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드비히 혁명 1
유키 카오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유키 카오리라는 이름만으로도 살만하다고, 반드시 재밌을 거란 확신이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배신을 당할 줄이야...(ㅡㅡ;;;)

작가가 워낙 잔혹 동화에 관심이 많고 탐미적 그림에 집착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건 좀 아니지 싶다.  너무 성의 없고, 내용의 비약도 지나치다.

작가한테는 소일 거리 심심풀이일진 모르겠지만, 그것을 읽는 독자한테는 뭐랄까... 모욕감 비슷한 느낌이다.

이걸 작품이라고 내놓았단 말이냐...(ㅡㅡ;;;)

백설공주, 빨간모자, 잠자는 숲속의 미녀, 푸른 수염... 이 정도의 동화가 실려 있는데,

모두 비틀어버렸다.

글래머를 좋아하고 시체 애호가인 엽기 왕자 루드비히(애칭 루이)와 시종 빌헬름이 부왕의 명을 받고 신부감을 구하려 여행가는 게 줄거리다.

그 와중에 백설공주도 만나고 숲속의 미녀도 만나고... 이런 설정이긴 한데, 하나같이 정상인 사람은 없다.  그리고 그게 작가의 컨셉이다.

그런데 말이다. 작가는 재밌는진 모르지만, 보통의 독자들은 평범한 상식을 가진 사람들일진대, 이건 매니악의 수준을 뛰어넘어 불쾌함까지 주는 정도다.

차마 애정이 남아있는지라 별 하나까진 안 갔지만, 이 책을 사서 보았다는 사실에 분노가 일고 있다.(ㅡㅡ;;)

게다가 책을 좀 못 만들었다.  흰색 종이는 눈이 부실 뿐더러, 표지에 코팅이 되어 있지 않아 책을 꺾어보지 않는 나인데도 다 보고 나니까 양쪽 표지가 모두 울어서 자글자글 주름이 가 있다.

이건 정말 나의 실수!  사고 나서 이토록 후회되는 책을 만나본 것은 참으로 오랜만인 듯..;;;;

요정 어쩌고 하는 제목의 신간이 나와서 그 전에 이것부터 봐야지.. 했는데, 이젠 그 책마저 볼 여력을 잃었다. 아주 입소문이 좋게 나지 않는 한, 당분간 유키 카오리하고는 결별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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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에 마력이 있었다. 원래 주초까지만 해도 지킬앤하이드에 목숨 걸고 있었는데, 며칠 바람의 나라 노래를 끼고 있었더니 도저히 못 참겠더라. 게다가 지킬은 광복절까지 하지만, 바람의 나라는 7월 21일로 끝나니...

어떻게 다시 갈 방법 없을까? 고민하는데, 내 눈앞에 떡 펼쳐진 이벤트 공지! 한 번 본 공연 표를 들고 오면 40% 할인! 오우, 이거야!!

문제는 내가 도착할 때까지 표가 남아있느냐다. 사실 일이 끝날 시간을 맞추는 게 더 어려웠다.  하여간 죽자고 달렸고, 2분 전 도착했는데... 매진이란다. 헉!


이채경 가희
안돼! 막공도 아니란 말이닷(>_<)

-정말 없나요?

-예, 없어요.

-진짜 진짜 없나요?

-없다니까요.

-전 서서 봐도 되거든요.

-입석은 안 팔아요. 초대권 자리도 부족해요.

-전 돈 내고 볼 건데요. 입장만 시켜주세요.

-안돼요.

공연 이미 시작하는 벨소리가 울렸다. 맙소사!!!

거짓말 조금 보탠다.

-저 진짜진짜 멀리서 왔거든요.(여차하면 부산에서 왔다고 하려고 했다..;;;)

이젠 쳐다도 안 본다..ㅠ.ㅠ

이럴 땐... 일찍 포기하면 안 된다. 될 때까지 매달려야 한다. 관건은.... 조금 더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을 잡는 것!  경험으로 아는 건데, 이런 사람들... 웬만하면 보내준다..ㅎㅎㅎ

앗싸, 한 자리 확보! 굉장히 사이드였지만 입장할 수 있다는 게 어디!

