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SION 과학

제 1668 호/2012-08-08

[이달의 역사]마라톤은 왜 42.195km일까?

2012년 런던 올림픽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며 다양한 육상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 육상 경기는 모든 스포츠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달리고, 뛰고, 던지는’ 동작 없이 이루어지는 스포츠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보다 빨리!(Citius), 보다 높이!(Altius), 보다 힘차게!(Fortius)의 올림픽 표어도 결국은 육상의 정신과 같다.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 숫자가 가장 많은 종목도 육상으로, 무려 47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육상 경기라 하면 100m, 200m, 마라톤 등의 달리기 외에 멀리뛰기, 높이뛰기, 원반던지기, 창던지기 등을 통틀어 말한다. 육상 경기의 유래는 고대 5종 경기에서 찾을 수 있다. 고대 5종 경기는 달리기, 멀리뛰기, 원반던지기, 창던지기, 레슬링으로 고대 병사들의 종합적인 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런 고대 5종 경기에는 원시 사냥의 흔적이 남아 있다. 먹잇감을 쫓으려 달려야 하고(달리기), 개울을 훌쩍 뛰어넘어야 하고(멀리뛰기, 높이뛰기), 돌을 던지거나(포환던지기, 해머던지기, 원반던지기), 창이나 화살을 날려야 한다(창던지기). 즉 육상은 ‘인간이 살기 위해 몸부림쳤던 흔적’이고, 인간이 사냥을 안 해도 먹고살 수 있게 되자 스포츠로 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고대 올림픽은 기원전 776년부터 기원후 393년까지 1169년 동안 그리스 제우스 신전에서 5일간 펼쳐졌다. 첫째 날에는 개회식을 열고, 제우스 신을 기리는 제사를 지냈다. 둘째 날에는 약 700m 길이의 U자 트랙 경기장에서 5종 경기가 열렸으며 다음날부터는 그 외의 육상 경기가 펼쳐졌다. 마지막 다섯째 날에는 완전 무장을 한 남자 선수들의 중거리 경주가 벌어졌다. 고대 올림픽 종목은 1896년 근대 올림픽이 열리면서 시대에 맞게 바뀌게 된다.

오늘날 육상 경기는 크게 트랙 경기, 필드 경기, 도로 경기, 혼성 경기 4가지로 나뉜다. 우리가 잘 아는 달리기는 100m, 200m, 400m등의 단거리와 800m, 1500m의 중거리, 5000m, 1만m의 장거리가 포함된 트랙 경기다. 트랙을 벗어나 도로를 달리는 마라톤은 도로 경기에 속한다. 그런데 100m, 200m 등 딱 떨어지는 거리를 달리는 필드 경기와 달리 마라톤은 42.195km를 달려야 한다. 40km도 아니고 42.195km가 된 이유가 있을까.

마라톤의 유래는 전설로부터 시작된다. 기원전 490년 아테네군 1만 명과 페르시아군 10만 명이 아테네 동북방으로부터 40.2km 떨어진 마라톤 평원에서 대전투를 벌였다. 아테네군은 격전 끝에 페르시아군을 물리쳤고, 이 기쁜 승전보를 전하기 위해 ‘페이디피데스(Pheidippides)’라는 병사가 아테네까지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페이디피데스는 아테네에 도착해 수많은 시민들에게 “기뻐하라, 우리가 정복했다.”는 한마디를 전하고 그대로 쓰러져 죽었다. 페이디피데스가 달린 거리가 42.195km라서 이를 기리기 위해 마라톤 거리로 정해졌다고 전해지지만, 알고 보면 이 이야기는 전설에 불과하다.



[그림] 마라톤 경주로에 세워진 페이디피데스의 동상. 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마라톤 전투를 자세히 기록한 헤로도토스의 『역사』 책은 물론, 플루타르크가 기록한 마라톤 전투에도 위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이 전설은 기원후 2세기 때의 작가 루키아노스에 의해 처음 언급됐는데, 아테네까지 달려간 병사가 페이디피데스라고 하는 것도 의문이 많다. 페이디피데스는 원래 페르시아군이 마라톤 평원 근처 해안에 상륙하자 아테네군 사령부가 241.4km 떨어진 스파르타에 긴급 원군을 요청하기 위해 보낸 병사의 이름이다. 그는 꼬박 이틀 동안 달려 원병을 요청했지만 스파르타군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틀 동안 241.4km를 달려가서도 끄떡없었던 페이디피데스가 마라톤 평원에서 전투가 끝난 뒤 승전보를 전하기 위해 아테네까지 40km를 달린 뒤 쓰러졌다는 것도 의문의 여지가 많다. 일부에서는 페이디피데스가 마라톤 평원에서 스파르타까지 원군을 요청하기 위해 달렸던 내용이 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설이 맞는다면 마라톤 거리가 241.4km가 돼야 한다.

아무튼 아테네에서 열린 제 1회 근대 올림픽에서는 이 마라톤 전쟁의 이야기를 스포츠로 승화시켜 마라톤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마라톤 경기의 첫 우승자는 그리스의 목동 스피리돈 루이스(Spiridon Louis)였다. 국왕은 루이스에게 금메달과 우승자의 증서, 그리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주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루이스는 물을 나르는 데 필요한 좀 더 좋은 마차와 힘센 말만 받겠다고 했을 뿐이다. 한 초콜릿 공장에서는 그에게 평생 무료로 초콜릿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으며, 결혼하자는 청혼도 많이 받았다. 그만큼 당시 마라톤 우승자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그렇다면 마라톤 거리가 42.195km로 결정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의 거리로 결정된 것은 1908년에 열린 제 4회 런던 올림픽에서부터다. 처음에는 출발 지점을 주경기장으로 해 총 42km를 달리기로 정했다. 하지만 호기심 많은 영국 황실 사람들이 “마라톤 출발 모습을 보고 싶다. 출발선을 윈저궁 황실 육아실의 창 아래로 옮겨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그 바람에 거리가 195m 더 늘어났고, 이후부터 42.195km로 굳어졌다.

