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인과 함께하는 송알송알 동시 논술 - 생각이 열리는 동시집
윤동주 시, 이상미 엮음, 박지훈 그림 / 초록우체통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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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을 떠올리면 고등학교 때 모의고사 시간이 생각난다. 문제는 다 풀었는데 시간은 남았고, 잠도 오지 않고 심심하고... 그래서 지문에 나와 있던 '별 헤는 밤'을 외웠다. 시가 맑고 고와서 외우는 게 싫지 않았고 이 시가 내 가슴에 새겨지는 것 같아서 무척 기분이 좋았다. 지금 다시 외워보라고 하면 몇 줄은 틀릴 것 같지만, 그래도 시 한 수 외우는 것이 즐거웠던 기억을 준 시인이 있다는 게 무척 고맙기만 하다.

이 책은 윤동주 시인의 동시들을 모아 엮고 그 시에 비추어 다시 논술 훈련을 쌓도록 해주는 도움 책이다. 우리한테 널리 알려진 시들은 시인이 좀 더 나이가 여물었을 때(그래도 젊었을 적이다. 그는 스물 아홉에 죽었으니까...)의 시이고, 이 책에 실린 시들은 보다 어릴 적 작품들이다. 어린 눈으로 그가 노래하는 시들은 보다 순박하고 전원적이고 아득하니 따뜻하다.

책은 자연은 내 친구/ 나만의 비밀/ 우리 가족/ 동물 친구들/ 무얼 먹고 사나/
이렇게 다섯 꼭지로 분류해서 대여섯 편의 시들을 함께 묶었다.
각각의 시들을 소개한 다음에는 논술 연습이 등장한다.
여러가지 모양의 조개껍질을 가지고 생각하기, 본디 말과 시어로 약간 변형해준 말의 느낌 차이를 묻고, 비밀 친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또 날지 못하는 닭이 왜 날지 않는다고 생각하는지... 평소에는 그냥 지나칠 것들을 잠시 멈추어서 생각해볼 여유를 안겨준다.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것이 있냐는 질문의 예시에 '바닷속에서 물고기랑 이야기하기, 비 오는 날 빗방울이랑 춤추기' 등이 반가웠다. 인어왕이 나오는 만화를 즐겨 보기 때문에 물고기랑 이야기할 수 있다면 거기 그 넓은 바다에 정말 인어가 사는지, 그런 소문 들어봤는지 물어보고 싶다.
책 한 권을 가지고 부모님과 선생님, 혹은 친구들끼리도 동시 논술 수업이 될 수 있다니 반가운 일이다.

시인의 어떤 시들은 노래로 더 친숙해져 있었다.
시인과 육촌 형제라고 했던가? 윤형주 씨가 곡을 붙인 곡들이라고, 예전에 세시봉 특집에서 본 기억이 난다. 시인의 시가 그에게는 더 각별했을 것이다. 이제는 온 국민에게 각별한 시와 노래가 되었지만...


그림은 '똥떡'을 그린 '박지훈' 선생님의 솜씨다. 고향을 그리워하고 가족을 그리워하던 시인의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다. 그림에서도 그리운 내가 날 것만 같다.

스물 아홉에서 영원히 늙지 않는 젊은 시인 윤동주.
사진을 보니 얼핏 개그맨 이윤석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시인의 모교를 졸업했구나.
난 시인이 공부했다던 건물에서 논술 시험을 봤더랬는데, 그러고 보니 이 논술 도우미 책과도 묘하게 연이 닿는다.^^

시인의 소개 페이지에서 '악형을 견디지 못하고' 숨졌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악형'이라는 말이 아이들에게는 다소 어렵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소개된 모든 시들에는 친절한 우리말 풀이가 달려 있으니 걱정할 일은 아니다.

'논술'이라는 단어는 입시와 바로 연결지어 생각하게 되고 왠지 딱딱한 느낌이 들지만, 동시로 공부하는 논술은 걱정과 달리 재밌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내 머리는 너무 딱딱해져서 기발한 생각이 많이 떠오르지 않았지만, 아이들에게 묻는다면 어른들이 생각지 못한 놀라운 얘기들이 쏟아질 것만 같다. 그 반짝반짝 빛나는 눈망울들을 상상해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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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19 0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9 1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게인 3
강풀 글 그림 / 문학세계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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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풀의 미스테리 심리 썰렁물은 계보가 있다. 아파트가 시작이었고, 타이밍, 이어서 이웃사람, 그리고 어게인으로 이어졌다. 첫 시리즈에는 저승사자라고도 불리는 메신저가 한 명 등장했지만, 타이밍에서 한 명 더 추가 되었고, 그리고 어게인에서 또 한 명이 추가되었다.  

