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은 봄이건말 날씨는 아직도 봄이 아니다.

춘아, 춘아, 어서 달려오렴. 기꺼이 내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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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좋은 어린이책 이벤트

 

역대 수상작 중에 내가 읽은 책은 다섯 손가락 꼽을 정도지만 감동의 크기는 그 이상이었다. 특히 초정리 편지는 아주 좋아하는 작품이어서 전에 근무했던 학교의 국어 선생님께 학생들과 함께 읽을 독서 토론 책으로 추천하느라 빌려준 바가 있다. 근데 한 학기가 다 지나가도록 읽고 돌려줄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아닌가. 해서 방학 때 읽고 돌려달라고 했는데, 그리고 두해가 지나갔다. 연락해서 내 책 돌려달라고 할 것인가, 그냥 좋은 책 기증했다고 생각할 것인가... 괘씸해서 돌려달라고 할까 하다가 망설이기를 2년. ^^

 

아무튼... 그 좋았던 책의 감동을 이번 수상작에서도 기대해보고 싶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눈길이 가는 이 책! 조만간 주문해야겠다. 엄마 사용법은 철수사용법을 연상시키는데, 내가 엄마가 아니다 보니 아무래도 이쪽에 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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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30 1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30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망찬샘 2012-04-07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 사용법은 엄마가 아니라도 진한 감동으로 읽을 수 있어요. 엄마를 가졌던 아이였던 그 마음으로 말이지요. 희망이는 엄마 사용법은 휘리릭 읽었는데 지 수준에 맞을 거라고 권한 이 책(지도에 없는 마을)은 전혀 진도를 못 빼네요. 너무 재미있는 책을 앞서 읽어 재미가 떨어진다네요.

마노아 2012-04-07 23:35   좋아요 0 | URL
아앗, 그러니까 엄마를 가진 모든 이에게는 감동이 될 책이었던 거군요.
희망이가 그렇게 재밌어 했다니 혹합니다. (>_<)
 
나에게 선물을 주었다.
소통하지 못하고 위로받지 못하는 아이들
1953년 7월 27일

서른 다섯 승민은 야근과 밤샘을 밥먹듯하는 건축 사무실에 근무한다. 여전히 밤을 새서 피곤에 찌들어 있던 어느 날, 미모의 여성이 자신을 찾아와 말을 건다. 누구...세요? 하고 묻는 그에게 그녀는 왜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냐는 얼굴로 자신을 소개한다. 스무살 대학 새내기 시절 첫사랑 그녀와 다시 만난 순간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아나운서 시험에 몇 차례 떨어지고 의사 남편 만나서 결혼을 했다던 그녀가 제주도의 고향 집에 집을 짓고 싶다고 건축을 의뢰한다. 승민은 내키지 않아 했지만 결국 이 일에 뛰어든다. 처음엔 집을 새로 지으려고 했지만 낯설어서 싫다는 그녀에게 승민은 증축을 권한다. 그리하여 그녀의 추억이 깃든 집은, 그 추억을 고스란히 떠안은 채 새옷으로 갈아입는다. 어릴 적 키가 얼마나 자랐나 높이를 재던 눈금이 담긴 벽이 살아 있고, 시멘트를 발라놓은 수돗가에 실수로 찍은 발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는 연못들이 그것이다. 심지어 피아노를 들이기 위해서 빠듯한 일정에 설계를 변경해서 2층을 올려 방을 지었는데, 그 앞은 아랫층의 옥상으로 무려 한옥 기와가 얹어 있다. 영화 속의 집은 누구나 살고 싶은, 누구나 갖고 싶은 그런 아름다움을 지녔다. 그의 실력이 뒷받침 된 것이겠지만, 첫사랑 그녀에 대한 마음 한조각이 거기에 끼어들었음은 당연한 일이다.