그러나 1912년 스톡홀롬 올림픽 마라톤 거리는 또 변해 40.2km였고, 1920년 앤트워프 올림픽 땐 42.75km나 됐다. 이렇듯 올림픽 마라톤 코스 길이는 주최 측의 사정에 따라 달라졌다. 결국 1924년 파리 올림픽 때 ‘1908년 런던 올림픽 때를 기준으로 하자’는 의견이 채택돼 현재의 42.195m로 확정됐다. 당시 영국은 모든 분야에서 영향력이 가장 강력했기 때문이다.

육상 경기 중 최장시간이 소요되는 마라톤은 인간의 지구력 한계를 시험하는 극한의 스포츠다. 총 거리도 길지만 트랙이 아닌 도로를 달리는 경기이기 때문에 더위나 주변 소음, 완만하지 않은 경주로 등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고 달리고 또 달린다. 오는 8월 12일 남자 마라톤 경기가 열린다. 전쟁에서 시작해 이제는 만인이 즐기는 스포츠로 자리 잡은 마라톤. 마라톤에 얽힌 역사를 알고 보면 경기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글 : 김화성 동아일보 스포츠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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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4 0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14 1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재 오랜만이다. 이집트에 가 있을 때에도 이보다는 서재에 더 많이 접속했었다. 어휴, 나 정말 바빴구나!

 

많은 일들이 있었다. 방학하던 그 주 월요일에 학교는 분교로 이사를 갔다. 서울시에 반납해야 하는 부지에서 나가지 않으려는 꼼수 때문이다.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덕분에 출퇴근 시간 1시간 추가되었다. 모두 가건물로 되어 있어서 비오던 날 어디 폭격이 있는 것마냥 시끄러워서 수업이 진행되지 않던 게 기억난다. 교탁도 없는 교실에, 책상은 아래 서랍이 없이 뻥 뚫려 있었다. 제일 싼 걸로 맞춘 까닭이리라. 휴우....

 

접힌 부분 펼치기 ▼

 

사실 이사하던 날은 다른 일로 더 분주했다. 2년 전부터 고대하던 3층으로 이사를 가기 위해서 대출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은행 문턱 높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말 서민들에게 한없이 높은 장대였다. 그무렵 저학력자에겐 더 높은 금리로 대출을 했다는 신한은행 기사는 평소보다 더 큰 분노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여러 사연들이 있었고, 어쨌든 잔금은 치렀다. 저금통까지 탈탈 털고 중고책 팔아서 모아둔 예치금도 모두 환급받아서!

 

이사 이틀 전은 내 월급날이었다. 평소보다 30만원 정도 적게 입금된 금액에 노여움이 몰려왔다. 교장샘이 평소 자주 하는 말씀이 월급 30씩 깎겠다는 거였는데 정말 실천했나 싶어서! 득달같이 행정실에 전화를 걸어서 알아본 결과, 고용보험료와 국민연금을 3개월 동안 내지 않아서 그게 한꺼번에 나갔다고 한다. 헐! 그러니까 지금까지 월 50씩 적었던 내 월급이 사실은 60씩 적었다는 이야기. 내가 실업급여 받을 때보다 10만원 더 들어 있는 월급 통장이라니, 멘붕 그 자체였다. 제기랄!

 

열기를 식히기 위해 스타벅스에 갔다. 13주년 기념으로 제조 음료 반값 할인하던 날이었다. 설마하니 그렇게 오래 줄 설줄 몰랐따. 40분 줄 서고, 음료 받기 위해 다시 20분 대기. 멘붕이 피로로 옮겨가던 순간이었다. 여튼, 폭염 속에서 원샷!

 

이삿짐을 나르기 시작하던 날은 중복이었다. 나는 이날 '영원의 도시 로마전'을 보러 갔다. 8월 중으로 써야 하는 티켓이었는데 시간이 이날밖에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쟁기념관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그 옛날 '끝장' 콘서트를 보았던 추억의 장소이지만, 전쟁을 기념한다는 이런 발상의 나라에서는 별로 가고 싶지 않은 곳. 로마전은 제법 재밌었지만 입장료는 좀 과했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이날 제일 인상깊었던 것은 로마 시대 옷을 입어볼 수 있는 체험전이었는데, 혼자 간 나는 옷을 챙겨입어도 사진 찍어줄 사람이 없었다. 셀카라도 찍어볼 요량이었는데 의상 담당 알바생이 사진을 찍어주었다. 친절하셔라!

 

 

보이진 않지만 월계수 관도 쓴 거다. ㅎㅎㅎ

 

암튼, 낮에 외출을 한 까닭에 저녁에 더 열심히 짐을 날랐다. 어차피 내 짐은 다 내가 옮기는 거라서 별 차이도 없지만...;;;;

포장 이사는 하지 않았다못했다. 2층 살고 있는 우리가 3층을 추가로 얻은 것이기 때문에 거리도 가까웠고, 이삿짐 옮길 때 제일 기피하는 대상이 책이라고 알고 있기에 책들은 우리가 나르기로 했다. 그게 모든 화근의 시작이었다. 난 이날 하루만 왕복 40회에 걸쳐서 책을 날랐다. 4면이 모두 책이었던 방에서 1/8을 나른 셈이었다. 그래도 첫날이어서 체력이 달리진 않았다. 다음 날 일요일에는 이보다 세갑절은 날랐나 보다. 문제를 알아차린 것은 월요일이었다. 무릎이 아팠다. 상당히! 연골이 닳아 없어진 느낌이었다.

