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 과학

제 1999 호/2013-11-13

계절이 바뀌면 사람도 변한다

휘잉~ 찬바람에 길바닥 가득 쌓였던 낙엽이 덩어리로 뭉쳐 굴러간다. 찬바람은 자꾸만 불고, 낙엽이 쓸려간 자리에 딱 그만큼의 낙엽이 다시 쌓인다. 바야흐로 가을, 아니 초겨울이 시작된 것이다. 태연, 창가를 지나가다 낙엽을 보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는 아빠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란다. 아빠의 손에 뭔가 수상쩍은 검정 뭉치가 들려있다.

“아빠, 울어요? 왜? 어디 아파요?”

“아프다… 마음이….”

“누가 욕했어요? 엄마가 뚱뚱하다고 구박했어요?”

아빠가 손에 들려있던 불길한 뭉치를 태연에게 보여준다. 머리카락 뭉치다. 태연은 아빠의 유난히 허전해진 정수리와 머리카락 뭉치를 번갈아 보고는 그제야 아빠의 눈물을 이해한다.

가을이 아빠의 머리카락을 훔쳐간 거구나. 계절은 왜 자꾸 바뀌어가지고 울 아빠를 슬프게 하는 걸까. 나쁜 계절!”

“그렇다고 계절이 바뀌지 말라고는 할 수 없잖냐. 1년 주기로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걸 말릴 수도 없고, 삐딱하게 기울어진 자전축을 똑바로 세울 수도 없으니 말이다.”

“예에? 계절이 지구의 공전 땜에 생긴다고요? 헐, 대박! 난생 처음 듣는 얘기에요!”

“태연아, 틀림없이 교과서에 나오는 걸로 아는데 그걸 난생 처음 듣는다니, 나도 많~이 당황스럽구나. 지구가 자전축을 기준으로 약 23.5도 삐딱하게 기울어서 태양 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에 지구까지 오는 태양빛의 양이 매일 조금씩 달라지고, 그래서 계절이 생겨나는 거란다. 또 바다와 육지의 분포, 해류, 해발고도 등에 따라서도 약간의 차이가 생기지.”

“가만가만 기억을 떠올려보니, 배운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해요. 그런데 아빠, 계절이 바뀌면 낙엽만 떨어져야지 아빠 머리카락은 왜 자꾸 빠지는 거예요? 날도 추워지는데 정수리가 그렇게 허전하면 머리까지 나빠지는 거 아닐까요?”

결국 아빠는 태연의 머리를 꽁 쥐어박는다.

“우리 태연이는 공부는 못해도 염장은 참 잘 질러 그치? 계절이 여름에서 가을, 겨울로 넘어가면 우리 인체도 많은 변화를 겪는단다. 머리카락의 경우, 봄과 여름에는 활발히 자라다가 가을, 겨울에는 잘 성장하지 않는 휴지기를 겪는데 이때 체내의 남성호르몬이 탈모호르몬으로 바뀌게 되면서 머리를 감을 때마다 추풍낙엽같이 머리카락이 떨어지는 서글픈 현상이 나타나지. 흑흑흑….”

“아빠, 그만 울어요. 뚝!”

“또, 따듯한 곳에 적응했던 몸이 찬바람을 맞으면 바이러스에 취약해지면서 감기에도 잘 걸려요. 습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면역계가 제대로 활동하지 못해 온갖 감염병에 걸리기도 쉽고, 특히나 예민한 걸로 따지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눈은 안구건조증과 함께 충혈, 따가움, 각막염 등이 오기 쉽지. 가을만 되면 머리가 당기듯 아프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안구건조증이 원인인 경우도 많으니까 두통약만 먹지 말고 안과에 가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란다. 뿐만 아니라 추위 때문에 근육과 혈관이 수축되면서 심혈관질환은 물론 어깨, 허리, 무릎, 발목 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심지어는 얼굴 근육이 수축되면서 인상까지 찡그린 형태로 바뀌기 쉬워요.

“안 좋은 게 뭐 이렇게 많아요?”

“아냐, 좋은 것도 있어. 날씨가 추워지면 살이 빠지거든.”

“아빠, 지금 저 무식하다고 놀리시는 거예요? 가을이 천고마비(天高馬肥), 즉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계절이라는 것쯤은 저도 안다고요. 설마 말만 살이 찌고 사람은 빠진다는 얘길 하시는 건 아니겠죠?”

“어허, 아빠가 명색이 과학잔데 거짓말을 하겠냐? 날씨가 추워지면 인체는 심장박동이나 소화 같은 기본적인 생명유지에 보다 많은 에너지를 쓰게 돼 있어. 다시 말해 기초대사량이 높아진다는 거지. 가만히 있어도 더 많은 에너지를 쓰니까 ‘같은 조건’이라면 살이 빠질 수밖에 없어요. 보통 가을, 겨울엔 여름보다 10% 정도 기초대사량이 높아진단다. 지난 2011년 서울대학교 교수팀이 비만인 20대 10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추위에 자주 노출이 되면 체지방이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도 있어요.”

“그래도 이상해요. 대부분 겨울이 되면 살이 찌던데요? 나도, 아빠도, 엄마도. 기초대사량이 높아지는데 왜 살이 찌는 거예요?”

