김구 선생과 맥아더 장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창 안경에 대해 잘난 척하느라 바쁜데, 맥아더 장군이 돌연 장소를 옮기자고 청했다. 실내로 들어서니 이제껏 초록색 렌즈가 분명했던 그 선글라스가 투명한 보통 ‘안경’으로 변해버렸다. 둘 다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자 맥아더 장군이 말했다.

“나도 안경에는 일가견이 있다고! 이건 변색렌즈를 사용한 안경이라네. 빛이 강하면 자동으로 어두워지고, 광선이 약해지면 자동으로 무색투명해지지. 도수 없는 렌즈도, 근시 렌즈도, 돋보기 렌즈도 모두 변색렌즈로 만들 수 있어. 할로겐화은과 같은 성분을 감광체로 렌즈에 고루 삽입해서 만들지. 색이 바뀌는 원리는 이렇다네. 일반적인 광선에서는 산란 현상이 일어나지 않지만 강한 광선이 비치면 할로겐화은이 할로겐이온과 은이온으로 분해되고, 은이온은 광선에 대해 반사 혹은 산란 작용을 하게 돼. 은이온의 작용이 일정 정도가 넘어가면 렌즈가 어두워져. 다시 빛이 약해지면 분해되었던 할로겐이온과 은이온이 결합해 할로겐화은으로 변해 렌즈는 다시 투명하게 변하지.
“설명은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지만, 그것 참 신기하군.”
“흠, 이 안경이라면 실내에서 선글라스 끼고 있다고 사람들이 쳐다볼 일은 없겠군요.”

신기한 눈으로 안경을 관찰하다가 김우탁 우생이 뒷말을 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라식 수술 등이 보편화되면서 안경이 설 자리는 점차 좁아질 거라고 성급하게 예측하더군요. 선글라스 같은 패션 기능만 남을 거라고 무시하기도 하고. 하지만 두고 보십시오. 안경은 요즘 당신들이 푹 빠져 있는 스마트폰보다 미래의 생활에서 떼어낼 수 없는 존재가 될 테니까. 눈이 나쁜 사람만 쓰는 안경이라는 선입견은 이제 버려야 할 것입니다.”

김우탁 유생의 말이 허풍만은 아니다. 미래의 컴퓨팅 환경을 좌우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er)’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로 여겨지는 것이 바로 안경이기 때문이다. 영화 ‘터미네이터’ 속 미래 로봇들이 눈으로 본 대상을 바로 분석하고 정보를 얻었던 것처럼, 조만간 현실에서도 안경을 통해 이와 같은 일이 가능할지 모른다. 안경은 이제 우리가 본 모든 것을 저장하는 일생생활의 기록자이자, 보는 순간 대상을 분석하고 비교해 우리 삶의 선택을 좌우할 인도자가 되길 꿈꾸고 있다.

카메라와 결합된 안경, MP3플레이어와 결합된 안경, 거짓말 탐지기를 탑재한 안경 등 복합적인 기능을 갖춘 안경들은 이미 세상에 선을 보였다. 현재 개발 중인 사용자의 시력과 눈의 상태에 따라 자동으로 기능을 맞춰주는 안경, 가상 세계의 아바타를 눈앞에 불러내 현실 세계 속에서 함께 볼 수 있게 해주는 디스플레이 기능을 갖춘 안경까지, 안경의 미래는 어디까지 펼쳐질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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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방 2010-10-05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색이 변하는 안경에 대한 정보.. 제게 많은 도움이 되었답니다.
조카가 멜라닌 색소부족인가 뭔가로 빛에 유난히 민감하여 색이 변하는 안경을 쓰고 있거든요.
원리를 알면 단순히 신기하다는 차원을 넘어서 과학적으로 관심을 가질 것 같습니다.
큰엄마로서... 조카에게 유식한 척 좀 해야되겠습니다...^^

마노아 2010-10-05 18:21   좋아요 0 | URL
헤헷, 조카에게 점수 확 따버리셔요~ 과학향기가 참 도움이 많이 되어요.^^ㅎㅎㅎ

꿈꾸는섬 2010-10-06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재밌어요.^^

마노아 2010-10-06 08:29   좋아요 0 | URL
재밌고 유익해요.^^

BRINY 2010-10-06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우탁 유생도 재밌는 캐릭터에요. 하인수의 친위대 중 제일 말없고 키 큰 유생이 누군지 검색중요 ㅋㅋㅋ

마노아 2010-10-06 23:40   좋아요 0 | URL
그 배우 이승환 뮤직비디오로 먼저 만났어요. 이 뮤비는 콘서트에서만 나오기 때문에 일반 검색은 또 안 된다는...ㅎㅎㅎ

감은빛 2010-10-06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를 안봐서 김우탁 유생이란 캐릭터에 대해선 잘 모르겠지만,
이 글 참 재밌고 좋네요!