 

 

처음엔 장판을 새로 깔지 않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토요일에 옮긴 책은 모두 방에 들어가 있었는데 중간에 장판을 깔기로 결심을 바꾸면서 짐을 다시 밖으로 내와야 했다. 당연히 삽질+ 이 사진 밖으로 병풍처럼 책이 더 있다. 책 옮기는 데에 아무 도움은 주지 않으셨지만 이 때문에 2주 내내 엄니에게 욕을 먹어야 했다. 아, 나도 징그럽다.

 

일요일에 직접 장판 사러 방산 시장에 갔는데, 시장 전체 휴일! 결국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제품은 화요일에 배송 예정이고, 그래서 월요일에는 다크나이트를 보러 갔다. 헌데 하필 그 전에 들렀던 은행에서 업무가 막혔다. 때마침 은행은 에어컨이 고장 났고, 찜통 더위 속에 일 보고 부랴부랴 아이맥스로 이동을 하자니 영화를 앞에 놓칠 것 같았다. 해서 예매 취소를 하려고 하니 내 후진 폰은 cgv앱도 깔리지를 않아서 예매취소도 되질 않았고, 나는 용산역으로 부랴부랴 뛰어 갔다. 1층에서 청소 담당하시는 분께 영화관 위치를 물어 보니 잘못 알려주시고, 내가 줄 선 기계는 내 앞에서 고장 나서 먹통 되어주시고! 그래서 결국, 영화는 10분을 놓쳤다. 도둑들에 이어서 이 무슨 악재란 말인가..ㅜ.ㅜ

 

암튼 영화는 즐겁게 잘 보았다. 이튿날 바닥을 깔고 책장을 옮기고 책을 옮기기 시작했다. 형부는 다음 날부터 직장에서 2박3일 캠핑을 떠나서 집에 남자는 없는 상황. 이런 때에 힘 보태줄 애인 하나 없는 현실을 자학하기 충분했다. 힘쓰는 남자는 없지만 힘쓰는 자매는 있어서 우린 파스 붙이고 노동 모드!

 

문제는 목요일이었다. 이미 짐 정리 시작한지 거의 일주일 다 되어 가고 있었고, 책장은 모두 책이 들어찬 상태였는데 엄니께서 이 구조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셨다.

 

 

베란다가 좁은 까닭에 주방말고도 큰 방에서 들어가는 문이 하나 더 있고, 거실로 빠지는 문이 있고, 큰 창이 두개나 있어서 책장을 둘 벽이 부족했다. 해서 책상 공간과 침대 공간을 나누는 의미로 가운데에 책장을 두었는데 엄니는 방 한가운데에 저런 걸 두었다고 노발대발하신 것이다. 아씨, 방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사람은 나인데 내 마음에 들어야지...ㅜ.ㅜ 그나마도 그림책 꽂았다가 들쑥날쑥한 게 정신 없다고 해서 소설로 다 갈아탄 건데 그러신다. 여튼 난 이대로 밀고 나갈 생각이었는데 날벼락이 떨어졌다. 수원 사는 언니가 수원 오피스텔을 정리하고 집으로 들어온다는 급보! 그것도 엄마 통해서 책상 들어갈 자리 마련하라는 '령'이 내린 것이다. 아아아... 우리가 이사 준비하는 내내 집으로 들어올 거냐는 질문을 끝없이 던졌지만 계속 No라고 하던 언니가 집에 와보고선 마음이 바뀐 것이다. 언니 책상은 내 책상보다 크기 때문에 크기를 알려고 전화를 해보니 자기 책상 들어갈 자리는 자기가 정하겠다고 해서 나는 또 헐크가 될 뻔했지만 참았고, 그래서 이날은 분노로 떨며 밖으로 뛰쳐나가서 친구랑 놀다가 들어왔다. 하지만 이미 무릎도 발목도 손목도 모두 만신창이, 체력이 바닥인지라 무더위에 외출하는 것 자체도 힘들었다. 하아...ㅜ.ㅜ

 

주말에 형부가 돌아와서 같이 옷장 다섯 칸을 날랐다. 그 안에 채울 옷을 나르고 나니 손가락도 남아나질 않는다. 옷장이 무거워서 문짝도 모두 분해해서 옮겼는데, 분해한 옷장도 다시 달고, 식탁 밑에 바퀴도 달고, 살다 보니 별 것을 다 해보는구나. 월요일로 넘어간 새벽 3시! 이제 좀 쉴까 했는데 밖에서 쿵 소리가 났다. 어느 미친 또라이가 형부 차 유리창을 깨버린 것이다. 술이 잔뜩 취한 공익 요원이 차 유리를 깨다가 누군가에게 들켜서 신고가 들어간 것이다. 결국 범인은 잡혔지만, 그렇게 또 밤샐 일이 생긴 것! 아아, 참 산 너머 산이다.

 

8월 6일 월요일에는 불후의 명곡2 이승환 편 녹화 신청했지만 똑! 떨어졌고....ㅠ.ㅠ 방송 날짜도 모르는 난 그저 기다릴 뿐!

