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과학

제 1909 호/2013-07-15

[FUTURE] 기후변화 대응, 이번이 마지막 기회!

 

2013년 KISTI의 과학향기에서는 올 한 해 동안 매월 1편씩 [FUTURE]라는 주제로 미래기술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칼럼에서 언급된 미래기술은 KISTI에서 발간한 <미래기술백서 2013>의 자료를 토대로 실제 개발 중이며 10년 이내에 실현 가능한 미래기술들을 선정한 것입니다.
미래기술이 상용화 된 10년 이후 우리의 생활이 어떨지, 또 이 기술들로 인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를 이야기로 꾸며 매월 셋째 주 월요일에 서비스할 예정입니다. 과학향기 독자 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기상청에 근무하고 있는 박하늘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평균 기온이 매년 올라가는 것이 걱정이다. 2023년 현재 우리나라 기후는 뚜렷한 4계절은 먼 나라 얘기가 됐고 여름, 겨울만 나타나는 연중 고온다습한 아열대 기후로 굳어져 버렸다.

서울의 가로수는 이미 야자수로 변해버렸다. 한낮에는 뜨거운 열기로 인해 쉽게 외출을 할 수 없게 됐고 외출 시 선글라스와 자외선차단제는 필수품이 됐다. 멜라닌 세포가 많은 사람들은 점점 얼굴색이 까맣게 변해갔다. 멜라닌은 일정량 이상의 자외선을 흡수해 유해한 자외선이 인체 내로 침투하는 것을 차단, 인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부작용은 피부가 검게 변한다는 것이다. 특히 많은 시간을 야외에서 일하거나 야외 활동, 야외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은 점점 피부색이 동남아인처럼 변해갔다.

한국인의 특징인 근면과 성실, 거기다 우리나라를 빠른 시간 내에 선진국 대열에 오르게 한 ‘빨리빨리’ 습관은 사회문제화 됐다. 아열대 기후로 변한 걸 모르고 대낮부터 여기저기 거래처를 돌던 세일즈맨들이 일사병으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가는 경우가 연쇄적으로 일어난 것이다. 정부에서는 바깥기온이 가장 높은 오후 1~2시대에 강제적으로 ‘외출금지령’을 내렸다. 이 시간에 냉방이 갖춰진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고 외출을 하는 사람들은 벌금을 각오해야 한다.


가정에서도 좀처럼 요리를 하지 않는 게 트렌드가 돼 버렸다. 더운 날씨에 뜨거운 불 앞에서 요리를 하던 주부들이 현기증을 일으키거나 쓰러지는 등 목숨 걸고(?) 요리하느니 차라리 요리를 포기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음식은 대부분 외식으로 해결하거나 배달, 혹은 인스턴트 음식으로 간단히 해결하는 쪽으로 생활습관이 변했다. 2023년, 외식산업은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로 변한 정도로 끝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문제는 일부 과학자들이 주장하는 대로 현재 지구가 역사상 여섯 번째 대멸종이 진행 중인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데 있다. 아주 먼 옛날 급격한 기후 변화로 공룡이 멸종했듯이 조만간 양서류의 30%, 포유류의 23%, 조류의 12%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여타 요인이 있겠지만 결국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변화가 가장 큰 원인일지 모른다는 것이다. 최근 150년간 지구의 평균기온은 섭씨 8도 정도 상승했다.

계속 녹고 있는 남극의 빙하도 변수다. 빙하가 녹으면 바닷물의 양이 많아지고 여기에 기온 상승으로 바닷물의 부피가 불어나면서 해수면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이로 인해 태평양에 있는 섬들은 거의 물에 잠겨 주민들이 대피했고, 상당수의 도시가 현재 물에 잠길 태세다. 둑을 쌓는 등 임시방편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거대한 자연의 힘을 더 이상 막아내기는 역부족이다.

지금까지 기후변화에 대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1992년 리우회의와 1997년 교토의정서를 발표했지만 대다수 국가들이 등을 돌리는 바람에 유명무실해졌다. 그러나 2023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전 세계 국가들이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서울회의’를 열었고 ‘서울의정서’를 만들어 의무적으로 참여키로 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은 이제 지구를 지키고 곧 우리 목숨을 지키는 일이라는 걸 전 세계가 공감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온실가스 처리 기술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이산화탄소 심해, 지중저장 기술¹⁾ 과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먹이생물(식물/동물성 플랑크톤) 대량 배양기술²⁾이다. 전자는 발전소나 공장에서 대량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모아서 심해 해양 퇴적층에 저장해 처리하는 기술이다. 후자는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플랑크톤 등 미세조류를 대량 배양해 바이오연료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제는 세계 각국을 막론하고 탄소를 발생시키면 의무적으로 탄소세를 내야한다. 탄소를 포집해 처리하는 기술은 바야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것이다. 거기다 그 탄소를 이용해 바이오연료까지 만들 수 있으니 꿩 먹고 알 먹고다. 위기가 기회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박하늘 연구원이 근무하고 있는 기상청에서는 슈퍼컴퓨터로 기후변화에 따른 전 지구 해수면 변화, 지역별 해수 침수 및 범람 예상도 실시간 예측기술³⁾을 활용하고 있다. 전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후변화를 실시간 감시하고 예측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저감에 기여하고, 온실가스 배출저감을 통한 우리나라 산업체의 국제 경쟁력 확보와 세계 녹색시장 점유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박하늘 연구원도 인류가 공룡처럼 멸종하지 않고 자손대대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오늘도 슈퍼컴퓨터에서 예측한 데이터들을 더욱 철저히 분석·감시해 기후변화를 막는 첨병이 돼야 겠다고 다짐한다.

글 : 정영훈 과학칼럼니스트

[각주-미래 기술]
1)이산화탄소 심해, 지중저장 기술 : 화력발전소, 제철소 등에서 대량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수송해 심해 해양 퇴적층에 저장해 처리하는 기술. 지중저장 기술 중 대수층주입기술은 현재 실용화 연구단계이고 기술적 과제만 해결된다면 조만간 실현 가능. 2015~2030년 동안 이산화탄소 1억 톤을 감축할 수 있음. 관련 산업은 11.4조 원 성장이 예상되고 일자리 창출은 4만 7,000명으로 기대됨.

2)포집된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먹이생물(식물․동물성 플랑크톤) 대량 배양기술 :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바이오 연료를 생산할 수 있는 플랑크톤 등 미세조류를 대량 배양할 수 있는 기술.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에 따른 환경보호와 미세조류 생산에 따른 고부가가치 자원 생산 및 새로운 소득 증대 창출이 기대됨. 기술의 실현 시기는 3~4년 후로 예상됨.

3)기후변화에 따른 전 지구 해수면 변화, 지역별 해수 침수 및 범람 예상도 실시간 예측기술 : 기후변화 유발 및 환경 인자 관측을 통해 정확성 높은 지구시스템 장기 예측 모델링으로 고기후·환경변화 규명·추적 및 전 지구 해수면 변화, 지역별 해수 침수 및 범람 예상도 실시간 예측, 기후변화 예측을 목표로 하는 기술. 기술의 실현 시기는 7~8년 후로 예상됨.

참고 :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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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알라딘 14주년 행사가 한참이다. 이벤트 중에 14% 선물이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1만원과 4만원 어치 주문을 하면 응모할 수 있는 거다. 양쪽에서 한 건씩 사야 가능했던 건데, 그걸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금액만 맞추면 되는 줄 알고 책을 잔뜩 질렀다. 그리고 응모권이 생기지 않아서 갸우뚱~ 결국 고객센터에 물어보고 알아차렸다. 설명을 잘못 알아들었구나.ㅜ.ㅜ

응모권을 하나 가지려면 오프 중고 매장을 한 번 다녀와야 한다. 내일 갈까나. 근데 내일도 비가 오겠지? 어휴...;;;;









14% 선물 응모 조건이 되면 내가 갖고 싶은 것은 삼나무 책꽂이다. 집에 하나 있는데 하나 더 갖출 생각.

