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와 함께 한 태평양 위 2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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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무르

 

2013년의 첫번째 영화는 오락성보다는 좀 더 의미있는 영화를 고르고 싶었다. 그리하여 선택한 첫 영화는 '아무르'

평화로운 노후를 보내던 음악가 출신의 노부부에게 어느 날 위기가 닥쳤다. 아내 안느가 갑자기 마비 증세를 일으킨 것이다. 수술위험이 높지 않다고 했는데 안느는 오른쪽 마비로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되었다. 남편 조르주는 헌신적으로 아내를 돌보지만 본인도 노쇠해 기운이 달리는 입장에서 종일 아내를 돌보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다. 아내 역시 이부자리에 실례를 하는 자기 자신을 용납하기 어려웠고, 자신 때문에 남편이 지쳐가는 것도 견딜 수가 없다. 그러나 스스로 죽는 것도 쉽지 않은 일. 남편은 아내와 자신의 입장이 뒤바뀌었어도 마찬가지 아니였겠냐고 묻지만, 마음과 현실이 늘 일치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이들 부부의 선택을 이미 보여주고 시작했다. 그러니 관객은 이들이 어떻게 해서 이런 결론에 이르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천천히 따라가 보는 게 임무다. 초반에 음악회 씬을 빼고는 모든 장면이 이들의 아파트 안에서만 이루어진다. 주인공들이 모두 팔순을 훌쩍 넘은 노인분들이기 때문에 움직임도 아주 느리다. 영화도 전체적으로 아주 천천히 흘러간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몹시 지루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강풀 작가의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떠올랐다. 이쪽은 지극히 한국적 정서를 건드렸고, 아무르는 지극히 차갑고 사실적인 현실을 담았다. 선호하는 쪽은 있을 수 있어도 우열을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반세기라는 긴긴 시간을 함께 한 노부부에게 찾아온 삶과 죽음의 경계. 서로 극진히 사랑하고 아끼고 얼마든지 헌신할 마음도 있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었던 인생의 씁쓸함과 쓸쓸함이 진하게 느껴졌다. 무언가 더 할 말을 잇지 못하게 하는 묵직함이 영화 전반에 흐른다.

 

존엄사 문제도 떠올라서 영화 청원도 함께 생각났다. 같이 보면 두루두루 좋겠다. 느낌은 아주 극과 극으로 다르지만...

이자벨 위페르의 비중은 생각보다 많이 작았다. 그래도 마지막에 빈 집에서 가만히 대사 없이 앉아 있는 장면으로도 화면을 채우는 느낌은 충분했다.

 

 

 

 

 

 

 

 

 

 

 

★★★★☆

 

2. 로얄 어페어

 

포스터는 좀 별로다. '혁명가를 사랑한 왕비', '세상을 뒤흔든 치명적인 왕실비화'라는 광고 문구도 좀 별로다. 마치 '스캔들' 정도로만 얘기하는 것 같아서. 이 영화는 그 이상을 얘기한다. 아주 치열하게.

 

절대왕정이 무르익던 18세기 덴마크에 영국 공주가 시집을 왔다. 정략혼으로 시집 간 임금 크리스티안 7세는 편집증을 앓고 있고 지적이고 교양 넘치는 공주와 달리 무례하고 유치하고 경박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왕자를 낳음으로 자신의 도리는 다 했다고 여긴 왕비는 마음의 문을 닫고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갈 뿐이었다. 그런 왕실에 임금의 주치의로 독일인 의사 요한 스트루엔시가 들어온다. 계몽사상가이기도 했던 요한은 상처가 많은 임금을 어루만져주고, 그의 눈높이에 필요한 정서적 교감을 나눠준다. 나아가 개혁법안으로 기득권만 유지하려고 하는 귀족들을 몰아내고 그 과정에서 임금도 자신감을 얻고 덴마크에 새로운 시대를 열어갔다. 영국에서 이미 이런 개혁적 사고를 하고 있었던 왕비 역시 요한에게서 매력을 느낀다.

 

 

태어난 곳과 다른 곳에서 뿌리 내리고 살아가는 이들 외로운 혁명가들은 서로에게 깊이 탐닉했다. 위험할 만큼. 그리고 그런 이들의 행보는 개혁을 엎어버리고 싶은 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 덴마크에서 쫓겨남과 동시에 자식들과도 생이별을 해야 했던 왕비는 죽음을 앞두고 아이들에게 긴 편지를 남긴다. 이 영화는 바로 그 편지 내용을 재연해내는 과정이 되겠다. 왕자의 생모인 전 왕비는 목숨을 부지했지만, 이방인 개혁가는 가차 없이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다.

 

 

혁명을 통해 덴마크 국민들에게 새로운 삶을 주고 싶었던 요한의 진심은 외면되고 그들 민중은 어서 목을 치라고 소리를 높인다. 단두대로 끌려가는 이 남자의 심장은 배신감과 서러움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혁명과 개혁은 한순간에 엎어져 중세로 돌아가버린 덴마크.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끝나지 않았다. 요한이 이루고자 했던 새 세상은 곧 다시 찾아왔고, 역사는 그 희생과 진심을 인정해 주었다.

 

혁명을 노래한 레미제라블이 아주 인기를 끌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쪽이 더 깊은 감동을 끌어냈다. 요한의 진심은 덴마크의 국민들에게 더 많은 자유와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었지만, 거기에는 돈이 필요하고, 그 재원을 잡음 없이 끌어내려니 다시금 독재 스타일이 나오는 삐걱거림. 원칙을 고수하면서 개혁을 완수하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유혹이 도사리는가. 또 아무리 거창한 대의라 할지라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서두르면 실패하기 쉽고 동지 없는 개혁은 더 힘들다. 지난 연말 대선 결과가 준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던 찰나에 이 영화는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 혁명은 원래 피를 부르는 법이고, 언제나 희생을 강요해왔다. 그러나 목표가 올바르다면, 시간은 걸릴지언정 결국엔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었다.