 

알리를 이 방송을 통해서 좋아하게 되었지만 음반은 재녹음한 것이어서 마음에 별로 들지 않는다. 홍경민은 아직 못 들어봤고, 임태경은 곧 구입할 예정! 근데 이것도 재녹한 거라서 멜론에서 먼저 들어보고 살까 살짝 고민 중이다.

 

 

다시 이사 모드로 돌아가서, 결국 가운데 책장은 허물게 되었다. 침대 발치 서랍장 위로 올렸는데 엄니가 거기 TV 작은 것 두신다고 해서 다시 옆자리로 재배치, 아아아 나는 뼈마디가 부서지는 것 같았단 말이다. ㅜ.ㅜ

 

 

결국 이런 구조가 되고 말았다. 창이 서쪽 방향이라서 햇볕이 많이 들어와 내가 피하고 싶었던 각도다. 오후 늦게까지 해가 가득 들어차서 실내 온도 38도까지 찍었던 무서운 더위가 사무친다.ㅜ.ㅜ

 

얼추 큰 짐이 대강 정리가 되자 바로 중고샵에 책부터 등록했다. 통장도 탈탈 털어서 이사를 했기 때문에 카드값 메꾸려면 부지런히 팔아야 한다. 100권 이상을 알라딘에 팔기로 등록하고, 또 꽤 많은 책을 회원에게 팔기로 등록했다. 이날은 말복날! 지치고 지쳐서 저녁은 피자를 배달시켰다. 그러고 보니 올 여름엔 초복부터 말복까지 영양 보충은 전혀 하지 못했다. 영양은 늘 과다 상태긴 하지만.

 

 

조카들은 신나는 여름 날을 보냈다. 옥상에 커다란 튜브를 갖다 놓았는데 이게 지름이 3m다. 차양막까지 치니 제법 그럴싸하게 피서지가 되었다. 물 받는 데만 무려 3시간..ㅜ.ㅜ 내일 비오면 못 쓰게 될 터, 오늘까지 조카들은 신나게 물놀이를 즐겼다. 나도 들어가고 싶었지만 차마...;;;;

 

 

일 한참 하던 무렵의 내 손톱은 저렇게 만신창이였다. 사진이 작아서 잘 안 보이나? 파스의 기운은 그닥 크질 않아서 이틀 전부터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손목 발목 손가락 발가락 모두 아프지만, 일단은 무릎에 집중하고 있다. 버스의 세칸 계단도 부담스러운 통증이다. 노약자들에게 저상 버스가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를 새삼 알게 되었다. 이런 와중에 터진 '엄마' 아파트 배달원 엘리베이터 사용 제한 기사는 노여움에 노여움을 더하기 충분했다. 모든 배달은 1층으로 단일화하고, 주문한 사람이 내려와서 찾아가야 마땅하다.(버럭!!)

 

그렇게, 7월과 8월이 지나갔다. 이제 올림픽에 관심 좀 가져볼까 싶었는데 벌써 폐막식이란다. 그리고 나는 내일, 개학이다. 헐! 광복절도 지나지 않고 개학이라니...ㅜ.ㅜ

 

원래도 휴가는 모르고 살았지만, 휴식은커녕 골병든 채로 개학이라니, 서글프다. 언니는 옷장 한칸도 비우라는 령을 보내왔다. 하하핫... 올려왔던 옷은 다시 2층으로 내려 보내야 한다. 일찍 좀 얘기해 주지..ㅡ.ㅡ;;;;;

 

펼친 부분 접기 ▲

 

 

 

그래도 방학의 마무리는 산뜻하게 해야 하는 법!

 

 

다이소에서 천원 주고 사온 봉숭아를 물들였다. 분말로 되어 있는데 물만 부으면 준비 완료! 약 30분 정도 손톱에 올려놓았다가 떼면 된다. 어릴 적 손가락 아프게 실로 조였던 추억은 바이바이지만, 새삼 세상 참 편해졌구나 싶다. 현재 우리집 여자들은 모두 봉숭아 삼매경!

 

 

 

 

 

 

 

 

 

 

방학 동안 읽고 싶었던 많은 책들이 있었고, 가고 싶은 곳도 많았지만 일단은 모두 유보 상태다. 건강도 차차 회복될 것이고, 모든 게 조금씩 안정이 되어갈 거라고, 믿고 싶다. 다시 식구들이 모두 모이게 되었으니 부딪히는 일도 무척 많을 테지만 좋은 일도 분명 많을 거라고, 역시 믿고 싶다.

 

다시, 개학이다. 새벽같이 회의가 잡힐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어쨌든, 해피 and인 걸로!

 

덧글) 제목은 발바닥을 디딜 때마다 찢어지게 아팠기 때문이다. 인어공주의 심정이 이랬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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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8-12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개학입니다...

마노아 2012-08-13 11:13   좋아요 0 | URL
오늘입니다...흑..ㅜ.ㅜ

희망찬샘 2012-08-12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로가 덩달아 밀려옵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이곳이 도서관이냐고 찬이가 묻네요. 우리집도 책만 정리하면 좋은데... 옆에서 한소리 하네요. 마노아님 방 멋지대요. ^^

마노아 2012-08-13 11:14   좋아요 0 | URL
쓰다가 중단되고 중단되어서 이틀에 걸쳐 썼어요. 쓰는 것도 피로가 몰려오던걸요.^^;;;;
책정리는, 정말 이사 정도의 큰 이벤트가 아니면 좀처럼 엄두가 나질 않아요.ㅎㅎㅎ

BRINY 2012-08-12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랑 같이 방 쓰시게 되시나요? 창문이 두개나 있는 널찍한 방이네요. 커튼도 하늘하늘 레이스로 예쁘고요. 비 쏟아지기전에 이사 끝내셔서 다행이네요.

