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지 사진을 찍지 않고 넘어가면 섭섭해질 사진들이 폴더에 남아 있다. 어쩌면 자랑질 페이퍼?  

 

 

 

 


열흘 전에 생일이 지났다. 작년에, 그리고 재작년에 받아놓고 못 읽은 책들이 많아서 올해는 가급적 사양하고 괜찮다고 넘어갈 결심이었는데, 그렇게 잘 안 됐다. 소중한 알라디너들이 보내준 선물과 또 다른 지인이 보내준 선물이다. 작년에도 마다했더니 둘째 조카 선물로 대신했는데 올해는 큰조카 선물로 대신했다. 내년에는 그냥 마다하지 말고 내가 원하는 책을 콕 집어줄 생각이다. 파하하핫.ㅎㅎㅎ  

 

 

저 맛깔스런 간식도 알라딘의 어느 천사가 보내주셨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머그잔을 골랐는데 방향을 잘못 돌려서 그림이 나오질 않은 것을 방금 발견했다. 바보팅이...;;;  

커피와 먹으면 더 맛있어서 금세 동이 났고, 아껴 먹었던 카푸치노만 조금 남았다. 사탕은 조카들한테 유독 인기가 좋은데 다 먹고 통을 달라고 다현양이 날마다 조른다. ㅎㅎㅎ 

 

또 다른 알라디너는 케이크 기프티콘을 보내줬다. 기프티콘은 커피나 도넛 정도만 있는 줄 알았던 나는 막 놀라버렸다.
촛불 꽂느라 조카들은 또 신났다. 나는야 케이크 기프티콘 받는 여자! 

 

요 녀석은 큰 바다를 건너왔다. 처음부터 내것이 될 물건은 아니었지만 공교롭게도 생일 덕을 보았다. 

 

안을 열면 이런 초콜릿이 2층으로 쌓여 있다. 아, 남자 사람한테 선물을 받아본 것은 너무 오랜만이어서 잠시 어찔! 

 

저 초콜릿을 받던 날 케이크 선물을 또 받았다. 서프라이즈~ 파티가 될 법 했는데, 되었다. ㅎㅎㅎ 

레페 브라운... 맞나? 그날 마신 맥주 이름이...  

정말 맛있었다. 반잔 마셨으니까 250mm인데 아쉬웠다. 다음엔 500mm도전! 

이날도 축하해 주신 분들께 모두모두 감사~ 그날은 올해 들어 가장 즐거웠던 손꼽히는 날이었다. 

 

더불어 받았던 몇 가지 선물들. 길벗 달력은 재질이 너무 얇아서 조금 심심했다. 그리하여 깔판으로 전락...;;;; 

닉네임을 고려해서 M자 북마크를 집어 들었고, 빠른 손놀림으로 에드워드를 거머쥐었다. 먄, 도도한 여자사람님! ㅎㅎㅎ 

 

길벗과 비교되는 문화연대의 달력 빛에 빚지다.  

 

멋드러진 느낌의 이미지들이 가득했지만, 사실은 모두모두 무척 아픈 사진들이었다. 남일이 아니어서 더 서러운... 

두껍고 빳빳한 재질의 달력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올해 몇 개의 달력을 받았는데 그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감사해요, 새색시님! 

 

어제였다. 연극에 당첨되어 '트루 웨스트'를 보고 왔다. 내가 좋아하는 오만석과 조정석 주연이어서 수영을 제끼고 다녀왔는데 내용은 좀 난해했다. 사인회도 있던데 알았으면 미리 프로그램을 샀을 텐데 약간 아쉽다. 

 

오늘은 다현양 유치원에서 재롱잔치가 있었다. 이모는 2층에서 극성스럽게 촬영을 했지만 손떨림으로 인해 건진 사진은 몇 장 되질 않는다..ㅜ.ㅜ 

사탕 꽃다발은 언니님하가 오늘 장봐서 사무실에서 급히 만든 것이다. 재료비가 2만원이 넘게 들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작게 만들었단다. 그 돈이면 유치원 앞에서 불빛 번쩍이는 요술봉 두 개 사는 건데, 두 자매는 마구 아쉬워했다. ;;;; 

12월은 조용히 흐르고 있다. 원고 작업은 3일자로 끝났고(수정 연락이 안 왔으니 끝난 거겠지???), 

실업급여를 신청해서 1차로 받았고, 

백수의 본분을 다해 리뷰대회 책들을 열심히 읽고 있다. 해당 도서 중 갖고 있는 책을 다 못읽을 가능성이 99%다. ㅎㅎㅎ 

한 해의 마감을 앞두고 있는 지금, 가슴은 많이 요동쳐도 별로 흔들리지 않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살아가는, 사랑받는, 그런 소중한 나날들이다.  

