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터넷 사용 인구 가운데 한국어가 10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언어인 것으로 조사됐다.

11월 28일 시장조사업체 ‘인터넷월드스태츠(Internet World Stats)’에 따르면 2010년 6월 말 기준으로 한국어를 사용하는 누리꾼은 약 3,944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세계 누리꾼(19억 6,651만 명)의 약 2%에 해당하는 수치다.

세계 누리꾼이 가장 많이 쓰는 언어는 영어로 약 5억 3,656만 명(27.3%)으로 집계 됐으며 중국어가 4억 4,495만 명(22.6%)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어 스페인어(7.8%), 일본어(5%), 포르투갈어(4.2%), 독일어(3.8%), 아랍어(3.3%), 프랑스어(3%), 러시아어(3%) 등의 언어가 한국어와 함께 인터넷에서 많이 사용되는 언어 ‘톱10’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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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9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9 2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10-12-23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이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얘긴거지요?
우리나라말은 우리나라 사람만 사용하고 있으니...

마노아 2010-12-24 02:07   좋아요 0 | URL
IT 강국은 질보다 양인가봐요. ㅎㅎㅎ
 

제 1281 호/2010-12-13

천사 로봇 VS 악마 로봇


태연, 엄마를 졸졸 따라다니며 학교에서 있었던 무용담을 펼치느라 정신이 없다.

“엄마, 엄마! 오늘 학교에 로봇 선생님이 왔었어요. 완전 멋져! 로봇 모니터에 원어민 선생님이 보이는데, 우리 반 전체를 다 돌아다니면서 우리랑 영어로 대화도 하고 질문도 해요. 사람 선생님이랑 똑같은데 훨씬 더 재밌어! 더 좋은 건, 내가 아무리 까불어도 쥐어박지를 못한다는 거예요. 정말 끝내주지 않아요? 그래서 실컷 까불었어요. 애들 수업도 못하게. 우하하하하~”

엄마, 태연의 개념 없는 장난기가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나 로봇의 편의성에 대해서는 적극 동감하는 눈치.

“머, 어쨌든 로봇이 좋긴 좋더라. 엊그제 곗돈 타서 산 로봇청소기 말이야~ 그게 제법 깔끔하던걸? 문턱도 잘 넘어 다니고 소파 바닥 먼지까지 싹싹 쓸어내고. 솔직히 네 아빠 솜씨보단 백배 낫더라고. 게다가 아까 경비실에서 하는 방송을 들어보니까 이제부터는 아파트 상수관이랑 유리창 청소를 로봇이 한다는 거야.

“암튼 내가 시집갈 때쯤엔 지금보다 훨씬 집안일이 쉬워진다는 거잖아요. 야호! 손끝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소지섭처럼 잘생긴 남편이랑 행복하게 살아야지~~”

이때 옆을 지나면서 두 사람의 얘기를 들은 아빠, 대화에 끼어든다.

“그래, 그렇겠지. 로봇업계가 최근 생활 서비스 로봇 쪽으로도 상당히 많이 발전한 건 사실이니까. 지금 추세로 나아간다면 2020년에는 생활 서비스 로봇이 세계 인구와 맞먹는 수준이 될지도 몰라.”

지금까지 로봇은 자동차 조립공장 같은 산업체에서 활용되는 제조용 로봇이나 전장에서 인간을 대신해 위험한 일을 도맡아 하는 전투용 로봇, 그리고 의료용 로봇이 주를 이뤘었다. 실제로 이미 군에서는 정찰용 로봇, 무인항공 로봇은 물론 각종 화기를 사용할 수 있는 전투용 로봇까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또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Intuitive Surgical)사의 수술용 로봇 ‘다빈치’는 사람보다 정교하고 안전하게 수술을 할 수 있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아빠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엄마가 뒷말을 잇는다.
얼마 전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인간형 로봇 ‘마루’가 전자레인지를 여닫고 구운 토스트와 음료를 사람에게 가져다주는 시연을 했단다.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로봇처럼 동작이 자연스럽지는 못했지만, 조금 더 발전하면 가사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예견을 했단다. 또 인천공항의 한 레스토랑에 가면 여러 나라 언어로 3D 입체영상을 보여주며 주문을 받고 결재까지 한 번에 해결하는 로봇도 만날 수 있지. 암튼 결론적으로 말해서, 세상 참 좋아졌다는 얘기야. 아~, 우리 집에도 ‘마루’ 한 대 들여 놓으면 얼마나 좋을까~”

얘기를 듣는 동안 아빠, 얼굴빛이 점차 어두워진다. 평소 과학상식을 늘어놓을 때마다 얼굴에 떠오르던 자만과 의기양양함이 뒤섞인 표정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아니, 당신 표정이 왜 그래요? 당신은 ‘마루’가 우리 집에 오는 게 싫어요? 어쩜 그럴 수가 있어요, 내가 편해지는 게 그렇게 눈꼴셔요?”

“아냐, 정말 그런 게 아냐~ 난 그냥 로봇이 싫을 뿐이라고. 당신한텐 천사 같은 로봇이겠지만 이제 나한텐 악마 같은 로봇이라는 뜻이야….”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변명이에욧!?”

