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르미도르 - 전3권
김혜린 지음 / 길찾기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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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요새 뮤지컬 바람의 나라에 너무 심취해 있었더니, 김진 작가와 쌍벽을 이루고 있는 김혜린 작가가 문득 떠올랐다.

작년 9월과 10월엔 뮤지컬 불의 검에 심취해 있었으니, 전혀 관계없는 연결고리도 아니다. ^^

김혜린 작가의 대표작은 비천무와 불의 검이다.  그밖에 데뷔작 북해의 별도 탁월한 작품이었는데, 상대적으로 조금 덜 회자되는 작품이 "테르미도르"다.

3권으로 구성되어 있고, 프랑스 혁명이 주내용이다.  북해의 별도, 프랑스 혁명을 이야기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존 인물의 이름이나 지명은 피했는데, 이 책은 아예 실존인물을 등장시켜놓고, 거기에 가상의 주인공이 등장할 뿐이다. 

그림만 본다면 너무 동양적인 필체여서 아름답다는 느낌은 쉽게 들지 않지만, 여기에 김혜린 특유의 서사적인 스토리를 결합시키면 이 책 역시 명작으로 환골탈태하고 만다.

글쎄, 김혜린 만화에서 온전한 해피엔딩을 본 적이 있던가? 불의 검에서는 비교적 해피엔딩 쪽에 속했지만 바리가 죽었던 게 안타까웠고, 비천무는 두 주인공이 동반자살 격으로 죽었고, 북해의 별은... 생명은 건졌지만 다리를 잃었지 아마...;;;

그래서인지, 김혜린의 작품은 대개 어두운 느낌이 많이 든다.  그건 단지 스토리의 내용의 문제가 아니라, 그녀가 천착하고 있는 주제의 속성 때문이다.  결코 가벼운 작품을 쓰지 않는 그녀의 세계에선, 인권과 자유와 평등, 그리고 부조리한 세상의 편견 등을 많이 얘기했기에 작품이 가볍거나 쉬울 수 없었던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유독 정말로 지독하다 싶을 만큼 깊고 어두웠던 게 이 작품 테르미도르다.

프랑스 혁명... 민중의 손으로 자신들의 왕을 끌어내리고 왕조를 몰락시켜버린 피의 역사.  그러나 흘린 만큼 그들은 자유의 시대를 스스로 당겨버렸다.  그 안에 역사의 한 획을 긋고 사라져간 많은 인물들이 이 책에 등장한다.

그러나 그들보다도 더 아프게 각인된 한 사나이 유제니... 마지막에 그가 죽음을 향해 뛰어들던 장면이 몹시 인상적이었다.  하늘 위에서 잠들지 않겠노라고... 땅 밑에서도 잠들지 않겠노라고... 땅 위에 흩뿌려진 그의 피와 그의 절규가 꼭 프랑스 혁명이 아닐지라도 혁명을 노래하고 혁명 안에서 애처로이 스러져 간 많은 목숨들을 대변하는 것 같아 마음이 많이 울렁였다.

세계사 공부를 교과서로 하자면 솔직히 머리 아프다ㅡ.ㅡ;;;;

그런데 이런 책이 있으면 부교재로 아주 좋다.  이를 테면, 프랑스 종교전쟁을 공부하면서 황미나의 "불새의 늪"을 같이 읽으면 딱딱할 것 같은 그 시대의 이야기가 아주 부드럽게 들린다는 소리~!

프랑스 혁명을 공부하면서 이 책도 꼭 같이 읽어보기 바란다.  만화지만 절대 가볍지 않고, 무거운 내용이지만 그보다는 깊은 감동으로 낙인찍힐 법한 작품이니...

그러나 안타깝게 절판이니... 책을 구하지 못한 분은 책방으로...;;;;책방에도 없으면... 음... 먼 산 보기.ㅡ.ㅡ;;;

본인은 김혜린 이름으로 나오는 책은 모두 사자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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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
강명관 지음 / 푸른역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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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학생들한테 조선 시대 유명한 화가 두명만 말해 봐! 라고 물어본다면, 십중 팔구 김홍도와 신윤복을 얘기할 것이다. 뭐... 나한테 물어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

제목도 긴 이 책은, 혜원의 그림을 통해 당시의 시대 모습을, 금기시되었던 많은 것에 대해 과감히 도전한 신윤복의 재기 넘치는, 그리고 적당히 긴장감을 주는 그림들에 대하여 얘기하고 있다.