고마운 사람들이 참 많다. 나의 복이고, 좋은 사람들의 공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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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0-12-17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복은 내가 사람에게 기울이는 정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전혜성 - 가치있게 나이 드는 법 중>

이 말을 마노아님께 해주고싶은 밤입니다 :) 제가 저 책을 본 건 아니고 알라딘 페이스북에서 봤어요. ㅎㅎ
http://www.facebook.com/?ref=logo#!/note.php?note_id=174390982582721

마노아님, 저도 저 날 정말 즐거웠어요. 덕분에 초콜릿도 맛있게 뺏어먹고 냠냠, 취해서 다음날 종일 헤롱대고
(무서운 레페같으니 ㅋㅋㅋ)

마노아 2010-12-17 01:22   좋아요 0 | URL
헤엣, 페이스북은 이렇게 생겼군요. 심플하고 심심한데 신선하기도 해요.
좋은 글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많은 사람들에게 인복이 되어주고 싶어요.^^
취한다는 기분이 어떤 건지 몰라서 몹시 궁금했던 그날이었어요. 대체로 취해서 돌아가시더라능...^^

순오기 2010-12-17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을 듬뿍 받은 날이군요.
살다보면 '날마다 오늘처럼' 주문을 외고 싶은 날이 있지요.^^
다현양의 앙증맞은 표정이 행복해 보여서 더 좋고요~

순오기 2010-12-17 01:08   좋아요 0 | URL
아~ 리뷰대회 대상도서는 엄청 많고, 읽은 책도 여러권인데~ 리뷰는 전혀 쓰지 않아요.
다른 일로 써야 할 원고가 있어서도 그렇지만, 더 욕심내면 안 될 거 같은 마음도 있어서...^^

마노아 2010-12-17 01:25   좋아요 0 | URL
슬펐던 한 주였는데, 오늘 다현양 재롱잔치 보면서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진들을 정리해 보니 행복할 이유가 참 많았어요. 그래서 고맙고 더 감사하게 되었죠.

리뷰대회 대상 도서는 작년보다 많이 준 것 같아요. 상금 규모와 비례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어요.
해마다 리뷰대회가 겨울 독서력에 큰 영향을 미쳐요.^^

후애(厚愛) 2010-12-17 0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케익과 초콜릿 너무 맛 있어 보입니다.^^
입안에서 군침이 마구 돕니다.ㅎㅎ
다현양 많이 자랐어요. 그리고 여전히 귀엽고 이뻐요~!!

마노아 2010-12-17 10:52   좋아요 0 | URL
아이가 태어난 직후의 그 작고 꼬물거리던 느낌이 아직 남아있는데 이렇게 커버렸어요.
아이를 바라보면 생명의 경이로움이 느껴져요.^^

다락방 2010-12-17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그날 초콜렛을 제가 다 먹은것 같아요. 이거 먹어볼까 저거 먹어볼까 하고 말입니다. 레페는, 다시는 안마시겠다고 결심한 술!
올해 들어 가장 즐거웠던 손꼽히는 날의 멤버중에 제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도도한 여자사람입니다. 흐흣 :)

마노아 2010-12-17 10:53   좋아요 0 | URL
저도 궁금해서 종류별로 다 먹어본 것 같아요. 살살 녹아요~
다락방님의 결심을 막 깨라고 유혹하고 싶어요.
하지만 4층 계단의 장벽이너무 높아요. (>_<)

울보 2010-12-17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마노아님,,
제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네요
생일도 지나가졌고
언제 백수가 되셨는지 정말 저 왜이렇게 살고 있는지,,하는일 없이 바쁘지도 않으면서 바쁘게 살고
참 모두에게 소홀한것은 나인데 나만외롭다 하고,,ㅎㅎ
정말 풍성한 생일 선물받으셨네요,
인복이 많은것은 님이 그만큼 베푸셨기에 생긴 복일것입니다,
참 보기좋고 부럽습니다,,

마노아 2010-12-17 10:56   좋아요 0 | URL
모두가 서로 참 생각이 많아요.
털어놓고 보면 알게 모르게 또 위로도 받고 그럴 거예요.^^;;;
지금 생각해 보니 선물 사진이 하나 빠졌네요. ㅎㅎㅎ
책 선물이 아니라서 그런가 무심해져버렸어요.
친구가 알라디너가 아니라 이 페이퍼를 못 볼 테니 다행이에요.^^;;;

무스탕 2010-12-17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를 읽기만 해도 뿌듯하네요 ^^
이런글 읽을때 내가 미혼이 아는게 얼마나 서러운지 마노아님이랑 다락방님이랑 웬디양님은 모를걸요.. ㅠ.ㅠ
하다못해 내 말이라면 죽는 시늉을 하는 신랑을 델꼬 살아야 하는데.. ㅠ.ㅠ
이쁜 나날이에요~

마노아 2010-12-17 10:57   좋아요 0 | URL
한쪽 옆구리 시리다면서 한편으로는 조금 자유롭다 느끼며 살아요.
요새 아이들이 너무 이뻐 보여서 시집갈 때 된 거구나 느끼고 있어요.^^ㅎㅎㅎ

섬사이 2010-12-17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뜻하고 행복한 페이퍼에요.
무스탕님 댓글에 저도 한 표 던져요.