결국 공연 십분 잘린 채로 봐야했지만, 들어갈 수 있다는 것에 감격의 눈물이....T^T

처음 시작할 때 막을 가려놓은 채 그림자만으로 실루엣을 보여주는 무휼의 검무를 못 본 게 한이지만...;;;;


고영빈 무휼
이번에는 김산호 무휼 역이었다.  고영빈 무휼이 아니었다는 게 안타까웠지만 김법래 해명이 있으니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

누군가 김산호 무휼은 보다 아버지의 애잔함을 느낄 수 있다고 했는데... 보면서 든 생각은,

김산호씨가 키가 크기 때문에 작은 호동과 있으면 아버지처럼 큰 느낌이 들어서 그런 게 아니었을까?

나도 그 비슷한 감정을 느꼈으니...(일단 마스크가 된다! 키도 182)

그런데.. 역시 난 고영빈 무휼이 더 좋았다.  포스가 느껴졌달까. 서 있는 것 만으로도, 걸어가는 모습 만으로도 무휼의 분위기가 흠씬 배어나왔으니 말이다.  게다가 대사 전달력이 더 우수하다.  목소리 자체도 더 낮고 힘있었고. 아마도 그건 경력에서 나오는 것 같다. 1973년생과 1981년생이니, 시간의 차이는 무시못할 것 같다.




김산호 무휼

그토록 우아하고 아름다운 무휼왕을 보지 못한 것은 아깝지만, 그래도 이번에도 멋진 노래를 감상했으니 후회없는 선택!

확실히 첫번째 보았을 때보다 더 자세히 눈에 들어온다.  안무의 내용도, 노래의 가사도, 심지어 랩 가사까지도.

배우들의 표정도 더 눈에 들어오고, 그들의 옷차림의 변화도 눈에 들어온다.  TV방송까지 해주면 정말 금상첨화겠다.

제대로 물어보니, 온라인 판매란, 시디가 아니라 디지털 음원을 말하는 거였다. 음... 아쉽지만, 아무 것도 없다는 소리보다는 백배 천배 낫다.  부디 앵콜 공연을 해주기를...ㅠ.ㅠ

그리고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선 다시 안 했으면. 여기 공연장이 너무 안 좋다.  사이드가 기둥에 막혀 무대가 보이지 않고, 앞뒤 간격이 너무 좁아 다리가 앞 가로막에 닿는다.  좌석 간 공간도 너무 좁고...;;;;

대중문화를 위한 공연장 건립도 삐걱하더만... 내가 로또 당첨되면 하나 지어준다고 큰소리 쳐왔지만, 로또 당첨되어도 그거 못 짓지 아마..;;;; (로또를 사 본 적도 없지만....)


김법래 해명
나오면서 화장실에서 웬 모르는 여자분과 공연 뒷담화를 했다.  2001년 버전과의 비교와, 지난 일요일과의 비교와 등등...  그러다가 밖에서 소란스런 소리가 들린다. 헉! 싸인회 하나?

분명 낮공연 이후에만 한다고 했거늘, 이럴 수가! 벌써 줄이 한참이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지.

준비해둔 프로그램을 들고서 오래오래 기다렸다.

맨 처음에 괴유 역을 맡은 김영철씨가 싸인을 해주었는데, 진짜 백호 분위기 나더라. 의상 그대로 나왔던 지라 신비롭게 보였다. 하얀 은빛 머리칼도. ^^

손가락이 이쁘고 길었는데, 마디마디 밴드가 붙어 있었다.  이것도 분장인가? 싶었는데, 밴드 끝이 피로 물든 게 보인다.


김영철 괴유
"다치신 거예요?"

하고 물으니, 아, 예... 한다.  순간 그 손 잡아서 보듬어(?) 주고 싶었다.ㅡ.ㅡ;;;

다음 배극 역을 맡은 배성일씨 차례.

어머나, 여긴 손가락이 더 이쁘네!

손이 참 이쁘세요~! 했더니, 이것두요? 하며 엄지손가락을 보여준다. 손톱이 잘려나갔는지 반밖에 없다.


유나영 연
하...하핫...;;;;;;;;

세류역을 맡은 신영숙씨.. 시간 차가 나서 제일 얘기 많이 했다.

