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일보에 실린 글입니다.


 

글 : 강명석(lennone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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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7-26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순애양~! 아이는 어쩌고? ㅡ.ㅡ;;;
 
책만 보는 바보 진경문고 6
안소영 지음 / 보림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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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혼란스러웠다.  이게 역사책인가, 아님 소설책인가, 수필인가.... 이런 생각들로.

그러나 읽다보니 정리가 되었다.  역사를 다루었으니 역사책이 맞고, 저자 안소영씨의 정리로 살을 붙였으니 소설의 기운도 있고, 이덕무 자신의 글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이니 수필도 되는 셈이다.

이덕무를 비롯한 백탑파의 인물들은 김탁환씨 소설을 통해서 여러차례 이름을 접했고, 또 북학파를 공부할 때 교과서 등을 통해서 자주 본 이름들이다.  그런데도, 그 모든 책에서 나왔던 이름보다도, 이 책을 통해서 등장한 인물들이 가장 현실감이 있었고 무게감도 가장 컸다.  왜일까?  난 그것이 이 책의 제목에서 느껴지는 분위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책만 보는 바보라고 적혀 있는 타이틀은 먹글씨로 쓴 손글씨인데, 어린 아이가 쓴 것마냥 삐뚤삐뚤한 글씨체지만 친근감이 있고, 역시 수묵으로 그린 선비의 그림도 꼬장꼬장한 양반의 모습보다 세상물정 모르지만 늘 한 길을 파는 순백 느낌의 선비를 떠올리게 한다.  독자로 하여금 긴장감을 풀어주고 경계심마저 해체하여 작품에서 이야기하는 그것을 마치 일대일로 듣는 것같은 현실감을 주는 것이다.

이 책이 소설적 기법을 사용하여 이덕무와 그의 친구, 스승, 일, 가족을 얘기할 때, 가장 주축이 되는 설정, 그리고 사실은 그가 서자라는 사실이다.  조선 시대에 서자로 살면서 어깨 펴고 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괜히 홍길동 유머가 나오겠는가.(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그만큼 일반대중도 알법한 현실이라는 것. 

책만 보는 것은, 그가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능력이었으며, 또 그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취미이자 사치였다.  그런 그가 논어를 팔아 끼니를 때워야 했을 때, 벗의 가난함을 아파하며 좌씨전을 팔아 술을 대접한 유득공의 재치와 마음씀씀이는 얼마나 아름답던가. 

서럽고 서러운 그들이 끝내 학문을 놓지 않고, 뜻을 굽히지 않은 것이 그들을 구원한 것이 아닐까 싶다.  적어도 그들은, 그런 그들의 능력을 알아봐 주는 군주를 만나는 복을 타고 났으니.

안타까운 것은 그 점이다.  그들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군주를 만난 것은 그들의 복이지만, 그 군주의 명이 그닥 길지 못했으니.. 그들이 바라고 꿈꾸던 세상을, 그들의 자식들에게 원하던 만큼 돌려주지 못했으니 말이다.  한 사람의 군주로 인해 가능했던 일들이란, 그가 더 이상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때에 쌓였던 아성도 무너진다는 의미가 된다.  난 그 점에서 정조의 죽음을 아파하며, 그보다는 자유롭고 능력 위주의 사회인 오늘날에 태어난 것을 감사하게 여긴다. (지금이라고 양극화 현상이 없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ㅡ.ㅡ;;;)

이 책이 초등학교용 도서에도 꽂혀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교보문고에서) 확실히 쉽게 쓰여졌다.  실학파들의 계보라던가, 당시 조선의 상황이라던가, 이들이 쓴 책 등등도 모두 일목요연하게 머리 속에서 정리되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초등학생용으로 보기엔, 이 책 안에 담긴 한과 설움을 이해하기 어려울 듯 싶다.  적어도 중학생 이상이 되면 이 책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맨 뒤에는 인물과 저서 목록을 가나다 순으로 요약 정리했다.  지루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읽어두면 역시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 큰 몫을 해낸 그림 이야기를 빼먹었다.