마노아 2010-12-17 13:51   좋아요 0 | URL
밤에 쓴 글을 낮에 다시 읽어보니 막 밤기운이 느껴져요. 어쩐지 쑥스러워요.^^;;;

... 2010-12-17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이셨군요, 마노아님. (저는 스물다섯이후의 생일은 별로 안 반가워하고 있는 사람인지라... ㅎ) 아, 늦은 축하!!
조카 너무 귀여워요... ^^

마노아 2010-12-17 16:58   좋아요 0 | URL
아아, 스물 여섯과 스물 일곱, 여덟, 아홉까지도 얼마나 아름답던가요! 사실은 저보다 어린 나이는 다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
축하 감사해요. 조카를 떠올리며 혼자 배시시 웃는 나날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ㅎㅎ

rosa 2010-12-19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마음 아픈 일들이 많아서 조금 울적하지만.. 그래도 마노아님은 생일을 축하하지 않고 넘어갈 순 없죠!
조금전까지 불켜져 있던 앞 건물 사무실 사람들도 이제는 퇴근했나 봅니다.
마노아님도 편한 밤 되시길.. ^^

마노아 2010-12-19 00:53   좋아요 0 | URL
rosa님, 감사해요. 제가 알라딘에서 오래오래 생일 축하 인사를 받고 있어요. 날마다 제 생일인 것 같아요. ^^
마음이 힘들 때 혼자만 있는 것이 걱정되어요. 이밤, 혹시 슬프더라도 외롭지는 않았으면 해요.
rosa님의 밤도 편안하기를 바랄게요.

같은하늘 2010-12-24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일매일이 이 날만 같으면 좋겠어요.ㅎㅎㅎ
그나저나 다현양 숙녀가 되셨네요.^^

마노아 2010-12-24 02:08   좋아요 0 | URL
그 자그마한 아이가 이렇게 컸다는 게 가끔 믿어지지 않는 기적 같아요.
우리의 엄마들도 우리를 보면서 그렇게 생각하셨겠죠.^^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 장영희가 남긴 문학의 향기
장영희 지음, 장지원 그림 / 샘터사 / 2010년 5월
구판절판


사실 음식을 나누는 것은 친교의 기본 조건이다. '친구'라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 companion에서 com은 '함께', pan은 '빵'을 의미한다. 그래서 '함께 빵을 먹는 사람'이 바로 '친구'인 것이다. 성서에 나오는 '최후의 만찬'을 필두로, 문학에서 음식을 함께 먹는 행위는 친교나 연대의식을 상징할 때가 많다. -23쪽

오래 전 나훈아는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고 노래했겠지만, 어쩌면 눈물은 사랑의 씨앗인지도 모른다.
어린왕자(1943)를 쓴 생텍쥐페리는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능력이야말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대의 부"라고 했다. 척박한 세상을 살아가며 모든 사람들의 가슴 속에 꼭꼭 숨겨놓았던 눈물을 찾아 마음의 부자가 된다면 이 찬란한 봄에 맞는 부활의 아침이 더욱 아름답지 않을까.-53쪽

보통은 '사과'하면 빨간 동그라미에 꼭지 한 개 달린 것을 떠올리는데, 한 입 베어 먹은 반쪽 사과를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남과 '다르게' 생각한 재미있는 발상이다.
'다르게 생각하라'(...)집단적 사고에서 벗어나 남보다 조금 더 창의적으로, 한 번쯤 다른 방향으로, 조금은 엉뚱하게 생각해보라는 말이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은 한 집단에서 이질감, 소외감, 부조화를 불러일으키고 소위 '왕따' 당할 수 있는 요인도 되므로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라'는 말도 된다.
다양성을 기초로 시작한 나라니만큼, 개개인의 '다름'을 인정할 뿐 아니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용기와 자유를 권장하는 것은 아마도 미국이 미국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일 것이다. 다른 모습, 다른 문화, 다른 언어 그리고 다른 생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 '다름' 속에서 통일성을 찾으며 변화의 기조로 삼는 것이다.-108쪽

남을 칭찬한다는 것은 포용력, 자신감, 남에 대한 배려를 의미하지만, 그런 마음의 여유를 갖기에는 우리는 너무나 숨 가쁘고 각박하게 살아왔다.
미국의 중고등학교에서 토론법을 가르칠 때 강조하는 말 중 하나가 "당신 말씀도 일리가 있습니다만......You have a point but......"이다. 즉 상대방의 논리를 분석, 부분적으로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그것을 근거로 다시 반론을 준비하는 짧은 휴지를 가지라는 것이다. 그것이 더욱 더 평화롭고 건설적인 토론을 할 수 있는 기본이 된다는 것이다.-112쪽

난 할 수 있어와 난 할 수 있다고 생각해는 분명히 다르다. 어린아이에게 "할 수 있어"와 "할 수 있다고 생각해"를 구별해 가르치는 것이 어쩌면 미국적 사고방식의 근간인지 모른다. 주어진 상황이나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 실천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일은 애당초 시도조차 할 필요가 없다는 실용주의 말이다.
흑인 여성으로 처음 미국의 일류 대학인 스미스칼리지 총장이 된 루스 시먼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자가 성공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나는 어려운 것(difficult)'과 '불가능한 것(impossible)'을 구별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어려워도 가능해 보이는 일은 최선을 다해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승산이 없다고 생각되는 일은 도전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판단에 따라 계획했습니다."
'하면 된다'라고 아무리 아우성쳐도, 안 되는 일은 안 된다. 둥근 새의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얼까'라고 생각하는 지혜가 새롭다. 때로는 포기도 미덕이기 때문이다.-117쪽