북 다트를 오래 썼더니 많이 녹슬었다. 저건 나중에 적립금 모아 살 생각이고~ 한동안 에코백에 미쳐서 마구 날뛰었는데, 지난 달 무크지 부록에 잔뜩 실망한 터라 당분간 가방은 좀 참기로 했다. 가문비나무 홀더는 아무 매력이 없고...(먼지 들어갈 것 같아...;;;) 홈즈 북엔드는 며칠 전에 2개 세트 받았다. 최근에 사진 속 빨간 머그컵 이가 나간 걸 발견했다. 누구 소행인지는 알 수 없지만, 덕분에 현재 연필 꽂이가 되었다. 그 바람에 가까이 두고 자주 보기는 한다. ㅎㅎㅎ 텀블러는 탐나지만 일단 삼나무 책꽂이 먼저~


2. 1일에는 신한카드 행사에 맞추어서 책을 잔뜩 질렀는데 일주일이 되도록 주문한 책이 오질 않았다. 고객센터에 문의해 보니 내 책상자가 분실됐단다. 아흐 동동다리~ 곰발님이 어딘가에서 비맞고 있을 거라고 했는데 정말 그렇게 된 모양..(ㅡ.ㅡ;;;;)


새책은 다시 발송할 수 있지만 섞여 있던 중고 책들이야 어디 그게 되는가. 자동으로 주문 최소가 되었다. 아씨, 그거 품절 책이었는데..ㅜ.ㅜ









3. 책을 와장창 주문하고 돌아섰는데 유홍준 교수님 새책 소식이 들려왔다. 아뿔싸!


교수님 친필 부채 주는 행사는 세트 도서로 묶어서 주문할 때만 해당된다고 한다.(이것도 고객센터 확인...ㅎㅎㅎ) 

1권, 2권 같이 담아서 주문해도 가격은 같지만 이벤트 제외이니 주문하실 분들은 참고하시길~




4.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은 드디어 완간 소식이다. 현재 예약 판매 받고 있다.


역시나 예상대로 20권 묶어서도 파는구나. 나야 다 갖고 있으니 묶음 도서는 눈이 안 가지만... 작가님 노고에 기립 박수를! 이 책을 즐겨 보기 시작한 지도 어언 십년 세월인가 보다. 재독해도 재밌는 책, 멋진 책이다. 


(작가님, 혹시 현대사 쪽으로도 작업해 보심이... 사실 현대사가 더 흥미롭잖아요. 더 혈압 오르고...;;;;)


5. 수영장을 다시 다니기 시작한 것이 4월이었다. 일년 만에 돌아오니 예전 맴버도 꽤 있었고 뉴페이스도 더러 있었다. 그 중에서 우리 레일에서 가장 먼저 출발하는 1번 아저씨! 훈남이었다. 그리고 우리 레일에서 가장 잘 하는 분은 어떤 언니인데 사실 가장 최상급반에서 운동하던 분이 몇 달 쉬었다면서 우리 레일로 온 경우다. 옆 레일(최상급 반) 사람 없으면 거기 가서 수영 하시는 분이다. 이 언니가 술자리를 좋아해서 자주자주 자리를 만드신다. 회식 하자고 내내 졸라대더니 드디어 회식 날짜를 잡았다. 흠흠, 훈남도 있는데 모처럼 회식 자리 참석해 볼까? 실컷 수영하고 술자리라니, 다이어트엔 천적이지만 그래도 훈남이 있잖아! 뭐 이런 생각을 했더랬다. 지난 주까지.


6. 탈의실에서 만난 예쁜 꼬마 숙녀가 있다. 혼자서 샤워 다 하고 옷 예쁘게 차려 입고 거울을 통해서 제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이 녀석이 어찌나 예쁘던지 말을 걸어 보았다. 열한 살이라고 했다. 엄마 없이 혼자 다 알아서 척척 해내는 게 막 대견해 보였다. 사실 열한 살이면 혼자 샤워하고 옷 갈아입는 거야 아무 문제 없지만, 그냥 내 눈에 무척 예뻐 보였다. 본인도 자기가 예쁜 걸 아는 눈치다.ㅎㅎㅎㅎ 아무튼 이때 이후로 수영장에서 마주칠 때마다 서로 인사한다. 녀석은 나랑 같은 시간 대에 개인 레슨을 받고 있다. 세살 아래 남동생과 함께~


7. 지난 달에 우리 구에서 진행하는 수영 대회가 있었다. 2년에 한번 개최되는데 선생님이 나가보라고 권유하셨다. 내가 잘해서는 아니고, 30대 연령대에서 참가자가 부족했던 것이다. 들어 보니 40대와 50대가 가장 참가자가 많고 젊은 연령대일 수록 참가자가 적다고 한다. 추억도 되고 재미도 있을 것 같아서 나가볼까~ 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참가를 위해서 자기 기록을 재주던 날, 하필 매직이어서 수영장을 못 갔는데, 그날 선수 다 뽑았다고....;;;; 2년 뒤를 기약해 보자. 그때까지 꾸준히 수영을 할 수 있을까나. 


8. 뭐 암튼... 수영 대회는 물 건너 갔지만 즐겁게 다니고 있다. 그리고 회식 날짜가 잡혔다. 오늘이다. 지금 이 시간!

본의 아니게 수영장은 못 갔다. 훈남과 맥주 잔을 기울여 볼까 생각했는데, 6번의 그 꼬맹이가 내가 말한 훈남의 딸이었지 뭔가. 이렇게 큰 딸이 있을 줄이야!(게다가 그 밑에 아들도 하나 더 잇었지...;;;)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남동생 얼굴을 자세히 보니 훈남을 쏙 빼닮았다. 세상 모든 훈남은 품절남이거나, 게이이거나, 아님 그림의 떡!


9. 게이 하니까 생각나는 일이 하나 있다. 지난 주의 일이다. 아니, 지지난 주였던가? 하여간 목이 아파서 한참 고생할 때의 일이다. 나는 개별실에서 따로 수업을 하므로 각 반에서 5명만 따로 데리고 있다. 시험 결과에 따라서 학생들이 바뀌긴 하는데 아무튼 내가 모르는 얼굴들이 더 많다. 그 내가 모르는 얼굴 하나가 굳이 우리 교실(자기네 교실과 건물이 다르고 정 반대 방향)까지 와서 내 얼굴을 보고 가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는 소리. 


"게이처럼 안 생겼는데?"


읭? 이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불러서 물어봤다. 무슨 얘기인고 하니, 내 수업 받는 학생이 교실에 돌아가서 우리 사회 선생님은 게이처럼 생겼다고 했단다. 그래서 궁금해서 구경하러 왔다고. 헐...;;;;;


내가, 어딜 봐서, 게이처럼 생겼단 말인가, 버럭버럭!!!!


말했다는 당사자가 마침 왔길래 사실 확인을 해보니 정말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너 게이가 뭔지는 아냐? 하고 물으니 제대로 알고 있다. 더 황당. 이 짜식을 그냥!!!


내가 좀 뼈대가 있긴 하지만 날마다 샤랄라 원피스 입고 다니는 나름 꽃선생(응?)인데 어딜 봐서....ㅜ.ㅜ

남자가 여자 옷 입고 있는 그런 느낌으로 본 걸까??? 하아, 실망스러워....


접힌 부분 펼치기 ▼

 

(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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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지난 주에 만난 친구에게 준 생일 선물이다. 