아빠, 휴~ 한숨을 쉬며 사정을 얘기한다.
“우리 부장님 성격 당신도 알지? 하루 종일 쪼아대는 부장님이 일주일만 출장을 가도 부서원 전체가 3kg씩 살이 쪘었는데 말야. 이젠 가끔씩 찾아오던 그 행복한 시간도 완전 끝이 났어. 부장님이 일본에 가시든 미국에 가시든, 아니 아프리카 우간다에 가신다 해도 더 이상 우린 그의 감시망을 빠져나갈 수 없게 됐거든.”

“엥? 무슨 말이에요 아빠? 다음 달에 아빠네 부장님 출장가시면 제주도로 여행가기로 했잖아요.”

회사에서 조만간 160cm 정도의 키에, 얼굴 부분엔 LCD 모니터를 달고 ‘주인’의 목소리를 멀리 전달할 수 있도록 스피커까지 장착한 모질라(Mozilla)라는 로봇을 구입하기로 했거든. 이제 부장님이 어디에 계시든 모질라 모니터에 자신의 얼굴을 띄우고 사무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우렁찬 목소리로 우리를 쪼아대거나, 미칠 듯 졸린 회의를 두 시간씩 하는 게 얼마든지 가능해졌다는 뜻이야.”

“엥? 정말요? 와, 이제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 속속들이 돌아다니며 감시할 수 있는 세상이 온 거네요? 그럼 똑똑한 거잖아. 근데 이름이 왜 모질라지? 2%가 모자란 건가?”

“태연아, 넌 어쩜 아빠의 불행을 그렇게 장난처럼 받아들일 수가 있는 거니! 정말 실망이다. 앞으로 그 모자란 놈을 너한테도 붙여놓고 24시간 감시체제에 들어갈 테다. 알겠냐? 이 의리 없는 딸 같으니라고!”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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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리얼리스트
스콧 슈만 지음, 박상미 옮김 / 윌북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미용실에서도 잡지 책을 잘 읽지 않는 나는 좋아하는 뮤지션에 관한 기사가 실리지 않는 한 패션잡지를 사는 일이 없다. 패션 화보집도 마찬가지. 일러스트 화보는 많이 사는데 패션에 전혀 관심도 없고 소질도 없는 인간인지라 그쪽으로는 도통 더듬이가 움직이질 않는다. 다른 블로거들의 서재에서 핫하게 마주치지 않았더라면 도통 볼일이 없을 것 같던 이 책은 순전히 호기심으로 만났다. 5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거의가 사진인지라 금방 볼 수 있다는 것도 나름의 장점이었다.^^ 

sartorialist 

재단사의 뜻을 지닌 라틴어 sartor에서 유래. 세계 최고의 스트리트 패션 블로그의 명칭으로 '자기만의 개성을, 자기만의 스타일로 표현하는 신사'라는 의미. 

라고, 책은 설명하고 있다. 저자 스콧 슈만은 거리에서 패셔너블한 보통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왔다. 많은 사람들의 방문을 받으며 댓글로 소통이 오고 가고 스크랩되어 전 세계로 사진들이 퍼져 나갔다. 그 중 스콧 ㅅ만이 특히 아끼는 사진들로 모아만든 책인데 패션쇼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며 눈이 즐겁다. 무수한 사진들을 찍었지만 절반은 버렸던 것 같다. 초점이 안 맞거나 화질이 나쁘게 나오거나 빛이 반사되거나... 그 중 알아볼만한 사진들만 남겼는데도 사진이 엄청 많아져버렸다. 500여 장의 사진 중 이만큼이니 그래도 과하지는 않은 거라고 스스로를 설득시킨다. 

 

말괄량이 삐삐를 연상시키는 파격적인 패션이었다. 왼쪽 사진의 신발은 특히 충격적! 그러나 블로그 상에서는 그녀의 몸무게가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정말 엄청 말라깽이다. 40kg도 안 되어 보인다. 그녀의 사진은 몇 장 더 실려 있지만 흔들려서 건지지 못했다..;;; 세상에 무심한 듯 무표정한 얼굴이 마음에 들었다. 두 사진 모두 카메라를 들고 있다.  

 

멋쟁이 노인분들. 왼쪽의 당당한 할머니도 근사하고 오른쪽의 패션 거장도 한 포스하신다.  

오른쪽은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사진이다. 패션쇼가 끝나고 나서도 본인이 사진을 찍혀도 될 상태(?)가 될 때까지 사진 찍기를 허락하지 않는 자존심의 사나이! 자신의 흰 머리가 돋보이도록 까만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습관이 있다 한다. 스콧 슈만이 밀라노에서 그를 알아보고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을 때 그는 거절했었다. 스콧이 어둑한 구석을 배경으로 하면 당신의 흰머리가 돋보일 거라고 얘길하지 이 사내는 사진 찍는 것을 허락했다고 한다. 자신의 습관을 알고 있는 사진가라면 이 쉽지 않은 사내의 마음도 충분히 돌릴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은 좀 우습게 나왔지만 책 속의 아르마니는 참 근사했다. 유독 흰머리가! 