 

 

 

 

스무살의 풋풋한 나이는 배우 이제훈과 배수지가 연기했다.(이제훈은 엄태웅의 16년 전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닮은꼴이다. 특히 긴 콧날이!) 워낙 동안을 자랑하는 이제훈은 스무살의 설익음과 대책없는 순진함과 가없는 설렘을 잘 표현했다. 배수지의 딱딱한 연기는 한가인의 딱딱한 연기와 비슷해서 이 아이가 자라 저 사람이 되었다는 설정이 설득력 있다. 다만 한가인은 빼어난 미모에 비해 부족한 연기력으로 쏟아지듯 튀어나오는 욕설을 잘 감당해내지 못했다. 그녀와 그닥 어울리지를 않는다. 좀 더 연기를 잘하는 배우였다면 그 고아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좀 더 어울렸을지도 모르지만, 한가인의 욕설 연기는 NG!

 

 

 

 

(옷 예쁘다! ♡)

 

 

 

 

이제훈의 연기가 가장 좋았다. 지금 패션왕에서 못된 성깔 자랑하는 재벌 2세의 느낌과는 정반대편에 서 있다. 파수꾼에서도, 고지전에서도 그의 연기는 매번 훌륭했다. 앞으로의 성장이 더더더 기대되는 멋진 배우다.

 

 

 

 

눈을 즐겁게 한 상대로는 조정석도 있었다. 어린 승민의 친구로 재수생인 그는 재수까지 하는데 공부까지 열심히 해야 하냐며 퉁퉁거리는 캐릭터다. 독서실에서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하는 두 여학생을 가리켜 '싱숭'과 '생숭'으로 부른다는 이 친구는 순진한 승민과는 정반대의 캐릭터를 가졌다. 최근에 '킹 투 더 하츠'에서 이순재의 아들로 나오는 조정석은 내가 처음 만났던 뮤지컬 '바람의 나라'의 그 앳된 얼굴의 '호동왕자'에서 조금 삭아버렸다. 몸이 너무 좋아져버렸어. 운동을 많이 해서 남성호르몬이 과다 배출된 게 아닌가 싶다.ㅜ.ㅜ 어쨌든, 연기만은 역시 발군!

 

 

 

 

 

 

 

영화속 96학번의 대학 새내기 시절, 있는 집 자식인 선배의 새 팬티엄 컴퓨터는 하드 용량이 무려 1기가. 1000메가라고 신입생을 기죽인다. 아, 이 놀라운 디지털 시대의 속도감! 그 시절에 최고 사양 컴퓨터가 지금은 쳐다도 보지 않을 똥컴이라니, 진정 세월의 힘이 놀랍다.

 

영화는 첫사랑 그들의 재회 시점에서, 그들이 언제 어떻게 만나 가까워졌는지를, 그리고 어떻게 헤어졌는지를 차분히 보여준다. 하필이면 보지 못한 것 때문에, 하필이면 본 것 때문에 오해는 쌓이고, 오해는 서로를 향한 감정의 촉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밀어낸다. 애석한 사랑이다. 그리고 그 사랑을 다시 확인했을 때는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이 흐른 다음이었다. 돌이키기엔 지나치게 멀리 왔고, 잡지 못했던 사랑을 뒤늦게 잡기엔 포기해야 할 것들이 지극히 많다. 그 모든 것을 감수하고 첫사랑에 매달리기엔 우린 지나치게 현실적인 사람들. 그리하여 영화는 판타지를 보여주면서 현실적인 결말로 귀결한다. 그럼에도 그 아련함이 오히려 완성도를 더 높였달까. 영화같지만 영화같지 않은... 환상 같지만 환상같지 않은 접점을 잘 찾은 듯하다. 다행히.