그림은 강남미씨가 그렸는데,  수묵을 사용한 것보다 특이한 것은, 그림의 크기다.  보통 이런 책의 삽화란 한 페이지를 다 차지하거나 양페이지를 다 차지하기 일쑨데, 이 책의 삽화는 한 페이지의 1/4크기를 넘지 않는다.  딱 그만큼만 차지하고서도 전체를 다 차지한 것 같은 존재감을 주며, 여백의 미를 발산하여 순백의 책장과 검은 묵의 조화를 황금률로 보여주고 있다.  (물론, 채색된 그림도 나오지만 모두 수묵의 기법을 사용했다.)

1+1으로 나와서 책이 그렇게 안 팔렸나? 조금 우려도 되었는데, 이 좋은 책이 왜 안팔렸을까 이젠 안타까움이 든다.  혹시 주저했다면 당장에 장바구니로 보내기를... 멋과 여운과 실용서적으로서의 장점을 모두 갖추었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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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랫말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어른을 위한 동화 12
황석영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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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일까?  책 표지의 바랜 듯한 느낌과 질감이, 그리고 제목에서 풍기는 느낌이, 난 이 소설이 아주 무거울 거란 지레 짐작을 가졌다.  느낌표 선정 도서니 학생들도 즐겨 읽을 책임이 분명한데도 말이다.  다행하게도 책을 읽어보니 예상과 달리 무겁기만 한 책이 아니었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여러 이야기들을 한 배경 안에서 묶어냈고, 쉽게 읽히긴 했지만, 쉽게 잊혀지진 않는 내용이었다. 

작품의 배경은 6.25 한국 전쟁 직후의 모랫말에 사는 아이들의 일상을 다루고 있다.  모두가 가난했고, 모두가 상처 입었던, 그래서 더 따뜻하고 그래서 더 추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속에 있었다.  저마다 아픈 사연이 있기에 보듬어주는 손길이 고마웠고, 저마다 슬픈 기억들이 있기에 매몰찬 한마디에도 눈을 흘기지 못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소제목 “남매”편에서 공중 그네를 타던 소녀가 부러 실수를 하는 장면이었다.  어린 동생과 헤어지지 않기 위해 일부러 그네에서 떨어진 소녀의 애틋한 마음이 절절하게 다가왔던 것이다.(얼마 전에 읽은 공중그네의 그 엽기적 재미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21세기를 사는 소위 젊은 세대의 우리들은 전쟁이 훑고 지나간 상해의 기억을 직접적으로 갖고 있지 않다.  때문에 간접적으로 알게 된, 혹은 배운(어쩌면 강요된!) 이미지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분명 남의 일이 아니고, 우리의 일,우리의 기억, 우리의 역사임을 부정할 수 없다.  내 어머니의, 내 가족의 이야기인 것이다.  

모랫말 아이들... 그저 문학 작품으로만 접근한다면 가슴 한구석에 서글픈 여운이 남는 소박한 작품 정도로만 기억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작품이 배경으로 삼는 그 시대가,  여전히 우리가 외면할 수 없는 시간인 이상,  또 다시 반세기가 흘러도 이 작품은 몹시도 아프게... 그래서 더 곱씹어 볼 그런 작품으로 남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 서울 1945강추!(응?....;;;;;;;;) 한 줄의 글이 더 깊이 각인시켜 줄 때가 있고, 한장의 사진이 더 깊은 공감을 줄 때도 있으니까.  이런 책도 보고, 그런 드라마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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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적인 동양이 남성적인 서양을 만났을 때
이옥순 지음 / 푸른역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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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근대사는 우리의 근대사와 흡사한 모습을 많이 담고 있다.  영국에 의한 식민지 전락은, 일본에 의한 우리의 식민지 역사를 떠올리게 하고, 또한 분리 독립되어 쪼개져버린 민족도 북한과 남한으로 갈라진 우리를 떠올리게 한다.  뿐이던가.  상대적으로 낮은 여성의 지위도 마찬가지다.

