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새는 날마다 눈이 좀 풀려 있다. 졸음이 눈에 가득하다. 어떤 분이 바쁘다면서 영화를 많이 본다고 하셨는데, 그말이 맞다. 바쁜데 영화도 많이 보고 틈틈이 전시회도 가고 공연도 가니 정말 바쁘다. 바쁘고 피곤해도 그건 포기가 잘 안 되어서 말이다. ^^

근래에 본 무료 전시회로는 요런 게 있다.

 

AP 통신이 본 격동기 서울 & 로쎄티의 서울

 

전시회를 보고 나서 다리가 아파서 사단이 난 친구와 나는 가볍게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분식집을 찾아 헤맸다. 다행히 떡볶이집을 하나 발견해서 먹고 나왔는데 치아 교정 중인 친구의 양치질을 위해 스타벅스에 들어갔다가 대학 동기를 우연히 만났다. 이 친구는 현재 완도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이미 두 아들의 아버지이며, 세째 아들은 엄마 뱃속에서 자라고 있다고 전했다. 하하핫, 세월 무상하여라. 친구랑 나는 둘다 솔로인지라 왠지 직무유기인 것처럼 느껴져서 조금 무안했더랬다. 대학 새내기 때 만났는데 어휴...;;;;;

 

2. 최근에 지인의 아버지가 췌장암 4기인 것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수술을 받으셨다. 올해 여든 셋인데, 평소 운동 많이 하시고 소식 위주로 아주 건강을 챙기신 분이어서 우리끼리는 100세까지도 거뜬하다고 우스개 소리를 하곤 했다. 그런데 어느새 4기라니, 놀라서 말도 잘 안 나왔다. 수술후 봉합에 문제가 있어서 재수술까지 마치고 지금은 병원에서 입원 중이시다.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시기를! 수술 경과가 제발 좋기를...

 

또 다른 고등학교 친구는 둘째를 출산했다고 연락해왔다. 체격이 무척 작은 친구인데 아기가 3.95kg이었다고... 어휴, 이 친구도 고생했네. 산후조리원이 겁나 멀다. 예전에 첫애 낳기 전에 다녀왔다가 왕복 4시간에 지쳐서 장염 걸렸던 기억이 새록새록...;;;;

 

3. 울 교장샘은 과시욕이 꽤 크신 분이다. 더군다나 권위 앞에서는 그게 더 심해지신다. 지난 월요일에 교육청에서 사람이 나왔다. 할 일 다 해놨으면 교육청에서 누가 나오건 뭐가 문제겠는가. 근데 직원들 다 명찰 차고 나와서 한줄로 서서 인사하라신다. 자기가 소개하겠다고. 헐~ 분위기 보니 평소에도 자주 이랬나 보다. 그리고 이럴 때 꼭 줄반장 자처하는 분도 계시고...;;;; 떴다! 해서 줄 섰는데, 아직 도착 전이고, 또 떴다! 해서 줄 섰는데 역시 아니고... 무슨 양치기 소년된 기분... 세번째에 드뎌 등장하셨는데, 직원들 줄 서서 인사하니 이분은 또 얼마나 민망하고 당황하셨겠는가. 어여 들어가서 일보라고 손사래... 무안해진 우리도 언능 들어왔는데, 30분 뒤에는 나가시니 주차장에 나와서 또 인사하라고... 헐......;;;; 그런데 이번에는 그분이 나오지 말라고 적극 거절하신다. 여기가 공산당이냐고.... 내 말이... 진심 부끄러웠다.

 

4. 지난 한주는 시험기간이었다. 참 말 많고 탈도 많은 시간이었다. 교무실 컴에는 한글 2002가 깔려 있고, 우리집 컴에는 한글 2007이 깔려 있어서, 집에서 만들어온 시험 문제를 교무실에서 불러오니 그림이 다 깨져서 애를 먹었고, 그 다음에는 다른 사람 피씨에서 출력을 하자니 이번엔 프린터기가 문제였고, 그렇게 사연 많게 작업을 마쳤더니, 이곳은 양면 인쇄가 안 되므로 단면으로 출력을 해야 하며, 그것도 인쇄 기사님 안 계시니 2장을 넘기면 안 된다고 해서 다시 편집하느라 하아...;;;;

 

그래도 뭐 이런 건 다 해프닝이다. 다음 번에는 좀 더 수월하게 해낼 것이다. 그런데 시험 감독을 해보고는 아주 깜딱! 놀랐다. 만학도인지라 시험 문제도 쉽게 냈고, 예상 문제도 몇 번이나 풀어줬고, 또 열심히 하시는 분들이어서 시험에 대한 진지한 자세를 의심하지 않았는데 이건 뭐.... 공산당 사건보다 더 부끄러웠다. 뒤늦게라도 공부를 하려는 것은 아주 칭찬받을 일이지만 그걸 무기 삼아서 부당한 방법을 당연한 특권으로 둔갑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근무 두달이 되었는데, 아직도... 날마다 뭔가 놀랄 일이 계속 생긴다. 주변 샘들 조언으로는 그렇게 한 3년은 놀랄 일들이 있는 학교라고 한다. 하...하하...;;;;

 

5. 지난 주 화요일에는 2012년 봄 전시 '간송 50주년 기념 진경시대회화대전' 을 다녀왔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친구가 연락해 오는 바람에 후다닥 다녀왔다. 전시는 오전 10시에 시작한다. 우리는 10시에 전시관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그래놓고도 한시간 반을 줄 서서 입장했다. 1층은 사람이 엄청 많아서 떠밀리면서 보았고, 2층은 줄을 세워서 볼 수 있었는데, 이 줄이 너무 어마어마해서 역시 감상은 쉽지 않았다. 눈에 익은 정선이나 이인문, 김홍도와 강세황, 신윤복의 그림이 있고, 그밖에도 눈을 즐겁게 해주는 많은 그림들이 있었다. 재밌었던 것은 간송 전형필의 그림과 도자기도 있었는데 뭐 썩 훌륭하지는...^^;;;;

 

줄 서 있을 때 앞쪽에 계시던 아저씨 한분이 갑자기 뒤돌아 보시더니 나더러 일본인이냐고 묻는다. 왜 이런 질문을 하시나 당황스러워서 대답을 바로 못했는데 이번에는 일본어로 일본인이냐고 묻는다. 대체 왜 그러신 거지????