 

확실히 블랙이 주는 강렬함은 늘 압도적이다. 전반적으로 블랙으로 색을 통일한 뒤 포인트를 주는 옷차림들이 마음에 들었다. 어쩌면 무난한 패션일 수는 있지만, 대체로 많이 어울리는 편이긴 하지만 모두가 이렇게 멋지게 소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오른쪽 사진은 악세서리가 없어서 더 눈에 띄었다. 드러낸 어깨가 제대로 포인트가 되어주었다. 머리카락을 늘어뜨리지 않아서 효과가 더 좋아 보인다. 

 

왼쪽 사진은 열 세살 아이(?)지만 패션은 열아홉, 표정은 여덟살이라고 스콧 슈만은 말했다. 그런데 블로그에서는 소년의 1200불 짜리 운동화가 더 화제였다고 한다. 다들 눈썰미도 좋다.  

오른쪽 사진은 심플하게 입었는데 효과가 좋다는 느낌이다. 블랙 속에 흰색을 받쳐입은 것도 평범한데 훌륭한 선택이었고 허리 벨트와 목의 스카프, 그리고 선글라스까지... 어쩐지 몹시 자연스럽게 계산된 패션의 느낌이다. 소매를 걷어붙인 것도 좋은 선택이었다.  

 

왼쪽의 여자들은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고등학생이란 말일까? 무척 성숙해 보여서 놀라웠고, 교복 입혀서 보내는 우리네 수학여행과 비교해서 참 자유분방한 느낌이어서 또 놀라웠다. 뭐, 패션은 그닥 마음에 들지 않지만 '청춘'의 느낌은 그대로 전해진다. 

오른쪽 사진의 남자는 벼룩시장에서 5달러에 산 의사 가운을 입고 있다. 짙은 녹색인데 아마도 직접 염색을 한 게 아닐까. 의사가운이 벼룩시장에 나오는 것도 재밌고, 그걸로 거리에서 사진 찍힐 만큼 패셔너블하게 연출한 것도 대단하다. 참, 감각적인 사람들! 

 

스파이더맨과 같이 나란히 앉은 여인이 눈에 확 들어온다. 옷은 무척 시원해 보이는데 신발은 꽉 막혀서 더워보인다. 맨발일 테니 냄새도 좀 날 것 같고....;;;; 어쨌거나 표정은 마음에 든다. 역시 자유분방한 느낌.  

오른쪽은 더 자유인스럽다. 그녀의 피부색과 머리 스타일과 곧은 척추, 당당한 걸음걸이까지 모두 하나의 화보다. 황금비율은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닐까. 

 

색상뿐 아니라 천의 질감, 그리고 무늬도 패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왼쪽 사진의 원피스는 잘못 입으면 엄청 촌스러워질 스타일인데 싱그럽게 소화해냈다. 활짝 꽃이 핀 얼굴의 미소가 가장 아름답다.  

오른쪽 사진도 바지의 질감이 눈길을 끌었다. 신발도 색상을 맞췄고, 목걸이와 스카프도 어떤 흐름을 갖고 통일성을 준다. 아, 당당한 그녀들! 

 

위 겨자색 바지의 여인과 이 사진의 여인은 같은 인물이다. 지오바나 바타글리아. 사실 누군지 몰라 검색해봤다. 전직 모델로 보그 편집자라고 한다. 스타일이 빼어나지 않을 수 없는 여인이었다. 온 몸에서 포스가 흐른다. 강렬하다! 

 

엄청 편한 옷을 입었는데 굽은 살인적인 높이다. 어쨌거나 다리 길이는 비할 데 없이 우월해 보인다. 스캇의 말로는 헤어나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을 멀리 떼어놓고 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달려와서 매만지는 일이 없도록. 완벽하면 할수록 때로는 오나전히 지루한 사진이 되기 때문이라는 그의 설명에 설득력이 있다.  

오른쪽 사진은 파격적이다. 옷차림을 보아서는 직업이 드러나는 패션인데, 강렬한 표정이나 헤어 스타일보다도 이 사진을 완성시킨 것은 담배 한 개비가 아닐까 싶다. 참 건강해 보이는 사진이다. 

 

왼쪽의 여인은 사진만 찍으면 표정이 너무 굳어져서 작가가 특약을 처방한 경우다. 다 찍었다고, 수고했다며 카메라를 내려놓을 찰나 그녀가 안도의 표정으로 활짝 웃자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찍은 사진이다. 자연스럽고 예쁘게 나왔다. 상의는 스웨터로 따뜻한 질감인데 구겨진 면치마는 얇기 그지 없어서 언발런스하다. 그럼에도 조화가 이뤄진 멋진 옷차림. 

오른쪽 사진은 치마의 지퍼가 재밌어서 찍었다. 지퍼를 다 올렸더라면 매력이 줄었을 터인데 적당히 내려놓아서 오히려 완성도가 보인다.  

 

신문 보는 할아버지의 캔버스화가, 옆의 할머니의 떡볶이 코트와 부츠 등이 모두 신선했다. 아주 젊고 활기찬 느낌이다. 멋드러지게 소화해준 멋진 모델들! 

