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필요할 땐 내 곁에 없어.

넌,
바쁠 때만 날 괴롭히지.

- 하상욱 단편시집 '' 중에서-


끝이
어딜까

너의
잠재력

- 하상욱 단편시집 '다 쓴 치약' 중에서-


너인줄
알았는데

너라면 좋았을걸

- 하상욱 단편시집 '금요일 같은데 목요일' 중에서-


얼마 전까지
넌 정말 차가웠지

하지만 요즘
넌 많이 달라졌지

- 하상욱 단편시집 '선풍기 바람' 중에서-


알콩달콩
좋아보여

재밌게도
사는구나


- 하상욱 단편시집 '옆 사람 카톡' 중에서 -


너의 진짜 모습

나의 진짜 모습

사라졌어

- 하상욱 단편시집 '포토샵' 중에서 -



바꾸려고
애쓰지마

다를거라
기대도마


- 하상욱 단편시집 '프로필 사진' 중에서-


바빴다는건

이유였을까

핑계였을까

- 하상욱 단편시집 '헬스장' 중에서 -


가끔씩
깨닫는

너라는
고마움

- 하상욱 단편시집 '재부팅' 중에서 -


어려운 일도
아닌데

괜한 자존심
때문에

- 하상욱 단편시집 '[좋아요]' 중에서 -


생각의
차이일까

오해의
문제일까

- 하상욱 단편시집 '미용실' 중에서 -


정해진
이별

새로운
시작

- 하상욱 단편시집 '2년 약정' 중에서 -



잊고 싶은데


또렷해지네

- 하상욱 단편시집 '스포일러' 중에서 -


서로가
소홀했는데

덕분에
소식듣게돼

-하상욱 단편시집 '애니팡' 중에서 -


이쁜 여자가
좋아

그래서 니가
좋아

- 하상욱 단편시집 '보고있나여친' 중에서-

시집 제목이 서울시.. ㅎㅎㅎㅎ

이 시인 천재 같아!


댓글(14) 먼댓글(1)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 이 짧은 문장에 이런 큰 공감이!
    from 그대가, 그대를 2014-10-20 08:24 
    웹상에서 꽤 여러 편 보았지만 더 많은 시들을 만나고 싶었다. 이 짧은 문장 속에 이런 해학을 담다니! 그야말로 촌철살인! 친한 친구 축의금은 고민 안 하지만, 자주 바뀌게 되는 직장 동료의 경우는 고민하게 된다. 이번주에 하나, 다음주에 또 한번의 결혼식이 있다. 하아...;;; 내복 입는 건 눈치 안 본다. 근데 고등학교 때는 좀 챙피해 했다. 인정!연말정산, 해마다 해도 해마다 헷갈림. 모든 길이 늘 헷갈리는 것처럼! 요건 이해가 안 갔음. 어
 
 
순오기 2012-10-12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천재영역에 속하는 시인답군요.^^

마노아 2012-10-12 16:56   좋아요 0 | URL
시인의 감수성은 역시 남달라요.^^

다락방 2012-10-12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의 말에서 완전 빵터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노아 2012-10-12 16:56   좋아요 0 | URL
마태우스님 말 사진을 보내드리고 싶었어요. ㅋㅋㅋㅋㅋ

깐따삐야 2012-10-12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포일러...ㅋㅋㅋ 말장난 쩌는 주변의 악동들도 떠오르고. 암튼 재미납니다.

마노아 2012-10-12 16:56   좋아요 0 | URL
저렇게 짧은 몇 마디 말로 액기스를 표현해 내다니 대단해요. 페이스북의 '좋아요'도 웃기고요.ㅎㅎㅎ

노란곰 2012-10-12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웃음이 부족한 제게 딱이예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마노아 2012-10-12 16:57   좋아요 0 | URL
우리 같이 웃도록 해요. ^^ㅎㅎㅎㅎㅎ

무스탕 2012-10-12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천재!!
그럼 저 말이 작가의 소유라고요? ㅎㅎㅎㅎ

마노아 2012-10-13 22:52   좋아요 0 | URL
이 책이 무료 다운로드 시집인지라 작가님 소유의 말 같지는 않아 보여요.ㅋㅋㅋㅋ

이진 2012-10-13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꺄! 마노아님 제가 한발 늦었군요 ㅠㅠㅠ
이 작가 완전 천재지요... 정말 ㅋㅋㅋㅋ

