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질 못하면 큰일 날 것 같은 날들이 꽤 오랜 시간 이어졌는데, 서재질 안 하고도 별일 없는 날들이 줄곧 이어지고 있다. 약간은 섭섭하고, 약간은 후련하기도 하다. 이상도 하지.
1. 이상한 학교의 이상한 만행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7시 반 아침 회의도 모자라서 7시 회의가 있던 날, 형부가 태워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집에서 5시 반에 출발했어야 했다. 여러 번 강조하지만 내 원래 출근 시간은 오후 4시다. (ㅡ.ㅡ;;;)
회의 시간에 대한 아우성이 있었는지 요즘엔 오후 회의로 시간이 바뀌었다. 듣기 싫은 목소리는 여전하지만 시간이라도 바뀐 게 어디랴.
2. 그렇다고 안심하기엔 이르다. 얼마 전에는 국회의사당까지 다녀와야 했다. 새누리당에서 진행한 무슨 토론회에 박수부대로 차출...;;;; 아, 이젠 별걸 다 시켜...;;;;; 토론 대상은 많이 등장했지만, 저마다 자신이 준비한 원고를 읽는 데 그치고, 들어온 질문에는 시간 관계상 이만 마치겠다고 하고.. 정말 허접했다. 그나마도 취재는 종편에서 해감....;;; 국회 식당 메뉴에 대한 기대가 살짝 있었는데 쫌 실망하고 돌아옴. 그날, 정말 더웠다..;;;
3. 요새도 등록금 문제로 자주 성토를 하시곤 하는데, 등록금 제대로 못 걷으면 월급을 30만원씩 깎겠다는 엄포까지 놓으셨다. 제정신이 아니시다. -_-;;;;
4. 친구가 지마켓 주최 무슨 콘서트에 당첨되는 바람에 잠실 나들이를 다녀왔다. 용감한 녀석들, 씨스타, 리쌍, 그리고 싸이가 출연했다. 씨스타가 노래를 너무 못해서 완전 깜놀! 귀에 거슬리는 고음만 질러대는데 신보라가 훨씬, 아주 훨씬 노래를 잘 부르더라. 리쌍은 정인 없이도 노래를 잘 불렀고, 싸이의 무대매너는 최고! 친구와 나는 모처럼 스트레스를 확 풀 수 있었다. 고마워 싸이!
5. 그날은 목요일이었는데 친구가 오랜만에 카톡으로 말을 걸어왔다. 이번 달에 딸아이의 아빠가 되는 녀석은 나더러 언제 시집가냐며 채근하기 시작했다. 아니, 결혼을 혼자 하나....-_-;;;; 녀석은 이상형이 어떤 사람이냐고 귀찮을 정도로 묻다가 주변에 소개해줄 사람이 없다며 한숨까지 쉬었다. 아니 내가 언제 소개시켜 달랬다고 오버는.....;;;;
문제는 다음날이었다. 소개시켜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문자가 온 것이다. 착하고 성실하고 아주 좋은 사람인데 다만 나이가 많은 게 흠이라는 것이다. 녀석은 46세라고 찍었다. 나는 36세의 오타인 줄 알았다. 그 다음 말이 더 가관이다. 팔자를 한번에 고쳐줄 만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아, 쓰다 보니 또 열받네. 너무 노여워서, 자존심도 상하고, 비참하기까지 해서 그 문자 받고 울어버렸다. 뭐 이런 거지 같은 자식을 보았나. 이틀 뒤 이승환 공연을 갔는데, 공연 보는 중에도 중간중간 생각이 나서 울컥해버리고, 또 열받아서 화르륵 타오르기를 반복! 일요일 밤에 전화를 걸어서 따졌다. 녀석은 내가 화가 났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나쁜 자식! 자연스럽게 알고 있는 사이에서 사랑으로 감정이 바뀐다면 나이 열한 살 차이쯤 극복할 수 있겠지만, 소개팅을 주선하면서 이건 정말 아니잖아? 보란 듯이 열한 살 연하를 만나야 할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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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년생 이종석이다. 하아, 정말 뽀얗게 어리구나!