저자는 그림이 아닌 '풍속'을 읽고 싶다고 말했는데, 그의 말대로 이 책은 그림 이상의 것을 보여준다.

혜원의 그림은 특이하게도 항상 여성이 나온다.  그것도 양반댁 부녀자가 아니라 기생이나 주막집 주모 등, 비교정 당시 시대에 공개되었던 여성에 대하여서 그렸고, 또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나오는 남성이란 모두 욕망을 드러낸 사람들이다.

여인네들이 단오날 머리 감고 목욕하는 장면을 훔쳐보는 것이나, 뱃놀이 가서 여인을 희롱하는 모습이나, 또는 한밤중에 몰래 만난 남녀의 모습 등,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욕정'을 가진 사람들을 묘사하고 있다.  그것을 천박하지 않게, 그러나 또 너무 점잖지는 않게 묘사한다.  그 수위를 맞추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닐 것 같은데, 혜원의 그림은 아찔한 순간을 묘하게 비켜간다.

물론, 이것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풍속화에 춘화집을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 김홍도의 그림도 춘화집에서는 얼마나 적나라하게 나오는지, 그의 그 익살스런 그림들과 동일인물이 그렸다고 상상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게다가 조선 시대에!(이 책 뒷부분에도 언급된다..;;;)

이 책엔,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상식들을 바로잡아 주는 역할도 한다.  이를테면 사극에서 대갓댁 양반들이 기방에 출입하면서 술잔을 기울이는 장면이 나오는데, 당시 조선에서는 그게 가능하지 않았다는 것.  술을 마시고자 하면 이른바 출장!을 와야 했다.  바로 기생들이...

가마에 대한 이야기도 나는 인상 깊었다.  지붕이 있는 유옥교는 양반의 부녀자만이 탈 수 있고, 지붕이 없는 가마바탕은 기생이나 첩이 타는 용이라는 것.  당시엔 지붕있는 가마를 탈 수 없는 기생들이나 첩이 억울했겠지만, 글쎄.. 꽁꽁 갇혀 사는 것도 부럽지는 않아 보인다.

조선 시대 의녀들에 관한 정보도 매우 놀라웠는데, 덕분에 허준이나 대장금에서 보여지던 의녀들에 관한 에피소드들이 잘 이해가 되었고, 개화기 이후 간호사들에 대한 사람들의 선입관도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림을 보다 보면, 절 풍경, 놀이 풍경, 절기, 등등을 조금씩 들여다볼 수 있는 단서가 된다.  혜원은 속세의 육욕을 넘어서야 할 스님들의 욕망도 비틀어 보여주며 은근한 비판을 가한다.  일종의 만평같다고 할까.

이 책은 오주석씨의 "한국의 美 특강"만큼 재밌게, 매끄럽게 읽히지는 않는다.  나름 집중력을 요구하는데, 그래도 대중적인 책임에는 분명하다.  화보가 실릴 때는 대부분 광택이 있는 그림을 써서 눈을 피로하게 하는데, 이책은 그 느낌도 적은 것이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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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보는 바보"를 읽고 있는데 이덕무가 너무 춥고 너무 배고프고, 너무 고단할 때 책을 읽으면 그것들을 모두 잊게 된다고 쓰여 있다.

호곡, 정말?

한번 실험해 보았다.

지금 내 마음은 사실 예술의 전당 토월 극장에 가 있다.  바람의 나라 막공이 이제 십분 뒤면 시작할 터.

내가 좋아하는 배우의 막공이고, 뮤지컬 자체도 막공이라서 기대 만빵 공연인데 오늘도 가게에 매여 있어서 갈 수가 없다. (어제 다녀온 게 기적이지.ㅡ.ㅡ;;;)

그래서 책을 보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집중이 되어서 금세 시간이 지나가고 공연이 다 끝난 시간이 되면 이제 정말 끝이니까 체념이 되지 않을까 하고.