“아빠가 ‘같은 조건’에서 살이 빠진다고 했잖니. 여름하고 똑같이 움직이고 똑같이 먹으면 살이 빠지지만, 보통의 경우 날이 추워지면 실내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떨어진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기름지고 달달한 음식이 당기기 마련이거든. 그러니 더 살이 찌는 거지.

“아~ 그래서 아빠의 배가 찬바람만 불면 임신 6개월 배에서 8개월 배로 급격히 커지는 거구나. 근데 아빠, 남자들은 정말 가을을 타요? 첫사랑이 막 생각나고? 아빠도 그래요?”

“그건 맞아. 남자든 여자든 가을을 탈 수밖에 없어. 일조량이 감소하면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의 분비는 감소하고 숙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분비는 증가하거든. 이럴 때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생기면 ‘계절성 우울증’이 오기 쉽단다. 만사에 흥미가 떨어지고 예민해지는 건 보통의 우울증과 같지만, 과다수면을 취한다는 점에서 좀 다르지. 흔히 계절성 우울증은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울증은 워낙에 잘 재발하는 병이라서 자칫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까 조심해야 해. 그리고 첫사랑은…. 음, 생각이 안 난다고 할 수는 없지.”

“아빠 첫사랑은 누구에요? 지난번에 취해서 부르던 그 가영씨 맞아요?”

“가영씨? 처음 듣는 이름인데? 아빠 첫사랑은 추현숙이야. 가을 추(秋), 추현숙. 그래서 가을이면 더 생각나….”

“아싸, 낚였다. 엄마! 아빠 첫사랑이 추현숙이래에에~~!!”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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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꼭 숨은 우리 몸속 돌 찾기!   FOCUS 과학

제 1995 호/2013-11-11

꼭꼭 숨은 우리 몸속 돌 찾기!

“악! 이 부러질 뻔 했네….”

어쩌다 밥 속에 섞여 들어간 돌을 씹으면 외마디 비명과 함께 얼얼해진 턱을 잡게 된다. 작아도 거칠고 단단하다. 이런 돌은 놀랍게도 우리 몸 구석구석에 숨어있다. 눈, 코, 입은 물론 기관지와 위, 췌장과 맹장, 전립선과 방광, 요도에도 있다. 색과 형태, 크기도 다양하다. 공통점은 모두 통증과 병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얼굴에는 눈과 코, 입 안쪽에 꼭꼭 숨어있다. 눈은 눈꺼풀 속에 생기는데, 건조하거나 염증이 생기면 눈을 보호하는 점액질이 결막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딱딱하게 돌처럼 굳어진다. 이런 결막결석은 최근 들어 20~30대 여성에게 자주 발견된다. 원인은 짙은 눈화장으로 미세한 화장품 가루가 각막과 결막을 자극해 만성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눈을 깜박일 때마다 마치 모래가 들어간 것처럼 불편하고 그대로 둘 경우 눈동자에 상처를 내 시력을 저하시킬 수도 있다.

결막결석 예방을 위해서는 눈에 가루성분의 화장품 사용을 줄이고 눈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촉촉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특히 건조한 가을과 겨울, 따뜻한 수건으로 2~3분간 눈을 찜질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콘택트렌즈를 자주 끼거나 라식 수술을 한 뒤에는 눈이 쉽게 건조해지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코는 코 뼈 안쪽에 생긴다. 코 주변에 있는 뼈에는 굴 같이 속이 빈 공간이 여러 개 있는데 이곳에 이물질이 들어가면 주변에 칼슘염과 마그네슘염이 침착되면서 돌이 된다. 돌이 커지면 콧물이 계속 나거나 반대로 코가 막힌다. 코 뒤쪽에서 목으로 연결되는 편도선에도 돌이 생긴다. 편도선도 코와 마찬가지로 작은 구멍들이 있다. 편도선염을 자주 앓아 만성이 되면 그 구멍들이 커지는데 목으로 넘어가는 음식물찌꺼기나 균들이 구멍 속으로 들어가 쌓이면서 돌을 만든다. 돌은 알갱이 크기로 노란색인데 고약한 입냄새를 만든다.

침샘에도 돌이 생길 수 있다. 침이 마르거나 침샘이 굳어지면 침샘 주위가 건조해지면서 결석이 생기는데, 목에 가시가 걸린 듯한 느낌을 받으며 심할 경우 미각을 잃을 수 있다. 따라서 침이 자주 마르는 사람은 입 안이 마르지 않도록 물을 자주 마시고 침 분비가 잘 될 수 있도록 신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위와 장 등 소화기에 생기는 돌은 더러운(?) 경우가 많다. 위석은 머리카락이 뭉쳐서 굳은 경우가 많다. 이 외에도 채소와 말린 과일, 음식물이 뭉쳐 돌처럼 되기도 한다. 이렇게 생긴 돌은 움직이면서 위벽을 손상시켜 위궤양을 일으키는가 하면 소장을 막아 음식물과 소화액, 가스 등 장 내용물이 통과하지 못하게 해 장운동을 마비시키기도 한다. 증상으로는 복통이 가장 흔하며 돌이 공간을 차지하기 때문에 식후에 포만감이 일찍 찾아온다.

