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그노벨상의 필수 조건! 유머감각 [제 1263 호/2010-11-22]


그간 괴짜노벨상, 엽기노벨상으로 불리던 이그노벨상. 하지만 2010년에는 이 상을 더 이상 웃자고 주는 상으로 여길 수 없게 됐다.

이그노벨상 수상은 2010년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9월 30일, 예년과 마찬가지로 하버드 대학교 샌더스홀에서 열린 시상식에는 건강상의 이유로 여행할 수 없었던 공중보건상 수상자 매뉴엘 바레이토 등을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의 수상자가 참가했다. 그러니 혹시라도 이그노벨상에 대해 ‘우스개 연구나 하는 변두리 학자들만 모이는 것 아니냐’, ‘괴짜들만 모여서 자기들끼리 하는 잔치가 아니냐’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면, 이번이 과감히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그노벨상은 이제 과학자라면 한번쯤 시상대에 서 보고 싶은 특별한 행사로 여겨지고 있다. 이 상은 쉽게 주어지는 상도 아니다. 이그노벨상을 받는 데는 노벨상만큼이나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2010년 올해 공중보건상을 수상한 연구는 시상대에 서기까지 무려 40년을 기다려야 했다.

2010년 ‘진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영국 맨체스터 대학의 안드레 가임 교수를 먼저 알아본 것도 이그노벨상이다. 가임 교수는 이미 2000년에 개구리 공중부양 실험으로 이그노벨상 물리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가임 교수의 연구 태도는 이그노벨상을 수상한 연구에서나 노벨상을 수상한 연구에서나 크게 차이가 없었다.

가임 교수와 그의 동료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박사에게 노벨상을 안긴 주인공은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그래핀’이다. 그런데 이들이 그래핀을 얻는 데 사용한 도구는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는 ‘스카치테이프’였다. 그들에게는 별다른 실험 도구도, 특수한 환경의 실험실도 없었다. 그래핀은 이미 1947년부터 연구되기 시작한 소재였지만, 과학자들은 그래핀을 추출해내는 일에 곤란을 겪고 있었다.

그래핀은 육각형 벌집구조를 이루는, 탄소가 딱 한 층만 있는 세상에서 가장 얇은 소재다. 흑연은 그래핀이 여러 장 쌓여 있는 탄소 층상구조를 하고 있는데, 가임 교수는 이 흑연에 테이프를 붙였다 뗀 것을 다른 테이프에 10~20번 가량 붙였다 떼는 과정을 반복해 한 층의 그래핀을 얻어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가 다소 엉뚱하지만 기발한 아이디어와 만나 노벨상이라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가임 교수는 최초로 노벨상과 이그노벨상을 동시에 수상한 과학자다. 앞으로 그처럼 이그노벨상과 노벨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과학자가 많아지게 될까? 그렇다면 이그노벨상이 노벨상으로 가는 관문으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유머 감각이 위대한 과학자의 필수조건이라는 새로운 공식이 생겨날지도 모를 일이다.

‘먼저 웃게 하고 그 다음 생각하게 하는 연구’라는 이그노벨상의 캐치프레이즈는 올해도 유효하다. 웃음과 함께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2010년의 수상 내용을 살펴보자.

평화상에는 ‘욕하기가 고통을 덜어준다’는 영국 킬 대학 연구팀의 연구가 선정됐다. 얼음물에 손을 담그고 참는 실험에서 욕이나 다짐의 말을 한 실험 참가자 군이 그렇지 않은 쪽에 비해 고통을 더 잘 참고 실제로 느끼는 고통도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욕이 고통을 덜어준다는 것이 실제로 입증된 것. 이 연구에서 우리가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평소에 욕이나 다짐의 말을 잘 하지 않던 사람이 실험에 앞서 욕이나 다짐을 할 경우, 그 효과가 더 컸다는 사실이다. 욕은 유용하지만 평소에 늘 쓰는 것보다는 필요할 때 적절히 사용해야 더 효과가 크다는 가르침을 준 셈이다.

