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야화 1
전진석 지음, 한승희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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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많이 리메이크된 천일야화이건만, 그래도 새로 나오만 다시 또 집어들게 된다.  신일숙 버전 아라비안 나이트는 사 모으다가 어느 순간 멈췄는데, 새로이 다른 천일야화에 빠져버렸다.

전진석 글에 한승희 그림이다.

전진석씨는 처음 듣는 이름이라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고, 한승희씨는 좋아하는 작가 중 하나다.

그녀의 그림체는 조금 독특한데, 아이라인을 엄청 두껍게 그리는 것과, 그리고 측면 얼굴을 그릴 때 미간이 좁게 나온다는 단점이 있다.  정면 얼굴이 가장 이쁘다고 할까.

밤새 이야기를 하는 설정은 같지만, 일단 이야기꾼이 남자!라는 게 독특하다.  그리고 첫날 밤의 이야기가 익히 알려진 스토리가 아닌, 투란도트 이야기를 가져왔다는 게 인상적이다.

사랑을 믿지 못하고 사람을 믿지 못하는 술탄을 위해, 그와 마찬가지로 병든 마음을 가졌던 투란도트의 이야기에 빗대어 왕의 마음을 움직이려 하는 의도가 신선하고도 놀라웠다.  이야기가 계속 진행되려면 주인공은 꿋꿋이 살아남을 터.^^

워낙에 투란도트 이야기에서도 중국 공주라지만 중국 옷 제대로 입고 나오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 책도 어떤 자료를 참고했을 지 모르지만, 솔직히 의상이 청나라 분위기여서 약간 눈살 찌푸려짐...;;;;

술탄이 궁전도 너무 서구적 분위기가 났고..;;; 십자군 배경에 중국 이민족 침입에 기타 등등... 뭔가 석연치 않은 시대적 배경이지만, 그래도 이야기를 즐기는 데에는 아무 문제 없음.

1권의 엔딩에서 날은 밝았고, 이제 자신을 어찌하든 술탄에게 맡겨버리는 주인공의 모습. 캬아~ 다음 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구만. 2권도 어여 읽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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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宮 12
박소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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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궁'은 단점이 제법 보이는 드라마였다.  그렇지만 눈에 띄는 단점들도 애교로 봐줄 만큼의 장점을 포용하고 있었다.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는 배우들이 있었고, 세트의 아름다움과 의상의 향연으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었다.  그런데 정작 원작인 만화 '궁'은 무얼 하고 있는 것일까?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3차원으로 보여주는 영상을 만화라는 종이편집으로 좇아가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대부분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을 떠올려 보건대(국내의 경우) 오리지널의 우수함을 따라가지 못하는 아류가 많았었다.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뮤지컬 불의 검도 만화 불의 검을 따라잡기엔 한참 부족했다.  그런데 이 책은 오히려 그 반대이지 싶다.

대체... 작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ㅡㅡ;;;;

인신모독성 말을 하는 상식을 넘어선 대화들, 돌아가신 시아버지를 가리켜 '저 양반'이란 표현... 왕실의 권위 회복을 위해서 위독한 할아버지 상태를 알려주지도 않는 왕(대체 그게 왕실 권위랑 무슨 상관인데?), 귀한 적의를 구경하다가 한명도 빠짐없이(!) 몽땅 사라져버린 교실...;;;;; 이건 정말 아니잖아?

서로의 가슴에 상처를 줄 만큼 못된 말을 뱉어놓고도, 진심은 '사랑해'였어.. 라고 중얼거리는 주인공들이라니.  이건 70년대 신파가 아니란 말이닷(>_<)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공내시의 개그컷이란, 작가가 마지막 장에서 공내시 6종 세트에서 설명했듯이, 독자의 눈과 심기를 아주 불편하게 만드는 역할이다.  난 과도한 개그컷의 남발이 오히려 이야기 진행 능력에 자신감이 부족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작가 박소희는 궁 이전에 뚜렷한 작품이 없었다.  거의 데뷔작에 가까운 것으로 알고 있는데,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린 것은 아닐까?  갑작스레 얻은 과한 인기가 작가에게 오히려 독이 된 것은 아닐까.

과연 이 만화가 어떻게 완결이 날 지 심히 걱정스럽다.  작가는 처음 의도한 대로(과연 뭘 의도했는 지는 모르겠지만...;;;) 연재를 마칠 수 있을 지... 제발 더 이상 망가지지 말고 '상식' 선에서 내용이 전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미 읽기 시작한 것 궁금하니 욕하면서도 계속 보겠지만... 다음 편에서는 부디 실망하지 않기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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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물방울 6
아기 타다시 지음, 오키모토 슈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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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만큼 재밌게 읽은 6권이었다.  제1사도를 찾아내는 승부가 결정났고, 99%의 확신과 100%의 확신이 보여주는 자신감의 간극을 보는 것은 몹시 즐거운 일이었다. 