마노아 2012-08-13 11:15   좋아요 0 | URL
원래는 엄마가 잠잘 때만 올라오기로 되어 있었는데 이제는 언니랑 같이 자게 되었어요. 오피스텔은 근처에 얻었고 출퇴근 하는 거죠.
어제는 비오는 가운데 못 박는 작업을 했어요. 여기저기 박을 데도 많은데 잘못 박은 곳도 많아서 다시 해야 하는 것도 있어요.^^;;;

순오기 2012-08-12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고생이 많았군요.
앞으론 좋은 일, 즐거운 일이 많을 거라고 위로와 응원을 보내요!!

마노아 2012-08-13 11:16   좋아요 0 | URL
좋은 일이 많아야 하는데, 오늘 아침 회의를 못 갔어요. 회의 있단 연락을 못 받았는데 아침 회의 8시에 있단 소리를 8시 반에 알았답니다. 멘붕이에요..ㅜ.ㅜ

네꼬 2012-08-13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은 대체 몇 명의 인생을 살고 있는 거예요? (절레절레) 이 긴 글, 이 다양한 사연 중에 내가 제일 좋은 건, 혼자서 로마전 보러 가서 씩씩하게, 로마 옷 입고 사진 찍은 거예요. 나는 마노아님이 진짜 너무 좋아. ㅎㅎ 그리고 방 진짜 멋지네요! 마노아님 방 같아요.

마노아 2012-08-13 11:17   좋아요 0 | URL
헤헤헷, 네꼬님, 저 정말 씩씩하지요? 어린왕자전도 보러 가고 싶은데 다리가 아파서 일단은 참고 있어요. 제 방이라고 저 혼자만 생각하고 있어요. 다른 식구들이 별로 동의를 안 하네요.^^;;;;

Kitty 2012-08-13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읽으면서 숨이 차요 ㅜㅜ
이사라니 큰 일 치르셨어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나저나 왤케 일찍 개학을 한대요? ㅜㅜ

마노아 2012-08-13 11:17   좋아요 0 | URL
여기 일년3학기제라서 방학이 짧아요. 봄방학은 없어요. 아아아.... 개학이라니...ㅜ.ㅜ

개인주의 2012-08-20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거에 몇분의 일도 안되는 책을 좀 버리고
정리하고 책장도 달랑 하나 버리고 ..
그러고 몸살 났어요. -_-
그런데 어떻게 저 많은 짐덩이들을..

마노아 2012-08-20 15:55   좋아요 0 | URL
책정리가 보통 노가다가 아니에요.ㅠ.ㅠ
아침에 일어나 땅바닥에 발을 디딜 때마다 발목이 쑤셔요. 엉엉....;;;;;
 

방학은 짧고 시간은 빨리 흐른다. 쿵!!

 

 

요새 부쩍 음악과 미술에 관심과 열의를 보이는 세현군! 이사한 집에는 제일 먼저 세현군의 그림부터 벽에 걸렸다. 정리 다 끝나면 위치는 옮길 것 같긴 한데 여하튼 액자는 두 개 다 걸릴 예정!

 

어린이 과학형사대는 무려 20권짜리다. 어휴, 값도 만만치 않다. 근데 무척 흥미가 간다. csi 한편도 보지 못했지만...^^ 인테리어 책은 언니를 위한 것! 일단 정리부터 끝내고 집을 꾸며 봅시다!

조카는 국어보다 수학이 재밌다고 했다. 그리고 수학보다는 사회가 재밌다고 했다. 수학과 과학 중에는 뭐가 더 재밌는지도 물어볼걸 그랬다. 궁금하네. ㅎㅎㅎ

 

조카의 개학이 코앞이다. 4학년 2학기의 시작! 준비 체제를 갖춰야 한다.

조카는 최근 피아노 실력이 부쩍 늘었다. 오래 시키니까 나름의 실력이 누적되어 뿌듯하다.

조만간 콩쿠르 나갈 생각인데 이번엔 재즈다. 일요일이니까 나도 응원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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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63 호/2012-08-01

여름의 불청객이라고? ‘땀’의 항변

“그래, 나 뚱뚱하다!”

인기리에 방송 중인 ‘개그콘서트’의 네 가지 코너. 이 코너의 백미는 ‘뚱뚱한 남자’의 대변인으로 나서는 개그맨 김준현 씨다. 빨간 넥타이가 빈약해보일 정도로 거대한(?) 몸집을 가진 그가 단상에 올라 손수건을 꺼내는 순간부터 관객들은 포복절도한다. 뚱뚱한 이에 대한 오해를 늘어놓는 그의 입담도 입담이지만, 온몸을 적셔버릴 듯 흐르는 땀이 뚱뚱한 자의 비애를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뜨거운 여름이 깊어질수록 김준현 씨와 비슷한 몸매를 가진 사람들은 괴롭다. 두꺼운 피부와 늘어난 피하지방 때문에 남들보다 더 덥고 땀도 많이 흘리기 때문이다. 특히 땀은 흘리는 모습이 지저분해 보이는데다 마르는 과정에서 냄새도 나기 때문에 이들에게 또 다른 고민거리가 된다.

그러나 사실 땀은 인간에게 고민거리가 아니라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존재다. 몸의 열을 효과적으로 배출하는 것은 물론이고 진화과정에도 큰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또 특정 부위에서 나는 땀은 사람의 감정 상태를 반영하기도 한다.

