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희 5
강경옥 글.그림 / 팝툰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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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툰이 휴간되면서 설희가 어떻게 될지 궁금했는데 다행히 단행본이 나왔다. 맨뒤 작가의 말에서 보니 다음 '만화 속 세상'에서 연재 중이라고 한다. 찾아보니 매주 화요일마다 연재가 실리고 있다. 처음부터 웹툰을 염두에 두고 쓴 작품이 아닌지라 단행본 용 원고를 세로로 연결해서 올린 모양새를 하고 있다. 단행본 5권 뒷분량도 조금 더 연재가 됐는데 그 앞의 내용이 생각보다 짧게 올라가 있어서 앞부분만 다시 읽어보았다. 알고 보니 원래 연재의 20% 분량으로 요약본을 올린 것이었다. 흐음, 이런 것도 방법이구나. 더 궁금하면 단행본을 찾아볼 테니.^^ 

오히려 앞부분을 조금 더 읽으면서 5권의 내용이 좀 더 이해가 되었다. 한 번에 이어서 보는 게 아니라서 연재물은 이런 반응이 나오곤 한다. 그래도 작품은 여전히 좋지만... 

설희는 여전히 뭔가 좀 으시시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몸, 게다가 전생의 인연을 찾으려고 애쓰는 모습, 그 전생에 얽혀 있는 세이와의 연은 호연이 아니라 악연일 가능성이 거의 90% 이상이니 더 오싹한 거다.  2조원에 달하는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기도 했거니와 오래 살아왔고, 평범한 인물도 아니기 때문에 아무래도 대개의 사람들은 설희와 대화를 하다 보면 말려들기 마련이다. 특히 세라 같은 경우는 가정 환경 덕분에 주눅도 많이 들어 있고, 양보 아닌 양보와 희생의 삶을 살아서 더 그렇다. 첫눈에 반한 상대와 연애할 기회가 왔는데도 망설이고 있을 때에 설희가 던진 말은 세라를 충격으로 빠뜨린다. 부정할 수도 없고 부인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라의 집에서는 어머니가 툭하면 사고를 치니 세라가 가엾기도 하지만 답답해 죽을 지경이다. 단지 가난이 원수가 아니라 +된 무지와 뻔뻔함의 힘이랄까. 그 덕분에 세라는 고생 좀 더 하게 되었다. '조' 단위의 유산을 가진 설희에게는 장난감 같은 숫자겠지만 혼자 벌어서 학비 대고 생활하는 세라에게는 좀처럼 지킬 수 없는 자존심과 자존감의 문제가 되어버리니 이심전심으로 서럽다.  

미국에서부터 쫓아온 노부인 마리에의 과거도 나온다. 더불어 50년 전 설희의 과거도. 그녀가 왜 시한부 인생이 되어서까지 그토록 설희에게 집착하는지까지도. 86이면 적게 산 것도 아니건만, 과연 수십 년 전 잃어버렸던 기회를 다시 찾는 것만이 목표였을까.  아무튼 그 덕분에 세라는 뭔가 기억 속에 감춰져 있던 옛 흔적을 찾아낸다. 꿈속에서 만난 기억 속의 그녀는 과연 누구일까? 오래 전의 설희... 가 아닐까?

 

세이의 회사에 투자하면서 세이의 데뷔에 간섭하게 된 설희, 이렇게 휘둘리는 건 제3자가 보기에도 불편하다. 아무리 전생의 악연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현생의 당사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걸까? 본인도 억울한 무엇이 있기 때문이겠지만 내막을 다 알수 없는 독자로서는 다소 폭력적으로 보인다.  

