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 비룡소의 그림동화 7
존 버닝햄 지음, 엄혜숙 옮김 / 비룡소 / 199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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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카는 기러기다.  가족 모두와 다를 바 없는 물갈퀴와 부리를 가진 기러기이지만 다른 이들과 달리 깃털이 없다.  엄마 기러기는 보르카를 위해 회색 털옷을 정성스레 떠 주셨다.

추위에 힘들어하던 보르카는 큰힘을 얻고는 형제들에게 자랑을 한다.  그러나 형제들은 그런 보르카를 보고 비웃기만 하고 같이 놀아주지도 않는다.

형제들이 물속에 들어가 헤엄을 칠 때 보르카는 그 자리에 낄 수 없었다.  털옷은 한 번 젖어버리면 말리는데 너무 애를 먹기 때문이다.  형제들처럼 나는 연습도 하지 못하고 보르카는 점점 외톨이가 되고 만다.

그렇지만 가족 중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다.  오히려 보르카가 홀로 방황하고 있음을 알아차리지도 못한다.

날씨가 추워졌다.  식구들은 모두 따뜻한 곳을 향해 날아갔지만 그 자리에 보르카가 끼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한다.  혼자 남겨진 보르카는 지붕 있는 곳을 찾다가 어느 배에 들어간다.  그 곳에서 개와 친구가 되고 선장과도 친하게 지낸다.  런던까지 도착해서 그곳 공원에 놓여진 보르카는 다양한 새들과 동물들이 있는 그곳에서 놀라움을 맛본다.  거기서는 누구도 보르카를 보고 신기해하거나 혹은 놀림감으로 여기지 않았다.

보르카는 그곳에서 다른 이들과 어울리며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해마다 자신을 찾아주는 친구 개와 선장을 만나며 즐거이 인사를 나눈다.

작가 존 버닝햄은 이 책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  가족 안에서도 소외 당하기 일쑤인 장애우를, 결국 그를 구원해 주는 것은 누군가의 일방적인 도움은 아니었다.  다양함을, 남과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 속에 스스로 부딪혀 섞일 때 스스로를 위한 자유를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가족으로부터의 외면을 보여준 것은, 이 책이 어린 아이를 상대로 쓰여진 책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몹시 잔인하게도 들리기도 하지만, 또 그만큼 솔직하고 보다 근원적 문제에 접근했다는 이야기도 된다.

역시 존 버닝햄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부디 우리 모두에게 깃털 쯤 없어도 무슨 상관이야? 우린 친군데... 라는 자발적인 다짐이 나올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덧글... 그런데 기러기는 원래 추운 데서 사는 조류가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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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메론 일신서적 세계명작100선 35
보카치오 지음 / 일신서적 / 199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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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소설의 선구자로 알려진 보카치오의 작품이다.  10일 간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번역되듯이, 10일 동안 진행된 이야기 100편을 담고 있다.(정확하게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껴서 12일이지만...)

보카치오가 살던 그 시절의 유럽은 페스트로 유럽 전체 인구의 1/3이 죽던 시절이었다.  온 마을에 죽음의 그림자가 덮여 있고, 가족 중 누군가를 잃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런 때에 페스트의 위험을 피하고자 교외의 별장에 모인 숙녀 7명과 청년 셋이서 하루에 한가지씩 한 주제를 놓고 10개의 이야기를 한다. 이렇게 10일 동안 100편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책의 두께를 보면 장편 소설이지만, 각각의 짧은 이야기가 100편씩이나 나오니 단편소설이라 할 수 있고, 그럼에도 한 주제를 놓고 10명이 각각 다른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통일성은 유지된다.

이야기의 시작 무렵에는 조금 지루한 감이 있었는데, 날이 지나갈수록 사람들의 이야기는 점점 대범해지고 배짱도 생기고 유머감각도 생긴다.

페스트의 위험과 공포를 잊기 위해 시작된 그들의 이야기는 어느덧 그 자체에 몰입되어 두려움도 잊은 것처럼 즐거운 유희 거리가 된다.

