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복에 살지요 몽키마마 우리옛이야기 6
엄혜숙 글, 배현주 그림 / 애플트리태일즈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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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곳에 부자 영감님이 살았는데, 영감님에게는 세 명의 딸이 있었다.
으레 이야기의 주인공은 셋째 딸이니, 딱 봐도 누가 주인공인지 감이 온다.
옆의 두 언니의 뻔지르르한 얼굴에 비해서 셋째 딸은 새초롬하고 총기가 보인다.
한복의 보색 대비도 강렬하다.
옆의 언니들이 보다 연한 색인데 셋째 딸은 강단있는 성격이 옷 색에서 이미 드러난다.

하루는 영감님이 딸 셋을 불러서 누구 복에 잘 먹고 잘사느냐고 물었다.
당연히 이 애비 덕에 잘 먹고 잘 산다는 대답이 돌아올 거라고 여기고 물은 질문이다.
거드름 피우는 영감님의 표정과 담뱃대 쥔 손까지 모두 성격을 드러낸다.
첫째 딸은 아버지가 원하는 대답을 그대로 드렸고, 눈치를 살피는 모양새가 간드러진다.
손목의 저 각도는 서문무한을 떠올리게 해서 나를 흠칫 놀라게 했다.

두번째 딸도 불러서 물어보았다. 누구 복에 잘 먹고 잘 사느냐고...
큰딸과 마찬가지로 둘째 딸도 아버지가 원하는 답을 내민다.
그야 아버지 복에 잘 먹고 잘살지요~
영감님은 이제 어깨춤이라도 출 모양새다. 버선발이 붕 떴다.
뒷배경의 가구를 보니 큰딸이 가운데에 앉아 있었던 모양이다.

총명한 셋째 딸 역시 영감님이 원하는 답을 줄줄 알았건만,
기대는 어이 없게 무너졌다.
셋째 딸이 대답한 것이다.
"누구 복에 잘 먹고 잘살다니요? 내 복에 잘 먹고 잘살지요!"
아버지는 화가 나셔서 길길이 날뛰고, 네 복에 잘 먹고 잘살아 보라며 셋째 딸을 집에서 내쫓고 만다.
뒤도 안 돌아보고 집을 나서는 셋째 딸.
이 이야기의 교훈이 내 인생의 주인은 나!라는 당담함을 일깨우기 위함이니 당연한 진행이지만
저 딸도 참 융통성 없다는 생각이 퍼뜩 든다.^^

산 넘고 물 건너 정처 없이 걷던 셋째 딸은 산속 오막살이에서 하룻밤을 묵어가게 되었다.
그렇지만 어디 하룻밤으로 끝났겠는가. 곧 그 집 숯 굽는 총각과 부부연을 맺고 살게 되었다.

가난한 살림살이에 비단 옷 입고 지낼 수는 없지.
셋째 딸의 옷차림이 수수해졌다. 그래도 여전히 예쁘다!
하루는 셋째 딸이 남편 일 도우러 숯 굽는 가마에 갔다가 숯가마 앞에 붙인 이맛돌이 모두 금덩이인 것을 알고 화들짝 놀랐다.
이맛돌을 빼서 집으로 가자니 숱가마 허물어진다고 반대하는 남편....
아, 이건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인가요???

황금의 가치를 모르는 남편을 설득해 이맛돌을 모두 수거한 셋째딸!
검소해 보이기는 해도 결코 누추해 보이지 않는 집 살림이다.
아마 셋째 딸이 시집오면서 살림이 더 폈을 것이다.
이미 아이도 생겼고, 시어머니와 함께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따스하다.

큰 장이 열리는 서울에 가서 셋째 딸이 알려준 대로 제값을 받고 황금을 팔게 된 남편.
그렇게 이맛돌을 모조리 팔아 큰돈을 번 셋째 딸 가족은 그 돈으로 논도 사고 밭도 사고 열두 대문이 있는 으리으리한 청기와집도 짓고 큰 부자가 되어 떵떵거리며 잘살게 되었다.

세상에, 그걸 한 번에 다 팔아 쓰다니... 저축 관념이 없구나!