연재물을 미리 보면 나중에 단행본을 사고 난 뒤에도 잘 안 보게 되는 습관 때문에 다음 연재물을 안 보고 싶었지만, 어찌 안 볼 수가 있을까. 5권 단행본 뒤로도 대략 5회 정도 더 연재가 되었다. 그러니 나는 아직 나오지 않은 6권 단행본의 절반 이상을 미리 본 것은 아닐까? 그래도 화요일이 되면 절로 클릭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나저나, 이미 상당부분 진행된 설희와 달리 시작하자마자 연재 중단된 울 혜린 샘은 어쩌누....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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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선감의록 문학동네 한국고전문학전집 10
이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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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선감의록은 명나라 가정 연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 소설이면서 중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현대의 독자들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당시 조선시대 사대부들에게 명나라는 타국이 아닌 문화의 중심이자 문명국이었다. 이는 정치적인 예속관계와는 다른 차원으로, 중국과 동일한 학문과 문학, 역사를 공유하는 것은 서양의 여러 나라가 라틴어 문학을 이탈리아 문학으로만 한정해 인식하지 않았던 것과 동일하다. 다시 말해 중국 명나라를 배경으로 한 것은 '타국'보다는 '역사'의 의미에 초점을 두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명나라 가정 연간은 타국의 역사가 아닌 역사 그 자체였던 것이다. -4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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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10-25 0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셨군요. 나중에 구매할까 말까 생각중인 책이에요.^^

마노아 2010-10-25 21:43   좋아요 0 | URL
공이 많이 들어간 시리즈 같아요. 다른 책도 더 봐야지 싶어요.^^
 
창선감의록 문학동네 한국고전문학전집 10
이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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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록, 조선 후기 성 소화 선집에 이어 세번째로 읽는 문학동네 한국 고전 문학 전집이다. 제목의 ‘창선彰善’은 다른 사람의 착한 행실을 세상에 드러낸다는 뜻이니, 소설의 제목 ‘창선감의록’은 ‘사람의 착한 행실을 세상에 알리고 의로운 일에 감동받는 이야기’라는 의미라 한다. 우리나라 고전 소설의 주제가 거의 '권선징악'인 것을 생각하면 조금 더 강조한다 한들 유별나 보이진 않는다. 작품은 명나라 가정제 때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소설이다. 작품이 쓰여진 시기와 정확한 저자는 알수 없지만 대략 17세기 작품으로 추정하고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관계도다. 화씨 집안의 아들 화진과 윤씨 집안의 딸 옥화가 정혼을 하게 되고, 간신배 엄숭의 박해로 화를 입은 남씨 집안의 딸 남채봉이 윤씨 집안의 양녀로 들어가서 화진에게 동시에 시집을 간다. 옥화의 쌍동이 남동생 윤여옥은 진채경, 백씨, 엄월화까지 세 여인을 아내로 맞는다. 관계도에서도 보이듯이 일부다처제가 일반화되어 있다. 주인공 화진이 의붓어미와 형에게 박해를 받았던 것도 아비가 세 여인을 아내로 맞이한 덕분이었다. 대놓고 '효'를 지극 강조하는 작품인지라 그런 어미도 어찌나 효성으로 돌보는지 현대를 사는 독자는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  

화진의 아비 화욱이 살아있을 적에 큰 아들 화춘을 나무라는 장면을 보면 어느 아들이 비뚫어지지 않을 수 있을까 싶다. "아우를 본받아 화씨 집안이 네 손에서 엎어지지 않도록 해라!"라니, 내가 화춘이어도 서럽고 분할 것 같다. 화춘과 그 어미 심씨 부인이 잘한 일은 없지만 화근은 아비가 이미 심고 갔다고 생각한다.  

 

위 사진은 작품이 진행되는 공간적 배경이다. 숫자는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의 이동 경로다. 정치적 박해를 피해서 도망가는 이, 귀양을 가는 이, 혹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입신양명하는 공간들이다. 작가는 작품 속에서의 이동 경로를 명나라 당대의 역로도와도 흡사하게 설정해서 사실성을 높였다. 때로는 지리지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차용하면서 말이다. 확실히 중국 땅이 넓기는 넓다. 과거 급제자도 336인이라고 나오는데, 우리나라에서 전시까지 올라가는 숫자가 33인인 것을 생각하면 10배의 규모다. 땅과 인구의 규모로 따진다면 그 이상 뽑아도 할 말은 없을 것 같지만. 

