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원성 글.그림 / 이레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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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지인이 이 책을 들고 왔다.  자신이 보려고 샀는데 먼저 보고 돌려달란다.  응? 얼결에 책을 받아들었다.

어린 나이에 출가하여 스님이 된... 동자승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앳된 얼굴의 스님...

참 낯선 풍경이었다.  17세에 출가를 했읜 고등학생 정도의 나이인데, 그 무렵에 가족을 떠나 집을 떠나 산 속에 들어가 수행을 하고 자연과 벗삼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소설 속 풍경에서나 어울릴 법한 그림들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표지에도 사진이 나오지만 눈빛이 참 맑고 또렷했다.  수행을 한 스님이어서 그런가?  자연 속에 살아서 그런가?  뭔가 범인과는 다른 특별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도 글을 보면 우리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똑같은 사람임을 눈치 챈다.  더 맑고 순수해 보이지만 그도 외로움을 타고 때로 번민도 가지는 사람이라는 사실에 어쩐지 위안이 된다.

지금은 대학도 졸업했고 이미 어른의 나이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동자승 이미지로 기억에 각인되어 스무살이 넘었을 모습은 잘 상상이 안 된다.  왠지 피터팬이 나이 든 웬디를 만나고서 당황한 모습 같은 기분???

본인이 기독교를 믿는 지라 절에 갈 일은 많지 않다. 답사 여행을 다닌다거나 할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갈 일이 없다.

한국은 천 년 이상을 불교를 믿어 왔기 때문에 역사 유적지는 대부분이 사찰 건축물이거나 그에 관련된 것들이 많다.  그래서 고적답사를 갈 때 대부분이 사찰로 가야 했었다.  나로서는 좋은 경험이었고 즐거운 행보였는데, 가보았던 사찰에서 동자승을 본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사실, 어른 스님도 별로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참배하러 온 사람들만 눈에 띄었을 뿐... 그러고 보니 그 분들은 다 어디에 계셨던 것일까???

그렇지만 절에 가면 처마 끝 풍경 소리는 놓치지 않고 들었다.  맑고 청아한... 참 예쁜 소리... 다음에 절에 갈 기회가 생기면 그곳 건물만 보고 오지 말고 사람들도 열심히 관찰해 보아야겠다.  앗, 글쓰다가 엉뚱한 데로 새버렸다...;;;

하여간, 책을 보면서 내 마음도 차분해지는 기분이었다.  내가 몰랐던 책을 소개해준 나이 지인에게도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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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암 창비아동문고 19
정채봉 지음, 이현미 그림 / 창비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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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봉 선생님의 책들은 이후로도 계속해서 재출간이 될 것 같다.  선생님은 가셨어도 그분의 아름다운 글들은 여전히 남아 있고, 독자들도 그 글을 계속해서 추억하고 사랑하고 있으니...

오세암은 정채봉 선생님의 작품 중 내가 처음 만난 동화다.  너무 곱고 아름답고, 또 슬퍼서 먹먹해 했던 기억이 난다.

처음 내가 이 책을 접하게 되었을 땐 책 제목이 "숨쉬는 돌"이었다.  검색해 보니, 지금은 뜨지 않는다.  책이 여러차례 편집되어 다른 제목으로 재출간 되다 보니 이 책과 저 책의 동화가 한 묶음이 되고 다시 헤어지기도 하고 그러는 모양이다.

그래서, 지금도 "어른을 위한 동화"를 떠올리면 정채봉 선생님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분의 투병기 때의 글도 읽었었는데 참 어린애같이 맑고 순수하단 생각을 했다.  그렇게 영혼이 맑으신 분이기에 이런 글이 나올 수 있는 것일 테지....

뭐랄까.. 한국적 정서가 담긴 따스한 글... 옛스런 느낌도 나지만 결코 촌스럽지 않고, 가족 간의 우애가 살아있는 글들이 늘 정겹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 책 덕분에, "동자승"이라는 단어도 좋아하게 되었다.  뭔가 신비한 느낌마저 들고 말이다.