한편 셋째 딸의 아버지인 부자 영감님은 셋째 딸이 집을 나간뒤 가세가 기울어 그만 거지가 되고 말았다.
이집저집 받을 얻어먹고 사는 빌어먹을 신세!
하루는 이 영감님 내외가 열두 대문이 달린 으리으리한 청기와집을 보고는 밥을 얻어먹기로 했다.

그런데 대문을 열고 닫을 때 삐걱거리는 소리가 꼭 '복남아!'소리처럼 들리는 것이다.
복남이는 바로 셋째 딸의 이름.
딸을 그리워하며 대성통곡하는 거지 부부를 보고 이집 여종이 안주인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이 말을 듣고 셋째 딸이 대문간으로 나와 본다.

우리의 전통색들이 한데 어우러진 게 참 곱다.
머리카락의 광택도 매력적이다.

이제 다음 이야기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친정 부모님을 진수성찬으로 대접하고, 그후 두분 모시고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이야기~
잔칫상의 음식도 아주 먹음직스럽다. 구절판이 특히 눈에 어른거린다.

거저 얻은 행운인데 주변에 좀 베풀고 살았다는 이야기가 아니 나온게 좀 불만이지만,
나오지 않았으니 그렇지 아마도 충분히 베풀고 살았을 것이다.^^

신선하게도 뒷편에는 영어로 번역된 이야기도 실려 있다.
그림은 작은 크기지만 앞의 이야기와 맞추어 보기 좋겠다.

부록으로 100가지 민족문화 상징에 대해서 나오는데, 이 책에는 '다듬이질'과 '냉면', '떡', '비빔밥'이 나온다.
다른 시리즈에도 몇 개씩 이런 게 나오나 보다.

그림 보는 재미가 무척 큰 책이었다.
셋째 딸의 당당함은 좋지만 내가 부모라면 많이 섭섭할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우리는 말하고자 하는 교훈만 살려서 생각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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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2-18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설빔의 배현주 그림이네요.
내가 바로 복덩이 셋째딸이라지요~~~~~ ^^

마노아 2011-02-18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셋째딸 여기도 있어요.^^ㅎㅎㅎ

같은하늘 2011-02-21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참 예쁜 책이예요.
제일 예쁘고 마음도 고와서 묻지 않고 데려간다는 셋째딸~~~ㅎㅎ

마노아 2011-02-21 14:27   좋아요 0 | URL
배현주 작가님 그림들은 매번 이렇게 가슴을 설레게 만들어요.^^ㅎㅎ

마녀고양이 2011-02-21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욱 내려가다가, 셋째딸 뒷머리채 사진에서 훅 갔네요.
아유, 이쁜 그림이예요.

마노아 2011-02-21 14:28   좋아요 0 | URL
뒷머리채에서 완전 홀릭이지요? 어휴, 저런 머리 해보고 싶다니까요.^^ㅎㅎ

희망찬샘 2011-06-07 0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너무 예쁘네요.

마노아 2011-06-07 11:27   좋아요 0 | URL
그림이 참 탐나요. 종이 속으로 빨려갈 것 같아요.^^
 
이별 리뷰 - 이별을 재음미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 책 읽기
한귀은 지음 / 이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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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연인의 공통점은 의외로 많다. 때론 베개가 되기도 한다. 끝까지 읽어도 다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외출할 때마다 데리고 다닐 수는 없다. 짐이 되기 때문에. 그러나 기차 여행을 할 때는 동반하고 싶다. 침실까지 따라올 때도 있다. 겉모양이나 표지가 멋있다고 내용이 충실한 것은 아니다. 크고 두껍다고 많은 것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때때로 쓸데없이 비싼 것도 있다. 오래 묵히면 그것에서 추억의 냄새가 난다.

어쩌면 당신의 연인은 독특한 책이었는지도 모른다. 당신은 불행히도, 그 책을 읽을 줄 모르고 품기만 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당신은 자기 자신조차도 하나의 책이었다는 것을 모르고 연인에게 읽힐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이별한 자는, 파지가 몇 장 섞인 불안정한 책이거나, 시인 기형도가 말했듯이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인’ 책일 것이다. 이제 당신이라는 책을 다른 책의 힘으로 다시 편집하고 제본할 차례이다.
-12쪽