마노아 2012-10-13 22:52   좋아요 0 | URL
작가님 완전 대단해요. 환호를 질러주고 싶어요. ㅎㅎㅎ

하상욱 2012-12-07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재라뇨... 저 그런 사람 아니에요 ^^;
구글에 제 이름 검색해봤다가 글과 댓글 보고 놀라서
안 쓰던 알라딘 아이디까지 찾아다가 글 남깁니다.
말씀들 과분하구요, 재밌게 봐주셨다니 기쁘고 감사합니다.

마노아 2012-12-08 23:29   좋아요 0 | URL
하하핫, 촌철살인 좋은 시 재밌게 보았어요.
덕분에 여러 분들과 즐거움을 나눴네요.
다음 작품 또 기대하겠습니다.^^
 

  

제 1706 호/2012-10-01

집먼지진드기는 0.1~0.5mm 크기로 사람의 피부 부스러기 등을 먹으며 침구, 방바닥 등에 서식한다. 아토피피부염이나 알레르기비염, 천식 등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제거하는 방법은 없을까?

김준형 연세대 의대 교수팀이 2006년 ‘천식 및 알레르기(Journal Of Asthma, Allergy And Clinical Immunology)’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서울 지역 침구먼지의 집먼지진드기 농도는 7월을 전후해 급격히 늘어나 10~1월까지 지속됐다. 방바닥의 집먼지진드기 농도는 여름, 가을과 겨울, 봄 순으로 높았다. 이들을 제거하기 위해선 일단 생존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된다. 이들이 왕성하게 번식하는 습도는 75~80%, 온도는 섭씨 18~29도로 따뜻하고 습한 환경을 좋아한다. 때문에 습도를 60% 이하로, 온도를 섭씨 25도 이하로 낮추면 집먼지진드기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집먼지진드기는 자외선, 고온, 충격에도 약하기 때문에 햇볕이 강한 오후 2~3시경 침구를 자주 말리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침구를 걷어낸 뒤 진공청소기로 매트리스 구석구석의 먼지를 빨아들이는 것도 효과적이다. 이불이나 베개는 섭씨 55~60도의 물에 일주일에 한 번씩 세탁하거나, 빨래대에 걸어놓고 방망이로 두드리면 진드기를 없앨 수 있다.

매트리스는 3개월마다 좌우로 돌려주기, 6개월마다 상하 뒤집어주기, 일주일마다 커버 세탁하기, 소독용 알코올 뿌리기 등을 해 주면 진드기 퇴치에 도움이 된다.

 

출처 : 과학향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FUSION 과학

제 1708 호/2012-10-03

못 배운 과학자의 위대한 업적

지난 9월, 한국영화계의 비주류, 아웃사이더로 손꼽히는 김기덕 감독이 영화 ‘피에타’로 제 69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해 주목받았다. 그간 흥행률 저조, 평단의 혹평 속에도 묵묵히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어 왔는데, 영화 관련 정식교육을 받지 못했음에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꾸준히 수상할 만큼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인정받고 있다. 과학기술계에도 소위 이런 류의 이단아들이 있다. 정식교육을 받지 못했거나 관련종사자들에게 인정받지 못했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과학기술계에 기여한 과학자들. 그들의 업적은 그래서 더욱 빛이 난다.

오늘날 우리생활에 꼭 필요한 가전제품으로 빼놓을 수 없는 전자레인지는 우연한 기회에 발명됐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퍼시 스펜서’라는 한 과학자의 끊임없는 노력 뒤에 탄생한 결과물이다.

미국의 공학자이자 발명가였던 퍼시 스펜서(Percy Spencer, 1894~1970)는 미국 메인주(州) 시골마을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얼마 뒤 어머니에게도 버림받아 남의 손에서 자라야 했다. 어려운 가정을 돕기 위해 초등학교 5학년 정도의 교육만 받은 채 생계 전선에 뛰어들어 이른 새벽부터 저녁까지 제지공장에서 일했다. 밤에는 공부를 하며 기계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을 채워나갔다.

