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달 살며 페이퍼가 한 개도 없네. 급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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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리 집에는 원목 접이식 식탁이 있다. 양쪽 날개를 다 접으면 직사각형 작은 테이블이 되고, 날개를 다 펴면 기다란 타원이 된다. 2층에서 쓸 때는 한쪽을 접어서 벽에 붙이고 썼고, 3층으로 올라오면서 양쪽을 다 펴고 쓰게 되었다. 그치만 기둥에 해당하는 직사각형 부근은 다리를 집어넣을 수가 없어서 앉기가 무척 망했다. 명절이라 가족들이 모처럼 다 모였는데, 모두가 함께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누군가는 꼭 나중에 먹어야지 아니면 불편해서 영 마뜩치 않은 상황. 식탁을 살 것인가 검색질을 마구 하다가, 옥상에 올려놓은 평상이 생각났다. 냉큼 올라가서 평상을 들고 내려왔다. 평상용 짧은 다리를 떼어내고, 식탁용 다리를 붙였다.(때마침 식탁용 다리만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 역시 옥상 위에 올려 놓은 책장을 개조해서 쓰던 신발장의 선반 경첩을 떼어내 식탁 제작에 사용했다. 아해들이 잔뜩 낙서해 놓은 평상을 열심히 사포질을 하고, 하얀색 수성 페인트를 칠했다. 여섯겹인가, 일곱 겹인가. 그리고 코팅을 하기 위해서 언니가 영풍문고를 갔는데, 구경하던 다현양이 니스를 엎었단다. 그게 언니가 사려던 게 아니라 그보다 점성이 좀 약한 거였나 어쨌다나. 엎었으니 어째. 결국 그걸 사와서 발랐다. 제법 그럴싸 했다. 다리도 흰색이고, 흰색으로 평상도 칠했고, 코팅도 입혔고! 그리고 며칠 말린 뒤 드디어 식탁 앞에 앉았다. 정성스럽게 상을 차리고 밥을 먹었는데 아뿔싸! 뜨거운 냄비 놓았던 자리의 페인트가 떨어져 나갔다. 역시 코팅액에 문제가 있었던 걸까.ㅜ.ㅜ 그래서, 부랴부랴 유리를 맞췄다. 이제야 뜨거운 것 상관 없이 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겨울 다 되어서 하얀색이 추워보인다. 이제 식탁보를 고를 차례인가. 하아....;;;;;

 

 

 

2. 개천절 날에는 납골당을 다녀왔다. 사연인즉슨! 아부지 돌아가셨을 때 처음 간게 벽제였는데, 도착 2시간 전에 꽉 찼다고 한다. 해서 용미리로 길을 돌렸다. 그리고 몇 해 지나 가족 납골당을 만들어서 수원 큰댁 쪽으로 옮겼다. 그런데 거기에 올해 도로가 났다네. 해서, 용인 공원으로 다시 전체 이장을 했는데, 그게 얼마 전 일이었다. 해서 이번 명절 연휴 때 우리 가족 모두가 아부지 만나러 간 것이다. 이곳은 정말 넓었다. 관리 사무실에 도착하고도 납골당 찾아 다시 차를 타고 한참 가야 했으니까.

종이를 두장 받았다. 하나는 지도고 다른 하나는 위가 표시되어 있는 도표였는데 둘다 보자마자 머리가 팽그르르... 지도를 잡고 형부가 먼저 차를 출발시켰다. 뒤따라 갔는데, 대충 위치는 맞은 것 같은데도 비석을 못 찾겠는거다. 이날은 정말 날씨가 좋았고, 아주 더웠다. 무덤들이 어찌나 양지 바른 곳에 있던지, 여름 내내 멀쩡했던 피부가 다 타서 왔다. 나중에 점심 먹으려고 식당에 들어가니 양말의 발가락 부근이 땀으로 모두 젖어 있을 정도. 양말이 다 젖도록 헤맸으니 얼마나 헤맸겠는가. 정확히 한 시간을 땡볕에서 헤맸다. 결국 위치를 찾아낸 것은 둘째 언니. 도표를 거꾸로 보고서 적용시켜야 찾을 수 있는 자리였다. 어휴, 길 못찾는 유전자는 나만 가진 건 아닌가 보다. 아부지 비석 옆에 수빈이 다빈이 원빈이 무덤이 있었다. 이름이 너무 요즘스럽고, 생몰년도가 없어서 의아했는데 뒤쪽에 어른들 날짜는 적혀 있다. 사망 날짜가 올해 5월이다. 일가족이 한꺼번에 죽다니, 교통사고나 비행기 사고, 뭐 그런 건가... 일면식 없지만 그래도 수빈이 다빈이 원빈이가 안타까웠다. 한참 어렸을 것 같은데... 그에 비해서 우리 가족 납골당은 19세기 초까지 올라가는 조상들이 적혀 있다. 지금이 21세기인데 아득한 시간이다.

 

3. 10월 6일과 7일은 제 12회 '차카게 살자' 공연이 있었다. 부제는 '21세기 선행 영웅', 드레스 코드는 '영웅과 악당'

 

 

 

 

* Host : 이승환

* 사전 야외공연 : 박아셀, 블루앤블루, 사운드박스, 웨일, 제이래빗

* 본 공연 6일 : 가리온, 아이유, 브로콜리너마저, 소란, 가리온, 어반자카파, 장미여관, 이승환

* 본 공연 7일 : 김완선, 넬, 소란, 옥상달빛, 울랄라세션, 윤하, The KOXX, 이승환

* 본 공연 이틀간의 오프닝 및 경품 MC : 소란, 허일후 아나운서

 

 

 

 


 

난 일요일 공연을 예매했다. 아이유보다 김완선이 더 궁금했고, 울랄라세션도 보고 싶었으니까.

매번 혼자 가는 공연이고, 그래도 잘 놀고 돌아왔지만, 점점 그게 참 적적하다. 이렇게 드레스코드라도 있을 때는 철판 깔고 같이 놀아줄 친구가 있어야 모처럼 일탈도 해보는 건데 말이다. 기껏해야 원자력발전소 건설 반대 서명하고 그린피스 팔찌 하나 받아온 게 다다. 그렇게 좋은 일에 참여할 수 있는 부스가 7개 더 있었는데 아쉽다. 출연자가 바뀔 때마다 단체들 홍보 영상을 보여줬는데 마지막에 등장한 그린피스 홍보 영상은 거의 영화 수준이었다. 보는 순간 지구를 위해 두주먹 불끈 쥐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1층은 몸부림석으로 스탠딩이었고, 2층음 몸사림석으로 좌석이었다. 2층이 더 비쌌고, 난 스탠딩을 하고 싶어서 1층을 예매했는데 아뿔싸! 내 앞에 나보다 머리 하나 큰 남자가 서 있고, 그 앞에 그보다 더 큰 여자가 서 있었고(키도 엄청 큰데 힐까지 신은 게 아닌가 의심 든다!), 그 여자 앞에 그 여자만큼이나 큰 남자가 또 있었다. 아아아, 까치발을 해야 무대가 겨우 보일락 말락. 그리고 내 뒤에는 나보다 많이 작은 여자 둘이 거의 울부짖고 있었다. 소리밖에 안 들인다고. 이사 후유증으로 아직도 무릎이 안 좋은 나는 납작한 운동화를 신었는데 키높이 운동화라도 신고 올 걸 살짝 후회가 들었다.

