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불공평해! 생각의 힘을 키우는 꼬마 시민 학교 4
마띠유 드 로비에 지음, 까뜨린느 프로또 그림, 김태희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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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의 주인공 가스똥은 투덜거린다.  여행가는 날 아빠 차가 고장났다고... 그건 불공평한 일이라고...

어머니는 말해주신다.  그건 안 좋은 일이긴 하지만 불공평한 일은 아니라고.. 그냥 어쩔 수 없는 일일 뿐이라고...

가스똥은 또 투덜거린다. 앙리는 공룡이 있는데 자신은 없다고... 아버지는 가스똥이 갖고 있는 성을 가리킨다.  모두 똑같은 것을 갖는 게 공평한 것은 아니라고...

지극히 단순한 물음들이지만, 시사점이 꽤 있다.  나도 그렇지만 흔히들 사람들은 많이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를 비교하며 불공평함을 논한다.  사회적 불평등함과 모순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모든 것이 그 틀에 짜 맞추어 돌아가는 것이 이 세상은 아닌데도, 우리는 많은 경우 누구탓을 하거나, 혹은 자신의 박복함을 한탄한다.  모두가 똑같은 것을 갖는 게 공평한 것이 아님에도...

다리를 쓰지 못해 혼자서는 계단을 오르지 못하는 아이를 보고 가스똥은 또 다시 불공평하다고 말한다.  할아버지는 아이의 말을 긍정한다.  다만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뒤의 행동이 중요함을 알려준다.  즉,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곁에 있는데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공원에서 가스똥은 자신을 화나게 만든 아이를 때려주고 싶어했다.  아버지는 세상 모든 사람들을 다 좋아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심술궂게 구는 것은 나쁜 짓이라고 말해준다.

난 이 부분도 꽤 마음에 들었다.  모두의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모두로부터 인정받고 싶어하는 우리들의 욕심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나 자신도 세상 모두를 사랑하고 인정할 수 없으면서도 주는 것보다 받는 것에 더 익숙한 이기심이 늘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5살 조카는, 새 옷, 이쁜 옷을 '좋은 옷'이라고 지칭한다.  새 장난감도 좋은 장난감으로 둔갑한다.  이쁘고 새것만 좋은 것이라고 인식하는 아이의 이분법이 걱정스러워 언니에게 말해보니,자신도 걱정이 되는데, 아이가 새 것은 기막히게 알아차리며 그것만 찾는다고 말한다. 지금이야 어려서 새것도 금세 싫증 내기도 하고 잘 까먹기도 하지만, 적이 걱정되는 부분들이다.  사실 아이의 잘못이기보다, 은연중 어른들이 아이에게 제공한 것들이 그렇게 작용했을 것임에 분명하니, 반성은 우리가 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미묘한 차이로도 지대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어린 아이들이 바른 윤리관과 시민 의식을 가질 수 있는 기초 윤리서이면서 철학책이다.  2권과 3권은 언니가 먼저 가져가버려서 4권을 먼저 읽었는데, 역시 1편과 마찬가지로 만족도가 높다. 1편은 5살 조카에게 조금 어려운 듯 했지만, 이 책은 그 수준에 딱 맞을 만큼 적당한 눈높이를 유지하고 있다.  중간 이야기도 궁금한데 아무래도 일요일은 되어야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두루 도움이 되는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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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순이 언니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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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고향과 같은 곳에서 시작하는 소설의 배경... 혹 작가의 자서전적 이야기인가?  이렇게 혼돈이 가는 설정을 나는 무지 싫어한다.  소설은 소설이야!라고 딱 잘라서 상상이 안 가기 때문이다.  박완서씨의 "그 남자네 집"도 그래서 혼란스러웠는데, 이 소설도 마찬가지다. 나는 주인공 짱아가 꼭 공지영 작가처럼 느껴졌다.  아무튼... 소설은 소설이고, 그렇지만 또 그만큼 리얼한 게 소설이었으니... 읽으며, 6,70년대 서울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도 좋지만, 그 지독한 가난과, 그 서러운 계층 차이가 빚어내는 수많은 이야기들에 오래오래 가슴을 쓸어야 했다.  그러한 이야기 중심에 봉순이 언니가 있었다.

이름조차도 지극히 소박하고 순진한 봉순이 언니는 짱아네 집에서 식모살이를 한다.  처음엔 더부살이, 그리고 식모살이, 한때 가족처럼 대우받기도 했지만, 그래도 역시 남일 수밖에 없는 봉순이 언니는 엄마에게 도둑 취급을 받고 나서 집을 뛰쳐나갔었다.  그러나 남자에게 속아 버림 받고, 결국 아이를 지우게 되고 다시 늙은 홀아비에게 시집을 가지만 남자는 병들어 있었던 터여서 반년 만에 사망한다.  박복한 봉순이 언니의 신산스런 삶을 들여다보는 것은 가슴이 저민 반면, 짱아네 가족의 변천사를 보는 것은 쓴웃음이 나온다.