자본주의에 살면서 자본주의에 휘둘리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우리는 자본주의의 미를 따르고, 자본주의의 성공담을 부러워하며, 자본주의의 부조리에 자신이 갇혀 있다고 느끼면서 박탈감을 느낀다. 자본주의는 우리의 일상을 재단하는 물신 이상의 신인 듯 여겨진다. 어쩌면 자본주의적 삶을 냉소하는 것만이 겨우 자본주의에서 살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61쪽

그런 사건(황순원 소나기)은 잊히지 않는다. 이별은 오래오래 인정되지 않고, 다만 기억 속에서 ‘사랑했던 시절’, 혹은 생애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 ‘화양연화’로만 기억된다. 첫사랑이 그러하다.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것은 그 첫사랑과의 이별을 오랜 기간 부정한 탓이다.

-92쪽

때때로 영화관을 혼자 찾을 때마다, 이렇듯 혼자인 사람들에게 영화관이 이별의 여행지일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내가 바라는 것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도 아니고, 나를 사랑스럽다고 말해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랑받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영화는 가르쳐준다. 그러므로 나는 지금, 연인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나의 나르시시즘을 채워줄 누군가의 말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것이 씁쓸하게 인내된다.

-111쪽

크리스마스는 일 년 중 가장 즐거운 날이라기보다는, 별 일도 없는데 자신이 외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하는 날이다. 밖으로 나가야 할 것 같은 강박에 집에 편안히 있으면서도 어쩐지 사회관계의 패자가 된 것 같은 열패감에 젖기도 한다.

한편으로 크리스마스는 연인들에게 사랑으로 가득 찬 날이 아니라, 사랑에 대해 회의하는 날이 되기도 한다. 크리스마스가 상대에게 무언가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항상 기대치는 그 높이만큼의 실망을 예비하고 있다. (...) 그러니까 크리스마스는 기대를 해야 하는 날이 아니라 도리어 기대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날이며, 밖으로 나가기 위해 애쓰는 날이 아니라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되는 날이라고 스스로 위로해야 하는 날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텔레비전을 통해, 라디오를 통해 성탄특선을 하나씩 섭렵하는 것이다.
-117쪽

외로운 것도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외롭지 않으려고 애를 쓸 때 자신이 애처롭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냥 물같이, 외로우면 그만이다.

-138쪽

이별할 때에도 공정거래법을 지켜야 한다. 상대가 그 법을 어기고 전횡한다면, 그 아픔을 어찌할 바 몰라 단지 자기 자신을 파먹으면서 집 안에서 유령처럼 떠돌거나, 부조처럼 벽으로 숨어들 것이 아니라, 분노해야 한다. 그것이 또한 실존을 수호하는 방법이다.

-161쪽

희망을 갖기 위해서는 실패를 완성해야 한다. 이별은 분명 관계의 실패이다. 이별이 관계의 실패가 아니라고, 이별했지만, 실패는 없었다고 생각한다면, 이별을 완성할 수가 없다. 이별은 도피해야 하는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완성해야 하는 중립적인 것이다. 누구나 이별할 수 있고, 누구나 이별 때문에 아프다. 그 실패의 아픔은 반드시 겪어내야 할 과정이다.

-193쪽

좋은 이별은, 좋은 사랑을 위한 희망이 된다. 사랑했다면, 그것이 이별로 끝난다 하더라도, 그 사랑에 대한 존중은 계속되어야 한다. 억지로, 헤어진 연인을 떠나보내려고 할 필요는 없다. 찰나의, 그/녀와 찬란했던 순간이 섬광처럼 터졌다 지더라도, 그런 것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에 고통스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기억은 그렇게 몸속 어디에서 폭죽처럼 켜졌다가 사위어가기도 하는 것이므로, 등 어딘가에서 폭죽이 터지고, 그것이 이내 뜨거운 눈물이 되더라도, 조금만 덜 안타까워하고, 덜 슬퍼하면 된다.

-202쪽

희망은 느리다. 희망에 대해서, 모든 연인들은 겸손해야 한다. 희망은 경계함으로써 비로소 도래하는 역설적인 것이다.

-251쪽

‘희망이 있느냐고…….’가 아니라, "희망을 믿느냐고……."이다. 희망은 ‘존재와 부재’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와 불신’의 문제일 것이다. 희망을 조심스럽게 믿는 사랑과, 희망을 불신하는 위악적인 사랑, 그것의 차이는 얼마나 깊은가.