 

첫번째 출연자는 소란. 담백한 음악이었다. 무엇보다 위트가 가득한 멘트가 훌륭했다. 이 공연에 초대되어서 음악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했고, 어제 오늘 이틀 출연했는데, 어제 공연 마치고 대기실로 가보니 아이유가 있어서 '태어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나 뭐라나. 하하핫, 대세가 아이유였나보다. 저 시크한 넬의 종완씨 조차도 아이유는 토요일에 출연했는데 왜 자기는 일요일에 초대했냐고 투덜거릴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누구보다 나를 열광시킨 것은 완선 언니였다. 아아아, 그녀의 섹시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러니까 뭐랄까. 섹시계의 원조. 섹시계의 단군 할아버지, 섹시계의 시조새!!! 노출도 없는 옷을 입었지만 온 몸에서 섹시한 에너지가 흐른다. 언니는 걸칠 것 다 걸쳤지만 백댄서가 상의 탈의를 했고, 그 근육을 훑으면서 완선 언니가 노래를 부른다. 춤추면서 노래도 잘해. 그리소 30여 년이 흘렀는데 아직도 섹시해! 세곡 부르는 내내 까치발로 버티느라고 무지 힘들었다. 내 뒤의 두 여자가 더 비명을 지른다. 나까지 까치발을 드니 그들은 볼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

 

 

뭐 암튼, 아주 재밌었다. 좋은 일 하고, 님도 보았으니. 해마다 이렇게 차카게 살자 공연을 통해서 소아암 어린이들을 후원하고 있다. 드레스코드 1등 상품이 작년에는 42인치 TV였고, 올해는 42인치 3D TV였다. 작년에 이어 올해 토요일 우승자도 상품을 재기증해서 아주 훈훈했는데, 이분은 영웅 '유관순'으로 분하는 기막힌 분장을 보여주었다. 흰저고리에 검정 치마, 게다가 태극기 휘날리며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능! 일요일은 '춘리'로 분한 참가자가 아찔한 옆트임 옷을 입고 일등을 거머쥐었는데 상품은 잘 쓰겠다고 했다. 하하핫, 그거 들고 시집가세요~

 

 

(공연 끝나고 나올 때 받은 음료수 라씨. 맛났다. 누가 줬는데...ㅎㅎㅎ)

 

4. 가을 소풍을 다녀왔다. 용문사로. 용문사를 가본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내 기억에 분명 수령 500년짜리 은행나무였는데, 이번에 가보니 무려 1100~1500년으로 추정한다지 뭔가. 내 기억이 잘못되었나, 20년 사이 1000년을 더 먹어버렸나..ㅡ.ㅡ;;;;

 

사실 소풍은 가고 싶지 않았다. 그냥 빈 교무실이나 지키고 싶었는데, 나의 그런 의도를 잘못 이해한 부장님이 '친히' 데려간 것이었다. 그 바람에 신세계를 경험했다. 이 얌전한 아줌마 아저씨들이 버스 안에서 댄스의 귀재로 거듭나시는 게 아닌가. 그것도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나이트클럽 한번 못 가본 이 쑥맥이 억지로 끌려나가서 되도 않는 춤을 추느라고 어찌나 힘들었는지...ㅜ.ㅜ

 

그동안 내가 근무했던 곳에서는 술을 못 마신다고 하면 누구도 두번 권하지 않았다. 그래서 술 강권하는 분위기를 겪을 일이 없는데, 여기서는 마실 때까지 비키질 않고 버티는 게 참 힘들었다. 덕분에 맥주, 소주, 양주, 동동주에 포도주까지 두루 섭렵했다. 일년치 술을 다 마신 것 같다. 그나마 늦게 도착해서 막걸리는 겨우 피해간 것. 어휴... 취한다!

 

 

 

 

 

(요게 바로 그 천년 묵은 은행나무! 냄새가 아주 진동을...ㅎㅎㅎㅎ)

 

 

 

5. 가을이 성큼 오더니 금세 겨울이 코앞이다. 30년인가 40년 된 오래된 건물인지라 집이 많이 추웠고, 게다가 창도 너무 크고 문도 많아서 우풍이 장난 아니다. 이제 여름 커튼을 떼어내고 두꺼운 커튼이 필요한 때! 옥션에서 암막 커튼을 주문했다. 가격은 저렴했고, 품질도 저렴했다.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은 역시 명언 중의 명언이다. 해서 아울렛으로 엄마와 함께 큰조카를 데리고 구경 나갔다. 나간 김에 가격은 1.5배 정도고, 품질도 역시 그만큼 나오는 제품을 샀다. 그런데 돌아올 때 보니 비가 오는 게 아닌가. 거실 커튼까지 가방이 여섯 개였고, 봉도 네개나 들고 있었다. 형부에게 연락해서 픽업을 부탁했고, 그렇게 돌아오자마자 봉 길이부터 확인했다. 그런데 이럴 수가! 내가 분명 창 크기가 150과 170이라고 했는데, 이 봉은 가장 작을 때 사이즈가 이미 170이다. 그러니 150 사이즈의 창에는 끼울 수가 없는 것. 아아아.... 나 정릉 사는데, 거기 불광이었단 말이다. 제기랄! 게다가 펼쳐 보니 거실 커튼은 오염도 되어 있어서 역시 바꿔야 한다. 하아... 일요일에 다시 갔다. 거실 커튼 교환하고, 봉 두개는 반품하고(옥션에서 주문한 봉으로 대체할 생각) 내방 커튼은 색상을 교환했다. 난 갈색 샀는데 엄니가 너무 어둡다고 하셔서 베이지로 교체. 그렇게 다시 집에 와서 낑낑 대며 커튼을 교체했다. 아아, 이를 어쩌나. 거실 창이 180과 320인데, 320 폭에 530짜리 커튼을 쳤더니 주름이 많이 안 잡혀서 안 예쁘다. 엄니께서 아무래도 한 번 더 다녀와야겠다고 하신다. 아아아....ㅜ.ㅜ

그밖에 옥션에서 반품하는 과정에서 배송비가 꼬이고, 회수 요청했더니 때마침 집에 계시던 엄마와 연락 두절해서 진땀을 뺐다. 어째 요새 뭐가 이렇게 꼬이는지... 훌쩍....

 

6. 11월부터는 운전면허 시험도 어려워진다고 해서 부랴부랴 10월에 면허를 딸 생각이었다. 지난 20일에 필기시험 책을 백만년 만에 당일배송으로 주문했다. 책은 그 다음주 화요일에 도착했다. 화요일에 필기시험 볼 생각이었는데...ㅡ.ㅡ;;;;; 그리고 소풍이다 커튼이다 내내 바빴고, 이번주 월요일, 그러니까 그저께 학원에 등록했다. 그날 두시간 교육받고, 어제 세시간 교육 받았다. 말이 교육이지 다섯 시간 자습했다. 이렇게 날로 먹다니, 버럭이다! 그리고 오늘 필기시험 보러 강서 면허시험장에 다녀왔다. 내가 이수 받은 교육이 전산에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학원 측에서 입력 누락이다. 아아.... 그래서 또 그것 때문에 잠시 혈압이 올라주었고, 필기시험을 무사히 마치고 나오다가 회전문에서 제대로 이마를 박았다. 아아아, 꽃팔려서 빨리 자리를 떠야 하는데 골이 울리고 이빨도 흔들흔들.... 아파, 마이 아파... 마이 챙피해.....ㅠㅠ(오밤중이 된 지금도 이마가 아프다. 혹 났나...;;;;)