화학상 역시 상식을 깨는 연구에 주어졌다. 미국 MIT와 텍사스 A&M대학 연구팀이 수상했는데, 이들의 연구는 물과 기름은 섞이지 않는다는 통념을 깨트렸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를 얻기 위해 심해에 기름과 천연가스를 방출하는 무모한 실험이 강행됐다고 한다.

수염을 기른 사람을 보고 지저분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가? 그 생각은 이제 과학적으로도 사실인 것으로 입증됐다. 1967년, 미국 메릴랜드주 소재 미군 의료기관인 포트 데트릭 산업보건안전소 연구원들은 수염이 비위생적인 것을 증명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는 수염 깎기를 한사코 거부한 동료 과학자를 설득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었다.

이 실험을 위해 마누엘 바레이토와 3명의 자원자가 몸소 실험대상으로 나섰다. 그들은 73일간 수염을 기른 뒤 수염에 세균을 뿌리고 씻어내기 어렵다는 점을 입증했다. 또 병원성 세균을 뿌린 수염을 마네킹에 붙인 뒤, 그 마네킹을 닭과 기니피그에 노출시키는 실험도 진행했다. 실험동물 중 일부는 정말 병에 걸렸다. 실험 결과를 본 동료 과학자는 결국 수염을 깎았고, 이 연구는 40여 년이 지난 2010년에 이르러서야 이그노벨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편 물리학상은 뉴질랜드의 오타고 대학 물리학자들이 수상했다. 뉴질랜드 항구도시 더니든은 겨울철이면 빙판이 되는 길 때문에 시민들에게 신발 위에 양말을 덧신으라고 홍보해왔다. 하지만 양말을 신발 위에 신으면 덜 미끄럽다는 것은 통념에 불과한 일이었다. 오타고 대학 연구진들은 빙판에서 양말을 신발 위에 덧신은 보행자들을 조사해 실제로 마찰력이 늘어난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그 밖에도 생물학상은 박쥐의 구강성교를 증명해낸 중국 연구팀이, 공학상은 원격 조종 헬리콥터로 고래의 콧물을 모으는데 성공한 영국 연구팀이 수상했다. 이탈리아 카타냐 대학 연구팀은 직원들을 무작위로 승진시키면 조직이 더 효율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수학적으로 증명해내 경영학상을 수상했다.

이그노벨상은 거창하고 멀게만 느껴지는 과학자들의 연구가 실은 얼마나 사소한 물음에서 시작되는지, 얼마나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척도가 된다. 스카치테이프를 붙였다 뗐다 20번 반복한 끝에 얻은 결과가 2010 노벨 물리학상으로 이어진 것처럼 과학은 멀리 있는, 어렵기만 한 것이 아니다. 이번 이그노벨상 수상 내용을 보며 아직 노벨상 수상자가 없는 우리나라에 부족한 것은 ‘과학’이 아니라 ‘유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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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오페르 2010-11-24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은 이런 것들까지 합쳐 발전해 나가는 재밌는 곳인것 같습니다.^^

마노아 2010-11-24 12:17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균형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어제 유독 더 들긴 했습니다...
 

'기후'에 대해서 공부를 해야 해서 관련 어린이 책을 주문했다. 토요일 0시 17분. 당일 배송 받기 위해서 중고책이 있는데도 새 책으로 골라 주문했는데 물류센터 재고 조사로 토요일은 당일 배송이 안 된다고 공지에 떴다.  하필 가는 날이 장날이 되었지만 그래도 수령예상일인 월요일에는 받겠거니 했다.   

 

  

 

 

 

그런데 토요일에 알라딘 전체에 접속이 되질 않았다. 처음엔 서재, 그러다가 모든 페이지에 접근이 안 되다가 몇 시간 뒤 메인 화면 접속은 됐다. 몇 달 전에 며칠 씩이나 서비스가 올 스톱된 기억이 있어서 좀 불안하기도 하고 짜증도 났다. 메인 화면이 열리고도 서재는 오래도록 접속이 안 됐고, 리스트에 상품 추가 안 되고 검색 안 되고 등등 오류 천국. 주말이긴 했어도 공지 화면은 띄워야 하는 거 아닌가?  