-253쪽

나는 정신대 할머니처럼 직접 당한 사람들의 원한에다 그걸 면한 사람들의 한까지 보태고 싶었어요. 당한 사람이나 면한 사람이나 똑같이 그 제국주의적 폭력의 희생자였다고 생각해요. 면하긴 했지만 면하기 위해 어떻게들 했나요? 강도의 폭력을 피하기 위해 얼떨결에 10층에서 뛰어내려 죽었다고 강도는 죄가 없고 자살이 되나요? 삼천리 강산 방방곡곡에서 사랑의 기쁨, 그 향기로운 숨결을 모조리 질식시켜버리니 그 천인공노할 범죄를 잊어버린다면 우리는 사람도 아니죠. 당한 자의 한에다가 면한 자의 분노까지 보태고 싶은 내 마음 알겠어요? 《그 여자네 집 中》

-2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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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언급된 무수한 책들. 드라마와 영화도 언급되지만 일단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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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강은교 詩話集
강은교 / 문학동네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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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네 집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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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사는 세상 1
노희경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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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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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사랑합니다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원작만큼은 아니어도 감동코드는 충분! 젊은 음악이 노배우들의 깊은 연기와 어우러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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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02-18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추울 때 찍었는지 겨울 질감이 나질 않아서 참 아쉬웠다.

sslmo 2011-02-18 0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랑 만추랑 놓고 우선 순위 저울질하고 있어요~^^

마노아 2011-02-18 14:12   좋아요 0 | URL
원작을 보았으면 굳이 보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그래도 극장에서 많이들 울더라고요. 실은 저도 찔끔~
만추를 이번 주에 볼 것인가 담주에 볼 것인가 지금 고민하고 있어요.^^

순오기 2011-02-18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인천가서 엄마랑 같이 영화볼 시간을 벌려했는데, 설에도 손님 치르느라 고생한 동생댁한테 미안해서 내일 가려고요. 어른 모시고 살면 찾아오는 사람 접대하는 게 더 힘들다는 며느리들 말이 생각나요...
이 영화 엄마랑 같이 보고 싶은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마노아 2011-02-18 16:07   좋아요 0 | URL
깊이 배려해 주시는 순오기님! 친정 엄마도 이 영화를 보시면 좋아하실 것 같아요.
울 엄니는 조선명탐정을 탐내고 계셔서 제가 한 번 더 봐야 할지 생각 중이에요.^^;;
 
코알랄라! 1 - Yami 먹고 그리다
얌이 지음 / 애니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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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은 코알라. 유칼리나무 잎을 먹는 그 코알라와 달리 진화한 변종 코알라. 맛있는 것을 만났을 때는 황홀한 표정으로 '코알랄라!'라고 외치는 단순한 녀석이다.
다음에서 연재된 것으로 아는데 가볍게 볼 수 있는 내용이 주로 담겼고, 추억을 자주 자극하는 특징도 갖고 있다.
사진을 크기에 견주어 합쳐 놓았더니 순서가 조금 섞여 있기는 한데 그냥 진행하기로 하자..;;

대공원에서 가장 재미없는 놀이기구가 대관람차라고 생각했다. 너무 느리고, 한 바퀴 다 돌기 전에 나갈 수도 없고, 그야말로 속 터지는 놀이기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드라마나 만화 등, 남녀의 데이트 코스로 등장하는 놀이공원에서 대관람차는 그야말로 '키스 타임'의 공식 자리였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그걸 알고 나니 어쩐지 더 못마땅해짐...;;;;
그런데 작품 속에서 에버랜드 대관람차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는 얘기를 듣고 나니 참 섭섭하다. 추억과 로망의 대상은 될 수 있었어도 상업적 돈벌이에는 적당하지 않은 기구였으니 말이다.
뭐, 에버랜드 말고도 놀이공원은 더 있으니까...;;;

첫번째 에피소드가 바로 저 소세지였는데, 완전 재밌었다.
소세지 껍질 까느라 이빨 나갈 뻔했던 기억이라든가, 빨간 줄이 주는 편리함에 황홀했던 기억, 치즈 소세지의 짭쪼름한 유혹 등등.