 

7. 시험에 쓰기 위해서 사진을 찍어야 했는데, 직장 근처에 사진관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건 어제의 일. 어느 할아버지가 알려주신 대로 길 따라 쭈우욱, 정말 한참 동안 쭈우욱 갔지만 보이지 않는다. 다시 반대 방향으로 쭈우욱 훑고 왔지만 역시 보이지 않는다. 다시 동네 주민에게 물어보니 이미 망해서 없다고...;;;;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았다. 200미터 안쪽으로 사진관이 하나 나온다. 하지만 길찾기 앱을 돌려도 나는 못 찾고 빙글빙글...;;;; 기어이 찾긴 찾았다. 처음 사진관 찾기 시작해서 대략 한 시간은 고생했나보다. 추운 날씨에 사진 찍겠다고 치마 입고 나왔는데, 생각해 보니 상반신만 나오는구나. 아아 바부팅이... 사진을 찍고 나니 사장님 친절하게 포샵질 해주신다. 턱을 좀 만져야겠다면서.... 흠흠... 저도 알아요...;;;; 하여, 나온 사진은 거의 사각턱 수술 수준이다. 이거 사기 같은데....ㅎㅎㅎ

 

8. 울 학교 좀 이상한 게 아니라 많이 이상한 건 알고 있었지만, 이젠 정말 별걸 다 시킨다. 책 사재기...;;;; 특정 책 제목을 불러주면서 특정 사이트에서 사고 영수증 제출하란다. 책값은 지불해 주겠노라며. 이야, 이런 식으로 책이 많이 팔린 척을 하는구나. 제목도 아파야 청춘이다 짝퉁스런 청춘과 스펙이 어쩌고 저쩌고....;;;; 냉큼 책을 사줄 수는 없지. 흥!

 

9. 새벽 5시부터 공사 소리 드드드드에 골이 울려 잠에서 깼다. 아래층 곱창집이 그 옆집 정육점을 인수해서 확장한단다. 지금 곱창 냄새도 힘든데 더 규모가 커질 모양새다. 이 공사는 언제 끝나려는지... 지난 4월부터 매달 쉬지 않고 공사 소리가 울린다. 이러다가 집 무너질까 두렵다.

 

10. 영화 26년 개봉일이 잡혔다. 때마침 전두환 은닉(?) 재산도 등장해 주시고, 더더더 불을 지펴주는구나. 이승환은 이 영화의 1호 투자자였다. 있는 돈을 투자한 게 아니라 빚내서 투자했다. 영화사도, 투자자도 손해보지 않았으면 하고, 무엇보다 제발, 이 시점에서 환기 좀 시켜줬으면 한다. 선거날 투표만 한다고 민주주의가 절로 되는 것은 아니니까. 정의가 살아있기만 하지 말고 제발 힘도 좀 써 주기를!!!

 

 

 

영화 26년, 서울 광장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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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11-01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춤추는 걸 내가 봤어야 했는데!! ㅎㅎ

마노아 2012-11-01 23:57   좋아요 0 | URL
가관이었어요. ㅋㅋㅋㅋ

saint236 2012-11-01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분은 참 악역으로 많이 나오시네요. 본인도 많이 힘들겠는데요...장광씨요...

마노아 2012-11-01 23:58   좋아요 0 | URL
그마나 광해에서는 입 무거운 내관으로 훈훈하게 나왔어요. 도가니 이후 자주 눈에 띄네요.^^

Mephistopheles 2012-11-01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댄서가 상의 탈의를 했고, 그 근육을 훑으면서 완선 언니가 노래를 부른다."
- 이 부분이요....설마 백댄서가....남자였겠죠.....??

마노아 2012-11-01 23:58   좋아요 0 | URL
ㄲ ㅑ ㅇ ㅏ !!!!
여자 댄서라고 생각하면 넘흐 야해요!!!!

프레이야 2012-11-03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6년, 기대하고 있어요.
한혜진, 장광 등등...
마노아님이 담은 가을풍경 눈부셔요^^

마노아 2012-11-04 22:41   좋아요 0 | URL
오늘 창덕궁에 다녀왔어요. 비가 와서 사진 찍기도 힘들고, 사진도 잘 안 나왔지만, 늦가을의 정취를 맘껏 느끼고 왔어요. 아름다운 계절이에요.^^
 

눈물, 우리가 몰랐던 불편한 진실   FUSION 과학

제 1728 호/2012-10-31

눈물, 우리가 몰랐던 불편한 진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었던 그 진실이 모두 거짓으로 밝혀진다면 여러분은 어떠시겠습니까. 오늘은 특별히 눈물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모아 봤습니다. 함께 보시죠.

#1
동물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한 가족. 화면에 바다 수달이 보이자 모두 환호합니다. 그때 포식자가 다가와 바다 수달의 새끼를 낚아채갑니다. 어미 바다 수달이 눈물을 흘립니다. 그러자 중학생인 딸이 말합니다.
“눈물도 컴퓨터그래픽(CG)으로 처리하고, 요즘 기술이 많이 좋아졌다~.”
CG라니요! 눈물은 보통 사람만 흘리는 것으로 알지만 미국 하버드대학 동물학자들의 관찰결과, 바다수달 등의 일부 동물들도 감정의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눈물에 대한 불편한 진실은 TV드라마에서도 자주 마주하게 되는데요. 저기 ‘캔디’ 캐릭터의 여주인공이 있습니다. 늘 그렇듯 그녀는 오늘도 여주인공의 천부적인 재능을 질투하는 ‘마녀’캐릭터의 상사에게 혼이 난 뒤 옥상으로 올라갑니다. 그 때 젊고 잘생긴 회장의 아들이 나타나죠. 그리고 여주인공은 매번 같은 행동을 합니다. 어떤 행동일까요. 여주인공의 행동을 집중해서 감상해보시죠.

#2
“바보같이…, 난 도대체 왜 매번 이럴까….”
눈물이 나려는 찰나, 회장의 아들(이사)이 나타난다.

“어? 이사님…!”
“눈동자가 왜 그렇게 반짝거려요? 설마 우는 거예요?!”
여주인공은 급히 뒤돌아 눈물을 참고는 억지웃음을 지어 보인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참은 눈물은 몸에서 독이 된다는 걸 모르는 걸까요? 우리 몸은 슬프거나 화가 나는 등 감정의 변화가 생기면 스트레스를 받아 호르몬을 과다하게 분비합니다. 필요 이상으로 나온 호르몬은 우리 몸에 독이 되죠. 눈물은 이를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합니다. 즉, 여주인공들은 드라마 내내 눈물을 꾹꾹 참으며 독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겁니다. 모든 ‘캔디’ 캐릭터 여주인공들은 드라마 내내 독을 품고 살아야 하는 불편한 진실. 여주인공같이 예쁜 여자들을 질투하는 여자 방송작가들의 질투심 때문인가요?
불편한 진실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까칠한 남자주인공을 좋아하고 있었음을 깨달은 여주인공. 애써 그 사실을 부정하는 상황에서도 불편한 진실을 계속됩니다. 여주인공의 행동을 집중해서 감상해보시죠.

#3
“왜 이렇게 심장이 빨리 뛰지? 설마…, 말도 안 돼! 내가 그 자식을?! 그럴 리 없어. 안되겠다, 정신 차려야지!”