 

영화에 삽입된 전람회 '기억의 습작'은 이 영화의 아련한 향수를 극대화시키는 최대의 무기다. 김동률의 목소리는 얼마나 깊고도 아득하고 또 가슴을 파고드는가. 한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음악, 추억의 삐삐, 추억의 문화까지... 이 영화속에는 많은 향수가 담겨 있고, 그래서 많은 기억을 자극하고, 그래서 참으로 아련하고 뻐근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작품에서 중요한 공간 중 하나가 우리 동네다. 하하핫! 극장 안의 아주머니들이 우리 동네 나왔다고 어찌나 크게 웃으시는지... ^^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라는 문구가 가슴을 아리게 한다. 영화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잘 묘사했다. 한때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던 그대, 한때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던 나... 추억은 추억으로 남아 아름답게 포장되기도 하지만, 추억으로만 남았기에 서럽기도 한 법. 그래도 처음이기에 더 특별한 우리 모두의 첫사랑. 첫사랑을 아득히 기억하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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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2-03-28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요거 봐야하는데~~~ㅎㅎ

마노아 2012-03-28 10:27   좋아요 0 | URL
여유있는 아침에 보고 오셔용~ ^^

프레이야 2012-03-28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마노아님도 보셨군요. 드뎌.ㅎㅎ
조정석은 일부러 이 영화를 위해 8킬로그램 찌웠다고 하더군요.
재미난 양념역할 좋았어요.
이제훈은 마냥 기대주에요.^^
우리도 누군가의 첫사랑이었겠지요? 아마? ㅎㅎ

마노아 2012-03-29 23:41   좋아요 0 | URL
오오오, 일부러 몸을 망가뜨리는 연기 투혼을 불사했군요.
그래서 지금 드라마에서 더 극적으로 멋있게 보이긴 해요.^^
이제훈 완소 배우~
아아, 나의 첫사랑은 지금 뭐하고 살려나...ㅎㅎㅎ

순오기 2012-03-30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영화 정말 좋았어요.
이제훈과 엄태웅~ 정말 한 사람의 성장을 보여주는 듯하죠.^^
첫사랑과 집~~~~ 잘 엮어냈어요. 저런 집~ 정말 부럽더라고요.
서연아~ 서연아~ 부르며 좋아하던 저 거리에서 엉엉 울어버린 승민의 첫사랑은 그렇게 막이 내렸죠.ㅜㅜ

마노아 2012-03-30 11:33   좋아요 0 | URL
그쵸? 참 좋았는데 넘넘 싫었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이들이 많아서 의아했어요. 한가인 때문인가, 정말 영화가 싫었던가 궁금하더라구요.
아, 승민의 애달픈 첫사랑... 서연아~ 하고 동네방네 떠들던 그 장면 진짜 벅찼는데 말이에요.
 

  

제 1570 호/2012-03-26

 

성장호르몬은 성장기 아이의 성장을 돕는 역할뿐 아니라 성인의 노화방지에도 중요한 기능을 한다.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급격히 감소하는 60세 전후가 되면 노화과정이 빨리 진행된다.

‘라이프 익스텐션 매거진(Life Extension Magazine)’에 따르면 약물의 도움을 빌지 않고 인체 내에서 자연적으로 성장호르몬의 생산을 늘릴 수 있다. 복부의 지방을 빼면 노화에 따른 성장호르몬의 감소를 반전시킬 수 있으며 운동을 하거나 활동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도 성장호르몬의 수치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

또 고혈당의 탄수화물 섭취를 피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인슐린이나 인슐린 스파이크 현상이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잠들기 전 단백질은 풍부하고 탄수화물은 낮은 식사를 간단히 하면 성장호르몬의 생산이 촉진된다. 또한 숙면을 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성장호르몬은 대부분 수면 중에 생산되기 때문에 잘못된 수면 습관은 성장호르몬의 수치를 떨어뜨리게 된다.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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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3-26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을 잘 자야 성장호르몬 분비가 잘 돼서 노화를 조금은 늦출 수 있겠네요.
수면도 규칙적이어야 되는데 그게 잘 안돼요.ㅠㅠ

마노아 2012-03-26 23:50   좋아요 0 | URL
자랄 때도, 자라고 나서도 건강한 수면이 참 중요하네요. 우리 올빼미들은 모두 반성해야 해요.ㅜ.ㅜ