 

암튼! 친구가 한 시 반에 방과후 학교 수업을 가야 해서 우리는 꽤 마음이 급했다. 밥먹을 짬이 부족했는데, 그렇다고 굶고 갈 수는 없는 일! 아쉬운대로 햄버거로 대충 점심을 해결했는데, 좋은 그림 보고 패스트푸드를 먹으니 어째 마무리가 마음에 안 든다. 게다가 내 출근 시간으로는 너무 일러서 나는 또 더운 날씨에 약간의 배회를... 하지는 않고 버스로 출근했다. 좀 돌아가기는 하지만 일찍 출근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ㅎㅎㅎ

 

 

6. 목요일에는 요새 통 입맛 없어하시는 엄니와 함께 빕스를 다녀왔다.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한성대점이지만, 동묘역에서는 폭립 무제한이므로 동묘역으로 고고씽. 맛나게 점심을, 많이 먹었다. 아 배불러...;;;; 시간도 좀 여유가 있어서 걷기로 했다. 많이 더운데 양산을 두고 온 관계로 다이소에서 야구모자 하나를 사서 무작정 걸었다. 동묘역에서 광화문역까지 대략 8정거장 정도? 더운 날씨에 오래 걸어서 노곤했다. 배는 별로 안 꺼지고, 걷느라 목말라서 먹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때문에 배가 더 부르기까지. 암튼, 광화문역에서 버스를 타고 하품을 크게 했다. 이제 좀 자야지.... 했는데 막 승차하시는 어느 승객 다리에 깁스가.... 아아아.... 나한테 등지고 서 계시긴 했는데 반대쪽에서도 아무도 안 일어나... 결국 내가 일어났다. 바로 못 일어난 게 미안했는데 이분이 아주 고마워해서 더 민망. 배부르고 다리 튼튼한 내가 서서 가는 게 마땅하지. ㅎㅎㅎ

 

7. 시험 기간인지라 평소보다 조금 일찍 끝나고 있었다. 목요일에는 약탈문화재 환수를 위한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다. 1회(바위에 침 뱉기) 때도 참여를 했는데, 그때는 이승환 10집이 나오고 첫번째 스케줄이어서, 그의 새노래를 라이브로 바로 들을 수 있는 최상의 기회였다. 그때를 떠올리며 공연을 예약했다. 게다가 이번엔 무료 공연이기까지! 아마도 끝순서로 나올 테니 좀 늦게 도착해도 괜찮겠거니 했다. 그런데 공연 간다고 하니 부장님이 20분 일찍 보내주셨다. 오, 예! 만세! 나 보내고 남은 사람들 모두 회식 간 것은 알았지만, 삼겹살과 이승환을 바꿀 수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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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가 덜 된 것인지, 무료임에도 불구하고 1회 때보다도 참여율이 아주 저조했다. 외규장각 도서가 대여라는 형식으로라도 돌아와서 그런 것일까? 허클베리핀의 보컬은 보기만 해도 숨막히게 생긴 가죽 자켓을 입고 나왔는데 깡말라서 안 더운 것일까 궁금하게 만들었다. 한곡 끝나고 바로 벗는 걸 보니 덥긴 더웠나 보다. 두번째 나온 3호선 버터플라이는 긴 생머리를 풀고 나왔는데 가죽 자켓보다 더 더워 보여... 하지만 헤드뱅잉을 포기할 수 없지... 덥다면서 머리는 절대 안 묶는다. 하하핫!

 

 

마지막에 나온 울 공장장님과 모처럼 신나게 놀았다. 그 전주에 있던 포스코 음악회 떨어져서 속상했는데, 다행히 여기서 만났다. 강풀의 26년 영화화에 대한 성원을 부탁했다. 지난 주에 3억 정도 모였던데 이번 달 안에 10억을 어찌 모으나... 걱정이다.ㅜ.ㅜ

영화 <26년> 대국민 크라우드펀딩

 

8. 금요일에는 교생 실습 마지막 날이라고 학교 측에서 식사를 제공했다. 미리 말해줬으면 점심을 안 먹고 출근하는 건데 낭패! 배불러서 못먹겠다고 하니 무조건 먹어야 한다고 한다. 저녁을 땡겨먹는다고 생각하고 밥을 먹었는데, 시험 끝난 날이라고 어느 반에서 회식을 하는데 거기 다 불려갔다. 메뉴는 해물찜! 오오오, 내가 안 먹는 메뉴야...;;;; 근데 자꾸 소주를 권하셔.... 그래서 본의 아니게 소맥을...ㅎㅎㅎ

 

9. 최근에 가장 즐겁게 본 프로그램으로 '불후의 명곡2'가 있다. 좋아하는 프로인데 임태경이 나와서 더 좋았다. 그래서 나와 뮤지컬을 자주 보곤 했던 진주 언니와 '울지마 톤즈'를 예매했다. 임태경이 이태석 신부로 나온다고 하길래... 그런데 막판에 조율이 잘 안 되어서 출연이 취소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잽싸게 임태경 콘서트 '불후의 명곡'으로 갈아탔다. 하하하....