 

왼쪽 사진이 흐릿하게 나오긴 했는데 스타일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겹쳐 있는 이런 옷이 좋다. 겉옷이 더 짧아서 속의 옷이 겉옷의 역할을 하는 그런 컨셉 말이다. 멋쟁이들은 스카프를 아주 잘 활용한다. 목이 짧은 나는 아주 부러운 센스다. 

오른쪽 사진은 포즈가 10점 만점에 100점이다. 잘 보이진 않지만 표정도 아주 멋졌을 것이다.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길이의 스커트로도 이렇게 섹시해 보인다. 뭐든 다 드러내는 게 능사는 아니지... 

 

이탈리아의 군인들. 경직된 군 문화 속에서 개성을 표현하고자 단추 주변 금줄을 다르게 꿰어놓은 사진이다. 발상이 재밌는데 우리나라였다면 택도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른쪽 사진은 스카프를 질끈 한 번만 묶어 늘어뜨렸는데 이리 멋질 수가!하며 감탄했다. 두터운 목도리로도 연출이 되려나?? 

 

왼쪽의 그녀는 치마의 무늬와 양말 디자인을 맞춰서 입었다. 블랙 계열임에도 교차된 무늬로 인해 발랄한 느낌이다.  

오른쪽 사진의 그녀는 한때 암으로 머리카락을 모두 잃었다가 지금의 탐스런 머리카락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 이 머리카락은 그녀에게 삶의 상징이 되었을 것이다. 미소에서도 한껏 생명력이 느껴진다. 

 

개구쟁이 느낌의 할아버지다. 편안한 차림새지만 나름의 품위와 개성을 살렸다.  

옆의 여인도 그런 느낌이다. 편안하지만 품위와 개성을 품은 느낌. 공교롭게도 두 사진을 붙여놓으니 포즈가 비슷하다. ^^ 

 

모두모두 당당하다. 누군가는 황금 비율의 미친 몸매를 자랑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진 속 인물도 많았다. 그렇지만 그들은 모두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차림으로 스스로를 드러내었고, 그리하여서 반짝반짝 예쁘게 빛났다. 

 

모두 바람직한 기럭지를 자랑하고 있다. 첫번째 사진의 왼쪽 인물은 남자... 맞겠지? 남자 같아 보이는데 킬힐이 걸린다. 여잔가?? 

어떤 인물은 구두가, 어떤 인물은 허리에 찬 쇠사슬이, 누군가는 담배가 누군가는 치마의 가죽 재질이 눈길을 끌었다. 이쪽은 의도한 바가 아닌데 거의 블랙으로 사진을 묶어버렸다.  

 

모자건 가방이건 자전거건, 모두 괜찮은 소품이 되어 인물들을 더 빛나게 해준다. 마지막 사진의 화이트 옷에 검정 모자와 장갑, 구두를 매치시킨 그녀의 패션이 눈에 확 들어온다. 특히 신발 디자인이 시선을 위에서 아래로 자꾸 끌어당긴다. 스모크 화장도 좋은 선택이다. 

 

사진을 찍은 스콧 슈만의 딸과 본인의 사진이다. 이렇게 봐서는 아빠를 닮았는지 모르겠지만 시키지도 않았는데 나온 저 포즈는 미소를 짓게 만드는 일등 모델감이다.  

여전히 패션을 잘 모르고, 옷을 잘 입을 자신도 없지만, 이렇게 거리의 패션을 둘러보는 것이 큰 즐거움이 되었다. 모두 저마다의 드라마를 옷차림에 닮았달까.  

자신을 드러내는 하나의 도구로 패션을 선택하는 것은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지나치게 유행을 쫓지 않고 자신의 개성을 잘 드러내보인 이 책 속의 모델들은 (전문 모델이거나 아님과 상관 없이) 모두 당당해서 더 멋져 보였다. 스콧 슈만의 다른 사진집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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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12-20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은색이 너무 좋아서, 이번 겨울 사들인 열 벌 남짓의 옷들이 단 한 벌 빼고는 전부 다 검은색이었어요. 제외한 단 한 벌은 빨간색.
제가 왜 그리 검은색에 집착하는지는 모르겠지만(지금도 검은색 원피스), 언제나 가장 섹시한, 언제나 가장 화려한, 언제나 가장 단아한, 언제나 가장 반짝이는, 천의 얼굴의 색상이라 생각했는데 이 사진들에서 느껴집니다. 저도 이 책 읽어봐야겠군요! 멋진 리뷰 고마워요!

마노아 2010-12-20 09:47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니 11분에서도 가장 정숙해 보이는 검은색 원피스로 가장 섹시해 보이는 마리아가 나왔던 것 같아요.
Jude님에게 검은색이란 거의 신앙이군요. 음, 상상을 해보아도 가장 근사하게 어울릴 것 같아요. 이 책 Jude님도 재밌게 보실 거예요.^^

마녀고양이 2010-12-20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퍼져서 말이죠, 집에 좌악~ 늘어져 있거든요.
그랬더니 몸무게는 점점 늘고, 탄력은 사라져가고......