사진은 좀 안 예쁘게 나왔네. 실물은 좀 더 예쁜 것 같은데. 오랜만에 만들어서 동그랗게 조이는 방법이 생각 안 나 몇 번 풀러야 했다. 꼬박 이틀 동안 만졌는데 요새 눈이 좀 침침하다 느껴진 게 이때였다. 며칠 전에 비즈 한상자를 추가로 발견해서 다시 발동이 걸릴락 말락... 비즈가 한번 판 벌리면 주변이 많이 지저분해지고, 또 퍼즐 맞출 때처럼 다리가 썩는 고통이 종종 찾아오므로 주저하게 된다. 근데 비즈는 또 여름에 어울리는 녀석인지라... 주말인데 그냥 열어볼까? 팔찌 몇 개 만들어 볼까... 시계는 체인이 다 떨어져서 또 만들긴 힘들 것 같고... 샤워 하고 나서도 맘이 변하지 않으면 하나 만들지 뭐~ 빗소리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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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3-07-13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에 제대로 된 책장만 있다면 박시백의 조선왕조 실록 전권 퐉! 꽂아 두고 싶으요~
그나저나 마노아님의 책들은 정말로 어딘석나 비맞고 있는거 였군요, 아이쿠...
곰발님은 글만 잘쓰시는게 아닌듯 ㅎㅎ

마노아 2013-07-13 10:55   좋아요 0 | URL
저는 방에는 공간이 없어서 거실에 꽂혀 있어요. 이미 읽은 책은 거실로, 못 읽은 책은 내 방에~
내 방에 책 쌓을 데가 없어요. 못 읽은 것 천지에요. 그런데도 오프 중고 매장 가서 책 사야 한다는 사명감(?)에 바깥 강수량을 체크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곰발님께 신기가 있어요. -_-;;;;;

2013-07-13 1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13 1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13-07-14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영대회 출전 권유를 받으시다니, 대단하세요~~

마노아 2013-07-15 09:34   좋아요 0 | URL
20,30대 참가자가 없어서 우리 반 모두 권유 받았어요. 절대 실력 때문이 아니에요. ㅎㅎㅎ
 

   FUN 과학

제 1908 호/2013-07-10

무더위 이기는 선조들의 지혜!

정확히 정오를 기점으로 태연의 얼굴이 점점 붉어지고, 동공이 슬슬 풀리며, 팔다리에 힘이 빠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드디어 오후 2시, 더 이상 참지 못한 태연이 고함을 냅다 지른다.

“아빠! 당장 에어컨 틀어주세요. 당장!! 국가적인 전력부족 사태가 더 심각한가요, 아님 하나밖에 없는 금쪽같은 딸내미가 더위에 비쩍 말라 죽어가는 게 더 심각한가요. 네?!”

“에이, 넌 절대 비쩍 마르지 않았어요. 비만에 조금 더 가깝다고나 할까~? 그리고 옛날에는 에어컨 없이도 잘만 살았다고.”

“지금 농담이 나오세요? 아빠가 뭘 잘 몰라서 그러시는데, 옛날에는 지금처럼 덥지가 않았기 때문에 에어컨 없이도 잘 살았던 거라고요. 하지만 요즘엔 지구온난화 현상이 심해져 여름이 너~~무 덥다고요.”

“물론 지구온난화 때문에 지난 100년 동안 한반도 기온이 섭씨 1.8도 올라갔다는 안타까운 조사가 있긴 하지. 그러나! 그렇다고 옛날이 덥지 않았던 건 아니야. 옛날 사람들도 삼복 찜통더위를 피하기 위해 나름대로 엄청 노력을 했단다. 대나무로 좋은 부채를 만들어 부치거나, 죽부인을 안고 자고, 삼베옷 입는 등의 방법을 썼지. 그리고 왕과 신하들은 석빙고의 얼음을 먹기도 했단다.

“아 맞다. 석빙고! 전 그게 그렇게 신기하더라고요. 이 뜨거운 여름에 어떻게 얼음이 녹지 않고 남아있을 수가 있어요? 냉장고도 없는데?”

“그러니까 우리 선조들이 위대하다는 거야. 석빙고의 구조를 보면 옛 사람들이 얼마나 머리가 비상했는지 알 수 있어요. 석빙고의 천장은 아치형을 하고 있단다. 당연히 벽돌들이 딱 붙어있는 게 아니라 벽돌 사이 뒤쪽에 빈 공간이 생기겠지. 석빙고는 그 공간을 이용해 빙고 안의 더운 공기를 빨아들인 다음 바깥의 환기구로 배출시키는 구조를 하고 있단다. 차가운 공기는 밑으로 가라앉고 더운 공기는 위로 올라가는 성질을 현명하게 이용한 거지. 또 얼음과 맞닿은 벽과 천장의 틈 사이에는 볏짚, 톱밥 같은 것을 채워 넣어 외부의 열기가 들어오지 못하게 했단다. 볏짚은 속에 빈 공간이 많아서 열을 잘 흡수하기 때문에 훌륭한 단열재 역할을 했을 거야.”

“와, 진짜 과학적이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요? 그런데 얼음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였잖아요. 대부분은 생짜로 더위를 견뎌야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래도 집 구조 때문에 조금은 덜 더웠을 거야. 옛 사람들은 가급적 남향(南向)에 배산임수(背山臨水), 즉 뒤에는 산이 앞에는 물이 흐르는 곳에 집을 지었단다. 이런 집에 여름 햇볕이 내리쬐면 어떻게 될까. 마당이 뜨거워지고 더워진 공기는 위로 상승할거야. 그럼 그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뒷산에서 상대적으로 차가운 공기가 잽싸게 마당 쪽으로 이동을 하겠지. 대류현상에 의해 더운 공기와 찬 공기가 순환을 하게 되는 거야. 그래서 배산임수 남향집 대청마루에 앉아있으면 뜨거운 한낮에도 산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 덕에 그다지 더위를 느끼지 않는 거란다.”

“아, 시골 할머니네 집 마당에 가면 바람 한 점 없는 찜통더위에도 이상하리만큼 시원한 바람이 잘 분다고 생각했었는데,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네요. 할머니 집이 배산임수 남향집이란 건 오늘 처음 알았어요.”

목욕도 더위를 이기는 주요한 수단이었단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부터 목욕을 좋아하는 청결한 생활습관을 갖고 있었다고 해. 송나라 사람 서긍(徐兢)이 쓴 ‘고려도경(高麗圖經)’에 보면 ‘고구려 사람들은 여름이 되면 날마다 두 번씩 개울에서 목욕을 하는데, 남자 여자 분별없이 의관을 언덕에 놓고 물굽이 따라 몸을 벌거벗되, 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단다.”

“아이고머니나, 부끄러워라! 남녀가 유별한데 어찌 그렇게 목욕을 했대요? 어마마, 말도 안 돼.”

“시대마다 풍속이 다르잖니. 그땐 그게 자연스러운 일이었던 거지. 그러나 예외의 사람들도 있었어. 바로 양반들이지. 조선시대 선비들은 제사를 준비하며 목욕재계할 때를 빼고는 거의 몸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그 때문에 여름이면 염증으로 고생하는 양반들이 아주 많았다는구나. 그래서 생각해 낸 게 풍즐거풍(風櫛擧風)이란다.”

“그게 뭔데요? 뭔가 바람풍을 즐긴다는 얘기 같긴 한데….”

“체면 상 개울에서 목욕을 할 수 없었던 선비들은 산에 올라가 상투를 벗어 긴 머리카락을 바람에 날리고, 남성의 중요한 그 부분 그러니까 심벌을 볕에 쬐여 말리곤 했다는구나. 그걸 풍즐거풍이라고 하는데, 전통적인 가치관에서 볼 때는 매우 과감한 피서법이라고….”

“악! 그만! 거기까지! 아아아, 난 어떻게 해. 상상이 된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아빠가 상상만은 하지 말라고 했잖니. 보기엔 좀 거시기해도, 풍즐거풍은 상당히 건강에 좋은 피서법이었어요. 요즘 들어 옷을 벗고 바람으로 목욕을 하는 풍욕(風浴)족들이 늘고 있다고 하던데, 그만큼 효과가 좋기 때문이란다. 풍욕을 하면 피부호흡을 통해 모공으로 산소가 들어가서 에너지 대사를 촉진시켜주고, 체내 노폐물이나 독소 배출에도 효과가 좋다는 구나. 그래서 이 아빠, 굳게 결심한 바가 있단다. 이번 여름엔 절대로 에어컨을 켜지 않고, 샤워도 하지 않고, 오로지 풍즐거풍으로 굳건히 여름을 이겨 보려는 구나~~.”