하얀 눈밭. 산 속 암자, 어린 오누이... 이런 그림들이 마구 스쳐 지나간다.

새로운 작품들을 다시 만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남겨진 작품들이 다행히도 많은지라 앞으로도 두고두고 선생님을 추억할 수 있을 것이다.  작으나마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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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 So Good 4
이시영 지음 / 시공사(만화)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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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케이크였을 것이다. 새로이 창간된 만화 잡지 cake는 특이하게도 자사 출판사의 단행본을 소개하면서 일부 내용을 보여주었다.

그때 feel so good의 이시영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몇 페이지만 읽었음에도 엄청 재밌었다.

그래서 책방에서 1권을 빌려보고는 다시 1권부터 사모으며 그녀의 매니아가 되어버렸다.

문제는.... 작가가 다음 편을 안 쓰는지 못 쓰는 지 깜깜 무소식이라는 것이다.

더 늦게 시작한 지구에서 영업중은 벌써 완결이 되었는데 말이다.

심지어 어떤 서점에서는 6권이 완결이라고 적혀 있었다.(ㅡㅡ;;;;)

독특한 상상력에 흡인력 있고 카리스마 있는 그림, 그리고 배꼽 잡는 유머까지 모두 겸비한 작가 이시영은 스스로를 아주 소심한 작가라고 표현한다.

그렇지만 작품만 보면 그녀는 아주 대범한 성격이 아닐까 짐작된다.

재밌는 것은, 이 작품의 주인공들이나 등장 인물들은 작가 이시영이 다른 장편이나 단편 등에 솔솔찮게 깜짝 출연을 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존재를 모른다 하여도 다른 작품의 재미가 떨어질 위험은 없지만, 이들이 어떤 역할들을 하고 있던 인물인지를 알고 본다면 다른 작품들도 더 재밌어질 게 분명하다. 난 그 혜택을 누렸다. 음하하핫!!!

비슷하진 않지만 꼭 느낌이 박희정 일러스트를 볼 때랑 비슷하다.  그만큼 갖고 싶다는 의미!

야자와 아이처럼 화보집 나왔으면 좋겠다.  냉큼 살 텐데...ㅠ.ㅠ

하긴, 그 전에 완결을 먼저 보고 싶지만...(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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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스페셜 6 - 전술과 전략 그리고 전쟁 베일을 벗다
KBS 역사스페셜 제작팀 지음 / 효형출판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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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스페셜 6편은 우리 역사 속의 전쟁과 전투에 관한 내용들을 모아 엮었다.  당근 우리가 큰 기량을 보였거나 적은 병력을 가지고 크게 이겼거나 한 '대승'을 다룬 게 대부분이다.  그밖에 우리에게 승리를 안겨준 당시의 전술과 그리고 무기도 같이 짚어보았다.

일본의 신라 침공, 발해가 막다

발해의 역사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더 많은데, 발해가 신라와 사이가 안 좋았던 것 정도는 우리 교과서에도 나온다. 내내 싸웠던 관계는 아니지만 대체로 안 좋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랬던 발해도 일본이 신라를 치려했을 때에는 거기에 동조하지 않고 오히려 방해 공작을 벌였다.  글쎄.. 한민족이어서라기보다 당시의 국익 때문이었을 거라고 생각되지만, 일본과 손잡고 신라를 쳤다!가 아니어서 다행...;;;

신라는 당군을 어떻게 이겼나?-매소성 전투의 비밀

흔히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지 않고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했더라면...이란 말을 많이 한다.  사실 나도 아쉬움이 큰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건 아쉬움의 문제가 아니라, 고구려는 못한 것을 신라가 해낸 저력에 집중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신라는 무려 천년을 이은 왕국이었다.  한 왕조가 천년 씩이나 이어진 역사는 세계사에서도 손꼽을 만하다.  변방의 작은 나라에서 한반도를 아우른(물론 작은 규모였지만) 신라는 군사 문제에 특히 신경을 쓸수밖에 없었다.  백제와 고구려를 접수하고 다시 당을 밀어내기까지의 과정에서 신라가 보여준 응집력은 매우 컸다.  화랑도와 그들의 무기, 성 기타 등등을 함께 돌아보며 고대사의 한단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안시성 싸움, 고구려는 어떻게 당을 이겼나?