그래서일까, 사진들을 보니 화끈하고 짜증나고 머 그래요. 아하하.
정신 좀 차려야겠어요. 크.

마노아 2010-12-20 16:48   좋아요 0 | URL
좀 부럽고 그래서 한편으로 화도 나고, 뭐 그것도 이 책의 효과 중 하나였어요.^^;;;;

섬사이 2010-12-20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발이 받으려면 일단 날씬해야겠다는 생각이...^^;;

마노아 2010-12-20 16:48   좋아요 0 | URL
그거슨 진리랄까요...ㅜ.ㅜ

같은하늘 2010-12-23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멋진 사진이 가득 들어있는 책이었군요.
옷발에는 날씬도 필요하지만 길이도 중요하다는~~~ ㅜㅜ

마노아 2010-12-24 02:07   좋아요 0 | URL
그렇지만 역시 길이보다는 너비가 절대적 같아요.ㅜ.ㅜ
 
집 안 치우기 지원이와 병관이 6
고대영 글, 김영진 그림 / 길벗어린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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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병관이 시리즈. 큰조카한테 물었더니 만화같은 그림이 재밌다고 한다. 둘째 조카도 재밌다고 하는데 이유를 물으니 잘 대답은 못했다. 아무튼 아이들에게는 인기 폭발인 병관이 시리즈다.  

 

그림을 담당한 김영진 작가는 책의 표지를 열면 이렇게 콘티 작업한 것을 담아내서 작가의 땀이 스민 흔적을 곧잘 보여주곤 하신다.  무려 8개월을 작업했다는 일지를 보고서 놀랐다. 당연히 고된 노동의 흔적이 담겨 있겠지만 그렇게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 못했기 때문이다. 

 

어느날 엄마는 지원이와 병관이 남매를 남겨두고 외출을 하셨다. 엄마가 없는 사이 신나게 놀아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뚜껑 열기 시작하는 두 남매. 알까기 하려다가 바둑알을 다 엎고 세계일주 놀이 찾겠다고 하다가 온갖 장난감들을 다 쏟아버리고 말았다. 김영진 작가는 그림 속에서 재미난 장면을 많이 연출하는데 인형이며 장난감들이 어째 모두 병관이를 보고 있는 느낌이다. 녀석들도 어처구니가 없었나보다.  

아이들의 폭주를 잠시 멈추게 한 것은 피아노 선생님. 발 디딜 곳 없는 곳에서 선생님도 빨리 수업이 끝나기를 바랐을 것 같다. 천방지축 병관이가 피아노치는 모습을 상상하니 어째 내가 식은땀이 난다.  

실컷 놀았더니 출출하다. 토스트에 식빵을 구워 딸기잼을 발라 먹는 아이들. 그렇지만 이미 식탁은 초토화! 

빨리 엄마가 오시지 않으면 집은 온통 난장판이 되고 말 것만 같다. 극적인 순간에 등장하시는 엄마! 

 

충격받은 엄마가 고래고래 고함을 치는 게 아닐까 걱정했지만 이미 주부9단 엄마는 침착하시다. 저녁 준비하는 동안 치워 놓으라는 짧은 한 마디. 얌전한 지원이는 정리하기 시작하지만 병관이는 블록 만들던 거 마저 한다고 제 방에 들어가버린다. 얄미운 녀석! 누나 지원이가 병관이의 괘씸죄를 엄마에게 이른다. ^^ 

 

엄마는 나중에 만들고 먼저 치우라고 하지만, 병관이는 다 만들고 치우겠다고 고집한다. 이쯤 되면 엄마가 버럭!할 것 같지만 역시 주부 9단은 다르다. 아이의 행동 반경을 뻔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결국 고집 피우다가 블록 들고 집을 나가는 병관이. 

괜시리 고집 피웠지만 이미 얼굴에 후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엄마는 이미 알고 계시다. 배고프면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사실 이런 경험들은 대체로 한 번씩들 있을 것이다. 내 친구 하나는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얘기에 충격 먹고 제 엄마 찾겠다고 집을 나왔는데 검정 봉다리에 팬티 두 장만 들고 나왔다가 결국 저녁에 배고파서 집에 돌아갔다고 했다. 나는 이런 적... 있던가??? 

 

병관이는 화장실이 급해서 잠깐 들렀다는 둥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집 주변을 서성인다. 만들던 블록으로 멋진 해적선을 완성했지만 자랑할 사람이 없다. 이렇게 섭섭할 데가! 게다가 하필 아빠는 모임이 있다고 늦게 오신다고 한다. 날 잡은 병관이. 진퇴양난이다.  

결국 슬그머니 집으로 돌아온 병관이는 오감을 자극하는 저녁 냄새에 주저앉게 된다. 이미 여기까지 다 꿰고 있는 엄마. 식탁 위에는 병관이의 밥까지 가지런히 놓여 있다. 어느 엄마가 자식 밥을 정말로 안 줄까. 매번 말썽 부리고 힘든 일은 내빼기 바쁜 철없는 병관이지만 지극히 욕망에 정직한 어린아이 모습이기도 하다. 이런 병관이도 자라면서 철들고 듬직하게 변하겠지? 