 

근데 또 막판에 일이 꼬여서 언니는 토요일 공연을 못 오고 일요일 공연으로 갈아탔다. 해서 나는 혼자 다녀왔다. 팬클럽 단관으로 가장 저렴한 좌석을 골랐는데 이게 8% 할인된 공연이다. 근데 공연 나흘 전에 티몬에서 반값 티켓이 풀렸다. 오마이갓! 나보다 훨씬 좋은 좌석이 내표보다 훨씬 싸...-_-;;;;; 뭐 어쩔 수 없지.

 

공연은 30분 지연되어서 시작했고, 2시간에서 조금 부족한 시간으로 끝났다. 게스트는 두팀. 소향이 노래 잘 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라이브로 들으니 더 대단했다. 임태경은 여전히 귀공자풍으로 우아하게 노래를 불렀다. 좋은 시간이었지만 나는 그 두시간 동안 울 공장장 생각을 더 많이 했다. 공연은 종합 예술이어서 가수가 노래 잘 하는 것만으로 꽉 채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음반도 나오는데, 알리 때와 마찬가지로 방송 버전 라이브가 아니라 스튜디오에서 재녹음한 버전이다. 알리 음반을 사놓고 한 번 밖에 못 들었다. 라이브 때의 감동을 받지 못해서다. 그래도 의리가 있지, 이 음반은 사야겠다.

 

 

 

 

 

 

 

10. 스맛폰을 구입했다. 쿠팡에서 기기변경으로 추가 요금 없이, 요금제는 현재 그대로다. 와이파이가 되는 곳에선 인터넷을 쓸 수 있찌만 3G를 쓰지 않으니 인터넷이 자유롭지 않다. 해서 KT 에그를 구입할 생각이다. 와이브로 10기가던가 20기가던가 쓸 수 있다고 알고 있다. 내 폰은 모토로라인데 어제 교보에 가서 케이스를 구입하려고 보니 모토로라는 취급하지 않는다고... 아 빈정 상해..ㅜ.ㅜ

 

스맛폰이 처음인 나는 자판 쓰기가 아주 힘들다. 'ㅎ'자를 못 눌러서 이름을 입력할 수가 없어...;;;;; 암튼 임태경과 이승환 생각을 많이 했던 터라 카톡 이름은 미중년♡으로 정했다. 쓰고 보니 권교정 작가님도 생각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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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5-28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끙.
인터넷이 자유롭지 않은 스맛폰이라면 whatsapp 제대로 사용하기도 불편한데. 차라리 1기가나 2기가 주는 걸 사용하는 요금제를 쓰는건 어때요? ㅜㅜ

마노아 2012-05-28 21:36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왓썹 어케 하는 건지 몰라서 담에 다락방님 만나면 물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 핸드폰 요금이 한달에 고작 13,000원 이하로 나오거든요. sk텔레콤은 34요금제도 데이터 한달에 200메가밖에 안 주거든요. 그래서 요금제는 그대로 가고 케이티 에그로 와이브로 10기가나 20기가 신청하려고 해요. 아직 신청 전이지만요.^^;;;

무스탕 2012-05-28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살아 있어요오오오오~~~~~
지금 내 눈은 무지 뻑뻑하고 깝깝하고 그렇지만 오랜만에 마노아님께 잊지 않고 인사 올리는 센스 :)

마노아 2012-05-28 21:36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소식 궁금했어요. 얼매나 바쁘셨기에 이리도 소식이 뜸했나요. 반가워요. 와락!!!

순오기 2012-05-29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가지로 고생하셨네요~ 그래도 눈과 귀가 호강했으니 됐죠.^^

마노아 2012-05-30 17:13   좋아요 0 | URL
아아아, 오늘의 삽질을 생각하면 고생의 고자도 못 꺼내요. 아아아....ㅋㅋㅋ
 

 

 

역사박물관에서 온 메일을 보고서 다녀와야겠다고 결심했던 사진전이다. 보통은 혼자 가는 편인데 이날은 친구와 함께 갔다. 확실히 동행이 있으니 마음이 급해져서 여유있게 보지 못한 게 다소 아쉽다. 그러나 이날은 굽이 있는 샌들을 신었던 터라 발이 아파 나도 오래 서 있기 힘들었다. 어디든 앉을 수만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 기세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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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꽤 많이 찍었는데 편집하다가 힘들어서 몇 장만 골라냈다. 전에는 사진 올리고 마우스 오른쪽 버튼 눌러서 이미지 크기를 변경할 수 있었는데, 요새는 html을 체크하고 바꿔줘야 해서 좀 더 손이 많이 가게 되어버렸다. 기본 크기가 560으로 고정되어 있어서 사진을 좀 더 크게 올리고 싶을 때는 많이 아쉽다. 게다가 요새는 사진 클릭해도 팝업으로 안 뜬다. 포토리뷰가 아닌 이상... 여러모로 아쉽아쉽....

 

 

청계천변 노천시장 1947.5.31

 

강산이 몇 번 바뀐 시간인가. 달라도 한참 다른 게 맞다.

 

 

미군댄스홀 1947.6.23

입구에 댄스홀 운영시간이 적혀 있다. 어두워서 잘 안 보이지만 사진 속 여자분이 신은 구두가 어째 마음에 든다.

 

 

중앙청에 내걸린 북한 인공기를 내리고 있는 미해병대 1950.9.27

중앙청에 유엔기를 걸고 있는 군인들 1950.9.29

 

크기 차이가 장난 아니네. 이것도 의도된 것인가??