여주인공이 물을 가득 채운 세면대에 얼굴을 담그고 눈을 깜박이며 머리를 흔든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여주인공은 왜 자해를 하는 걸까요? 눈알 표면에는 평소 6~7ml의 눈물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걸까요. 그리고 그 눈물이 눈동자의 세포를 살리고 눈알을 보호해준다는 사실을 모르는 걸까요. 보통 우리는 2~3초 간격으로 눈을 깜박입니다. 이때마다 흰자위에 있는 60여 개의 덧눈물샘에서 1분에 약 1.2㎕씩 눈물을 내보냅니다. 눈동자는 핏줄이 연결돼 있지 않습니다. 눈물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죠. 따라서 눈물이 없으면 눈동자의 세포가 말라죽게 됩니다.

이 뿐이 아닙니다. 눈물에는 눈을 보호하는 온갖 면역물질이 들어있습니다. 최근 과학자들은 눈물의 성분 가운데 락토페린을 암 치료제로, 리소자임과 리보뉴클레아제를 에이즈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굴을 물속에 넣고 눈을 깜빡인다? 여주인공은 예상치 못한 상대를 좋아하게 됐다는 이유로 눈동자 세포를 죽이고 눈알을 보호하는 면역성분을 모두 씻어내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

여기서 불편한 진실은 또 있습니다. 눈물은 눈꺼풀이 덮여있는 눈알 위쪽 가장자리에 있는 주눈물샘에서 나옵니다. 이 눈물은 눈 밖으로 그대로 흘러나오기도 하지만 눈물의 하수도인 눈물소관, 눈물주머니, 코눈물관을 통해 코로 빠져나가기도 합니다. 그래서 눈물이 날 땐 자연스럽게 콧물도 나오기 마련이죠. 하지만 여주인공이 울 때는 콧물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고로 진심으로 울고 있지 않다는 불편한 진실.

불편한 진실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대개 눈이 건조하면 가을 탓을 하는데요. 눈마름증(안구건조증)은 노화나 류머티스관절염, 얼굴신경마비 때문에 생길 수도 있다고 합니다. 또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줄줄 흐르는 유류증은 아이러니하게도 눈물이 적은 눈마름증 때문이란 걸 아시는지. 덧눈물샘에서 눈물이 적게 나오다 보니 주눈물샘에서 눈물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죠.

한편 나이가 들면 눈물이 많아진다고 하지만 사실은 나이를 먹을수록 눈물의 양은 줄어듭니다. 다만 노화로 인해 눈물이 나오는 눈물관이 좁아지면서 눈물이 넘쳐흐르기 때문에 눈물이 많아진다고 느낀다는 불편한 진실.

눈물은 건강의 필수요소입니다. 눈물 시스템에 이상이 생기면 심할 경우 수술까지 받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눈물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평소 눈물을 잘 나오게 하기 위해서는 눈을 자주 깜빡여야 합니다. 또 잠깐이라도 눈을 감고 쉬면 눈물이 눈 안으로 골고루 퍼지지요. 무엇보다 잠을 푹 자야 눈물 생성 시스템이 원활해져 눈물이 잘 난다는 사실! 인공눈물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불편한 진실도 잊지 마시고요. 지금까지 눈물의 불편한 진실이었습니다.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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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링컨 : 뱀파이어 헌터

 

그러니까 이날은, 이 영화를 보려고 봤던 게 아니다. 예정되었던 학교 행사가 다음 날로 미뤄졌다는 문자를 송정역 지나면서 받았다. 무려 6시간이나 일찍 출근했지만 도착 두정거장 전에 받은 문자 때문에 울화가 확 치미면서! 어쩔 수 없이 김포cgv에 들러야 했던 것. 그리고 전날 사연 많은 사건 때문에 친구가 예매해주었던 이 영화를 못 보았던 관계로, 내가 볼 수 있는 가장 이른 시간 영화이기도 해서 보게 된 건데, 아주 두고두고 후회할 만한 선택이었다. 아니 이런 걸 왜 돈들여 만들지? ㅡ.ㅡ;;;;

 

설마 하니 제목의 '링컨'이 우리 모두가 아는 미국의 대통령일 줄은, 몰랐다. 그 대통령이 뱀파이어 헌터가 되어서 남부에 진을 치고 흑인들의 피를 빨아 먹고 있는 뱀파이어 집단을 소통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니 필연적으로 흑인을 해방시켜준다는 설정....

 

'원티드'는 무척 재미있게 보았지만 이 영화는 내용도 별로고 액션도 그닥 흥미롭지 않았다. 친구가 예매했던 것은 3D였는데, 3D로 안 보길 잘했어....;;;;;

 

★★☆

 

57. 공모자들

 

기업형 장기밀매 조직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게다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고 하니 충격은 더 크다. 희귀 혈액형 소유자들은 더더더 조심하고 살아야 하는 게 아닐까. 진정으로 무서웠다. 화면의 끔찍함만 놓고 이야기한다면 피에타와 누가 더 잔인한가 대결하는 것만 같다. 임창정은 코믹을 하지 않아도 역시 잘 소화해내는 연기자다. 그에게도 보다 다양한 배역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영화는 반전의 반전의 반전을 기록한다. 마지막 반전은 좀 지치는 감이 있었지만 아무튼, 그래도 괜찮은 영화였다.

 

★★★★

 

58. 피에타

 

베니스 영화제 수상을 얘기하기 전에도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포스터와 제목에서 이미 보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자비를 이야기하지만 참으로 잔인한 영화. <나쁜 남자> 조재현보다 더 나쁜 남자 이정진과, 그 나쁜 남자의 구원이자 절망인 어머니 조민수가 나온다. 이정진의 연기는 아주 나쁘진 않았지만 퍽 좋았던 것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조민수의 연기는 탁월했다. 게다가 그 미모라니! 보톡스의 힘 따위 필요로 하지 않는 원숙한 미모와 물오른 연기의 조합은 이 영화의 최대 공로자가 그녀임을 부인할 수 없게 만든다.

 

 

고혹적인 깊은 눈매가 눈을 오래 사로잡는다. 눈빛으로 많은 것을 대신했다.

 

 

이 사진은 오늘 처음 보았는데 무척 매혹적이다. 제목과 아주 잘 어울린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올리비아 핫세가 떠올랐다. 베니스 영화제가 중복 수상도 가능했다면 그녀에게 아낌 없이 여우주연상을 주었을 것 같다. 앞으로도 더 좋은 작품 기대해 본다.

 

 

드레스도 마음에 들고~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을 떠올리게 하는 포스터다. 영화 마지막에서 트럭이 새벽 도로를 지나갈 때 길게 이어지던 붉은 핏줄기. 무척 슬픈 장면이면서 동시에 무척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그 씬에서도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신 예수님 생각이 났다. 속죄의 피 말이다. 이정진은 연기보다 이 작품을 선택했다는 안목에서 더 큰 점수를 주고 싶다. 레드카펫 위의 정장 입은 모습을 보니 역시 훤칠한 것이 눈이 아주 훈훈했다.

 

 

아, 붉은 카펫 위에 검은 드레스를 입은 고혹적인 여배우의 모습에 감탄감탄! 코디 누구신가. 정말 근사한 드레스다.