같은하늘 2012-03-28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빨리 자러가야해.^^

마노아 2012-03-28 10:28   좋아요 0 | URL
저도 맨날 새벽 두시 반에 자요.ㅜ.ㅜ
 

    

 

11. 범죄와의 전쟁

부제 '나쁜놈들 전성시대'라는 제목이 본 제목이어야 했다. 나쁜놈들 승승장구라고 해도 맞았을 것이다. 현실의 나쁜 놈들은 더 많을 거라는 생각에, 저렇게 부정한 돈으로 많이 배우고 출세해서 떵떵거리고 사는 인간들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하며 가슴이 답답했다. 영화 '부당거래'를 보고 났을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나마 그 영화는 웃기기라도 했지, 이 영화는 무겁고 무겁고 답답했다. 최민식의 연기기 워낙 빼어나서 하정우가 밀린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내게는 그의 연기도 좋았다. 90년대의, 지금으로서는 다소 촌스러워 보일 수 있는 양복을 입었음에도 그의 수트빨은 역시 최고다.

 

★★★★☆

 

12. 워 호스

스필버그의 작품은 일단 관심이 가기도 하지만 전쟁을 배경으로 한, 게다가 말이 주인공이라고 하니 더 관심이 갔다.

일견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떠올리게 하는 구성이었다. 아주 잘생긴 말 '조이'의 행적을 따라 1차 세계대전의 비극과, 그 안에서 희생된 사람들, 혹은 따뜻한 이야기들이 전개되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벅찬 감동으로 원작 소설을 구매했다. 그리고 얼마 뒤 '조이'라는 책의 중고 등록 알림을 받았다. 뭐지? 하고 찾아 보니 '워 호스'의 이전 출간 제목이었다. 그러니까 영화 보기 전에 이미 이 책에 관심이 있었던 것이다. 하하핫. 지금 책을 검색하다 보니 마이클 모퍼고 작가의 다른 책들도 꽤 많이 보인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책보다는 영화가 훨씬 훌륭했다. 그래서 다른 작품은 당장 급하게 찾게 되지는 않겠다. 이 책을 사고 몇 주 지나서 읽었는데, 그 사이 책 속에 들어있던 영화 '워 호스' 예매권의 사용기한이 지나버렸다. 랩핑만 먼저 뜯어봤어도 알 수 있었을 텐데 참으로 아쉽다. 게다가 이 영화는 소셜 쿠폰이 폐점으로 취소되는 바람에 할인도 전혀 받지 못하고 본 영화였었지. 그래도 영화가 훌륭했으니 괜찮아.

 

전장을 뛰어넘는 기적의 말

 

★★★★★

 

13. 하울링

 

유하 감독은 감각적인 영상미를 보여주는 감독이라고 생각했다. 장인의 반열까지는 아니어도 작품을 내놓으면 그게 무엇이든 한번씩 궁금하게 만드는 감독이었다. 게다가 송강호와 이나영이 주연이라고 하니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

 

연쇄 살인 사건이 터지고, 범인으로는 '늑대개'가 주목된다. 늑대개란 늑대 인간처럼 소설 속에서나 나올 법한 존재로 여겼던 나는, '늑대개'로 위장된 살해 사건이라고 여겼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하여간 이 작품에 늑대개가 정말 나오기는 한다. 배우들이 연기를 잘하기는 했는데, 뭐랄까... 좀 욕심을 부린 느낌이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얘기를 너무 많이 집어넣은 느낌? 늑대개와 나름의 소통을 하는 대상이 그 많은 형사들 중 여자 형사인 은영이라는 것은 직관으로 이해는 되지만, 영화적으로는 개연성이 좀 떨어지게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욕망에 동원된 늑대개가 안타까웠고, 생명은 중하지만 그럼에도 나쁜 놈은 심판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충돌했다. 왜 나쁜 놈은 운도 좋아서 목숨줄이 질긴 것인지... 쳇!