그렇게 오류 둥둥 주말을 보내고 나니 슬슬 더 불안해졌다. 오늘 배송 해준다던 내 책들이 과연 오늘 오겠는가. 

고객센터에 문의하니 아니나다를까. 이런 답변이 떡하니 왔다. 

안녕하세요,
알라딘 고객센터 ㅇㅇㅇ입니다.

해당주문건 현재 출고작업 중으로 오늘 출고하여, 내일 배송예정입니다.

저희 물류센터 재고조사로, 토요일 출고작업이 없어, 모두 하루 배송으로 설정되어, 오늘 출고, 내일 배송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아씨, 내가 받아야 하는 책을 날짜 지나서 받는 것도 열받는데, 일방적으로 양해 하라고 하네. 일단 기본은 죄송하다는 사과 먼저 아닌가?  

원래 내 계획은 오늘까지 책 받아서 살펴보고 부족하면 더 필요한 책을 찾으러 내일 도서관에 갈 생각이었는데 일정이 엉켜버렸다. 내일은 오전에 나가는 날이고, 책은 분명 내일 오후에 올 것이고, 나는 책을 저녁에나 받아보겠지.  

더 웃긴 건 어제 오후에 주문한 책은 이미 배송중이다. 출고 완료 문자가 왔으니 내일 같이 올 듯하다. 

 

예상 시간대로 처리되었다는 메시지가 오늘 따라 더! 울화를 돋우는구나! 버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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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11-22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하다는 말 보다는...미안하다는 말이 듣고싶은건데요, 그쵸?

마노아 2010-11-22 20:57   좋아요 0 | URL
알라딘도 일부러 그런 게 아닌 이상 미안하다고 하면 열은 받아도 그냥 넘어갈 텐데, 이렇게 더 성질을 돋우어요. ㅠ.ㅠ

Kitty 2010-11-22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물류센터 재고조사로, 토요일 출고작업이 없어, 모두 하루 배송으로 설정되어, 오늘 출고, 내일 배송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 ????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저도 별건 아니지만 중고샵 판매건 때문에 계속 접속이 안되어서 불편했어요. 기업 홈피도 이정도로 자주 오류나지는 않는데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전산 오류가 너무 많이 나는거 같아요...ㅠㅠ

마노아 2010-11-22 20:59   좋아요 0 | URL
하루 배송으로 설정되었으니 오늘 오는 게 맞는데 내일 오는 점을 양해해 달라고..;;;; 좀 전에 TTB2관련 사과 메일을 봤는데 제목은 20일자 오류라면서 메일 안에는 계속 13일 자 에러에 대해서 사과한다고...;;; 중요한 것도 못하고, 사소한 것에도 자꾸 실수하고... 참 난감합니다.ㅜ.ㅜ

순오기 2010-11-23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문 넣으면 잽싸게 상품준비 완료로 꿔 놓아 취소도 못하게 하면서 실제 진행은 느림보에요.ㅜㅜ
미안하다, 죄송하다~ 마음을 담아 하기가 어려운가 봅니다.

마노아 2010-11-23 09:55   좋아요 0 | URL
어떤 주문은 정말 너무 금방 상품준비 완료로 바뀌어서 변경이 힘들지요. 이런 사태가 자주 벌어지는데 뭔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알라딘 입장에서도 엄청 비효율적이고 이미지 손실도 장난이 아닐 텐데 말이에요.ㅜㅜ

sslmo 2010-11-23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인터넷으로 무언가를 사보는 게 알라딘이 처음이자,아직까지 온리 알라딘이예요.
그래서 뭐 불편하거나 안되는 게 있으면,모르니까'다 내탓인가보다~'했었거든요.
님의 페이퍼를 읽고 비교하고 싶어졌어요~