아버지가 부재해 있을 때와, 아버지가 직장을  갖지 못했을 때의 이들의 가난한 삶은, 그 무렵 다른 이들의 삶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택시를 잡아 타고 동네 한바퀴 돌며 드라이브를 시켜부던 아버지가 택시 기사에게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어조는 사실 배부른 사치에 불과했다.  아버지는 곧 외국인 회사에 취직이 되었고, 기울었던 집은 이제 남들의 부러움을 사는 넉넉한 집으로 변신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이들은 사회 안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나름대로 선을 긋고 그들보다 어려운 형편의 이들을 기피한다.  어머니의 마실이 그러했고, 공부하는 언니 오빠들이 그러했다.  그래서 식구일 수도 있었던 봉순이 언니는 결국엔 식모로만 남아야 했던 것이다.  개구리 올챙이 적 모른다고, 날 때부터 귀부인인척 하며 지낸 어머니는 이제 사람 사이의 인정과 도리보다 물질적인 것에 더 집중하며 살게 된다.  숨겨두었던 반지를 찾아 봉순이 언니의 억울함을 알아차렸을 때에도 어머니는 남탓을 하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자리가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고 하더니, 더 이상 가난하지 않은 그들은 더 이상 사람 사이의 인정과 도리를 따지지 않는다.

어린 시절부터 그 모습들을 모두 지켜보며 커온 짱아는, 학생운동도 하지만 자신의 모습이 가진 자의 오만이라는 이중성을 일찍이 깨닫는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깨달음 중에서 가장 소름 끼친 장면이 따로 있었으니, 바로 지하철 씬에서의 독백이다.

책의 소개에도 인용되었는데, 옮기면 이렇다.

그런데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다가 문득 돌아봤을 때 놀랍게도 그녀가 날 바라보고 있었어. 설마 하는 눈빛으로... 희미한 확신과 놀라움과 언뜻 스치는 그토록 반가움... 나는 돌아보지 않았어. 어서 전철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가 내려섰지. 엄마... 너무 많은 세월이 지났고, 그녀의 얼굴이 가물거려서... 그래, 그래서야, 그거지. 이제 와서 뭘 어쩌겠어. 30년이나 지났잖아.

그러니까... 그러니까 말이야... 그런데 그런데 날 더욱 뒤돌아볼 수 없게 만들었던 건, 그건 그 눈빛에서 아직도 버리지 않은 희망... 같은 게... 희망이라니, 끔찍하게... 그 눈빛에서... 비바람 치던 날, 이상한 생각에 내가 문을 열었을 때 두 발을 모으고 애타게 날 바라보던 메리.

'희망'이라는 말이 이렇게 인용이 되면, 그토록 무시무시한 단어가 될 수 있다는게... 작 중 주인공이 느낀 그 끔찍한 희망이라는 것을 내가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더 공포를 느꼈다.

가끔은, 그런 생각들을 했었다. '희망'이라는 말이 마술인 것이 아니라, '세뇌'인 것은 아닌지... 어차피 불가능하고, 어차피 정해진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데, '희망'이라는 말로 포장하여 닥쳐올 불안과 공포로부터 잠시 도망치고 회피하고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결국엔 희망이 절망이 될 것이면서 나를 속이고, 남을 속이고, 그렇게 아무 것도 아닌 척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들이 무서워서, 다시금 '희망'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귀한 것이라고 말해보지만, 그 다짐만으로 올곧이 위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나 스스로가 이미 알고 있다.

그렇다고 희망조차 없이 어찌 살 수 있느냐고 하면, 그 또한 맞다고 나는 말할 테지... 봉순이 언니가, 그렇게라도 살아야 했던 것처럼...

재밌게, 잘 읽었다.  유랑가족을 읽을 때에 느껴진 밑바닥 인생에 대한 서러운 공감은 뚜렷하지 않았지만, 그녀만의 색깔로, 그녀만의 스타일로 나름의 고민과 문제의식을 잘 보여준 듯 하다.  이렇게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는 늘  후유증이 남는다. 다음엔 좀 밝은 이야기를 읽어야겠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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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대한민국 1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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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에서는 자신들의 속성을 들여다보기가 어렵다.  바깥으로 나와봐야 어떻게 생겼는지 윤곽이 드러난다.  우리의 대한민국이 그러했다.  귀화한 외국인, 이제는 한국인이지만 몹시 독특한 위치와 정체성을 가진 박노자의 눈을 통해서 새롭게 대한민국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우리'라고 하는 단어가 그토록 무서운 말인지, 그토록 배타성을 지닌 것인지 알지 못했다.  '우리' 안에 갇힌 우리의 모습은 우물 안 개구리이기도 했고, 우물 밖을 거부하는 개구리이기도 했다.