“음… 할 수 없네요. 아빠, 우리 가을에 만나요~!”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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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기 기운을 느꼈던 것은 현충일 밤이었다. 낮동안 무척 더워서 허덕였는데 밤이 되어 기온이 떨어지니 춥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 다음 날부터 바로 목이 잠겼다. 그래도 설마 오뉴월 감기에 걸리겠냐는 생각으로, 좀 더워서 지친 거겠지... 하고 말았는데, 주말을 넘기면서 기침을 엄청 했고 코피도 엄청 쏟았다. 코 안의 혈관이 터진 것이다. 그리고 월요일에 이비인후과를 갔는데 후두염 진단을 받았다. 목을 쓰지 말란 당부가 있었지만 수업을 하려면 목을 안 쓸 수가 있나. 그 한 주 동안엔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아서 엄청 고생을 했다.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또 억지로 써야 하니 목이 더 상했나보다. 그렇게 한 달 동안 병원을 다니고 있다. 감기 몸살+후두염이었는데 지금은 성대결절 초기 진단까지 받았다. 쉰 목소리는 많이 좋아졌지만 원상복귀는 되지 않았고(병원에선 8주 정도 예상하라고....ㅜ.ㅜ) 침 삼키는 것도 아프다. 초기 3주 동안에는 카페인 먹지 말라고 해서 커피를 먹지 못해 무척 힘들었다.(그게 제일 힘들었다...;;;) 너무 차도가 없는 것 같아서 동네에서 더 유명한(그래서 사람이 많아서 가지 않았던) 병원으로 옮겼는데, 약을 바꾸니 증상이 좀 더 완화되었다. 처음부터 여기 갈 걸...ㅜ.ㅜ 여기선 하루 한잔 정도는 먹어도 좋다고 해서 야호!를 외쳤다. 여름엔 아이스 커피가 짱이지!!


초기에 가장 상태가 악화됐던 건 월요일 밤 때문이었다. 그날은 여태까지 중 가장 더운 날이었는데 내 방 온도는 34도였다. 서향 방이라 여름엔 아주 지독한 방이라는 걸 작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올 여름은 봄 없이 갑자기 닥쳤던 터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이날 자다가 지나친 기침으로 깼는데 방 온도가 33도였다. 세상에, 새벽 온도가 33도라니 말이 되는가? 그래서 방문 두개와 창문 두개를 모두 열고 다시 잠들었더니 이번엔 또 추워서 다시 깼다. 더위 먹어서 상태가 더 안 좋아진 것 같다. 이제 막 여름의 시작인데 어쩌누... 그저 건강이 최고! 


이렇게 목이 아픈데, 아파서 목소리 쩍쩍 갈라지는데 일부러 두번씩 물어보고, 못 들은 척하고, 꼭 한박자씩 되묻는 못된 녀석이 있었다. 요즘은 이렇게 '못된' 사람을 주변에서 아주 많이 보고 있다. 왜 그러지? 왜 그럴까? 애써서 착해지진 못하더라도 일부러 못되질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 에휴....


하여간, 그렇게 목이 아플 때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한대목이 떠올랐다. 여주인공 혜성이 귀가 어두운 할아버지의 국선 변호사가 된 첫날, 목을 많이 써서 말하는 걸 힘들어 했다. 그러자 눈을 보면 상대방의 마음 속 목소리가 들리는 박수하는 혜성에게 말하지 말고 속으로 생각하라고 한다. 자신이 읽겠다고. 두 사람은 식탁 앞에 마주 앉아 있었는데 여자가 속으로 말을 하면 수하가 그걸 소리내어 대꾸한다. 그렇게 한쪽은 눈으로 말하고 한쪽은 그걸 들어준다. 판타지는 둘째 치고 나도 저렇게 속으로 말하고 싶었다. 목 아파 목 아파 목 아파......


2. 6월 중순 경에 오래만에 지인들을 만났다. 두 언니는 시집 간지 오래고, 한 친구는 곧 결혼한다고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한 후배는 십여 년 만에 연락이 왔는데 2주 뒤에 결혼을 한다고. 그리고 또 한 친구는 딸 돌잔치가 있다고 알려 왔다. 바야흐로 경조사의 나날이구나. 아흐 동동다리~


3. 지난 주 월요일에는 오리발을 들고 즐겁게 수영장으로 향했다. 오리발 끼고 수영을 하면 확실히 덜 힘들기 때문에 속도 안 맞아서 중간에 가로지르기 안 해도 되고 체력도 덜 소모적이어서 기대가 됐다. 그런데 샤워장으로 들어서는 순간 깨달아야 했다. 내 가방과 오리발 가방만 들고 오고 수영복이 든 샤워백은 안 가져온 것이다. 아아아.....;;;; 결국 샴푸 동냥으로 샤워만 하고 나와야 했다. 때마침 오리발 안 가져온 아주머니가 계셔서 오리발만 빌려주고 왔다. 운동 삼아 걸어서 왔는데 그 때문에 집에 와서 다시 샤워...;;; 이 무슨 삽질인지...ㅜ.ㅜ


4. 요며칠 읽은 소설과 만화에서는 공교롭게도 비슷한 인물이 등장한다. 이른바 사이코패스!


먼저 읽기 시작한 것은 '이웃집 소녀'였지만 아무래도 분량이 있어서 나중에 컴퓨터 업데이트 후 종료시키는 동안 읽었던 '인 디즈 워즈'를 먼저 마치게 되었다. 처음에 어쩌다가 관심을 갖게 된 건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추천 마법사였는지 어디였는지 모르겠지만 이 책이 발간된 것에 팬들이 엄청 열광했다고 하는 것이다. BL물이어서 좀 망설였는데 표지 그림은 무척 흥미로운 편이었다. 그래서 중고 알림 설정해 뒀는데 때마침 알림이 와서 주문을 했다. 내용은 이렇다. 



정신과 전문의 아사노 카츠야는 악몽에 시달리고 있었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남자가 자신을 감금하고 범하며 ‘사랑해’라는 말을 계속 속삭이는 악몽. 꿈과 현실을 이어주는 연쇄살인범이 카츠야 앞에 나타났을 때 어느새 그 꿈은 현실의 경계를 넘어왔다. 연쇄살인범에게 홀린 카츠야의 운명은!?


책은 두 권짜리 같은데 국내에는 1권만 나왔다. 카츠야는 지독한 악몽 속에서 자신을 강간한 남자를 현실에서 만난다. 그는 정신과 의사고 상대는 연쇄살인범이었다. 수용소 같은 곳에서 상대에게서 정신과 의사의 소견으로 낼만한 어떤 결과를 끌어내야 했는데 대면을 거듭할수록 오히려 말려드는 건 카츠야였다. 그리고 터널 사고로 시내의 경찰들이 모두 투입되어 타츠야는 아파트로 돌아가지 못하고 수용소에서 하룻밤 자게 되는데 이날 정말로 그 사이코패스의 포로로 잡히게 된다. 그리고 1권 끝! 아마도 2권에서는 자신이 꿈에서 겪은 게 현실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에서 연쇄살인범은 남자들을 잡아다가 고문을 하고 신체를 훼손해서 죽여버렸다. 이전의 범죄 장면은 보여주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BL물답게 남자 간의 섹스(여기서는 강간!)가 나오는데 이런 체위가 가능하단 말인가! 싶은 것들이 많아서 쫌 놀랐다. 내가 본 BL 물이란 이마 이치코나 요시나가 후미의 비교적 가벼운 수준이었는데 갑자기 너무 센 수위를 본 것 같다. 살짝 문화충격!










이웃집 소녀는 더 충격적이다. 한 소녀를 감금하고 학대해서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 사이코패스가 나오는데, 그녀는 그 학살과 폭력의 전 과정에 자신의 세 아들을 참여시켰고, 심지어 이웃 아이들까지 공범자로 만들었다. 이 작품이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사건의 개요에 작가가 살을 붙인 거라고 여겼다. 그렇지 않고는 이렇게 잔인할 수 없다고 여겼다. 그런데 알고 보니 실제 사건은 소설보다 더 끔찍했다. 오히려 소설은 독자를 고려해서 사건을 좀 더 순화시켰다는 것이다. 세.상.에.... 