 

 

청계천의 모습을 담아내고 싶었던 감독님의 마음이 잘 그려진다. 미로 같은 골목골목길, 그곳의 기름밥 먹는 노동자들, 열심히 일하고도 빚더미에 싸여 사채빚을 쓰도록 내몰리는 사람들. 죽기 전에 원없이 돈을 써보는 게 애초 목표였다고 말한 자살 노동자가 아프게 떠오른다. 이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했던 어느 장면이 비슷한 시기에 본 다른 영화에서도 겹쳐서 어! 하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이 영화를 본 언저리였으니 '공모자들'이나 '간첩'일 텐데 뭐였더라? 폐가 같은 구조에 아테네 신전 같은 건물 구조가 네모 반듯한 모습이었는데 정확히 생각이 안 난다. 적어라도 둘 걸, 궁금하네....

 

아무튼, 김기덕 감독 작품 중에서는 비교적 '대중적'인 작품이었다. 짧고 굵게, 과감한 생략과 함께!

 

★★★★★

 

 

 

 

 

 

 

 

 

 

59. 광해, 왕이 된 남자

 

이 영화를 보던 날은 우리 집에서 3차대전이 벌어진 날이었다. 거의 육탄전이 벌어질 뻔한 엄마와 언니를 떼어놓고, 엄마를 달래 드릴 마음으로 억지로 극장으로 향했다. 기분이 너무 다운되어서 영화도 싫다고 버티는 엄니를 억지로 모시고 가서 본 광해, 덕분에 10분 늦게 들어가서 앞부분을 다소 잘리긴 했지만, 다행히도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 엄마는 기분이 많이 회복되어 있었다. 그만큼 깨알같은 재미가 쏟아지던, 또 다분히 감동적이기도 했던 영화였다.

 

광해군의 행보를 살펴 보면 잘한 것과 잘못한 것들이 명백히 구분된다. 뭐 누구라도 그럴 수 있지만 광해군은 꽤 극적으로 대비된다. 명나라의 눈치를 살피느라 백성을 총알받이로 내몰지 않은 것은 훌륭하나 그 백성들의 등뼈가 휘도록 역사를 일으킨 것은 무척이나 모순된 행동이다. 대동법을 시작하고 동의보감을 완성하고 그밖에 전란으로 무너지고 엉킨 것들을 다시 일으켜내려고 애쓴 것도 그의 치적이건만 무리한 옥사를 많이 일으킨 것도 또 역시 그의 과오이다. 영화는 이런 상반된 모습을 보인 그의 행적을 두 사람의 것으로 나눠버린다. 좋은 광해군과 나쁜 광해군으로. 좋은 광해군은 임금과 똑같은 얼굴을 가진 광대 하선이다. 그는 임금 대신 아바타 역할을 했던 보름 동안에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고 진심을 전달한다. 나쁜 광해군은 끊임없이 의심하고, 이용하고, 그리고 사람을 버린다. 그게 마음이든, 목숨이든.

 

(아아, 한참 쓰고 있는데 갑자기 창이 꺼져버렸다. 임시저장도 되어 있질 않다. 광해 리뷰는 다 썼는데 홀랑 날아갔다. 아아아... 오늘 여러모로 일진이 안 좋다...ㅜ.ㅜ)

 

다시, 기운을 내보다. 훌쩍....

 

이 영화를 보면 '데이브'가 바로 떠오른다. 아주, 아주 비슷하다. 결말 부분이 조금 다르긴 한데, 사건의 전개와 인물들의 설정은 무척 흡사하다. 패러디인가 오마쥬인가, 아님 우연의 일치인가! 모르지만, 개연성을 놓고 이야기한다면 데이브가 훨씬 설득력이 있다. 이 영화 속에서 하선이 해낸 일들은 '보름'이라는 시간은 아무리 허구라도 많이 무리수다. 그 부족한 부분들을 깨알같은 재미와 놀라운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들의 매력으로 메꿔버린다. 천만 관객까지 동원할 영화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아무튼 롱런하는 것은 축하한다. 내년에는 연극으로도 올라가던데 그 역시 몹시 기대가 된다. 영화 '왕의 남자'가 겹쳐 보인다.

 

 

붉은 색과 아주 조화로운 금색이 마음에 든다. 게다가 초조하고 예민하고 고독하기까지 한 임금 광해의 표정이 그대로 살아 있다.

 

 

다른 사진을 보니 오른쪽에는 감독이 저 자세로 앉아 있었다. 1인 2역이니 누군가 분명 대역을 하고서 장면을 찍었을 테니 당연한 구도다. 뭐 누군들 한 사람은 있었겠지. ㅎㅎㅎ 아무튼, 저 장면에서 손과 얼굴의 각도가 무척 예술이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

 

 

수트를 입어도 멋진 이병헌. 그의 최고 양복발은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였다. 주먹을 쓸 땐 오히려 열려 있던 양복 자켓의 단추를 채우던 그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한효주는 참으로 단아한 매력이 있다. 수애 같은 느낌. 동양적인 느낌이 있다. 고전 작품도, 현대 작품도 두루 잘 소화해낸다. 너무 비슷하게 성형을 해서 매력이 없는 여타 배우들과는 차별성이 보인다. 순수 천연 얼굴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저 시크한 블랙 원피스, 참으로 탐나는구나!

 

 

오오, 찬란한 저 금빛 광채! 눈이 부실 지경이다. 저기 앉아서 책보면 눈부셔서 책을 못 읽을 것만 같다. 입이 참 커서인가. 이병헌은 웃는 모습도 아주 시원하다.

 

 

그 꿈 내가 이뤄드리리다! 이 대사 명장면이었다. 유머와 진지함을 모두 갖춘 진정한 연기자 류승룡! 아아아, 그가 허균으로 나오고, 그가 또 주인공인 영화 한편 나왔으면 좋겠다. 최종병기 활에서도, 내 아내의 모든 것과 이 영화 광해에서도, 그는 참으로 신명나게 빛난다. 아아 멋지다, 류승룡!

 

영화 중간에 이조판서를 '병조판서'로 잘못 부른 장면이 하나 있었고, 관원의 관모 날개가 아래로 처진 것은 살짝 아쉽다. 성종 이후로 관모는 평행을 이룬다. 그러니까 이 시대는 저렇게 날개라 아래로 내려가면 안 됨. ㅎㅎ

 

 

연출도, 명암도, 그리고 눈빛도 모두 훌륭하다. 이병헌은 인물도 좋고 연기도 잘하지만 목소리도 또 으뜸이다. 그에게 부족한 것은 기럭지 외에는 없다. 20년도 더 전에 본 뮤지컬 '코러스 라인'에서 그는 심사위원으로 나왔는데 그때 원없이 그의 생목소리를 들었는데 아직도 내 안에 감동으로 남아 있다. 사생활에 대한 소문이 무성하지만 내 알바 아니고, 이병헌... 참 조으다.