 

각각의 저승사자들은 특별한 능력이 있다. 누군가는 목소리를 듣게 되면 사람이 죽고, 누군가는 눈이 마주치면, 또 누군가는 손에 닿으면 죽게 된다. 이들은 평상시에는 자신의 능력을 숨긴 채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고는 했는데, 가끔 별종이 나올 수가 있다. 어게인에서 등장한 목소리 저승사자가 그랬다.  

첫 시작에서 그는 교통사고로 죽을 위기에 처해 있었다. 내버려두면 곧 죽을 터였다. 그를 데리러 온 저승사자가 목소리로 사람을 잡는 인물이었는데, 어차피 곧 죽을 터였기에 사자는 그의 목숨을 당장 거두어가지 않는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변수가 생겨서 사자의 능력은 죽어가던 이 남자에게 옮겨갔고, 그는 어게인이자 메신저로 부활한다.  

어게인. 사람은 불의의 사고로 죽게 되면 다시 태어나게 되는데, 온전히 살아내지 못한 자신의 생만큼을 더 살아간다. 어게인은 자신이 어게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데, 박태민은 메신저이면서 어게인이기 때문에 누가 어게인인지, 또 누가 언제 죽을 것인지를 파악하고 있었다. 이때 생명은 누군가가 죽으면서 또 누군가가 태어나는데 그 주기가 10개월이다. 엄마 뱃속에서 태아가 자라는 기간. 어게인을 죽이면 태어나야 할 아이가 죽게 된다. 반대로 아이를 죽이면 어게인의 생명이 연장된다. 박태민은 어게인들을 모아서 지속적으로 수명을 연장해 왔지만, 임산부 연쇄살인을 덮기 위해서 대형참사를 일으키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방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 더불어 사람들을 구하고자 하는 사명을 가진 이들이 있었다. 바로 타이밍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했던 시간 능력자들이다. 

 

첫번째 남자는 시간을 10초 전으로 돌리는 능력을 갖고 있지만, 그 능력으로도 가스 폭발 사고로 죽은 아내와 아이를 살리지 못한 충격에 능력을 쓰지 않고 침울하게 살아가고 있다. 두번째 기형이는 손으로 만지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저승사자이고, 세번째 박자기 선생님은 꿈을 통해 대형참사를 미리 예측한다. 기형이와 박선생은 어차피 벌어질 참사를 막을 수는 없지만, 사고 현장에서 사람들을 구출하는 일에 힘쓰고 있었다. 물론, 사전에 말하면 미친 사람 취급 받고, 사후에는 범인으로 몰리는 수모를 지속적으로 당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사람을 구하는 일을 그만둘 수가 없다. 네 번째 영탁이는 시간을 멈추는 능력을 갖고 있다. 멈춰진 시간 속에서 그 혼자만 움직일 수 있지만, 공기도 멈춰버리기 때문에 호흡이 가빠지는 단점이 있다. 마지막에 오드아이를 갖고 있는 여자는 기면증이 있는데, 잠이 들면 10분 후에 벌어지는 일을 미리 보게 된다.  

이렇게 다섯 사람이 뭉쳐서 어게인들의 임산부 살해 사건을 해결하고자 뭉쳤다.  그 와중에 박태민의 생과 연결된 아이가 곧 태어나려고 한다. 산모는 인도네시아 사람이다. 아이 아버지도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는데, 그는 항상 죽음을 비켜가는 사나이였다. 지뢰밭에 들어가도 지뢰 하나 밟지 않고 나올 수 있었고, 그는 늘 가장 안전한 곳이 어디인지를 알아차렸다. 크리스마스에 인도네시아로 출장을 갔는데 쓰나미가 덮쳤고, 그때 목숨을 건져준 인연으로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아내는 현재 쌍둥이 출산을 앞두고 있다. 게다가 태어날 아이 하나는 아버지의 생명과 연결되어 있고, 또 하나는 박태민과 연결되어 있다. 그러니까, 아이의 아버지도 사실은 어게인이었던 것이다.  