미친놈이 많은 세상인 건 아는데, 그 미친놈이 점점 많아진다는 게 끔찍하다. 고현정 주연의 '여왕의 교실'이라는 드라마에서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같은 반 친구를 어떻게 왕따시키고 괴롭히는지를 아주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고현정이 분한 마선생(일명 마녀!) 캐릭터는 다분히 드라마적이지만, 아이들은 어떨까 싶다. 현실은 이보다 더 교묘하고 더 잔인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무섭고, 무서운 일이다. 이 끔찍한 폭력들 사이에는 '방관자'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내가 아니니까, 내가 끼지 않으면 내가 희생자가 될까 봐 침묵의 카르텔을 맺거나 아니면 적극적인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왕따 가해자들 중에는 과거 왕따 희생자들이 많다고 했다. 다시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떠올랐다. 


주인공 장혜성(이보영)은 10년 전 살인 사건의 목격자가 되어 증언을 했다. 그때 동시에 목격을 했던 친구(서도연 검사)는 함께 증언하기로 한 약속을 깨고 법정에서 도망쳤다. 그 바람에 홀로 증언을 한 혜성은 그때의 원한으로 민준국의 표적이 되고, 민준국은 혜성의 엄마를 죽여버린다. 민준국은 사건을 사고사로 교묘하게 위장을 했고, 혜성은 서도연 검사를 찾아가 증거를 위장해서라도 놈을 유죄 판결 받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때 내가 아닌 네가 증언했다면 지금 유가족은 네가 되어 있을 거라고...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러니까 누가 어떤 피해를 입건 눈감고 귀닫고 입 다물고 살란 얘기는 아닌데, 올바르게 산다는 건 참으로 많은 용기와 희생을 요구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또 들었다. 용기만 필요하면 그나마 좋겠는데 혹시 어떤 대가까지 치러야 한다면 그건 쉽게 나설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어휴, 어렵다.


5. 어제는 친구와 영화 '감시자들'을 보기로 해서 명동으로 나갔다. 명동역에 막 도착했을 때 일본인 관광객 둘이 영어로 길을 물어왔다. 롯데 면세점을 찾고 있다고. 롯데 면세점이라... 바로 앞에 롯데 영플라자가 있고, 그 옆에 롯데 명품관, 그 옆이 롯데 본점이던가? 본점에 있겠지 싶어서 넥스트 넥스트 빌딩~이라고 말해 주었다. 영어 표현은 모르겠고, 위치는 맞게 설명해 줬나 모르겠다. 아무튼, 영화를 보았는데 여기서 정우성은 모처럼 악역을 맡았다. 그가 연기한 제임스(이름이 나오지 않아서 몰랐는데 자막에 그렇게 뜨더라!)는 피도 눈물도 없는 놈이다. 돈을 받고 의뢰받은 일들을 처리하는데 은행도 털고 증권거래서도 털 예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방해가 되거나 위협이 된다고 여기면 눈하나 깜박하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무서운 인물이었다. 연속으로 사이코패스에 사악한 인물들이 나오는 작품을 보니 무척 피곤하다. 한편으로는 도대체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질까 싶어 범죄심리학에 관한 책이 궁금해지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눈과 마음을 정화시키기 위해 따뜻하고 아름다운 책을 좀 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6. 요새 팟캐스트로 이이제이를 열심히 듣고 있다. 예전에 한번 듣다가 너무 시끄럽고 욕설도 많아서 중간에 듣다 말았는데, 현대사를 많이 다루고 있어서 다시 마음을 다잡고 듣기로 했다. 초반에 앞서 지적한 것들이 좀 거슬렸는데 차차 그 부분도 순화가 되었고, 일단 무엇보다도 내용이 재밌고 유익했다. 물론 우리의 현대사를 다루다 보니 혈압이 상승하는 건 어쩔 수 없는데, 아프다고 피할 수 있는 역사는 아니니 감수하고 잘 듣고 있다. 40회 이상 진행된 걸로 알고 있는데 현재 30회 정도 분량을 들었다. 방송도 대따 긴 편인데 주구장창 귀에 꽂고 살고 있다. 그 바람에 이어폰 하나가 고장 났다. 엄마 핸드폰 바꿀 때 받은 이어폰인데 내가 아작 냄..;;;; 


7.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다. 어쩌다가 광복절 얘기가 나왔는데 얘들이 광복절이 언제인지 모르는 것이다. 농담하는 건가 싶어서 차례로 물어봤는데 다섯 명 중 아무도 대답을 못했다. 딱 한명이 대답했는데 "삼일절인가요?"라고 말해서 나를 식겁시켰다. 아, 미치고 팔짝 뛰겠다. 이런 수준이다. 우리 반에 온 아이들이 성적이 많이 부족해서 그런가 싶어 교실에서 수업하는 선생님께도 물어봤더니 그쪽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 언제나 현실은 소설보다 공포스럽다니까. 얼마 전 서울대에선 수능 시험에서 근현대사 필수로 보던 걸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역사 교육을 확대하기 위해서 폐지한다는 모순적 발언에 실소가 나왔더랬다. 나라 꼴이 참...;;;;


8. 요새 눈이 좀 침침하다. 시력이 떨어진 건지, 근래에 염증으로 많이 아프고 스트레스가 심해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눈이 건조해서 인공눈물을 한방울씩 쓰곤 하는데, 약이 남아 있어서 안과를 좀처럼 가지 않았는데 조만간 한번 다냐와야겠다. 


9. 본격적인 장마인가 보다. 기상예보를 보니 계속 비소식이다. 지난 달에 친구 생일 선물로 우산을 주었는데, 예쁜 장우산들이 많아서 가볍지만 튼튼한, 그리고 예쁜 장우산이 갖고 싶어졌다. 그런

데 쎄씨 7월호 부록이 장우산이지 뭔가! 장우산을 택배로 배달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지 싶지만 내일쯤 이 책을 주문하리라. 











10. 그나저나... 7월 1일에 주문한 내 책은 왜 아직도 오지 않는 것일까? 예약도서가 포함되어 있어서 일부러 부분배송을 시켰는데 통 소식이 없다. 미배송 신고를 했지만 주말이 끼어서인지 답변도 없고... 내 책은 비오는 이 거리 어디에 있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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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07-08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보다 더 무서운 현실, 공감합니다~~ ㅠ
장마가 시작됐네요, 건강한 여름나기를 목표로 잘 건너보게요.^^

마노아 2013-07-08 12:54   좋아요 0 | URL
오늘 천둥소리에 푸른 번개까지, 서라운드 쾅쾅 찍어내는 장마비가 왔어요.
그런데 지금은 또 소강 상태네요. 언제 다시 올지 몰라 불안하네요. 장화 신고 왔어야 했는데 운동화 신고 왔거든요.
건강한 여름! 반드시 지켜야 할 과제예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8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 님의 책은 비 맞고 있을 겁니다.

마노아 2013-07-08 12:54   좋아요 0 | URL
아아아악! 상상하고 싶지 않아요.(>_<)

Mephistopheles 2013-07-08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료 잘하는 이비인후과의 경우 대부분 꽤나 강력한 항생제가 포함된 처방전을 내린다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지요...^^
(저 쎄씨의 모델은 우리나라 여성분들을 단발머리 광풍으로 몰고 가고 있는 고준희씨가 아닌가요?)

마노아 2013-07-08 12:55   좋아요 0 | URL
첫번째 병원보다 진료비는 400원 싸구요. 약값은 1/3 수준으로 내려갔어요. 한달 동안 치료를 받아서 자연스레 좋아진 것은 모르겠는데 일단은 두번째 병원이 더 마음에 드네요.^^ㅎㅎㅎ
아아, 그런데 저런 머리는 고준희처럼 조막만한 얼굴이나 어울린다는 것이 함정!!!