내가 이제야 깨닫는 것은, 사랑을 포기하지 않으면 기적은 정말 일어난다는 것.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숨길 수 없다는 것. 이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교실은 노인의 발치라는 것. '하룻밤 사이의 성공은 보통 15년이 걸린다는 것. 어렸을 때 여름날 밤 아버지와 함께 동네를 걷던 추억은 일생의 지주가 된다는 것. 삶은 두루마리 화장지 같아서 끝으로 갈수록 더욱 빨리 사라진다는 것. 돈으로 인간의 품격을 살 수는 없다는 것. 삶이 위대하고 아름다운 이유는 매일매일 일어나는 작은 일들 때문이라는 것. 하느님도 여러 날 걸린 일을 우리는 하루 걸려 하려 든다는 것.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것.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단 한 번이라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은 영원한 한이 된다는 것. 우리 모두는 다 산꼭대기에서 살고 싶어 하지만, 행복은 그 산을 올라갈 때라는 것...... 그런데 왜 우리는 이 모든 진리를 삶을 다 살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것일까? 살아온 길을 뒤돌아보면 너무나 쉽고 간단한데, 진정한 삶은 늘 해답이 뻔한데, 왜 우리는 그렇게 복잡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것일까? (페페 신부님)-140쪽

잘사는 나라의 딕과 제인이 나비를 잡고 다람쥐를 쫓으며 꿈을 키울 때, 영희와 철수는 파리를 잡고 쥐를 잡으려고 쓰레기통 옆에 앉아 있었다. 잘사는 나라의 아이들이 펄펄 내리는 눈을 보고 썰매 타고 산타맞이 징글벨 노래를 할 때, 우리는 "펄펄 눈이 옵니다....하늘나라 선녀님들이 하얀 가루 떡가루를 자꾸자꾸 뿌려줍니다."라고, 눈이 공짜로 내리는 떡가루이길 바라며 노래 불렀다.
그때 파리를 잡던 손기술, 오징어 다리를 쥐 꼬리로 만드는 창의성, 눈을 보고 떡가루를 상상하는 헝그리 정신이 지금 우리가 누리는 물질적 안정을 가져왔는지 모르지만, 슬프게도 악착같이 살아온 우리의 정서와 양심은 많이 퇴화해버린 것 같다. -146쪽

내가 바로 히스클리프야(폭풍의 언덕 제9장 중에서)

그는 나보다 더 나야. 내가 이 세상에서 겪은 지독한 고통들은 모두 히스클리프의 고통들이었어. 모든 것이 죽어 없어져도 그가 남아 있다면 나는 계속 존재하는 거야. 하지만 다른 모든 것은 남아 있되, 그가 없어진다면 우주는 아주 낯선 곳이 되고 말겠지. 린튼에 대한 나의 사랑은 숲 속의 잎사귀와 같아. 겨울이 되면 나무들의 모습이 달라지듯이 시간이 흐르면 달라지리라는 걸 난 잘 알고 있어. 그러나 히스클리프에 대한 내 사랑은 그 아래 있는 영원한 바위와 같아. 넬리, 내가 바로 히스클리프야! 그는 언제나, 언제까지나 내 마음속에 있어. 바로 나 자신으로 내 마음속에 있는 거야.-181쪽

엄마와 하느님(셸 실버스타인)

하느님이 손가락을 주셨는데 엄만 "포크를 사용해라"해요
하느님이 물웅덩이를 주셨는데 엄만 "물장구 튀기지 마라"하고요
하느님이 빗방울을 주셨는데 엄만 "비 맞으면 안 된다"해요
난 별로 똑똑하지 못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요-
엄마가 틀리든 하느님이 틀리든 둘 중 하나예요.(부분)-229쪽

눈덩이(셸 실버스타인)

눈덩이 하나를 아주 멋지게 만들었어요.
애오나동물로 길들여서 함께 자려고요.
잠옷도 만들고 머리에 베개도 만들어주었어요.
그런데 어젯밤에 도망갔어요.
하지만 그러기 전에-침대에 오줌을 쌌네요.-2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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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있나요? 아직 신청하지 않았지만 내년도 정기구독 하실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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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10-12-17 0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요... 지금 정기구독하고 있는데요...

2010-12-17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릎딱지 한울림 그림책 컬렉션 12
샤를로트 문드리크 지음, 이경혜 옮김, 올리비에 탈레크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0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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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교과서에 실렸던 동시가 생각난다. 아기가 넘어져서 무릎에 빨긴 피가 나서 마구 울었는데, 알고 보니 단풍잎이었다는 것... 제목을 보고는 그런 내용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첫 문장에서 가슴이 덜컹 주저앉는다.  

엄마가 오늘 아침에 죽었다.
사실은 어젯밤이다.
아빠가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난 밤새 자고 있었으니까
그동안 달라진 건 없다.
나한테 엄마는 오늘 아침에 죽은 거다. 