마노아 2010-11-23 11:05   좋아요 0 | URL
저 지난 번에 주문하고서 한달이 넘도록 못 받은 상품 있어서 결국 주문 취소한 적이 있었어요. 알라딘에서 샀지만 직배송이 아니라 업체에서 바로 발송하는 건데 업체에서 물건을 못 대고, 알라딘은 중간에서 난감했죠. 그때는 전화 주신 분이 엄청 친절해서 무려 한 달을 더 기다렸는데도 화가 나진 않았거든요. 이런 일들은 경우에 따라 반응도 달라지는 건데, 어찌 됐든 기본은 죄송하다는 사과가 먼저인 것 같아요. 이런 일이 자주 있는데도 사과 공지를 번번이 안 한다는 건, 내부 지침인지는 모르겠는데 좀 마인드에 문제가 있지 싶고요. ^^;;;

자하(紫霞) 2010-11-25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에 알라딘에 문제가 많았군요~

마노아 2010-11-25 20:10   좋아요 0 | URL
베리베리님은 정상화되고 나서 짠!하고 돌아왔어요.^^
 
뉴문 - 화보와 비하인드 스토리
마크 코타 바즈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7월
절판


트와일라잇 화보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재밌게 보았는데 '뉴문'도 같은 작가가 쓴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이클립스도 나오는 게 아닌가 모르겠다. 이미 개봉했으니 브레이킹 던과 묶어 나올 수도.

사실 이런 책은 원작이나 영화의 팬들을 위한 일종의 '서비스' 같은 거다. 이런 책에 문학성이나 작품성 혹은 대단한 정보를 기대하는 건 욕심이고, 그저 잠시 즐거움을 기대하는 거다. 운이 좋다면 진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을 수도 있고.

개인적으로 원작은 '뉴문'을 가장 재밌게 보았는데 영화는 이미 개봉된 세 편 중 '뉴문'이 가장 재미 없었다. 그걸 감독이 바뀐 탓으로 여겼는데 어느 정도는 맞지 않나 싶다. 이 책에도 보면 첫번째 시리즈의 여성 감독 하드윅이 시나리오 작업에 더 시간을 쏟고 싶어 했는데 제작사는 시간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감독을 바꾸고 바로 제작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아무래도 여성 취향의 작품이었고, 그래서 여성 감독이 핵심 포인트를 더 잘 잡은 것 같은데 감독이 바뀌면서 그런 부분들이 약해지지 않았나 싶다.

다만 감독이 최대한 CG보다 실제 촬영장소를 고집한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볼투리 가의 거주지로 설정한 고대의 성벽이 둘러싼 도시 볼테라마저도 이탈리아에서 장소를 물색해서 촬영을 했다니 노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진은 제이콥이 벨라에게 생일 선물로 건넨 꿈채반이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꿈채반이 공기 중을 떠도는 꿈 중 좋은 꿈은 들여보내고 나쁜 꿈은 걸러보낸다고 믿었다. 디자인도 예뻐서 갖고 싶어질 지경이다.

뉴문의 사건 사고는 초반부터 진행되었다. 벨라의 생일 파티에서 피를 보게 되었고, 그 피 때문에 뱀파이어 가족이 충동을 이기지 못해 벨라를 해칠 뻔했다. 이 사고로 벨라는 팔을 다쳤는데, 자신 때문에 벨라를 지키지 못할 거라고 여긴 에드워드와 컬렌 가족은 모두 살던 곳을 등지고 떠나버린다. 이 장면을 찍은 에드워드의 집도 세트가 아니라 실제 집이었다고 한다. 천장이 4.5미터로 높은 곳이긴 했지만 와이어 장비를 달 구멍을 뚫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스턴트 작업이 힘들었다고 한다.

트와일라잇에서 나온 벨라의 아버지 집은 실제로 지은지 100년이나 된 고택이었다고 한다. 뉴문에선 촬영 장소가 바꼈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 없이 새로 지어야 했다. 똑같은 집을 찾기는 어려웠으니. 제작진은 팬들이 달라진 차이점을 발견할까 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는데 여기에 블루레이 디스크가 한몫을 했다고 한다. 저해상도 DVD에선 찾아내지 못한 벨라 침실의 벽의 질감. 벽 마감이나 그림자 등등까지 모두 재현해 냈다고 한다. 오, 기술의 발전이란!