 

또 한편으로 답답함을 느끼게 했던 것이 우리와의 차이점이었다. 진주 농민 봉기 당시 민란의 규모는 거의 전국적이었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수령을 직접 단죄한 일이 없다. 망신을 주는 정도에서 끝났던 것이다. 나라에서 보낸 나랏님 대신이라는 그 감투의 힘은 압도적이었다. 그렇게 억압받고, 그렇게 힘이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스스로 절대 권력을 끌어내리지 못했던 역사적 경험들은 좀 우울하다. 이게 다 공자 때문일까?

 

여주인공이 88년생인데, 남주인공 매즈 미켈슨은 65년생이다. 처음 요한이 등장했을 때 나이 차이가 지나치게 많이 나서 감정이입이 잘 안 되었다. 그런데 영화가 진행되면서 왕비가 빠져들 수밖에 없는 그 심정이 이해가 갔다. 몹시 매력적인 인물이다. 더 헌트도 얼른 보고 싶은데 자꾸 시간대가 안 맞아서 뒤로뒤로 밀리고 있다. 언능 보고 와야지...

 

 

 

 

 

 

 

 

 

 

 

 

★★★★★

 

3. 클라우드 아틀라스

 

매트릭스는 진정 혁명 같은 영화였다. 영화의 판도를 완전히 뒤엎어버린... 그런 영화들이 몇몇 있었다. 아바타도 그랬고 인셉션도 내게는 그랬다. 워쇼스키 남매와 '향수'의 톰 티크베어가 함께 연출을 맡고, 매력적인 배우 배두나도 주연으로 참여한다니, 여러모로 이 영화는 꼭 보고 싶은 영화였다. 세시간에 이르는 긴 영화라는 게 전날 잠을 잘 못 자고 간 내게는 치명적으로 작용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 영화를 내리기 전에 봤다는 것이 무척 다행스럽다. 비록 졸음을 못 이겨 중간에 좀 날리긴 했지만 그건 영화가 재미 없어서가 절대 아니다. 아직도 상영하는 곳이 있다면 나는 한번 더 보고 싶다.

 

이 영화에는 여섯 개의 시간대가 동시에 흐른다. 1849년 태평양을 항해중인 상선 위. 누군가 남자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 적은 가까운 곳에 있다. 그리고 1931년. 살아서는 허락되지 않는 지독한 사랑이 뜨겁게 타올랐다. 아름다운 심포니 '클라우드 아틀라스 6중주'가 탄생하기까지의 강렬한 욕망과 로맨스! 그리고 1973년. 핵발전소를 둘러싼 비리와 진실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여기자가 있다. 그녀를 뒤쫓는 숨막히는 추격이 긴장감을 늦출 새 없이 따라붙는다. 그리고 2012년, 감옥 같은 요양원에서 끔찍한 나날을 보내는 티모시의 자유를 향한 갈망! 이 영화에서 '개그'를 담당하는 시간 되겠다. 그리고 2144년. 나라의 경계가 무너지고 언어와 문화가 뒤섞인 미래 세계 '네오 서울', 클론 손미가 여기서 나온다. 손미 역을 맡은 배우가 바로 배두나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 시간이 2321년의 미래. 식인종 '코나족'에게 가족을 잃고, 악마 올드 조지의 환청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자크리와 다른 행성에서 온 '프레션트족 메로'가 만났다. 톰 행크스와 할 베리가 이 파트의 주인공이다.

 

영화는 아주 재밌게도, 이 다섯 개의 시간대에 어마어마한 배우들이 중복해서 출연한다. 자신들이 주인공인 파트가 있고, 또 아닌 곳에서는 재미난 분장을 하고서 조연으로 출연한다. 각 배우당 1인 5,6역을 거뜬히 소화해내는데, 영화의 말미에는 이들이 어떤 역으로 나왔는지를 '깜짝선물'로 보여준다. 몇몇은 충분히 찾아낼 수 있었는데, 어떤 분장은 너무 놀라워서 정답을 보고서야 알아차리기도 했다.

 

 

휴 그랜트, 짐 스터게스, 휴교 위빙(여자 간호사 역), 톰 행크스다.

 

 

위아래 모두 여자는 배두나다. 아래쪽 역할은 정말 못 알아봤다. 뒤에 한글 적힌 상자도 보인다. ㅎㅎㅎ

 

 

주인공 파트너는 주연으로 나올 때나 조연으로 나올 때나 상대 배역은 같다. 그러니까 다른 시간대에서도 결국은 파트너로 나온다는 것이다. 이 남자가 저 위 인조인간스런 얼굴의 남자라고 잘 연결이 되지 않는다. 2144년의 시간대에서 손미는 클론이지만 가장 인간적인 얼굴을 가졌고, 진짜 인간인 혜주는 아주 부자연스럽고 무서울만큼 기계적인 얼굴로 나온다. 그 극적인 대조와, 그럼에도 이들이 뜨겁게 사랑하게 되는 숙명적인 인연이 무척 벅차게 다가왔다.

 

 

'서울'이란 지명이 'soul'과 닮아서 미래세계의 배경으로 골랐다는 워쇼스키 남매의 설명이 흥미로웠다. 과연 이 도시는 진정 영혼을 갖고 있는지 좀 생각하게 되지만...