의료진은 위석 치료를 위해 환자에게 콜라를 권하기도 한다. 콜라는 위산(pH 1~2)에 가까운 산성(pH 2.6)을 띠고 있어 돌을 부드럽게 하고 일부 분해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0년 대한내과학회지에는 위석으로 배가 심하게 아픈 60대 환자에게 의료진이 콜라(30㎖)를 여러 차례 마시게 한 뒤, 이를 내시경 올가미와 쇄석기 등으로 분쇄해 제거한 사례가 실리기도 했다.

위석은 사람 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있다. 공룡에게도 위석이 있다고 알려졌는데 사람과 달리 공룡이 섭취한 음식을 갈아서 소화를 돕는 역할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닭 모래집 역시 닭의 소화를 돕는 모래들로 가득 차 있다.

대장에서 배출되지 못한 대변 일부가 돌(분석)처럼 굳어진 분석은 급성충수염(맹장염)의 주요원인이 된다. 대장의 시작부분인 맹장 바닥에는 약 10cm 길이의 가늘고 긴 충수가 달려있는데 분석이 충수의 입구를 막아 염증을 만들기 때문이다. 시작이 지나 충수가 터지면 급성복막염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굳은 대변조각보다 더러운 것은 배꼽에 생긴 돌이다. 배꼽은 모낭, 피지선, 땀샘 등이 풍부해 각질과 땀, 피지 등이 많이 분비되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뭉쳐 돌이 된다. 게다가 대부분 움푹 들어가 있어 때가 끼기 쉬운데 우리나라에서 배꼽 때를 파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때문에 외국에서는 드물지만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많이 발견된다. 전문가들은 “처음에는 통증이 없다가 세균에 감염되거나 궤양이 생기면 아프기도 하다”며 “다행히 마취 없이 간단히 제거할 수 있다”고 전했다.

특이하게 기관이 아닌 관절에 생기는 돌도 있다. 병명은 석회화건염인데 어깨 힘줄에 돌(석회질)이 생기는 것이다. 어깨를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가 사라졌다가를 반복하는 특징이 있다. 주로 40대에 많이 생기는 병으로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초기에는 물리치료나 약물로 치료할 수 있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각한 경우에는 어깨에 1cm 내외의 작은 구멍을 내고 내시경을 넣어 염증을 치료하고 돌(석회질)을 제거한다.

정형돈의 세븐스톤(담석), 남 일이 아니야~


[그림] 담낭에 생기는 돌인 담석은 10명 중 1명꼴로 발견되는 흔한 질환이다. 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몸의 기관 중 돌과 연관된 단어는 ‘돌머리’ 하나뿐이다. 흔히 어리석은 실수를 한 사람에게 핀잔을 줄 때 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몸에서 돌이 생기지 않는 유일한 부위가 뇌라고 한다. 반대로 말하면 뇌를 제외한 어떤 부위에도 돌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그 중에서도 담석(담낭에 생긴 결석)은 10명 중 1명꼴로 발견되는 흔한 질환이다. 지난 5월 MBC 예능 ‘무한도전’에서 개그맨 정형돈이 뱃속에 ‘세븐스톤’이 있다며 방송 중 복통을 호소한 적이 있는데 세븐스톤의 정체가 바로 담석이다. 방송에 나온 것처럼 심한 복통이 있다가도 언제 아팠느냐는 듯이 조금 후에 다시 괜찮아지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비만이 있고 부주기적인 복통을 호소하는 사람이라면 병원을 찾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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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가 정말 바쁘게 흘러간다. 하루도 아주아주 빠르게 지나간다. 오늘은 아침 일찍 컴퓨터를 켜놓고는 다시 컴퓨터 앞에 앉기까지 만 12시간 이상 걸렸다. 꺼놨어야 했는데 컴퓨터 생각도 하지 못했다. 


엄마가 입원하시고 집안 일에 정신이 없다. 첫번째로 세탁기를 돌린 날은 큰 시스터가 자기 빨래를 잔뜩 넣어놓고 가는 바람에 갑자기 세탁기가 꽉 찼다. 한시간 불리고, 한 시간 돌리고, 다시 30분 널고... 그래서 내방으로 돌아온 시간이 밤 12시였다. 그 이튿날은 냉장고를 정리하느라(다 못했다!) 12시에 돌아왔고, 그 다음 날은 대청소를 하느라 역시 12시. 뭐 매일 이런 코스다. ㅎㅎㅎ


우야튼 먹고 살아야 하니 요리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집에서 내가 해먹는 음식이란 것은 고작해야 이런 수준이었다. 


 


홈쇼핑에서 광고 보고서 사고 싶어 안달 났던 에그 쉐프롤. 이 녀석을 쿠팡에서 3만원 주고 샀는데, 그 다음주에 2만원 대로 떨어지더니 최근에는 1만원 대까지 떨어진 걸 보았다. 하하핫...(ㅡㅡ;;;;)


암튼! 달걀에다가 햄과 깻잎, 당근을 썰어 넣고 통에 넣으면 5분쯤 뒤 저렇게 핫바같이 생긴 애가 올라온다. 그걸 꼬치에 꿰어 먹는 건데... 이게 문제가 많다. 윗부분이 잘 안 익어서 반대로 집어넣어 한번 더 익혀줘야 먹을 만하다. 게다가 하나에 5분인데, 양쪽 반복해서 조리하면 10분. 식구가 여러 명이면....;;;;;


그래서 나도 이제껏 딱 두번 해봤다. 광고에 보면 밥도 넣고 고기도 넣고, 아주 다양한 재료를 응용하던데, 익는 것 기다리는 게 일이어서 손이 잘 안 간다. 이것도 여유 있을 때 해야 할 듯!