어린 아이가 엄마가 죽었다고 말을 한다. 내가 생각했던 가벼운 이야기의 범주를 휙 넘어서버렸다. 이 이야기는, 슬픈 이야기가 될 것이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아이는 엄마에게 투정을 부렸다. 조금 쉰 다음에 돌아오라고, 그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엄마는 그럴 수 없다고 했고 아이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 이렇게 빨리 가 버릴 거면 나를 낳지 말지, 뭐 하러 낳았느냐고... 

엄마는 웃었고 아이는 울었다. 아이도 알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오래오래 병석에 누워 있던 사람이라면 가족들이 이별에 대한 대비를 조금이라도 했을 것 같지만, 실제로 당해보니 그렇지가 않았다. 적어도 내 경우는 그랬다. 사람들은 막연히 불행이 나를 비켜갈 거라고 기대하며 살지 않던가. 아니, 반대로 그런 불행이 나의 것이 될 거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한다. 닥치고 나서 이게 나의 일이라는 걸 막막한 와중에 체험할 뿐이다. 아빠가 돌아가실 때 그랬다. 암환자였고, 치료를 받지 못했고, 당연히 죽음이 다가오고 있었는데도 그게 현실처럼 느껴지질 않았다. 그래서 이별의 순간이 왔을 때 당황했다. 현실같지 않았다. 그때 나는 스무 살이었는데 지금 이 그림책 속의 아이는 그 1/3 정도의 나이로밖에 보이질 않는다. 이럴 거면 왜 낳았느냐는 아이의 다그침이 마음을 울린다. 웃었지만 울었던 엄마의 마음이 손에 잡힌다.  

아이는 아빠도 막막하다는 걸 짐작한다. 그래서 떼를 쓰지도 않고 불만스러운 점이 있어도 그냥 넘어가 버린다. 아침마다 빵에 지그재그로 꿀을 발라서 반으로 잘라 먹곤 했는데, 엄마가 가르쳐주지 않은 모양이다. 짜증이 났지만 다른 수가 없다. 엄마가 죽기 전에 아빠한테 가르쳐 줬어야 했다. 아빠 혼자서는 잘 해내지 못할 거라는 것을 아이는 안다. 고통을 겪고 나면 아이는 애어른이 되고 만다. 더 이상 아이로 있을 수 없게 된다. 세상이 그렇게 만들고, 본능이 그렇게 알아차린다. 아이는 아빠를 돌보는 것은 자기 몫이라고 생각한다. 돌봄을 받아야 하는 아이가 아빠를 가엾게 여긴다. 

아빠가 자꾸 운다는 건 나도 잘 안다. 젖은 수건 짜듯이 아빠를 꼭 짜면
온 몸에서 눈물이 뚝뚝 쏟아질 거다.
하지만 난 아빠가 자꾸 우는 걸 보는 게 싫다. 

아마 아이의 몸을 짜도 젖은 수건처럼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이다. 아이가 보는 건 아빠이고 결국 자신이다. 아파도 아플 수가 없고, 울 수도 없는 상태에 아이는 처한 것이다. 그런 때가 더 위험하다.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스스로를 방어한다. 엄마 냄새를 잊지 않으려고 창문을 꼭꼭 닫았다. 더운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엄마 목소리가 지워질까 봐 다른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한다. 엄마 목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게 귀를 막고, 입을 다문다.  

하루는 마당을 뛰어다니다가 넘어지고 말았다. 무릎에 상처가 났다. 아픈 건 싫었지만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플 때마다 위로해 주고 다독여 주던 바로 그 엄마 목소리다. 아이는 엄마 목소리가 반갑다. 딱지가 앉기를 기다렸다가 손톱으로 긁어 뜯어낸다. 다시 상처가 생기고 피가 난다. 아파서 눈물이 나오려 했지만 참는다. 피가 흐르면 엄마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으니까... 그러면 조금은 덜 슬플 테니까. 스테프니 메이어의 '뉴문'에서 벨라가 그랬다. 자신이 위험해질 때마다 에드워드의 환영이 보여서 자해하다시피 위험 속으로 스스로를 몰아갔다. 이 어린 꼬마조차도 마음이 아픈 것이 몸이 아픈 것보다 더 고통스럽다는 것을 알고 있다. 벌써 인생을 알아버렸다.  

 

할머니가 오셨다. 엄마의 엄마. 아니는 자신이 돌볼 슬픈 어른이 둘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아파하면서, 아이는 애처롭게도 역시나 아플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있다.  

할머니는 집에 오시자마자 아이에게 뽀뽀를 퍼붓고는 창문을 활짝 열어 놓았다. 이럴 수가! 아이가 놀라 비명을 지르며 울음을 터뜨린다. 엄마가 빠져나간다고 몸부림치는 아이. 기어이 눈물이 쏟아진다. 진작에 쏟았어야 할 눈물이 터저버렸다.  

아이도 알았을 것이다. 창을 열지 않는다고 해서 남아 있을 엄마의 체취가 아니라는 것을, 귀를 막고 입을 닫는다고 해서 붙잡을 수 있는 엄마가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인정하고 싶지 않던 엄마의 부재. 닿을 수 없는 느낌,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그 한 사람... 

이런 아이의 마음을 할머니가 왜 모르실까. 할머니의 위로는 지극히 당연하지만 그만큼 애잔한다. 할머니는 아이의 손을 잡아 가슴 위에 올려주신다.  