아버지를 살리려면 아이가 죽어야 하고, 아이를 살리면 아버지가 죽어야 한다. 그런데 왜 하필 아이를 죽이려고 하는 어게인 박태민과 곧 태어날 아이가 연결되어 있는 것인지... 그 속내용까지 드러나고 났을 때는 호흡을 한 번 가다듬어야 했다. 강풀의 이야기는 늘 보여지는 것 이상의 뭉클함을 던져주곤 했는데 미스테리 심리 썰렁물 시리즈에도 예외는 없었다. 누구보다 인간적인 저승사자가 등장하고, 특별한 능력을 가졌지만 그 능력으로도 제 운명을 바꿀 수 없는 소시민이 등장한다. 그리고 자신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서 임산부를 계속 죽이게 만든 무시무시한 인간 박태민에게조차 두 손 내밀어 잡아주고 싶은 사연이 등장한다.  

와우 아파트 붕괴! 거기서 출발할 거라고는 상상 못했다. 그렇게 서럽게 죽은 목숨이라면, 작가의 상상처럼 어게인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게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다. 시간을 되돌리고, 시간을 멈추고, 또 미래를 미리 내다보는 특별한 능력으로도 막을 수 없는 사람의 간절한 염원, 그 지극한 마음의 둘레를 보고 말았다. 연민을 넘어 뜨거운 감동이 솟았고, 정해진 숙명을 벗어날 수 있게 내 마음 한 조각이라도 보태고 싶었다.  

사실 작가는 타이밍2를 쓰고 싶었는데 외전 격으로 이 작품을 먼저 썼다고 한다. 고백하자면, 타이밍은 예전에 읽고서 중고로 팔아버렸는데 뒤늦게 후회가 된다. 스포일러를 알고 있다 하더라도 다시 찾아보고 재차 감상할 만한 책이었는데 너무 가볍게 떠나보냈다. 다시 구입해서 모아야겠다. 그래야 나중에 타이밍2가 나오면 연결해서 다시 보고 또 폭풍감동을 받을 게 아닌가.  

강풀 작가의 주인공들은 모두 따뜻했다. 버릴 만한 인물이 없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가장 '연민'을 느낄 사람으로 어게인의 박태민을 꼽겠다. 그의 강한 염원에 진심으로 동조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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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1-07-16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매해서 보고싶은데..ㅜ.ㅜ
서울에 비가 많이 왔지요?
날씨가 좀 시원해지면 좋겠어요.^^

마노아 2011-07-16 12:11   좋아요 0 | URL
강풀 작가의 책은 언제나 추천이에요.^^
서울은 비가 많이 와서 빨래가 좀처럼 안 말라요. 수건은 죄다 선풍기로 말리고 있어요.ㅜ.ㅜ

2011-07-18 1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8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8 1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8 2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게인 2
강풀 글 그림 / 문학세계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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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어게인임을 알게 된 자들의 생을 연장하려는 음모와 이를 막으려는 능력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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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1 강풀 미스터리 심리썰렁물
강풀 글 그림 / 문학세계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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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자신의 생을 온전히 살아내지 못한 사람이 다시 태어나 남은 생을 채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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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향한 탑 그림책은 내 친구 23
콜린 톰슨 지음, 이유림 옮김 / 논장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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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향한 탑이라고 해서 언뜻 '바벨탑'을 상상했다. 오만과 금기와 도전의 상징이었던 그 탑을 얘기하나 싶었는데 무척 다른 이야기였다.  

 

달에서 보이는 지구의 건축물은 만리장성이 유일하다고, 나도 언젠가 들었었다. 만리장성이 세워지기 시작한 이래로 그렇게 2천 년간 달은 지구의 장성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이 책은 거기서 다시 100년이 지난 시점을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약 100년 뒤라고 상상해 보자. 지구가 멀쩡히 돌아가고 있을지, 솔직히 자신이 없다. 많은 몸살을 앓은 지구가 지금만큼 청명한 하늘을 보여줄 거라고는, 미안해서도 장담 못하겠다. 이 책에서도 그랬다.  

온통 노란 안개와 구름으로 뒤덮여 태양이 보이지 않는 지구.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남자조차도 태양을 바라본지 까마득한 시간이 흘렀다. 그래도 그가 손자처럼 어린 나이였을 때는 파란 하늘과 밝은 태양을 보았더랬는데, 이제 손자는 사진 속에서만 그 하늘을 확인할 수가 있다. 남자는 지금도 구름 너머의 하늘이 그렇게 새파란지 보고 싶지만, 알 도리가 없다. 이제 지구에는 연료가 얼마 남지 않아서 구름을 뚫고 날아가는 여행보다 더 중요한 일에 써야 했기 때문이다.  