저 정도는 간식거리고... 나는 국이 필요했다. 마침 냉장고에는 순두부 팩이 들어 있었다. 순두부 레시피를 뽑아 봤다. 어간장을 넣으란다. 어간장? 어간장이 대체 뭐지??? 주변에 물어봐도 아무도 정체를 모른다. 단순 오타인가?? 어디서 오타가 나야 어간장이라는 말이 나오려는지...;;;


암튼! 내가 뽑은 레시피에서는 육수도 따로 만들던데, 번거로워서 보다 간단하게 만들기로 했다. 울 엄니의 설명에 따르면 김치와 양파를 잘게 썰어서 볶고, 순두부 투척 후 소금으로 간을 맞추면 되는, 아주 초간단 요리라고 했다. 


그래서 나도 그렇게 했다. 양파를 썰다가 눈물을 잔뜩 쏟았지만 꿋꿋하게 이겨냈고, 바닥을 보이는 신 김치통을 비워서 잘게 썰었다. 잠시 볶다가 순두부 투척! 


사실 나는 간장을 넣고 싶었다. 엄니는 소금을 넣으라 했고, 레시피는 간장을 넣으라고 했는데, 간장 쪽이 더 끌렸던 것이다. 레시피는 '진간장'을 넣으라고 했다. 찬장을 열어 보니 여러 개의 간장이 보인다. 조선간장, 국간장, 양조간장......


아, 고민되네. 이 중에 어느 게 진간장이란 말인가????


결국 소금으로 갈아탔다. 설마 맛소금은 아니겠지?? 대충 굵은 소금을 조금 넣고 끓였다. 근데 좀 이상하다. 왜 이렇게 걸쭉하지???? 살짝 맛을 보니 열라 짜다. 으퉤퉤!!! 결국 물을 넣었다. 엄니가 물 넣으란 소리 안 하셔서 안 넣었는데, 레시피에는 육수 준비하라고 했으니 사실 물이 들어가야 마땅했던 걸 몰랐던 것이다. 


결국 물을 넣고 뚝배기에서 팔팔 끓였다. 마지막에 계란 넣고 파도 넣었는데, 파는 넣는 게 아니라는 의견을 들었다. 어느 게 맞으려나??? 암튼 그리하여 나온 완성품은 이렇다.


 

 


 

마지막 사진이 찬밥 위에 순두부찌개를 부은 국밥 되겠다. 얼핏 보면 라면에 밥 말은 비쥬얼이다. 

안 먹는 건 많아도, 맛에는 별 까탈스럽지 않은 나답게 맛있게 먹을 만했다. 이걸, 오늘까지 먹었다. 정확히 일주일 동안.... 줄지를 않아...ㅜ.ㅜ


사실 그동안 병원 밥이 많이 부실해서 엄니의 불만이 하늘을 찔렀다. 내가 봐도 심하게 음식이 짰다. 요리 하시는 분이 할머니여서 그런가... 원체 짜게 드시는 울 엄니도 매번 국물에 뜨거운 물 말아서 드신다...;;;;;


그동안 간식을 많이 사다 드렸다. 식구들이 돌아가면서 이 간식 저 간식을 공수했는데, 나는 요리란 걸 직접 해보고 싶었다. 순두부 찌개로 급 자신감 상승! 그리하여 내가 도전하게 된 품목은 이름하여 잡채!!!!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 게 잡채라고... 누가 그러더군. 암튼 어제 장을 봐갖고 돌아왔다. 혹시 실패할지도 몰라서 고기는 사지 않았다. 고기까지 볶았는데 실패하면 너무 속이 쓰릴 것 같아서....;;;;;;


먼저 야채를 썰었다. 집에 있던 빨간 파프리카를 썰고, 당근과 양파를 썰고, 표고버섯은 데쳐서 줄기 떼어내고 잘게 썰었다. 그 사이 당면을 찬물에 담가놨다. 시금치를 다듬어서 살짝 데친다는 게, 너무 데쳐서 시금치는 거의 못 쓰고 버려야 했다. 찬물에 바로 안 헹궈서 그런가...;;; 살짝 데치라는 '살짝'의 의미가 얼마만큼인지 모르겠다. 그냥 몇 분이라고 알려주지...;;;;;


레시피들은 당면 200g이나 300g 정도가 기준이었는데, 내가 산 당면은 1kg짜리였다. 그중 700g 정도를 삶은 것 같다. 간장과 설탕과 참기름으로 간을 하라고 하는데 얼마만큼 넣어야 할지 모르겠네...;;; 계속 한수저 씩 넣으면서 간을 봤다. 아무리 넣어도 싱거워... 역시 다시다의 도움을 받아야 하나.....;;;;;;


그렇게 온 부엌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그릇이란 그릇은 다 꺼내쓰고 허리 아프다... 할 때 쯤 잡채가 완성되었다. 종합 세시간 걸렸다. 따뜻할 때 드시게 한다고 부랴부랴 병원으로 날아갔다. 그.런.데....