 

 

★★★★★

 

 

 

 

 

 

 

 

 

 

60. 간첩

 

이 영화가 코믹물인 줄 모르고 본 덕분에 무척 재밌게 봤다.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이 영화를 본 직장 동료는 그게 다일 것 같다고 했는데, 나도 동의한다. 다행히도 그 소개 프로그램을 미리 보지 않았으니 아쉬울 건 없다. 북한을 소재로 한다면 감동을 주든가 아니면 아예 코믹으로 가야 할 것 같다. 어줍잖은 반공 구도로 가면 역효과만 날 것 같고. 남한 생활 10년 이상 된다면, 정말 간첩신고보다 치솟는 물가상승이 더 무서울 것 같다. 전세값이 오죽 올랐는가. 간첩도 장애 아이를 키우는 게 쉬울 리 없고, 간첩도 독거 노인으로 늙어가는 것을 두려워할 것이다. 간첩도 시골에서 소 키우고 있다면 한미FTA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이다. 여기 바로 그런 문제들 때문에 흰머리가 팍팍 늘어가는 간첩들이 십수년 만에 떨어진 지령 때문에 뭉쳤다. 표적을 제거하지 않으면 자신들의 목숨이 위태롭다. 지켜야 할 가족도 많은 이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임무에 착수한다. 이 표적을 제거하려고 뛰어든 과정과 작전은 무척 심각해서 잠시 재미가 덜하기도 했지만, 초반의 웃음과 결말의 찡한 감동, 또 반가운 반전 등은 그럭저럭 이 영화를 본전 생각나지 않게 만든다. 전작 '파괴된 사나이'도 그렇게 제법 괜찮게 본 영화였다. 그래도 김명민은 이런 배역보다 곧 이어 공중파에서 볼 '드라마의 제왕' 같은 카리스마 있는 악역이 더 매력적일 것 같다. 하얀거탑의 부활이 되지 않을까 혼자 기대해 본다. 아님 말고. ㅎㅎㅎ

 

참, 유해진은 웃음기 하나 없이 인상 쓰면 정말 무서워 보인다. 후덜덜한 포스로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음. 많이 웃고 살아야 할 인상이다. ^^

유해진 따라다니는 부하로 뮤지컬 배우 김법래가 출연했다. 뮤지컬 배우답게 목소리 울림이 장난이 아니었는데 많이 오버스러웠다. 오만석이 처음 드라마 출연했을 때 마냥. 김법래 씨도 영화나 드라마 쪽으로 폭을 넓히려면 극무대와의 차별성을 좀 두어야 할 것 같다. 어쨌든 만나서 반가웠지만.

 

★★★☆

 

 

 

 

 

 

 

 

 

 

 

61. 메리다와 마법의 숲

 

추석 연휴를 앞두고 모처럼 단축수업으로 일찍 귀가하는 길에 왠지 아쉬워서 보게 된 영화다. 줄거리를 전혀 모르고 보게 되었는데 포스터에 바로 영화의 핵심 내용이 나온다. '곰이 된 엄마를 구하라!' 정숙한 공주의 삶을 강요하는 엄마와 달리 자유분방하고 에너지 넘치는 스코틀랜드 왕국의 공주 메리다는 활쏘기의 명수다. 붉은 머리를 휘날리며, 한호흡 참아내고서 날리는 그녀의 활은 그야말로 짜릿함 그 자체였다. 박제된 삶을 거부하고자 비밀의 숲에서 마법의 주문을 건 메리다는, 그 부작용으로 곰이 되어버린 엄마를 원래 상태로 돌려놓기 위함 모험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 엄마의 사랑을 메리다가 깨닫고, 자신이 지나쳤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엄마의 훈훈한 결말은 당연한 바. 그래도 감동이 덜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개구쟁이 삼총사 어린 동생들이 설치고 다니는 장면에서는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영화지만 지나치게 현실감이 들었달까.ㅜ.ㅜ

 

영화 시작 전에 보름달을 쪼개서 초승달(그믐달이었나?)로 만드는 석공들의 짧은 애니가 한편 소개되었다. 영화 금방 시작 안 한다고 살짝 화가 날 뻔했지만, 이 짧은 애니가 어찌나 예쁘던지 그런 마음은 삭 사라져버렸다.

 

자막이 올라갈 때 스티브 잡스에게 헌정하는 문구가 등장했다. 아, 벌써 일년이 되었구나. 그나저나 아이패드 미니가 나온다는데, 내가 원했던 사이즈가 이제 나와서 살짝 아쉽다. 근데 여전히 전화 기능은 없나? 그 사이즈에 전화 기능까지 있다면 안성맞춤일 것 같은데 말이다. 나야 아이패드2가 있으니 당장 살 일은 없지만서도...

 

★★★☆

 

 

 

 

 

 

 

 

 

62. 테이큰2

 

추석 연휴, 집안의 불화로 스트레스는 쌓이고, 그래서 크게 보고 싶지는 않았지만 볼 게 없어서 보게 된 영화였다. 그냥 1탄으로 끝났으면 좋았을 것을... 싶었다. 벌써 몇 해가 지났고, 그때도 꽤 나이가 있었던 리암 니슨은 그 사이 더 늙고 말았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래서 액션 영화는 솔직히 무리로 보였다. 움직임이 많이 느렸고 둔해 보였다. 대사로도 나오지만 정말 '지쳐' 보인다. 아무래도 시리즈 3탄은 좀 무리이지 않을까? 딸 킴 역의 매기 그레이스의 연기가 엄마 팜케 얀센보다 더 좋았다. 근데 매기 그레이스가 브레이킹 던에도 나왔던데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음 달에 브레이킹 던 마지막 편이 개봉되니 그때 확인해 봐야겠다. 설마 알아보지도 못할 만큼 슥 지나가는 역은 아니겠지??

 

★★★

 

 

 

 

 

 

 

 

 

영화 이외의 9월 문화 생활이 더 있었는데, '어린왕자전'과 '노블레스 명품 콘서트', 그리고 여의도에서 있었던 '평생학습축제'는 이전 페이퍼에서 얘기하고 지나갔으니 패쓰하겠다. 아, 루브르 박물관도 이야기를 했었구나. 역시 패쓰!

 

마지막으로 남는 게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다.

이 작품을 예매해 놓고서 디킨스의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좀처럼 몰입이 되지 않고 진도가 썩 나가질 못했다. 추석 연휴 시작되던 토요일에 전을 4시간 부치고 충무아트홀에 도착해 보니 피곤이 노도처럼 몰려왔다. 그 결과 초반에 살~짝 졸았다.ㅜ.ㅜ

 

 

 

책에서는 주인공이 찰스 다네이지만, 뮤지컬에서는 시드니 칼튼 쪽에 더 중심을 두었다. 그러니 류정한이 시드니인 것 당연한 것!(편애 모드!) 소설은 충분히 훌륭했지만 지나치게 장황했다. 그래서 쫌! 몰입이 힘들었다. 반면 뮤지컬은 그것들을 효과적으로 압축해냈다. 소설의 줄거리도 제대로 반영했고, 극적인 요소도 극대화시켰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소개되는 뮤지컬들을 보면 내용이나 노래에서 다소 기대에 못 미칠 때가 있기는 하지만 '무대 연출'에서만큼은 실망을 느껴본 적이 없다. 이 작품도 그랬다. 그 다양한 무대 연출들이라니. 기술과 자본, 그리고 쌓아온 노하우의 힘일 것이다. 암튼, 엔딩은 참으로 절절! 최근 개봉한 용의자 X보다도 더 절절한 희생과 사랑이었다. 류칼튼님, 사랑해요! 맨 오브 라만차에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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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2-10-29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영화를 많이 보시는군요..^^ 전 위의 영화 중 단 한편의 영화를 보지 않았습니다. 단지 테이큰2의 예고편을 보며 가족을 지키기 위해 무섭게 변신하는 아버지보다 세월의 위력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마노아 2012-10-29 20:35   좋아요 0 | URL
세월의 힘, 막을 도리가 없네요. 메피님, 요즘은 조금 한가해졌나요? 메피님 이름이 보니까 무척 반가워요.^^