 

 

밴 위쇼는 캐릭터가 참 좋다. 이 배우는 과학자로 나와도 어울리고(007 스카이 폴) 이 작품처럼 예술가로 나와도 잘 어울리고, 향수 때처럼 광기 어린 모습도 아주아주 잘 어울린다. 게다가 이 뒷태를 보시라.

 

 

난 여자 뒷모습인 줄 알았다. 어휴, 이 남자의 저 실루엣을 보시라. 코피 터질 뻔했다. ;;;;

별똥별이 떨어지는 모습의 문신은 여주인공에게서 계속 나왔다. 배두나도 나왔고 할 베리도 있었다. 그러니까 저 시대에서는 그 역할을 벤 위쇼가 한 것이다. 이 커플들은 생을 거듭해서 다시 태어나고 또 사랑했지만, 그 커플을 연기한 배우가 꼭 같지는 않다. 지금은 이 게이 커플이 미래 사회에선 배두나가 연기한 손미와 혜주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영화는 무려 500년에 걸친 이야기를 여섯 개의 시간대로 나누어 설명하기 때문에 무척 방대하고 어지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 안에서 일관되게 노래하는 사랑과 갈망, 모험과 도전, 음모와 희생이 저릿저릿하기만 하다. 장점이 많은 영화지만 최고 공로상은 각각의 캐릭터를 구별시키는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력과 제작팀의 분장 능력에 있지 싶다. 대작이다.

 

 

배우들의 얼굴을 어지럽게 박은 포스터보다 이쪽이 더 많은 것을 함축한 것처럼 보인다. 마음에 드는 포스터다.

 

 

 

 

 

 

 

 

 

 

 

 

 

 

 

 

 

 

 

 

 

 

 

★★★★★

 

4. 잭 리처

 

원작 소설이 있는 줄 몰랐다. 그래서 주인공이 탐 크루즈가 되었을 때 말이 많았다는 것도 당연히 몰랐다. 사전지식 아무 것도 없이 그냥 봤다. 본 시리즈나 미션 임파서블과 비교하는 것은 좀 무리라 생각하지만 탐 크루즈는 여전히 원톱으로도 액션 영화를 소화해내는 저력이 있는 배우라는 생각을 했다. 탐 아저씨 근육은 멋있어 보이지 않지만 '진짜'라는 느낌은 주는 배우임에 틀림 없다.

 

도심 한복판에서 6발의 총성과 함께 5명의 시민이 무차별적으로 살해되었다. 현장의 모든 증거들이 한 남자를 용의자로 지목하지만 그는 자백을 거부한 채 '잭 리처'를 데려오라는 메모만을 남긴다. 그러나 전직 군 수사관 출신의 잭 리처가 도착했을 때 용의자는 이송 과정에서의 구타로 혼수상태가 되어 있었다. 지문도 없고 흔적도 없고 신분도 남기지 않는 잭 리처가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 가고 숨겨져 있던 더 큰 음모가 마침내 드러난다. 연기자들은 모두 강렬한 포스를 남기며 열연을 보이지만, 그래도 싱거웠던 것은 배후의 배후로 나오는 인물의 범행 동기에 대한 개연성 부족이다. 반전은 보여줬지만, 그 반전의 설득력은 좀 떨어졌다. 또 첫번째 용의자의 변심도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좋았던 점은 잭 리처라는 인물의 캐릭터다. 법의 한계를 뛰어넘어 심판을 내리는 그는, 그 바람에 자신의 자유와 안전을 포기했고 대신 '정의'라는 가치를 지켜냈다. 이런 단호한 인물이 주는 영웅적 고뇌와, 또 특별한 능력으로 펼쳐내는 수사과정들은 무척 재밌었다. 근데 이거 2편도 나오려나? 책은 시리즈가 무척 길던데... 앗, 지금 검색해 보니 변호사 역으로 나온 여주인공 로자먼드 파이크는 무척 나이가 들어보였는데 79년 생이다. 오, 이게 제일 큰 반전인가!

 



 

 


 

 

 

 

★★★☆

 

5. 라이프 오브 파이

 

이 영화를 보기 위해서 수년 동안 묵혀 두었던 원작 소설을 읽었다. 그리고 부커상의 위용을 확인했다. 아, 원작 소설 정말 좋았다. 감탄에 또 감탄!!!

 

그래서 아무래도 영화는 매력이 덜했다. 아주 화려한 CG를 선보였지만 이 화려한 볼거리들 속에서는 원작 소설의 명문을 고스란히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이런 영상들은 확실히 압권이었다. 아이맥스 3D로 보길 잘했다.

 

 

수영장에서 촬영했다고 하던데 그래도 그 수영장이 꽤 컸겠지? 물도 엄청 쏟아부었을 것이고... 영화 기술은 정말 빠르게, 아주 가파르게 발전하는구나.

 

고백하자면, 나 이 영화 보면서도 살짝 졸았다. 아이맥스 시간대를 맞추려고 좀 일찍 일어났더니 살짝쿵 피곤해서리...;;;;

 

태평양 위에서 호랑이와 함께 227일을 버텼던 인도 소년의 고달픈 생존기. 소년이 마주해야 했던 폭우와, 굶주림과, 식인섬의 공포까지... 모두 어마어마한 모험이며 절박한 투쟁이었다. 진짜 싸움은 소년의 내부에 있었기에 더 가혹했다.

 

 

영화 말미에 육지에 다다른 주인공의 초췌한 모습이다. 저 굶주리고 지친 얼굴의 효과는 뭘까나? 정말 굶었나, 아니면 CG인가??? 이 순간 그게 무척 궁금했다. 휴 잭맨은 레미제라블의 첫 씬을 위해서 36시간 동안 물을 마시지 않고 갈증난 상태를 만들었다고 하던데, 이 얼굴도 그런 준비를 했던 게 아닐까 문득 궁금해졌다.