엄니가 안 계시다. 응? 화장실 가셨나?? 그때 집에서 전화가 왔다. 둘째 시스터다. 엄니가 집에 오셨다고... 읭????

이 무슨 황당한 이야기인가!!


그러니까 사건은 이렇게 전개되었다. 너무너무 병원이 답답했던 엄니는 옆 침대 아줌마 따라서 잠시 바깥으로 나가셨다. 기분에 이대로 집에까지 가도 될 것 같았다고 하신다. 그래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하셨다고...;;;; 병원에서 집까지는 네정거장이다. 엄니는 버스에서 두번이나 쓰러질 뻔했다고 고백하셨다. 아, 정말 이 주책바가지!!!!


결국 집에 도착하자마자 헤롱대던 엄니를 형부가 병원으로 다시 모셔왔다. 엄니는 딸내미들에게 돌아가며 욕을 잡수시고;;;;;; 그 다음에 잡채를 드셨다. 


병실은 4인실인데 한명이 외출했고, 손님이 두분 있었다. 난 그분들께도 내 잡채를 모두 권했다. 음하하하핫! 모두들 이렇게 말씀하셨다. 


맛있네. '처음치고는'


하하핫... 그렇다. 내 잡채는 처음 치고는 괜찮았다. 처음 치고는...;;;; 따뜻할 때는 그나마 괜찮았는데 왜 식으니까 더 싱거워졌는지.... 환자들에게는 싱거운 음식이 좋은 거라고 애써 합리화시켰다. 그러고도 성에 안 차서 큰 시스터도 집으로 불러서 기어이 잡채를 제공했다. 음하하핫!!!


사진을 딱 한컷 찍었는데, 아까 핸드폰이 작동을 안 해서 리셋 버튼을 눌렀더니 사진이 날아갔다. 세시간 걸려서 만들고, 두시간 걸려서 치웠던 내 소중한 잡채가 한장 사진도 없이 사라지다니... 안타깝다..ㅜ.ㅜ


생각해 보니, 요리라는 건 스무살 시절에 알바하던 곳에서 점심을 늘 만들어 먹어야 해서 끓여보았던 김치찌개와 떡볶이 정도가 다였고, 그후 십수 년 간 간식 거리 외에는 해본 게 없는 것 같다. 김밥도 올해 처음 만들어 보았고.... 몇 해 전에 빵 만든답시고 부엌을 초토화 시켜서 밀가루 언제 떨어지냐는 질문을 계속 받았던 게 전부였다. 


그래서, 이참에 장금이로 거듭나 보려고 한다. 둘째 시스터에게 요리 책이 많으니 몇몇 가지 도전해 봐야지. 일단 가장 쉬운 카레라이스부터??? 순두부 팩이 두개 더 남아서 엄니 좀 해서 갖다드릴려고 했는데 엄니가 거절하셨다. 내 순두부 찌개 먹을 만하다니까 그러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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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3-11-11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순간 다락방님 서재인줄 알았다는 푸하하하

요리도 할수록 더 잘하게 되는것 중에 하나 인거 같아요.
처음 자취할땐 이것저것 해먹느라 꽤 괜찮게했는데
지금은 전혀 안하니까 이젠 아예 엄두가 안나네요.

어머님~~~답답하셔도 좀 참으셔요. 날도 추워졌는데 그러시다 더 큰일나면 어쩌시려구요~

마노아 2013-11-11 13:13   좋아요 0 | URL
제가 다락방님께 공감하셨듯이 다락방님도 그러지 않을까요.ㅎㅎㅎ
김치찌개 해본지도 십수년이 지나서 다시 되려나 모르겠어요.
역시 안전하게 레시피를...ㅎㅎㅎ
울 엄니 병원에서 탈출을 감행하시다니...;;;;
정말 날도 추운데 큰일 날 일을 하셨어요. 단단히 주의를 주었습니다.^^

바람돌이 2013-11-11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님이 아프신가봐요. 어떡해요. 걱정이 많으시겠어요.
모쪼록 빨리 쾌차하시기를....
요리도 하다보면 늘어요. 특별한게 아니면 요리도 어차피 다 거기서 거기. 어디에 뭐가 들어가고가 대충 보이거든요. ㅎㅎ
어간장이 뭔지는 저도 잘 모르겠는데 저는 가끔 국물 요리 낼때 참치진액이라고 있어요. 마트에 파는데 요걸 간장 대신 쓰거든요. 왠만큼 맛이 잘나는데 그걸 말하는건가? ^;;
잡채는 저도 아직 어렵던데.... 맛있다 소리 들으셨으면 요리에 소질있으신거예요. ^^