도시는 생명력이 없어 보이고, 이렇게 망가진 지구에서도 여전히 활개를 치고 다니는 바퀴벌레만이 당당해 보인다.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남자는 태양을 단 한 번만이라도 다시 보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부유한 그를 위해서도 비행기는 더 이상 날지 않았다.  

 

손자는 기구를 만들어서 구름을 뚫고 올라가는 아이디어를 냈다. 지금껏 세상에 없던 커다란 기구를 만들었지만, 사흘을 올라간 뒤 기구는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마치 더러운 솜으로 싸인 것처럼 노란 구름 속에 턱 걸려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바람 한 점 없는 정적 속에서 사흘을 더 버티다가 결국은 기구 꼭지를 열고 지구로 돌아왔다. 픽사의 아름다운 애니메이션 'UP'처럼 맘껏 날아오르지 못한 게 유감이다.  

손자는 다시 의견을 냈다. "탑을 세워요. 태양을 향한 탑요." 

역시 어린 친구인지라 상상력과 도전 정신이 남다르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노인은 마음을 고쳐 먹었다. 꿈을 이루는 데 쓰지 않는다면 그 많은 돈을 뭐에 쓸 것인가! 

그리하여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바위 위에 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동우너해서 하늘을 향한 도시를 짓기 시작했다. 여기서부터는 바벨탑과 비슷해진다. 저 커다란 바위는 호주의 그 유명한 암석을 떠올리게 하는데, 역시나 작가가 호주에 정착해서 살고 있다고 한다.  

십년 동안 일을 해서 탑을 쌓았다.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남자는 더 늙었고, 손자는 이제 어른이 되었다.  

 

그 후 이십 년을 더 일했다.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남자는 아주 늙었고, 손자는 자기 아이들을 낳았다.  그렇지만 태양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손자는 초조해졌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태양에 닿아야만 했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껏 세상에 없던 커다란 기계를 만들었다. 기계는 집만큼이나 커다란 바퀴로 세상 곳곳을 가로질러 다니면서 굳센 팔로 건물을 통째로 들고 왔다. 모든 대륙에서 굉장한 건물들을 들고 와서 높이, 더 높이 쌓아 올렸다. 이글루도 보이고 이스터 섬의 모아이도 보이고 심지어 피사의 사탑까지도 보인다.  

그렇게 하늘 높이 쌓고 또 쌓아서 마침내 구름 너머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새파란 하늘과 찬란히 빛나는 영광스런 태양을 말이다.  

한때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던 노인은, 세월을 견뎌 낸 팔에 증손자를 안고 탑의 꼭대기에 앉았다. 생명의 따뜻함이, 젊은 시절에 그랬듯, 살갗 위에 내리쬐는 것을 느꼈다. 마침내 그는 해낸 것이다. 그도 대단하지만 손자가 더 대단해 보인다.  

 

그날부터 날마다 지구의 모든 사람들이 태양을 볼 때까지 끝도 없이 줄을 서서 탑을 향해 올라갔다.그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 다 어떻게 올라갔는지, 숙박이나 수송 수단 등등, 복잡한 질문들은 거두어 들이자. 평생 한 번 보지 못한 태양이 저 위에 있다면 누구라도 그곳을 향해 긴 여정을 꾸리고 싶지 않을까. 그곳은 그 자체로 성지가 되어버릴 것이다.  

태양도 볼 수 없을 만큼 망가진 환경에서 피사의 사탑이 여태 멀쩡했냐는, 그런 질문도 필요 없다. 그저 꿈꾸었던 것을 향해 묵묵히 도전하고, 마침내 그것을 이루어낸 사람의 환희를 상상해보면 족하겠다.  무엇보다 그림 보는 재미가 아주 탁월하다. 색채도 생생하게 살아있지만, 탑을 쌓는 과정 중간중간 숨은그림찾기 하듯 온갖 다양한 물건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표지 그림에는 에펠탑도 보이고, 유명한 다리, 불상, 풍차, 신전, 심지어 만리장성과 피라미드도,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까지도 보인다. 이 모든 것들을 꼼꼼히 찾아보고 즐기면 더욱 즐거울 그림책이다. 이렇게 대단한 그림을 그린 사람이 사실은 색맹이라고 하니 놀랍고 충격적이다. 이 작품이 나올 때 함께 출간된 '영원히 사는 법'을 얼른 읽어야겠다. 몹시나 궁금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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