"여기, 쏙 들어간 데 있지? 엄마는 바로 여기에 있어.
엄마는 절대로 여길 떠나지 않아." 

아이는 무서웠던 것이다. 아무리 애써도 엄마를 완전히 잊게 될까 봐. 잊어버리면 정말로 잃어버리게 될까 봐. 아이는 제가 할 수 있는 안간 힘을 기울였던 것이다. 아이는 달렸다. 온 힘을 다해서. 심장이 쿵쿵 뛰어서 심장이 터지기 직전까지. 그러면 꼭 엄마가 가슴 속에서 아주 세게 북을 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아이는 그렇게 엄마의 숨결을 느낀다.  

저녁이 되어 보니 무릎에 매끈매끈한 새살이 돋았다. 딱지는 사라지고 없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저절로 딱지가 떨어진 것이다. 아이는 울까 말까 망설이다가 울지 않는다. 상처가 덮이고 새살이 돋는 것이 섭섭할 때도 있다. 상처라도 남아서 잡고 싶은 흔적도 있는 거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아간다. 그것이 아이든 어른이든... 

 

아이는 가슴 위 쏙 들어간 곳에 손을 올려놓고 잠이 오길 기다렸다. 심장이 편안하게 뛴다. 잠이 솔솔 온다. 어느새 잠이 든다. 

아이에게 편안한 꿈이 스며들 것이다. 엄마를 만날 수도 있다. 아직은 울면서 깨어날 날이 더 많겠지만, 차차 익숙해질 것이다. 그것이 시간이 주는 유일한 선물이니까.  

가족과의 이별은 상상하기 힘든 상처를 남긴다. 망자의 삶이 살아 생전 연민 그 자체였다면 더욱 그렇다. 이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이별은 없는 법이지만 유독 아픈 죽음들이 있다. 나는 이 책을 화요일에 읽었는데 읽으면서 내내 물만두님 생각이 났다. 남겨진 가족들이 안타까웠다. 13년 전에 돌아가신 아빠가 생각났다. 오래 되었지만 여전히 '아빠'라는 이름 만으로도 눈물이 나게 만드는 그 존재가 아직도 버거웠다. 그리고 어제 읽은 '내가 살던 용산'도 생각났다. 그래서... 시간이 완벽한 해약은 아님을 알고 있다. 조금 무디게는 해줄 수 있지만 시간도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그래서 관계가 중요하다. 함께 상처를 보듬어 주며 위로해 주며 곁에 있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아이에게는 아빠가 있고 할머니도 계시다. 이제 아이는 무릎 딱지보다 더 엄마의 손길을 느끼게 해줄 비법도 알게 되었다. 참으로 다행이다.  

어린이 대상의 그림책에서도 종종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만난다. 어쩔 수 없다. 어린이라고 해서 죽음이 그 주변에 서성이지 않는 것은 아니니까. 오히려 이렇게 아이의 입장에서 받아들이는 죽음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는 더욱 필요하다. 겪어보지 못한 아픔을 짐작해 보면서 이웃의 아픔을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책은, 어른이 읽어도 마찬가지의 위로와 성찰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 당장 사랑한다고 말해야 하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해줄 것이다. 머뭇거리면 안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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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12-16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슬퍼요, 마노아님.

마노아 2010-12-16 21:21   좋아요 0 | URL
리뷰 쓰다가 막 울었어요.ㅜ.ㅜ

후애(厚愛) 2010-12-16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귀엽당~
생일 축하한다고 문자를 보냈는데 이름을 안 적고 보냈다는 걸 그 다음 날 알았어요.^^;;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마노아 2010-12-16 21:21   좋아요 0 | URL
후애님, 돌아오셨군요!
안 그래도 문자 받고서 후애님이다! 라고 생각했어요.
돌아오면 후애님 맞죠? 하고 막 아는 척 하려고 했는데 말예요.^^
축하 감사해요. 생일 전날이어서 가장 먼저 받은 축하 인사였어요. ^0^

코코죠 2010-12-16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만 읽고도 이렇게 눈물이 나는데 저는 이 책을 결코 읽을 수 없겠군요.

마노아 2010-12-16 21:22   좋아요 0 | URL
행복한 신부는 이렇게 슬픈 이야기 말고 밝고 즐거운 이야기책을 읽어야 해요.
어휴, 책 읽을 틈이 어디 있어요. 피부 맛사지도 받아야 하는데 말예요.^^

비로그인 2010-12-16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을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직 책을 읽지 않았지만.
맘 한켠에 뭔가가 남을것 같은 기분에..
빨리 읽어보고 싶은 맘이 드네요.