마노아 2010-10-06 23:40   좋아요 0 | URL
드라마가 과학향기보다 백배는 더 재밌다는 저의 주장입니다.^^ㅎㅎㅎ
 


찌아찌아족은 왜 한글을 선택했을까? [제 1220 호/2010-10-04]


“이소오 꾸라꾸라 보도! 비나땅 뿌리에 빠깔루아라노 하떼노? 불라이!”
“찌아모 마이 까라지아 아가아노 땅까노모 띠뽀자가니 마이돔바…”

이것은 대체 어느 나라 언어일까? 뜻은 알 수 없지만 이 기사를 보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읽을 수는 있을 것이다. 이는 한글로 나타낸 찌아찌아어(語)로, 2009년 7월 21일부터 교육에 활용 중인 ‘한글로 된 찌아찌아어 교과서’에 나온 내용이다.

인도네시아 소수 민족인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사용한 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2010년 7월에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한글 사용을 공식 승인했다. 한글이 찌아찌아족의 공식 문자가 된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어떻게 한글을 사용하게 됐을까? 인도네시아 중부 술라웨시주 부톤섬 바우바우시(市)에 살고 있는 찌아찌아족은 그들 부족의 고유 언어인 찌아찌아어를 갖고 있다. 하지만 수백 년 동안 그 언어를 기록할 문자가 없어 역사를 비롯한 그 무엇도 기록으로 남길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찌아찌아어를 기록할 문자로 우리나라 한글을 채택한 것이다. 이는 훈민정음학회가 한글을 세계화하고자 노력한 결과다.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한글은 과학적인 원리로 만들어진 문자라고 알려져 있다. 게다가 199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도 등록됐다. 이제는 다른 나라로 수출될 만큼 한글의 가치와 우수성을 인정받았는데, 그 우수성을 정확히 알고 있는 한국인은 그리 많지 않다. 10월 9일 한글날을 맞아 한글의 우수성을 제대로 알아보자.

한글은 띄어쓰기가 발달된 언어지만 굳이 띄어쓰기를 하지 않아도 읽을 수 있다. 이는 영어보다 우수한 점 중 하나다. 영어는 알파벳 철자를 하나씩 옆으로 늘어 쓰는 반면, 한글은 자음과 모음을 한데 모아 글자를 하나씩 만들고 이 글자(음절)를 이어 쓴다.

한마디로 영어는 늘어 쓰는 데 비해 한글은 모아쓰는 방식을 취한다는 뜻이다. 한글은 글자마다 의미가 있어 띄어쓰기를 안 하더라도 대강의 의미를 알 수 있다. 명사 전체의 70%가 한자어이고 명사에 붙는 은·는·이·가·도 같은 조사를 쉽게 가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점은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낼 때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휴대전화 문자는 글자 수 제한이 있어 대부분 띄어쓰기를 하지 않고 보내는데, 그 의미를 파악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다.

세종대왕은 한글을 소리에 따라 기록하는 소리글자로 만들었다. 소리글자는 사람이 말하는 소리를 그대로 기호로 나타내는 글자이다.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 로마자나 아랍어로 적을 수 없는 찌아찌아어의 소리를 한글로는 쉽게 표기할 수 있었다.

한글은 자음과 모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자음은 발음기관인 입술, 이, 혀, 목구멍의 모양, 어금니에 혀뿌리가 닿는 모양을 본떠 만든 기본자(ㄱ, ㄴ, ㅁ, ㅅ, ㅇ)에 획을 더해 총 17개로 만들어졌다. 모음은 하늘, 땅, 인간이라는 철학적인 원리를 반영한 기본자 세 자(·, ㅡ, l)를 바탕으로 획을 더해 총 11자로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우리 머릿속에서도 인식하는 한글도 소리글자일까? 이는 뇌의 일부가 망가져 글자를 잘 읽지 못하는 난독증 환자를 연구해 확인할 수 있다. 같은 소리글자인 영어와 비교하면 이 사실이 더욱 분명해진다.