수백 년 지난 작품인지라 이야기 자체가 옛스러울 수밖에 없다. '충'과 '효'를 강조하고 '권선징악'의 뚜렷한 구분 등은 지극히 평이한 구조지만 그래도 캐릭터들은 제법 개성을 갖고 있다. 주인공 화진은 그야말로 교과서적 사내여서 매력이 덜했지만, 윤여옥은 보다 장난스럽고 입체적인 느낌을 주었다. 화진에게 동시에 시집온 남채봉은 손 윗 동서(를 가장한 화춘의 첩)에게도 당당히 할 말은 하는 여자였다. 집안이 화를 입자 윤여옥에게 시집 갈 수 없다고 판단한 진채경이 윤여옥에게 꼭 어울릴 법한 규수를 직접 정해서 혼사의 상대로 꾸미는 장면도 이색적이었다. 당사자라면 황당할 수 있는 이야기인데 어쨌든 무척 주체적으로 등장한다.  

작품에서 일관되게 나오는 것 중 하나가 '용모'에 관한 것이다.  

"한림의 옥 같은 용모를 보니 천하의 군자였소. 사내대장부가 되어 이런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지 않을 수 있겠소?" -135쪽 

"선비님의 얼굴을 보니 전혀 그런 죄를 지을 분이 아닌데, 어이 그런 심한 말씀을 하십니까?"-167쪽 

이런 식의 기술은 작품 내내 등장한다. 주인공 화진이 누명을 쓰고 억울한 일을 당할 때마다 주변 사람들이 황제를 설득할 때, 혹은 제시된 내용을 믿지 못하게 되었을 때 말하는 근거는 화진의 용모였다. 단지 '인상'의 이야기가 아닌 인간됨됨이였다. 고전 작품의 주인공 '영웅'에게 으레 갖추어진 풍모가 여기서도 비켜가질 않는다.  

그런데 또 재밌게도 의외성을 보여줄 때가 있다. 주인공이 사실은 신선계의 인물이었는데 전생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이 여겨 기억을 도울 약을 내미는 어느 노인에게 화진이 마다할 때의 모습이다.  

"소생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되었습니다. 헛되이 천상의 일을 안다고 해서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쓸데없이 마음만 어지럽힐 것입니다. 또한 설령 이 약을 먹고 신선이 된다고 해도 소생에게는 홀어머니와 형이 계십니다. 제가 어떻게 어머니와 형을 버리고 갈 수 있겠습니까?"-183쪽 

호기심에라도 천상의 일을 알고 싶겠건만 기꺼이 마다하는 마음이라니, 게다가 그 이유가 자신을 모질게 핍박한 의붓어미와 형 때문이라니, 이 사람 참말로 대인배인 것만은 확실하다. 잘났지만 잘난체하지 않는 모범 주인공이다. 또 나중에 개과천선한 계모 심부인이 아들의 양자로 들인 아이를 친손자가 생긴 뒤로도 집안의 장자로 삼은 것은 박수를 쳐주고 싶다. 뿐아니라 어려운 시절을 함께 이겨내며 끝까지 믿음을 지켜준 노비를 신분 해방시켜 시집을 보내주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반면 한 남자를 두 명의 의자매가 함께 남편으로 맞고, 공주와 시녀가 또 한남자의 부인과 첩이 되는 것 등은 현대인의 눈으로 볼 때 참 불편했다. 뭐 당사자들이 의좋게 살고 있으니 어쩌겠냐만은, 화진의 지나친 효성으로 범법자를 두둔하는 것 등은 눈을 찌푸리게 했다.  