강한 햇볕이 내리쬐는 더운 환경에서 인간을 비롯한 동물에게 체온조절은 필수적이다. 뜨거워진 몸을 식히기 위해 동물이 쓰는 방법은 복사와 대류, 전도, 증발이다. 예를 들어 동물의 털이나 새의 깃털은 들어온 열을 붙잡아서 다시 주변 환경으로 내보내는 복사 형태로 배출한다. 사람의 머리털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머리가 뜨거워지지 않도록 보호한다. 또 땅을 밟는 발 등을 통해 몸으로 들어온 열을 전도 형태로 내보낸다. 대류에 따른 공기의 흐름은 몸 주변의 열을 빼앗아간다.

그런데 기온이 높아질수록 체온과 외부 온도의 차이가 줄어들기 때문에 위에 설명한 세 가지 방법으로 내보낼 수 있는 열의 양이 줄어든다. 결국 땀을 흘리고 이를 증발하면서 열을 빼앗아 가는 ‘증발’의 방법이 더 중요해지는 것이다. 또 동물이 활동을 더 많이 할수록 신체 내 대사가 많이 일어나서 큰 근육을 중심으로 많은 열을 발생시킨다. 이때 증발을 통해 열을 효과적으로 내뿜는 게 생존에 필수적인 능력이 된다.

동물에 비해 털이 없는 인간에게 땀은 더 중요한 냉각 체계다. 인간의 몸을 식히는 땀은 주로 ‘에크린 땀샘’에서 나오는 물처럼 맑은 땀이다. 대량의 땀을 내보내고 빨리 증발시키는 에크린 땀샘은 신체 표면에 200~400만 개 정도 있으며, 평균 밀도는 1㎤ 당 150~340개 정도다.

반면 포유류의 피부에는 ‘아포크린 땀샘’이 많다. 아포크린 땀샘은 뿌연 점액질의 땀을 적게 배출하며, 이 땀이 건조되면 끈적거리는 방울 모양이 된다. 말 같은 동물은 아포크린 땀이 피지샘에서 나오는 피지와 결합해 거품 형태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체온을 조절하기도 한다. 인간 피부 중에는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귀 부분에 아포크린 땀샘이 소량 분포하고 있다.

인간이 에크린 땀샘을 통해 체온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진화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다른 동물들이 그늘에서 쉬는 낮 시간 동안 활동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먹이를 구하거나 도구를 만들 재료를 찾기 위해서 인간은 멀리까지 이동해야 했다. 결국 우리 조상은 트인 환경에서 오랫동안 빠르게 움직여야 했으므로 몸을 효과적으로 식힐 방법이 꼭 필요했던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뇌의 크기가 커졌다는 것이다. 신체 기관들이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체온이 일정해야 하는데, 특히 뇌는 온도에 취약하다. 고열에 시달리는 환자들은 대화와 사고에 문제가 생기며, 뇌의 온도가 섭씨 40도를 넘기면 의식이 혼미해진다. 섭씨 42도를 넘은 상태가 계속되면 의식을 잃고 사망에 이른다. 진화를 거치면서 인간의 뇌는 점점 커졌고, 뇌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다량의 땀을 흘려 동맥 속에 흐르는 혈액의 온도를 조절하고 뇌를 효과적으로 식히게 된 것이다.

결국 인간은 활동량이 늘어나고 뇌가 커지기 시작한 직립보행 시기 즈음부터 땀을 많이 흘릴 수 있도록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 아포크린 땀보다 에크린 땀을 잘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다. 실제로도 지구에서 에크린 땀을 가장 잘 만드는 동물이 인간이다.

땀의 또 다른 기능은 감정을 반영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에크린 땀샘은 열에 반응해 땀을 만들고 체온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손바닥과 발바닥은 예외다. 이곳은 우리 몸에서 가장 오래된 에크린 땀샘이 있는 곳으로, 열이 아니라 ‘정서적 자극’에 반응한다.

중요한 면접을 앞두고 있거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을 하는 순간, 우리는 손이 차갑고 축축해진 걸 느낄 수 있다. 또 9회말 2아웃 상황에서 응원하는 야구팀이 역전 홈런을 치는 모습을 볼 때 손에 땀을 쥐는 경험도 할 수 있다. 손바닥에 있는 에크린 땀샘이 불안과 초초, 흥분의 감정을 반영해 땀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불안이나 흥분을 느끼면 교감신경계가 약하게 자극되고, 손바닥에 있는 에크린 땀샘에서 땀이 배출된다. 날씨나 주변 환경과 상관없이 흐르는 땀이라고 해서 이런 땀을 ‘감정적 땀’이라고도 한다.

손바닥과 발바닥의 땀샘이 왜 감정에 반응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다. 그러나 오래 전 인간의 조상이 나무 위에서 살 때 이런 특징이 만들어졌다는 의견이 있다. 작은 영장류의 손과 발에 있는 지문에 습기가 약간 있으면 피부감각이 더 예민해진다. 예민해진 촉각은 주변 환경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유리하므로 나무 사이를 더 안전하게 이동하려면 손바닥과 발바닥에 있는 땀샘이 자극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런 감정적 땀은 현대 법의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범죄 용의자의 손바닥에 땀이 난다면 초조하고 불안해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땀샘이 활동해 손과 발이 축축해지면 전기전도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이용해 용의자의 불안 정도를 추정하거나 거짓말 탐지기를 만들기도 한다.