결국 벨라와 에드워드는 헤어지고 벨라는 폐인 지경에 이른다. 사진은 외모에는 도통 신경쓸 여력이 없는 벨라의 축 처진 모습. 하나로 질끈 묶은 머리 스타일이나 옷차림에서 어느 정도 체념이 느껴진다.(뭐, 그래도 충분히 예쁘다!)

벨라의 꿈을 찍은 장면에선 실제로 늑대를 촬영장에 데려와서 찍었다고 했는데, 해당 사진을 보니 영화에서 본 기억도, 작품에서 본 기억도 나질 않는다. 게다가 사진 찍는 것도 잊어버렸네..;;;;

제작진들이 1탄을 찍을 때까지만 해도 이 작품이 그토록 큰 인기를 끌 거라곤 짐작 못했다 한다. 그런데 이미 뉴문을 찍을 때는 곳곳에서 팬들에 둘러싸이는 진기한 경험을 해야 했다. 농장에서 염소치기의 집을 색칠하고 있는데 아이를 안은 여자가 다가와서는 '여기가 제이콥 집인가요?'라고 물었다는 것이다. 보통은 '영화 찍으세요?'라고 묻는데, 단번에 제이콥의 낡은 창고를 알아본 것이다. 대단한 팬심이다.

이 책에는 출연진들의 인터뷰 기사가 많이 실렸는데, 이런 부분들이 재밌다. 컬렌 가 역을 맡은 배우들이 촬영장에서 행동을 굉장히 삼가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반면 늑대 무리 남자들은 에너지가 넘쳤다고. 왕의 남자를 찍을 때 이준기에게 감독은 말을 삼가라는 주문을 했다 한다. 여성성을 보여줘야 하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남성성의 본질을 죽이기 위해서 행동을 삼가야 했고 그러기 위해선 말부터 아껴야 했던 것이다. 컬렌 가의 사람들도 그랬다. 그들은 인간이 아닌 뱀파이어였고, 행동거지가 우아했고 절제된 모습을 표현해야 했다.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지 않을 때에도 그 모습을 유지하려는 노력들이 보인다.

뉴문에서 벨라는 자신이 위험에 처해 아드레날린이 솟구칠 때 에드워드의 환영을 볼 수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렇게 해서라도 에드워드를 느끼고 싶었던 벨라는 심지어 절벽에서 바다로 다이빙을 시도하는데, 이 장면을 실제로 절벽에서 찍었을 리는 없고, 수영장에서 수천 갤런의 물을 쏟아부으며 찍었다고 한다. 심지어 블루 스크린을 수영장 안에까지 설치해야 했다. 사진을 보니 벨라가 뛰어내린 높이는 기껏해야 1.5미터 정도지만 영화에서는 얼마나 사실적으로 보였던가. 특수효과 만만세다.

CG를 많이 쓴 티가 나진 않았지만, 사실은 많이 들어가야 했던 늑대인간들의 변신. CG가 들어가야 할 곳을 표현해낸 판인데 이거 한 장에 무게가 10~15kg이나 나간다고 한다. 이런 모형을 앞에 두고 겁에 질린 표정을 지어야 했으니 배우들도 몰입하는데 좀 힘들었겠다.

벨라가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모습을 읽어낸 앨리스와 그걸 발설한 로잘리 때문에 에드워드는 벨라가 이미 죽은 줄 안다. 절망한 에드워드는 불멸의 삶을 스스로 정리하기로 결심하고 볼투리 가에 의해 죽임 당할 수밖에 없는 계획을 세운다. 수많은 군중들이 모인 곳에서 제 모습을 드러내는 것.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우수한 점이 이 부분인데 기존에 사람들이 갖고 있는 뱀파이어에 대한 관념을 많이 수정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햇볕을 보면 몸이 타들어가는 게 아니라 다이아몬드 같은 빛을 반사해내서 너무 눈에 띈다는 게 문제였다. 에드워드의 얼굴과 목 주위에 찍힌 점들은 바로 그 다이아몬드 반사 빛을 구현해 낼 CG 표시점이다. 그의 찢어지고 바랜 셔츠는 벨라를 떠난 뒤의 그의 삶, 그리고 벨라와 영원히 이별했다고 믿게 된 그의 절망을 드러내는 작은 부분들이다.