그리고 오른쪽 사진의 티라미수는 직접 만들어보고픈 욕망을 끓게 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게 얌이의 설명이고, 해보진 않았지만 내 생각에도 비교적 쉬워 보였다.
얌이의 첫번째 작품과 두번째, 그리고 프로의 솜씨를 비교해 놓았는데 사진을 보니 그냥 사먹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하고....;;;;
며칠 전 형부 생일에 먹은 케이크는 티라미수였는데 생크림 케이크에 비해서 버리는 부분(생크림)이 적어서 좋았더랬다.
혹시 내가 케이크를 만들게 되면 가족 생일을 모두 책임지겠다고 설칠지도 모르겠다. 식구들은 반가울까, 괴로울까???

웹툰 연재다 보니 독자 반응들도 재밌다.
대개는 한밤중에 보는 바람에 기껏 운동한 보람도 없이 뭔가를 먹고 말았다는 성토 아닌 성토가 많을 것 같은데, 저렇게 재치있는 반응들도 곧잘 올라오나 보다.

오른쪽의 보라돌이는 진정 우주 색감이 아닌가!
며칠 전 읽은 마녀 위니와 우주 토끼에서 나를 사로잡은 그 색깔이기도 하다.
얼마나 맛있으면 내 안의 우주를 느낄 것인가? 궁금타!

여러 에피소드에 걸쳐서 등장한 딸이 아저씨도 참 재밌었다.
자기 키가 작은 것은 제 종족의 숙명이거늘,
때는 21세기여서 개량된 우월한 기럭지의 딸기들이 속출! 퇴물 딸기로 낙인 찍혀 버린 안타까운 아저씨다.
결국 어리버리 코알라의 손에 들어가 딸기 잼이 되었고, 그것도 끝까지 먹히지 못하고 병 바닥에 남아 뚜껑에 먼지 앉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코알라의 일과를 지켜보며 속 끓이는 아저씨.
원래 코알라라는 동물이 하루 20시간을 잔다고 한다. 하핫, 아저씨 속 그만 끓이세요. 게으른 게 아니라(어쩌면 게으를지도!) 본성이래요!

오른쪽 그림은 봄나물 캐러 간 4인의 에피소드였다. 나물 캐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었는데 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나니 다듬기가 남았던 것. 이때의 효과음은 그야말로 '두둥!'
어머니의 포스가 제대로 느껴진다.

그렇게 힘들게 다듬은 나물들이 대변신을 했다. 아유 봄냄새가 파릇파릇하네.

게다가 옆의 비빔밥은 끝내 나의 식감을 제대로 자극해서 어제는 오곡밥에 갖은 나물을 다 섞어서 비빔밥을 해 먹었다. 밥이 찰져서 잘 안 비벼졌고, 계란은 반숙으로 한다는 게 실패해서 완숙이 되었지만, 그래서 역시 잘 안 비벼져서 더더더 매웠지만, 그래도 어찌나 맛나던지! 내일쯤 한 번 더 해먹을 생각이다. 이렇게 하니 나물도 잘 먹힌다.

엄마표 밥상 편!
만화가들의 생체 리듬은 몰아서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밥때를 잘 놓치곤 한다.
그럴 때 일주일에 한 번 들러주시는 엄마는 그야말로 신의 손이자 은총!
미리 준비해 온 3색 찬합을 내려놓고 새로 밥을 짓고 김치찌개를 끓인다.
달걀은 적은 노동으로 큰 효과를 줄 수 있는 요리계의 필수 아이템!
진정 엄마의 권능은 무한하달까!
사진 속 계란찜과 황태 콩나물국에 군침이 돈다.
엄마표라 더 따뜻하고 맛있는 저 식단은 게다가 사랑까지 담아 건강까지 챙겨준다.

