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물방울 1
아기 타다시 지음, 오키모토 슈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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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에선 커피만 마시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마신다고 하던데, 그런 면에서 '와인' 역시 각광 받고 있는 멋진 기호품이다.

이 책은 그 와인을 '신의 물방울'이라 표현하며 매력을 넘은 마력을 조금씩 드러내주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와인에 대해선 전혀 문외한인 나도 핏빛과도 같이 사람을 끌어들일 것 같은 진홍색에 취하게 되고, 나 자신이 꽃밭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하며, 그 맛을 혀끝에 올렸을 때 가질 환상에 푸욱 빠지게 만든다.

아직 1권 밖에 보지 못해서 전체적인 스케일을 말하거나 혹은 진면목까지는 말 못하겠지만, 일단 맛보기만 본 것치고는 합격점 이상의 점수를 주고 싶다. 

다만 아쉬운 점들은, 등장인물들이 남자의 경우 눈이 모두 똑같이 생기고 헤어스타일만 차이가 있다.  그림에 좀 더 다각도의 변화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고, 주인공의 아버지인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가 돌아가셨을 때, 유언장 공개도 다급한 일이겠지만, 아들의 슬퍼하는 모습이나 혹은 고인을 보내는 개인적인 시간이 더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아버지와 조금 소원한 관계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연 끊고 살았던 것도 아닌데 너무 기계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 같아 부자연스러웠다.

그렇지만 마지막 페이지에서 와인의 이름을 '신의 장난'이라고 명명하며 뒷권에 대한 궁금증을 확실히 불러 일으킨 것은 연출력의 승부수라고 할 수 있겠다.  반드시 뒷권을 보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만들었으니...

현재 6권까지 나온 것 같던데 짐작하기로 완결까지는 조금 긴 호흡으로 기다려야 하지 싶다.  매번 느끼지만, 일본은 스토리 작가와 그림 작가의 분업이 참 잘되어 있는 점이 배울 만하고, 또 소재의 다양성과 전문성에 늘 찬사를 보내게 된다.  그리고 가장 칭찬해주고 싶은 것은 이 책의 제목이다.  흔하지 않고 시적이며, 뭔가 은밀한 비밀도 품은 느낌을 주니 호기심 조성에 아주 탁월한 제목이었다.  작가의 작명 실력에 찬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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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이 생일에 누가누가 올까요? - 반대말 여행 아기 물고기 하양이 시리즈 4
기도 반 헤네흐텐 글 그림, 서남희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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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 녀석이 다녀간 자리에 두고 간 동화책이 남아 있다.

"하양이 생일에 누가누가 올까요?"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조카 선물로 내가 준비해 준 책이었다.  조카는 이제 5살이 되어서 이 책을 읽을 연령대는 조금 지난 셈이다.

무심코 책장을 들춰보니 찬란한 원색이 눈을 사로잡는다.

아무래도 전공을 했었기 때문에 더 탁월한 감각을 갖고 있겠지만 검은 바탕에 원색이 이토록 도드라지게 이쁘게 만들 수 있는 작가의 실력에 감탄했다.

하양이는 말 그대로 하얀색 물고기다.  두살이 된 하양이 생일에 친구들이 와서 축하를 해준다.

친구들은 모두 둘씩 짝을 지어 왔고, 같은 종이지만 서로 대비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를 테면 작은 성게와 큰 성게, 뚱뚱한 문어와 날씬한 문어, 긴 물뱀과 짧은 물뱀,  똑바로 선 새우와 구부러진 새우들이다.  (분홍색 새우는 정말 이쁘다>_<)  여기에 더러운 불가사리랑 깨끗한 불가사리가 합류하는데 더럽다고는 하지만 귀여운 무늬정도로만 보인다.

이들 모두가 하양이의 생일을 축하해주며 한자리에 모였다. 아, 우는 돌고래와 웃는 돌고래도 빠져선 안 된다.

하늘빛과 파랑색을 골고루 그라데인션으로 갖춘 돌고래의 색감 역시 탁월하다^^

친구들의 축하를 받으며 하양이는 행복한 생일을 보내고 있다.

아직 두살박이 하양이에겐 선물보다도 친구들의 '축하해' 한마디가 더 행복할 듯 싶다.

유아기의 어린 아이에게 아주 좋을 책으로 손꼽을 수 있겠다.