 

아, 눈물나게 신나하는 저 모습. 둘이 먹다가 둘이 죽어도 모를 모습이다. 기름 잘잘 흐르는 비엔나 소세지라니, 아 맛나 보인다! 

저녁밥을 먹고 나서 병관이는 방을 정리한다. 엄마가 들어오셔서 정리하는 요령을 알려주신다. 자주 갖고 노는 것은 꺼내기 쉬운 곳에,자주 갖고 놀지 않는 것은 안쪽에, 그리고 이제는 안 갖고 노는 장난감은 상자에 담아 치우자고 하신다.  

어느 걸 치워야 하나... 

망가진 것들도 있고, 잘 갖고 놀지 않는 것들도 있지만 치워 버리기는 좀 아쉬운가. 병관이의 고민은 좀처럼 책을 치우기 힘든 나의 고민과 일치한다. 비슷한 사례는 많다. 옷도 그릇도... 

 

지원이와 병관이의 여러 이야기들은 늘 우리 생활에 접목되어 있고 일치감을 느낄 때가 많아서 더 실감이 난다. 아이다운 순수함도 예쁘고,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도 반갑다. 이 시리즈가 계속 된다면 혹시 이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청소년판 성장 소설도 나오려나? 알 수 없지만, 어쩐지 상상하는 것으로도 즐겁다. 사춘기 소년이 된 병관이와 첫사랑의 열병으로 고민 많은 지원이라면...  

그나저나... 책상 위를 좀 정리해야겠다. 병관이 나무랄 처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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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8 2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9 0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10-12-23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그림이 아주 실감나는 책이예요.

마노아 2010-12-24 02:07   좋아요 0 | URL
리얼 그 자체여서 레알 돋아요.ㅎㅎㅎ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 장영희가 남긴 문학의 향기
장영희 지음, 장지원 그림 / 샘터사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양장본의 느낌은 좋지만 이중 커버는 별로 좋아하질 않는다. 요새는 띠지가 표지의역할을 대신하는 경우가 있어서 더 귀찮아졌는데 디자인도 좋지만 낭비가 심한 것 같다. 이 책은 양장본에 이중커버인데 표지를 벗겨낸 속표지가 더 마음에 들었다. 보통 작가와 역자 정보는 커버에 적혀 있는데 그 내용이 저 두꺼운 표지 뒤에 가 있으면 좋겠다. 커버를 잘라서 속에 붙이는 것도 참 매번 못할 짓이다. 

장영희 선생님이 돌아가셨을 때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 막 출간됐는데, 그러고도 다 엮지 못한 글들이 남아 있었나 보다. 고맙게도 이렇게 다시 그 흔적을 만날 수 있게 되었으니... 

개인적으로 에세이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도 장영희 선생님 글들은 잔잔하고 마음도 편안하게 만들어주어서 좋았다. 지나치게 교훈적이지도 않고, 너무 개인적이어서 공감을 못하게 하지도 않고 딱 적당히 보편적으로 공감하게 만드는 중용의 힘이 있었다. 이 책의 에피소드들도 그랬다.  

대부분의 글들은 문학전도사 답게 영미 소설이나 시와 연결되어 있다. 그런 컨셉의 칼럼 연재를 하셨던 건데 그 신문들이 모두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여서 살짝 웃음이 나왔다. 참 강경조의 신문들인데 그 안에서 조금이라도 살가운 느낌의 글을 채워주셨던 건 아닐까, 선생님의 글은... 

교단에 계셨던 분인지라 학생들과의 이야기도 많이 있다. 그 학생들과의 일들은 다른 기억들을 찾아내게 하고, 그 안에서 그날의 하고 싶은 이야기가 꽃을 피운다. 선생님이 느꼈던 어떤 감동과 깨달음은 그렇게 신문 독자들에게, 다시 이 책의 독자들에게 전해진다. 영감을 주었던 그 대상자들은 자신이 이렇게 하나의 씨앗이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안다면 그 자신도 흐뭇하겠지만 몰라도 좋다. 그렇게 퍼진 향기는 저절로 본인에게 돌아갈 테니까... 

66쪽에 소개된 피자 배달 청년의 인터뷰 내용이 코끝을 시큰하게 한다. 진행자가 꿈이 무엇이냐고 묻자 좋은 냄새가 나는 가정을 갖고 싶다고 답한 것이다. 피자 배달을 하기 위해서 현관문에 들어섰을 때 집집마다 특유의 독특한 냄새가 있다는 것이다. 그건 단지 화학적인 냄새가 아닌 정서의 냄새였다. 아늑하고 따뜻한 사랑의 냄새가 나는 집이 있는가 하면 어딘가 냉랭하고 서먹한 냄새가 나는 집도 있는 것이다. 그가 원한 건 아늑한 냄새가 나는 집의 가정을 꾸리는 것이다. 그게 어떤 냄새인지 알 것 같다. 지금처럼 추운 계절에 맞닥뜨린 냄새라면 더더욱 절실하게 와 닿았을 것이다. 가정의 냄새도 그렇거니와 개인의 냄새도 생각해 보게 한다. 나에게서 나는 향은 어떤 것일지... 누군가 꺼리는 냄새가 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혹은 무색 무취에 무미건조한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 본다. 선생님이 돌아보신 것처럼... 