제발 지방 투어에 서울 앵콜 부탁해요~!

다음 호동왕자 역의 조정석씨.

음... 정말 동안이었다.  15살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실제로는 27살.

이름까지 물어보며 예쁘게 사인해 준다. 아이 참... 부끄럽잖아...(^^ )( ^^)

그리고 오늘의 히로인! 무휼 역의 김산호씨 차례.

원 나 참.... 사람 얼굴이 이렇게 작아도 되는겨?  진짜 연예인 삘 나잖아..ㅠ..ㅠ

내 이름 물어보며 역시 사인해 주는데 부끄부끄...

사인 받을 줄 알았다면 선물이라
도정주 이지
도 준비했을 것을...^^;;;(어이, 좀 전까진 고영빈을 외쳤잖아.)

인간적인 무휼이었노라고.. 정말 잘 보았노라고... 극찬을 해주었다.

고맙다고 인사하는데 내가 더 고맙지..^^;;;;

김법래씨는 사인회에 안 계셨는데 아쉽다.

서울 예술단의 다음 작품은 왕의 남자로 유명한 "爾"

무려 오만석 연산에 엄기준 공길이다!

세상은 넓고 봐야 할 공연은 많다. 그리고 지갑은 가볍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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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바람구두 > [퍼온글] [펌] 강풀 - FTA를 말한다.

우와!  이젠 강풀도 FTA를 말하네요! 
원래 하던 연재를 중단하고 FTA 만화를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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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 사랑이 내게 온 날 나는 다시 태어났습니다 장영희의 영미시산책
장영희 지음, 김점선 그림 / 비채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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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희씨를 떠올리면 서강대 교수님... 보다 칼럼니스트, 번역가란 이름으로 먼저 떠오른다.  아마도 내게는 선생님으로 만난 적이 없으니 그녀의 책을 먼저 떠올리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그녀의 수업은 충실하고 멋질 테지만, 내게는 이렇게 책을 통해서 만나는 것도 몹시 좋은 만남이다.

이 책의 제목이 왜 생일인가 했더니, 부제로 이유를 설명한다. "사랑이 내게 온 날 나는 다시 태어났습니다."라고.

진정한 생일은 지상에서 생명을 얻은 날이 아니라 사랑을 통해 다시 태어난 날이라고... 더 어릴 때에는 아마 몰랐을 테지만, 삼십 년 가까이 살아보니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있다.

그녀가 신문에 실은 칼럼 중 사랑에 관한 시를 모아봤다.  여러 나라의, 여러 시대의 시인들의 목소리가 이 책으로 고스란히 담겨 있는 셈.

표지 그림에서 느껴지듯이 순백의 하얀 바탕 위에 거친 느낌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매 시마다 영어 원문과, 한글 번역, 그리고 장영희씨의 에세이와 그림이 같이 실려 있다.  하나의 책 안에 여러 매체가 섞여 있어 다양하고 다채로운 느낌을 전달해 준다.

나로서는 영어 원문의 진맛을 느낄 재량이 없어서 순전히 한근 번역에만 의존했지만, 영시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이 책을 보았더라면 아마 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때로 시가 좋을 때가 있고, 때로 그 시인의 삶을 표현해 준 짧은 정리글이 좋고, 때로 장영희씨의 에세이가 더 좋을 때도 있었다.  참 예쁘고 고운 책이었고, 우아한 독서였다. ^^

여러 시 중 유독 내 마음에 닿은 시 한편을 옮겨 본다.

 

당신의 아이들은

칼릴 지브란

당신의 아이들은 당신의 소유가 아닙니다. 

그들은 당신을 거쳐 태어났지만 당신으로부터 온 것이 아닙니다.

당신과 함께 있지만 당신에게 속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당신은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수는 있지만

생각을 줄 수는 없습니다.

그들은 자기의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아이들에게 육체의 집을 줄 수는 있어도

영혼의 집을 줄 수는 없습니다.

그들의 영혼은 내일의 집에 살고 있고 당신은 그 집을

결코, 꿈속에서도 찾아가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아이들처럼 되려고 노력하는 건 좋지만

아이들을 당신처럼 만들려고 하지는 마십시오.