다행히 벨라와 해후한 에드워드는 죽음을 생각할 필요가 없어졌지만 볼투리 가의 시험을 받게 된다. 그리고 격투 씬에서 제작진은 벽에 부딪힌 에드워드의 피부가 갈라졌다가 다시 재생되는 효과를 집어넣으면서 원작에 없는 씬이 들어간 것에 잠시 고민했다 한다. 바로 스태프니 메이어에게 전화를 해서 이런 씬이 문제는 없겠냐고 문의를 해보고, 괜찮다는 오케이 사인에 그대로 촬영을 진행했다고. 원작에 충실하려는 이런 마인드는 참 훌륭해 보인다. 늑대인간도 상처 재생 속도가 빠른데 뱀파이어도 거기에 뒤지면 안 되지... 독자는 냉혈인간 편!

볼투리 가 사람들의 등장은 다소 우스웠다. 물론, 2천년을 넘게 살아온 그들은 인간들의 삶이 우스웠겠지만, 그렇게 본인이 신이라고 착각하는 인물을 묘사하자니, 심각하게 가기보다 차라리 코믹하게 나갈 것을 원했던 것일까? 그러니까 인물들은 무게를 잡고 있지만 관객은 웃게 만드는...
여튼, 컬렌 박사도 오래 살기로는 별로 아쉽지 않은 인물인데, 뉴문에서는 애석하게도 주인공 에드워드보다도 컬렌 박사가 훨씬 멋있었다. 중년이라고 부르기엔 애매한 얼굴, 지적인 움직임, 절제된 표정 등등. 1700년대의 모습으로 등장한 이 씬에서도 단연코 칼라일 박사가 가장 멋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이클립스를 언제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당황했다. 검색해 보니 금년에 개봉했다. 분명 영화도 봤는데 왜 기억에 없을까. 그만큼 영화가 인상적이지 못했다는 결론인가 보다. 뉴문보다는 재밌게 봤지만, 원작 4권 중 가장 재미 없었던 이클립스였으니 영화도 1편만 못하다고 느꼈나 보다. 다시 검색해 보니 4편은 내년 개봉이다. 그것도 두 개로 나눠서. 흐음... 4편의 결말이 좀 허황된 느낌이긴 한데 두 개로 나눠서 개봉이라니 조금 걱정이 된다. 그 사이 배우들이 너무 늙을 것도 걱정이고... 무려 불멸의 존재, 영원한 17세인데 말이다.
주인공 두 배우가 실제로 연인이라는 것도 검색하고서 알았다. 이런 영화를 찍으면서 가까워지지 않기가 더 어려울 듯하다. 두 사람이 영화처럼 소설처럼 예쁘게 연애했으면 좋겠다. 그런 것도 일종의 광고 효과를 쓰는 건 아닐까 우려가 되는 건 내가 너무 속물인 걸까? 뭐 암튼, 이제는 4탄 개봉을 기다려본다. 1년 남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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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11-19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와-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마노아님! 그런데 이런 책이 있군요. ㅎㅎ 저는 역시 팬심없는 여자사람 ㅎㅎ
축 처진 벨라가 혈기 왕성한 다락방보다 예쁘네요. orz

마노아 2010-11-19 15:10   좋아요 0 | URL
중고로 건지고서 좋아했어요. 트와일라잇 화보집은 정가 주고 샀었는데 그때보다 팬심이 줄었죠.^^
헐벗은 에드워드는 잘 차려 입은 벨라보다 예뻤어요. 이를 어쩜 좋아요.ㅎㅎㅎ

2010-11-19 2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19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1 2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1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10-11-19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뉴문도 보다 말았어요. 선배남자교사 한분은 사모님하고 아무런 사전정보없이 예매율1위 영화로 이 영화 보러가셨다가 도중에 나오셨답니다 ㅎㅎㅎ. 의외로 고딩남학생들이 이 영화를 열심히봐서 놀랐어요.