 

 

전쟁 중 안전수칙 1952.4.9

철모를 쓴 사람은 아직도 "살아 있다", "철모를 써라"

 

어쩐지 철모를 '안전벨트'로 바꿔서 읽고도 싶다.

 

 

중공군의 공격을 피해 한강 부교를 건너는 피난민들 1951.4.29

 

저 장면을 보니 언뜻 '온양이'가 떠올랐다.

 

  모진 추위 대신 따뜻한 볕이 내리기를...

 

 통일을 노래하다.

 

 

 

 

 

 

 

전쟁 중 부모를 잃은 고아 1951.2.16

 

저 어린 아이의 얼굴에 이미 표정이 사라졌다. 텅 빈 표정. 아이는 앞으로 살아가야 할 제 막연한 미래를 이미 느꼈을 것이다.

 

 

폐허가 된 종로 일대 1951.3.16

뒤로 북악산이 보이고 오른쪽에 조계사 건물이 보인다.

60년 전 종로의 모습이 이랬다. 시대도 그랬고 전쟁의 상흔도 이런 결과를 만들었다.

 

 

거리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 여인들 1951.5.3

부서진 건물에 문을 연 가게 1951.10.24

 

전쟁의 와중에도 일상의 삶은 꾸준히 진행된다. 당연한 일!

 

 

한 운동구점에 진열된 훌라후프 1958.12.26 후라후뿌 대매출이라고 적혀 있다.

훌라후프 판매를 위해 시범을 보이고 있는 청년 1958. 12.11

청년이었구나...;;;; 근데 머리띠 하고 계심???

 

 

이승만 대통령 84회 생일 경축행사 1959.3.26  

 

천년 만년 살 줄 알았을까? 욕심사나웠지...

 

 

3.15 부정 선거 규탄 시위 진압 1960.3.16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물대포 발사 1960.4.19

 

역사가 깊은 물대포구나....-_-;;;;

 

휴전 성립하고 무기 반납하는 사진이 있었는데 전두환 생각이 났다. 월남전에서 무기를 암시장에서 사서는 포획한 거라고 상부에 보고했다던데....;;;;;

 

그리고 이 후기를 쓰는 지금은 '더킹 투하츠'가 더 간절히 떠오른다. 토요일에 올림픽 공원 오고 가는 지하철 안에서 보았는데 사람도 많건만 눈물 나서 혼났다. 분단된 조국에서 산다는 것의 위험성과 살벌함을 오감을 통해서 전달해 주었다. 우리에게 이토록 간절히 필요한 통일인데, 왜 간절히 통일을 원하는 것이 죄인 취급 받는 세상이 되어버렸는지 황망하다.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는 이것이 종북 좌파의 실체라며 나름의 사진전을 열고 계신 할아버지들이 계시다. 귀가할 때 여기서 버스로 갈아타는데 날마다 가슴이 뻑뻑해진다.

 

그건 그렇고, 승기! 정말 잘 자라주었구나. 그리고 홍작가와 이피디님 조합, 이번에도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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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기 서울을 보고 나오자니 옆쪽에 전시관이 하나 더 있다. 이탈리아 사람 로쎄티가 본 서울을 담아내었다. 어찌 보면 이쪽이 볼거리가 더 많기도 했는데, 이미 발바닥이 지나치게 중력의 압박을 받고 있어서 설명을 꼼꼼하게 읽지 못했다. 아쉽아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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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웃 영화의 범죄자들 수감됐을 때 찍은 사진처럼 보인다. ㅎㅎㅎ

 

 

 

 

 

저 장갑, 사람 손이 들어가는겨? 혹시 더운 물에 빨아서 줄어들었나???

 

 

글씨가 지나치게 디지털 느낌이다. 뭐 귀엽긴 하지만...

 

 

 

 

 

물지게도 무거워 보이는데, 저 안에 물이 가득 담기면 얼마나 무거울까. 그리고 문득 든 생각인데, 똥지게는 더 무거울 것 같아...;;;;;

 

 

방망이 파는 노인이다. 방망이 깎는 노인이 자동으로 떠올랐다. 중학교 때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수필인데 말이지... 누가 썼더라??

 

 

가마가 곧 노점이 되어버렸다. 리어카의 대한제국 버전 같다.

 

 

 

 

아득히 넓어 보인다. 저렇게 건물들이 낮으니, 어쩌다가 높은 건물 위층에서 보면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나보다 낮게 사는 것처럼 보일지도...

 

 

지도 접시 좋아! 역사박물관 앞 뜰에 고지도 모양의 분수대가 있다. 흑백일 때가 더 멋있었는데 아주 화려하고 컬러풀한 조명을 깔아서 운치가 사라져버렸다. 역시 아쉽아쉽....

 

 

책에 실린 사진이다. 외국인들 입장에선 무척 신선했을 것이다.

 

 

백년 전 책에도 저렇게 펼침 인쇄가 가능했구나!

 

 

150년 전인데, 몇 백년은 더 되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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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오면서 어떤 책이 생각이 날까말까 했다. 다행히 떠올랐다.

 

 대한제국의 제3대 이탈리아 영사를 지낸 카를로 로제티(Carlo Rossetti, 1876~1948)가 남긴 책 <꼬레아 에 꼬레아니(Corea e Coreani)>에 실린 사진 450여 장과 그에 대한 객관적이고 상세한 해설이라고, 책 정보에 써있다. 이 책, 중고샵에서 건지고 만세~를 불렀는데 아직 못 읽었다. 책을 먼저 보고 전시회를 봤으면 더 반가웠을 것이다. 이제 반대로 기억을 더듬으며 책을 봐야겠다. 이렇게 밀린 책은 늘 많지만, 뭐 언젠가는 보겠다는 다짐은 변함 없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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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5-29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덕분에 접하기 어려운 전시회도 종종 보게 되네요. 감사~~~ ^^
오늘 무등산 숲해설하신 강사님이 숭례문 앞 남지 없애서
결국 화마가 한 인간에게 씌웠다는 얘기하셨어요.ㅜㅜ

마노아 2012-05-30 17:13   좋아요 0 | URL
즐겁게 봐주시는 분이 계셔서 기뻐요.^^
숭례문... 정말 슬퍼요.ㅜ.ㅜ 화마가 잡아가야 할 이는 따로 있는데...;;;;
 

커피 흘리지 않고 걸어갈 순 없을까?  