바나나 쇼크라는 게 있었다.
바나나가 뭐예유? 라는 책도 있는데 처음 우리나라에 바나나가 소개 되었을 때의 열풍은 어마어마했다고 한다.(어릴 때 바나나 먹어보질 못해서 난 그런 기억이 없음..;;)
코알라네 집이 동남아로 여행갔을 때 바나나가 식단에 왜 없냐는 질문에 너무 싸서 취급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1차 쇼크였고, 큰 바나나는 코끼리에게나 준다는 말에 2차로 쇼크를 받는다.
아마 이 바나나 충격은 많은 사람들이 받았을 것이다. 지금은 참 흔해졌고, 싸졌음에도 금세 물러서 한송이 사려면 고민스러운 과일. 아, 나의 실패해버린 바나나 다이어트가 생각나는구나...ㅠ.ㅠ

책을 무척 재밌게 읽었다. 하루에 한 편씩 가볍게 읽다가 어제는 신나서 몰아서 다 읽어버렸다. 공감가는 이야기도 많고, 재생되는 추억도 즐겁고, 해보고 싶은 음식도 막 생긴다. 2편도 날 기다리고 있으니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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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2-17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어릴때는 바나나 먹으면 완전 부잣집 애 취급 받았었어요. 그래서 저도 기억나는게 어쩌다가 엄마가 바나나를 사주면(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 드문 경우였죠) 반드시 그걸 들고 밖에 나가서 다른 애들 다 보는데 먹었어요.

나 바나나 먹는다, 나 부잣집 딸이다

라고 으스대고 싶었던거죠. 이제는 바나나를 싼 가격에 덩어리로 사다 먹지만 그때는 그러지 못했어요. 엄마가 어쩌다가 사주실땐 삼남매용으로 딸랑 세개만 사셨죠. 아빠 엄마는 드시지도 못하고. 바나나는 그랬어요. ㅠㅠ 이젠 집에 덩어리째 있어도 먹지도 않아요. ㅎㅎ

마노아 2011-02-17 20:15   좋아요 0 | URL
제 친구들도 바나나에 대한 다락방님과 같은 기억들을 갖고 있는데 저는 없더라고요. 가만 생각해 보니까 바나나 근처에도 못 가본 것 같아요. 그 대신 키위는 생각나요. 열한 살 때 처음 우리 집에 왔던 오빠야가(지금은 모 교회 목사님..ㅎㅎㅎ) 키위를 사갖고 왔는데 처음 보는 거라 무척 신기했어요. 지금은 셔서 잘 안 먹는데 그때는 낼름 삼켜 먹었어요.^^ㅎㅎ

무스탕 2011-02-17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덴 모르겠고 울동네선 바나나 크지 않은거 한송이에 15~6개 붙은거 2천원에 팔아요. 이거 하나 사면 2~3일동안 지성정성이 먹어치우죠. 물론 저도..ㅎㅎ
저 어려서 30년도 더 전에 할머니께 '할머니는 뭐가 제일 맛있어요?' 물으니 '바나나' 라고 대답하셨던게 기억나네요.

마노아 2011-02-17 20:16   좋아요 0 | URL
한동안 바나나 값이 잠시 오르기도 했는데 다시 떨어졌나봐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바나나에 대한 추억이 많을 것 같아요.^^

꿈꾸는섬 2011-02-18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먹는 이야기 너무 좋아요. 저도 이책 찾아봐야겠어요.

마노아 2011-02-18 01:25   좋아요 0 | URL
먹는 이야기 넘흐 즐거워요. 웹툰이니까 인터넷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

sslmo 2011-02-18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저 쏘시지를 좋아해요.
직장 근처 편의점 가면 한통씩 사다 서랍에 쟁여놓고 뿌듯해 해요~^^

이 책 잼나겠는걸요~!!!

마노아 2011-02-18 14:13   좋아요 0 | URL
쏘시지를 가끔 상자로 사는데 집에 두면 순식간에 사라져서 많이 못 먹어요. 아쉽..ㅎㅎㅎ

마녀고양이 2011-02-18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알라 그림이 장난 아니게 귀엽네요.
거기다 음식 사진까지...... 아아, 구매 욕구 자극, 어제 주문했는뎅. 털썩.
이쁘네요, 정말.

마노아 2011-02-18 14:13   좋아요 0 | URL
코알라는 집집마다 예뻐요.^^
마고님 집에도 한 권 필요하겠어요~

자하(紫霞) 2011-02-19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슨 요리책입니까?(일본인이 한국어하는 버전)
저는 피자,케익 빵종류를 먹을 때 지구를 느껴요~~ㅋ

마노아 2011-02-19 23:23   좋아요 0 | URL
지구와 우주를 느끼게 하는 무수한 요리들, 알흠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