마노아 2010-11-20 00:29   좋아요 0 | URL
사전 정보 없이 맞닥뜨렸다면 상당히 당황스러웠겠어요. 시리즈물의 두번째였고, 게다가 상당히 하이틴 물이잖아요. 오, 그런데 고딩 남학생이 관심을 갖다니, 상당히 뜻밖이에요. 제가 가르친 학생 하나도 남학생인데 아직도 성균관 스캔들에서 못 헤어나고 있는데 비슷한 교감인가봐요.^^ㅎㅎㅎ

비로그인 2010-11-20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했고 절제된 모습을 보여주어야....꺄아아아악

실없는 댓글이지요ㅠㅠ

마노아 2010-11-20 12:23   좋아요 0 | URL
Jude님의 감춰진 듯 살며시 보이는 듯한 서재 이미지가 바로 그 우아하고 절제된 모습이라지요. 후훗^^

후애(厚愛) 2010-11-23 0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지금 <트와일라잇 시리즈 세트 - 전4권>을 눈독 들이고 있어요.ㅎㅎ

이미지 너무 멋져요~ ^^

마노아 2010-11-23 09:56   좋아요 0 | URL
트와일라잇은 원서 표지가 너무 예뻐요. 원서 표지를 보는 순간 한국판 표지를 보니 눈 버렸어요. ㅎㅎㅎ
후애님은 원서로 읽으셔도 좋겠어요.^^
 
홀리스 우즈의 그림들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9
패트리샤 레일리 기프 지음, 원지인 옮김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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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면서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 홀리스 우즈. 이름조차 주어지지 못해 버려진 곳의 지명을 이름으로 갖게 된 아이. 여러 위탁 가정을 전전하면서 제대로 된 가족을 가져보지 못한 홀리스 우즈는 상처로 인해 점점 마음의 문을 닫아 걸고 웅크린 아이가 되어버렸다. 그런 홀리스 우즈에게 유일한 위안이 되어주는 건 언제나 그림뿐. 

여섯 살 때 선생님이 내준 'W'로 시작하는 단어들을 찾아오라는 숙제에 선생님은 홀리스 우즈의 그림에 X표를 그어버렸다. M으로 시작하는 엄마, F로 시작하는 아빠, B로 시작하는 오빠, S로 시작하는 여동생. 그렇게 한 가족이 H로 시작하는 집 압에 서 있는 멋진 그림에서 선생님은 W로 시작하는 단어를 찾지 못했다. 아이가 원한 것은 소망하다의 'wish'였고, 원하다의 want, 혹은 사랑스럽지 않나요(Wouldn't it be loverly)의 W였는데 말이다. 

맡겨진 집에서 가족으로 섞이지 못하고 겉으로 도는 홀리스 우즈는 다른 사람들 눈에 거친 아이로만 비쳤다. 그런 홀리스 우즈에게 진짜 가족이 생겼다. 리건 부부는 기꺼이 아빠 엄마가 되어주고 스티븐은 오빠가 되어주고, 리건 부인의 뱃속에는 또 아이가 자라고 있으니 그토록 원하던 W 그림의 완성판이 될 것만 같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다. 쉬이 마음을 열지 못하고, 제게 다가온 사랑의 정체를 진짜 사랑으로 믿기 어려웠던 홀리스 우즈는, 그래서 걱정도 많고 눈치도 많이 보고 오해도 깊어 간다. 누구도 원치 않았던 불의의 사고. 사고의 책임을 느끼며 그토록 소망하던 가족의 테두리를 스스로 떠나버린 홀리스 우즈. 그런 그녀에게 또 다른 가족의 울타리가 생길 뻔했다. 조시 아줌마. 홀리스 우즈가 갖고 있는 그림에 대한 재능을 단번에 간파한 멋쟁이 조시 아줌마(사실은 할머니)는 점점 기억을 잃어가고 있었다. 입양 기관에서 어린 홀리스 우즈를 치매에 걸린 노인과 단 둘이 둘 리가 없었다. 그리하여 다시 또 탈출을 감행한 홀리스 우즈. 그러나 이번엔 혼자가 아니라 조시 아줌마와 고양이 헨리와 함께다. 자꾸만 도망치는 삶을 살게 되는 홀리스는 자신이 떠나온 리건 가족과의 추억을 되새기면서 고통스러워한다.  