......................................................

젠장, 잊긴 뭐가 잊어지냔 말이다. 생각만 더 나는 것을...(이덕무 바보!)

그래서 음악을 바꿔보았다. 바람의 나라 노래들을 듣고 있자니 장면마다 떠오르고 가사마다 맺히고 마음이 절절해져 참을 수가 없다.  똑같이 공연 실황이지만, 훨씬 신나고 짜릿한 이승환 반란 VCD에서 음원 추출한 것 듣는 중.

확실히, 기분이 좀 나아진다. (단순하긴..;;;)

그래... 잊자. 잊진 못하겠지만 포기하자. 혹시 알아? 기적처럼 서울 앵콜 공연을 해줄 지...

문화가중계...이런 프로그램에서 다뤄주면 금상첨화고~

내친 김에 김진 작가의 팬클럽에도 가입했다. 으하핫, 나중에 또 이런 공연이 나오면 단관으로 좋은 자리에서 봐야지(>_<)

이번 제목이 "바람의 나라-무휼"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혹 다른 편집으로 또 만들 수 있을까?

2001년도 편은  "호동왕자와 낙랑공주"가 주인공이었으니...

하지만 그들을 모두 해버린 지금 나머지를 잘라 독립된 주인공을 만들기는 어려울 테지.

창작뮤지컬은 한번 만들기도 어렵다는데 부디 재공연이 빨리 이뤄졌음 좋겠다.

난 2001년 버전도 엄청 좋아했는데 말이지...(박완규와 박화요비 주인공이었는데, 두 사람 모두 연기는 지지리도 못했지만, 노래는 겁나게 잘했다. 지금이야 달라졌겠지만^^;;;)

이제 5분 전이다. 으... 스피커 소리를 키우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딴생각하기에 몰입하기!!!

문득, 이럴 때마다 꿈꾸는 망상을 해본다. 초능력자가 되어 텔레포트를 하는 것!

내가 원하는 자리에 떡!하니 등장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  이거이거... 지나치게 현실도피적 성향이 나오는 군.

그러고 보면, 내가 공연을 엄청 즐기게 된 것은 모두 현실을 잊고 싶은 욕망 때문이었다.  어떤 배우를 좋아한다던가 어떤 가수를 좋아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에 누군가를 좋아하고 거기에 파고듦으로써 현실을 잊었고, 그래서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이 가장 즐거웠던 시간으로 기억되는 아이러니가 생겨버렸다.

고등학교 시절 아부지 사업이 망했을 때가 대표적인 케이스. 세번째 부도였고 재기는 불가능했다.

당시 내겐 공부라는 것 자체가 사치였고,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살아지는 시간뿐이었다.  세상에, 20세기 말에 전깃불 없이 시험공부 해 본 애가 대체 몇이나 되었을까. 지금 보고 있는 간서치 이덕무가 햇볕이 이동하는 길을 따라 상들고 옮겨가며 책 보았다고 했는데, 내가 딱 그랬다.  태양빛에 의존해서 책 보다가, 해가 저물면 책을 덮는...

그때 내가 만난 일종의 판타지는 전조였다.  드라마 "칠협오의"의 한 대목 20분을 보고는 단숨에 빠져버린 것.

아마도, 그건 자기최면 같은 게 아니었을까.  저 사람이라도 좋아해서 현실을 잊어버려! 란 주문.

그리고 실제로, 효과는 오래 갔다. 비참했을 수도 있을 고3 생활이 난 즐거웠으니까.

그렇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서 어느 순간 약발이 떨어진다.  그때는 1999년도.

세기말이었고, 긴 휴학 중에 있었고, 인생에 대한 깊은 고민과 또 자괴를 떨치기 어려울 때였다.

그 무렵에 내가 만난 신선한 충격은 이승환이었다.  그의 콘서트를 가 보고, 나는 벼락이라도 맞은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말로 전달하기 참 미묘한 부분인데, 인생 달리 살아야겠다!란 결심을 했던 순간.