 

제 1611 호/2012-05-21

커피 잔을 들고 걷다 보면 커피가 잔 밖으로 흘러나와 손을 데거나 옷을 버리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조심스럽게 걸으려 해도 커피를 흘리지 않고 걷기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산타바바라 캘리포니아대 기계공학과의 로우슬린 크레체니코브 교수팀은 사람들이 커피를 들고 걷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평균 7~10발자국 걸으면 커피를 흘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게다가 커피를 흘리지 않고 끝까지 걸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그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연구팀은 다양한 크기의 컵에 담긴 액체의 고유 진동수를 계산했다. 그 결과 사람의 걸음걸이와 머그컵 속에서 찰랑대는 커피의 고유 진동수가 딱 들어맞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고유 진동수가 같다는 것은 사람이 걷는 박자와 컵 속 커피가 출렁거리는 박자가 똑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걸을수록 공명 현상에 의해 커피의 출렁거림은 더 심해진다는 것이다.

특히 컵의 반지름이 7cm, 높이가 10cm인 일반 머그컵에서 이런 현상이 가장 심하게 일어났다. 문제는 갑자기 걷는 속도에 변화를 준다거나 방향을 바꾸면 일정하게 출렁거리던 커피에 카오스가 생겨 커피가 컵 밖으로 빠져나온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피지컬 리뷰 레터 E’ 2012년 5월에 발표됐다.

 

 

 잦은 짜증․불면증, 우울증 아닌 저혈당증?  

 

제 1612 호/2012-05-21

요즘 들어 갑자기 짜증이 늘고 불면증에 시달린다면 우울증보다는 저혈당증일 가능성이 있다.

우울증과 저혈당증의 증상은 비슷한데, 그 이유는 뇌의 에너지원인 포도당 때문이다. 사람은 혈당치를 적절히 유지해 뇌에 충분한 포도당을 공급해야 마음도 안정된다. 혈당치 조절은 호르몬의 역할로, 인슐린은 혈당치를 낮추고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 등은 혈당치를 높인다. 이때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면 혈당치를 유지하지 못해 감정기복이 생기거나 졸음, 손발 저림, 가슴 두근거림, 두통 등 우울증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건강한 마음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혈당치 안정이 중요하다. 혈당치는 호르몬 분비에 따라 조절되고, 호르몬 분비는 섭취하는 음식에 따라 조절된다. 혈당치가 완만한 곡선을 그리려면 인슐린이 조금씩 분비될 수 있도록 음식을 먹어야 한다. 탄수화물 섭취량은 줄이고 백미보다는 현미, 식빵보다 통밀빵 등 혈당지수가 낮은 식품을 섭취하면 혈당치를 적절히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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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UN 과학

제 1608 호/2012-05-16

발명가의 자질은 실수?

태연, 입을 씰룩거리며 한참동안 집안을 돌아다니더니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이 나무젓가락을 꺼내 칼로 날카롭게 깎기 시작한다.

“엄마는 도대체 쇠고기를 구우신거예요, 아님 삼 만년 묵은 고래심줄을 구우신 거예욧! 고기 한번 먹었다가 24개의 이 사이사이마다 빠짐없이 고기가 끼어서 빠지질 않는단 말이에요. 이쑤시개도 아무 소용없고, 제가 오죽 답답하면 나무젓가락 창을 만들어서 이를 쑤시겠냐고욧!”

“아이고, 그러다 다치면 어떡하려고 그래! 그나저나 너의 무척이나 무식한 두꺼운 젓가락 이쑤시개를 보니, 네가 혹시 발명에 엄청난 소질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구나. 많은 학자들이 인류 최초의 발명품을 이쑤시개라고 주장하고 있거든. 그런데 지금 네가 4~5만 년 전 원시 인류가 하던 행동을 똑같이 하고 있으니 말이야.”

“혹시, 지금 저를 원시인 같다고 놀리시는 건 아니겠죠? 제가 원시인이면 아빠도 원시인 아빠라는 걸 잊지 마시라고요. 그리고 뭐, 발명이 별건가요? 아무거나 새로 만들면 되지. 그딴 거 저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맞아. 발명은 어렵지 않아. 더 편하고 유익한 도구를 새로 만드는 것일 뿐이지. 하지만 발명이 바꿔놓은 인류의 문명과 역사는 엄청난 것이란다. 지렛대와 바퀴의 발명 덕분에 물건을 운반하기 쉬워져 지금과 같은 건축물들이 탄생할 수 있었고, 문자와 인쇄술의 발명으로 지식 전달이 매우 쉬워져 세상은 점점 더 빨리 발전할 수 있게 됐지. 또 18세기에 발명된 증기기관 덕분에 산업혁명이 시작됐고 그 덕분에 현대문명이 존재할 수 있게 됐단다. 또 전기, 자동차, 컴퓨터, 인터넷 등의 발명이 없었다면 얼마나 불편했을까, 아이고…, 상상도 하기 싫구나.”