개인적으로, 강한 자가 강한 티를 내는 것을 좋아한다.  예를 들면, 무협지에서 늘 겸손한 모공 고수 주인공이, 특별한 순간에 자신의 강함을 일부러 드러낼 때!  딱 맞는 예는 아니지만, 꼭 그런 기분을 느꼈다고 할까^^

미야비가 처음으로 제 몫을 해내는 것처럼 보였다.  그 동안은 부수적인 역할만 했었는데, 이번엔 그녀의 직업에 대한, 그리고 와인에 대한 애정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내심 흐뭇했다.

시즈쿠도 나날이 성장해 가고 있고, 토미네 잇세도 뭔가 한단계 업그레이드 할 조짐을 보여주었다.  너무 도도하고 자신만만해서 거만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가 주인공을 성장시켜줄 히든카드임을 의심치 않는다.

이번에도 역시 와인을 맛보고서 시즈쿠가 그려내는 풍경이 참 멋졌다.  참고한 책 목록까지 적어준 것을 보니 작가가 확실히 열심히 공부하고 작품을 만드는 것 같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글쓴이는 해당 와인을 마셔보고, 시즈쿠가 표현해 내는 그 감각을 느꼈던 것일까?  무척 궁금한 일이다.  상상력만으로 그게 가능할 지 알 수 없고.  그 비싼 와인들을 다 마셔보려면 주머니 형편이 고급스러워야겠단 생각도... ^^

현재까지 나온 편은 모두 보았으니, 이젠 다음 편이 언제 나올 지를 진득하니 기다려야겠다.  이번 편에서 승부를 보지 못한 것이 아쉬운데, 다음 편에서 그들이 어떻게 승리의 고지를 탈환하는 가를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아야겠다.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이기느냐는 더 중요하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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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건강법 - 개정판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 문학세계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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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 상상력을 가진 아멜리 노통브의 데뷔작이다.  출판된 책으로서 데뷔작이지만, 그녀의 첫 작품은 아닐 것이다.  다작을 즐겨(!)하는 그녀는 오래 전에 써두었던 소설들을 차례차례 책으로 내고 있다고 들었다.  아무튼, 첫작품부터 그녀의 본색(?)을 확실히 드러내 준다.  엽기적일 만큼 기발한 상상력과, 혀를 내두를 말솜씨, 그리고 예의 반전까지.

죽음을 눈앞에 둔 대문호, 그를 취재하러 온 다섯 명의 기자.  모두들 이 괴퍅한 노인네를 상대하지 못하고 나가 떨어지건만, 마지막에 등장한 여기자는 보통 내기가 아니다.  오히려 이 노인네보다 한수 위일까.

제대로 연구하고, 작정을 하고 들어온 사람이었다.  오히려 주인공이 말싸움에서 밀려 그녀 앞에서 자존심을 꺾을 정도였으니.

여러모로 공격했으니 빈틈이 없다.  이런 상대는 살다살다 처음이었던 것. 비겁한 수도 써보려고 했지만 당최 먹히질 않는다.  완벽한 K.O패.

게다가 오래도록 감추어진 자신의 비밀까지도 추리해 나갔다.  넘겨 짚은 것이 정답이 될 만큼 예리했던 것.

이제 주인공은 마지막 승부수를 둔다.  이제까지는 여기자의 승리가 확실했다고 하겠는데, 마지막 반전에서는 과연 여기자의 승리인 것일까.  이 말도 안되는 남자의 승리일까.

이건 마치 오후 네시의 그 괴상한 방문자와의 기싸움에서 누가 이긴 것인가와 비슷한 문제로 귀착된다.  보기에 따라서 다르게 나올 문제지만, 둘 다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승자는 누구인가를 판단하는 것은 올곧이 독자의 몫으로 남는 것.

제목이 엽기적이지만, 내용도 엽기적이다.  그렇다고 지저분한 공포영화 비스무리한 분위기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아멜리는 상상력이 아주 뛰어난 작가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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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시열과 그들의 나라
이덕일 / 김영사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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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 선생님의 인물사 열전 중 하나다.

송시열이란 인물은 사극에서 많이 접했던 이름이다.  지금이야 고구려 열풍으로 조선시대 사극이 별로 인기를 못 끌고 있는 시점이지만 장희빈 등등이 등장하는 내용이었다면 송시열도 등장했을 것이고 학생들에게 물어보아도 정확히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다고 대답한다.