너무 큰 즐거움을 알아버리자, 그 즐거움을 다시 누리기 위한 희생에는 불만이 없어졌다.  정말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할 수 없는 것보다는, 어렵게라도 해낼 수 있다면 그건 기쁘고 감사할 일이니까.

이때의 약발은 지금도 유효하다.  그때와 달리 점심 사발면으로 때우고 표값을 모으지 않아도 되었으니 상황도 나아진 셈^^

긴 휴학을 끝내고 복학했을 때는 또 다시 고민에 싸였다.  전공이 도저히 적성에 맞지 않는 것.

지금도 가장 무서워하는 영어공부... 나는 어쩌자고 영어교육과를 들어갔을까... 결국 학기를 마치고서 전과를 해버렸다.  인생 최대 선택의 갈림길이었다.  서류상의 문제로 그나마 한학기 더 늦어져서 전과가 가능하긴 했지만.

그 무렵에는 다시 소설쓰기에 몰두했다.  인터넷의 마성에 젖어들기 시작한 때랄까.

고맙게도 좋은 지인을 많이 만났다.  지금도 두루 연락이 되고 마음써주는 사람들을...

근데, 그 소설쓰기의 약발은 작년 10월 초를 끝으로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  그 후로 한 글자도 쓰지 못했다.  완결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는데....

그때는 몰랐는데, 그 무렵 또 다시 일상에 지쳐있던 내가 피난처로 삼은 대상은 뮤지컬 불의 검 주인공이었던 임태경이었다. 계속 올인할 수도 있었건만, 당사자가 일본에 가서 뮤지컬 겨울연가에 올인하느라 나의 관심은 조금 줄어든 상태.

그리고 이번에 대박이 터진 거지. 지킬앤하이드의 류정한과 바람의 나라에서 고영빈으로^^;;;

곰곰 생각해 본다.  내 현실이 그토록 절망적이고 서럽지 않았다면, 나는 내가 좋아했던 그 크기로 그들을 좋아하지 못했을까?  그건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들의 팬이 다 나같았을 리도 없고.ㅡ.ㅡ;;;

그런데 아마, 지금만큼 절박하게 원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아니, 아예 만남 자체도 없었을 지도 모른다.

덕분에 가졌던 희열과, 덕분에 누렸던 위로가 내것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그건... 많이 섭섭한 일이다.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건대, 기뻤던 일보다 슬펐던 시간이 더 많았다.  하지만 기뻤던 순간이 더 오래 가슴에 남는다.  힘들었던 시간을 망각해낼 수 있을 만큼.  그렇게 인간이 만들어졌기에 살아갈 수 있는 것일 테지.

아니, 책만 읽는 바보 얘기하다가 얘기가 왜 이렇게까지 흘러나왔지? 하여간에 수다쟁이 못 말리는 삼천포...(ㅡㅡ;;;)

어쨌든 마음은 많이 진정되었다.  이미 공연은 시작되었고, 내가 못 보는 것은 변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마음을 비우자.....쉽진 않겠지만.6^^

기억과 추억에 기대어 버텨보자.

언젠가는, 현실의 도피로써가 아니라, 있는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는 나 자신을 꿈꾸면서.. 그런 미래를 만들어 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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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7-28 0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덕무, 바보!,에서
웃고 말았어요^^;;

마노아님, 멋쟁이~

마노아 2006-07-28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쿨럭, 그런데 그 바보 이덕무가 좋아졌어요^^;;;
 

이번에 바람의 나라 뮤지컬을 보면서 '의상'의 역할이 꽤 크다는 것을 알았다.

의상 뿐 아니라 모든 것이 다 중요한 종합 예술이었다.

음악, 안무, 의상, 배우들의 연기, 조명, 음향, 연출, 연주 기타 등등...

이번에 찬사를 많이 받은 것은 거의 대부분인데, 그 중 참 신선했던 게 안무와 의상이었다.