그렇게 ‘주경야독(晝耕夜讀)’ 생활을 하던 중, 16세 무렵 그의 재능을 발휘할 기회가 찾아온다. 당시 제지공장에서는 전기를 설치하기 위해 관련 기술자를 모집하고 있었다. 퍼시는 책으로만 알던 내용을 직접 시험해 보기 위해 사장을 설득했고, 갖은 시행착오 끝에 전기를 설치하는데 성공한다. 관련 서적을 독학해 얻은 실력임에도 다른 기술자들이 하지 못한 일을 해낸 것이다. 그 후로 그는 메사추세츠 주에서는 제법 알아주는 전기 기술자로 통했다.

해군에 입대해서는 학력을 속이고 무전병과를 지원해 삼각함수, 미적분, 화학, 물리학, 야금학 등을 배우게 된다. 관련 분야의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은 그의 실력은 나날이 늘어갔다. 제대 후 25세의 나이로 레이시온이라는 무전장비회사에 들어간다.

1945년, 겸손하고 성실한 자세로 근무하던 그에게 일생의 사건이 일어난다. 당시 레이시온에서는 마그네트론을 제조하고 있었는데, 마그네트론이 작동 중이던 실험실에 들어갔던 퍼시가 주머니에 넣어둔 초콜릿 바가 녹은 것을 발견한 것이다. 마그네트론은 마이크로파 신호를 생성하기 위한 진공관으로 당시 레이더에 필수적인 장치였다.

이 우연한 사건에 호기심을 느낀 퍼시는 초콜릿 바가 녹은 이유와 마이크로파와의 상관관계를 밝히기 위해 연구를 진행한다. 우선 옥수수 알맹이를 마그네트론 옆에 놓아두었다. 그러자 알맹이가 터지며 팝콘으로 튀겨졌다. 다음날은 달걀을 옆에 두어 달걀을 익게 만들었다. 이를 본 퍼시는 마이크로파가 음식 조리에도 쓰일 수 있다고 추측하고 오늘날 전자레인지라고 불리는 상자를 만들어냈다.

레이시온은 이 발명을 요리에 적용하기로 결정하고 보스턴의 한 레스토랑에 설치하는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실험과 개량을 통해 마침내 1947년 첫 번째 전자레인지인 ‘레이더랜지(RaderRange)’를 만들어냈다. 최초의 전자레인지는 높이가 무려 167cm, 무게는 340kg에 달하는 ‘거구’의 장치였다. 가격은 무려 5,000달러로 가정용으로는 보급될 수 없는 사양이었다. 하지만 냉동식품을 빨리 해동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레스토랑이나 항공사 등에서 이용됐다.



[그림] 1961년경 레이시온사에서 출시한 전자레인지 레이더랜지. 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가정용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시기는 1952년부터였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팔려나간 시기는 1970년 이후였는데, 이미 퍼시가 사망한 다음이었다.

“교육 받은 과학자들은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불가능한지에 대해 미리 예단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퍼시는 무엇이 불가능한지에 대해선 전혀 모르고 있었다.”

퍼시의 동료 과학자는 그를 이렇게 표현했다. 정식으로 교육받지 못했지만 아이 같은 호기심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세기의 발명품을 탄생시킨 것이다. 전자레인지 외에도 그는 생전에 무려 225개의 특허를 획득했다.

오늘날 예술과 과학을 모두 아우르는 융합형 인재로 꼽히는 다빈치 역시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것으로 유명하다. 다빈치는 화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의 업적이나 그의 작품이 끊임없이 과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되는 것을 보면 과학자로 불려도 부족하지 않은 인물이다.

그는 공증인이었던 아버지와 그의 시중을 들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두 부모 모두 다른 사람과 결혼하면서 사생아가 돼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다. 당시 사생아는 대학에도 갈 수 없었다. 심지어 아버지로부터 성도 물려받지 못했는데, 다 빈치(Da Vinci)는 ‘빈치 지역의’라는 뜻이다.

그가 15세가 되던 해, 공방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스승인 베로키오 곁에서 그림을 배웠으며, 여러 예술가들을 지켜보았다. 30세에는 밀라노에서 화가이면서 동시에 군사 기술자, 건축가로 활동하면서 해부학, 광학, 지질학, 천문학, 식물학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몰두한다. 그가 그림을 그릴 때에는 무서울 정도로 몰입했는데, 새벽부터 저녁까지 붓을 놓지 않고 작업에만 몰두하는 경우도 많았다.