마노아 2013-11-11 13:14   좋아요 0 | URL
교통사고로 인한 골절 환자거든요. 뼈 붙지도 않았는데 위험천만한 외출을 하셨어요.ㅜ.ㅜ
참치진액이라는 게 있군요! 국 끓이는 게 일인데 도전해 봐야겠어요.
잡채는 맛보신 분들의 측은한 마음을 담아 맛있다 소리 들었네요. 하하핫...
먹을 정도는 됐지만 썩 맛있지는 않았어요. 솔직히...;;;;
그렇지만, 아예 버릴 음식 안 되어서 다행이었어요. 이제 장금이로 거듭나겠습니다.^^

웽스북스 2013-11-11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간장 있어요~ ㅎㅎ 한살림에서 파는 제주어간장 있는데 생선 베이스로 우린 간장... 한살림 말고 다른 데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ㅎ
http://shop.hansalim.or.kr/im/im/pd/IMPD0201.do?GDS_CD=090401012

어머니가 거절하셨다니 눈물나네요. ㅠ

마노아 2013-11-11 13:15   좋아요 0 | URL
오오오, 어간장의 비밀을 풀어주셨군요. 주변에 생협 이용하는 사람이 없어서 다들 몰랐나봐요.
상품 보고 왔는데 호감이 갑니다.
울 엄니께는 순두부 말고 다른 걸 안겨 드리겠어요.ㅎㅎㅎㅎ

하늘바람 2013-11-11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님 아프신대도 이리 재미난 페이퍼를 쓰시다니 대단혀요 근대 요리 솜씨 타고 나셨나봐요 넘 맛나겠어요

마노아 2013-11-11 13:16   좋아요 0 | URL
어휴, 나이만 먹었지 이리 요란을 떨어서 민망했답니다.
뭐 이러면서 나아지겠지... 하고 여기고 있어요.
시간이 넘 많이 걸려서 힘이 드는데, 그래도 나름 재밌더라구요. ^^

다락방 2013-11-12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시간이 넘 많이 걸려서 힘들고 나름 재미도 없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마노아 2013-11-12 13:10   좋아요 0 | URL
지난 밤에 드디어 된장찌개를 끓여보았어요. 오늘 아침에 맛있게 먹었답니다. 홍장금이라고 불러주세요.ㅎㅎㅎ
지난 주 토요일에 친구네 집들이 다녀왔는데, 집이 굉장히 깨끗하고 예뻤어요. 무척 부러웠거든요.
어제 문득, 돈 안 벌어도 되면 살림만 하는 것도 취향에 아주 안 맞지 않겠다... 생각이 들었지 뭐예요.
뭐, 돈도 벌면서 다 하기엔 정말 시간이 넘 많이 걸리고 힘도 들고....ㅠㅠㅠㅠㅠㅠㅠㅠ

순오기 2013-11-18 0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홈쇼핑에서 에그핫바 보고 사고 싶었는데 우리식구들 반응이 시큰둥해서 안 샀어요.
광고를 보면 정말 기막히게 좋아 보인던데....

어머님의 쾌유를 빌고, 마노아님의 요리도전기에 박수를 보내요!!

마노아 2013-11-21 08:14   좋아요 0 | URL
두개를 동시에 만들 수 있게 만들어놨다면 좋을 뻔 했어요. 실용성이 많이 부족해요. 재미는 있지만요.^^

새로운 요리에 도전해야 하는데 이번주는 병원이 멀어져서 좀처럼 짬이 안 나네요. 조만간 새로운 걸로 찾아뵙겠어요.^^ㅎㅎㅎ
 










자기가 이룬 결과물이 자기가 될 수 없다는 것, 내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건 나는 소중하다는 메시지가 힘이 된다.
자존감을 키우려면 칭찬과 격려,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최고의 칭찬은 '존재에 대한 칭찬'이라고 한다. 
네가 있어서 엄마는 얼마나 좋은 지 몰라~ 이런 말들...

사람은 얼굴 표정에 다른 사람이 자기를 보는 표정이 들어 있다고 한다. 아이가 늘 찡그린 얼굴, 한심하다는 표정을 갖고 있다면 본인이 아이를 어떤 얼굴로 보고 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유대인들이 유난히 노벨상을 많이 받았는데, 그 까닭을 아버지의 부재와 연결했다. '권위주의적인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창의력이 없다고...  권위주의로 무장한 부모가 아이를 어떻게 망칠 수 있는지, 반대로 어떤 길을 열어줄 수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로 수다를 떨며 시간을 많이 보내는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더 오래 사는 이유가, 그 대화 속에서 서로 격려하고 위로를 해준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나 살 쪘지? 했을 때 아냐 딱 보기 좋아! 이런 식의 대꾸 말이다. 초반에 '물은 답을 알고 있다'를 인용했는데, 우리의 몸이 70%의 물로 이루어진 걸 생각한다면 긍정과 격려의 언어가 우리를 보다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건 분명한 것 같다.

사람은 힘든 일을 만나서 죽는 것이 아니라 '위로'를 받지 못해서 죽는 거라고.... 힘들 때 위로를 받으면 마음의 밀도(심밀도)가 4배나 강해진다는 말.. 그리고 그 위로에 '산책'이 좋다는 것도 새겨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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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 꼭 이 정도 시간 대였다. 언니에게서 문자가 왔는데 엄마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것이다. 얼마나 놀랐는지 정신이 혼미! 언니랑 먼저 통화를 했는데, 언니는 병원으로 이동 중이었고 다시 전화준다며 바로 끊어버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엄마 핸드폰으로 걸어보니 구급차 안의 소방대원이 전화를 받았다. 엄마가 의식은 있는데 전화 받을 상황은 되지 않으니 얼른 병원으로 오라고. 머리에서 피가 난다고 했다.