마노아 2010-12-16 21:23   좋아요 0 | URL
각자 생각나는 다른 얼굴들이 있을 거예요.
가끔은, 그런 만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섬사이 2010-12-17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이들에게 화를 내거나 야단칠 수가 없겠어요.
저에게나 남에게나 좋은 기억을 남기며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마노아 2010-12-17 13:52   좋아요 0 | URL
늘 다짐하지만 지켜내기 어려운 것들이 많아요.
그것도 다 살아가는 과정이겠죠?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좋은 사람들이에요.^^
 
내가 살던 용산 평화 발자국 2
김성희 외 지음 / 보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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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읽은 박민규의 소설 '더블'에서 나온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 내용이다. 용산이 그리 먼 산이 아니란다... 정황은 웃기게 진행되었지만 거기에 언급된 용산이 너무 아파서, 그런 공포와 위협을 느끼고 살아야 하는 무수한 사람들의 처지가 안쓰러워서 웃는데도 눈물이 났다. 용산 참사, 그로부터 2년 여의 시간이 지나왔다. 무고한 시민을 폭도로 몰아가고 테러리스트로 단정하며 억압하고 죽이는 정권은, 그로부터 2년 동안 여전히 건재하고 있다. 입으로는 친서민을 외치며 뒤로도 아니고 앞에서 예산을 모두 깎아내는 몰염치하고 인면수심인 그런 정권을, 우리는 앞으로도 2년을 더 버텨야 한다. 오, 맙소사! 

'철거민'은 이름부터가 너무 아프다. 철거민이 나오는 드라마나 소설은 모두 눈물 바람이었다.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도 그랬고, 장총찬이 주인공인 인간 시장, 잠깐 언급된 거지만 베토벤 바이러스에서도 철거민은 서럽기 그지 없었다. 삶의 터전이 한 순간에 사라지게 생겼는데, 살아갈 대책은 마련되어 있질 않고, 턱도 없는 적은 보상금만 내밀며 말을 듣지 않으면 용역을 내세워 겁박을 일삼으니 어느 철거민인들 가슴에 한이 풀릴 수 있을까. 더 기막힌 것은 그렇게 절박한 그들을 향해 보상금 몇 푼 더 받아내려고 버틴다는 사람들의 시선일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을 그렇게 호도하게 만드는 언론, 그런 방향을 잡아놓고 강행하는 정부까지... 대체 이 나라에서 돈없고 힘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그저 그런 어마어마한 불똥이 내게 튀지 않길 간절히 바라며 전전긍긍 살아야 하는 것일까?  

2009년 1월 20일 새벽, 용산 철거 현장에서 여섯 명의 사람이 죽었다. 다섯 명의 농성자와 한 명의 경찰. 살려고 올라간 망루 위에서 죽어 돌아온 사람들... 그들은 모두 한 가정의 가장이었고 아버지였고 남편이었다. 돌아가서 함께 밥 먹고 웃으며 정을 나눌 가족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살아서 돌아오질 못했다. 

 

이 작품은 김성희, 김수박, 김홍모, 신성식, 앙꼬, 유승하 이렇게 여섯 명의 작가들이 각각의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단편으로 다루었고, 마지막에 '망루'라는 제목으로 전체적인 윤곽을 다루었다. 한대성 씨 같은 경우는 용산 철거민은 아니었으나 전철연으로 연대의 힘을 보태다가 일을 당하셨다. 이성수 씨 같은 경우는 무려 세 번째 철거를 당한 분이셨다. 삶이 이다지도 잔인할 수 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  

모든 이야기들이 다 가슴에 맺혔지만 여러 차례 철거를 당했던 이 가족 이야기가 가장 얼얼했다. 일년의 시간이 흘러 다시 추운 겨울. 하지만 장례도 치르지 못했던 그 시점에서 냉동고의 아버지가 더 추울 거라는 아들의 말. 천막일지언정 함께 살 수 있는 가정을 원했는데, 그마저도 욕심이라는 듯 거대한 참화 속에서 가족을 잃었다. 단지 벽이 있는 집을 원했을 뿐인데도... 

경찰은 화재로 인해 농성자들이 사망했다고 말했지만, 유족들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시신은 무릎 아래 정도만 탄 상태였고 유품은 라이터 두 개다. 화재로 폭발하지 않고 멀쩡히 주머니에서 나온 라이터는 무엇을 얘기하는 것일까. 유족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신원확인을 위해 치렀다는 부검은 말이 되질 않는다. 끼고 있던 장갑만 벗겨봐도 지문이 그대로 남아있는데 대체 왜 부검까지 했을까. 똑같이 뛰어내려서 살아남은 이도 있는데 죽어버린 희생자는 대체 어찌된 것일까. 미공개 기록이 공개되면 의문이 해결될지는 모르겠으나, 죽은 사람은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무엇으로도 돌이킬수가 없는 것이다.  

참사 당일도 그렇지만 그 전부터 경찰과 용역 깡패들이 해놓은 작태들은 공포를 불러 일으킨다. 깡패가 몰려와서 사람을 때리고 집기를 부수는 데도 경찰은 수수방관, 신고를 받아주지도 않았다. 용역들이 오히려 자기들이 맞았다면서 70노인을 고소하고 노인이 수배를 받는다. 원만한 해결을 위한 대화를 원했건만 대화의 창은 열어주지 않는다. 조합회의를 할 때는 장소 제공을 해주던 교회가 세입자들 회의는 나 몰라라 한다. 조합장이 교회 장로였기 때문이다. 교회는 개발부지 3천 평을 받았다. 그들은 대체 누구를 믿고 의지해야 했을까. 기댈 데가 없으니 그 높은 망루에 올라갔던 것이 아닌가. 그런 철거민들을 이 나라의 정부는 테러리스트로 단정하고 강제 진압했고 끝내 죽게 만들었다. 그런 나라에, 우리가 살고 있다. 

