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58
로저 로젠블라트 지음, 권진욱 옮김 / 나무생각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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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원래 처세술에 관한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러이러하게 하면 이러이러하게 될 수 있다!라고 하는 게 꼭 약장수 광고처럼 신뢰가 가지 않았다. 아니, 신뢰는 나 자신에게 가지 않았다.  과연 그렇게 따라 할 수 있겠느냐고. 그래서 아예 알지 못하고 안 들리는 게 나았다.  괜히 내가 한심해져서.

그래도 귀얇은 까닭에 좋다는 소리가 들리면 궁금해져서 슬쩍 들여다 본다.  이 책도 그렇게 만났다.

총 58개의 지침 중 유독 가슴에 닿았던 제목만 뽑아본다.

1.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2. 당신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3. 나쁜 일은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 두라
4. 적은 무시하라. 아니면 확실하게 죽여버려라

8. 당신을 지겹게 하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다

13. 겉모습이 실체를 드러내 보여주는 경우는 아주 많다

27. 바보라고 해서 틀린 말만 하는 것은 아니다

29. 시샘하지 말라, 어느 누구도
30. 모든 사람을 믿어라. 언제나

31. 다른 사람을 개선하려 하지 말라. 그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걸 안다 해도
32. 모두가 뜯어말리는 일은 하지 말라
33. 친구에게 그 친구를 중상하는 소식을 전해주는 사람이 되지 말라

52. 과거 속에 살되, 너무 많은 것을 기억하지는 말라
53. 무슨 일이든 돈 때문에 하지 말라
54. 원래 목적을 기억하라

58. 먼저 사과하라, 화해하라, 도움을 주라

모두가 바쁜 세상이다.  모두가 칭찬받고 싶어하고 비난받고 싶어하지 않는다.  내가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남이 듣지 않게 하는 절제가 우린 필요하다.

사실 몇몇을 뽑았지만 대부분이 버릴 게 없이 좋은 말들 뿐이었다.  그 중 가장 공통된 주제를 떠올려보면, 결국엔 '말'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분쟁의 대부분은 '입술'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한마디 말에 참 많이 상처 받고 참 많이 위로 받는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귀 얇고 입 싼 것이 참으로 문제인 나...ㅠ.ㅠ  나이를 먹어갈 수록 조심해야지!하고 결심하는 때가 더 많아지지만 여전히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남을 바꾸려 하지 말고 나 자신부터 바꿔야 하는데 변명이지만 늘 어렵기만 하다.

작심 삼일일 지언정, 삼일마다 재다짐하며 달라지는 나를 만들어야겠다.  유쾌하게 나이들려면 적어도(?) 그 정도 노력은 필요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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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쏘다
조지 오웰 지음, 박경서 옮김 / 실천문학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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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참 서정적이다.  이 책을 신청한 까닭은 친한 지인의 부탁 때문이었는데, 학교 도서관을 애용(이용?)하던 참으로 학교에 신청해서 보게 된 책이다.

재생지를 사용한 누런 빛깔의 책장은 유독 내가 좋아하는 느낌이다.  옛스럽고, 가볍고, 뭔가 운치가 있어 그런 느낌의 종이를 좋아한다. 

이 책은 크게 5부로 나누어진다. 1부는 오웰이 식민지 경찰로서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쓴 글. 2부는 작가로서 오웰이 가지고 있는 문학적, 정치적 견해를 밝혔다. 3부에는 파리와 런던의 뒷골목에서 최하층 사람들과 함께 생활했던 경험을 생생하게 담겨 있으며, 4부는 일상에 스며 있는 정치성을 예리하게 통찰했다. 마지막 5부에선 유럽 문학에 대한 오웰이 피력한 단상들을 모아 놓았다.(책 소개에서 복사해 옴^^;;;)

개인적으로, 뒤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져서 특히 2부는 따분하게 읽은 편인데 1부는 인상 깊게 본 편이다.