 

영화가 원작보다 좋았던 것은 '힌두교'의 상징과 메시지들을 영상으로 잘 표현해냈던 점이다. 또 미어캣 섬의 전체 형상까지도 무척 절묘했다는 것!

 

 

리처드 파커가 가장 크게 잡힌 왼쪽 포스터가 마음에 든다. 색감도 좋고. 오른쪽 미어캣들은 귀엽게 생겼지만 좀 섬뜩하게 느껴진다. 섬의 비밀 때문일 것이다.

 

나야 소설을 먼저 보았으니 영화가 덜 재밌었지만, 영화를 먼저 보고 소설을 보아도 아주 맛날 것 같은 영화이긴 했다. 소설을 두번 읽는 경우는 무척 드물지만, 이 책 '파이 이야기'는 나중에 한 번 더 읽고 싶다. 영화도 기회된다면 다시 봐도 좋을 듯! 그리고 읽고 싶은 부커상 수상작도 몇 개 보관함에 담아놨다. 후후훗!!!

 

 

 

 

 

 

 

 

 

 

 

 

 

★★★★☆

 

6. 7번 방의 선물

 

좀처럼 영화 재밌다는 소리를 하지 않는 울 언니가 꼭 보라고 극찬을 해서 보게 되었다. 영화는 어느 정도 뻔할 거라고 예상했고, 분명히 눈물을 짜낼 거라고 예상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영화의 진행은 많이 식상했고, 배우들도 모두 연기를 잘 하는 이들이지만 비슷한 역을 많이 맡아왔기 때문에 역시 좀 식상한 감이 있었다. 그리고 울라고 울라고 너무 강요를 해서, 정말 눈물이 나긴 했지만 그게 감동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그냥, 저런 억울한 죽음과 억압이 많다라는 생각에 마음이 힘들어서 감당하기 어려웠을 뿐...

 

 

어린 예승이는 정말 사랑스러웠다. 이 아이를 위해서 무엇이든 내던질 수 있는 아빠의 마음도 충분히 공감이 가고, 또 그랬기 때문에 이런 딸을 두고 어찌 떠날 수 있을까 싶어 마음이 아팠다. 류승룡은 무척 좋아하는 배우이지만, 이 영화에서의 연기는 좀, 아쉬운 부분이 있다. 여섯 살 지능을 연기하느라 목소리가 너무 작위적인 느낌이 났다는 것.  

 

아주 어릴 때부터 지켜봐오던 신혜 양은 이제 완전히 숙녀가 되었다. 아름답게 자랐다. 괜히 내가 다 흐뭇했다. 이 장면에서 속눈썹이 어찌나 예쁘던지......

 

★★★☆

 

1월에는 미국 인상주의 특별전을 다녀왔다. 전시회 자체는 크게 기억에 남질 않았다. 그래도 다녀왔으니 사진만 몇 컷!

 

전시회보다 기념품 매장에서 산 애들이 더 좋았다고 한다면 쪼오끔 미안하긴 하다.

 

 

앗, 근데 저 머리끈을 어디다가 두었지? 사놓고 한 번도 안 썼는데....;;;;

 

 

 

 

 

 

 

 

 

 

 

 

셋째 주에는 조카들을 데리고 언니와 함께 북촌 한옥 마을을 다녀왔다. 날이 비교적 따뜻했던 주말이었는데, 사진 찍으러 나온 사람이 아주 많았고, 외국인도 제법 많았더랬다.

 

 

동네 주민들은 구경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소음 때문에 꽤 몸살을 앓을 것 같다. 조심하긴 했는데 그래도 사는 사람들은 스트레스 엄청 받을 듯...

 

치과 간판이 재밌다. ㅎㅎㅎ 아기자기 벽화들도 눈길을 끈다.

 

간판들이 예뻐서 찍어봤다. 정감 어린 글씨들이다. 에그 간판은 이승환 7집 앨범이 떠올라서 기분 좋아 찍었다. ㅎㅎㅎ

 

 

스마트폰 용 장갑을 세켤레 사고, 다현양 장갑도 한켤레 샀다. 다현양 머리핀과 내 머리끈도 샀는데, 저 머리끈은 한번 쓰고 망가져서 꿰매야 했다...;;;;

 

 

 

 

 

 

 

 

 

 

 

 

 

 

 

 

 

 

 

한 주 뒤에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덕혜옹주 특별전을 역시 조카들과 함께 보고 왔다.

 

 

로비에 있던 화분이 예뻐서 한컷 찍었다. 오른쪽이 전시장 입구인데 내부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밖에서 한 장 찍었다. 저 동그라미 안에 덕혜 옹주가 앉아 있는 것처럼 연출을 해놨는데 입구에 사람이 많아서 좀처럼 찍기 어려웠다. 아쉬운대로 저렇게만 분위기를 전해 본다.

 

 

 

 

 

 

 

 

 

 

 

 

 

지난 한달 간 조카들 데리고 이곳저곳을 많이 갔는데 덕혜옹주전이 가장 반응이 좋았다. 국립고궁박물관도 볼 거리가 많았고, 무엇보다 실내여서 가장 고생을 덜했다. 그밖의 곳들은 추위와의 싸움에 무참히 패배하곤 했기 때문이다.(어제가 최악!)

 

1월의 마지막 주 일요일에는 뮤지컬 '레베카'를 보고 왔다. 내게는 멀리 진주에서 뮤지컬 보러 때마다 서울 오는 친한 언니가 있는데 우리 둘 다 류정한과 임태경을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같이 볼 때가 많은데 이번엔 류정한 주연의 레베카다.