 

오늘 언니는 어느 책에서 가난보다 무서운 것이 무식한 거라는 글을 보고서 흥분했다. 우리 자매들은 저자가 진짜 가난을 경험해보지 못한 거라고 맞장구를 쳤다. 철거민은 되어보지 못했지만 살던 집에서 쫓겨나 집 없이 방황해본 경험이 세 차례나 있고, 여름에 전혀 씻을 수 없는 지하 방에서 살았던 기억, 겨울에 난방이 전혀 되지 않는 집에서 찬물로 머리 감았던 기억 같은 것들이 스쳐 지나갔다. 다시 박민규 작가의 한 마디가 머리를 울린다. 용산이 그리 먼 산이 아니란다... 

이 책의 뒷면에 이 책을 추천하는 사람들의 글이 실려 있다. 만화가 박재동과 영화감독 정윤철, 소설가 김연수가 글을 남겼다. 유독 김연수의 글이 눈길을 잡는다. 이렇게 말했다. 

(전략)나는 중요한 전제 하나를 빼먹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시공업체와 용역들과 경찰총장과 서울시장과 대통령과 총리와 검사와 판사 들은 죽은 철거민들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전제 말이다. 애당초, 철거민들이 망루에 올라가기 전부터. 이 사실을 인정해야만 모든 게 분명해진다. 철거민들도 사람이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이렇게 한 권의 책까지 만들었다. 다른 노력은 이루 말할 수도 없다. 사람이 사람이라는 걸 증명해야만 하는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다. 아니, 증명해도 믿지 않는 나라에 살고 있다. 하지만 믿든 믿지 않든, 사람은 사람이다. 그것만은 너무나 확실하다. 그리고 그들이 사람인 한, 당신들은 틀렸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틀렸다. 

사람이 사람이라는 글 증명해야만 하는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 가진 게 없으면 사람 취급을 받을 수 없는 나라에서 사는 우리가 '국격'을 논한다. 그야말로 울기엔 좀 애매한 게 아닌가. 

 

마지막 그림처럼, 그들 모두 저렇게 평화로운 평범한 일상을 원했다. 모두가 누려 마땅한 권리다. 그렇지만 그렇게 살지 못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던가. 우리가 서로 마음을 나누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용산이 그리 먼 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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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0-12-16 0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아직 못 읽었네요.
박민규를 읽기전에,필히 눈물을 눌러 삼키고라도 이 책 읽어줘야 겠어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마노아 2010-12-16 12:23   좋아요 0 | URL
저도 선물 받은지 한참인데 뒤늦게 읽게 되었어요.
읽으면서도 몇 번씩 쉬어야 했고요.
이런 책을 읽고 나면 그 다음에는 조금 부드럽고 가벼운 책을 고르게 되어요.
마음이 참 버거워져요.

웽스북스 2010-12-16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산이, 그리 먼 산이 아니죠... 그러니까 놀러오세요. (생뚱맞은 말해놓고 먼산 바라보기~ ㅋ)


이책은 진심으로, 진심으로 좋아요
전 용산으로 이사간 기념으로 본 거였는데, 어휴, 정말이지 ㅜㅜ

마노아 2010-12-16 21:20   좋아요 0 | URL
멀리 있지 않은 용산을 조만간 가겠어요. 어차피 긴긴 방학..ㅎㅎㅎ
용산으로 이사간 기념으로 고른 책이라니... 이런 걸 블랙 코미디라고 해야 할까요.ㅠㅜ

순오기 2010-12-17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올 여름 책따세 추천도서라 바로 구입했는데... 맘이 아파요.ㅜㅜ

마노아 2010-12-17 01:25   좋아요 0 | URL
책장을 넘기는 손이 얼마나 무겁든지요. 마음이 요동을 쳤어요.ㅜ.ㅜ

섬사이 2010-12-17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 집>이라는 그림책을 보고 씁쓸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러고 보니 감히 펴보지 못하는 책들이, 읽으려면 용기가 필요한 책들이
너무 많아졌어요.

마노아 2010-12-17 13:53   좋아요 0 | URL
파란집과 이 책을 같은 분한테 선물 받았어요. 글이 없었던 파란집도, 글이 많은 이 책도 참 먹먹하기만 해요.
점점 더 용기를 요하는 책들이 많아지는 건 슬퍼요...

감은빛 2010-12-17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산사태와 관련된 책들이 여러권 나왔죠.
지하철에서 <여기 사람이 있다>를 읽다가 울음을 참느라 혼난 기억이 납니다.
이 책은 만화라서 좀 더 읽기 좋을 것 같아요.
조만간 구해 읽어야겠어요.

마노아 2010-12-17 13:54   좋아요 0 | URL
이동 중에 읽기에 곤란한 책들이 더러 있어요. 저도 그렇게 와락 눈물이 나버려서 수습하기 힘들었던 적이 있었어요. 이 책도 감은빛님의 서재에서 안타깝게 빛날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