작품에는 실존인물도 꽤 등장하다. 명대의 대표적인 간신배 엄숭도 실존인물이고, 그의 아들도 실존인물이다. 화지을 키워주느라 명장군 척계광을 부수적인 인물로 전락시킨 건 다소 기분이 나빴지만 애교로 넘어가주자. 원말 명초의 장수 유통해가 등장하는데, 그 아버지 유정옥의 이름을 보는 순간 김혜린 작가의 '비천무'가 떠올랐다. 주인공 유진하의 아버지 유장옥과 이름이 너무 흡사하고 시대고 겹치니, 혹시 작가님이 작품 구상할 때 이름을 빌려온 것은 아닐까 혼자 상상해 보았다.  

서술 중간중간에 '가정 42년 정월에 말하노라'와 같이 연대를 짐작할 수 있는 서술이 작품에 어떤 현실감을 준다 하면, 등장 인물이 도술을 부리고 요술을 펼치는 장면 등은 명백한 허구성을 부여한다. 이런 모든 대목들이 당대의 독자들을 열광시키는 하나의 장치가 되었을 것이다. 확인된 필사본만 해도 260여 종이라고 하니 얼마만큼의 베스트셀러였을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인쇄본도 아닌 필사본으로 그렇게 다양한 버전이 있었으니 긴밤을 지새워 작품을 읽고 베끼던 독자들의 숫자는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당연히 제목도 다양한 버전으로 남아 있꼬, 이본에 따라 내용도 상당수 달라진다. 한글본과 한문본 모두 전하는데, 한문본에서의 화춘은 악하기보다 어리석고 소심한 인물로 형상화되어 있다 한다. 맨 앞에서 인용한 구절처럼 엄한 아버지 밑에서 주눅이 들고, 잘난 동생 덕에 자존감도 낮았다면 그의 캐릭터가 더 쉽게 이해가 가게 된다. 더불어 그의 급작스런 개과천선도.  

작품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그 시대 사람들의 가치관도 느껴지고 명나라에 대한 조선 사람들의 관점도 읽혀진다. 요즘처럼 자극적이고 재미나고 흥미로운 것들이 쏟아지는 세상에서는 쉽게 눈길을 주지 않게 되는 고전 문학이지만, 그 안에서 찾아낼 수 있는 매력도 만만치 않다. 깊어가는 가을 날에 고전의 향기에 취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ps. 204쪽에 나오는 '함매'를 사전 검색해 보니 한자가 다르게 나온다. 어느 쪽이 맞는지 모르겠다. 둘 다 '재갈'의 의미니 같이 쓰이는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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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4 1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4 2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금동대향로의 비밀 - 백제 성왕의 숨결이 서린 역사스페셜 작가들이 쓴 이야기 한국사 11
정종숙 지음, 장호 그림 / 한솔수북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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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개가 다소 억지스럽고 몇몇 수정했음 싶은 부분들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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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10-24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안 봐서 모르고, 사계절에서 나온 '누구 없어요?'는 금동향로의 비밀을 잘 풀어내서 좋았어요.

마노아 2010-10-23 11:21   좋아요 0 | URL
이 책이 괜찮으면 시리즈를 구입할 생각이었는데 이 책이 별로여서 시리즈 물 건너갔어요.ㅎㅎㅎ
사계절 누구 없어요?를 보아야겠어요.^^

2010-10-24 0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4 0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4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5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인으로부터 영화제 티켓 있다고 보러 가자는 연락을 받았다. 서울극장 6시 40분 약속이었는데 한 시간 전에 도착. 별다방 기프티콘을 드디어 사용할 기회가 왔다. 가방에 쿠키 약간 있어서 그거랑 같이 먹었는데 탁월한 선견지명! 영화제 식전 행사와 영화까지 보고 나니 10시가 넘어버렸다. 이때 안 먹어뒀음 배고파서 영화는 보지 않고 일어설 뻔했다. 사랑스런 쿠폰을 날려준 소중한 친구에게 격렬한 포옹을~  

 

무려 레드 카펫도 마련해 놓았다. 그 카펫을 밟는 분들이 등파인 드레스를 입은 연예인이 아니라 대개 목사님들이었다는 차이점이 있지만. ㅎㅎㅎ 

다른 건 몰라도 영화제 표제 하나는 기막히게 지었다. '터치유, 더 치유' 포스터도 감각적이다. 저 문양의 흰 면티를 입은 행사 진행요원들의 옷이 탐났다. 입장하는 관객들에게 선물 보따리를 주었는데 사실 저 옷이 가장 탐났다. 달라고 할 수도 없고... 