“와, 발명이 그렇게 대단한 거였어요? 그런데 제가 어디서 들은 건데요, 발명을 해서 특허를 따면 돈을 그렇게 많이 번다면서요? 발명 하나로 세계적인 재벌도 될 수 있다던데, 정말이에요?”

“그럼! 대표적인 사람이 발명왕 에디슨이야. 1878년 백열전구를 발명하기 위해 에디슨 전기회사(Edison Electric Light Company) 창설했는데, 이때 수많은 발명품을 만들어냈고 이것이 아직까지 세계 최고 기업 중 하나로 손꼽히는 제너럴일렉트릭(GE)의 모태가 됐지 않냐. 이렇게 발명을 통해 지식재산권을 확보하면 얼마든지 부자가 될 수 있단다.”

“와~!! 드디어 저의 미래 직업을 결정했어요. 저 발명가 될래요!! 그럼 이제 뭐부터 시작하면 될까요? 발명 방법을 좀 가르쳐 주세요. 빨리 빨리요!”

“그래? 그렇담 매년 5월 19일이 ‘발명의 날’로 정해져서 각종 행사가 열리는데, 여기에 출품할 작품을 생각해 보려무나. 발명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관찰’이야. 일단 지금 네 주변에 있는 모든 물건들을 아주 유심히 관찰하고, 조금이라도 불편한 점이 발견되면 그것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곰곰이 고민해보렴. 당장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기존의 물건에 뭔가를 더하거나, 빼보거나, 아니면 모양이나 크기, 재료, 용도 같은 걸 바꾸는 식으로 수많은 상상을 해보는 거야.

“에이, 그건 발명이 아니잖아요. 그냥 좀 업그레이드 하는 거지.”

“그렇지 않아. 일반적으로 기존 기술의 20% 이상을 개량할 수 있으면 발명으로 인정한단다. 어쩌면 너처럼 하루 종일 온갖 쓸데없는 상상의 나래를 펴느라 바쁜 사람이 발명에는 더 맞는 사람일지도 몰라. 또 넌 실수도 많이 하잖아.”

“자꾸만 놀리실 거예요? 제가 무슨 실수를 해요! 전 흠이 없는 여자라고욧!”

“고~뤠?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구나. 실수가 나쁜 게 아니에요. 역사적으로 보면 실수와 우연을 통해 이뤄진 발명이 진짜 많거든. 대표적인 합성소재인 나일론의 경우를 보자꾸나. 20세기 초, 하버드 대학 강사였던 캐러더스는 연구팀원들과 함께 고분자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었어. 그런데 실험이 끝나고 팀원 한 명이 실험 찌꺼기를 불에 쬐여 떼어내려고 하자, 찌꺼기가 끊어지지 않고 계속 실처럼 늘어나는 거야. 이것을 본 캐러더스는 인공 화학섬유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결국 나일론을 발명하게 됐단다. 또 1839년 찰스 굿이어라는 청년이 황을 끓이다가 실수로 고무 위에 엎질러 합성고무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고무 타이어의 시작이기도 했지. 뿐만 아니라 전자레인지는 전투기 부품을 만들기 위해 레이더 실험을 하다가, 그리고 치클 껌은 고무를 만들다 실패해서 만들어졌단다.”

“우와, 대단해요! 아빠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저는 발명가로서의 자질을 완벽히 갖추고 있는 것 같아요. 아까 일상생활을 좀 더 편리하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보라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생각한 건데, 이런 건 어떨까요? 컴퓨터 게임 하면서 과자를 먹으려면 엄청 불편하잖아요. 폭풍 클릭을 해야 하는데 과자는 먹어야겠고, 과자 부스러기는 손에 자꾸 묻고. 그럴 때 과자를 대신 먹여주는 로봇을 발명하는 거예요. 또 목욕을 하면서 게임을 할 수 있게 방수 게임기를 만드는 것도 좋겠어요. 어때요, 끝내주죠?”

“에고… 내가 못 산다 못 살아~. 오늘부터 게임 일주일 금지!!”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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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2-05-26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4컷 만화의 마지막에서 빵!터졌습니다.

마노아 2012-05-26 15:01   좋아요 0 | URL
표정도 압권이지요? ㅋㅋㅋ
 

 

 

24. 4월에 본 첫번째 영화는 '그녀가 떠날 때'였다.(순간 '그녀가 눈뜰 때'라고 쓰다가 고쳤다..;;;;) 출근을 5호선으로 하는데, 광화문 시네큐브에서 영화를 보고 커피 한잔 하고서 출근하면 딱 좋은 시간 대의 영화였다. 다만 영화 시작 시간을 잘못 알고 있어서 집에서 늦게 출발하고 앞에 5분 가량 놓친 게 무척 아쉽긴 했지만.

 

보고 나면 늘 좋았던 독일 영화다. 터키 사람들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이야기의 배경은 독일이 맞다. 이스탄불에 살던 우마이가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아들을 데리고 독일의 친정으로 돌아오지만 오랜 관습을 지켜온 가족들은 제 인생을 스스로 결정하고 개척해 나가려는 딸과 누이와 언니가 불편할 뿐이다. 자신과 아들의 삶의 새출발을 포기할 수 없지만, 가족과의 연대도 놓을 수 없던 우마이의 고군분투는 무척 슬프게 끝난다. 그런 관습을 인정하기도, 또 이해하기도 쉽지 않은 관객은 답답함과 무거움을 안고 의자에서 일어설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우마이가 업어 키우다시피한 남동생의 돌변이 가장 화가 났다. 독일에서 뿌리를 내리고 사는 가족들도 이렇다면, 이스탄불에 살고 있던 우마이 본가에서의 삶은 어떠했을까 충분히 짐작이 간다. 제목만 보고서는 무척 희망적인 내용일 거라고 여겼는데 씁쓸하다.