아름답지는 않지만 오래 볼수록 소중한 이유를 찾을 수 있는 존재들이 있다. 땀과 땀샘이 바로 그렇다. 땀샘과 거기서 나오는 땀은 아주 사소해 보이지만, 우리는 땀 덕분에 낮에도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고 뇌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됐다. 이렇듯 땀은 오늘날 인간의 모습을 만드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셈이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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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2-08-02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땀도 나이 들수록 양이 더 많아지는걸까요?
요즘 땀구멍이 만개했나? 싶을정도로 예전보다 땀이 많이 나더라구요.ㅋ
뇌가 큰 사람은 땀을 더 많이 흘릴까요??ㅋ
이상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군요.
더워서 그런가봐요~^^
여름 시원하게 잘 보내세요~~

마노아 2012-08-03 10:26   좋아요 0 | URL
제 생각에 더위를 더 많이 타게 되는 것 같긴 해요. 열불이 난다고 할까요. ㅎㅎㅎ
머리가 크다고 뇌가 크지는 않겠죠? 그런 위안이라도 있음 좋겠어요..;;;;;
책읽는나무님도 이 더운 여름 지치지 말고 즐겁게 보내셔요~
요새는 정말 불타는 햇볕이에요...(>_<)
 

   FOCUS 과학

제 1659 호/2012-07-30

기생충, 공포영화 소재 될 만하네~

언제부터인가 공포영화의 소재가 초자연적인 존재에서 ‘있을 법한 생물’로 옮겨가고 있는 듯하다. 예전에는 처녀귀신이나 지박령, 늑대인간 등 상상의 소재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세균이나 변종 동물 등 현실세계에서 볼 수 있을 법한 것들이 주역으로 등장한다. 그럴싸한 과학적 근거도 붙어서 말이다. 한강의 ‘괴물’에도 몰래 폐기한 화학약품 때문이라는 설정이 붙고, 고전적인 공포영화의 주인공인 ‘좀비’마저도 이젠 바이러스나 기생충에 감염된 결과로 묘사되곤 한다.

이러한 트렌드에서 최근 각광받는 것이 바로 ‘기생충’이다. 기생충은 숙주(먹이)의 몸을 빌어 번식하는 생물이다. 다른 생물을 먹이로 한다는 점에서 기생충은 포식자이기는 하지만 특이하게도 먹이를 가급적 살려두려는 이상한 포식자다. 먹이의 몸속에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생충에 감염되더라도 겉으로 보기에는 별달리 특이한 점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멀쩡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몸속에는 무서운 생물이 자라고 있더라’ 라는 식으로, 익숙한 일상이 공포로 변하는 장치에 딱 적합한 소재인 셈이다.

올해 7월 초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연가시’는 이런 공식에 충실하다. 영화에 등장하는 기생충이 실존하는 기생충의 변종이라는 설정이다. 연가시에 캐릭터성을 부여하기보다 감염과 전파 과정에 초점을 맞춰 현실감도 제법 살렸다. 게다가 실존하는 제약회사와 구충제가 실명으로 버젓이 등장한 탓에 실제로 영화 개봉 이후 영화에 등장한 구충제를 찾는 사람들이 제법 많아졌다고 한다.

◆곤충을 좀비로 만드는 무서운 기생충들
연가시는 유선형동물문 연가시강에 속한 동물을 한데 묶어 이르는 말이다. 생김새 때문에 실뱀, 철사벌레 같은 이름으로도 불린다. 영어명은 아예 ‘말털(Horsehair)’일 정도다. 연가시는 산 속의 맑은 물가에 떠다니기도 하는데, 이름 그대로 은빛을 띤 양파 뿌리처럼 보인다. 몸에 눈이나 숨구멍, 하다못해 플라나리아에게도 있는 안점(眼點)조차 없어서 얼핏 보면 생물인지 무생물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다. 자극에 대한 반응도 워낙 느려 손에 닿더라도 꿈틀대지 않는다.

물속에서는 이렇게 얌전해 보이는 연가시지만 곤충의 몸속으로 들어가면 에일리언이 따로 없다. 물속의 연가시 성충이 낳은 알은 물가로 온 곤충들의 몸속으로 들어가서 부화한다. 깨어난 애벌레는 숙주의 내장을 차근차근 먹어치우고 10~15cm 정도가 될 때까지 자라서 내장 대신 배 속을 빽빽하게 들이 채운다. 경우에 따라서는 1m가 넘게 자라는 경우도 있을 정도니, 연가시가 자랄 대로 자라면 곤충은 말 그대로 껍데기밖에 남지 않을 정도다. 연가시의 주요 숙주 중 하나인 메뚜기의 배 길이가 3~4cm도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저 커다란 녀석이 어떻게 자그마한 뱃속에 들어갈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다.

죄다 뜯어 먹혀서 텅텅 빈 뱃속을 기생충이 꽉 채웠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공포스러운데, 연가시는 숙주의 행동을 조종하기까지 한다. 연가시는 공기 중에 노출되면 얼마 살지 못한다. 숙주의 몸속에서 자란 연가시가 성충으로 자라 번식하려면 가급적 빨리 물속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연가시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해 숙주가 스스로 물에 빠져 죽도록 조종하며, 이때다 싶으면 숙주의 배를 찢고 물속으로 튀어나온다.

[그림]연가시는 숙주인 곤충을 조종해 물속으로 뛰어들게 만든 뒤 숙주의 몸속에서 빠져나온다. 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이처럼 무시무시한 생활사 덕분에 연가시는 대표적인 혐오곤충 중 하나인 ‘꼽등이’와 엮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지와는 다르게 연가시는 1급수에서만 사는 청정 생물이다. 사체나 썩은 유기물을 주로 먹는 꼽등이와는 상종할 일이 별로 없다. 영화에서 연가시가 1급수가 아닌 한강으로 풀려나오는 설정은 고증오류 중 하나인 셈이다.