난독증환자가 ‘책상’이란 글자를 읽으면 ‘책책…상상…책상!’이라고 발음한다. 하지만 영어권 난독증 환자는 알파벳 철자를 하나씩 나눠 발음한다. 책상에 해당하는 단어인 ‘desk’를 발음한다면 ‘d…e…s…k…desk!’라고 말하는 식이다. 여기서 알 수 있듯 한글은 철자가 아니라 소리를 따라 기억된다. 이처럼 우리 머릿속에는 시각적인 철자 모양이 아니라 발음 소리로 저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고려대 심리학과 남기춘 교수팀이 단어를 인식할 때 ‘철자이웃’과 ‘음운이웃’에서 반응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연구해 얻은 결과다. 철자이웃은 한 단어와 철자 하나가 같은 단어이고, 음운이웃은 한 단어와 발음 하나가 같은 단어를 말한다. ‘반란(‘발란’으로 읽음)‘이란 단어를 예로 들면 반구, 반도, 반대 등이 철자이웃이고 발달, 발표, 발명 등이 음운이웃이다.

남 교수팀은 36명을 대상으로 철자이웃과 음운이웃이 모두 많은 단어, 철자이웃은 많지만 음운이웃이 적은 단어, 철자이웃은 적지만 음운이웃이 많은 단어, 철자이웃과 음운이웃이 모두 적은 단어를 각각 17개를 제시하며 단어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게 했다.

실험 결과 음운이웃이 많은 경우에 어휘 판단 시간이 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머릿속의 국어사전이 음운(소리)정보를 바탕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으로 음운이웃이 많으면 그 이웃끼리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져 판단이 오래 걸리는 것으로 연구팀은 풀이했다.

또 연구팀이 시각적으로 제시되는 단어가 뇌에서 음운 정보를 바탕으로 처리되는지를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으로 확인한 결과 측두엽을 비롯해 음운 정보를 처리하는 데 관여하는 뇌영역이 활성화됐다. 특히 음운이웃이 많은 경우가 적은 경우에 비해 활성화 정도가 더 크게 나타났다. 세종대왕이 소리글자로 창제한 한글이 한국인의 뇌 속에도 소리글자로 깊이 박혀 있다는 사실이 현대과학으로 밝혀지고 있는 셈이다.

훈민정음학회는 찌아찌아어 사례를 바탕으로 문자를 갖지 못한 소수민족들에게 한글을 전파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이제 그 첫발을 내디딘 한글, 앞으로 한반도를 넘어 역사와 문화를 기록하지 못하는 소수민족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지 않을까.

글 : 과학향기 편집부

※ 과학향기 제662호 ‘한글에 대한 자부심의 근거를 알려주마(2007년 10월 3일자)’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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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5 0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0-10-05 18:2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건데 글쓰신 분이 놓쳤네요. 저도 놓치고요. ^^;;
 

가을 날의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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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가? 방가!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제도가 아닌 감성에 호소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안타깝다. 웃지만 울어야 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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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10-03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좀 기대되어요.^^
화요일에 볼까해요.

마노아 2010-10-04 11:27   좋아요 0 | URL
저는 무척 좋았어요. 마음이 아프긴 했지만요.^^

마녀고양이 2010-10-04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이 영화 보려고 갔다가,
막판에 맘이 바뀌어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보고서
엄청나게 후회 중이랍니다. ㅠㅠ

마노아 2010-10-05 00:05   좋아요 0 | URL
그 영화가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았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별로네요.
볼까 말까 고민했는데 좀 유보해야겠어요.^^;;;

순오기 2010-10-06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거 날새면 조조로 볼려고 예약했어요.
이젠 수.금요일에 놀아요~ 10월만!^^

마노아 2010-10-06 08:29   좋아요 0 | URL
그동안은 토일월~ 스케줄이었다면 이젠 금토일~ 스케줄로 움직여야겠어요. 영화 재밌게 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