 

한시간쯤 뒤에는 머리에서 피가 나서 다행이라고, 그 피가 안 났으면 어쩔 뻔 했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너무 놀라서 머리가 백지 상태가 되고 말았다. 몇 해 전에 엄마가 용종 수술을 받을 때에도 의사가 보호자 와서 설명 들으라고 해서 벌벌 떨었더랬다. 그때 아빠에 이어 엄마마저 돌아가시면 어쩌냐고 불안감이 치솟아서 병원 도착하기까지 마구 울었었다.

 

그렇게 사고 소식을 알고 엄마를 만나러 가기까지 4시간이나 걸렸다. 생명에 지장 없다는 소식은 이미 들었지만 그래도 마음이 불안하고, 엄마가 걱정되고 오만가지 생각에 울컥울컥 많이 울었다.

 

응급실로 가서 엄마 얼굴을 보는 순간,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는 모습이었는데도 안도감이 확 몰려왔다. 아, 살아있는 엄마를 만났다. 다행이다. 우리 엄마 살아 있다!

 

엄마는 마트에 가려고 막 집을 나온 상태였다. 전날 밤 열두 시에 큰 시스터가 반찬 좀 해달라고 전화가 왔단다. 겸사겸사 장보러 집을 나섰는데, 집앞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승용차가 와서 쳤다는 것이다. 엄마는 곧 정신을 잃었고 구급차가 와서 병원으로 이동하는 중에 눈을 떴다고 했다. 사고를 낸 사람은 빨간불이었다고 주장을 하고 있고 엄마는 파란 불에 건넜다고 하셨다. 좁은 길이었고 CCTV는 없다. 차에는 블랙박스도 없었다. 경찰이 왔고, 운전자에게 운전을 해보라고 했더니 후진을 못하더라고, 그 자리에 있었던 형부가 전해 왔다. 그 양반도 당황했으니 운전이 잘 안 됐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난 울 엄마 말을 믿는다.

 

사고 다음날 사고 현장에 목격자를 찾는다는 플래카드가 붙었다. 지역 경찰서에서 붙인 것이다. 피해자 가족이 붙이는 건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근데 이틀 만에 사라졌다. 불법 부착으로 구에서 떼라고 한 게 아닐까, 짐작하고 있다.

 

아무튼. 검사 결과 어깨 날개뼈가 골절됐다. 머리에는 커다란 혹이 났는데 CT상으로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 전신 타박상으로 온몸에는 멍이 들어 있다. 골절 부위가 수술을 해도 잃는 게 더 많은 자리라며, 자연스럽게 붙도록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대학병원 응급실은 수술을 하지 않는 이상 입원이 되지 않는다고 바로 퇴원하라고 했다.

 

그런데 검사 결과 무언가 보이는 게 있다면서 다음날 이비인후과 진료, 그 다음날 정형외과 진료가 연달아 잡혔다. 바로 입원 가능한 병원으로 가야 했는데, 다음날 같은 병원을 또 와야 해서 일단 집으로 갔다. 그게 문제였다.

 

엄마는 밤새 머리가 아프다고 하셨고 구토를 자주 하셨다. 결국 아침에 다시 응급실로 가야 했다. 원래 이비인후과 진료 예약은 오후 3시였지만...

 

CT로는 이상이 없지만 머리가 큰 충격을 받아서 그런 거라고 했다. 오래 갈 거라고도 했다. 결국 이날 이비인후과 진료 마치고 집에서 가까운 정형외과에 입원수속을 밟았다. 그렇게 일주일 째 병원에 계신다.

 

처음에 비해서 많이 좋아지셨지만 여전히 누웠다가 일어날 때 어지러움을 호소하신다. 오른손잡이인데 오른쪽 어깨를 다쳐서 거동도 불편하다.

 

가족들이 병원과 직장을 오고가면서 엄마를 돌보고 있다. 병원에서 내내 수발 들며 잠을 자는 게 아니니 지금의 피곤함은 사치스럽다. 다만 살림살이의 시행착오만 있을 뿐...;;;

 

사고가 났을 때, 둘째 언니라도 시집을 가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아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구나... 싶었고, 아무도 시집을 못 갔으면 엄마한테 참 불효였겠다 싶었다. 그리고, 엄마 없이 우리 자매들이 잘 지낼 수 있을까... 그것도 우려스러워 한숨 나왔다.

 

역시, 살아 계실 때 효도해야 한다. 있을 때 잘하자. 이만하길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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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3-11-06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큰일 겪으셨네요... 그래도 그만하시길 다행... 정말 살아계실 때 효도해야 해요.
마노나님 글 읽으니 저도 반성이 많이 되네요...

마노아 2013-11-07 12:47   좋아요 0 | URL
우리가 알면서도 늘 못하는 게 그것 같아요. 우리 살아계실 때 효도해요.(>_<)

아무개 2013-11-06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그만하셔서 다행이라고 말하고 싶지만서도
교통사고는 후유증이 늘 걱정되니 흠...........