이밖에 연가시처럼 숙주의 생각까지 조종하는 무서운 기생충으로 ‘케르카리아(cercaria)’가 있다. 정확히는 란셋흡충(Dicrocoelium dendriticum)이라는 디스토마의 한 종류의 유충을 일컫는 말로, 성충은 양이나 소에 기생한다. 포유류에 기생하는 많은 기생충처럼 란셋흡충도 곤충을 중간숙주로 삼는다.

란셋흡충의 알은 감염된 소나 양의 배설물에 섞여 나온다. 이 알이 흙 속에 섞여 달팽이에 먹히면 달팽이 몸속에서 부화한다. 달팽이는 몸속에 사는 유충인 케르카리아를 점액질로 둘러싸서 몸 밖으로 쫓아낸다. 여기까지만 보면 케르카리아가 달팽이에게 대책 없이 퇴치당한 것으로 보이지만 어디까지나 추진력을 얻기 위해 웅크리는 과정일 뿐이다. 케르카리아가 잔뜩 들어찬 점액덩어리는 개미가 먹어치우고, 개미의 몸속으로 들어간 케르카리아들은 무럭무럭 자라서 성체가 될 채비를 마친다. 특이하게도 한 마리의 케르카리아만은 다른 것들과 다르게 식도 아래의 신경중추로 이동해서 개미를 말 그대로 ‘조종’한다. 이 한 마리의 영향으로 개미는 저녁마다 집단을 빠져나가 풀 꼭대기에 올라가서 새벽이 될 때까지 꼼짝 않고 기다린다. 소나 양과 같은 동물들이 밤참을 즐기다가 케르카리아에 감염된 개미까지 덥썩 베어 물면 개미를 조종하던 한 마리는 죽고 나머지 유충들은 무사히 숙주의 몸속으로 들어가 성장한다.

◆사람에게도 연가시 감염이 가능할까?
물론 현실에서는 연가시나 케르카리아가 사람 생각과 행동을 조종하는 일은 없다. 기생충들이 생물의 몸속이라는 매우 특수한 환경에 적응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앞으로도 곤충을 숙주로 삼는 기생충이 포유류에게 기생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연가시와 비슷하게 생긴 기생충이 사람에게 기생하는 일은 있다.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에 만연하는 병 중 ‘기니아충병’이라는 것이 있다. 이름 그대로 기니에서 많이 발견되는 질병으로 ‘메디나충병’이라고도 한다. 이 병은 ‘메디나충(Dracunculus medinensis)이라는 기생충이 일으키는 질병으로, 고대 이집트의 미라에서 발견되고 성서에 ‘불뱀’이라는 이름으로 언급될 정도로 역사가 길다. 연가시보다 조금 더 긴 모양의 메디나충은 유충 시절을 물속에서 보내다가 사람이 물을 마시면 몸속에 들어가서 기생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유충이 피부를 뚫고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때문에 이 병이 유행하는 동안은 학교들이 몇 달을 쉴 정도로 공포의 대상이다.

인간의 몸속에 침투한 메디나충은 피하조직으로 들어가 꿈틀꿈틀 움직이며 주변의 조직으로부터 양분을 얻는다. 다 자라면 50~80cm나 되는 기생충들이 피부 속을 헤집으며 기어 다니니, 감염된 사람으로서는 미칠 노릇이라고 한다. 메디나충은 사람의 몸속에서 교미를 한 후 알을 밴 암컷이 발목 쪽으로 내려와서 다시 물속으로 나갈 채비를 한다. 암컷이 수정한 후 1년 정도가 지나면 환자의 다리는 걷지 못할 정도로 퉁퉁 부어오르며 가렵고 따가운 수포가 생긴다. 수포가 생긴 부분에는 작열감이 아주 강한데, 이를 식히려고 물속에 발을 담그면 수포가 터지면서 알주머니가 나오는 것이다.

그나마 뇌를 조종하는 식의 엽기적인 일은 하지 않지만 메디나충으로부터 받는 고통은 대단하다. 일단 몸속에 침투한 메디나충은 피하조직 깊숙이 파고드는지라 구충제도 듣지 않는다. 때문에 메디나충이 피부 가까이에 있을 때 칼로 째서 막대에 감아 천천히 꺼내는 방법밖에 없다고 한다. 1m쯤이나 되는 것들을 하루에 2~3cm씩 감질나게 빼내니 완전히 뽑아내는 데도 한달이나 걸린다. 이 과정에서 겪는 고통도 엄청나서 기절하는 환자도 있다고 한다. 다행히 기생충학자들의 노력으로 피해가 많이 줄기는 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메디나충병이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기생충은 생물의 몸속에서 생활하는 탓에 기괴하고 나약해 보일지 모르지만 실은 엄청나게 진화한 생물에 해당한다. 살아있는 생물의 몸속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수많은 효소와 화학적 방어체계를 뚫어야 하고, 침투한 이후에도 끊임없이 숙주의 면역체계를 회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숙주의 몸속에서 생활하므로 실제 생활사를 관찰하기도 쉽지 않은 탓에, 기생충에 대한 연구도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이유로 기생충의 모티브가 연가시나 에일리언과 같은 공포영화에 자주 등장하는지 모른다. 미지의 대상일수록 경이롭고 무서운 법이니까.

글 : 김택원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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