작품은 리건 가족과 함께 있을 때와, 현재 조시 아줌마와 지내고 있는 시간이 교차되면서 진행된다. 초반엔 그것 때문에 몰입이 좀 힘들었다. 대체 홀리스가 그 가족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고의 정체가 불안했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 죽기라도 했다면, 홀리스가 다시금 가족을 가질 수 있을지 염려스러웠던 것이다.  

살아온 환경이 피해 의식에 쌓일 수밖에 없었고, 한 발자국 내딛기 위해서 두 발자국 물러서기 바빴던 것을 이해한다. 때문에 자신이 받은 사랑의 깊이를 끝까지 신뢰하지 못했던 아이의 성마른 결정도 안타깝지만 이해한다. 다행히, 그 사랑의 깊이가 얕지 않아서, 홀리스 우즈는 진정한 가족의 품으로 되돌아갈 수 있었으니까.  

제목만 보고서 홀리스 우즈의 그림이 삽화로라도 나올까 했는데 전혀 나오지 않았다. 대신 아이가 그려낸, 그리고자 하는 이야기는 끝없이 묘사된다. 사랑받고 싶었던 아이 홀리스 우즈, 사랑받은 아이 홀리스 우즈. 그 상처와 위로의 이야기는 이 작품이 수상한 뉴 베리 상을 어쩐지 따뜻한 상으로 기억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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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죠 2010-11-19 0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베리상의 신뢰도는 저에게 굉장히 높은 편인데, 마노아님까지 이리 따뜻한 리뷰를 쓰셨으니, 아오 어떡해, 어머 이건 질러야 해!!!

마노아 2010-11-19 12:24   좋아요 0 | URL
아하하핫, 오즈마님도 좋아하는 뉴베리상이었군요! 그러고 보니 이름난 작품 중에 뉴베리 상 수상작이 많았던 것 같아요. 오즈마님, 여행 즐거우셨죠? ^^

순오기 2010-11-19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 괜찮았어요.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새겨보는...

마노아 2010-11-20 00:30   좋아요 0 | URL
w로 시작하는 가족을 갖고 싶었던 아이의 마음이 참 짠했어요.

섬사이 2010-11-22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리뷰만 읽고도 가슴이 짠하네요.
배우 송옥숙님이 네 번 버림받은 기억이 있는 아이를 입양해서 가족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TV로 본 적이 있어요.
'홀리스 우즈'라는 아이와 그 아이가 겹쳐보이네요.
누군가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거, 쉽지 않은 일이겠지요.
꼭 읽어봐야겠어요.

마노아 2010-11-22 14:24   좋아요 0 | URL
아, 그런 프로를 하는 걸 얼핏 본 것 같은데 자세히 챙겨보질 못했어요.
저는 만화가 서현주의 '그들의 일상생활'과 시미즈 레이코의 '월광천녀'가 떠올랐어요.
다시 버림 받기 싫어서 자신을 학대하는 사람일지언정 가족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 힘을 썼던 주인공들이 나왔거든요. 홀리스 우즈는 다행히 사랑해주는 가족을 찾았지만 말이에요.
직접 낳은 아이와 입양한 아이에 대한 생각이 많은 요즘이에요.^^;;;
 
온 세상 사람들
피터 스피어 지음, 이원경 옮김 / 비룡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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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 다양한 사람들. 그들의 삶, 문화, 종교 등등 다르지만 모두 같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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