 

선물 보따리 안에 들어있던 것들이다. 해리포터 포장지 세꾸러미는 좀 뜬금 없지만, 그래도 뭐 기분 좋은 선물들. 풍선은 조카들 주고, 물수건은 내가 써야지.  

6명의 비보이가 춤을 추면서 시작을 알렸는데 좀 안 어울렸다. 헤리티지를 불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주보라 씨의 가야금과 함께 들은 노래 두곡은 무척 좋았다. 이분 드레스는 유선이 입은 것보다 훨씬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 

식전 행사가 꽤 길었다. 제8회를 맞는 영화제의 역사, 여기까지 오기까지 수고한 사람들의 인사, 수상작 시상식 등등등. 그렇게 한 시간 반을 써버리니 관객은 벌써 지쳐버렸다. 5분 쉬는 동안 나가는 사람도 부지기수. 홍보대사 유선도 영화는 안 보고 그냥 가더만...(이미 봤을까?) 

개막작은 '고로고초 하쿠나 마타타(지라니 이야기)'
제목만 보고는 일본 영화인가 했다. 우리나라 감독이 케냐에서 찍어온 다큐멘터리 영화. 이태석 신부의 '울지마 톤즈'가 생각나서 기대를 갖고 눌러앉았다. 무엇보다도 음악 영화니까.  

세계3대 슬럼가 중 하나라는 고로고초의 쓰레기더미 속에서 희망의 싹을 피워낸 임태종 목사님. 되물림되고 되풀이되는 가난 속에서 너무 높은 실업률은 아이들을 더욱 좌절시켰다. 우리의 기대에 아프리카 아이들은 으레 노래를 잘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았나보다. 초대 지휘자를 역임하신 김재창 씨도 그리 생각하셨다는데, 이 아이들은 '춤'을 사랑하는 것이지 노래를 잘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아프리카의 음에는 '미'가 없어서 7음계를 가르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고, 유목민의 전통을 지닌 이들은 2/4박자만 타고나서 3/4박자로 지휘를 하다 보면 어느새 한 박자가 사라졌다 한다.  

영화는 다큐멘터리지만 편집이 덜 아문 느낌을 자주 받곤 했다. 임태종 목사가 케냐에서 쓰레기를 뒤지고 있는 아이를 발견, 자신도 모르게 사진을 한 컷 찍으면서 지라니 공동체를 만들어 가게 되었는데 중간 과정은 생략되고 바로 합창단 이야기. 또 중간 과정 생략하고 미국 공연 얘기가 나온다. 그 후부턴 지루할 정도로 스텝들의 인터뷰가 이어지고 아이들의 합창은 배경음악으로만 깔린다. 노래 제목도 자막으로 나오지만 메인은 스텝들의 이야기가 되고 아이들이 부차적인 것으로 밀려나니 뭔가 주객이 전도된 느낌.  

뉴욕 공연에서 여러가지 삐거덕거림이 있었나보다. 갑자기 늘어난 스케줄, 케냐 교육부 당국과의 마찰, 갑작스레 사랑과 환호를 받으면서 무례해져버린 아이들, 리더와 대중 간의 커뮤니케이션 실패 등등. 스텝들은 목이 메여 눈물을 쏟아내는데 울음을 참아내는 장면 등을 너무 길게 잡아 지루해지고, 정작 아이들의 육성을 들려주지 않아서 답답했다. 반주자는 아이들 때문에 속상했지만, 생각해 보니 그 아이들이 어리고 여전히 순진한 것일 뿐, 변한 게 아니라고... 익숙하지 않은 문화에 당황할 수 있었던 거라고, 욕심 많았던 자신들을 반성했다. 그 순진한 눈망울들이 세상의 환호에 금세 교만해져서 안하무인이 된 게 사실이라면 얼마나 실망스러울까. 아이들은 그저 아이들이었을 뿐인데...  