현재 연개소문 방송이 시작되었는데 아직 보진 못했지만 안시성 전투를 연개소문이 지휘한 장면으로 논란이 많은 것으로 안다. (내 생각엔 오버한 것 같다.  주연과 조연이 바꼈달까..)

오국사기를 읽을 때, 수나라의 공격을 막아내는 고구려의 혈전은 눈부시게 멋있었다.(이긴 전쟁에는 이런 표현도 쓴다.ㅡ.ㅜ) 그러나 당태종은 역시 걸출한 인물이었던 터.  그가 요동을 유린하면서 달려드는 장면은 적장임에도 지략이 큰 인물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런 그도 결국 수 양제처럼 고구려 앞에 무릎을 꿇었다.  죽으면서 그가 남긴 유언은 고구려 공격을 멈추라는 것이었다.(아들 고종이 포기 안했지만.ㅡ.ㅡ;;;)

조선사처럼 기록이 철저히 남아 있지 않고, 우리한테 진 중국측 기록외에는 참고할 만한 문서가 별로 없기 때문에 양만춘에 대한 기록은 별로 없다.  연개소문에 대한 기록도 거의 욕에 가까운 수준이다.  그렇지만 북경에는 당시 연개소문이 뒤쫓았다는 흔적이 남아 있고, 어쩌면 고구려의 흔적은 우리가 짐작하고 기대하는 것보다 더 크고 어마어마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서는 다만 그 가능성에 대해서만 접근해 보자.^^

바보 온달, 그는 고구려의 전쟁 영웅이었다

어린 시절 읽은 온달이 이야기는 평강공주의 내조로 훌륭한 장군이 되었다~ 뭐 이런 얘기였는데, 커서 읽어보니 이야기는 다시 읽혀진다.  공주를 평민에게 시집보내어서 보이고자 했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당시 고구려의 상황은 그만큼 절박했던 것은 아닐까... 이런 것...

옛적 기억을 돌이켜 보니, 수능 치르고 원서를 낼 때 모 학교 논술고사 답안지에다가 평강공주 이야기를 썼던 적이 있었다.  떨어졌으니 아픔으로 남았지만.ㅡ.ㅜ

임진왜란 비사(秘史), 왜군과 싸운 왜군

재밌다.  지금 들춰본 책에서도 왜군과 싸운 왜군, 항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아이러니하다.  우리 측에서 보면 일본을 등지고 우리를 도와준 왜군은 참으로 멋진 원군이건만, 일본 입장에서 보면 매국노가 아닌가....;;;;; 뭐, 오죽하면 그랬겠냐고 나 편한대로 해석할란다...;;;

명량대첩의 비밀 - 13척이 133척을 어떻게 이겼나?

어쩔 수 없다.  이순신 이름 석자만 나오면 약해진다.  이 부분은 부러 영상도 챙겨 보았다.  어찌나 멋있던지.... 크흑.... 사실 이 내용은 수업 중에도 아이들이 가장 집중하는 부분이다.  드라마에서도 나를  가장 감동시킨 부분 중 하나였고...  책에 다라 133척이 333척으로도 나온다.  역사스페셜도 그랬고, 내가 본 다른 책도 그랬다. 대체 뭐가 맞다는 건지... 당시 일본이 동원한 배는 운반선까지 포함하면 500척에 이른다.  하지만 그 중 군선은 333척인 건지 133척인 건지. 지금도 알 수 없음.ㅡ.ㅡ;;;; 검색해 보았는데 못 찾았다.  다른 책을 더 뒤져보아야 할 듯.