네꼬 2013-07-08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간만에 누구랑 연락 주고받다 보면 아 결국 경조사 때만 연락 주고받나, 싶다가도 뭐 이렇게라도 연락하는 게 어디야 싶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집에 가만 있는 저도 하루에 두 번씩 샤워한다구요. 그러니 삽질이라 서러워 마셈! ㅎㅎ

마노아 2013-07-08 12:57   좋아요 0 | URL
안 하던 선물이 도착해서 의아해 하자 울 언니 왈, 둘째 임신했나보다! 했는데 정말 딱이더라구요. 몇 번 반복되니 저도 감이 오더군요. 하하핫..;;;;;
오늘 날씨 많이 습해요. 이런 날씨도 샤워 여러 번 하게 만들죠. 어제는 청소하다가 땀으로 목욕했어요. 날이 어찌나 습하던지...
지하철 잘못 내린 삽질도 있었지만 지면 관계상(응?) 생략했어요. 삽질은 뭐 일상이죠. ㅎㅎㅎ

감은빛 2013-07-09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대결절'이라니! 오래전 학원 강사하던 시절 생각이 나네요.
그땐 일주일에 32시간, 하루에 7시간씩 강의를 했는데,
보습학원이라 공부보다는 시간 때우러 오는 아이들이 많았고,
지독히 말 안듣는 소위 말하는 문제아라고 불리는 아이들이 많았어요.
매 수업마다 소리를 엄청 질러야 했지요.
나중에는 목소리가 안나오더라구요.
주말에 쉬면 조금 나았다가 월요일부터 다시 목이 쉬어버리고,
일주일 내내 목이 아파서 고생하고, 아픈 목으로 또 소리를 지르고 살았어요.

하루 빨리 회복 되시길 바랍니다!

마노아 2013-07-10 00:53   좋아요 0 | URL
어휴, 일주일에 32시간이면 살인적인 스케줄이네요. 저 예전에 일주일에 26시간 수업을 한달 정도 했는데 보약 지어 먹었어요. 기력이 딸려서 못 버티겠더라구요..;;;;;
저도 현재 부진아 지도 중인지라 목소리가 계속 높아지긴 합니다. 오늘도 참다참다 버럭!(ㅡ.ㅜ)
그래도 확실히 이번 주는 목소리가 거의 돌아온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말 많이 하면 전보다 빨리 잠기는 게 아직 원상복귀는 아니지만 차도가 보여서 힘이 납니다.
염려 감사해요. 덕분에 금방 나을 것 같은 기분이에요.^^
 

사흘에 걸친 기말고사가 끝났다. 사흘 동안 11시간의 지루한 감독도 해야 했다. 첫날은 앉지도 못하게 해서 네시간 동안 내내 서 있었는데 그 지루함과 피곤함을 달래게 한 것은 전날 보았던 이종석과 이보영의 키스 장면이었다.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 그리고 월요일까지 사흘에 걸쳐서 '너의 목소리가 들려' 8편을 연속으로 보았다. 월요일에 본 게 8회였는데, 그 마지막 장면이 어찌나 애틋하고 절절했던지.... 오랜만에 가슴이 왈랑거렸다. 



(그나저나 수족관 참 멋지다. 저기 어디지??)

박수하(이종석)는 아홉살 나이에 아버지와 함께 사고를 당했다. 아버지의 차를 덮친 트럭을 몰았던 민준국(정웅인)은 자신이 죽이려 했던 상대가 아직 살아 있자 쇠파이프를 휘둘러 끝내 살인을 완성한다. 그리고 바로 옆에서 그걸 목격한 아들도 죽이려고 했는데 때마침 그걸 보고 만 장혜성(이보영)이 목격하고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바로 그 시점부터 수하는 상대방의 눈을 보면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혜성의 증언으로 민준국은 10년 동안 복역을 하고 출소한 뒤 바로 복수에 돌입한다. 고3 학생인 수하는 국선 변호사가 된 혜성을 10년 만에 만났다. 첫사랑 그녀는 10년 동안 내 가슴에 품었던 청초하고 청순한 이미지와 무지 달랐지만(당시 그녀는 고등학생이었다!) 그래도 첫정이 어디 가겠는가. 여러 우여곡절을 거쳤고, 혜성을 지키려는 수하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한 민준국은 혜성의 어머니를 사고로 위장해서 죽여버렸다. 게다가 1심에서 무죄 판결까지 받은 상태. 혜성 덕분에 목숨을 건졌었던 수하는 자신의 목숨이 그녀 것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그래서 혜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목숨도 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 민준국의 다음 목표가 혜성과 자신이 된 상황에서 먼저 놈을 죽이기로 결심한다. 자신을 어리게만 보는 혜성에게는 어른 애인이 있는 상태였고, 그녀와 마지막으로 꼭 가고 싶었던 수족관에서 수하는 나름의 이별 시간을 갖는다. 

세상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이 어린아이가, 누군가의 속에 감춘 본마음이 들렸을 때 세상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졸지에 고아가 되어서 고모부 댁에 맡겨진 아이를 바라본 고모부는 아이가 짐으로 여겨졌고, 작정하고 아이를 버리고 도망가기까지 했다. 어렵게 찾아찾아 집으로 돌아왔어도 그 집은 자기 집이 아니었다. 이 아이가 지난 십년 동안 겪어온 신산스런 삶은 말로 표현못할 드라마였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아이는 건강하게 자랐다. 그녀를 지켜주기 위해서 열심히 운동을 했고, 무엇보다도 이 무섭고 차가운 세상을 원망하지 않으며 스스로 단단해질 만큼 바르고 곧게 자랐다. 지나치게 말라서 격투 씬에서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는 게 아쉽지만, 경기 일짱이었던 학교 2013의 고남순보다도 더 강한 사내아이가 되어 있는 것이다. 연이어 고등학생으로 출연하고 있지만 그 선택에 손을 들어주고 싶을 만큼 작품이 재밌다. 

설명이 길어졌는데, 하여간 바로 저 장면 때문에 내 가슴이 마구 뛰었다. 키스 하는 순간 또르르 눈물이 흘렀던 장면은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를 떠올리게 했다. 오랫동안 엇갈려 왔던 고수와 한예슬이 마침내 고향 땅에서 재회했을 때, 가로등 아래서 키스 하던 그 장면. 그때만 해도 고수는 사슴 같은 눈망울을 자랑하던, 소년의 얼굴을 가진 배우였다. 얼마 전에 시작한 황금의 제국? 1회 앞부분만 잠깐 보았는데, 성공/복수에 영혼을 판 남자의 얼굴이 되어 있었다. 예전에 자이언트에서 장혁이 그랬던 것처럼. 문득 강동원이 생각 났다. 형사 듀얼리스트에서 맑은 눈빛을 보여주었던 그도 이제 군대도 다녀왔으니 소년의 얼굴에서 사내의 얼굴로 바뀌어 있지 않을까 하고.

어쨌든... 그렇게 지루한 시험 시간을 견디는 와중 여러 키스 장면들이 떠올랐다.

일단 김수현.



물론, 저런걸 기다려주는 버스 기사님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드라마적 상황이지만, 어쨌든 비주얼이 후덜덜한 배우들이 안타깝게 헤어지면서 키스를 하니 시청자는 그때도 가슴 설레하며 열광했더랬다.


차칸 남자 송중기의 키스도 있었다. 문채원은 기억을 잃었는데 일본에서 했던 그들의 키스를 기억해 냈다. 하지만 당시 송중기는 복수를 위해서 그녀를 이용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래서 이번이 자신의 첫 키스라며 찐하게 입을 맞춘다. 크으, 이게 작년 드라마였던가? 

기억을 좀 더 더듬어 보았다. 김경식이 틴틴파이브로 활동하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무슨 프로그램이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하여간에 짧은 드라마에서 김경식은 어떤 여자를 짝사랑했다.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지만 한결같이. 그런데 그녀를 바라보는 것도 그만두어야 할 상황이 왔나 보다. 전화박스 안에 그녀를 밀어넣고 문을 닫은 뒤, 성에 낀 그 문에다가 입을 맞추었다. 그녀는 문 열라고 난동을 부리는 대신 유리창 반대편에서 마주 키스를 해주었다. 키스 아닌 키스. 내가 꽤 어릴 때 보았던 것 같은데, 그때도 그 절절함에 가슴 시려했던 게 아주 오랜만에 떠올랐다. 