작품은, 아.... 정말 좋았다! 영화 레베카는 무려 70년도 더 전의 작품인지라 많이 촌스러웠다. 그런데 그 고전을 옮긴 뮤지컬은 장점만 가져오고, 단점은 강점으로 덮어버린 아주 훌륭한 무대였다. 영화를 보면 덴버스 부인이 주인공인 게 확 티가 났는데, 뮤지컬은 아무래도 남주인공에 힘을 좀 실어주었고, 막심 드 윈터 부인은 영화보다 더 강단 있는 인물로 변화시켜서 역시 좋았다. 내가 본 작품에선 류정한, 신영숙, 김보경 주연이었는데, 캐스팅을 아주 잘 선택한 것 같아서 만족도가 높았다. 류정한은 늘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니 두말하면 잔소리고, 미스 사이공 때 기대를 갖게 했던 김보경의 목소리도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옥주현을 걸러내고 고른 신영숙이 대박이었다. 아, 무대를 압도하는 이 어마어마한 카리스마와 장악력! 신영숙 무대를 보아온지 10년이 넘었는데 이제껏 보았던 중 가장 비중도 높았고, 솜씨를 제대로 보여준 것 같아서 역시 즐거웠다.

 

 

작품의 제목은 '레베카'이지만, 막심의 전처 레베카는 사실 작품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막심의 새 부인은 그저 '나'라고 표현될 뿐 이름이 없다. 이 절묘한 조화가 이 음산한 작품의 각별한 매력으로 작용한다. 영화는 워낙 옛날 작품인지라 배경처리가 아주 미숙했는데, 뮤지컬은 제한된 공간을 장막 위에 그림을 그리는 영상 기법으로 3차원적 공간감을 잘 표현해냈다. 무대장치의 진화가 아주 가파르다. 옥주현 버전으로 보고 온 관객들도 만족도가 높던데, 나는 기존에 옥주현 주인공의 작품들에서 그녀만 아쉬웠던 적(아이다, 엘리자벳)이 있었기에 신영숙을 고집했다. 한 번 더 본다면 옥주현 버전도 고려해볼 생각이지만.

 

(사진 펑!)

 

주연 배우들 사진이 기둥에 박혀 있다. 선호하는 배우 앞에서 사진 찍는 건 당연한 일!

 

 

애석하게도 음반이 발매되지 않았다. 저작권 문제가 해결이 나지 않았나? 당연히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많이 아쉽다.ㅜ.ㅜ

국내 초연이어서 작품이 어떨지 조금 고민이 되었는데 대박 작품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좋은 좌석에서 볼 것을....

하여간 올해의 첫 뮤지컬로 아주 적절한 선택이었다. 레베카, 롱런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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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3-02-11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설 보내셨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랑은 7번방의 선물 하나 겹쳐요. 영화 초반부터 끝날때까지 엄청 울었네요. 어린 예승인 어쩜 그리 예쁘고, 연기도 잘하던지......

마노아 2013-02-12 00:00   좋아요 0 | URL
설 연휴는 칼로리와 함께~ 통 소화시킬 짬이 없이 먹고 있네요. 어휴, 이래놓고 잔뜩 후회하지요.^^;;;
7번 방의 선물은 울어주는 게 예의예요. 안 울 수 없는 영화였어요.ㅜ.ㅜ 예승 양 정말 사랑스러웠어요~

BRINY 2013-02-11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베카' 보러가고 싶네요. 원작 소설 번역판은 품절이던데...

마노아 2013-02-12 00:32   좋아요 0 | URL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49701073

소설 여기 있네요. 레베카 노래도 참 좋아서 다시 듣고 싶은데 음반이 없으니 다시 들으려면 저도 공연을 또 봐야 하네요. 하핫^^;;;

Mephistopheles 2013-02-12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즈 미겔슨이란 배우의 전 작품들은 눈여겨볼만해요..젊었을 때 찍었던 킹아더나 플레임 엔 시트런, 발할라 라이징(이건 정말 지루한 영화인데 엄청 강렬하게 나옵니다.), 더 도어...정도.

마노아 2013-02-12 23:35   좋아요 0 | URL
킹 아더가 관심이 가네요. 이 배우 정말 강렬한 포스가 있어요. 오래오래 보고 싶어요.^^

프레이야 2013-02-12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설연휴 즐겁게 보내셨지요. ^^
신혜양은 시라노연애조작단에서 처음 보고 참 마음에 들더라구요. 어린 예승이도 어찌나 귀엽던지ᆢ
로얄 어페어를 놓쳤는데 보고싶어지네요.
벤 위쇼의 뒷태가 저렇다니 헉!ㅎㅎ

마노아 2013-02-12 23:36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여행 잘 다녀오셨나요.
신혜양은 미남이시네요에서 가장 빛났지만, 이승환 뮤직비디오에서 춤을 엄청 잘 춰서 또 기억에 남아요.
초딩시절부터 보아왔는데 벌써 숙녀가 되었어요.^^
어린 예승이는 오디션 본 친구 중에서 가장 점수가 낮았었다고 감독님이 얘기하네요.
근데 결국 주인공 맡았어요.
로얄 어페어 하는 데 있음 꼭 보고 오셔요. 배 위쇼 뒷태는 사진 저장해 두고 자주 봐야겠어요.ㅎㅎㅎ

다락방 2013-02-12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뜬금없이 신혜의 저 사진을 보고 으음, 머리를 길려서 웨이브를 넣어야겠다, 라고 생각했어요. 오늘 아침까지 단발로 쳐버리겠다고 결심했었거든요. 하하핫;;

마노아 2013-02-12 23:36   좋아요 0 | URL
머리 스타일에 대한 변심 주기가 자꾸 빨라지는 것 같아요.ㅎㅎㅎㅎ
어느 쪽이든 변신 환영이에요.^^