영화의 마지막에 가서야 '쿰바야' 전체를 들려주었다.  

 

------------------------------- 쿰바야---------------------------------


4:3 비율로 찍은 영화는 가로 폭이 좁아서 자막의 크기가 지나치게 작았고, 오탈자도 심했다. 화면이 지지직거리면서 가로줄이 생기기도 했고, 극장 음향상태가 좋지 않아서 잔향도 심했다. 그런 문제점들 속에서도 영화를 감동적으로 기억하게 만드는 것은 마지막에 들었던 '쿰바야' 때문일 것이다. 'come by here'가 아프리카 발음으로 '쿰바야'로 굳어졌다고 한다. 노예로 팔려나가던 참혹한 시절에 '주여, 어서 오소서'라고 간절히 기도했을 그 절절함이 까만 얼굴의 이 아이들의 눈망울을 통해 더 깊이 다가왔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이 불렀던 버전은 무척 느린 템포였고, '영'적인 느낌이 가미된, 그래서 마음을 적시는 울림이 있었다. 동영상은 찾지 못했다. 다양한 버전의 쿰바야가 검색되는데 빠른 템포의 곡에서는 어제의 감동을 느끼기 어려웠다. 가사도 여러 버전이 있는 듯하다. 당신의 은총을, 기적을 바라는 작고 약한 존재들의 처연함을 오래오래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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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10-10-22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선물보따리가 장난아니네요. ㅎㅎ
영화제 종류가 참 다양하더라구요.
각 파트별 영화제가 이렇게 많은 줄 미처 몰랐습니다

마노아 2010-10-22 20:54   좋아요 0 | URL
알라딘 영화 지기님도 최근에 영화제 소식 많이 전해주신 것 같아요.
알게 모르게 많은 영화제들이 열리는데 그들만의 잔치가 많이 되는 것 같아 좀 안타까워요.

카스피 2010-10-22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선물보따리가 장난아니네요(2).근데 무슨 영화제인가요?

마노아 2010-10-22 20:55   좋아요 0 | URL
제가 영화제 이름을 태그에만 썼나봐요. 제8회 서울 기독교 영화제였어요.^^

sslmo 2010-10-23 0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터치 유,더 치유'슬로건 짱인걸요~^^
지라니 합창단,전 손석희에서 몇번 스치듯 들었어요.
그 목사님 짱 멋있더라구요~!!!

마노아 2010-10-23 11:22   좋아요 0 | URL
누구 아이디어인지 감각 짱이에요!
어저께 여러 버전의 쿰바야를 들어보았는데 지라니의 감동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쿰바야가 없어서 아쉬워요.

마녀고양이 2010-10-23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올려주신 음악이 너무 좋아요.
하늘을 한없이 올려다보게 되는 그런 곡이예요.

마노아 2010-10-23 22:15   좋아요 0 | URL
쓸쓸함이 묻어나는 곡이라 생각했어요. 마녀고양이님 마음도 쓸쓸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에요.
하늘을 자주 쳐다보는 건 좋은 것 같아요. 오늘은 참 더웠어요.

세실 2010-10-24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쿰바야가 그런 뜻이군요. 좀 더 빠른 템포로 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내용을 알고 들어서 그런가 참 처량하고, 쓸쓸하네요.
오늘처럼 잔뜩 흐린 하늘같은 분위기.

마노아 2010-10-24 10:39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의미를 알고 들으면 더 마음을 울리게 되죠.
유튜브에서 빠른 템포의 곡들이 더 많아 보였어요.
첫 느낌이라 그런지 저는 느린 템포가 훨씬 더 좋으네요.^^

같은하늘 2010-11-01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터치유 더치유" 정말 기독교영화제와 어울리는 슬로건인데요. 기발하다~~

마노아 2010-11-02 00:08   좋아요 0 | URL
누구 아이디어인지 참 훌륭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