그 역사의 전개과정과 또 그를 유발한 원인이 모두 같을 수는 없지만, 비슷한 흔적은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그래서 19세기 인도의 재발견은, 우리역사의 재발견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영국인들은 자신들의 이익과 편의를 위하여 인도와 그들의 '닮음'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곧 입장이 바뀐다.  그들이 하찮게 여겼던, 또 우습게 여겼던 인도인들은 그들 영국의 문화와 교육을 빠르게 흡수하였고 이내 자신들을 위협하는 위치까지 도달하였다. 

이제 두려워진 것은 영국인들이다.  그들은 노선을 바꾼다.  '같음'이 아니라 '다름'을 강요하며...  그리고 그 노선에는 강한 남성상의 서양과, 약한 여성상으로서의 인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비교적 서정적으로 느껴졌던 제목은 사실은 엄청난 폭력을 의미하는 제목이었다.  그러니 그렇지 않다고, 아니라고 발버둥치며 강한 남성으로서의 자아를 찾으려는 인도의 몸부림은, 우리가 겪었던, 그리고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역사적 상처이기에 더욱 큰 공감을 갖게 했다. 

영국인에 의해 스스로를 他者로 규정되어진 인도인들은, 이번에는 역설적이게도 무슬림들을 자신들의 울타리 밖 사람으로 밀어낸다.  한 번 잘못 꿰어진 구멍의 단추는 아무리 열심히 단추를 꿰어 맞춰도 결국 어긋날 수밖에 없고, 모두 다 풀러내야만 하는 숙명을 갖는다.  그런데, 그게 되지가 않는다.  누구도 책임지지 못하고, 누구도 되돌리지 못한다.  이 또한 우리의 아픈 역사와 오버랩 되면서 몹시 씁쓸하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것도 큰 죄라고 생각한다ㅠ.ㅠ)

이 책은 저자가 논문으로 쓰여진 원고를 수정을 한 책이다.  논문은 그렇지 않았겠지만, 이 책 자체로는 딱딱하지도 않고, 여러 문학 작품의 구절이 삽입되면서 내용의 진위성과 함께 문학적 깊이도 더해주고 있다.  제목에서 한번 더 눈길을 끈 이 작품은, 내용을 보면서 한 번 더 반할, 그리고 속쓰릴 책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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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
정호승 글, 박항률 그림 / 열림원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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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의 이름을 내게 처음으로 알려준 책이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부제를 달고.

항아리는 이 책에 실린 열여섯 편의 작은 이야기 중 첫번째 이야기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이 될 만큼의 깊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무언가 대단한 것이 되고 말거라고 잔뜩 기대했던 항아리는, 자신의 기대와 달리 겨우 오줌독으로 밖에 살지 못한다.  기대했던 그에게 이만저만한 실망이 아니다.   그러나 인생역전!  오랜 세월이 지나 이 항아리는 범종의 소리를 더 깊고 넓게, 그리고 멀리 울리게 하기 위한 울림독으로 선택된다.   우리의 인생 여정을 돌아볼 때에도 깊은 메시지를 주는 내용이라 하겠다.

"비익조"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목적을 위해서 사랑하지 말라고 조용히 읊어주는 이 이야기는, 오늘날처럼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또 그것이 당연한 듯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이야기다.

 
"밀물과 썰물" 이야기도 역시 내 가슴에 은은한 감동을 주었다.  질투하며 미워했던 썰물이 곧 밀물 자신이라는 깨달음... 그같은 어리석음을 우리도 가끔씩 반복하니까...

"선인장 이야기"에서는 자신의 본분을 잊고 순간의 쾌락에 목숨을 던지고, 그런 까닭에 스스로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렇게.. 이 작품은 여러 단편들이 소박하면서 쉬운 메시지를 주지만, 동시에 깊고 잔잔한 울림도 같이 전하고 있다.  그리고 한발자국 떨어져서 우리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이미 알고 있음에도 모르는 척 지나쳐버리는 주변의 진실들에 다시 한 번 다가서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함께 산다는 것,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싶은 분들에게도 이 책은 실망을 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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