순오기 2013-02-13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 마노아님, 설은 잘 보냈지요?
영화는 잭 리처만 겹치고 다른 영화는 못 봤어요.
광주에서 옥주현 임태경 뮤지컬 한다고 광고 나오던데...한번 가볼까 생각중이에요.^^

마노아 2013-02-13 11:15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도 설 잘 지내셨지요?
옥주현 임태경 주연의 뮤지컬이라면 황태자 루돌프인가요? 음, 저는 임태경 최유하 버전의 루돌프를 보긴 했는데, 팬이지만 재미는 없었어요. 하하핫^^ㅎㅎㅎ

라로 2013-02-15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저와 본 영화가 다 겹쳐요!!! 로얄 어페어는 제목이 좀 어페어에만 한정되는 느낌이 들어 좀 그래요. 저는 더 헌터도 봤는데 지금 생각해도 참 있을 수 있는 무서운 얘기에요,,,제겐 뮤지컬이 쥐약이라 거의 안 보려고 하는데 임태경의 뮤지컬은 함 보고싶네요,,ㅎㅎㅎ

마노아 2013-02-16 00:15   좋아요 0 | URL
우왕, 찌찌뽕!!! 반가워요. 이렇게 다 겹치긴 참 힘들지요.^^
제목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나비님 얘기 듣고 보니 제목이 좀 한정적인 느낌이 드네요.
지난 설 연휴 때에 저도 더 헌트 보고 왔어요. 어찌나 마음이 무겁던지요. 어휴휴휴휴....
어제도 뮤지컬 한편 보고 왔는데 넘흐넘흐 졸작이어서 발렌타인데이를 완전 망쳤어요.
아르센 루팡 빵꾸똥꾸예요.(>_<)
 

   FUSION 과학

제 1798 호/2013-02-06

[이달의 역사]모르는 사람이 내 머릿속에? 영화 속 ‘다중인격’

고대 중국의 맹자는 인간의 본성은 원래 선한 것이라는 ‘성선설’을 주장했다. 반대로 순자는 사람의 성품은 본래 악하다고 반박하며 ‘성악설’을 내세웠다. 기독교에서는 선과 악을 구별하게 만드는 열매를 따먹는 바람에 에덴동산에서 쫓겨났다고 본다. 중동 지역에서는 “세상은 선과 악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이원론 중심의 마니교가 융성하기도 했다. 때로는 착하고 때로는 악한 다면적인 인간의 성격은 예나 지금이나 흥미로운 소재다.

의학이 발달하면 사람의 마음에서 선한 부분만 남기고 악한 부분은 말끔히 없애는 약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영국의 소설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Robert Louis Stevenson)은 이러한 상상력에서 출발해 1886년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이상한 사건(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을 발표한다. 이 소설은 해적 선장 존 실버를 따라 항해를 떠난 꼬마 짐 호킨스의 다채로운 모험이 담긴 ‘보물섬(Treasure Island)’의 성공 이후 다시 한 번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주었다.

법학박사이자 의학박사인 지킬 박사는 인간을 ‘여러 개의 모순되면서도 독립적인 인자들이 모인 부조리한 집합체’로 규정하고 각 특성을 분리해내는 초록색의 약물을 발명한다. 선과 악이라는 대립되는 본성을 분리하고 하나만을 선택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낮에는 점잖고 학식 있는 지킬 박사로 살아가다가 밤이 되면 약물을 마시고 하이드 씨로 변해 억압된 스트레스를 분출한다. 후에 발견된 유서에는 “저항도 못하는 상대에게 폭력을 휘두르며 한 대 한 대 칠 때마다 환희를 맛보았다”는 고백이 적혀 있었다.

∎ 한 인물 안에 담긴 두 개의 인격

[그림 1]영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이중인격의 대표적인 캐릭터다. 1880년대 포스터. 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이야기는 비극으로 끝이 난다. 변신이 반복되면서 시도 때도 없이 하이드 씨로 변하는 일이 잦아졌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길거리로 나가 살인과 폭행을 일삼았고 약을 먹어도 지킬 박사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교수형이 무서워 자살하려 하면 무의식 속에 숨어 있던 하이드 씨가 튀어나와 난동을 부렸다. 지킬 박사는 결국 스스로를 집안에 감금하다 흉측한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이처럼 두 개의 서로 다른 자아가 교대로 나타나는 현상을 흔히 ‘이중인격’이라 부른다. 겉보기에는 착하고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잔인하고 폭력적인 행동을 보일 때 이런 표현을 사용한다. 선과 악이라는 대립되는 측면을 모두 지닌 인간의 극단적인 본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이중인격의 대표적인 사례인 지킬 박사의 이야기는 1920년 무성영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Dr. Jekyll and Mr. Hyde)’로 처음 만들어져 문학과 연극에 이어 영화계까지 점령했다. 이후 1931년과 1941년에도 리메이크 돼 큰 인기를 얻었으며 이후에도 비슷한 소재를 다룬 작품들이 끊이지 않고 발표됐다.

∎ 지금도 계속되는 지킬 박사의 이야기
대표적으로는 공포 스릴러 영화로 유명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1943년 작품 ‘의혹의 그림자(Shadow of a Doubt)’를 꼽을 수 있다. 사람들의 칭찬을 받는 찰리 삼촌이 사실은 정체를 감춘 엽기적인 연쇄 살인마라는 설정으로 호평을 받았다.