해부학에도 관심이 많던 그는 성별, 나이를 불문하고 시체 한 구당 일주일 이상 해부하며 세밀하게 관찰해 스케치로 남기기도 했다. 당시 시체를 보관할 냉동기술이나 방부제가 없었음에도 총 30구 이상 해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과학자 마이클 패러데이 역시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과학자로 꼽힌다. 하지만 끊임없는 노력과 통찰력으로 전자기학의 기초를 쌓았으며 평생 자신과 같은 아이들을 위해 무료 강연을 다닌 것으로 유명하다.

어쩌면 이들 외에도 수많은 과학도들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을 것이다. 못 배웠기에 오히려 겸손했고, 남들보다 더 성실히 노력한 그들의 성과는 시간이 흘러도 바래지지 않을 것이다.

글 : 유기현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FOCUS 과학

제 1704 호/2012-10-01

한가위 햅쌀밥, 더 맛있는 이유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우리 민족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추석이다. 햇곡식으로 송편을 만들어 먹고, 보름달을 보며 소원 빌고, 강강술래를 하고 놀며, 조상의 산소를 찾아 성묘하는 풍요로운 날이다. 이렇듯 ‘추석’ 하면 다양한 것들이 떠오르는데, 그중 빼놓을 수 없는 것으로 ‘햅쌀밥’이 있다. 봄부터 자라난 벼가 황금들판을 이룰 때 즈음 음력 팔월 보름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벼를 길러 쌀을 먹는 나라는 아시아 전역에 퍼져 있지만, 밥맛으로 따지자면 우리나라를 따라올 데가 드물다. 중국 청나라에서도 조선의 밥짓기를 ‘밥알에 윤기가 있고 부드러우며 향긋한데다 솥 안의 밥이 고루 익어 기름지다’고 칭찬한 바 있다. 쌀을 물에 불려 익히는 우리 솜씨가 그만큼 탁월했던 것이다.

솜씨 좋은 우리나라 사람이 지은 밥맛 중에서 으뜸을 꼽자면 햅쌀밥이다. ‘새로 얻은 곡식’이라는 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 여기에도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쌀은 찧은 뒤 7일이 지나면 산화가 시작되고 15일이 지나면 맛과 영양이 줄어든다. 또 쌀의 수분이 16%일 때 밥을 지으면 가장 맛있다고 알려졌는데, 갓 수확해 도정했을 때 수분이 딱 그 정도다. 햅쌀로 지은 밥에서 괜히 기름이 자르르 흐르고 촉촉한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쌀 품종도 맛있는 밥을 만드는 데 한 몫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찰지고 기름진 밥은 ‘자포니카’라 불리는 쌀로 만든다. 자포니카는 쌀알이 짧고 둥글면서 끈기가 있는 계열로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등에서만 재배된다. 전체 쌀 생산량에서 10%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밥맛 면에서 보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먹는다는 ‘인디카’보다 뛰어나다.

인디카는 인도와 파키스탄 등 동남아시아에서 주로 재배하는데, 쌀알이 길고 찰기가 없는 종이다. 안남미라고도 불리던 이 쌀은 우리나라가 과거에 구호미로 받아먹기도 했다. 찰기가 없는 인디카로 지은 밥은 푸석푸석한 느낌이며 주로 카레 등 소스에 버무려 손으로 먹는 풍습이 있다. 이밖에 ‘자바니카’라는 종도 있다. 이 쌀은 두 종의 중간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주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섬에서 재배된다.



[그림] 쌀알이 짧고 둥글며 끈기가 있는 자포니카 품종(좌)과 쌀알이 길고 푸석한 인디카 품종(우). 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sxc

그런데 최근에는 날씨가 문제다. 우리 입맛에는 자포니카가 딱 맞지만 지구온난화가 지속되고 이상기후가 많아지면서 기존과 같은 쌀 품종은 점점 재배하기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그렇다고 입맛에 안 맞는 인디카를 들여와 재배하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자포니카처럼 끈기를 가지면서 인디카처럼 열대 기후에서도 잘 자라는 품종을 개발하려고 준비 중이다.