 

아무튼, 하울링은 영화 자체보다 내게 행운의 귀걸이로 더 기억에 오래 남을 듯하다.^^

 

박복한 가운데 행운 하나

 

★★★☆

 

   

 

14. 아티스트

 

우리동네 독립영화관 만만세!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늘 외롭게 관람하던 극장에 모처럼 관객이 있었다. ^^

지극히 디지털스러운 21세기에 아주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대놓고 아날로그 영화를 만들어 보기 좋게 상까지 거머쥔, 아주 똑똑한 영화였다.

무성영화 전성기의 스타였던 조지는, 유성영화로의 전환기에 정착하지 못하고 옛 방식을 고집하다가 뒤쳐져버린, 옛 영광에 찌들어 사는 한물간 스타. 반면, 조지의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했던 페피는 유성영화의 새로운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독보적인 스타로 떠오른다. 영광과 함께 가족도 깨졌던 조지는 페피와의 사랑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는, 내용만 따지면 무척 뻔하고 단조로울 수 있건만, 영화는 흑백영화와 무성영화의 특징을 이용해서 관객을 신선하게 사로잡는다. 의도된 유치함이 의도된 세련됨을 넘어서는 느낌?

 

★★★★★

 

15. 디센던트

 

이 영화는 보고 싶었던 영화였지만 그날 보려던 것은 아니었다. 당시 나는 수영을 마치고 조조로 철의 여인을 보기 위해서 지하철을 타고 대한극장으로 날랐다. 그런데 정시 시작하는 극장에서 15분이 지나도록 영화가 시작되지를 않았다. 또 사고가 났구만! 역시나 예상은 맞아떨어지고, 디지털 영사기의 고장으로 상영이 불가하단다. 1층에서 환불 받고 다른 영화 안내 받으라는 설명이 이어진다. 1층으로 불쾌한 마음으로 내려가니 매표소는 지하1층이고... 제기랄! 다시 한층을 내려가서 일단 환불을 받았다. 대한극장에서는 짜증나는 일들이 많았던 터라 더더더 기분이 언짢았다. 차타고 나왔는데 그냥 돌아가는 건 너무 손해인지라 다른 영화를 보기로 했다.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영화가 한시간을 기다려야 상영하는 디센던트였다. 보려던 영화였지만 이렇게 보려던 것은 아니었는데, 하여튼 그렇게 해서 보게 된 영화 디센던트는 다행히 아주 좋았다!

 

일만 알던 남편 맷킹은 보트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아내가 자신 몰래 외도를 했다는 것을, 딸아이를 통해서 알게 된다. 아내와 사이가 나빴던 딸의 방황이 사실은 그 때문이었던 것이다. 둘째 딸은 지나치게 어렸고, 조상들이 물려준 땅의 매매건으로 친척들 사이에서 머리가 복잡했던 맷은 더 큰 고민들에 싸이게 된다. 무척 복잡하고 짜증나고 화나는 설정들이 맞물렸건만, 그 사건들 속에서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방법은 무척 유머러스했다. 아내가 회생불가능하다는 의사의 판단 아래 산소 호흡기를 제거하기로 결정하고, 아내를 알던 모든 사람들을 초대해서 작별인사를 시키는 장면이 인상 깊었고, 아내 상대남의 찌질함에 고소함도 약간 느꼈다. 영화 마지막에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빠가 먹었던 숟가락으로 딸아이가 다시 이어 먹는 게 보였다. 서양인 눈에는 찌개 그릇에 같은 숟가락 넣는 우리네 문화가 미개하다고 느낄 거라고 익히 들어왔건만, 저들도 가족 사이에는 저렇게 먹는 것일까 싶어 신기했다. 언제나 멋진 '신사' 조지 클루니는 이 영화에서도 자신의 매력을 잘 발휘했는데, 아내에게 그가 남긴 인삿말도 오래오래 마음에 남는다.