영국인으로서 식민지에서 억압받고 사는 민중들을 바라보는 가진 자의 입장에서도 그는 인간 자체에 대한 고뇌와 애정을 갖고 있었다.  우리가 '일본'이라고 하는 국가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민족 감정이 앞서고 역사적 오욕이 먼저 떠오르지만, 그 시절에서도 식민지 조선인을 변호하기 위해, 그들을 도와주기 위해 애쓴 인물들도 분명 있었다.  또 지금도 조상들이 지은 죄를 속죄하기 위해 정성을 다하는 일본인들도 분명 있다.  그것으로 과거의 죄가 속죄되거나 덮어지진 않지만, 적어도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은 고마운 일이다.  이 책을 보면서도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저자의 더 유명한 책들은 아직 보지 못했다는 자각이 퍼뜩 들고 있다. 1984년이나 동물 농장 등 말이다.  대학 수능 시험 언어 영역 지문에도 나왔는데 말이다.

작가가 내가 살았던 동 세기에도 살았던 인물이라는 게 어쩐지 신기하다.  그리 오래 전 사람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안도감? 그런 기분...

아마도 당장은 힘들겠지만 그를 더 유명하게 만들어준, 그의 이름값을 만들어준 책들도 차분히 읽어봐야겠다.  이번처럼 중간에 집중력을 잃지 말고 열심히 읽어야지. 불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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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없는 낙원 9
사노 미오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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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되자마자 사놓고는 4개월이 지나서야 읽게 되었다.

어느날 문득! 퍼뜩! 잊고 있었던 것을 다시 생각해낸 것.

여전히 잔잔하고 소박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그 맛이 좋아서 다 구입했었던 기억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일생에 한 번쯤 운명적인 사랑을 누구나 꿈꿔보지만, 대부분은 그런 사랑을 만나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또 생각하기를, 드라마나 영화처럼 운명적인 사랑이기는 한데, 그것의 결말이 슬프다면 또 어떻게 할 건데?  그러면 고민이 생긴다.

그래서 쓸데 없는 걱정 말고, 평범하고 이쁘게 살자~ 뭐 요런 다짐을 하게 된다.

이 책은 독자의 상상에 맡기는 법 따윈 없다.  작가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스스로 성장해 가고, 사랑 또한 예쁘게 키워나가는 어린, 그리고 자라는 친구들이 있을 뿐이다.

더불어 좋은 점은, 시간 순서대로 차분히 진행이 되기 때문에 일본에서 지내게 되는 전통 명절이나 행사 등도 솔솔찮게 구경할 수가 있다.

우리도 명절에 한복을 입기는 하지만, 여기만큼 활성화는 되지 않은 것 같아 부러운 기분이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사랑도 우정도 소중하지만, 꿈 역시 등한시할 수 없고 소홀히 할 수 없는 점이라는 것을, 어린 나이에 이미 알고 있는 그들이 대견스럽다.

그래서 그들의 미래는 어려움이 있다 할지라도 반드시 해피엔딩일 것을 믿는다.

제목부터 참 맘에 드는 "네가 없는 낙원"...

이번 편에서 혹 끝나는 것 아닐까 조금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즐겁게 다음 편을 기다려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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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수은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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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있음)파울로 코엘료 3부작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리즈이다.

현재에서 과거로, 그리고 미래지만 지금으로서는 현재 시점으로 돌아오는 시간 구성도 내가 좋아하는 설정이고, '사랑'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그 의도도 나는 참 좋았다.

종종 얘기하지만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 속에는 종교색이 조금씩 묻어난다.  드러내놓고 신앙을 강요하는 그럼 색깔이 아니라 그저 은은하고 약간의 향이 나는 그런 기분으로.

이 책의 남자 주인공은 직업도 신학생에 목사의 길을 가야 할 사람이었다.  어리고도 젊었던 시절의 연인을 만나기 위해 찾아갔지만, 남자가 가진 특별한 재능, 혹은 능력은 많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었고(아픈 사람을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아무리 원해도 여주인공 홀로 독차지할 수 없는 그런 입장의 사람이었다.

글쎄... 이건 자신이 직접 그 입장에 놓여보지 않는다면 어떻게 선택하겠다! 라고 섣불리 말하기 어려운 부분일 것이다.  오래 전 내게도 그 비슷한 인연의 사람이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함께 하기 위해선 나를 헌신해 선교의 길을 가야 했던 사람, 너무 높은 이상을 좇을 수가 없어서 지레 겁먹고 포기했던 사람. 꼭 이 작품의 주인공처럼 말이다.ㅠ.ㅠ

여자는 피에트라 강가에서 일주일 동안이나 울었다. 울어도 울어도 마음은 정리되지 않는다.  그런데, 기적이 발생한다.  먼 길을 헤매던 끝에 남자가 여자를 찾아온 것...