 

75쪽의 이야기도 참 좋았다. 초등학교 3학년 제이미는 연말 학예회 연극에서 배역을 맡고 싶어했다. 엄마는 아이가 배역을 맡지 못할까 봐 조바심이 났는데 학교 정문을 나오는 제이미의 두 눈은 자부심과 흥분으로 빛나고 있었다. 엄마는 무슨 대단한 역을 맡았나보다 기대를 했는데 아이의 대답이 걸작이다. "엄마, 나 손뼉 치고 응원하는 사람으로 뽑혔어요!" 

중학교 때인지 고등학교 때인지 교과서에 실린 수필 하나를 떠올리게 한다. 아이가 수풀 역할이었는데 엄마는 도저히 알아볼 수가 없어서 끝나고 나서 뭐라 말해줄 것인지 걱정했는데 아이는 엄마가 보지 못해서 제 실수를 못 알아차린 걸 다행으로 여겼다는 그 이야기...  

제이미의 이야기에서 아이의 순수한 마음이 감동적이었고, 동시에 아이에게 그런 자부심을 준 선생님도 놀라웠다. 배역을 맡지 못한 친구들이 더 많았을 터인데 그 아이들에게 너희는 손뼉 치고 응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주셨을 테니 말이다. 이 이야기는 '가능하면 자주 감동을 한다'가 치매 예방에 좋다는 얘기에 수록되어 있었다. 벅차고 거창한 감동도 물론 좋지만, 삶에서 마주치는 이런 소소한 감동이 진정 우리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백신이 될 것이다.  

선생님이 미국에 머물 적 이야기들이 재밌었다.  

보통은 '사과'하면 빨간 동그라미에 꼭지 한 개 달린 것을 떠올리는데, 한 입 베어 먹은 반쪽 사과를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남과 '다르게' 생각한 재미있는 발상이다.
'다르게 생각하라'(...)집단적 사고에서 벗어나 남보다 조금 더 창의적으로, 한 번쯤 다른 방향으로, 조금은 엉뚱하게 생각해보라는 말이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은 한 집단에서 이질감, 소외감, 부조화를 불러일으키고 소위 '왕따' 당할 수 있는 요인도 되므로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라'는 말도 된다.
다양성을 기초로 시작한 나라니만큼, 개개인의 '다름'을 인정할 뿐 아니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용기와 자유를 권장하는 것은 아마도 미국이 미국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일 것이다. 다른 모습, 다른 문화, 다른 언어 그리고 다른 생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 '다름' 속에서 통일성을 찾으며 변화의 기조로 삼는 것이다. – 108쪽


유난히 심한 길치였던 선생님은 미국에서 길을 너무 헤매다가 문학적 감각을 살려서 길찾기에 응용한다. 그때 건물을 찾아가면서 되짚었던 애플의 로고에서 나온 이야기이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성격과 색깔을 드러나게 해주는 예였다. 나쁜 사례에도 워낙 많이 이름을 올리는 나라지만, 배울 것도 물론 많은 나라다. 어느 나라인들 안 그렇겠냐마는...  

시애나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 미국 친구가 연구실에 맡기고 간 여섯 살짜리 꼬마 아이에게 '둥근 새'라는 제목의 동화를 읽어주었는데, 이 새는 몸이 동그랗고 날개가 작아서 날 수가 없었다. 무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둥근 새는 나는 것에 실패한다. 대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선생님은 둥근 새가 다른 새처럼 날아가는 끝이 아니어서 아쉽지 않냐고 묻는데 시애나가 의아한 듯 대답했다.  

"왜요? 둥근 새는 날지 못하지만 아마 둥글둥글 잘 구를 걸요." 

우문현답이다. 우리는 모든 새는 날아야만 한다고 가르치는 문화에서 오래오래 살았으니까. 우리 나라 사람들이라면 펭귄더러도 날라고 하고 타조랑 닭한테도 날라고 강요하지 않을까. 나부터도 그러고 살지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같이 소개된 루스 시먼스 인터뷰 내용의 '어려운 것'과 '불가능한 것'을 구분해서 노력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때로 포기도 미덕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지혜도 함께... 

 

137쪽의 경호 엄마 얘기도 먹먹하다. 경호는 키가 5,60cm 밖에 되지 않는 왜소증 환자다. 엄마가 휠체어에 태워서 공부를 시켰는데 한국 중학교에서는 교실이 3층에 있어서 1층으로 옮겨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해서 전학을 가야 했다. 전학 간 학교는 화장실이 건물 밖에 있어서 운동장을 가로질러야 했고 층계도 있어서 학교 다니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공부하기 좋아하는 경호를 위해 공무원 아버지는 집을 팔아 경호 동생과 함께 본가로 가고, 경호 엄마는 경호를 데리고 미국으로 갔다. 아침에 경호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낮 동안 이집 저집 청소를 하면서 모자라는 생활비를 충당한다고 한다.  