그러고 보니, 이제 한달 반 정도 지나면 조카 녀석의 생일이 돌아온다. 금년엔 어떤 책을 선물할 것인가 고민을 해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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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뒤흔든 여성들 - 푸른별문고 3
미셸 롬 지음, 박진희 옮김 / 푸른나무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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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이 책을 보게 되었는데, 표지에서 풍기는 느낌보다 출간일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사실 난 아주아주 오래된 책처럼 보았는데...^^;;;

처음 스타트에 나온 여성은 잘 알지 못했던 여성이다.  같은 아시아권임에도 무관심했음에 조금 미안함이 들었다.  그녀의 이름은 트룽, 트룽 자매였다.  베트남이 그토록 오래도록 식민지 살이를 했다는 것에 안타까움과 약간의 위안을 가졌다면 어째 좀 미안한 얘기일까...;;;;

브론테 자매들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당시의 시대 분위기가 여성으로 남자보다 우수한 능력을 보여주며 살아가기는 몹시 어렵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용기있었던 그녀들의 행보가 오늘날 두고두고 스테디 셀러가 되는 작품을 만들었을 테지...

남편보다 유명했던 클라라 슈만. 그많은 자녀들을 양육하면서도 연주 여행을 쉴 수 없었던 그녀.  삶은 고되었어도 명성은 남아 있고, 무엇보다도 그녀의 피아노를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으니 결코 불행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

노예 해방 운동의 선구자로 기록된 해리엇 터브먼. 사실 다른 이야기들보다 가장 처절했던 내용이었다.  그만큼 다급했고 갈급했던 자유, 그리고 그 자유를 자신 뿐아니라 다른 사람과 나누고자 했던 헌신적 마음은 그녀를 영웅으로 기억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그밖에 발레로 이름을 떨친 안나 파블로바와 이스라엘 건국의 주역 골다 마이어 등도 인상적이었고 뮤지컬 영화 에비타로 인상 깊었던 에바 페론도 즐겁게 읽었다.  (뮤지컬에 너무 약해~~)

스스로를 구원한 여자라는 제목으로 실린 오프라 윈프리,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여성 중 한 명인데, 그런 아픔이 있었다는 것에 애도를 표하지만, 떨치고 일어난 열정과 용기에 감탄의 박수를 보낸다.

아주 세련된 기술은 아니었지만 좋은 책이었다.  단순히 위인들의 이야기라고 여기기보다, 감동과 교훈을 주는 책으로 기억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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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바보들이 사는 마을, 켈름
아이작 B. 싱어 지음, 황명걸 옮김 / 두레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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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B. 싱어에 대한 관심이 생겨 찾아읽은 책이다.  '이디시어'가 어떤 것일지 잘 상상은 안 가지만, 그에게 노벨문학상을 준 특별함을 어디서건 찾아보고 싶었다. 

이 책은 제목처럼 바보들이 잔뜩 등장하는 마을의 이야기인데, 그 바보스러움의 극치란, 덤앤더머 따위는 결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니, 웃어야 될 지, 놀랍다고 해야 할 지 난감하기도 했다.

단순히 바보들의 이야기만 옮긴 것은 아니고, 때로 해학과 풍자, 교훈도 남겨주지만, 그래도 그들의 바보스러움은 단 한 편도 건너뛰지를 않는 꾸준함(?)을 보여주고 있다.

마을에는 마을 사람들이 서로 다투지 않고 살 수 있게, 어려운 일이 있으면 고민을 들어줄 수 있는 현자들이 살고 있다.  그러나 현자들이라고 이름은 붙였지만, 그들은 바보마을의 현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스스로는 굉장히 훌륭한, 혹은 현명한, 지혜로운 사람임을 자처하지만, 그들의 현명함을 더 어리석은 마을 사람들 앞에서만 빛을 발할 수 있는 수준이니, 어이 없음에 우리는 웃음으로 답하게 된다.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들의 어리석은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들은 모두 행복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어리석음은 타인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고,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만족하며 사는 지혜를 갖고 있다.  물론, 그들도 고민을 한다.  초조함도 갖고 있고 걱정도 한다.  그렇지만 그들의 고민과 걱정이라고 하는 것은, 현대인들이 짊어지고 사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이들은 쉽게 쉽게 문제를 해결하고 자족할 줄 안다.  현자들의 한마디 충고도 그들에게는 법처럼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고, 마을 바깥 사람들의 눈으로는 그들이 속은 것처럼 보이지만, 역으로 생가해 보면, 그래도 행복할 수 있는 그들이 부럽기까지 하니, 어쩌면 속으며 사는 것은 우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분명 바보들이다.  그러나 행복한 바보들이다.  그들이 그 마을 밖으로 나오게 되면, 그들이 갖고 있는 순수함을 가지고는 결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아마도 현대인들처럼 약고 계산적인 사람으로 돌변할지도 모른다.  생존본능을 갖고.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들은 더 이상 행복한 마을 사람들은 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들 마을 안에서만 완성되고 완결되어진다.  우리는 다만 들여다보고 놀라고, 재밌어 하고, 또 부러워하면 된다.  우리가 그 마을 안으로 들어가려면, 우리 스스로를 지혜롭다고 여긴 오만을 몽땅 버려야 될 테지만, 동시에 비우면서 채워지는 행복을 맛볼 지도 모를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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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혈 파워 - 왜 그들이 더 건강하고 더 아름다운가
앨런 지브 지음, 윤재석 옮김 / 부글북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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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헤니에겐 그닥 열광하지 않았지만 데니스 오를 볼 때는 눈이 많이 즐거웠다.  그 무렵, 혼혈아로 태어난 이들이 원래 이렇게 잘 생긴 건가??? 하고 궁금해 했더랬다.(둘 다 키가 188정도 되지??)