한산도 대첩은 세계 4대 해전이라 불릴 만큼 뛰어났지만, 개인적으로는 명량대첩이 더 장관이었다고 본다.  당시 이순신 장군이 처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더더욱.  칼의 노래는 백의종군 이후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명량대첩을 보여주는 비중이 컸다. 아, 또 다시 흥분 모드... 심장이 벌렁벌렁 뛴다. ^^;;;

진주대첩, 3천이 3만을 어떻게 이겼나?

임진왜란 3대첩 중 하나.  3천이 3만을 이긴 전투... 권율 장군을 그닥 좋아하진 않지만, 이땐 정말 수고많았다(?)고 다독여 주고 싶은 기분.  이기고도 공은 커녕 일본군에 잡혀가 매맞을 뻔한 권율, 힘없는 조정. 싸가지 없는 명나라... 덧붙여 생각나는 게 참 많다. 

역사스페셜을 보여주면 으레 자고 마는 아이들도, 임진왜란 관련 영상을 보여주면 많이들 좋아한다.  나도 그런 편이지만^^;;;;

우리가 이긴 전쟁, 혹은 잘 싸운 전쟁에 집중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패배한 전쟁과, 그것을 초래한 것들에 대한 반성도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책이 나오면 잘 안 팔릴 테지? 에잇. 나오면 내가 하나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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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째 산
파울로 코엘로 지음, 황보석 옮김 / 예문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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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에 한참 빠져있을 때에 친한 지인이 이 책을 내게 넘겼다.  빌려준 것도 아니고 가지란다.  종교 이야기가 나와서인지 자신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고... 내게 더 즐거울 거라고 주었다.  그녀의 예견(?)대로 나는 아주 재밌게 읽었다.  절판된 책을 소장하는 기쁨도 같이 누리면서... ^^

파울로 코엘료는 종교색을 띄면서 또 아닌 듯하게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작품을 많이 썼다.  보통 만나기 쉽지 않은 놀라운 재주다.

그렇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아예 대놓고 성경의 선지자인 엘리야다.  엘리야가 살았던 시대의 인물들이 모두 나온다.

우리가 흔히 기대했던 것과 달리 엘리야는 소심하고 겁 많았고 의심도 많았고 그저 고뇌하는 한 인간에 불과했다. 

그는 하나님의 명령에 불순종할 수 없었지만, 믿음으로 네!하고 달려들지도 못했다.  만약 그가 예수님 사촌 쯤 되는 위대한 예언자로 묘사되었더라면 이 책의 재미와 감동은 뚝 떨어졌을 것이다.

그가 과부를 만나고, 그녀에게 '기름병' 기적을 일으켜주는 장면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성경에서는 사는 동안 그녀의 집에 기름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 책에서는 사람들이 엘리야가 얼마나 해내나 두고보자는 심산으로 그 과부의 집에 기름을 제공해 준다. 

작가의 상상력도 탁월하지만, 성경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그같은 해석 혹은 상상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짐작되었다.(조심스럽긴 하지만...)

마지막에 무너지는 집 잔해에서 사랑했던 그녀를 구출하지 못하는 장면은 꽤 인상적이었다.  허를 찔리는 느낌이랄까. 

인간인 나의 생각에, 왜 대체 이렇게 해주지 않으시는지, 하나님께 불만을 품을 때가 많다.  그러나 답은 한가지다.  당신의 뜻에 위배되기 때문에.  종국엔, 그분의 뜻이 바르다는 것을 나 역시 이해하고 인정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나의 속은 까맣게 타게 되겠지만..ㅡ.ㅡ;;;;

엘리야도 그랬으리라.  많이 원망되고 안타깝고 서러웠으리라.  그렇지만 다시 일어서고 재건을 위해 힘쓰는 모습에서 희망을, 구원을, 영원을 보게 된다.  그분에게는 값없는 희생이란 존재치 않으니까.

대중적이거나 쉽게 읽히진 않았지만, 그래도 내게는 좋은 작품.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기기엔 무리가 있음... 벌써 절판이란 것만 봐도 알 수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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