2.연대응급실도 매우 불친절합니다.
친절한 응급실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3.물론 아픈사람이 제일 힘들겠지만, 병간호도 쉽지 않습니다. 아니 많이 힘듭니다.
마노아님 잘 챙겨드셔요!!!!

마노아 2013-11-07 12:49   좋아요 0 | URL
엄니가 답답하다고 요동을 치셔서 치료 끝나기 전에 퇴원하실까 걱정이에요.
20년 전에도 교통사고 당했는데 제대로 치료 못해서 여태 고생하셨거든요.
이번엔 제대로 치료 받아야지요.

어휴, 응급실은 다 그런 걸까요? 워낙 정신 없는 곳이니 그렇겠지만, 환자측 입장이야 어디 그런가요.

처음엔 운동 빠졌는데, 이제 운동도 더 악착같이 다니고 그래요.
서로 체력을 비축해야 지치지 않고 버틸 것 같아요.
문득 허기짐을 느껴서 지금 간식 중입니다.ㅎㅎㅎ

BRINY 2013-11-06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유증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마노아님도 건강 챙기세요...(저희 엄마도 한때 매해 입원을 하셨었는데, 그때 동생과 교대하고 집에 돌아와 빨래를 개키면서 졸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아들도 아들 나름입니다...

마노아 2013-11-07 12:50   좋아요 0 | URL
집안일 다 마치고 방으로 돌아오면 12시인데, 그때부터 한시까지 이것저것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거든요.
그때 꾸벅꾸벅 제가 졸고 있더라구요. ;;;;;
아들도 아들 나름! 딸도 딸 나름이라는 걸 이 와중에도 느꼈어요.
어휴...;;;;;

다락방 2013-11-06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도 아들 나름입니다 2

병간호, 정말 힘든데 마노아님이 고생이 많네요.
물론 입원해계신 어머님도 고생이시고요.
아무쪼록 빨리 나으셨으면 좋겠어요.

마노아 2013-11-07 12:50   좋아요 0 | URL
으쌰으쌰 힘내서 지내려고 해요.
요새는 엄마랑 데이트 하는 기분으로 병원에 가요.
언니들보다 내가 가는 걸 더 편해하는 것 같아요.
제 기분이지만요.^^;;;;

무스탕 2013-11-06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도 아들 나름입니다 3

읽으면서 울 엄니 수술하셨던거 생각나서 속상했어요.
어머니 무사히 완쾌되실테니 걱정 접으시고 하루빨리 쾌차하실수 있도록 병원에서 드시라는거 다 드시고 하라는 치료 다 하시고 그러셔야해요.
마노아님도 본인 몸 잘 챙기시구요.
병원 생활은 환자도 힘들지만 보호자도 정말 힘들더라구요..

마노아 2013-11-07 12:52   좋아요 0 | URL
감정이입되지요? 어제 이 글 쓰는데도 막 눈물나더라구요.
일주일 전에 놀랐던 것, 무서웠던 것 되살아나서요.
오늘 문득, 미국처럼 18세 되면 자식이 독립하는 나라에서도 부모 자식간에 이렇게 끈끈할까, 아님 이게 유난히 한국적 혹은 동양적 정서일까... 이런 게 궁금해졌어요.
2013년 한해의 마무리 모토는 '건강'으로 새겨야겠습니다. 무스탕님 고마워요!

수퍼남매맘 2013-11-06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쪽이라서 많이 놀라셨겠어요.
후회 없이 어머니 잘 간호해 주시길....
마노아님 건강도 챙기시고요.

마노아 2013-11-07 12:53   좋아요 0 | URL
밤새 구토하셔서 굉장히 놀랐어요. 머리 쪽에 탈나면 어쩌나 우려했는데, 기록 상으로는 괜찮다고 하네요.
예, 후회가 남지 않게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오늘은 일주일 만에 머리를 감겨 드리려구요.
샴푸랑 린스랑 수건이랑 챙겼어요.
수퍼남매맘님 고맙습니다.^^

순오기 2013-11-07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이런 이런~~~ 많이 놀랐겠어요.
그래도 그만 하길 다행이고요.
머리를 다쳤는데 그날 밤은 병원에서 지켜보고 있어야지 퇴원을 시켰다니.... ㅠ
간호하면서 끈끈한 정도 나누시고 맛난 것도 드시어요.
이런 얘기 들으면 정말 건강이 제일 소중한 거 같아요.
힘내셔요~ 아자아자!!

마노아 2013-11-07 21:02   좋아요 0 | URL
응급실이 그런가 봐요. 아무리 상태가 안 좋아도 수술 환자 아니면 입원 안 된다고...ㅜ.ㅜ
머리는 괜찮았는데 이비인후과 진료 결과 혹이 있어서 조만간 이쪽 관련 수술 받으셔야 해요.
일단 월요일에 재촬영 일정 잡혀 있어서 다시 고대 병원으로 가게 생겼어요.
오늘은 엄마 머리 감겨 드리고 씻겨 드리고 왔어요.
머리 감으니까 살 것 같다고 하시네요.
역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게 건강 같아요.^^