 

당신은 나의 친구였고, 고통이었고, 기쁨이었어.

 

★★★★★

 

16. 맨온렛지

 

우울한 날이었다. 이틀 동안 기다리던 소식이 좋지 않은 결과로 끝나버렸고, 오랜만에 연락이 된 친구의 이야기는 나를 더 우울하게 했다. 나만 빼고 세상 사람들이 다 잘 사는 것만 같았다. 원래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의 고통이 나를 위로하지는 않는 법. 서러움이 격해 수요 예배를 드리다가 내내 울었다. 이럴 때마다 눈치 없는 울 엄니는 내가 우는 것도 모르고 왜 이렇게 예배 시간 내내 코를 푸냐고 면박을 주신다. 아, 정말 감정 상해...

 

예배를 마치자마자 뛰쳐나왔다. 내가 아끼는 울 동네 영화관으로 향했다. 머릿 속의 생각을 멈춰줄 액션 영화가 필요했다. 그럴 때에 이 영화는 적격이었다. 억울하게 다이아몬드 절도범으로 몰린 주인공은 종신형을 받고 아버지의 장례식 때 교도소 밖으로 외출했다가 탈출을 감행한다. 그리고 한달 뒤,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한 최대의 도박을 한다. 호텔 초고층에서 뛰어내릴 것처럼 시위를 하면서 경찰과 대치, 그 사이 플랜B를 작동시킨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엄청난 스릴을 선사하는데, 미션임파서블 같은 블록버스터는 아니어도 예산 적게 쓰고 큰 재미를 준 알찬 영화였다. 보는 동안 나를 괴롭혔던 잡생각들을 말끔히 잊을 수 있었다. 물론, 영화가 끝남과 동시에 되살아났지만.

 

두 시간 가까이 영화는 내게 큰 기쁨을 주었다. 샘 워싱턴은 멧 데이먼처럼 어쩐지 신뢰가 가는 배우다. 참 듬직해!!

원래 시간이 있었으면 영화 시작 전 맥주 한 캔을 사서 영화를 보면서 마실 참이었는데, 시간이 모자라서 그리하지 못했다. 해서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맥주를 골랐다. 세상에, 맥주 종류가 이렇게 많단 말이야??? 심사숙고해서 고른 맥주는 아사히 병맥주! 편의점에서 바로 뚜껑을 따고, 추운 겨울밤 돌아오는 길에 병째 들이켰다. 내가 맥주도 마실 줄 아는 여자라는 것을 모르는 엄마 몰래 마시는 맥주 맛이란 참 시원했다. 어쩐지 소심한 쾌감도 들면서...;;;;

 

다른 영화 예고편을 보다가 알게 된 건데 샘 워싱턴이 타이탄의 분노에 출연한다. 전혀 관심이 가지 않는 영화이건만, 내가 미친 척하고 보게 된다면 순전히 샘 워싱턴 덕분이다. 아, 그리고 이 영화에 출연한 에드 해리스! 더 록의 카리스마 군인! 참 오랜만에 본다. 노인이 되었건만 여전히 섹시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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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3-25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월이 아니고 2월? 영화 많이 보는 마노아님!^^
여기선 '범죄와의 전쟁' 하나만 봤네요.
하울링은 우리 아들이 별로라고 해서 안 봤어요.

마노아 2012-03-26 14:07   좋아요 0 | URL
3월은 아직 다 안 지나가서요.^^
하울링은 좀 약했어요. 좋은 배우들 데려다가 싱겁게 만든 영화랄까요.

프레이야 2012-03-26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월에 본 영화가 무려.. 범죄와의전쟁과 하울링^^
디센던트를 봐야되는데 놓쳤어요.

마노아 2012-03-26 14:07   좋아요 0 | URL
디센던트를 프레이야님이 보셨으면 아주 좋아했을 것 같아요. 아아, 제가 다 아쉽네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