그랬지만, 일부나 그렇겠지... 라며 일축해 버렸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고, '혼혈'이 그들의 '잘남'의 원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원래 인문 사회 관련서적이나 문학 쪽 서적만 즐겨 보는 편이었는데, 마태우스님 페이퍼를 보고는 이 책을 덜컥 주문해 버렸다.  책은 250여 페이지 정도로 표지가 영 맘에 안 들긴 했지만 가벼운 책장에 금세 읽을 수 있어서 좋았는데, 아무래도 자연과학 쪽과는 워낙 거리가 먼 인간이었던지라, 보면서 자꾸 딴생각을 많이 해서 좀 애를 먹었다.

책의 핵심 내용은 그것이다.  근친상간은 유전자 질병을 많이 앓을 수 있으며, 오히려 다른 종과의 결합이 더 우수한 아이를 생산해낼 수 있고, 이때 다른 종과는 거리가 멀수록, 환경이 다를 수록 더 우수한 종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한다.

뿐아니라, 더 큰 키, 더 큰 체력, 더 센 스테미너(..;;;) 기타 등등... 좋은 것 다 해당되는 사람은 좌우균형이 잘 맞는 사람인데, 좌우 균형이 잘 맞을 경우 여성은 성관계를 가질 때 오르가즘을 더 느끼게 되고, 덕분에 정자와 난자가 더 잘 만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한 여성이 여러 남자와 관계를 가졌을 때조차도, 그녀가 매력을 느꼈던, 그래서 그녀로 하여금 오르가즘을 느끼게 한 사람의 정자를 받아들여 아이를 가질 확률이 더 높다고 한다.

저자는 운동선수나 영화배우, 심지어 노새와 같은 동물이나 조개 종류까지도 예시를 들어가며, 이질접합의 우수성을 설명한다.  그리고 좌우 균형이 탁월한 사람이 바로 이질접합의 결과인 사람일 확률이 아주 높다는 이야기도 한다.

세계는 점차 다변화되어 가고 있고, 우리나라만 해도 베트남이나 필리핀 등 외국 여성들이 한국 농촌에 시집오는 경우가 많아지는 등, 주변에서 흔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국제 결혼을 하는 사람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아마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수치는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단일민족도 아니지만, 단일민족에 대한 환상을 너무 품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로서는 정서상 아직 불협화음이 많이 들리고 있지만, 그조차 극복해나가야 할 문제이지 싶다.

아무리 우수한 혈통의 2세가 태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할지라도 국제결혼 같은 문제가 쉽게 수긍이 가고 동의되어지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을 단순히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순수'라는 이름으로 거부하는 모습도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저자가 미국을 예로 들었지만,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된 그 나라 안에서도 여전히 인종차별은 비일비재하다.  그들만 손가락질 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안에서도 공공연히 행해지는 인종차별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혼혈에 대해 갖고 있는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는 데에 크게 일조한다.  몰랐던 정보에 눈이 번쩍 뜨인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유럽이나 남미보다 작은 체격으로 분전을 치룬 월드컵이 새삼 생각난다.  뭐, 월드컵 이기자고 혼혈을 장려하자!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그랬구나... 하는 새삼스런 깨달음이 많았다. 표지랑 제목에서 좀 더 호감이 갔더라면 별 다섯은 문제 없었을 텐데... 뭐, 그대의 복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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