6. 헬쓰를 열심히 다녔다. 체중 변화는 없지만 꽉 끼던 옷이 잘 맞는 걸 보면 체지방은 좀 빠졌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깜박깜박이 문제다. 하루는 샤워가방을 안 가져가서 비누랑 샴푸를 빌려서 어렵게 샤워를 하고 돌아왔고, 그 다음날은 갈아입을 바지를 안 들고 가서 집에 와서 샤워를 했고, 그 다음 날은 양말을 안 가져가서 매점에서 2천원 주고 양말을 사야 했다. 하루는 땀 닦을 수건을 가져가지 않았고, 또 어떤 날은 마실 물을 담을 물통을 가져가지 않았다. 그렇게 뭔가 하나씩 이가 빠지곤 했는데, 딱 하루 완벽한 준비를 해간 날! 샤워실에서 어떤 할머니가 나를 잡아 끌었다. "아기 엄마, 여기서 씻어!" ㅠ.ㅠ
아, 완벽한 헬쓰의 날은 언제 올 것인가!
7. 요새 가장 재밌게 보고 있는 드라마는 '유령'이다. 나는 사람들이 소간지 소간지 할 때도 소지섭의 매력을 알지 못했는데 요새 지섭씨는 내 꿈에 출몰하기까지 했다. 핸드폰 바탕화면에 사진을 깔았다. 우후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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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라고 부를 수 있는 연예인이 이제 별로 없는데, 지섭 씨는 나보다 연상! 고맙다. ㅎㅎㅎ 유령 다 보고나서 '미안하다 사랑한다'라도 봐야 할 기세다.
8. 오늘 출근했더니 옆자리 동료가 재밌는 앱을 소개해 주었다. '싸이메라'라는 기능이다. 싸이월드와 카메라의 합성어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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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사진은 이렇다.
펑!
이 사진을 가지고 눈의 크기를 키우고 턱을 갸름하게 바꿔주면 이렇게 나온다.
펑펑!!
눈 쏠린 것 좀 보시라. 무슨 곤충을 보는 느낌이다. 이건 최대치로 올린 값이고, 중간 정도만 올리면 이렇게 나온다.
펑펑펑!!!
각진 턱이 가장 스트레스인데, 턱이 갸름해지면 이런 느낌이 되려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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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토요일에는 친구의 신발을 수선하기 위해 신발 가게에 들렀다. 수제화를 파는 곳인데 내 얼굴을 기억해 주는 아주 싹싹한 사장님이 운영하고 계신다. 친구의 신발을 찾아오면서 무심코 눈에 들어온 빨간 샌들의 가격을 물었다. 사장님은 일단 신어나 보라고 샌들부터 내미신다. 악마의 유혹이었다. 뿌리치기엔 강렬한 다홍빛 색깔이 나를 사로잡았다. 의자에 앉아서 신을 신어보니 높은 굽에도 발이 편안한 것이다. 사장님은 59,000원짜리 샌들을 현금가 45,000원에 주겠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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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살짝 고민이 되었다. 내가 신발 한켤레를 사도 되는 어떤 핑계가 떠오르질 않아서. 그치만 내가 결제하는데 핑계야 만들기 나름! 신발을 질렀다. 이 신발을 신고 춤이라도 춰야 할 것 같았다. 문제는 같이 입을 스커트! 내가 입고 싶은 것은 아이두아이두에서 김선아가 입은 붉은 스커트였다. 김선아처럼 옆트임 된 옷은 곤란하지만, 그런 컬러로 그런 주름의 치마를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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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저 브랜드는 비쌀 것이고, 비슷하게 흉내낸 치마는 없나 찾아보았지만 못 찾았다. ㅡ.ㅜ
10. 하지만 난 오늘 새 신발을 신고 싶었다. 그래서 위 사진에서 보다시피 골드 색 상의에 베이지색 치마를 입었다. 신발은 진한 다홍색이지만 굽은 베이지 색깔이니까 나름 깔맞춤을 한 셈이다. 골드 팔찌를 찼고, 골드 귀걸이도 착용했다. 굽이 9cm라고 했는데, 가보시 빼고 9였다. 그러니까 실제로 굽은 무려 11cm나 되었다. 이렇게 높은 굽은 처음 신어본다. 자연스레 허리를 쫙 펼 수밖에 없다. 아니면 앞으로 고꾸라질 것 같으니까. 조심스럽게 당당히 걸었다. 출근을 했고, 1교시 수업도 마쳤다. 2교시 시작 전에 화장실에 가면서 목 부분을 당겼다. 왜 이렇게 옷이 땡기지? 하며 뒤쪽을 비쳐보던 나는 식겁하고 말았다. 세상에, 옷을 앞뒤를 바꿔 입고 온게 아닌가! 아아아악, 무려 4시간 만에 알아차렸다. 어휴 얼굴 팔려...ㅜ.ㅜ 그러니까 저 위의 사진은 옷 바꿔입은 것도 모르고 찍은 사진이 되겠다. 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