프레이야 2012-10-29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엔 셋 찌찌뽕ㅎㅎ 두도시이야기 뮤지컬 부러워요, 마노아님. 근데 언니랑 어머니 싸움은 잘 해결되셨는지요. ㅠㅠ

마노아 2012-10-29 20:36   좋아요 0 | URL
뮤지컬 참 좋았어요. 다시금 류정한 러브러브 타오르고 있답니다. ^^
아아아, 두 사람의 싸움은 1차, 2차, 3차... 뭐 끝이 보이질 않네요. 파장이 저한테까지 많이 미치고 있어요.ㅜ.ㅜ

순오기 2012-10-30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겹치는 건 4편이네요~ 피에타, 광해, 간첩, 테이큰2~
세월 앞에 장사없는 리암 리슨~ ㅠㅠ

마노아 2012-10-30 01:07   좋아요 0 | URL
그렇죠? 그 변함 없는 사실이 슬펐어요. 흑...ㅜ.ㅜ
 

수다쟁이 입 막는 법? 2012 이그노벨상이 알려주마   FUSION 과학

제 1718 호/2012-10-17

수다쟁이 입 막는 법? 2012 이그노벨상이 알려주마

2012년 올해도 어김없이 하버드대학 샌더스 강당에서는 이그노벨상 시상식이 열렸다. 올해의 수상 목록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다. 권위를 자랑하는 노벨상이 평화상 선정 논란에 시달리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그노벨상의 수상목록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한번쯤 호기심을 가졌을 문제들에 대해 과학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올해 이그노벨상 수상자들의 면면을 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일본산업기술종합연구소 가즈타카 구리하라 연구팀은 쉴 새 없이 떠드는 수다쟁이의 입을 막을 방법을 연구해 음향상을 수상했다. ‘스피치 재머(Speech Jammer)’라는 이 장치는 누군가 말을 하면 수십 분의 1초 간격을 두고 자기 말을 다시 듣게 해서, 자기가 얼마나 말을 많이 하고 있는지 깨닫게 만드는 장치다.

자신이 말을 한 이후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자신의 목소리를 듣게 하면 말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는 현상에서 착안했다. 이 장치는 마이크에 잡힌 소리를 약 0.2초 후에 지향성 스피커로 최대 약 30m 떨어진 발화자에게 되돌려 준다. 연구자는 시상식에 참여해 이 발명품을 직접 시연해 보였다. 이로써 일본은 6년 연속 이그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영광을 누렸다.

‘테이크아웃’으로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의 귀가 솔깃해질 연구도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 기계공학과의 H.C 매이어와 R. 크레체트니코프는 ‘커피를 들고 걸으면 왜 쏟아질까?’라는 연구로 이그노벨상 유체역학상을 수상했다.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들고 다니고, 또 종종 엎지르게 된다. 연구진은 이 흔한 현상을 체계적으로 연구했다. 걷는 속도와 컵에 담긴 액체의 양 등 조건의 변화에 따라 어떤 결과가 벌어지는지 분석한 것이다. 애석하게도 연구진은 일반적인 커피 컵의 크기와 커피라는 물질적 특성, 걷는 행위에는 엎지르는 현상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니 꽉 찬 커피잔을 들고 있다면 천천히 걷거나 아예 다 마시고 걷는 것이 안전하겠다.

긴 머리를 하나로 즐겨 묶는 사람이라면 이 연구를 주목하자. 이그노벨상 물리학상은 포니테일, 즉 말총 모양이 되도록 머리카락을 뒤로 모아 하나로 묶는 머리 모양에 대한 연구가 차지했다. 긴 머리를 상큼하게 묶고 공원을 시원하게 달리는 사람을 떠올려보라. 달리는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며 상체를 움직이지 않더라도, 뒤통수에 묶인 머리만은 좌우로 흔들린다. 조셉 켈러, 레이먼드 골드스테인 등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과 유니레버 사의 연구자들은 이 문제에 호기심을 품었고 말총머리의 모양과 움직일 때 힘의 균형 문제를 조사하고 나섰다. 시계추 같이 단단한 것부터 줄처럼 유연한 것까지 다양한 모양의 말총을 대상으로 각각의 진동 양태를 선방정식으로 풀어냈다.

건강검진을 앞둔 사람에게 솔깃할 연구도 있다. 신경과학상은 기능성자기공명장치(fMRI)와 관련된 것이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크레이그 베닛 연구팀은 뇌 속 혈류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fMRI를 죽은 연어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죽은 연어의 촬영 결과에서도 뇌가 활성화됐을 때 나타나는 데이터들이 발견됐다. 물론 이것은 거짓 양성 반응이다. 이 연구는 MRI 등 뇌 촬영 결과를 무조건 믿는 경향에 경종을 울리는 결과다.

이 밖에도 2012년 이그노벨상은 흥미로운 연구를 다수 소개한다. 해부학상은 침팬지의 인식 기능을 연구한 네덜란드 연구자 프란스 드 바알과 제니퍼 포로르니가 수상했다. 이 연구에 의하면 침팬지는 엉덩이가 나온 뒷모습 사진을 보고 다른 침팬지를 구별해낼 수 있다고 한다. 영장류 학자 프란스는 원래 침팬지가 처음 본 상대의 성별을 얼굴로 인식할 수 있는지에 대한 능력을 연구하려고 했다. 때문에 성별에 따라 모양이 다른 엉덩이 사진을 이용했다. 그런데 실험 과정에서 침팬지가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동료일 경우 얼굴과 엉덩이를 완벽히 매치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참고로 침팬지는 얼굴만으로는 성별을 잘 구별하지 못했다.

심리학상은 왼쪽으로 자세를 기울였을 때 에펠탑이 더 작게 보인다는 사실을 입증한 애니타 얼랜드, 롤프 즈완, 튤리와 과달루페가 수상했다. 이 연구에는 닌텐도의 게임기인 ‘위 밸런스 보드(Wii Balance Board)’가 사용됐다. 연구진은 33명의 대학생을 이 위 밸런스 보드 위에 서게 한 뒤 왼쪽, 오른쪽으로 기울인 상태에서 에펠탑의 높이를 평가하게 했다.

평화상은 오래된 탄약을 이용해 사물을 코팅하는 기술을 개발한 러시아의 SKN회사가, 화학상은 스웨덴 앤더스뢰프 지역 주민의 머리카락이 녹색으로 변하는 이유를 밝힌 스웨덴 화학자가 수상했다.

2012년 노벨문학상은 한국 시인 고은이나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등 동아시아권 작가의 수상이 점쳐졌던 까닭에 더욱 기대를 모았다. 결국 중국 소설가 모옌이 수상했으니 아주 빗나간 예상은 아니게 됐다. 그렇다면 이그노벨상은 누구에게 문학상을 수여했을까? 수상자는 미국 회계감사원으로, 수상작은 2012년 5월 10일 발표한 보고서와 연구 작업에 드는 비용 추정에 관한 보고서였다. “보고서에 대한 보고서에 대한 보고서에 대한 보고서 준비를 위한 보고서 작성을 권고하는 보고서에 대한 보고서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 공로”였다. 먼저 웃고 그 다음 생각하게 만드는, 이그노벨상 다운 선정작이다.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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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17 1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18 1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2-10-17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지인 중에 정말 잠시도 입을 가만 있지 않는 언니가 있어요.
저도 이 글 보고 그 언니 생각났어요. 스피치 재머라니!! ㅎㅎ
제게 가끔 오는 이명 생각도 했는데요, 귀가 울리면 내가 말하기가 불편한 경험이요.
내가 말을 하면 아주 잠시 후 그말이 내 귀에 들리거든요. 그니까 그게 스피치 재머의 원리??ㅎㅎ, 이러면서요.