사실 두 종을 합쳐서 만든 쌀은 이미 1960년대에 등장했다. 우리가 ‘보릿고개’를 넘는 데 크게 기여한 ‘통일벼’가 그 주인공이다. 故 허문회 박사는 수확량이 많은 인디카와 밥맛이 좋은 자포니카의 장점을 모으려는 계획을 성공시켰다. 당시로서는 일본에서도 성공하지 못한 획기적인 기술이었는데, 그 이유는 인디카와 자포니카의 교잡이 유전적으로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이었다.

유전학적으로 너무 먼 종끼리는 교배도 쉽지 않고 ‘잡종불임’의 문제가 생긴다. 이는 암말과 수탕나귀 사이에서 태어난 노새가 새끼를 낳을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당시 인디카와 자포니카를 교배시켜 얻은 벼에서는 쌀알이 쭉정이가 됐다. 허 박사는 인디카와 자포니카의 잡종이 쭉정이가 될 때, 다시 제3의 품종과 교배시켜 불임 현상을 없앴다. 이렇게 탄생한 통일벼 ‘IR 667’ 품종은 쌀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려 보릿고개를 이겨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통일벼는 수량은 많지만 쌀의 품질과 밥맛이 좋지 않았고, 저온에 약했다. 1972년에는 추수를 앞두고 닥친 냉해 때문에 대흉작을 거뒀고 1978년 도열병과 1980년 냉해를 겪으면서 약점을 드러냈다. 결국 정부가 1992년 쌀 수매 대상에서 통일벼를 제외시키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통일벼만큼 쌀 수량이 많으면서 밥맛도 좋은 품종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는 1970년부터 계속됐다. 그 결과 개발된 주남벼와 대안벼, 계화벼 등은 수확량이 많고 품질도 좋은 자포니카 품종으로, 벼의 키를 낮춰 바람이 불어도 덜 쓰러졌다. 이후에도 태풍이나 봄철 저온현상 등을 견디는 품종 연구가 계속됐고, 동진벼나 운봉벼처럼 재해에도 견디면서 수확량도 많은 벼 품종이 꾸준히 나왔다.

까다로워지는 입맛을 공략하기 위한 품종도 개발됐다. 쌀의 모양과 씹는 느낌 등에 초점을 맞춰 생산된 벼는 운광벼와 고품, 삼광, 호품 등으로 모양과 밥맛, 내재해성까지 갖춘 최고 품질로 꼽힌다. 밥맛이 좋다고 널리 알려진 일본 쌀 ‘추청벼(아까바리)’에도 뒤지지 않는다.

이런 ‘맛 좋고 수량 많은 품종’들을 기후변화라는 새로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전체적으로 기온이 높아지는데다 여름에 폭우가 내리는 등 날씨가 아열대처럼 변한 만큼 쌀 품종도 새로 개발해야 한다. 특히 벼는 한 품종을 새로 개발하는 데 10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고온에서도 잘 자라고 품질 좋은 쌀 품종’에 대한 연구를 서둘러야 한다.

현재는 기온이 미세하게 올라도 쌀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재배 방법을 개선하고 있다. 모내기를 늦춰 벼 이삭이 피는 시기를 평균 기온 섭씨 23도 정도가 되는 때로 조정하는 것이다. 현재 개발된 우리 쌀 품종의 이삭이 익는 최적 온도가 섭씨 21~23도이므로, 이 날씨가 될 즈음 이삭이 여물도록 늦게 이앙하는 방법이다.

지금까지는 재배 방법 개선으로 어느 정도 효과를 봤지만 앞으로 기온이 더 높아지면 여기에도 한계가 온다. 특히 쌀은 우리의 주식이기 때문에 생산량에 문제가 생길 경우 나라 전체적으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이에 국내 연구자들은 보릿고개를 넘게 한 통일벼처럼 새로운 품종의 쌀을 개발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기후변화에 잘 적응하고 다량으로 수확 가능하면서도 맛있는 쌀을 맛보게 될 듯하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어김 없이 새달 첫째 날이 돌아왔다. 2012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조금 슬퍼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