단테의 신곡에 대비하여 人曲이라고도 불리는데, 결단코 신곡보다는 읽기 가볍고 즐거웠다ㅠ.ㅠ

놀라운 것은, 당시의 시대 상황을 들춰본다면 결코 쉽지 않았을 교회의 부패를 고발하고 봉건사회를 적나라하게 조롱하고 비판하였으니 아마 그 시대에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속이 꽤 시원했을 것 같다.(물론, 일반 대중들이 이 책을 읽었을 법하지는 않다...;;;;)

수도승이라고 경건하지 않고 그건 수녀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성적 유희를 탐닉했고 재물에 욕심을 보였으며 원하는 것을 손에 쥐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모든 사제들이 그렇지는 않았겠지만, 그런 사람들도 많았음을... 그리고 그 사실을 밝혔다는 것에 보카치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루터의 종교개혁 200년 전의 이야기니까.)

세상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사람을 빗대어 가장 못생긴 일가를 지적한 대목은 창의력이 유독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지혜로운 답변이 참 맘에 들었다.

어느 시대건 아니 그랬겠냐마는, 그 지독히 아름다운 공주는 대체 몇 남자의 손을 거치면서 정복 당하고 구해받고 다시 탈취되어지는지...;;;; 그 운명 참 고약하다 싶었다. 

이 책이 쓰여진 시기가 14세기라는 것을 생각하면 거듭 놀라게 된다.  지금이 무려 21세기니까^^;;

고전이라고 해서 무조건 지루하거나 교훈만 가득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 난 사실 양영순의 누들누들이 같이 떠오를 정도였으니...;;;;

뜻밖에도 몹시 재밌게 읽은 책, 데카메론. 고전으로 분류되는 책 중에선 아주 재밌게 읽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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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27
한승원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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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호흡으로 읽어야 할 책이었다.

작가 자신도 삼대에 걸친 이야기라고 못을 박았고, 그 이야기가 슬플 거라는 것도 미리 얘기했었다.

이제 2대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 마쳐가려 한다.  내용상으로는 3부가 끝이 났다.

이미 지난 편에서 한 캐릭터와의 이별을 예고했었다.  그럼에도 예정된 그 끝을 보기가 어려웠다.

떠나보낸 사람을 생각하며 남겨진 자들의 아픔과 눈물과 절망을 보는 게 나 역시 힘들었다.

독자가 이럴진대 작가는 오죽했을까.

작가 한승원은 원고를 마치고도 열흘 정도 출판사에 보내지 못하고 서랍 안에 넣어두었단다.

그녀 자신도 십년 간 품었던 캐릭터를 떠나보낼 준비가 필요했다고...

나는 그 마음이 공감이 간다.  아마도 살아있는 사람을 떠나보낸 것 마냥 힘들었을 것이다.

십년이라는 세월 동안 함께 울고 웃고 그토록 깊이 품어왔는데 이별이라니, 담숨에 무자르듯 다음 이야기로 바로 시작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가버린 사람은 이미 떠난 사람이고, 남겨진 자는 그 유산을 짊어진 채 다시 살아야 한다.

삶이 가혹하고, 남겨진 기억이 잔인할 지라도, 살아남은 목숨은 질기게 이어질 것이다.

작가는 아프고 슬픈 이야기라고 못을 박았지만, 그래도 삼대째의 아이들은 좀 더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 그들은 덜 아플 수 있을까...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  그들의 나라에서 평화롭게, 아름답게, 서로 사랑하며 그렇게 살았으면 한다.

오랜 독자로서의 소망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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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 안습이라고 하지...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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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첫 단추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는다.

한껏 끼웠는데, 잘못 끼운 것을 알았을 때에는 다시 풀어내는 수고가 필요하고,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 끼우는 수고도 해야한다.  마라톤에서 가장 힘든 때는 반환점 돌 때라고 하던데... 그만두자니 뛰어온 것이 아깝고, 다시 달리자니 달려온 만큼을 더 뛰어야 한다고...

그래도 마라톤은 절반 더 달리면 끝난다라는 희망이라도 있지...

때로, 희망은 절망의 다른 표현이 아닌가 생각한다.

너무 절망이 깊어 희망을 찾지만, 희망이 곧 다시 절망으로 되돌아올 것임을 알면서 억지로 믿는 척이라도 해가며 힘을 내려고 용쓰는 것...

때로, 운명은 체념의 다른 말로 들린다.

바꿀 수 없어. 달라지지 않아. 받아들여야 해... 이렇게 운명과 숙명을 외칠 때, 그것은 곧 체념에 가까운 포기가 아닐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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