 

(포스터 이야기. 우마이가 아버지를 만났을 때 손등에 키스를 하고 저렇게 이마에 대는 장면이 무척 인상깊었다. 경의와 존경을 담은 인사처럼 보여서...)

 

★★★★☆

 

25. 간기남은, cgv무료 쿠폰이 있어서 별 생각 없이 고른 영화다. 당연히 아무 기대도 없었다. 그런데 대.박. 재밌었다. 깨알같은 애드립의 향연이랄까. 누가 더 센스 있게 대사를 치는가 대결이라도 벌인 느낌이다. 아무도 지지 않는다. 누구도 밀리지 않는다. 대단한 배우들이다. 내용에 대해서는 딱히 말할 것은 없고, 그저 가볍게 즐길 만한 영화였다는 것! 박시연은 한국에서 뜨기 전부터 지켜본 배우인데 얼굴이 갈수록 인공적으로 보여서 안타깝다.

 

 

 

(봉구황 시절의 박시연. 지금보다는 자연스러운 얼굴... 붉은색 잘 받는다.)

 

★★★★

 

26. 헝거게임은, 나의 삽질이 최절정을 이루었던 날 극적으로 본 영화다.

 

 

왜 그랬니.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시리즈처럼 뒷 이야기가 길게 이어지는 영화일까봐 좀 걱정이었는데, 시리즈물이지만 한 에피소드로 끝나는 영화였다. 무척 다행!

 

독재국가 '판엠'이 체재를 유지하기 위해 만든 생존 전쟁 '헝거 게임'
12개 구역에서 남녀 두명씩 선발되어 24명이 생존을 겨루고, 마지막 한명만 살아남는 서바이벌 게임이다. 게임이라지만 이들에게는 목숨을 건 싸움이다. 어린 여동생이 추첨에서 뽑히자 대신 지원한 캣니스가 이 작품의 주인공이다. 활을 잘 다루고 씩씩하며 도도한 그녀의 캐릭터는 무척 흥미로웠는데, 그래도 수도 캐피톨에서 그녀의 옷을 지원해준 디자이너 시나의 호감은 잘 납득이 안 되었다. 뭔가 개인적인 이유가 있었을 것 같은데 영화에서는 그게 잘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튼 영화는 무척 볼거리도 많았고 나름의 로맨스와 액션을 잘 버무렸는데, 내가 유독 흥미를 느꼈던 부분은 독재 국가 판엠이었다. 과거에 있었던 식민지의 반란에 대한 본보기로 해마다 이런 헝거게임을 여는 것인데 '이키가미'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키가미는 '사망 예고장'이다. 목숨의 소중함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 국가는 8살 아이들에게 예방접종을 통해서 칩을 넣는데, 1000명당 한 명 꼴로 사망 예고장이 18세에서 24세 나이까지의 청년에게 도착한다. 누구라도 그 한명이 된다면 24시간 전에 사망예고장을 받고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생명의 경각심이 아니라 국가가 국민을 통제하기 위해 설정해 놓은 무서운 시스템이다. 무척 극적이긴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도 어떤 의미에서건 분명 이런 통제가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그 섬뜩함을 헝거게임에서 느꼈다. 비록 영화는 유쾌하고 신나게 해피엔딩이 될지라도.

 

★★★★

 

27. 은교는 그 다음날이 소풍날인 까닭에 평소보다 몇 십분 일찍 끝난 덕분에 역시 극적으로 보게 된 영화다. 맥주 한 캔 마시면서 영화 보는 로망을 꿈꾸었던 나는 맥주를 하나 주문했는데, 이게 캔이 아니라 컵에 담아 주어서 좀 놀랬다. 무엇보다 이게 좋은 선택이 아니었던 게 영화가 2시간을 넘겨 끝나기 때문에 후반 30분은 언제 끝나나 초조하게 기다려야 했다. 화장실이 어찌나 생각나던지...ㅜ.ㅜ 이게 바로 맥주의 함정!

 

 멈출 수 없는 욕망에의 질주

 

책을 읽은 지 일년 반이 지났기 때문에 아주 자세하게는 생각나지 않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기억한다. 영화는 우려했던 것보다 볼만했다. 소소한 웃음거리가 있어서 객석의 관객들이 다함께 웃을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은교는 17세 고교생이라고 믿어도 좋을 만큼의 풋풋함과 싱그러움을 시각적으로 확인시켜 주었다. 반면 70대 노시인 역을 맡은 박해일은 좀 부족해 보였다. 일단 발성에서 그 나이대로 들리지가 않고 오랜 분장의 고생에도 불구하고 주름 깊은 피부의 표현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덕분에 지난 날 '불멸의 이순신'에서 청년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여러 나이대를 연기한 김명민의 연기가 떠올랐다. 젊은 이순신은 목소리가 가늘고 높았지만 통제사 이순신은 목소리가 굵고 낮았으며 중후한 깊이감이 있었다. 연기 내공이 비교되는 순간이다.

 

서지우 작가를 분한 김무열의 연기는 좋았다. 특히나 마지막 자동차 사고 장면에서 아주 느리게 화면을 잡은 것은 탁월한 선택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거울'에 담긴 함축적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공대생 취급한 것은 좀 웃겼다. 공대생이라고 그런 감수성이 없을 리 만무고, 작가적 재능이 없는 평범한 사람일지라도 특별한 물건에 대한 애착을 이해 못할 리가 없지 않은가.

 

은교가 자신의 섹스에 대해 외로움이 원인이라고 말한 부분도 불편했다. 잘 납득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원작의 은교는 좀 더 발랑 까진(...;;;;) 느낌인데 영화의 은교는 보다 순수하게 가려고 애쓴 느낌이다.