이미지 뮤지컬이라는 전제 하에 원작의 내용을 이미지로 압축해서 보여주는 데 노래도 좋지만, 춤이 연기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 춤을, 그 동작의 의미를 또 압축해서 보여주는 것이 의상이었다.

바람의 나라 싸이 홈페이지에서 읽은 것인데, 모두 공개 오디션을 통해서 배우를 뽑았고, 일반적인 오디션과 달리 워크숍 형태로 진행해서 배우들이 편하게 임할 수 있다고 했다.(그런데 워크숍 형태라는 게 어떤 건지 내가 감이 안 온다.ㅡ.ㅡ;;;;)

특히 남자 배우들의 경우 상체라인을 보기 위해 웃옷 벗고 오디션을 진행했단다. 으하하핫. 이부분 읽고 어찌나 므훗하던지..;;;

확실히 이번에 보면서 뮤지컬 배우 하려면 노래만 잘해야 할 게 아니라 몸매도 잘 빠져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여자배우들 뿐아니라 남자 배우들까지.

이번에 많은 찬사를 받은 부분이 바로 남자 배우들의 실루엣과 의상의 조화였다.


무휼 고영빈
상의는 몸에 밀착하는 망사 형태의 흰 옷으로 가까이서 보니 빈티지 스타일이 났다. 팔에는 역시 타이트한 장갑(?)이 끼워져 있고, 골반에 걸친 랩스커트는 슬릿 형태로 양 옆이 갈라져 있어 움직일 때 주름 선이 아주 예쁘게 잡혀진다. (물론 다리도 보이지..;;;) 맨 처음에 시작할 때 막을 치고 그 뒤에서 혼자 검무를 추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루엣이 예술이었음! 작품 중간에도 홀로 맨손으로 춤추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주 기묘하고 독특했다.  안무는 안무가의 지도도 있었지만, 배우들이 스스로 만들어 나가도록 요구했단다.

첫공연 땐 몰랐는데, 둘째 날 알았던 것은, 신혼 첫날밤 씬 때에는 의상이 바뀌어 있었다. 그렇게 다른데 왜 첫번째 때는 몰랐을까...(얼마나 잿밥에 관심이 많았기에...;;;)


해명, 연, 무휼, 호동
이 중에서 무휼이 입은 옷은 지지대에 비즈가 예쁘게 박혀 있어서 첫날밤의 예복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극 중에서 왕족은 모두 흰옷을 입고 나왔는데, 호동이 옷은 아랍풍으로 아주 귀여웠음^^


도약하는 괴유

괴유 역을 맡은 김영철씨는 아무래도 싸우는 씬이 많아서 점프를 한다던가 쌍검을 휘두르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해명과 검을 겨루는 장면도 연습을 엄청 했을 것 같다. 검을 빼앗는 장면까지 들어갔으니...

의상도 나풀나풀한 것이 천기를 읽고 백호를 신수로 둔 자의 신비로운 느낌을 잘 살려주었다. 

 


괴유

그리고 출연자들 옷 중에서 가장 노출이 많았으므로 팬들은 이를 가리켜 "바람직한 옷"이라고 명명하였다...ㆀ(동의함...;;;)

 

생각해 보니, 예전에 이승환이 공연에서 입고 나온 "이순신 장군" 의상도 이런 분위기였다. 흰색과 은색이 겹쳐진 갑옷 스타일이었는데, 어찌 보면 날개를 단 것 같은 느낌이어서 異세계의 사람을 보는 기분이었다.  경매에 붙여져서 자선행사에 모금을 하게 한 의상도 같은 옷이었던가? 아무튼 그 분위기였음.

만화책을 보면, 이런 종류의 옷이 나오는 것을 좋아한다.(아르미안의 네 딸들...같은 책.. 그러니까 그리스 풍인가???)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신비롭기는 하지만 서구적이라던가 외국풍이라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오 히려 저게 고구려 의상이야!라고 해도 믿어질 만큼 이입이 잘 되었음.(최면일지두...;;;)

그런데 어제 사인 받으면서 느낀 건데, 원래 연극이나 뮤지컬 할 때 분장을 아주 진하게 하던 것 아니었나?