여전히 남자를 받아들일 수 없는 그녀에게 남자는 말을 한다.  자신에게 주어졌던 신이 부여한 능력이란 것은, 자신이 거부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통해서 또 다른 기적을 보여줄 것이라는 것... 그것이 신의 섭리라고...

개인적인 이유로, 나는 굉장히 가슴 뭉클했다.  그들의 사랑이 이제 결실을 맺을 거라는 짐작도 기뻤지만, 그 남자의 그 현명한 대답이 근사하고 고마워 괜히 찡한 마음에 눈물도 그렁그렁 했다.

'인연'이란 그런 것인가 보다.  어떤 장애가 있더라도, 혹은 아무리 높은 이상과 과업이 남아 있더라도, 반드시 이뤄질 사람은 그렇게 만나지나 보다.  운명론적인 사랑을 말하는 것이 너무 공상같긴 하지만, 그래도 그런 사랑이 이뤄지길 아직도 소망한다.  모두가 그런 사랑 한 번씩은 해보면서 살 수 있다면, 추억이라는 것이 기억보다 아름답지 않을까 상상된다.

3부작 시리즈는 모두 표지들도 이쁜데, 푸른 빛깔의 느낌이 너무 좋아 구겨질까 봐 조심조심 보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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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9개월 차에 접어든 언니가 초음파 검사를 받으러 병원에 가는데, 5살이 되어 말썽이 잦아진 조카를 돌보는 게 나의 임무였다.

삼성 제일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의사 소견을 들으러 옆건물 4층으로 올라가기 위한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문이 닫히자마자 덜컹!하더니 위아래로 흔들린다.  얼라?

다시 한 번 덜컹! 하더니 또 위 아래로 흔들린다.

그리고 잠잠 무소식....

얼라? 지금 엘리베이터 고장???? 이게 말로만 듣던 엘리베이터 고장이란 말인가(>_<)

승객들 모두 당황! 비상연락으로 경비실에 알렸건만 좀처럼 달려오지 않는다.

가만 여기가 몇 층이더라? 타고나서 바로니까 아직 1층이네, 다행이군... 하고 중얼거렸는데, 생각해 보니 지하가 있다.(그래봤자 지하 1층이지만 부족해지는 산소는 어쩌고??? 별 상상이 다 된다..;;;;;)

몇 번이나 호출을 거듭한  끝에 바깥에 사람이 도착하긴 했는데, 문은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억지로 열려고 하면 안된다고 하더만, 밖에서는 손으로 열고 있다.ㅡ.ㅡ;;;;;

엘리베이터에는 어른 8명과 어린 아이는 조카 하나뿐이었다.

그리고 그 중 여성 셋은 임산부였다.

십분에서 십오분 쯤 흐른 것 같다.

문은 무사히 열렸는데 이 잡것들이, 아무도 사과를 안 하네.

문 열어준 아저씨도 그냥 손잡이 하나 떨어진 것 같은 표정이다. 

헉, 황당...!

너무너무 기막혔던 경험!

병원비는 네임 밸류를 따지며 최상을 추구하면서 고객 안전은 이따위라니...

조카는 많이 놀랬는지 내려서도 약간 얼이 빠져 있다.  십분 쯤 뒤에 다 까먹긴 했지만...;;;;;

뭔가 미안해 하고, 괜찮냐고 물어보고, 다행이다! 이런 오버 액션을 취해줘야 마땅한 것 아닌가?

아쒸... 두고두고 열 받네. 이건 신문에 기사를 내야 하는 것 아닌가.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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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06-07-09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참 생각이 없군요.- 멈추어 버린 것이야 이미 벌어진 일이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ㅡㅡ;

마노아 2006-07-09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 때문에 더 미운 케이스랄까요. 첫 조카땐 고대 병원에서 디어서 옮긴 건데, 여기가 더 무섭네요. 아, 갑자기 영화 스피드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