1962년에는 심리적, 육체적 충격을 받으면 초록색 괴물로 변신하는 만화 주인공 ‘두 얼굴의 사나이 헐크(Incredible Hulk)’가 선을 보였다. 지킬 박사와 프랑켄슈타인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헐크는 1970년대 TV영화부터 2012년 ‘어벤져스(Avengers)’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등장해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림 2] 영화 ‘호빗’에 등장하는 다중인격 캐릭터 ‘골룸’. 사진 출처 : 워너브라더스코리아(주)



1996년에는 ‘이중인격 전문 연기자’라는 별명을 지닌 에드워드 노튼(Edward Norton) 주연의 ‘프라이멀 피어(Primal Fear)’가 화제를 모았다. 정신질환을 가장해 법원에서 무죄를 받아낸 살인자의 이야기다. 노튼은 1999년 ‘파이트 클럽(Fight Club)’에서도 유사한 역할을 맡았다. 무료한 생활에 지친 주인공이 친구의 권유로 격투 클럽에 가입하게 되는데 알고 보니 자신의 이중인격이 만들어낸 착각이었다는 내용이다.

2003년에는 프랑스 영화 ‘엑스텐션(Switchblade Romance)’와 미국 영화 ‘아이덴티티(Identity)’가 이중인격을 다뤘다. 영화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에서 아라곤 역할을 맡았던 배우 비고 모텐슨(Viggo Mortensen)이 명연기를 펼친 2005년 작품 ‘폭력의 역사(A History Of Violence)’도 주목할 만하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에 ‘두 얼굴의 여친’과 ‘뷰티풀 선데이’가 비슷한 소재를 다루었다. 최근에는 영화 ‘호빗:뜻밖의 여정’에서 착한 ‘스미골’과 사악한 ‘골룸’이 등장하는 등 다중인격 캐릭터는 영화 속 사건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독특한 캐릭터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 24개의 인격을 가지고 사는 빌리 밀리건
이중인격으로 소재로 한 영화는 배우의 능력에 따라 평가가 극단적으로 나뉜다. 하나의 인물이 전혀 다른 두 개의 인격을 연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중인격 환자들도 혹시 연기를 하면서 다른 사람을 감쪽같이 속이는 것은 아닐까?

두 개 이상의 자아가 번갈아 나타나는 현상을 흔히들 ‘이중인격’ 또는 ‘다중인격’이라 부른다. 정식 명칭은 ‘해리성 정체감 장애(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 DID)’다. 자아가 여럿으로 분리되고 따로 떨어지는 바람에 단일한 정체성을 보이는 데 어려움을 겪는 증상을 가리킨다. 정신의학이 발달하기 전에는 ‘빙의(Possession)’라는 명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지금까지 발견된 다중인격 사례 중 가장 유명한 것은 20개가 넘는 인격을 가지고 사는 윌리엄 스탠리 밀리건(William Stanley Milligan, 1955~)이다. 열 살 때인 1964년부터 계부 챌머 밀리건(Chalmer Milligan)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하면서 다중인격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신적인 충격을 받으면 본래의 자아를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인격이 등장하는 식이다.

이후 정신병원에 입원하거나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는 등 커다란 사건을 겪을 때마다 하나씩 새로운 인물이 윌리엄의 몸을 지배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격은 핵심 인격인 빌리(Billy)를 중심으로 아서, 레이건, 앨런, 타미, 대니, 데이비드, 크리스틴, 필립, 케빈, 월터 등 총 24개에 달한다. 강간, 폭행, 절도 등 수많은 범죄로 법원과 정신병원을 수시로 드나들던 1978년 미국 최초로 ‘다중인격 장애와 정신이상’을 이유로 무죄가   선고된다.

가짜 연기를 펼친다고 의심한 수사관과 의사들이 갖가지 검사와 취조를 실시했지만 오히려 상상을 초월하는 능력이 발견돼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윌리엄은 고등학교 중퇴의 학력이었지만 아서라는 인격이 지배하면 아랍어와 아프리카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수학, 물리학, 의학을 전문가 수준으로 뽐낸다. 레이건일 때는 크로아티아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타미로 변신하면 전자제품을 능숙하게 다룬다. 단순한 연기로는 설명할 수 없는 능력들이다.

다중인격이 발생하는 원리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환자의 90% 이상이 어린 시절 심각한 학대와 폭력을 겪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주체적으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는 시기에는 스스로를 보

 

 

호하기 위해 자아를 바꾸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다중인격은 잠재적 범죄자라기보다 사회가 보호하지 못한 약자이며 피해자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글 : 임동욱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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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3-02-07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빌리 밀리건이 궁금하다. 프라이멀 피어 무척 재밌게 봤는데...

후애(厚愛) 2013-02-08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향향기는 여전히 재밌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설 연휴 잘 보내셔요.^^
감기조심하시구요.

마노아 2013-02-09 12:32   좋아요 0 | URL
장수하는 과학향기에요. 일주일에 두번, 반짝반짝 재미를 느껴요.
후애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설 연휴 가족들과 함께 즐겁게 보내셔요~
저는 이미 감기에 걸렸어요. 흑흑....후애님은 감기 조심이에요~
 

 

아, 완전 빵 터지네. 러셀 크로우도 리트윗했다는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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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3-02-07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꽤나 재미있으면서도 완전 공감합니다.

마노아 2013-02-07 16:18   좋아요 0 | URL
첫번째 곡의 '제설'에서 완잔 빵빵 터졌어요. 저도 지금 근무하는 곳에서 눈이 오면 다들 장비들고 주차장 집결이거든요. 그러니 군대 다녀오신 분들은 분노의 공감을 느낄 거예요.^^

saint236 2013-02-08 11:39   좋아요 0 | URL
하늘에서 하얀 폐기물이 내린다, 스레기가 내린다, 똥이 내린다. 이렇게 표현을 하죠.^^

마노아 2013-02-08 12:46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가사 보고서 저렇게 표현하는구나 싶었어요. 하얀 폐기물... 완전 슬퍼요.^^;;;

BRINY 2013-02-07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 마노아님, 그 학교는 교사들에게 제설을 시켜요? 정말 상상초월!
저희는 뭐...행정실 직원분들에게 감사를...