삶이란 뒷걸음쳐 가는 법이 없으며,

어제에 머물러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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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지음 / 이성과힘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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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을 처음 접한 때는 내가 아직 초등학생일 때였다.

각자 집에서 책 한권씩 들고 와서 학급 문고를 구성할 때 이 책이 끼어 있었다.  누가 가져왔는지까지는 기억 못하지만, 초등학생에게 어울릴 법한 책은 아니었는데, 아마도 이 책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한 어린 동생이 이 책을 무턱대고 들고 온 것은 아닐까? 뭐 그런 상상을 나아중에 했다^^;;

이 책은 연작소설이다. 첫 제목의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은 되어 있는데 또 독립되어 있고 그리고 분리할 수 없는 연결점을 갖고 있다.

사회의 부조리를 얘기하는 글이나 드라마, 혹은 어떤 매체를 접할 때... 두가지 생각이 동시에 머리를 든다. 

-사회의 어려움과 어두움을 외면하는 것은 양심에 문제가 있어!

-그런데, 너무 칙칙한 얘기만 하면 그것도 싫어... 안 그래도 살기 힘든데 말야...

참으로 모순이 있는 생각이다.  그렇지만 늘 그렇다.  둘 다 버거운 것이다.  외면하면 배부른 돼지가 된 것 같고, 거기에 집중하면 마음이 고달프고... 그래서 본의 아니게 현실 도피형 인간이 되는 것인지도...;;;

하여간. 이 책은, 가난하고 아프고, 그리고 처절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감정의 과잉 없이 담백하게 쏟아내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아프고 가혹한데, 그것을 말해주는 작가의 목소리는 고저 없이 침착하다.  그래서, 그들의 고통과 고난이 더 현실로 느껴진다.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욕한 녀석 집 유리를 깨버렸을 때, 씩씩대는 아이를 향해 아버지는 차분하게 말한다.

"유리를 깨는 것은 잘못한 거야. 아버지는 난장이야."

더 이상의 반론도, 변명도 할 수 없는 한마디. 지극히 사실을 전달한 한마디... "아버지는 난장이야."

나는 이 대목에서 덜컥 울어버렸다.  당신의 슬픈 마음은 감추어버린 채, 일생이라는 시간을 담보로 체득한 그 깊은 절망이 한마디 문장에 모두 배어 있었기 때문이다.

정치인을 묘사한 장면에선 허탈했다.  선거 때만 되면 찾아와 시장 사람들의 투박한 손을 잡고 잘 해보겠다고, 밀어달라고 허리를 90도 숙이건만, 선거가 끝나면 그들의 허리는 도로 뻣뻣해진다.  언제 그런 손을 잡아보았냐는 듯 쳐다도 보지 않는다.  그 시절의 정치인이 지금의 정치인과 뭐가 다를까 싶어서...

사회는 분화되고 경제는 빠르게 성장하고, 사람들은 더 기름진 음식을 먹고, 더 보드라운 옷을 입을 수 있게 되었지만 정치 의식 수준은 여전히 정체되어 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  오늘날 시사저널의 사건을 보아도, 포스코 사태를 보아도...

결국 자살로 마감한 난장이 아버지, 그가 굴뚝 위에서 마지막으로 내려다본 세상은 어떠했을까.  가난한 아버지가 물려준 생은 자식들의 생에서도 여전히 비참하고 가혹하다.  작업 도중 졸기만 해도 핀으로 찔러버리는 작업 감독이라니...(지금이야 그런 환경을 상상할 수 없지만, 글쎄... 외국인 노동자한테 하고 있는 짓을 떠올린다면 과연...ㅠ.ㅠ)

나는 작가가 섣부른 희망을 제시하지 않아 다행이라 여겼다.   그토록 가혹한 현실을 보여주고는, 이렇게 달라질 수 있어! 라고 말했다면 그건 거짓말로 보였을 게 분명하다.  작가의 몫은, 이런 세상이 있어... 우리가 살았던 세상이야... 라고 보여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 다음에 마음이 움직여지고 행동으로 변화되는 것은 독자가 가져야 할 몫이다.  소설 속 이야기로 치부할 것이 아니고, 남의 이야기라고 단정할 일도 아니다.  이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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