마노아 2012-10-18 16:35   좋아요 0 | URL
저도 좀 말이 많은 편이긴 하지만 상대방이 내게서 스피치 재머를 생각한다면 아아, 그건 정말 슬픈 일이에요. ㅎㅎㅎ
그런데 이명이라니, 어감은 문학적이지만 당사자는 많이 불편하시겠어요.
프레이야님, 이 가을, 우리 조금 느리게 살도록 해요.^^
 

제로칼로리 음료, 마시면 더 살찐다?   FUN 과학

제 1713 호/2012-10-10

제로칼로리 음료, 마시면 더 살찐다?

가을바람이 스산하게 불어오는 늦은 오후. 태연이는 어디서 찾았는지 엄마의 긴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청승맞게 베란다 테이블에 앉아 음료를 마시고 있다.

“태연아, 거기서 뭐하니?”

“가을을 만끽하며 살을 빼고 있답니다. 말도 아닌 제가 천고마비의 계절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겠지만, 이상하게도 요즘 뭔가가 자꾸 더 먹고 싶고, 점점 뱃살이 늘어져요. 그런데 또 강남스타일 말춤에 탄력이 붙고, 가끔씩 당근도 땡기며, 머리를 흔들며 히잉히잉 울고 싶어지는 걸로 봐서는, 그러니까 제가 살이 찌는 이유가 저의 식탐 때문이 아니라 저에게 말의 혼령이 깃들었기 때문이라는 거죠. 그래서 지금 제로칼로리 음료를 마시며 다이어트를 하고 있어요.”

“살이 찌면 멘붕이 온다는 과학적인 이론을 들어본 적이 없건만, 왠지 너를 보니 그런 가설을 세울 법도 하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런데 어떡하지? 제로칼로리의 그 음료가 너를 더욱 비만의 길로 이끌 수도 있거든.

“예에에?? 아빠는 제가 무슨 바보인줄 아세요? 제로는 ‘0’이라는 뜻이에요. 빵, 없다!! 이 뜻이라고요. 아니 칼로리가 없는데 어떻게 살이 쪄요!”

“그게 사실, 제로가 아니거든.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식품 등의 표시 기준’에 따르면 일정량 이하의 열량을 가진 식품은 임의로 무열량 혹은 저열량이라는 ‘영양강조표시’를 할 수 있단다. 식품 100g(100ml)당 4kcal 미만일 때 제로칼로리라는 표기를 할 수 있고, 100g(100ml)당 40kcal 미만일 경우 저칼로리라고 쓸 수 있지. 다시 말해서 제로칼로리라고 해서 정말 칼로리가 제로인 것은 아니고, 아주 적은 양의 칼로리가 들어있다는 거야.”

“그게 뭐 그리 중요해요? 어쨌든 병아리 눈물 혹은 지렁이 오줌만큼의 매~~우 적은 양의 열량만 들어있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살찌는 거랑은 상관이 없죠. 그런데 아빠, 제로칼로리 음료는 대체 어떻게 만드는 거예요? 단맛은 그대로잖아요.”

“생각보다 아주 쉬워. 설탕 대신 단맛을 내는 ‘수크랄로스’, ‘아스파탐’, ‘아세설팜 칼륨’, ‘사카린’ 같은 인공감미료를 써서 만든단다. 이 성분들은 설탕과 비슷한 칼로리를 갖고 있으면서 단맛은 200~300배 정도 강하지. 다시 말 해, 몇 백분의 1만 넣어도 설탕과 비슷한 단 맛을 내게 된다는 거야. 보통 콜라 한 캔에는 1g당 4kcal인 설탕이 30~40g 들어가기 때문에 총 열량이 120~160kcal지만, 역시 1g당 4kcal인 아스파탐은 0.1~0.2g만 넣어도 같은 수준의 단맛을 내기 때문에 총 열량이 0.4~0.8kcal밖에 나오지 않는 거지.

“아, 그런 거였구나! 그러니까 더더욱 살이 찔 리가 없잖아요. 칼로리가 수백분의 1밖에 안 되는데 어떻게 살이 쪄요.”

“그런데 또 그게 그렇지가 않아요. 얼마 전 미국 퍼듀대학교 연구팀이 인간과 유사한 DNA 구조를 가진 실험용 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일정 기간 동안 한 그룹은 일반 설탕이 든 요구르트를 먹게 하고 다른 그룹은 설탕 대신 사카린을 넣어 저칼로리로 만든 요구르트를 먹게 했단다. 그랬더니 저칼로리 요구르트를 먹은 쥐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 보다 평균 체중이 5g 더 나갔고 체지방 역시 더 많아졌다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고 하는구나.

“에이, 말도 안 돼! 칼로리가 적은데 어떻게 살이 더 쪄요!”

“상식적으로는 그렇지. 이렇게 상상 밖의 결과가 나온 이유는 참으로 오묘한 인체시스템 때문이란다. 인공감미료가 몸에 들어가면 인체는 혼란을 느끼지. 틀림없이 단맛은 나는데 그 단맛만큼의 칼로리는 들어오지 않으니까 말이야. 혼돈스러워진 인체는 자신도 모르게 부족한 당을 다른 곳에서 섭취하려고 애를 쓰고, 더 많은 음식을 먹으려 한단다. 또 소화대사율도 떨어져 체지방도 더욱 증가하지.

“와, 진짜. 대박!! 그럼 살 안 찌려고 일부러 제로칼로리나 저칼로리 음료를 마시다가 더 돼지가 될 수 있단 말씀이세요?”

“그런데 또 완전히 그런 것도 아니에요. 섭취 칼로리의 총량을 정확히 통제하면서 저칼로리 식품을 섭취하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기도 어렵단 말이지.”

“아, 그럼 어떡하라고요!!! 아빠는 만날 이랬다~ 저랬다, 도대체 어쩌란 말이에욧!”

“아니, 아니, 그게 아니고요~ 임공감미료가 들어간 음료를 마시면 당연히 당이 더 땡기게 마련인데 아무리 땡겨도, 죽을 만큼 땡겨도, 미친 듯이 먹고 싶어도! 절대로 다른 음식을 더 먹지 않을 수 있다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거야. 알겠니?”

“아빠, 지금 농담하세요? 제가 그 정도로 굳은 결의를 가진 여성이라면 여태 이 몸매겠어요? 벌써 손연재가 됐지!”

“에이, 그래도 손연재는 너무 나갔다~! 그리고 넌 먹어서 찌는 살이 아니잖아. 단지 말의 영혼이 깃들었을 뿐이지. 안 그래? 그럼 말의 영혼을 기념하는 뜻에서 말춤이나 한 번 춰볼까? 아빠는 충남 출신이니까 ‘아빤 충남스타일~!!’”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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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10-12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저는 햄버거 먹을때 그나마 칼로리 줄인다고 제로콜라 마시곤 했는데 ㅠㅠ 이젠 걍 콜라 마실래요. 걍 콜라가 더 맛있으니까. ㅠㅠ

마노아 2012-10-12 18:23   좋아요 0 | URL
저두요ㅠ.ㅠ 여태 삽질 했어요.
게다가 사이다가 콜라보다도 칼로리 높다고 하네요. 어휴...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