키스가 일상적인 나라에서의 키스 장면은 자연스러움에 있어서 또 가슴을 뛰게 한다. 기억에 남는 키스는 로이스와 클락의 슈퍼맨에서 로이스와 클락(슈퍼맨)이 나눈 많은 키스들이었다. 작품도 내가 좋아하긴 했지만, 그걸 넘어서 두 배우가 키스를 아주 잘 하는 것 같다. 내게 있어 가장 좋아하는 슈퍼맨은 현재까지도 딘 케인의 슈퍼맨이다. 여러 슈퍼맨들이 나왔고 모두들 훈훈한 비쥬얼을 자랑했지만 열아홉의 나를 열광하게 했던 이 슈퍼맨이 최고다. 로이스도 마찬가지다. 그 후 젊고 예쁜 많은 로이스가 나왔지만 내게는 모두 노노노!!



줄리엣보다 아름다웠던 로미오를 보여주었던 디카프리오의 청순했던 시절의 키스도 생각났다. 클레어 데인즈는 무척 뻣뻣한 느낌의 배우였다고 기억난다.(우리나라 배우 중에 김정화가 떠오르는 그 뻣뻣함!) 저 기사 복장도 참 근사했지. 당시 고3이었던 걸로 기억나는데, 지하철역에 전면 광고가 붙어 있었다. 수족관을 사이에 두고 줄리엣을 바라보는 눈빛 맑은 로미오의 미소가 떠오르는구나!


시크릿 가든에서는 거품 키스가 유명했었지. 그러고 보니 현빈도 군대 다녀오더니 골격 자체가 남자가 된 느낌. 어쩔 수가 없어. 군대 갖다 온 뒤 여전히 꽃돌이일 수는 없는 거다. '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순이에게 현빈이 물었다. 이상형이 뭐냐고. 삼순이는 키스 잘하는 남자라고 했다. 현빈은 키스 잘하는 남자였던 것이다!!!


'아이리스'의 사탕키스도 유명했지만 사진은 패쓰~



시청 앞에서의 키스라고 했던가? 꽤 오래 전 사진으로 알고 있다. 나중에 저 키스의 주인공을 찾았다고 어디서 읽은 것 같은데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지상에서 영원으로. 고전 영화다. 내가 보지 못한 영화지만 해변에서의 저 키스 씬은 워낙 잘 알려져서 익숙하다. 실제 상황이라면 로맨틱할 수 있지만, 주변에 스탭들 다 있는 상황이라면 컷! 소리와 함께 무척 뻘쭘할지도....

"키스할 때 코는 어디다 둬야 하죠?"라고 천진난만하게 물었던 주인공이 잉그리드 버그만 맞던가?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영화도 책도 보지 못했다. 보고 싶은 작품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영화를 먼저 봤는지 책을 먼저 봤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책은 중3 때 읽었다. 클라크 케이블과의 싱크로율이 꽤 높았다고 기억한다. 고1 때 내 친구는 두 사람이 키스하고 난 뒤 비비언 리가 입냄새 때문에 구역질을 했다고 힘주어 얘기했다. 그때도 믿지 않았고, 지금도 설마 그랬을까 싶은데, 하여간 그렇게 고약한 소문이 나는 게 참 싫었다. 그걸 전한 친구도 별로..;;;;;



스파이더맨의 1편이었는지 2편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여주인공이 멋졌던 건, 그의 비밀을 지켜주었다는 거다. 얼마나 궁금했을까. 당장 저 가면을 벗기고 누구인지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마스크를 조금 걷어서 입술만 드러내고 입을 맞추었다. 캬아~ 정말 로맨스의 극치다. 비까지 오니 더 그럴싸하다. 근데 뒷 편에서 결국 스파이더맨의 정체를 알게 되지 않던가??? 이준기 주연의 일지매에서 일지매 준기는 사랑하는 여인(한효주)이 인질로 잡혀 있자 스스로 나쁜 놈에게 잡히고 만다. 그놈(이 누구인지 기억이 안 나!)이 가면을 벗기려 하자 그것만은 말아 달라고 부탁까지 한다. 자신을 모자란 놈으로 알고 있는 한효주 앞에서 그녀가 동경하는 일지매와 동일인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다. 열혈 시청자였던 나는 그게 참 안타까웠지만, 하여간 정체는 들키지 않은 채(나쁜 놈이 관대했다!) 그는 고문을 당했다. 


슈퍼 히어로들은 두 가지 인생을 살면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곤 하는데 그게 또 짜릿한 즐거움을 줄 때가 많다. 내가 좋아했던 쾌걸 조로에서 조로도 약혼녀 앞에 자신의 정체를 끝까지 숨겼...던가? 끝내 들켰던가? 부모님은 알고 있었는데 모른 척 했던 건 생각난다. 이거 나 중3 때 했던 만화영화였는데.... 알라딘에선 검색이 안 되네. 



한번 더 출연하는 디카프리오. 사실 이것보다 마차 씬이 더 뜨겁지만 키스 장면이 아니니 이걸로 대체~










영화나 드라마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사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아무래도 클림트의 키스다. 얼마 전에 결혼한 친구는 결혼 선물로 클림트의 키스 1000피스 퍼즐을 원했다. 결혼하고 살 집으로 보내주겠다고 했는데 굳이 친정 집으로 받더니만 판이 커서 새집으로 못 옮기고 많이 맞춘 조각을 부수었다고 한다.ㅜ.ㅜ.나도 1000조각 도전하고 싶은데, 이젠 액자를 걸어둘 빈 벽이 없다. 무릎이 썩는 고통은 둘째 치고...;;;;;


여왕 마고도 떠올랐다. 마가렛 공주가 자신의 결혼식 날 몰래 빠져나가 가면을 쓰고 창녀 행세를 했다. 키스하려는 상대에게 입술은 안 된다고 밀어내던 장면이 떠오른다. 섹스는 가능해도 키스는 안 되는 문화적 금기가 있는 것일까? 그런 얘기를 어디선가 본 것 같긴 한데 정확히 모르겠다. 모르는 게 왜 이리 많은가!!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유다의 키스가 아닌가 싶다. 이 대목을 '키스의 재발견'에서 읽었다는 건 기억이 나는데, 책 내용은 거의 기억이 나질 않는구나.ㅜ.ㅜ


섹시한 사진을 갖고 오고 싶었지만 못 찾았다. 젊은 나이에 돌아가셔서 나를 안타깝게 했던 만화가 김지은 작가님 단편 중에 유다의 키스라고 있었다. 예수를 팔아 넘긴 유다의 고뇌와 번민에 대해서 무척 깔끔하게 묘사했던 게 인상적이었다. 그때는 야오이 만화가 유행하던 시절은 아니었는데 조금 그런 느낌으로 다가왔던 것도 같고... 윙크에 실렸던 게 아닌가 싶다. 시기적으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처절한 상황과 달리 따뜻했던 주인공들의 키스가 떠오르고, 이너 스페이스에서 키스하다가 침을 통해 상대방의 몸으로 탐험선(?)이 이동했던 것도 생각났다. 이 영화 덕분에 맥 라이언과 데니스 퀘이드가 결혼을 했었지. 데니스 퀘이드는 이제 할아버지가 되어 있고 맥 라이언은 못 본지 한참 됐다. 여전히 영화 찍고 있으려나?


로마 위드 러브에서 엘렌 페이지와 제시 아이젠버그는 매우 발칙한 키스를 한다. 여자 친구가 없는 틈을 타 여친의 절친과 키스를 한 것. 이래선 안 된다고 발뺌하면서 그걸 즐기는 엘렌 페이지. 사실은 키스할 것 같아서 미리 사탕도 먹어둔 주제에 말이다. (이건 알렉 볼드윈이 알려준 것!)