이 동영상은 그냥 뭐 상상이상이더라구요. 가사 완전 잘 썼고, 노래들은 왜 이리 잘하는지요!

마노아 2013-02-08 12:47   좋아요 0 | URL
밤새 내리면 주간 샘들이 삽들고 집결이구요. 오후에 내리면 야간 샘들이 삽들고 집결이에요.
여긴 뭐 교장이 회의 소집하면 수업도 뒤로 밀려요...;;;;;

동영상 최고죠. 외국에서도 한국적 특수한 상황을 잘 이해하려나 모르겠어요. 유튜브 들어가니까 메인에 걸려 있더라구요.ㅎㅎㅎ

무스탕 2013-02-07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까 뉴스에서 이런게 있다는건 들었는데 여기서 보네요.
아, 어쩌나.. ^^;;
근데 노래 참 잘한다, 들.. +_+

마노아 2013-02-08 12:47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오랜만이에요!!!!
다들 노래도 잘하죠? 이렇게 슬프고 웃기다니...^^ㅎㅎㅎㅎ

같은하늘 2013-02-08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아까 뉴스에 나오는거 얼핏봤는데...
다시 잘 봐야겠당~~ㅎㅎ

마노아 2013-02-08 12:47   좋아요 0 | URL
뉴스까지 타고~ 완전 대박 동영상이에요. 13분이 전혀 길지 않아요.6^^ㅎㅎㅎ

비연 2013-02-08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대박...ㅎㅎㅎㅎㅎㅎ

마노아 2013-02-08 12:47   좋아요 0 | URL
누구 아이디어인지 진짜 대박이에요. ㅋㅋㅋㅋㅋ

순오기 2013-02-08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한국 공군이 이런 것도 만들었군요. 멋져요~ ^^

마노아 2013-02-08 12:48   좋아요 0 | URL
아아디어 창고들이에요. 어휴, 서 있는 자세랑 각도까지도 똑같아요. ㅋㅋㅋ

세실 2013-02-08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뉴스에서 봤는데 나름 잘 짜여졌더라구요~~~
전체 보니 재밌네요. 기발한 아이디어^^
립싱크인가? 노래 참 잘하네요~~

마노아 2013-02-08 12:48   좋아요 0 | URL
입모양이 조금 안 맞는 것 같은데, 또 동시 녹음까지 똑같이 했나 싶기도 하고요.
하여간에 이 영상 보고 오랜만에 신나게 웃었어요.^^

세실 2013-02-08 13:58   좋아요 0 | URL
좀 전에 신문에서 봤는데 실제 노래를 불렀다고 합니다.
장발장도 경감도 성악전공이랍니다. 매우 훌륭해~~
백만원으로 탄생한 작품이랍니다.

마노아 2013-02-09 22:58   좋아요 0 | URL
직접 부른 것은 알겠는데 동시 녹음인 지가 궁금해요. 입 모양이 맞을 때도 있고 안 맞을 때도 있더라구요.
암튼 다들 참 대단해요.^^
백만원으로 가능한 것은 군대이기 때문이겠지요. ㅎㅎㅎ
 

 

 

 

 

 

 

 

 

 

 

 

 

 

오늘의 유머는 이렇게 써야지...

http://m.todayhumor.co.kr/view.php?table=bestofbest&no=98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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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3-02-06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 겉표면이 나무무늬 시트지 같은거 맞나요? 상을 포기하실 꺼면 그저 잡아 뜯는 방법밖에는 없을듯한데요.

마노아 2013-02-06 20:08   좋아요 0 | URL
어이쿠, 제가 그림을 덜 올렸네요. 앞에 그림 네개가 더 있는데 마지막 것만 올린 것 있죠.
이 사람 저 상 어떻게 해결했나 궁금해요.^^ㅎㅎㅎ

꿈꾸는섬 2013-02-06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세워뒀다가 뚝배기가 어느순간 떨어지면 어쩌지 걱정하는데, 저게 결국 떨어졌을까요? 궁금해요.

마노아 2013-02-07 00:58   좋아요 0 | URL
밑에 수건이라도 받쳐놔야겠어요. 전날 산 뚝배기가 깨지면 어떡하나요. ㅎㅎㅎ

마태우스 2013-02-06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저럴 수도 있군요!! 내일이면 떨어지지 않을까요 안된다면...미끄덩미끄덩한 기생충을 소개해드릴까요?

마노아 2013-02-07 00:59   좋아요 0 | URL
아주 강력한 접착력이에요. 뭔가 고온과 압력과 상의 코팅지까지 결합된 조화가 아닐가 싶어요. 기생충이라니, 놀라운 방법이에요!!!

무스탕 2013-02-07 23:25   좋아요 0 | URL
하하하~~ 해결책으로 기생충을 거론하는 마태님. 정말 기가막히네요. ㅎㅎㅎ

마노아 2013-02-08 12:48   좋아요 0 | URL
역시 훌륭한 연구자시라니까요.^^

같은하늘 2013-02-08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어쩌나~~~ 상과 뚝배기를 모두 살릴 수 있는 방법이 뭘까나?
뚝배기보다 상이 더 비쌀것 같은데...

마노아 2013-02-08 12:49   좋아요 0 | URL
저 상황에서 저렇게 철저하게 설거지를 한 것도 놀라워요. 대단한 자취생!!
 

겨울방학 끝나기 무섭게 봄방학. 그리고 순식간에 개학인 거지. 그럼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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