 

원작에서 시인이 은교의 남자친구라고 사칭한 남자에게 모욕을 당하는 부분이 무척 인상 깊었다. 시인의 노여움과 절망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었는데 영화는 들어낸 것이 꽤 아쉽다.

 

아무튼, 영화 은교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그래도 내게는 원작이 더 나았다.

 

★★★☆

 

28. 어벤져스 역시 극적으로(ㅋㅋㅋ) 본 영화다. 이날은 소풍 날이었는데, 비담임이었던 나는 교무실에서 온종일 전화를 받았다. 거의 12시간에 가까운 근무를 마치고 퇴근한 시간이 오후 7시 좀 넘어서였는데, 평소라면 맛볼 수 없는 거리의 공기를 즐기다가 충동적으로 극장에 갔다. 볼 수 있는 시간대의 영화가 어벤져스 뿐이었다. 그것도 3D! 다행히 나는 3D무료 쿠폰도 한장 있어서 더 가벼운 마음으로 관람!

 

 

 

 

 

 

 

 

오, 그런데 이 영화 끝내준다. 슈퍼 히어로가 떼거지로 나오는 영화가 어찌 재밌겠냐며, 사공이 많으니 배가 산으로 갈 것 같았는데 아니었다. 게다가 촌철살인의 대사들! 역시 깨알같은 재미는 언제나 대사빨에서 나온다. 내가 영화로 만난 슈퍼히어로는 아이언맨 뿐이었다. 토르는 천둥의 신이라는 건 알았지만 작품은 보지 못했고, 헐크 역시 보지 못했다.(작품의 주인공이 '빤스'라는 내 친구의 명언만 기억할 뿐이다.) 특히나 캡틴 아메리카는 캐릭터 자체도 처음 본 인물이었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것들은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영화가 좀 길긴 하지만 무척 통쾌하게 볼 수 있었다. 보고 나면 헐크의 팬이 될 수 있다. ㅎㅎㅎ 헐크가 나쁜 놈을 패대기칠 때 어찌나 시원하던지...^^ 얼마든지 2편이 나올 수 있는 구조인데 기꺼이 기다려보겠다. 특히나 스칼렛 요한슨은 아이언맨2에서도 그 액션에 홀딱 반했는데, 그 바람에 더 킹2하츠에서 하지원의 액션이 너무 비교되어 안타까웠다는 후문이다.^^

 

마블코믹스가 이리 뭉쳤으니 DC코믹스도 뭔가 한건 하지 않을까? 이미 나와 있는데 내가 모르나? 어쨌든 그리 되면 난 배트맨에 한표! ㅎㅎㅎ

 

★★★★★

 

29. 열두살 샘은 역시나 아침 7시 반에 진행된 회의가 있던 월요일에 보았다. 병원 진료가 예정되어 있어서 다시 집 주변까지 돌아와야 했고, 비어있는 시간에 이 영화를 보았다. 이날도 나 혼자 입장해서 영화를 보고 나왔는데, 피곤에 지쳐있던 나는 깜박 졸고 말았다. 홀로 극장을 전세낸 사람으로서 죄송함을 금할 길이 없다.

비록 조금 졸긴 했지만, 그래서 열두 살 소년의 버킷 리스트를 몇 개 빼먹고 보긴 했지만, 영화의 감동을 느끼기에 부족하지는 않았다. 백혈병 치료를 열심히 받았지만 결국 시한부 인생이 되고 만 샘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창의력이 넘친 샘의 버킷 리스트는 재밌고도 아름다웠다. 12년에 불과한 생이었지만, 샘은 진정 충만하게 자신의 인생을 살아냈다. 이 놀라운 에너지는 샘의 가족에게도 큰 유산이 되었다.

 

자신의 죽음과 맞닥뜨리면서, 생을 정리하면서 남겨진 자들과의 관계, 그리고 남다른 장례식에 대해서 이야기한 여러 작품들이 떠오른다. 영화 '청원'과 '레스트리스', 그리고 무엇보다도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 생각난다. 보지 못했지만 아마도 관련되었을 한국 영화 '네버엔딩스토리'도 생각나고, 어떤 면에서는 일본 영화 '굿바이'도 함께 떠오른다. 내게 모두 좋은 작품들이었다.

 

★★★★★

 

바빴던지라 4월에 본 영화 정리가 꽤 늦어졌다. 덕분에 며칠 뒤면 5월의 영화를 정리할 판이다. 5월은 첫주 5일 동안 영화를 세편이나 보았지만, 그후 2주 동안은 1편밖에 보질 못했다. 그래도 꾸준히 뭔가 보려고 하는 중이다. 이틀 뒤에는 간송미술관에 갈 생각이다. 벌써 간송 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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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5-21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두살샘, 은교 찌찌뽕 ㅎㅎ
마노아님도 은교는 원작이 더 좋다고 느꼈군요.^^
근데 간송미술관 시즌이에요? 가본 지 벌써 6-7년 아니 훌쩍 넘은 것 같은데.. 가보고 싶어요.
이틀 뒤 가보시고 페이퍼 써주세요^^

마노아 2012-05-21 13:44   좋아요 0 | URL
원작을 먼저 읽고 영화를 봤는데 영화가 더 좋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영화를 먼저 보고 소설을 봤을 때도 비슷하고요.^^

몇해 전부터 봄가을 꾸준히 간송 미술관 다녀오고 있는데 가장 보고 싶은 것들은 아직 보지 못했어요. 그래도 꾸준히 가다 보면 언젠가 만나게 될 테지요. 다녀와서 후기 쓸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