공연 끝나고 바로 나와서 싸인회를 가진 거였기 때문에 손 볼 틈이 없었는데, 배우들 분장이 모두 화장한 것 정도로 보일 뿐 오버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모두들 자연스러웠고, 화장도 안 한 것처럼 한 피부들 하셨다.  그리고 실물이 모두 100배 아름다웠다. 남자배우 여자 배우 모두들. 신기했음^^;;;

지금 이 시간엔 막날 낮공연이 진행중이다. 좋겠다. 낮 공연은 김법래 해명에 고영빈 무휼인 것을...어흑.... 부디 앵콜 공연 꼭 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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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비안의 해적 : 블랙펄의 저주 (2disc) - [할인행사]
고어 버빈스키 감독, 조니 뎁 외 출연 / 브에나비스타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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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캐리비안의 해적-망자의 함이 워낙 재밌다는 소리를 듣고, 그렇다면 전편을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하는 마음으로 보게 되었다.

2편 보는 데에 1편이 꼭 필요하진 않다고들 하는데, 그대로 순서대로 봐야 제맛이지.

조니뎁이 워낙 연기파 배우인 것은 알았지만 새삼 감탄했다.

그는 잭 스패로우 선장 그 자체인 것 같았고, 두말할 것 없는 해적이었다.

만약 그의 캐릭터가 어줍잖게 정의나 의리를 부르짖었으면 이 영화는 아주 재미없었을 것이다.

적당히 비겁하고 적당히 능글맞고 또 그 이상으로 배짱있는 잭 스패로우는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대장장이로 나온 올란도 블룸. 그는 킹 오브 헤븐에서도 처음에 대장장이였는데^^;;;;

반지의 제왕 때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해준 듯 싶다.

그때는 요정 역할이어서 신비로웠는데, 이번에는 남성미를 풍기며 강인한 인상을 주었다.

여주인공의 프로필을 보고 깜딱 놀랐다. 85년생. 세상에.. 그럼 몇살이란 거지? 22살?

음... 외국 여자들은 나이 짐작하기가 어렵긴 했지만, 생각보다 많이 영했다.  그녀의 캐릭터도 꽤 맘에 들었는데, 부수적 역할이 아니라 주도적 역할을 자처하는 인물이었고, 작품 속에서 우는 모습이 한 번도 안 나온 것도 신선했다.(사실 그렇게 무서운 상황에 직면하면 나같음 울기부터 했을 것 같다ㅠ.ㅠ)

코르셋을 이용한 하이 개그에 피식 웃다.  그 고통... 입어본 사람만이 알지^^;;;

엔딩 부분에서 잭스패로우를 놓아주는 부분이 조금 허술해 보이긴 했다. 아주 치밀해 보이진 않고, 그냥 술렁술렁 넘어간 기분... 그리하여 모두들 행복해졌습니다~ 뭐 이런 식의 결말.

그래도 별 다섯을 주저 없이 주겠다. 정말로 신나는, 그러나 제법 진지한 모험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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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타이프 2006-08-17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나는 모험물이긴 한데 ... 저에게는 딱 거기까지더군요. 사실 조니뎁 아니라면 봐도 안봐도 상관없을 영화라는게 제 평입니다. 저는 망자의 함 보다는 블랙펄의 저주가 더 낫더군요. 1편은 유머도 어드밴처도 적당했었는데 2편은 좀 과하더군요. 재밌는 있었어요.

마노아 2006-08-17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망자의 함은 아직 못 봤어요. 이런 종류의 오락 영화는 그저 즐기는 것으로 끝이 나긴 하죠. 죠니뎁의 캐스팅이 절반 이상 먹고 들어가는 것 같아요. ^^

marine 2006-09-22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1,2편 모두 극장에서 봤는데 둘 다 잤습니다 2편은 꼭 쿵푸허슬 보는 느낌이었어요 사랑해 마지 않던 조니 뎁, 그 사람 맞나 한참 생각했답니다

마노아 2006-09-22 0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그랬어요? 전 조니 뎁의 연기에 흠뻑 빠졌답니다. 2편을 또 극장에서 못 봤네요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