송시열은 어떤 인물이었을까.  조선왕조실록에 그 이름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사람 중 하나이고, 중국에 공자가 있듯 조선의 '송자'라고 칭송되었던 인물이고 국비로 그의 저서가 간행되었을 만큼 죽어서까지 영향력을 떨쳤으며, 그의 문인들이 이후 조선에서 끼친 영향을 모두 돌아보건대, 조선사에서 그 비중이 결코 가볍지 않은 인물이다.

그렇다면 송시열은 훌륭한 인물인가?  글쎄... 유명한 인물인 것은 맞다고 하겠다. 지금도 그를 칭송하며 덕을 기리는 후손과 문인들이 많건만, 어느 고장에서는 개 이름에 붙여져 욕처럼 불릴 만큼 그 이름에 저주를 거는 사람들도 있다.  저자가 송시열에 관한 책을 쓴다고 했을 때 닥쳤던 위험과 압력도 만만치 않다고 한 것을 보면, 가히 죽어서까지 그 위명을 떨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게 있어 송시열은 답답할 정도로 한우물을 판 사람이고 그래서 어찌 보면 조선의 역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 사람으로 남아 있다.  그가 밟아온 83년 간 인생 여정은 한줄 외길이었고 그래서 그를 비롯한 조선에 슬픈 일이기도 하였다.  그가 죽은 숙종 때를 거슬러 현종, 아니 더 올라가 효종까지 올라가면, 나는 과연 그가 그토록 많은 존경을 받을 만한 인격을 지닌 것인지 의심이 간다.

그의 학문 세계는 깊었다.  그는 게으르지 않았고 지나칠 정도로 근면하고 검소했으며 강직했다.  조선의 선비 정신의 덕목으로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줄을 잘못 섰다.  그는 사대부의 나라 조선의 신하로서 사대부를 위한 정치를 했지, 백성을 위한 정치에 힘쓰지 않았다.  심지어 국난의 위기에 처했을 때에도.

그가 살았던 시간은 지독할 정도로 당파 싸움이 극심했던 때이고, 그 당파 싸움의 한 중간에는 언제나 그가 서 있었다.  그는 산림이라 자처하며 조정에 나가지 않았지만, 언제나 막후 인물은 그 자신이었고, 조선은 사대부 위에 임금은 없어도 사대부 위에 송시열은 존재하는 나라로 전락해 버렸다.

효종의 갑작스러운 죽음, 현종의 급작스러운 죽음 뒤에도 그의 이름은 꼭 끼어 있었다.  그가 명령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는 책임을 피해갈 수 없는 사건의 중심 인물이었던 것이다. (조선왕 독살 사건과 같이 읽어보세요~)

그 대단한 인물 송시열이, 만 열셋의 숙종에게 사정 없이 휘둘릴 때는 차라리 통쾌함마저 느껴졌다.  그는 제대로 적수를 만난 것이다.  우리가 장희빈과의 로맨스로 익히 알고 있는 숙종은 굉장히 정치적 감각이 발달한 인물로서 어린 나이에 즉위하고서 수렴청정도 없이 정사를 한손에 쥐어버린 인물이다.  숙종은 송시열을 대접하기도 하고 몰아치기도 하면서 요리(..;;;)를 하더니, 끝내 원자 책봉 문제로 송시열의 목숨을 거둬버린다.

송시열은 죽음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여든 셋이나 먹은 노인네가 그 와중에 생에 미련을 가졌을 것 같지는 않다.  성격답게 꼬장꼬장하게 죽어갔으리라.   죽으면서 그의 유언은 두가지였다.  학문의 시작과 끝을 주자로 할 것과, 자신의 관을 덧붙인 널빤지로 하라는 것. (효종의 죽음에 대해서 미안했다는 뜻)

마지막에 양심은 있었던 것일까.  죽어 효종을 만나 뒤늦게라도 사과를 했을까.  하지만 그가 진정 미안해해야 하는 것은 조선이었고, 조선의 백성이었고, 우리의 역사였다.  죽어서도 몰랐을 테지만.

이 책의 말미에는 당시 조선의 사회 경제적 상황에 대한 간결하면서도 제대로 압축한 전망이 나온다.  조선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었고, 그 사회의 변화가 어떻게 이어질 지, 그 이유까지도 제대로 제시했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이 왜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인지도 말해주었다. (어찌나 문장이 우수하던지 감탄에 감탄~!!!)

책을 덮으면서 시원함과 동시에 답답함을 느꼈다.  시대상에 대한 안타까움이 답답함으로 등장했으며, 잘 몰랐던 역사적 진실에 다가선 듯한 느낌에 시원함을 느꼈다.

깊이있게 내용을 다뤘기 때문에 아주 대중적인 책은 아니다.  그렇지만 읽게 된다면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감히 자신있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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