만화가 이정애 씨의 초기 작품 중 고대 그리스를 배경으로 한 내용이 있었는데 거기에 아주 도도한 미남자가 선머슴 같고 힘도 쎈 어떤 여자에게 반해버리는 내용이 나온다. 고고했던 그가 여자의 발등에 입맞추는 장면이 나오는데 작품 제목도 생각이 나질 않는다. 오로지 키스 장면만 생각난다. 얼마만큼 사랑해야 발에다가 키스를 해줄 수가 있지? 뭐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나 고등학교 시절에.


아르미안의 네딸들도 떠올랐다. 넷째 딸 샤르휘나는 글라우커스를 안내자로 연이 묶일 때부터 머리에 관을 썼다. 더듬이처럼 생긴~ 어느 곳에 도착했을 때 예지력을 갖춘 글라우커스가 그 관을 벗고 가라고 한다. 오랜만에 벗어서 어색해진 샤르휘나가 그 안에서 마주친 것은 파멸의 신 에일레스였다. 둘은 결국 키스를 하고 마는데, 그 더듬이처럼 생긴 관이 방해가 될 거라고 글라우커스는 예측했나 보다. 방해 안 될 것 같긴 한데, 하여간 그렇게 판을 깔아주고 극적으로 키스하는 장면이 멋있어 보였다. 역시나 나 고등학교...(아니 중학교던가? 완결이 고2였으니 중학생 때였을 지도 모르겠다.) 시절에 본 키스 장면이다. 










소설 아르미안의 네딸들이 4권으로 완결 됐다. 이 어마어마한 작품을 4권으로 압축하다니! 궁금하긴 하지만 선뜻 지갑을 열게 되지는 않는다. 김진 작가님처럼 자신의 작품을 작가가 직접 소설로 각색한 게 아니라서 말이다. 연재 중에 나는 미카엘을 가장 사랑했지만, 다시 읽으면 케네스 쪽으로 기울지 않을까 생각도 해본다. 죽은 레 마누아의 주검에 입 맞추던 처절한 사랑을 했던 그의 마지막 모습이 역시 떠오른다. 










키스로 검색한 책들. 파라다이스 키스는 전작 '내 남자 친구 이야기'보다는 덜 했지만 예쁜 이야기였다. 당시 이 책을 내게 빌려주었던 친구가 담주 주말에 호주로 이사를 간다. 그 바람에 다음주 중에 약속을 잡아놨다. 오랜만에 추억 돋네. 그나저나 '나나'는 완결이 나긴 하는 걸까? 벌써 몇 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ㅜㅜ


마츠모토 토모의 키스는 내용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피아노 학원 선생님과 학생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카르멘의 하바네라만 생각나네.^^;;;


영화 엑스멘에서 어떤 여자는 키스를 할 때 전류가 흘러서 상대 남자가 심장마비를 일으키고 말았다. 1편을 보지 한참 지나서 이름도 안 떠오른다. 세상에, 이 여자는 그럼 어떤 남자와 키스를 할 수 있는 걸까? 그녀처럼 전기가 흐르는 몸을 갖지 않고서야 어디 겁나서 사랑이라도 나누겠는가. 입맞춤을 위해서 목숨을 걸어야 한다면 너무 가혹하다. 









뮤지컬 엘리자벳에는 '죽음'이라는 캐릭터가 나온다. 이 죽음은 엘리자벳이 어릴 때부터 황후가 된 이후까지도 꾸준히 쫓아온다. 죽음은 엘리자벳을 유혹하고 끊임없이 그녀를 원했지만, 정작 그녀가 생에 대한 의지를 잃고 생기 없는 모습이 되었을 때는 외면해 버린다. 그리고 가장 아름답고 가장 슬픈 찰나에 그녀에게 입맞추어 목숨을 앗아간다. 작품에서 이 대목에서 격한 키스 씬이 나온다. 죽음이 입맞추는 순간 축 늘어져 죽어버리는 엘리자벳의 모습이 극적으로 연출되었다. 또 '죽음'은 어찌나 섹시한 모습으로 나오던지... 심지어 망사 옷을 입고 나오기까지..ㅎㅎㅎ


잠자는 숲속의 미녀도 빠질 수 없다. 백년이나 잠들어 있던 그녀를 깨운 건 왕자의 키스였다. 이걸 패러디해서 꾸민 재미난 웹툰이 있었다. 백년이나 이를 닦지 못한 공주의 지독한 입냄새에 왕자가 기절하던 만화였다. 자매품으로 백설공주가 난쟁이 집에서 끼친 민폐도 있었는데 그녀의 너무나 큰 X때문에 변기가 다 막혔다는 후문...;;; 키스 이야기 하다가 냄새 피우는 걸로 마무리 할 수는 없지.(>_<)


마지막으로 유명한 CF 하나 올려본다. 무엇이든 배달한다는 DHL



여자 표정이 참 좋았다. 절절한 느낌. 마지막은 코믹하게 갔지만 진지하게 갔어도 좋았을 것이다. 물론 한국 정서는 아니지만.
근데 저 광고 속 배우들은 외국 배우인가? 우리나라 배우인가? 구별이 잘 안 가네. 

두서 없이 길게 적었다. 이게 모두 '너의 목소리가 들려' 때문이다. 어제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전날 방송했던 '너목들'을 보기 위해서 홈페이지에 들어갔는데 안 뜨는 것이다. 저녁이 되어서 다시 검색했다. 역시 안 뜬다. 아니 방송국이 왜 이리 굼뜨냐고 마구 화가 났는데, 잠시 후 그 까닭을 알았다. 어제는 수요일이었고, 내가 찾던 방송은 어제 했던 것이다. 하하핫, 아직 방송하지 않은 '다시보기'를 찾으니 당연히 없지. 바부팅이..ㅜ.ㅜ

이제 수요일 분을 봐야겠다. 다 보고 나면 목요일 분도 지나갔겠다. 역시 다시보기로 봐야겠다. ^^


추가) 지난 밤 너목들은 보지 못했다. 이번 주 두편은 주말에 몰아서 봐야 할 듯.ㅜ.ㅜ

자다가 하나 더 떠올랐다. 여명의 눈동자! 그 유명한 철망 키스가 있지 않은가. 이제 곧 군대의 이동으로 떠나야 하는 대치와 여옥이 철망을 사이에 두고 바라보다가 대치가 철망 위로 뛰어 오른다. 그리고 여옥과 뜨겁게, 진정 뜨겁게 키스하던 그 대목! 캬아~ 20년도 더 전의 한국 드라마에선 키스 한번 보기가 참 힘들었더랬다. 보통 키스하는 척을 했지 정말로 하지는 않던... 그런데 누구라도 알 수 있게 뜨겁게 나눴던 그 키스! 두 사람의 절절한 상황과 맞물려 더 애절하게 보였었다. 요새는 뮤지컬에서도 진짜 키스를 하지 하는 척은 하지 않더라. 그래서 정분 나서 결혼으로 이어지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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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3-07-04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접기 기능이 자꾸 에러가 나네. 스크롤바가 너무 길어졌는데....;;;;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4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글 대박인데요. 저 이런 미시적 탐구 좋아합니다. 키스에 대해 쫘아아아악 나열했군요.
역시 키스 하면 바람과 함게 사라지다 아니겠습니깡 !!!

마노아 2013-07-05 00:15   좋아요 0 | URL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의 키스, 정말 청소기를 연상할 만큼 쫙 흡입하지 않습니까? 아주 격정적이었어요!!!
개인 경험을 덧붙이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5 01:40   좋아요 0 | URL
저는 이런 흡입력이라는표현을 " 드라큘라가 여자 목에 이빨을 꽂아, 얼굴이 창백해질 때까지 쪽쪽 빨아들이는 그 지랄 같은 놈의 허기 " 라고 표현합니다. 강렬하지 않습니까 ? ㅎㅎㅎㅎㅎ

마노아 2013-07-05 13:47   좋아요 0 | URL
지랄 같은 허기! 오오, 강렬합니다. 바로 쫙 와 닿는 걸요!
성석제 편 오늘 올라옵니까? 기다리고 있어요.^^ㅎㅎㅎㅎ

마노아 2013-07-05 13:49   좋아요 0 | URL
오, 리플 달고 보니 성석제 편 올라와 있네요. 냉큼 읽으러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