뿐이던가.  '근대'라는 말이 갖는 함정과, '민족주의'의 무서운 속성도 더불어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과 같이 월드컵 열기가 온 나라를 휩쓰는 이런 때에 우리가 특히 좋아하는 단어가 있다. "민족"이라는 말.  지난 2002 월드컵 때에 대한민국은 '민족'을 등에 업고 뛰는 선수들을 갖고 있다는 표현이 외국 신문을 통해서 등장했다.  나는 그 말이 참 듣기 좋았다.  왠지 울컥하고 뜨거운 것이 치솟는 기분이었고, 마치 한강의 기적이라든가, 조국 해방이라든가, 그런 역사적 의미에서의 민족을 느끼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그 단어가 갖고 있는 배타성과 순결함을 강조하는 완벽주의 등이 얼마나 우리를 현혹시키고 세뇌시키고, 미래 지향적이어야 할 것들로부터 방해를 하는지 처음으로 깨달았다.  그래서, 읽는 동안 참으로 섬?한 기분을 많이 느꼈다.

오늘 읽은 책에서도 우리는 민족으로 '만들어진다'라는 표현을 보았는데, 우리가 타고난 것이라고 믿는 것들이, 교육과 환경과 언론 등으로 '틀'에 맞추어 만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에 무섭고 어지럼증도 일었다.  그건 마치,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완벽하다고, 혹은 아름다운 곳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사실은 무척 지저분했고 불완전하고 심지어 폭력적이기까지 한 세상이라는 것을 알아버린 것 같은 충격이었다.

그리고 더불어, 우리 사회가 비뚤어지게 나가게 된... 바로 설 힘을 스스로 얻지 못하고 이토록 왜곡된 구조를 갖게 된 이유를 생각해 보니, 화가 많이 났다.  역사를 돌아볼 때, 누구 한 사람 때문에, 혹은 한 나라 때문에 모든 화가 미칠 수는 없을 것이다.  모두 모아모아 커다란 화근이 되었을 테지만, 결정적 건수를 만들어준 나라, 그리고 사람은 분명 존재했다.  그 모습들에 답답하고 안타까움이 솟았다.

오늘은 서울 1945 지난 편을 보았는데 여운형 선생님이 저격 당하는 장면에서 끝이 났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사의 한장면을 보는 것인데도,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 마냥 가슴이 꽉 막혀 왔다.  "찢겨진 산하"를 읽을 때의 울분이 다시 차오르는 기분도 들었다. 

'만들어지는' 우리 대한민국, 민족, 역사... 그렇다면 수동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방관만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바람직한, 아름다운, 선한, 상식이 통하는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는' 우리가 필요할 진대, 사실 막막한 기분이 든다.

우리의 교육은 바른 역사를 가르쳐주지 않는다.  이 시대를 바르게 보는 눈도 알려주지 않는다.  언론도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결국엔 '사람'에게 기대어야 한다.  좋은 스승을 만나고, 좋은 제자를 길러내는 일, 올바른 사고관을 형성시켜 줄 책, 그 책을 소개시켜 줄 사람, 그런 책을 쓰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결국 사람이 힘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 힘이 되는 사람을 모두가 만나고 살지는 않는다.  만날 수 있다면 복이지만, 만나지 못해서 알지 못해서 지나치게 되면, 그도 그 사람의 복이 거기까지일 뿐이니...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많이 공부하고 많이 배우고, 많은 것을 알게 되면 그때부터 현실의 안타까움과 설움에 방황하게 된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그냥 살아진다.ㅡ.ㅡ;;;;

끊임없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알려주며 우리의 문제점을 지적해주고 방향을 제시해주는 박노자 교수님께 여러모로 고마움을 느낀다.  그같은 역할을 해내는 지식인이 더 많았으면... 말뿐이 아닌 행동하는 지식인이 이 사회에 충분히 등장했으면 한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고 보니 부끄럽다.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우리들의' 대한민국인 것을, 누군가가 만들어가기를 바라고 있으니... 나는 일단 열심히 책 보고 열심히 공부부터 해야겠다.....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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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라주미힌 > 다르지만 닮은 이마트와 월마트

http://www.hani.co.kr/section-021003000/2006/06/02100300020060622061501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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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라주미힌 > 노마트족, 가난해 보실래요?

http://www.hani.co.kr/section-021003000/2006/06/02100300020060622061506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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