"경호를 학교에 두고 나올 때 자꾸 뒤돌아보곤 하지요. 일을 하다가도 경호 학교 쪽을 쳐다보기도 하고요." 
"왜요? 걱정이 돼서요?"
"아니요. 우리 경호가 다른 학생들과 함께 나란히 앉아 공부하고 있는 것이 너무 기뻐서요." 

남들은 우린라 교육이 잘못 되어서, 돈 잘 벌고 크게 성공하라고 자식들 데리고 미국에 온다는데, 경호 엄마는 단지 아들에게 다른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는 기쁨을 주기 위해 이 먼 나라까지 와서 남의 집 마루를 닦고 있었다.-137쪽 


지탄 받는 문제성 유학도 많지만 저리 애절한 유학 이야기도 분명 많을 것이다. 요즘은 공공기관에서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화장실과 엘리베이터 설치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이 많아졌지만 아직도 장애인의 활동을 평범하게 만들어주지는 못하고 있다. 물리적인 불편과 심리적인 불편 모두 다... 

뒤쪽으로 영시를 많이 소개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영시를 접할 기회는 거의 없었는데 어쩌다가 만나게 되는 경우는 장영희 선생님 책을 통해서가 아니었나 싶다. 셸 실버스타인의 시들은 동심 그 자체였는데 시인의 정보를 보니 1950년대에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군복무를 했다고 해서 조금 놀랐다. 영국의 시인 퍼시 B.셸리 는 요트 항해 중 익사를 했는데 시신을 화장할 때 심장만은 타지 않았다고 소개되어 있다. 세상에, 그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책 보다가 화들짝 놀랐다. 

한 시인의 두 작품을 소개하기도 했는데 그때도 시인에 대한 정보는 아래 쪽에 작은 글씨로 나와 있었다. 그런데 어떤 시들은 시인에 대한 소개가 전혀 나와 있지 않다. 249, 265, 281쪽에서 말이다. 누락된 건지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책의 곳곳에 꽃 그림이 많이 들어가 있는데 이 책의 분위기와 몹시 잘 어울린다. 제목처럼 꽃비가 내리는 것만 같다.  

뒷부분에 이해인 수녀님과 박완서 작가님의 추모 글이 담겨 있고, 장영희 선생님의 일생을 펼쳐보게 만드는 여러 사진들도 소개되어 있다. 

 

첫번째 사진은 도도한 영화배우처럼 보였다. 무척 날씬하셨을 때의 모습이다. 두번째 사진은 미국문학을 강의할 때 사용한 교재인데 1967년판 너대니얼 호손의 '일곱 박공의 집'이라고 한다. 낡은 책장에 선생님의 손길이 잔뜩 묻어 있다. 학생들에게 힘이 되는 명언을 쓰고 직접 스티커를 붙여 만든 책갈피에서 소녀적 감성이 보인다. 과제를 잘 완수한 학생들에게 하나씩 선물하고 학기 말에 가장 많이 모은 순으로 상을 주기도 했단다. 나의 온라인 애인도 책갈피를 곧잘 만들어 선물하곤 하는데... ^^ 

세번째 사진을 보면서 탤런트 김여진과 심은경이 생각났다. 총명하고 사랑스러운 얼굴이다. 네번째 사진은 김점선, 장영희, 이해인 수녀님 사진인데 이때 셋 모두 암투병 중이었다. 수녀님 발목이라도 잡고 천당에 같이 들어가야겠다고 써놓은 덧글이 예쁘면서도 아팠다. 이 중 두 분이 벌써 운명을 달리하셨다.  

만화를 좋아해서 직접 그리기도 해서 선물하셨다는 선생님, 그 따뜻한 선생님을 그리워하며 노래 선물도 담겨 있다. 작은 시디마저도 꽃비가 내리는 모습이다. 벅스에서도 들어볼 수 있다. '서율(書律)'이라고 적혀 있는데 '율'자가 저게 맞나? 붓률 자를 써야 하는 거 아닌가? 음, 모르겠다...;;; 

이 책은 '내가 살던 용산'을 읽고 난 뒤 정서적으로 힘들어서 고른 책이었다. 뭔가 마음을 다독여줄 따뜻한 이야기가 필요했다. 장애를 안고 살면서 암 투병 중에 돌아가셨던 선생님의 고단함을 생각하면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은데, 그 와중에도 소망이 되어주셨던 선생님을 떠올리며 즐겁게 읽었다. 선생님은 하늘에서도 여전히 방향치 길치이실 것 같고, 그럼에도 씩씩하게 문학의 향기에 취해 밝게 웃고 계실 것만 같다. 그 모습을 상상해 보니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여전히, 여전히 따뜻하다. 글도, 사람도, 추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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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0-12-23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예쁜 책이예요.
저도 이중표지, 띠지 모두 싫어요.
책을 볼 때 아주 불편해요. ^^

마노아 2010-12-24 02:08   좋아요 0 | URL
물자 낭비로 이중표지 띠지는 일등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